아빠, 제발 잡히지 마 -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기록
이란주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 450만 이주노동자 중에서 절반이 모루 아빠와 같은 미등록 노동자다.
해마다 10만 명 정도 되는 이주노동자를 새로이 들여온다. 땀흘려 일해온 미등록노동자는
버려둔 채로.
새로운 사람들은 계속 들어오고, 오래 된 노동자들은 계속 쫓기고 강제로 추방당한다.
(...) 모루가 아빠에게 숨죽여 했다는 말을 전한다. "아빠, 제발 잡히지 마."(49쪽)

신문을 읽어도 영화를 봐도 어쩌다 집어든 책을 펄쳐도 도무지 믿고 싶지 않은 우울한 현실이
두루마리 휴지처럼 끝없이 늘어진다.
가령 '976명 해고해 놓고 841명 신규채용 계획'이라니,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에 실린 <쌍용차, 구조조정 본색 드러났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어떤가?
'이 치졸한 나라가 필요할 때만 쥐어짜듯 부려먹고 매몰차게 내치는'(170쪽) 건
미등록 이주노동자뿐만이 아니다.
그건 바로 이 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운좋게 지금 현재 정규직 노동자라고 해도 또 안심할 것은 못 된다.
일터에서 언제 내쫓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벌 수 있을 때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그악스러워지고, 이 책 속의 작은 제목처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

누구나 기피하는 험한 일들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을, '국가적 필요에 따라 해외노동력을
도입하면서 그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고' 큰 시혜나 베푸는 듯 구박하고
함부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몇푼 되지 않는 임금을 떼먹는 건 예사요, 차일피일 미루고 주지 않는 퇴직금을
함께 받으러 갔더니 모 회사의 부장, 뚫린 입이라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말입니다. 억울해요, 정말. 이 친구는 일은 잘해요. 저는 인정할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우리도 신경 많이 썼어요. 얼마나 잘해줬다구요.  어떤 때는 닭고기도 사다가
기숙사에 넣어주고, 얘들은 돼지고기 안 먹잖아요. 그러니까 꼭 닭고기로 사다줬다구요.
어떤 회사가 우리처럼 그렇게 신경 쓰겠어요. 그런데 이게 뭐예요. 짜식이 뒤통수나 치고,
허이구 참 기가 막혀서. 퇴직금은 무슨 퇴직금이에요. 외국인들 주제에, 배은망덕하기는..."
('퇴직금 소동' 54쪽)

임금을 떼먹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디냐는 뜻이다.
특별한 악인의 말이 아니다. 그는 아마 눈을 껌뻑껌뻑, 꽤나 선량한 얼굴의 주인공일 것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우리는 또 누군가에게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저런 말을 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주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할까,
책장을 확 덮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절통하고 기막힌 삶의 기록들이 넘쳐나는데,  
닭고기를 가끔 사줬다고 자화자찬하는 어느 부장의 이야기가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저자 이란주 씨는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로 '최초의 이주노동자 인권선언'이라 불리는
외국인노동자의 삶의 이야기집 <말해요 찬드라>를 펴낸 후 몇 년 만에
다시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말 많고 탈 많던 산업연수 제도를 몰아내고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부는
합법적인 신분으로 바뀌게 되었다고는 하나 결국 맨몸뚱이로 내쫓기는 건 마찬가지.
그 모든 것은 허울좋은 변화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에피소드 하나하나, 민망하고 미안해서 차마 글로 옮겨적고 싶지도 않다.
특히 강제단속과 추방 장면은 호러 영화처럼 소름이 돋을 정도.
그러니, 위에 잠깐 소개한 '퇴직금 소동'의 차 부장님  대사 정도는
아주 귀여운 에피소드라고 할까.

"사장님한테 자꾸 돈 달라고 하지 마. 사장님도 힘들어."('그가 미쳐버린 사연' 122쪽)

정신병원으로 다시 들어가며 아내에게 이렇게 당부하는 한 이주노동자의 말이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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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09-06-10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감사합니다. 꼭 읽어봐야 겠네요!

로드무비 2009-06-10 21:27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제가 감사합니다요.^^

balmas 2009-06-1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제목과 마지막 이주노동자의 말이 정말 눈물겹습니다. 눈물이 찔끔 나네요.

로드무비 2009-06-11 10:33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 났어요.
제목이 생각 안 났는데 아이들 이름을 넣어서... 저 잘했죠? 발마스 님.^^

치니 2009-06-1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통이 트이지 않는 나날입니다. 도무지...

로드무비 2009-06-11 10:32   좋아요 0 | URL
바늘구멍만한 숨통을 기대하고 이것저것 끄적여봅니다.

릴케 현상 2009-06-1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친구는 일은 잘해요. 저는 인정할 건 인정합니다.<--에고고... 찔려요. 저 일은 잘 못하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ㅠㅠ

로드무비 2009-06-14 10:40   좋아요 0 | URL
산책 님, 찌찌뽕.
그런데 저는 '일도' 잘 못합니다.^^

승주나무 2009-06-2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없음

안녕하세요. 승주나무입니다.
알라딘 서재지기와 네티즌들이 함께 시국선언 의견광고를 하려고 합니다.
알라디너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여의사를 댓글로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강요는 아닙니다^^;;

즐찾 서재들을 다니면서 통문(댓글)을 돌리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남기는 스팸성 댓글이지만 어여삐 봐주세요~~~

http://blog.aladdin.co.kr/booknamu/2916466


2009-07-11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9-07-1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로드무비 2009-07-15 14:56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
지가 되려 고맙죠.^^

2009-07-16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7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9-07-1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그래욧. 완죤 질투 있죠

2009-09-22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 - Hello, Strang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회 적응훈련을 막 마친 탈북 청년 진웅, 담당 형사가 준 열쇠를 들고
정부가 마련해둔 임대 아파트에 들어서니 숟가락몽댕이 하나 없이 휑뎅그레하다.
당장 덮고 잘 이불이라도 하나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는다.
온 동네를 헤매다가 간신히 마트를 찾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아파트가 저 아파트 같고, 아파트 이름을  모르니 이것 참 낭패 아닌가.

김동현 감독의 <처음 만난 사람들>은 이불을 구하러 나선, 그리고 그 이불을 덮고 잘
자신의 방을 못 찾아  헤매는 '길 위의' 영화다. 이른바 로드무비.
동네를 뺑뺑 도는 것이 무슨 로드무비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에 그런 로드무비도 없으란 법 없다.

다행히 이 영화에는 남부럽지 않게 터미널도 나오고 모텔에서의 하룻밤도 나온다.
어느 날 부산에 둥지를 튼 친구들을 만나러 나선 길에서
애인을 찾겠다는 맹목적인 열정과 부안의 집주소가 적힌 쪽지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베트남인 이주노동자 청년 팅윤을 만나는데...
그가 아는 유일한 한국말은,
"때리지 마세요, 저도 인간이에요!"

전작인 <상어>에서의 판타지를 빼고 '오롯한 리얼리즘'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김동현 감독.
지독하게 사실적인 영상이며 지적이면서도 강단이 느껴지는 얼굴에서
슬쩍 재중동포 영화감독 장률이 겹쳐지고.

이불을 옆구리에 끼고 동네를 헤매다 무작정 잡아탄 택시에서 만났던
운전기사 탈북처녀 혜정이 9만 몇천 원의 요금 중 택시비를 몇천 원 깎아주는 것이나,
집을 찾게 되면 찾았다는 연락이나 한 번 해달라고 적어서 주는 전화번호,
좀 야박한 듯한 호의가 좀 아쉬우면서도 미더워서 좋았다.

무뚝뚝하게 진욱의 사회 적응을 도와주는 담당 중년 형사의 상실감과 피로도
묵지근하니 가슴에 와닿았다. 



 


어리버리한 베트남 청년 팅윤을 어제 화면으로 만나고,
생각난 김에 책상 위에 한달째 고이 모셔져 있던 책(아시아 인권문화연대 이난주 지음
<아빠, 제발 잡히지 마>)을 단숨에 읽어치웠다. 
2004년 네팔 방문시 이루어졌다는 찬드라 언니(전작 <말해요 찬드라>)와의
해후도 반가웠고,  이주노동자 락밴드 '스탑 크랙타운' 소개글도 눈에 번쩍 띄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탈북청년 진욱 역을 맡은 배우(박인수)가 눈에 익다 했더니
'스탑 크랙타운'의 기타리스트이자 이 밴드의 노래를 대부분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는
버마 청년 소 모 뚜와 많이 닮았더라.
음반을 자세히 살피다가 그 사실을 발견하고 헤어진 남동생이라도 만난 듯 반가웠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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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0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0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9-06-10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탈북청년에서 ㅇㄴ을 빼니 탈북처녀가 되는거구나 하는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로드무비 2009-06-10 08:56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덩달아.^^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설레더라고요.

2009-06-10 0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0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0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1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1 0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1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Like You Know It A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느 날 대화 중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누군가의 대사가
이상하게 홍상수 감독의 머리에 껌처럼 들러붙어 떠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의 아홉번째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몇 해 전 임어당의 그것을 그대로 차용했던
<생활의 발견> 이후 가장 유니크하고 코믹한 제목이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영화제 심사위원, 그리고 영상위원회의 세미나 초청 강사 등
꽤 그럴듯한 명목으로 제천과 제주를 찾은 예술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 역).
그는 이름처럼 현실과 밀착하지 못하고 어느 영화 속의 까만 비닐봉지처럼
여기저기 떠도는 인물이다.
제천이고 제주고 간에 일은 뒷전이고 술이나 퍼마시고,
함께 술마시는 여자들을 빤한 눈으로 구경한다.
그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선배 둘을  그곳에서 차례로 만나는데
영화에 대한 꿈을 접고 식당을 하는 제천 선배(공형진)나
제주도에 왔다가 그냥 눌러앉았다는 화가 선배(문창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똑같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 짝을 만나지 못해 그토록 괴로운 거란다.
다른 이유는 모두 황이란다.
언뜻 듣기에 그럴싸하다.
짝을 만남으로써 오랜 방황에 종지부를 찍고 구원을 받은 것처럼 말하는 두 선배는
술에 떡이 된 구씨을 납치하듯 자신의 집으로 이끄는데......

오래 전의 영화 <오! 수정>에는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짝 타령이 하도 수상해서 <씨네21>을 뒤졌더니 떠억하니 관련기사가 있다.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 과연 그럴까?
그런데 일생의 짝을 만났다는 그들은 왜 그 모양 그 꼴일까?

개봉 첫날 조조로 이 영화를 봤는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홍상수 영화의 한 대목으로 끼워넣어도 전혀 손색없을 장면이 떠올랐다.

오오래 전  한달에 닷새쯤, 모 잡지사에 나가 교열교정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모 대학의 영문과 교수인 발행인의 딸이 수업이 없는 날이면 나와 일을 도왔는데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근처의 백화점에 가자고 내 팔을 이끌었다.
그녀가 산 것은 18만 원짜리 머리핀.
내 이틀치 수고비였다.
예쁘다고 잘 어울린다고 칭찬하면서 속으로는 궁시렁거렸던 나.

그 잡지에 짧은 에세이를 연재하는 독신의 여성 시인이 있었는데
발행인의 딸과 나이가 비슷해 평소에는 친구처럼 지내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받는 원고료는 15만 원.
많다면 많고(내 일당에 비하면) 적다면 적은(핀 값에 비하면) 금액이었다.
어느 날 가난한(스스로 늘 그렇게 말했다) 시인이 편집장에게 부탁했다.
원고료를 5만 원 올려주면 안 되느냐고.
편집장이 발행인의 딸에게  말하니 그녀는 정색을 했다.
그렇게 짧은 글에 15만 원이면 후한 편이 아니냐고.
전화통화로 불가(不可)의 뜻을 전하기가 미안했는지 편집장은 시인을 점심에 초대했고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편집부에 나타났다.

잡지 마감일, 우리는 근처 중국집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떠들며
깐풍기와 사천짬뽕을 안주로 빼갈을 마셨다.

구경남 역의 김태우는 물론이고, 영화제 프로그래머 역의 음전한 듯하면서도
생뚱하게 히스테리컬한 엄지원, 제천 선배의 여자 정유미, 제주 선배의 아내 고현정,
그리고 아주 짧게 나오지만 "억울하고 분하다!"고 절규하는 제주 청년 하정우,
역할 속에 잘 녹아든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냐?'는 질문이 되풀이해서 나온다.
옷깃을 여미고 경청해도 부족할 질문이나 대답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처리하는
홍상수 감독의 여유와 능청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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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9-05-1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을하고 있었는데, 저 태그는 뭡니까?
어떻게 지우는지 아시는 분 댓글 좀...
(보기 싫어서요.)

twoshot 2009-05-17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수정을 하게되면 밑에 태그도 수정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로드무비 2009-05-17 15:01   좋아요 0 | URL
twoshot 님, 고맙습니다.
(태그가 뭔지도 잘 몰라요.)

그나저나 리뷰에다 엉뚱하게 재미난 얘기 보따리도 풀어놨는데
아는 척도 안하시다니, 벼 별로 재 재미없었어요?
-이 말도 홍상수 영화스럽네요.ㅎㅎ

twoshot 2009-05-1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조만간에 영화 볼 생각이에요.
홍상수의 데뷔작은 저에게 벼락 같았지요.영화의 새로운 경지랄까.
헌데 그놈의 구질구질한 디테일들이 쌓이고 쌓이니 좀 짜증이 나더이다.
그래도 개봉하면 보게 됩니다.^^
저번 [밤과 낮]은 극장에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_-;;

로드무비 2009-05-17 16:11   좋아요 0 | URL
제겐 <강원도의 힘>이 더 강력했어요.ㅎㅎ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극장에서 안 보고 집에서 봤는데
정말 짜증 나더라고요.
그 이후의 영화들은 다 좋았어요.

치니 2009-05-1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 영화를 봤답니다.
다들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데, 혼자 어쩔 줄 몰라 하시는 김연수 작가님 안습. ㅋㅋㅋ

로드무비 2009-05-17 16:13   좋아요 0 | URL
뭐 하러 출연했나 몰라요. 보고 있기 안쓰러워서.ㅎㅎ
은희경 씨는 3인3색 영화 중 홍상수편 <첩첩산중>에 출연했다던데요?
혹시 리뷰 쓰셨나요? 보러 가야지.^^

마냐 2009-05-1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로드무비님의 생생 에피소드 곁들인 리뷰에 즐겁군요. 여튼, 영화도 즐겁게 봤슴다. 마음이 덜 찜찜해서 좋았어요.

로드무비 2009-05-18 21:45   좋아요 0 | URL
마냐 님, 오랜만입니다.
덜 찜찜한 정도가 아니라 유쾌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에로이카 2009-05-19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나오는 액자 속 장면은 정말 영화 한 장면 같네요. 로드무비님께서 시나리오를 쓰시면 어떤 감독 스타일의 영화가 될 지 무척 궁금하네요... (지금 이 영화를 찍은 나이든) 홍상수 스타일일까요... 아니면 "낮술" 같은 영화일려나요? ^^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로드무비 2009-05-19 21:12   좋아요 0 | URL
30대 후반의 여교수, 시인, 편집장, 아르바이트생......
술 마시면 시끌벅적 유쾌하고 즐거웠는데 절대 친구는 될 수가 없었지요.
동상이몽이라고 할까.
<낮술> 전 별로였어요.
푸짐한 술상 장면이 별로 없어서 무효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ㅎㅎ

율리 2009-05-1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이 아님 뭔가요?
두 눈 말갛게 뜨고 치올려다 보면서 반문하던 정유미...
암튼지, 홍상수감독은 어떻게 이렇듯 징글징글한 인간들 + 인생들을 독하디 독하게 풀어내는 걸까...
니 말마따나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이라면서 다들 왜 그 모냥이라냐?
내 팔자가 상팔자가텨....ㅋㅋㅋ

로드무비 2009-05-20 22:0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다. 내 꼴을 위시하여...ㅎㅎ
그런데 뭐 또 그렇다고 항상 자기가 부럽기만 한 건 아녀.=3=3
정유미는 <여자들의 방>에서 정말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더라.
영화에 함께 나왔던 예수정이 이 영화에서 에로 여배우 엄마로 나왔지.
지난주 국도극장에서 <당시> 상영했지?
보러 갔는지 궁금했다네.

2009-05-20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20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9-05-2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보고 싶어 지네요^^

로드무비 2009-06-09 12:22   좋아요 0 | URL
산책님, 이 영화 재밌어요.
시간 나면 보세요.^^

2009-06-09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9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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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남양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10여년째 다니던 영등포의 민중교회와 멀어졌다.
그 교회의 전도사였다가 막 안수를 받고 부임한 젊은 여성 목사님은
성실한 척하는 나를 꽤 믿고 따랐는데 이사 후 두세 번 나갔을까,
너무 멀다는 핑계로  걸음을 딱 끊었다.
고맙게도 그는 지금도 메일로 지난주 설교말씀과 주보를 보내주고 있다.
(무슨 바쁜 일이 있었는지 오늘 아침 지난주 주보가 뒤늦게 도착했다.)

4월 마지막 수요일은 용산 참사 100일째 되는 날, 청년부와 함께 그곳을 찾았다고 한다.
경찰의 원천봉쇄로 쫓겨난 유족과 추모객들은 서울역에 모였고 
4개 종단 즉 불교, 가톨릭, 기독교, 원불교가 함께 추모 예식을 진행했는데
문정현 신부님이 마이크를 잡으셨단다.

“저는 얼마 전, 용산으로 이사했습니다.
이곳에서 이들과 함께 미사 드리고 이곳을 지킬 거예요.”

이 대목을 읽는데 가슴이 뜨끔했다.
참사 현장 가까이에는 간이조문소가 차려져 있고
봄꽃 화분들이 쭈르륵 놓여 있다는 것이다.
평택 대추리의 주민이었다가 용산의 주민을 자처하는 신부님도 신부님이지만
그 화분들은 언제 누가 가져다 놓았을까?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그나마 가끔 몇 푼의 조의금이나 성금으로 때우고는
다른 이들에 비하면 좀 덜 이기적이고 양심적인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제 발 저린 도둑처럼 은밀히 하는 나.
그런데 그런 나의 허위의식과 자기기만을 여지없이 깨뜨려주는 사람과 글을
만날 때가 있으니.

김규항의 <예수전>.
종종 느끼는 거지만 그의 펜 끝은 탐욕스런 부자나 썩어빠진 이 사회의 지도층보다는,
'배울 만큼 배우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닌),
상당한 사회의식을 가진 양심적인 시민들'을 겨냥하고 추궁할 때가 많다.
'필요 이상 분열하고 배타적인 태도를 갖는 운동'
노선이 다른 동지를 적보다 더 미워하는 풍경이 횡행한다'(151쪽)고 쓴 그의 말이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까.

- 그들은 언제나 현실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스스로 그런 변화를 위한 노력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 노력은 대개 현실의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현실의 외피를 덜 추악하게 만드는 일
에 머문다.
그들은 오히려 현실의 근본적인 변화를 좇는 모든 노력들을 '비현실적'이라고 냉소한다.
그들은 'NGO' '시민운동' '개혁운동', 그리고 실현 가능한 진보', '최소한의 상식의 회복'
따위 간판과 표어를 걸고 활동한다.
(......)
그래서 그들, 오늘의 바리사이인들은 사회적으로 강력한 영향력과 설득력을 가지며
'진정한 변화를 막기 위한 변화'라는 그들 본연의 임무를 지속하게 된다.(119쪽)

날카로운 그의 시선은 이른바 '의식 있는 (척하는) 양심적인 시민'뿐 아니라
'힘없는 피해자'로 묘사되는 '인민'을 향할 때도 가차없다.

- 인민은 다만 그 포악한 체제의 일방적 희생자로 묘사된다.
'박정희 군사 파시즘에 신음하던 인민들.'
그러나 그 시절 대개의 인민들은 '신음'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이 다 그런 거지', '사람이 하는 일인데 완벽할 수야 있나'하며
제 식구들 챙기며 오순도순 살았을 뿐이다.(181쪽)

- 폭력의 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1년 내내 뺨 한 번 맞을 일 없는 사람이
점잖은 얼굴로'저항으로서 폭력도 폭력이다'라고 뇌까리는 건 참으로 몰염치한 짓이며
폭력의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폭력보다 더 끔찍한 폭력이 된다.(238쪽)

'인민들의 노동과 수고 덕에 살아가는 주제'에 겉으로는 그들을 존중하는 척 무시하며
자신의 이익과 안전만 도모하는 '인텔리들의 요사스러운 말장난' 대목에 이르면
(인텔리도 아니면서) 얼음덩어리 한 동이가 공중에서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느낌이다.
글로 만나는 그의 냉소와 독설은 때로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 사람들은 더이상 꿈꾸고 상상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이상주의적 태도는 유치하고 어리석은 인간의 표징으로 여겨지고
(...)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의 상품성을 관리하고 제 자식을
더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드느라 여념없다.(머리말 중에서)

'마르코복음'을 읽고 묵상하며 쓴 책이란다.
예수가 반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주년 신약성서>를 텍스트로 삼았다니
신선하면서도 섬세한 발상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가 옮겨 적은 존댓말 성경 구절들이 마음에 착착 감겨오지 않아 아쉬웠다.
무조건 공감하는 건 예수의 관심은 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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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5-1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웬디양님 이후에 로드무비님도 별 다섯개에 이런 리뷰라니.
그냥 볼까요? 종교 관련 책은 당분간 읽고 싶지 않았는데...^-^;;

로드무비 2009-05-15 16:47   좋아요 0 | URL
치니 님의 힌트에 달려가 웬디양 님 리뷰 읽고 왔어요.
글샘님 것도...
김규항의 예수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보세요.
전 통쾌하고 재밌더라고요.^^

twoshot 2009-05-15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로 만나는 그의 냉소와 독설은 때로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그 중독성을 요사이 좀 멀리 했지요.
그 아집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자꾸 눈살을 찌푸리게 되더라구요.
리뷰 감사 드립니다, 책은 나중에 볼께요^^

로드무비 2009-05-15 22:05   좋아요 0 | URL
책이 나온 걸 알고 바로 주문했답니다.
오늘 다시 펼쳐보니 밑줄 그은 대목도 꽤 많더라고요.
흡족한 독서.^^

(저도 그렇지만, 남의 고집은'아집', 나의 고집은 '신념' 아니겠습니까요.)

에로이카 2009-05-16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오랜만입니다. 리뷰 잘 봤습니다. 김규항도 로드무비님도 여전하십니다. ^^

로드무비 2009-05-16 06:53   좋아요 0 | URL
에로이카 님, 반갑습니다.'여전하다'니 좋네요.
잘 지내시지요?^^

율리 2009-05-19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들은 더이상 꿈꾸고 상상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이상주의적 태도는 유치하고 어리석은 인간의 표징으로 여겨지고
(...)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의 상품성을 관리하고 제 자식을
더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드느라 여념없다.
너무 맞는 말같다...그래서 외로웠고, 이런 글을 날려주는 니가 있어 외롭지않다

2009-05-20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 여러나라의 길거리 음악가들이 부르는 Stand by Me를 한번 들어 보시지요.
뭔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이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세계를 조금이나마 바꾸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래 사이트를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playingforchange



** funshop '항해일지'에서 그대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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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5-0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진짜 세계화 같네요..

로드무비 2009-05-04 12:55   좋아요 0 | URL
이런 세계화는 좋지요.^^

twoshot 2009-05-0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너무 좋군요, 감사 감사.
이제사 봤는데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표지도 너무 이쁘네요.^^

2009-05-06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9-05-0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랑 같이 보고 바로 싸이트에서 가입도 했어요. 어이쿠 감사합니다, 완전 좋은 정보! ^-^

로드무비 2009-05-04 13:00   좋아요 0 | URL
하린 군도 좋아하던가요?
가입까지 하셨다니 제가 다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