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변명 대학병원 건강교실 6
서민 지음 / 단국대학교출판부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모해짐님이 선물해주신 <기생충의 변명>을 다 읽었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무려 사나흘간에 걸쳐 맛있는 과자를 서랍 속에 숨겨놓고 먹듯 아껴가며 읽었다. 재미있는 책을 단숨에 해치우지 않고 사나흘 동안 나누어 읽는다는 건 어지간한 이성의 소유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 쑥스럽지만......

어제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재밌는(?) 뉴스를 전해주었다.

"엄마, 엄마, 오늘 1학년 9반 어떤 아이가 배가 아파서 설사를 하는데 화장실에 가지 않고 바지에다 쌌대!"

"저런!(사실을 말하면 나는 '저런!'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우야꼬!로 바꿔 읽으시길)  실수한 친구 놀리면 안되는데 '친구야,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울지 마!'하고 위로해 줘야 좋은 친구지."

부모 역할을 하다보면 자신의 평소 성품이나 인격과는 다르게 이렇게 위선을 떨 때가 있다. 더구나 마이 도러는 그런 재미있는(!)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 중에서도 제일 앞자리에 속한다.

그런데 딸아이의 대답이 더 웃긴다.

"그런데 그 아이는 안 울었다는데?"

울지도 않는 아이를 어떻게 "울지 마!"하고 위로하느냐, 그런 이야기다.

기생충이 주인공인 책인만큼 이 책에는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대변, 항문 뭐 그런 향기롭지 못한 단어들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저자의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입담 때문인지 몰라도 이상하게 이 책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으로 경쾌하고 발랄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밥상머리에서 신문 대신 들고 읽는 것도 무방할 정도.(단 123쪽 사진은 밥 먹을 때 보면 절대 안 됨.)

옛날 옛날 내가 단발머리 여중생일 때 '간디스토마'로 불리는 급우가 있었다. 회충검사 때 재수없게 간디스토마로 판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요충! 그런데 그게 뭐 자랑거리라고 밝히느냐 하면 요충 정도는 이야깃거리도 안되었기 때문이다. 요충이나 회충으로 판명난 아이들은 간디스토마 아이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소근소근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맹세코 나는 그런 적은 없다. 요충으로 간지러워 잠 안 오는 밤,  짝사랑하는  머스마를 떠올리며 괴로워했던 기억은 있지만......

<기생충의 변명>은 의학전문 학술서답게 기생충의 이름들이 정식 명칭으로 나온다. 간디스토마는 간흡충으로,  또 사람이나 동물의 눈이 주요 은신처라는 동양안충, 매일매일이 남여상열지사라는 주혈흡충, 굴을 먹고 걸린다는 참굴큰입흡충......

'21세기는 기생충의 시대다'라는 헤드카피와 함께 서문에는  '멸시와 배척 속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여러 기생충의 다양한 삶을 통해  공존의 방법과 삶의 지혜를 배우자'는 저자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월드컵 무렵에 쓴 원고인 듯, 각국 월드컵 팀을 기생충에 비유한 꼭지가 나오는데 월드컵의 영광을 못 잊어하는 축구팬들이라면 꼭 한번 찾아서 읽어볼 만하다.(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인용하지 않겠음.)

의대 본과 2학년 때 방송반 작품으로 '킬리만자로의 기생충'을 쓴 적도 있다는 저자 서민 교수는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기생충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틈틈이 기생충학을 연구하고 있는 소장학자로서의 고충을 유머러스하고 페이소스가 짙게 풍겨지는 일화로 소개하고 있다.

특정 마을의 역학조사를 위한 대변검사나,  개 눈에 서식하는 기생충을 조사하기 위해 사육장에서 또는 도축 현장에서, 또 기생충과 관련 있는 파리인가  모기인가를 잡기 위해 뒷산에서 망을 들고 진을 치는 그의 하루는 어느 빼어난 단편소설이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고 눈물겹다.

(이 책을 선물해준 님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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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5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라겐 2005-04-1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책을 한번 검색해 봐야겠어요... 대통령과기생충만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분야로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겨요...보관함에 담아둬야지...ㅎㅎ

로드무비 2005-04-15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니이이임, 추천해주고 가셔야죠.
마태우스님 책인데!^^(이런 억지가!)

로드무비 2005-04-1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고맙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 꼭 빌려드릴게요.
전화할게요.^^

날개 2005-04-15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이 책 읽으셨군요..^^ 전 오늘 대통령과기생충을 선물 받았는데..ㅎㅎ

마태우스 2005-04-1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이러심 안되는데.... 친소관계에 따라 리뷰의 내용이 달라지면 안된다구요!! 물론 무비님과 제가 친하긴 하지만..........

마태우스 2005-04-15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날개님은 냉정하게 써주시어요...

로드무비 2005-04-1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 이상 어떻게 냉정하게 씁니까?
흥=3 제 리뷰가 마음에 안 드시나 보지요오?^^
날개님, 우리 책 사보지 말고 나중에 바꿔봐요.^^

난티나무 2005-04-15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책을 단숨에 해치우지 않고 사나흘 동안 나누어 읽는다는 건 어지간한 이성의 소유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와우~ 맞는 말씀입니다~~ " 로드무비님 = 상당한 이성의 소유자~~" ^^
읽고픈 책 목록에 또 한 권 추가예요.

진진 2005-04-1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첫 줄의 익숙한 이름.. 마지막 줄에서 무안해지고.. ^^; 재밌게 읽으셨다니 좋으네요. 책장 젤 윗칸에 두고 아직도 못읽었다는..게으름의 극치라는..

balmas 2005-04-17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 한번 읽어봐야 할 텐데 말이에요 ...
어쨌든 땡스투와 추천 하나요~

2005-04-17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17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라겐 2005-04-1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오늘와서 추천했어요..ㅎㅎㅎ 전 로드무비님 팬이잖아요

로드무비 2005-04-18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인터라겐님. 고마우셔라.
앞으로도 그 마음 변치 마시길......^^
속삭이신 님, 저도 정말 다행입니다.
빨리 읽고 싶어요.^^
발마스님, 제가 빌려드릴까요?
가족관찰기는 내일이나 모레 보내겠습니다.
(메모 남겨 주세요.
추천 고맙습니다.^^;)
모해짐님 요즘 조금 게으름 부리고 계신 것 같아요.
서재에도 잘 안 나오시는 것 보면...^^
난티나무님, 어어 저 구절은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인데......
마태우스님 풍으로 쓴 리뷰거든요.^^

2005-04-19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의 왈,, "우야꼬"~ 를 상상합니다..ㅋㅋ

로드무비 2005-04-1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님 선물이 방금 왔어요.
자랑해도 되죠?
그리고 다치바나 다카시 왜 서평단 책 신청 안했어요?

비로그인 2005-04-20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생충의 변명]..불후의 명작이죠..녜,녜..ㅡㅡa

로드무비 2005-04-2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와락=3 너무 반가워요.
어디 갔다 이제 오셨어요? 잉잉.
 
우일우화 - 이우일의 만화상자
이우일 지음 / 사회평론 / 2001년 7월
절판


도날드닭과 노빈손, 딸기와 쌈지 캐릭터의 주인공 만화가 이우일의 장난감 같은 책구경 해보실랍니까?(참고로 절판이랍니다.) 꽤 튼실한 상자에 담겨 있었는데 산 지 4년쯤 되다보니 분실했답니다.

책 맨 앞에 실린 사진. 머리에 예쁜 두건을 쓰고 다니는 이우일 씨를 두 번쯤 구경(?)한 일이 있습니다. 교보에서 열린 저자 사인회에서......아주 훤칠하고 서글서글 잘생긴 청년이더군요. 마이 도러와 나이가 같은 딸래미 은서와 역시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는 아내 선현경 씨와 아기자기하게 사는 모습은 <가족관찰기>(선현경 저)에 나와 있습니다.(물론 저자 사인 받았습니다.^^)

목차도 독특하죠? 사회평론에서 나온 책인데 책을 처음 받아들고 이게 그 출판사에서 나온 게 맞나 해서 확인들어갔다는 것 아닙니까.(클릭해서 큰 그림으로 보셔도 됩니다.)

가끔씩 나자신이 만화가이면서도 '만화가들은 어떤 만화를 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들을 공개한답니다. <멋지다 마사루> <미녀는 괴로워> 그런데 <스쿨 이즈 핼>이란 영문 카툰북도 보이네요.

이우일은 1993년도에 자비출판으로 <빨간 스타킹의 반란>을 펴낸 적이 있답니다. 그의 명랑엽기만화풍을 좋아합니다. 환장할 정도로......

책 중간 중간 무엇이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엽서와 스티커와 무슨 용도에 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귀엽고 앙증맞은 것들......한동안 마음에 드는 그의 스티커를 한 장 떼서 대문짝만하게 핸드폰에 붙여 다닌 일도 있었죠.(스티커 빈자리 보이시죠?)

저 가방 너무 예쁘지 않아요? 담배 문 자태도 예쁘고요. 저런 배낭을 메고 어디 멀리 발 닿는 대로 떠나고 싶은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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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5-04-1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로드무비님 고르시는 책이나 인형들처럼 귀여운 얼굴이신 거죠? 갑자기 너무 궁금해짐... ^^

날개 2005-04-1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건 또 특이한 책이로군요..!^^

로드무비 2005-04-1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안님, 저 하나도 안 귀여워요. 오해하시는 분이 많아
꼭 제가 사기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리고 이안 님, 오늘 저와 딱 마주쳤으니 제 이벤트 참여해 주세요. 꼭이요.^^
날개님, 그렇죠?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서 꺼냈더니 반응이 좋네요. 랄랄라~~~

릴케 현상 2005-04-1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잘 접수했습니다.아껴 읽겠습니다^^로봇접기는 제가 시범으로 접어서 조카들에게 유해한지 어떤지를 테스트해 보겠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음 / 이레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강화도에서 혼자 살고 있는 집엔 빨간 양철지붕으로 된 안채와 파란 양철지붕을 인 행랑채가 있고 흰 슬레이트를 얹은 화장실이 있다. 나는 이를 자금성, 청와대, 백악관이라고 부른다.(128쪽)

보일러 기름이 떨어지면 뒷산에 올라 직접 나무를 해다가 때고, 마니산에서 두릅을 따다 뒤꼍의 부추를 뜯어 넣어 비빔밥을 해먹고 혼자 사는 시인이 있다. 아니 참, 속이 허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면 날계란도 하나 톡 깨어 먹는다지. 동리 사람이랑 바닷가에 나가 그물을 던져 숭어를 잡기도 하고.

동네의 다른 집들엔 제비가 집을 지었는데 시인의 집엔 제비가 깃들지 않아 친하게 지내는 후배 여성 시인에게 하루 놀러오라고 전화를 거는 마흔 중반의 시인. 제비가 여성 호르몬 냄새를 맡고 혹시라도 찾아오지 않을까 하여......

'가난과 불우가 그의 생을 할퀴고 지나가도 몸을 다 내어주면서 뒤통수를 긁는 사람'이라고 오래 전 김훈은 시인 함민복을 묘사한 적이 있다. 가난과 불우는 시인의 전유물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함민복은 홀로 사는 늙은 어머니를 고향 이모 집 근처 경로당에 딸린 방에 세들어 살게 하면서도 "어머니 이층집에도 살아보시네요."하고 짐짓 너스레를 떤다. 어머니가 잠시 신세지는 경로당에 딸린 방이 어떤가 구경하러 내려왔다가 고향 사람들 보기 부끄러워 어두워질 때까지 서점에 숨어 있었으면서도...

1990년인가 91년, 그의 원고를 받기 위해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를 걸었을 때 함민복 시인은 버팀목이라는 출판사에 다니고 있었다. 우울 씨가 다니는 출판사 이름이 버팀목이어서 뭔지 안심이 되었다. 내 기억에 의하면 함민복과 유하의 이름은 항상 붙어다녔다. 그런데 당시 내가 헷갈렸던 시인은 진이정과 함민복.  왜 그랬을까? 가난 때문에? 병 때문에?

유하 시인이 동숭동의 무슨 화랑에서 자신이 찍은  '구보 씨의 1일'이라는 단편영화를 처음으로 상영했을 때 나는 친구와 그곳을 찾았다. 영화는 하나도 좋은 줄 모르겠고 아무튼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계단 옆에 유하 시인과 진이정 시인이 함께 서 있었다. 진이정 시인은 아주 시니컬해 보이는 인상이었고 나는 그들을 지나치며 함민복 시인은 어디 있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함민복 시인은 금호동 친구의 집에 꽤 오래 얹혀살았다. 그는 나도 두 다리 세 다리 건너 아는 이였는데 어느 날인가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데 골목 모퉁이에 계란판이 켜켜이 쌓인 자전거가 있어 취한 김에 계란 한 판을 훔쳐가지고 춤을 추듯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아마 그 계란은 함민복 시인의 입에도 들어갔으리라.

어느 날 시인은 돼지 새끼를 직접 받다가 지인의 전화를 받는다. "예, 저는 지금 돼지 새끼를 받고 있거든요. 돼지 자궁 속에 제 손이 들어가 있어요."

개도 키우고 돼지도 기르고 안해본 일이 없는 시인의 퉁퉁하고 넙적한 손이 나는 참 좋았다. 자신이 지하셋방에 사는 게 뭐 그리 큰 수치라고 걸핏하면 지하셋방으로 자신의 가난을 표현하지 못해 안달인 또래 시인들의 희고 긴 손보다 100배나......

그는 시 하나 써주면 국밥 한 그릇 값의 원고료를 받고 자신의 시가 과연 그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의 속을 덥혀줄 수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1996년, 소설을 써주기로 하고 어느 출판사에서 이백만 원을 당겨 받은 시인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그런 거금을 만져본다고 했다.  세상에! 그 돈은 어머니 방 얻는 데 홀랑 들어갔다. 

가난과 불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이 세상 누구보다 해맑고 다정하고 생각이 깊은 시인이다. 그것보다 더 큰 재산이 어디 있는데?

--건축가 이일훈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강의 중 슬라이드를 보는 시간이 있었다. 고건축물에서 현대 최첨단 건축물까지 여러 건축물을 설명하는 도중 느닷없이 한적한 곳에 덩그렇게 서 있는 시골 방앗간 풍경이 떴다. 이 선생님은 잠깐 사이를 두더니 말을 이었다. "나는 이 방앗간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났습니다. 완벽한 건축물을 만났기 때문이죠. 장식이라곤 아무것도 없이 양철지붕만 올려놓았지만, 여기 어디 버릴 게 있습니까, 부족한 게 있습니까?" 가슴이 찡했다. 나도 어느 골목길에선가 그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152쪽)

(나도 이 대목을 읽고 가슴이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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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04-0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좋아하는 작가 공선옥의 신간소식을 보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주말이라 차분한 기분이군요.

책읽기에 적당한 공기가 주위를 휩싸고 돕니다.

행복한 주말 시간이시길 바랍니다.

 


로드무비 2005-04-09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세요?
와, 반가운 소식입니다.
당장 보관함에 집어넣습니다.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제목이 끝내줍니다.^^

릴케 현상 2005-04-0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함민복씨랑 술마셨다고 자랑했었죠

kleinsusun 2005-04-09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홀로 사는 어머니를 경로당에 세들어 살게할 때의 그마음....그 미안한 마음이 생각나서 맘이 아프네요. 시 하나가 국밥 하나 값인데, 국밥처럼 사람들의 속을 덥혀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인. 김점선이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노동자라고 했죠.함민복 시인의 그런 고민이 참 마음에 와닿아요. 또 존경스럽구요.
저도 이 책 읽어볼래요. 로드무비님의 리뷰는 역시 짱!

플레져 2005-04-0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이 왜 시인인가 하면 시인일 수 밖에 없어 시인이래요... ㅎㅎㅎ

로드무비 2005-04-10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시인은 천상 시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시인인 척하는 시인들도 많아요.^^;;;
수선님, 수선님의 댓글은 역시 짱!
스스로를 너무 존경하는 시인은 좀 역겹더라고요.
함민복 씨가 좋은 건 시도 시지만 그 질박한 사는 모습.
수선님 땡스투 누르는 거 잊지 마세요. 책 살 때...ㅎㅎ
산책님, 네. 몇 번 마셨지요. 그런데 제가 그걸 자랑했나요?
자랑할 만하지 않아요?ㅎㅎ

하루(春) 2005-04-1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추비빔밥 맛있는데... 다음엔 두릅도 넣어봐야 겠군요. ^^

잉크냄새 2005-04-1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이 술을 먹고 취하면 주정 또한 시적일까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얼마전 새로나온 그의 시집을 보관함에 담았는데 이 산문집 또한 읽어봐야겠어요.^^

로드무비 2005-04-1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말랑말랑한 힘>이요?
가까이서 본 함 시인은 참으로 얌전하고 수줍음이 많았나이다.
네, 詩的이라면 시적이었습니다.^^

로드무비 2005-04-1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부추비빔밥과 된장찌개 맛있죠?
삼성본관 뒤에 맛있는 집 있는데......

2005-04-11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6-02-2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하게 늦게 와서 읽구 가요. 로드무비님의 리뷰를 읽으니 눈가가 뭉클해지네요. ^^
 
나의 사직동 보림 창작 그림책
한성옥 그림, 김서정 글 / 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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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교회 옆골목 사직동 129번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가 사진과 그림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그 골목과 그 사람들을 한 권의 그림동화책에 담았다.

이 책이야말로 포토리뷰로 올리기에 딱 적합한 책이다. 몇 장의 사진에 내가 어릴 적 살았던 부산시 동래구 연산동 이야기를 풀어넣어도 무리가 없으렷다.

몇 해 전 요절한 문학평론가 이성욱 씨가 브니엘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그의 책을 읽다 알고서 깜짝 놀랐다. 그가 고등학생일 때 나도 단발머리 여학생이었다. 게다가 브니엘고등학교에는 짝사랑하던 남학생 박모 군도 있었으니......
브니엘고등학교는 테니스부로 유명했는데 우리 집이 바로 그 테니스 코트 위 언덕배기에 자리잡고 있어 담장 안으로 날아온 테니스볼을 돌려달라고 까까머리들이 걸핏하면 벨을 눌렀다.
테니스 코치 중 장선생이란 이는 멋장이 여자 택시운전사인 우리 막내고모를 짝사랑하여 퇴근 무렵이면 똥 마려운 강아지모양 우리 집 앞을 서성였다.

'빠마'를 '야매'로 하는 골목.
나도 '빠마'를 '야매'로 한 적이 있다. 나는 항상 짧은 단발 아니면 상고머리였는데 어느 날 친구의 꾐에 빠져 모르는 아줌마의 손에 머리를 맡겼다. 친구의 집, 머리가 완성되는 동안 심심하다고 친구가 김치전을 부쳐왔다. 피어리스 '피어니' 로션과 스킨 산 걸 자랑해대서 뚜껑을 열어 그 향기를 맡아보며 부러워했던 기억. 나는 내 몫의 로션이 없었고 엄마 로션을 아침마다 조금씩 얻어서 발랐다.
내 친구 머리는 근사하게 잘 나왔는데 내 머리는 이상하게 나와 울고 싶었다.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이 '피기'라고 놀렸다.

조그만 책방을 열어놓고 하루종일 책이나 읽으며 간신히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도서대여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비디오 대여점도...... 책이나 비디오를 연체하고 떼먹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지라 내 성격에 그런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언젠가 도서대여점을 하며 만난 사람들에 대해 논픽션 같은 걸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요즘도 신동아에서 논픽션을 공모하는가 모르겠다.

나는 끝내 나만의 방은 가져보지 못했다. 방, 하면 여동생과 함께 쓰던 다락방이 제일 생각난다. 앉은뱅이 책상과 그 위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던 책들. 이중섭의 '달과 까마귀' 나무액자와 루오의 예수님 얼굴 그림을 잡지에서 오려 바람벽에 붙여놓았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분위기 있다고 했던 방. 그 방이 가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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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04-0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니엘고 - 부산의 몇 안되는 남녀공학... 부산 남고생들의 선망과 질투의 대상 (리뷰 댓글이 뭐 이래..)

로드무비 2005-04-0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사직동에 나의 연산동 시절을 써넣었다.
너무너무 재밌다. 님들도 사진 퍼가서 해보시기를......

날개 2005-04-0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다닐때 빠마를 하셨단 말여요? +.+ 사진 남아있는거 혹시 없나요?^^

로드무비 2005-04-0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서림님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는지요?
혹시 고향 까마귄가요?

로드무비 2005-04-0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대학 막 들어가서요.^^

릴케 현상 2005-04-0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니엘이라^^ 우리 누나는 데레사 여고 다녔는데

로드무비 2005-04-0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레사, 오오, 그 자주색 교복.^^

2005-04-06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06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5-04-0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데레사 나온 여자와 사귄 적이 있어요

로드무비 2005-04-0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거기가 가톨릭 계통인데 교복이 자줏빛이었어요.
언제 연애하셨는데요? 궁금.^^

숨은아이 2005-04-0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분위기 있는 글... /전 교복을 입어보지 못했는데, 제가 다니던 여고의 옛날 교복과 지금 교복도 자주색이에요. 자주색으로 교복을 입는 신기한 학교가 부산에도 있군요. ^^

로드무비 2005-04-06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 있는 글 알아보는 숨은아이님.^^

하루(春) 2005-04-0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참 멋지구리합니다. 사진보다는 님의 글이 더 제 눈에 꽂혀서 떠나기 싫어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4-0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추천해요. 빠마를 야매로 하는 골목, 가보고 싶어요. 전 백조미용실이라는 허름한 곳에서 늘 머리를 맡겼더랬죠. ㅎㅎㅎ

icaru 2005-04-07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나 비디오를 연체하고 떼먹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지라 내 성격에 그런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ㅎㅎ...

로드무비 2005-04-0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조미용실은 동네 골목마다 하나씩 있지요.
이안님, 추천 고마워요.
하루님도 멋지구리한 댓글 감사.^^
복순이 언니님, 속에 천불나서 저 장사는 못해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새벽별님, 거기가 어딘데요? 자주색교복?

플레져 2005-04-0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참 부지런하십니다. 저는 요새 리뷰와 담쌓고 사는데...^^ 저두 추천할거에요~~

로드무비 2005-04-0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저도 요즘 포토리뷰나 설렁설렁 올려요.
2,30분이면 되거든요.^^

balmas 2005-04-08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똥 마려운 강아지모양 우리 집 앞을 서성였다."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추천 하나~~

로드무비 2005-04-0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언제나 추천에 후하신 분.
그런데 님도 똥마려운 강아지 꼴로 어느 집 대문 앞을 서성인 적이 있으신가요?
그래보지 않은 인간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로드무비^^
 
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절판


사진은 내게 삶이 뭐냐고 물어온다.

2003. 네팔 카트만두의 몽키사원에서
몸과 몸 사이의 거리. 기도와 기도 사이의 거리. 신과 인간 사이의 거리. 그 사이사이의 맨발들.

"프로는 사진을 자랑하고, 아마추어는 카메라를 자랑한다."는 말이 있다. 당신은 무엇을 자랑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신의 수중에 있는 카메라이다.

2003. 몽고 울란바토르 가는 길.
(저 간이매점에서 담배 한 갑 혹은 과자 한 봉지 사고 싶다- 로드무비)

2003. 몽골 아르바이헤르 가는 길.

한눈에 내가 반한 아저씨. 이 책을 선물받았을 때 제일 먼저 이 사진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적당한 통속, 적당한 허풍, 적당한 바람기를 모두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얼굴. 그리하여 인간에 대한 제대로의 이해까지......

2003. 인도 캘커타 시장.

남루하고 어슴푸레한 골목 풍경에 이상하게 가슴이 에인다. 저 지붕들, 저 창문들, 저 빨래들, 그리고 저 찌그러진 가로등......며칠 전 페이퍼로도 올린 사진이다.

2003. 범어사.

이 책을 쓴 사진작가 김홍희는 정말 카메라로 시를 쓰는 시인인가보다. 그가 사진으로 소개하는 내 고향 부산 곳곳의 풍경은 내가 처음 보는 풍경들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모두 가보았던 곳. 부산 수영공원 푸조나무나 성지곡수원지의 나무와 물을 보고는 기절할 뻔했다. 그곳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는 골목과 멋진 풍경 사진들과 곁들인 진솔한 에세이들. 좋은 사진을 어떻게 찍는가 하는 간략한 해설까지 첨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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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04-0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무비님!...저를 자꾸 자극하시는군요..ㅡ.ㅡ;;
맨마지막 사진....전 저 사진에 반해버렸어요....ㅠ.ㅠ

로드무비 2005-04-03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장의 사진을 더 올리면 좋았겠지만 책을 사보실
분들을 위하여 자제했답니다.
책읽는 나무님, 저도 저 사진 무지 마음에 들어요.
추천 고맙습니다.^^

하루(春) 2005-04-0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더 캘커타 시장과 범어사 좋군요. 이따 나갈 건데, 구경해야 겠어요.

플레져 2005-04-0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좋은 사진기 만큼 멋진 풍경을 잡아내는 시선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시선이 없다면 그 어떤 카메라라해도 소용없겠지요...

날개 2005-04-0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왠지 첫번째 사진이 맘에 듭니다..^^*

로드무비 2005-04-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저도 저 사진 좋아요. 함께 실린 짧은 글도...^^
플레져님, 작가가 그 이야길 여러 번 해요 책 속에서...^^
하루님, 범어사...비오는 아침 범어사, 언젠가 참 좋았어요.^^

2005-04-04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5-04-0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가서 충동적으로 사려고 했는데, 책이 없었어요!
아마 로드무비님께 땡스투해야 하는거여서 그랬나봐요. (근데 너무하지 않나요? 조선희 사진작가의 책도 없더라구요!!)

로드무비 2005-04-0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사진집은 참 좋은데 책값이 비싸서 말이죠.
누가 님께 선물했으면 좋으련만......
(알라딘 서재활동하면서 머리가 점점 벗겨지고 있음^^;)

2005-04-05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5-03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좋아하는 녀석에게.. 선물해주면 좋을까요?? 어떤 책이 좋은지, 이 책은 또 어떤지 전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