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1호 1
무라카미 카츠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모든 약속을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당돌하기 짝이 없는 여자아이와 노메이크업이라는 화장을 한 매력적인 여자아이를 만났다. 유키와 치코.

치코와 어릴 때부터 옆집에 살며 형제처럼 지내던 우에다란 남자아이는 치코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여 지금 또 바로 옆집을 얻어 자취하고 있는데 꼬맹이 때부터 친구였던 치코가 여자로 보일 리 없다.  그는 독특하게도 어릴 때부터 '사유리'라는 이름을 지어놓고(사실은 치코가 지어줬다. 그녀는 우에다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다)  상상 속의 그녀와 섹스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어느 날, 현실 속에서 사유리를 만나버렸다. '해양모험동호회'라는 자신이 회장을 맡아하는 서클에 상상 속의 사유리와 똑같은 미모의 유키가 들어온 것이다. 모든 남학생들의 시선은 유키에게 가 꽂히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성을 타고난 것을 부끄러워하는 듯한 털털하고 씩씩한 치코와,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남자아이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내팽개치는 유키는 우리가  주위에서 언젠가 한 번씩은 만났음직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유키는 처음부터 아예 어떤 사람에게도 호기심이나 기대를 품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 인간으로 보인다.

이 책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어쩌고 하는 스토리 전개보다는 세 명의 주인공들의 마음속의 말, 서로가 서로에게 내뱉는 말들의 파워가 엄청나다. 이미 예전에 청춘을 졸업했다고 믿고 있는 나조차도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에 흠칫흠칫 놀랄 정도이니.

같은 여성들끼리의 상대 간파하기는 무당의 손에 들린 무엇처럼 으시시하고 무시무시한 데가 있다. 가령 자신에게 반한 게 틀림없는 우에다랑 당분간 좀 어울려볼까 하는 유키는 우에다와 항상 함께여서 신경쓰이는 치코 선배를 친구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시원시원하다고 동성에게 굉장히 인기있는 선배인데, 내가 볼 땐 그런 부류의 자연스러움은 부자연스런 거나 똑같거든. 예를 들어 남자 앞에서 말투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중, 약간은 행동이 부드럽게 변하는 쪽이 자연스럽잖아. 오히려 조금도 변하지 않는 쪽이 부자연스러운 거 아니니?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거잖아!...내 생각에 그 선배는 '노메이크'라는 화장을 하고 있어.

도대체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것 같은 우에다란 남자아이도 첫 데이트 약속을 잡고 유키의 매력을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할 줄 안다.

--유키는 남자에게 인생에서 첫 데이트를 체험시켜 주는 여자다.  신중하게 입고 갈 옷을 고르고 신중하게 식당을 찾아두고...그런 식으로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되어 있는 자신이 좋아서...이런 순간은 인생에서 여러 번 있어도 좋다. 아낌없이 멋을 부리자. 그 순간을 위해 남자는 태어났다.

치코는 우에다를 마음속으로 좋아하지만 유키를 비난하는 친구들의 대화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두둔해 주는 편이다. 그런 그녀의 어느 날 독백은 어떤가!

--언제나, 나는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 미워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오래 전 그 누구에겐가 치코의 마음을 품은 적이 있었다.  분명히...

이 만화를 읽으면서 우스울 정도로 몰입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나이만 잔뜩 먹었지 어린아이 같다고, 미숙하다고 불안하게 생각하는 이들,  이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 노선이 명쾌하지 않아 마음이 어지러운 청춘들이 일독하면 참 좋을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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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5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5-0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고 어떻게 리뷰를 써야하나 고민하다가 패스해버렸는데, 어찌 이리 멋지게 잘 쓰셨나요? 네.. 전부 제가 하고 싶던 말들이예요~~!

하루(春) 2005-05-05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짜리군요. 제가 읽어도 되겠죠? 2권짜리라 마음에 드네요. ^^

로드무비 2005-05-0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이거 2권에서 끝난 거 아닌데요?
계속 나올지 3권에서 완결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밌어요.
소장용 만화로 강추!^^
날개님, 그냥 쉽게쉽게 썼어요. 떠오르는 대로.
리뷰 안 쓰고 넘어가는 게 아쉬운 책이라......^^
속삭이신 님,
그럴 줄 알았어요.(뭐가?ㅎㅎ)
우리 나중에 실시간 리플로 본격적인(?) 얘기 좀 나눠보아요. 추천 고맙고요.^^

하루(春) 2005-05-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그렇군요.. --;

플레져 2005-05-0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에 대한 노선은 확실한데 그 외에 것이 어지러운 사람이 읽어도 되겠지요? ^^
호기심 자극하는 리뷰여요...!

로드무비 2005-05-07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이 책 재밌어요. 님도 좋아하실 듯.^^
하루님, 님 책(생존) 반납할 때 이 책 빌려드릴까요?^^
 
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
크리스치안 슈트리히 지음, 김재혁 옮김, 타치아나 하우프트만 그림 / 현대문학 / 2005년 4월
품절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민담을 두 번에 걸쳐 두 가지 방식으로 읽게 된다. 첫번째는 어릴 적에, 온갖 다채롭고 생생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세계가 진짜라는 믿음을 가지고 소박하게 읽는 것이고, 그 다음엔 훨씬 어른이 되어서 그 이야기들이 모두 꾸며낸 것이라는 점을 뚜렷이 의식하면서 읽는 것이다.(슈테판 츠바이크)

'백파이프 부는 꼬마'(아일랜드 민담)
--지금으로부터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어느 시절에 티퍼레리 백작령 근처에 한 성실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 플라니건과 쥬디 멀든이었다.

나는 이렇게 구체적인 지명과 이름을 부여해 주는 것이 좋다. 어느 아저씨와 아줌마, 혹은 어느 부부 그런 걸로는 뭔가 양에 차지 않는다. 작중 인물이 고유한 이름을 부여받음으로써 리얼리티가 획득된다고 믿는다. 아무리 동화나 민담이라도...

--네 명의 아이 중 셋째의 경우는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그 아이는 하느님이 이 세상에서 생명을 준 존재들 중에서 가장 초라하고 가장 혐오스럽고 가장 못생긴 괴물딱지였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고 있다는 천재적인 작가 타트야나 하우프트만이 5년여에 걸쳐 그렸다는 일러스트와 컷. 책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베네치아 총독의 보물창고에 들어간 도둑들'(이탈리아 민담)
--고색창연한 도시 베네치아에 한 총독이 살았다. 그 사람은 부유하고 현명한 사람으로서 매사에 조심스러웠고 지혜로웠다. 그의 이름은 발레리아노로 바초노 아체타니의 아들이었다.

제법 깊고 푸른 밤의 색감이 잘 나타나 있다.

'파랑새' (돌느와 부인)
--옛날에 돈과 재산이 아주 많은 왕이 살았다. 아내가 세상을 뜨자 그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일주일 내내 조그만 방에 처박혀 벽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역시 두 번째 왕비는 간악하여 자신이 데리고 온 못생긴 딸만 예뻐하고 전 왕비의 딸 꽃님이는 구박을 일삼는다. 꽃님이니 사랑 왕자니 이름이 우리 식으로 바뀌어진 것은 꽤 흥미롭다만...

그림동화와 안데르손의 동화가 몇 편인가 세어봤더니 30여 편으로 전체 100편 중 30프로를 차지한다.
그러나 언뜻 봐도 처음 보는 제목의 동화나 민담이 많아 앞으로의 독서가 기대되는데 아이들보다는 어른을 위해 나온 책같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책에 실린 대표적인 일러스트들이 수록된, 출판사에서 독자들을 위해 사은품으로 마련한 노트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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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5-0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사셨어요? 무,무려 5만원이 넘는...

로드무비 2005-05-0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이벤트 해서 4만 몇천원 돈.
망설이다 질러버렸어요.^^

nemuko 2005-05-0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비싸서 눈만 꿈뻑거리고 있었는데 사셨군요...^^

릴케 현상 2005-05-0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사야겠다(영수증끊고^^)

하이드 2005-05-0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원서(독일)를 살까 번역본을 살까 엄청고민중입니다 -_-;;

panda78 2005-05-0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잊어먹구 있었는데.... 불을 지르시는군요... 크흑..

숨은아이 2005-05-0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생일 선물로 이 책 받기로 했습니다. 크하하!

인터라겐 2005-05-0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1년 지나면 기본 20%는 하겠지요? 헉 그래도 비싸다....

icaru 2005-05-0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페이지 수도 만만치는 않지만...가격이 헉!
근데...참 예쁘네요...저런 아기자기한 그림이 나오는 책이 좋더라고요..가격은 아기자기하지가 않지만...

로드무비 2005-05-0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요런 거 한 권 있으면 폼 나겠다 싶어서요.ㅎㅎ
하루에 두세 편씩 자기 전에 읽는다든가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인터라겐님, 그렇겠지요?^^
숨은아이님, 생일이 혹시 오늘 아니에요?
페이퍼에서 며칠 전 본 것 같은데?
선물로 받으면 정말 기분좋을 거예요.^^
판다님, 전 어제 님 소장 미술책 리스트 보고 입이 딱 벌어졌는데요, 뭐.^^
미스 하이드님, 원서를 소화하신다면 원서로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산책님, 영수증 꼭 끊으시기를......^^
네무코님, 님도 눈 딱 감고 질러버리세요.
5천 원 쿠폰 줄 때...^^

하이드 2005-05-02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오늘 당장 질러야지요. ^^; 헤헤~

로드무비 2005-05-0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되게 화끈하시구나.
멋져요.^^

어룸 2005-05-0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 이것이 바로 그!! >.<
지름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슴당...으으으...

로드무비 2005-05-0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큰일났어요.
님때문에 이동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두근두근)
그리고...지름신의 유혹과 한번 정면대결해 보시죠?ㅎㅎ

날개 2005-05-0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거 포토리뷰 올라오길 손꼽아 기다렸어요..!!@.@ 책이 굉장히 두꺼울것 같은데, 좀 더 찍어 올려주시지....

바람돌이 2005-05-02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어떡하나
사고 싶어 미치겠네...
며칠전에 누군가 북해의 별 애장판 나온거 자랑해서 그것도 사야되는데....헉!!!!

하이드 2005-05-03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실물 봤는데 , 생각보다는 안 두껍고, 크기는 생각보다 크더군요.

하루(春) 2005-05-03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실물 보고 싶어요. 이리도 비싼 동화책을 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심히 땡깁니다. 특히 그림..

로드무비 2005-05-0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컬러 그림이 생각만큼 아주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전 만족합니다.
하이드님, 그렇죠?
저울에 달아봤더니 2.5킬로그램이더구만요.^^
바람돌이님, 둘 다 사버리세요.^^
날개님, 이거 나중에 빌려드릴까요?
비싼 책 사서 포토리뷰 올렸더니 제 심정을 아시고 추천을 많이 눌러주셨군요.
고맙습니다아.^^

아영엄마 2005-05-03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로드무비님, 이 책 사셨군요. 미스 하이드님은 원서로...@@

로자 2005-05-0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죠? 언제나 열심히 맛깔나게 사시는군요.
가격때문에 망설이고 있던 책인데 로드무비님 포토리뷰
보니까 마음이 동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날개 2005-05-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주시면 감사히지요!! 헤헤~ ^_________^

로드무비 2005-05-0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수첩에 적어놓을게요.^^
로자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요즘 많이 바쁘신가요?^^
아영엄마님이야말로 이 책을 손에 넣으셔야 하는데......

바람돌이 2005-05-0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질러버렸음다. 너무 맘에 들어요. 아이는 관심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제가 보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에...
근데 들고 읽기 너무 무거워요. 이리도 무식한 무게가...연약한(?) 저에게 너무 과한 무게군요. 쩝

로드무비 2005-05-1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님 덕분에 530원이 들어왔습니다. 헤헤.
책이 너무 무겁죠?
그래도 좋아요.^^
 
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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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요일 밤에 하는 텔레비전 모 시사 프로를 보다가 불끈불끈 치솟는 울화를 참기가 힘들었다. 고급 민영 아파트와 바로 이웃한 임대 아파트 주민 사이의 반목과 갈등을 다루었는데 임대 아파트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자기 아파트 앞을 지나지 못하도록 민영 아파트 주민들이 돈을 모아 담을 만들어 막아버린 것이다. 갑자기 가장 가까운 단거리 통학 코스를 잃어버린 임대 아파트 아이들은 바쁜 통학 시간 어찌어찌 뚫린 개구멍인가를 통하여 뛰어넘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여 그 아파트 앞을 통과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막 화가 치솟았다.

가난도 보면 상대적인 가난이 있고 절대적인 가난이 있다. 인간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조금 엉뚱한 예지만 마이 도러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우리 부부는 키작은 아이가 1,2,3,4번 말고 제발 5번 정도만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2번이라고 자랑을 했는데 알고봤더니 1번은 왜소증 아이였다. 그 사실을 알고나서 우리 부부는 아이의 키가 작아서 큰일이라느니 하는 말은 되도록이면 입에 올리지 않는다. 

가난도 그런 것이 아닐까? 가끔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끔찍한 사고로 드러나는 어떤 참혹한 가난 앞에서 평소 쓸 돈이 없다고  징징대던 우리들은 할 말을 잃는다. 오늘 읽은 공선옥의 연작소설  <<유랑가족>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이 작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가난한 사람들 혹은 밑바닥 인생에 대한 일관된 관심과 천착으로, 여배우를 능가하는 세련된 화장과 차림으로 문화의 세례를 흠뻑 받으며 고독이니 허무니 사랑이니 입만 열면 나불대는 몇몇 여성작가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의 다섯 편의 연작소설들은 모자이크식 구성으로 등장인물들을 스치게 하고 엇갈리게 하고 또 결정적으로 만나게 한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한'이 그 모자이크 속의 중심인물로 그가 어느 사보에 실을 사진을 찍으러 간 시골에서 만난 아이들과 주민들 그리고 꾀죄죄한 그 사돈의 팔촌들이 주인공이다. 한  시골 마을로 시집 온 조선족 여인의 꾐에 빠져 서울로 도망간 여인, 아내를 찾아 상경하여 공사판을 떠도는 남자, 그 조선족 여인의 기구한 사연, 쫓고 쫓기는 그들이 떠도는 가리봉동 노래방과 여인숙과 싸구려 식당 풍경......'가리베가스'라는 웃기는 이름의 초라한 환락가.

특별한 개성을 부여받지 못한 인물들의 인생은 하나같이 엉망으로 꼬여 있고 남자건 여자건 늙었건 젊었건 그들이 툭하면 내뱉는 말은 낮이고 밤이고 "에이, 술이나 한잔하자!"이다.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착하고 조금 더 성실하다고 해서 달라질 인생이 아니다. 그것만큼 사람을 절망하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용을 써봤자 뛰어봤자 벼룩인 인생이라니! 이 세상에서 가족이나 친구가 가장 소중하다는 이데올로기도 이들 앞에서는 무색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내가 죽겠는걸. 어떻게 입에 풀칠을 하느냐의 문제로......

왜 인생은 밑바닥을 힘겹게 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우려했던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일까? 그런데 어쩌면 소설뿐만 아니라 사실이 그렇지 않나?

"어디서들 오셨습니까?"

"천지사방 헤매는 자들이올시다."

"지금은 어디로 가시는데요?"

"천지사방 헤매어봐도 우리가 살 땅 한 뼘을 찾지 못했소이다. 카아, 허면 바다는 우리를 받아줄까 하여 지금 그 바다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던 참인데 차가 멈춰버리네여,  껄껄."(250쪽)

<유랑가족>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도 이렇게  꽤나 서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하나같이 거칠고 신산스럽기 짝이 없는 주인공들의 삶의 풍경보다  '한 '의 예전 직장(잡지사)  동료로서 지금은 신문사 기자로 대학 강단에도 서고 한다는 '정'이라는 인간이 보여주는 꼬락서니가 제일 인상깊었다. 할머니마저 죽어 고아가 돼버린 소녀 영주의 친척을 찾아주기 위해 나선 길,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찾아갔더니 우국지사연하면서 온갖 똥폼 다 잡고 술을 마시는데......한의 눈에 들어온  고급가죽소파랑, 골프채 가방이랑, 조기유학 보낸 자식 사진......

모두가 그런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임대 아파트 아이들이 못 지나다니게 담으로 막아버린 민영 아파트 주민들 중에도 분명 그런 놈과, 또  백화점 문화센터에 나가 수필 강좌를 듣는 것이 자부심이라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한자리에 모인 이웃 주민들을 눈아래로 내려보며 떠들지만 사실 쓰레기도 분리하지 않고 몰래 내놓는  샘밭아파트 605호 여인 같은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하나도 흥분하지 않고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고 빠안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이 작가의 균형감각이 꽤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소개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죄인처럼 살아간다. (...) 나는 가난한 작가일 뿐. 가난하여 이 땅 어디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도는 유랑민처럼 나 또한 가난한 유랑작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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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4-24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장 찍고 갑니다,,

Phantomlady 2005-04-24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이란 작가 어쩌면 이리도 징글징글한 지.. 마음이 가난한 작가도 죄인처럼 살아가는 거겠죠.. 추천 누르고 갑니다..

클리오 2005-04-2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체 리뷰 내용과 관계없이 키 작은 이의 비애만을 구구절절이 느끼면서, 키 순서대로 번호를 정하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흔적만을 남기는 뜬금없는, 밤입니다..!! --;;

2005-04-24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4-2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읽으셨군요. 사려고 보관함에 넣어 두었는데, 살 때 님께 땡스 투 할게요. 공선옥 책은 제가 거의 다 읽었죠 아마. 이 책도 예전과 비슷한 풍인 것 같네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소설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2005-04-25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2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혹하는 리뷰임다...;;; 결국 보관함에 넣어요~^^;;

깍두기 2005-04-2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의 소설을 하나도 읽지 않은 제가 무지 죄스러워지네요. 꼭 사서 읽을게요.
(아파트의 그 미친 것들은 저도 아주 꼴보기 싫었어요)

바람돌이 2005-04-2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나온 공선옥의 책, 어떨까 궁금했는데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같은 공씨인데 공지영과 공선옥은 어찌나 다른지.....나는 공선옥편.

urblue 2005-04-2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이뉴스에 공선옥씨 기사가 실렸더군요.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걸, 다른 여성 작가들과 다르다는 걸 몰랐습니다.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로드무비 2005-04-2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의 글들을 좋아해요. 소설도 산문도......
추천해 주시고, 또 댓글 남겨주신 분들 고맙습니다.(_ _)

인터라겐 2005-04-2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에 길을 나서다가 공선옥님과 만난 첫번째 글이었어요.. 표지의 투박한 할머니 손처럼 공선옥님의 글은 웬지...밑으로 가라앉을것만 같아요...

하루(春) 2005-04-2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 전 이 분의 이름.. 처음 봅니다. 공옥진님과 이름 비슷하네요. 다음 말은 생략할게요. ^^;

로드무비 2005-04-2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그래도 이상하게 공선옥 책을 읽고나면 이상하게 힘이 나요. 저는...^^
하루님, 이 사람 소설들 좋아요. 산문집 <마흔에 길을 나서다>도 괜찮고...
공옥진...ㅎㅎㅎㅎㅎ

비로그인 2005-04-2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 책 읽으셨어요? 크아..저, 공선옥 좋아해요! 건조하지만 담담하게 현실을 서술한 공선옥의 작품들..좋죠. 로드무비님이 리뷰를 잘 써주셔서 더 신뢰가 가요. 물론 땡스투, 직격탄으로 날립니다!

로드무비 2005-04-27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님도 공선옥 작가 좋아하실 줄 알았네요, 뭐.^^
직격탄 땡스투도 고마워요.^^

플레져 2005-04-2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의 생과 소설을 축복합니다.
로드무비님과 공선옥은 조금 닮은데도 있는 것 같아요.
공선옥은 털털하게 보여주고, 로드무비님은 애교스럽게 보여준다는것...
공통점은 두 사람 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때때로 눈물 흘리게 한다는 것...

로드무비 2005-04-2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런 칭찬을 해주시다니! 헤헤.^^
저야 뭐 사실 입만 나불대는 엉터리죠.^^;;;

2005-04-28 0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 2005-04-2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작가에 대한 리뷰만 세 편을 읽었어요. 산문집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눈물과 흥분, 분노, 신랄함..... 덕분에 공선옥을 만날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5-04-2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 몽상님, 오랜만이에요.
물만두님이 산문집 앞에 읽고 울었다 하시더니 벌써 리뷰 올리셨나보죠?
아무튼 전 이 작가 글은 좋아해서 모두 읽어요.
우울과 몽상님도 그녀를 즐겁게 만나게 되시길.^^

비로그인 2005-04-2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야지, 봐야지 하는데, 보기가 두려워요. 아무래도 사는 게 거짓말 같을때, 때문에 그런 것 같고, 로드무비님 리뷰 때문에도 그렇지요. 이거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로드무비 2005-04-2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가벼운 마음으로 보셔도 되는데요.(정말.)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저도 주문했어요.^^

실비 2005-05-0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기회되면 한번 읽어볼려구여^^

로드무비 2005-05-1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고맙습니다.^^
 
뽈랄라 대행진
현태준 지음 / 안그라픽스 / 2001년 9월
절판


두꺼운 누런 마분지에 직접 쓰고 그려서 묶은 듯한 표지가 정겹다.

저자 현태준의 인생철학인 듯.
1.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2.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3. 아무리 급해도 뛰지 않는다.

흐흐, 저 비장한 뒷모습을 보라.

행복한 가정 꾸미기 운동 포스터 -- 매월 18일은 바람 피는 날
대낮에 키쓰하여 밝은 사회 이룩하자 (불건전 키쓰방지협회)

외로운 영희와 불쌍한 철수의 옷 갈아입히기.
(미성년자는 클릭해서 읽지 마세요.)

'읽거나 말거나' 영희와 철수와의 인터뷰가 재미있다.

--아저씨, 꿈 깨세요.
왜 사람이 그 모양이에요?

--아줌마, 꿈 깨세요. 사람이 왜 그 모양이에요?(환청^^;;)

저자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다는 인형. 몇 년 전 신설동 무슨 문방구에서 2500원 주고 샀다는데 정말 깜찍하고 예쁘다.

희망 -- 영희야, 망가질꺼니?

땀에 흠뻑 젖은 등판, 나달나달한 티셔츠의 늘어진 목 부근, 터져나가는 청바지 차림으로 쪼그리고 앉아 무얼 그리 깊이 생각하시는지?

아저씨의 흘러간 보물 대공개~~

중3 겨울방학 때 친한 친구에게 받은 직접 그린 성탄카드, 캔디만화책, 그 옛날 100원 주고 샀던 컨닝 겸용 포켓단어장......그것이 잡동사니인가 보물인가는 순전히 그것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 마음에 달려 있을 터. 나는 그의 컬렉션이 무지 마음에 든다.


현태준의 알몸 그대로의 솔직함을 보면 "뭐 이런 생쑈를 공개적으로 하나?"하면서 헛기침을 하게 된다....그의 왕성한 도착증(?)은 우리의 음식, 포르노물, 장난감, 만화, 누추한 골목문화로 끝없이 펼쳐진다.
--김민수(디자인 문화비평 편집인)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이 책, 유쾌하고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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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05-04-2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티비에 이 사람 나온 거 봤는데... 굉장히 엉뚱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진중한 면도 많더라구요. 암튼 이렇게 재미나게 사는 사람 부러워요...

인터라겐 2005-04-2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미나게 사시는 분 이야기네요... 버릴것 안버릴것 구분못하는 제게 좋은 모델이 될것같아요... 촌스럽다고 버렸던것들이 이렇게 다 추억 이란 이름으로 기억된다는게 좋아요.. 안버리고 살면 일이 잘 안풀린다는 책을 보고 나선 싹 쓸어버린걸 후회하고 있어요...흑~

icaru 2005-04-2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저 인형 아가씨 진짜 이뿐데요오~~~

인터라겐 님 혹시...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이라는 책 읽으신거 아닌지용^^?

플레져 2005-04-21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저 인형이랑 꼭 닮은 흑인 인형을 갖고 있었어요.
이름은 꽃네라고...안경까지 걸치고 있었는데...
저 요염한 다리라니~ 버리는게 다 좋기만 한 건 아닌가봐요.
누구는 책까지 내니 말여요...ㅎㅎ

2005-04-21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포토리뷰는 왜 추천수가 얼마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다 함께 재밌자고 하는 장사인데, 쩝.;;
추천 둘 중 한 개는 님이 쏘신 거죠?^^
꽃네...아, 아깝네요. 왜 버리셨대요? 흑.
복순이 언니님, 저 인형 정말 예쁘죠?
저도 허름한 문방구 그냥 못 지나치는 사람인데, 쟤 꼭 갖고 싶네요.^^
(그리고 그런 제목 책이 정말 있어요?)
인터라겐님, 남이 모아놓은 거 보니까 부럽죠?
저도 부럽긴 한데 저이 집에서 살고싶진 않아요.(누가 살라고 했나?;;)
스노드롭님,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여행기 읽으셨죠?
저도 보관함에 넣어놨어요.
알고보니 이 아저씨 아내와 함께 지식공작소라는 장난감 가게도 했다네요?
저도 그곳에서 병뚜껑 부로치 산 적 있어요.^^

날개 2005-04-21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참..^^;;

stella.K 2005-04-2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재밌을 것 같아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4-2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포토리뷰 짱입니다. 정말 너무 재미있어요! ^^
그러게 이런 쌩쑈를 공개적으로 하니 책이 만들어지네요.

로드무비 2005-04-2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책을 보면 음, 이건 포토리뷰닷! 하는 책이 있어요.
이 책 재미있겠죠?ㅎㅎ
그나저나 추천수가 많아서 흡족하네요. 감사.^^

2005-04-23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리고 구멍가게가 생기기 전에는?
이흥재 사진, 안도현 글 / 실천문학사 / 2000년 2월
품절


1990년 운봉장.

장날 한 귀퉁이에서 주막집을 하는 할머니. 은쌍가락지를 낀 굵은 손마디, 갈망하는 듯한 눈빛이 무엇보다도 강한 흡인력을 느끼게 한다.(151쪽 사진 설명)

이 사진 한 장으로도 나는 책값이 아깝지 않다.
일체의 엄살이 무색해지는 단호하고 엄정한 할머니의 저 눈빛.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보세요!)

1992년 대산장 노가리의 합창.(153쪽 사진 설명)

나는 가끔 삶이 악다구니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저 노가리의 쫙쫙 벌어진 주둥이들을 보라!

1992년 강진장.

겨울 장날 뜨끈뜨끈하고 시원한 국물의 국수 한 그릇과 소주 한잔 주막집의 풍경이 정말 좋다.(154쪽 사진 설명)

나는 뜨거운 김 자욱히 서린 겨울 국밥집 들창문 풍경이라면 평소에도 환장을 한다. 황석영 원작의 <삼포 가는 길>이라는 TV 문학관을 본 이후부터......

1994년 장계장.

할머니 할아버지가 장에 오셨다가 다정하게 앉아서 외식을 하고 있다. 속바지 위로 치마를 걷어올리고 먹는 팥칼국수 한 그릇 맛이 진하다.(155쪽 사진 설명)



1992년 고창 해리장

파,가지, 머우대, 토란대. 고구마순을 직접 벗겨서 팔고 있다. 담배를 입에 문 채 고구마순 다발을 묶고 있는 아주머니.(152쪽 사진 설명)

야채나 채소를 다듬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을 보면 神氣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저 눈부신 프로페셔널리즘이라니!

1996년 강진장.

손님도 없고 점방에서 막걸리 한 병 사다 밥그릇에 막걸리 한 사발 - 좌판을 감싸도는 정이 오일장마다 열리는 강진장의 맛이다.(153쪽 사진 설명)

이흥재의 장날 사진에 시인 안도현이 글을 썼는데 시인이 묘사한 장날 풍경이 뭔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든다. 혹시 시인은 이 장터 사진집에 참가할 때 잠시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은 아닐까?

1996년 임실 강진장.

장을 보고 배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양하다.(134쪽 사진 설명)

강진 공용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내가 알기로 '버스터미널'을 옛날에는 '차부'라고 불렀는데......
아무튼 버스든 기차든 집으로 데려다줄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엔 피로와 설레임이 교차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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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사진 몇 장 더 찍어올릴게요.
포토 리뷰 올리다 보니 없어진 사진이 몇 장 있네요.^^;;;

icaru 2005-04-2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포토 리뷰를 보고 있노라니...

이 책이 생각나는데요....


인터라겐 2005-04-2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가리의 합창...저게 뭔가해서 한참을 봤어요..
이런 옛사진을 보면 자꾸 돌아가고 싶어요...그래도 그땐 정이란게 있었잖아요...제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엔 동네아이들이 나와서 시끌시끌하게 놀았는데 요즘 골목은 너무 삭막해요...

로드무비 2005-04-2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장터는 흥겨워서 좋고, 대형마트는 편해서 좋고......
갈등이에요.^^;
복순이 언니님 그 책 보관함에 집어넣습니다.
재밌을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5-04-2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품절인것이 한스럽네요.
제목도 맘에 들고 노가리의 악다구니도 맘에 들어요.

로드무비 2005-04-20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책 품절이라고 추천도 안 눌러주시고 미워요오.
사진들이 그냥 본문 종이 허름한 상태인데요.
이런 사진들을 호화판으로 찍어 비싸게 받으면 더 웃길 것 같아요.^^

깍두기 2005-04-20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가리 환상!^^

숨은아이 2005-04-2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머니들의 손길을 보면 神氣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는 말씀을 읽고 10개들이 두루마리 휴지 봉지도 머리에 이고 가던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동네에서 보고 정말 놀랍고 존경스러웠어요. ^^

하루(春) 2005-04-20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2년, 1996년 하필... ^^;

바람돌이 2005-04-2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사진들을 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참 먹먹해지네요. 저 속의 풍경들이 옛날 내가 서있던 우리 동네의 모습이기도 하고 사진속의 아줌마들이 내 할머니 엄마의 모습이기도 한데.... 그냥 저런 사진을 보고 '좌판을 감싸는 정' 뭐 이런식으로의 말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어요. 참 힘들게들 살았는데 그걸 지나치게 감상화하는 것 같아서요. 제가 지나치게 삐닥한 걸까요?

불량 2005-04-21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설명의 글보다 로드무비님의 글이 더 땡기네요..(책 다시 만들자!) ^^

내가없는 이 안 2005-04-2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저 풍경 속에 로드무비님이 훌쩍 뛰어들어, 할머니 담뱃재 떨어지겠수, 하실 것만 같은... ^^ 추천이요. ^^

로드무비 2005-04-2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안님 "할머니, 막걸리 한 사발 저도 주세요" 하겠죠 뭐.^^
추천 고맙습니다.^^
불량유전자님, 호호 고마워요.^^
바람돌이님, 그러니까 옛 풍경이나 가난을 너무 미화시키지 말자,
그런 말씀이시죠? 물론입니다.^^
하루님 1992년과 1996년에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궁금.
숨은아이님, 옛날 연탄집 아저씨들 연탄 던지고 받는 것 보면
장난 아니었던 것처럼요.^^
깍두기님, 노가리 무더기 멋지죠?^^

플레져 2005-04-2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포 가는 길... 소설 너무 좋죠?
저 노가리 사진은 끔찍하다 못해 처절하게만 보이네요.
나도 어딘가를 향해 저렇게 입 벌리고 있는 것만 같아요...

dslkjlsd 2006-06-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장날이라는 이름으로 판형이 크게 해서 재출간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