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쉰 살 먹은 총각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다녀왔다. 결혼한 적도 따라서 애를 키워본 적도 사람이 이태원 참사 얘기를 하면서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한다. 내 마음이나 이 분 마음이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면 윤석열은 매번 자신의 발언이 왜곡되었으며 자신의 의도는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한다. 그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부단한 감정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권력자로 살아왔다. 해석하는 독자의 존재를 전혀 고려하지 않기에 의도를 과하게 내세운다.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사람들을 나무란다. 다시 말해, 상호소통의 의지가 없다. 내가 틀렸을 리 없다는 확신으로 가득하다. 주변에서 알아서 해석해주니 제대로 제 생각을 정확하게 옮기기 위해 아등바등 애쓸 필요 없는, 때로는 언제든지 말을 바꿔도 되는, 나아가 '모릅니다'라는 말을 애용해도 되는,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겨우 사과 흉내를 내면서 한 말이 "아무리 '아, 이건 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했더라도, 국민들께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시면 그 비판을 수용하는 게 맞다"였다. 풀어보자면, 나는 여전히 내가 틀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망언은 정치가 된다.    -p.132



누군가의 글을 베끼는 것도, 내 목소리 한번 내는 것도, 이런저런 정성을 기울이며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애쓰는데, 너무 애쓰며 사는구나, 우리는. 아니지, 그들도 애야 쓰지. 참사: 사고, 희생자:사망자. 잔머리 굴리느냐고 얼마나 골치 아프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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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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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내 손으로 심은 파를 밭에서 뽑아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줄기보다 더 실한 뿌리를 차마 버릴 수 없어 깨끗이 씻어 말리기로 한다. 채반에 담아 햇볕에 널다보니 마음이 울컥거린다. 나는 파뿌리가 될 때까지도 살아남았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원어민교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했었다. 2~3주에 한 시간씩 배당된 원어민교사 수업이 처음엔 학생이나 교사에게 호기심과 기대를 자아냈으나 머지않아 영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다. 한국인교사에게는, 원어민교사가 수업을 대신해주니 교실 뒤에 서서 맘 편히 몸 편히 참관하면 그만이었고, 학생들에게는 그저 집중하는 척하면서 적당히 앉아 있으면 되는 부담없는 수업이었다. 게다가 수업은 흥미위주로 각종 게임이나 동영상 등 시험과도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었다. 할로윈이 다가오면 할로윈에 대한 유래 설명보다 할로윈 관련 단어를 찾는 word puzzle 따위를 하면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곤 했다. 새로운 지식을 탐하지 않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할로윈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학교 수업시간에 배우는 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10대 아이들이었다. 간혹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어도 나 같은 고루한 선생은, 남의 나라의 축제에 불과할 뿐 우리와는 거리가 먼 문화라고 설명하면서 배움의 싹을 잘라버렸다. 시니컬과 시크를 넘나드는 건 선생도 학생도 매한가지. 그래서였던가. 인기라고는 없는 교사 생활은 고되기만 했다는.....


그러나 이런 과정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내가 어렸을 때 접했던 크리스마스는 어린 우리에게는 기대를 잔뜩 안고 기다려지는 축제였으나 우리 부모세대에게는 별 관심도 없는 다른 나라 문화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할로윈을 접한 세대는 기념해야할 축제가 되겠으나 그 부모세대는 아이들이 좋아하니 따라가줘야하는 행사가 되었다. 이 낯선 이방의 문화를 전파한 사람들이 원어민교사들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다. 중고등학교 영어교과서는 일정한 틀이 있어서 학년별로 정해진 난이도에 따라 단어의 수와 문법요소를 고려해서 편찬하고 그 범위내에서 가르치게 되어 있는데 그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것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 바로 원어민교사들이 투입된 수업이었고 그것이 알게모르게 허용되었다. 어느새 이 낯선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게다가 노는 것에 굶주린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해방구가 필요했다.


어쨌거나 그게 하나의 흐름이라면 막기는 어렵다. 막기 어렵다면 따라가주면서 잘 안착되도록 보살펴줘야 한다. 그래서 행정안전부라는 것도 만들었는데... 행안부 장관이 누군지도 관심이 없었는데 장관님의 다음 말씀에 급관심이 생겼다.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


아침밥을 먹다가 이상민 장관님의 저 말씀을 듣고 토할 뻔했다. 저 자리에서 고개를 깊이 숙이면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빠져나갈 구멍만 찾는 비루한 모습이라니.... 자리가 목숨보다 귀한 거군요, 당신에게는. 당신들에게는. 나나 당신들이나 까만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도 살아남았는데 젊은 목숨들 사라지는 게 안타깝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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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역량이 잘 숙성된 과일처럼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었구나, 하면서 읽었다. 

잘 익은 한글로 쓰인 소설을 읽는 건 행복이다.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싶었는데 너무 빨리 읽어버렸다. 

허전한 마음에 옛 책을 찾아본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결국 딸의 해방일지이기도 하구나.





1990년 초판본. 하권은 샀던가, 안 샀던가. 저 책을 읽었던가, 안 읽었던가.




저 뒤의 책들을 정리하는 게 나의 해방일지가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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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탄에 삽니다
고은경 외 지음 / 공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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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에서 살고 있는 세 여성의 이야기 중 이연지 씨의 글.


  몇 해 전, 아빠가 부탄에 방문했을 때였다. 여름에 파리가 많아서 신문지를 돌돌 말아 파리를 잡고 있는 아빠를 보며 타시는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해충을 잡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어서 타시의 반응에 그저 웃었는데 "파리는 그렇게 맞아 죽을 때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라는 타시의 말에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아빠와 나는 파리를 죽이지 않고 손으로 잡아서 창문 밖으로 내보내는 법을 배웠다.                                 - 158쪽



*타시: 이 글을 쓴 이연지 씨의 부탄인 남편.


몇 년 전에 참여한 템플스테이가 떠오른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는데 누군가가, 모기나 파리 같은 해충도 생명을 존중해야 하느냐고 지도 스님에게 물었다. 유치한 질문이었지만 나도 내심 궁금하던 차였다. 스님은, " 모기와 파리는 해충인데 굳이 존중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잡아버립니다."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기억은 오래 가는 법. 스님, 부탄에 한번 다녀오셔야겠어요.



티벳이나 부탄 관련 책을 읽으면 이런 소소한 얘기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인도 라다크 지역의 곰파(사원)에서 한겨울을 지내보는 게 소망인데.... 부탄 관련 책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 이 책에서 언급된 부탄 영화 <교실 안의 야크>를 감상했다. 툴툴거리는 초짜 선생님의 성장기(?)쯤 되는데 부탄의 깨끗한 자연환경처럼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탄이니까 가능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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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2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신간 소식에서 보자마자 찜해두었는데, 담번에는 nama님 곰파 체류기(?) 읽을 기회가 있기를, nama님의 소망이 현실화되기를 응원드립니다

nama 2022-10-23 16:11   좋아요 0 | URL
응원을 받으니 언젠가는 실현되리라고 믿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10-23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도 모기가 있어서 조금 전에 전기모기채로 잡았어요.
저는 부탄 가서는 못 살겠네요.^^;
nama님, 잘 지내셨나요.
이번주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나 싶었는데 오늘 다시 바람이 많이 부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nama 2022-10-23 18:22   좋아요 1 | URL
저는 모기매트와 연고 달고 살아요.
평온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얄라알라 2022-10-24 12:19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댓글에 빵 ㅎㅎㅎ˝모기채와 모기매트가 등장하다니 ㅋㅋnama님까지 ㅎ

자이나교인들은 수영을 못한다 (물 속에 있는 작은 생명체를 해할까봐)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부탄에서도 비슷한 세계관 찾아볼 수 있나봐요

nama 2022-10-24 16:50   좋아요 1 | URL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처럼 자이나교, 힌두교, 불교도 뿌리는 같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