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의 맛
신이현 지음, 김연수 그림 / 우리나비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잼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잼 이야기는 두 번 등장한다. 까막까치밥(어떻게 생겼을까?) 잼과 야생 들장미 잼. 까막까치밥 잼을 50병 만들고도 아직 딸 것이 많이 남아있다니 부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50병이라... 식품 저장고엔 잼 병이 300개도 넘는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네 된장만큼 잼을 즐겨 먹는다고 하니 비로소 이해가 된다.


그리고 들장미 열매 잼.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해당화를 많이 닮았다. 



해당화 열매로 잼을 만든다고? 설탕 넣고 졸이면 웬만한 건 잼으로 만들 수 있으니 가능한 얘기고 검색해보니 실제로 해당화 잼이 있다. 생태공원 산책로에 지천으로 줄지어선 해당화와 그 열매가 생각났지만 그건 불가능한 얘기고... 해당화는 향기가 뛰어나서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는데 잼을 만든다면 향이 어떨지 궁금하다. 해당화 술을 조금 담가본 적이 있는데 그 향과 맛이 향기롭다못해 고혹적이었다. 만화 몇 컷에 마음이 이렇게 울렁거릴줄이야.....



대신 내겐 산딸기 잼이 있다. 경사지에 있는 산딸기를 딸 수 없어 남편에게 부탁했더니 비를 맞으며 열심히 가지를 잘라주었다. 고장난 무릎 인대가 핑계였지만 사실 산딸기 따는 건 반갑지 않은 일이다. 작은 가시를 헤치며 일일이 따야하니 조심스럽고 수고스럽다.





나는 잼 중에서 살구잼이 가장 맛있노라고 떠벌리곤 하는데 산딸기 잼을 만들면 마음이 변한다.

심오하게 새콤달콤한 맛 앞에서 살구잼이라니...



리뷰인지 페이펀지 모를 잡다한 글을 쓰면서 행복해하는 나. 다 잼 덕분이다. 


책을 이렇게 읽어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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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7-11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잼 속에 산딸기 씨가 콕콕 박혀있는게, 모양새부터 딸기잼과 다르네요.
잼 만들기 재미있는데, 이제 저희 집엔 잼을 먹을 사람이 없어 만들기도 뭐하네요.

nama 2023-07-11 08:39   좋아요 1 | URL
남편이 퇴직하고 아침밥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대신 밥이 아니라 빵이라서 이젠 된장보다 잼을 더 많이 먹어요.
산딸기 잼은 먹을 때마다 감탄하면서 먹는데 생산량이 너무 적어요.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지 않았다면 결코 이 책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별 꾸밈 없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가수, 최백호. 그의 글도 최백호스럽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사람이나 노래나 글이 한결같다. 그래서 좋다. 


가수는 음색이 중요하다.


요즘 젊은 가수들은 가창력은 물론이고, 정말 노래를 잘한다.

과거에 비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서 레벨 업이 됐다.

그런데 너무 잘해서 매력이 없다.

정미조, 나훈아, 조용필, 송창식 등의 목소리는

들으면 누군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노래하는 젊은이들한테

가창은 학교에서 배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그 교수가 가르친 것밖에 하지 못한다.

호흡도 똑같아진다.                        

 -p.124


트로트의 홍수 속에서 그간 내가 느낀 것도 저것이었다. '너무 잘해서 매력이 없다'는 것. 언젠가 세종시에 갔었는데 우연히 야외무대에서 노래하는 연구생(?)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옆에는 지도교수쯤되는 사람도 있었다. 희한한 구경을 다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요즘엔 이렇게들 어려서부터 훈련을 받는구나 싶었다. 이들 중에 몇이나 살아남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글도 그렇다. 너무나 매끄러운 글은 매력이 없다. 제 목소리를 제 양식에 담아내지 않으면 일껏 모방에 머물다가 스러지고만다.



잃어버린 것.... 스스로 터득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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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0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모방에서 창조가 탄생하는 법 아닐가요?

nama 2023-07-08 10:22   좋아요 0 | URL
모방으로 시작해서 자기만의 색깔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물감 2023-07-0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수는 음색이 중요하다.
매끄러운 글은 매력이 없다.
공감하고 갑니다!

nama 2023-07-08 10:24   좋아요 1 | URL
voice color 니까 결국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야 하지 싶어요.

hnine 2023-07-08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분 심야 라디오 방송 진행도 하시는거 아시죠?
저 한때 거의 매일 들으며 잠들곤 했었답니다.
자기만의 음색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저도 공감해요.

nama 2023-07-08 19:12   좋아요 0 | URL
네. 한두 번 방송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라디오나 티비를 가까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자주 듣지는 않아요.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하면 재미없듯 똑같은 건 생명력이 없어보여요.
 


1. 오늘도 에어컨을 켜야 하느냐, 켜지 말아야 하느냐, 갈등을 일으켰다. '까짓 얼마나 살겠다고..' 요즘 내 입에서 버릇처럼 나오는 말이다. 저 말을 입 밖으로 뱉으면 좀 더 뻔뻔해지면서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대담해진다. 고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들어 처음으로 에어컨을 켜봤다. 시원한게 좋았으나 이내 전원을 끄고 말았다. 아직 댕댕이가 덥다고 헉헉대지도 않고 얌전히 있는데 인간인 나도 좀 참아야 하지 싶어서다. 그보다도 이런 내 행동을 들여다보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을 읽어서일 게다.
















구르지예프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생각했다. 북플이 알려주는 몇년 전 내 기록을 보고서야 언젠가 내 손으로 구르지예프라는 이름을 써본적이 있다는 걸 깨닫고 급관심이 생겼다. 그땐 무심히 지나갔는데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건 뭘까. 설렁설렁 읽는 책은 인생에 별 보탬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흠, 그걸 또 어쩌나. 그게 나란 사람의 습성인데...이런 얕은 생각을 꼭 찍어서 구르지예프는 이렇게 설파한다.


"인간은 기계라네. 인간의 모든 업적, 행동, 언사, 생각, 감정, 신념, 의견, 습관은 외부의 영향에 의해 만들어졌고, 외부의 인상들에 의해 빚어진 것들이야. 인간은 자체적으로는 그 어떤 생각도, 행동도 만들어내지 못해."               -p.54


이 책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책일 수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 어떤 깨달음을 주는 책인 건 분명한데 아직 입 속에서만 맴돌고 있다. 재독을 하면서 구르지예프가 했던 말을 한번 베끼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내 행동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책, 어떻게 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구르지예프가 쓴 책이 오늘 도착했다. 읽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버겁게 느껴진다. 건성건성 읽으면 남는 게 없을 텐데...걱정이 앞선다. 책을 앞에 두고 걱정이 앞선 건 <수학의 정석>과 <성문 종합 영어> 이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수학의 정석>은 오르지 못한 산이었고, <성문 종합 영어>는 거듭거듭 노력해서 여러번 정상에 올랐는데, 이 책은 무엇이 될까?



2. 















몇년 전 보관함에 넣어두었으나 잊고 있었던 책.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들고 탄성을 질렀다. 역시 대단한 책이다. 서문만 읽고도 행복해지니...


3.














역시 도서관에서 접한 책. 이런 미술 관련 에세이는 대게 고만고만하다. 읽기 편하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만 금방 머리에서 빠져나가는 게 흠.


1세대 페미니스트 예술가를 기억하고자 한다.

*메리 베스 에델슨 Mary Beth Edelson(1933~2021)

*레이첼 로즌솔 Rachel Rosenthal

*캐롤리 슈니만Carolee Schneemann


기억해두고 좀 더 알아보고 싶은 화가 마담 르브룅


마담 르브룅은 여성이 미술계에서 성공하기 힘든 시대적 상황에서 순전히 개인적인 재능과 도전적인 태도로 엄청난 예술적 성취를 이룬 화가였다. 게다가 조국과 남편을 떠나 12년간 타국을 방랑하며 당시의 여성으로서는 드문, 혹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강인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았다. 모성애를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현대 페미니즘의 패러다임으로 18세기 여성의 삶을 비판할 수 있을까? 마담 르브룅은 치열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며 예술혼을 보여준 위대한 작가였다.   - p. 281


4. 















도서관에서 접한 책. 집밥을 열심히 해먹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이다.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하고, 어려운 음식을 쉽게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몸과 마음으로 익혀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집밥도 그렇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된장과 간장, 온갖 잡채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든다는 점이다. 살림꾼으로서의 양희경은 존경스럽다.



5.















<맡겨진 소녀> 원작. 원문을 읽으면 감동이 더할까 싶었는데....메뚜기식 읽기는 피할 수 없었다는...



6.
















사은품에 눈이 멀어 정기구독을 신청했는데.... 연재소설 읽는 맛이 새롭다.


7.















편하게 쓴 책같다. 쉬운 글이 쉽게 나온 글이 아니듯, 편하게 보이는 책도 고심하며 썼으리라. 때로 과속방지턱같은 장애물이 있어야 긴장을 하는데...흠이 없으니 흠을 찾으려고 애쓰는구나, 내가. <창작과 비평> 사은품으로 신청해서 받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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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를 달리는 남자 - 어느 문화인류학자의 인도네시아 깊이 읽기
김형준 지음 / 이매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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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년 전 얘기를 읽는 게 의미가 있을까...싶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재밌다. 몇년에 걸친 세 차례의 현지조사 이야기는 예의 일반적인 여행기보다 더 생생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었다. 따끈따끈한 여행기가 패스트푸드라면 이 현지조사 이야기는 정성 듬뿍 들어간 한식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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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근무하며 여러 교장을 겪어봤다. 


학교를 공사판으로 만들며 제 주머니 채웠던 교장

부임하자마자 목에 힘주며 분위기 휘어잡던 교장

교내 감나무에 열린 몇 상자분의 단감을 모조리 자기집으로 가져간 교장 

계급장 떼고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는 민주 교장이었으나 성희롱 사건에 얽혀 있던 교장 

어떤 회식자리건 시종일관 본인 얘기만 하던 독불장군 교장 

병문안 오는 교사의 출석을 체크하던 교장 

회식에 누가 빠졌는지를 칼같이 잡아냈으나 정작 자신의 송별식엔 불참했던 교장 

오로지 부동산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얼마 안가서 병으로 쓰러진 교장 

두루뭉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남에게 상처는 주지 않으나 일처리엔 무능한 교장


아, 이건 옛날옛적 교생실습할 때였는데

영어가 어렵다고 손수 영어교수법을 만들어 수업시간에 가르칠 것을 강압했던 교장도 있었다.

g, k 는 ㄱ, ㅋ

s 는 ㅅ

d, t 는 ㄷ, ㅌ........

영어 공식이라며 한 학년 전체 학생에게 외우게 했다. 

영어선생들은 영어과 출신이 아닌 교장이 시키는대로 해야 했다.


교장은 왜 필요하지? 의문을 품은 적이 많다. 

트러블메이커보다 무능한 교장이 그래도 견딜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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