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의 진전사는 도의국사라는 분이 창건한 신라시대의 사찰로 조선시대에 명맥이 끊어졌다가 근래 복원되었고 아직도 복원 중이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이 절과 인연이 있었던 듯, 이곳에서 출가했다는 설도 있고, 이 절에서 득도했다는 설도 있다. 전망 좋고 볕바른 고적한 곳에서 선현들을 떠올리며 한가롭게 걷기에 딱 좋은 절이다.




도열한 주춧돌이 이곳이 한때 사찰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마당 한 구석에 자리잡은 도견당(길을 보는 곳)? 도현당(길이 나타나는 곳)? 

*견(見): 볼 견, 나타날 현

개는 집을 지키는 게 일이니 도견당이 맞을 듯하다.



'행복'이라는 댕댕이가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주인이 없다. 주인 없는 집은 사람집이나 개집이나 쓸쓸하다. 절집에 어울리는 개집이지 싶다.




처마에 달린 풍경. 손으로 흔들어보니 소리 또한 낭랑하다. 



화사한 봄볕에 나른하고 적막한 개집에서 묘한 상실감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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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얘기를 듣고 찾아간 노추산 모정탑. 강릉 시내에서 한참 들어가는 산골마을에 노추산이 있고 그 산속에 모정탑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노추산 모정탑길을 설명해주는 안내판이 하나 서있다.


"차순옥 여사는 강릉으로 시집와서 슬하에 4남매를 두고 지냈으나, 언제부턴가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노추산 계곡에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에 우환이 없어진다는 신비한 꿈을 꾸게 되었다.


돌탑을 쌓을 장소를 찾던 중 율곡 이이 선생의 정기가 서려 있는 이곳에 26년간 돌탑 3,000개를 쌓았다.


돌탑이 늘어날수록 집안은 평온을 되찾았고 돌탑을 완성한 그즈음 차순옥 여사는 2011년 9월 향년 66세로 생을 마감하였다.

 

노추산 모정탑길은 율곡 구도장원비와 함께 소원성취 기원의 명소로 알려지며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곧이어 장정같은 탑이 우뚝우뚝 솟아있지만 이건 마을사람과 여행객들이 쌓은 것이고, 다음 사진의 안내석이 나와야 본격적인 차순옥 여사의 돌탑길이 시작된다.

















이 분이 차순옥 여사이다.



어떤 우환이기에, 어떤 심정이었기에 저렇게 탑을 쌓았을까. 저 위에 옮겨 적은 내용으로는 알 수가 없어서 검색을 해봤는데, 몇년 전의 안내판에는 좀 더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내가 굳이 밝힐 일은 아닌 것 같다. 더 이상 알겠다고 검색할 일도 아닌 것 같다. 마음만 무겁게 가라앉을 뿐이다. 그저 가족의 우환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탑을 쌓아야했을까 하는 심정을 헤아릴 뿐이다. 탑을 쌓는 일은 삶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이고 무너지는 몸과 마음을 곧추 세우기 위해서였겠구나 그저 짐작할 뿐이다. 3,000개의 탑을 쌓았다는 위대함보다 돌멩이 하나하나에 서렸을 눈물과 한숨 그리고 꿈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광경이었다. 






겉껍질을 벗긴 자작나무의 속살. 새하얀색 수피와 손톱으로 긁은 것 같은 갈색 가로줄무늬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노추산 모정탑을 보고 온 여운이 남아서인지 저 가로줄무늬 하나하나가 마음을 할퀴는 것 같다. 찌릿찌릿 아프다. 그림 이상의 그림이다.





머잖아 화목난로 속으로 들어갈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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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완주, 순천, 강화도, 오산, 봉화, 울진, 후포, 삼척, 동해시, 인천공항..... 3월에 다녀왔던 곳이다. 다녀보니,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가 아니다,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는.... 추리고 추린 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모처럼 노트북 앞에 앉았는데 오늘따라 노트북이 버벅대서 벌써 지쳐버린다.




영광 불갑사 입구에 서 있다. 도로의 맨홀뚜껑 사이에서 차량 진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인사도 건네고 있다. 일거양득. 불갑사는 상사화로 유명한데 9월 중순 무렵에 장관을 이룬다고 하니 9월을 기약해야겠다.




영광. 백제불교최초도래지. 오른쪽에 있는 기둥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의 아소카 석주가 왜 여기에? 불교도래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 불교라면 인도의 색채를 무시할 수 없지, 아암!




영광. 원불교영산성지. ' 원불교 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탄생하고 성장·구도·고행 끝에 큰 깨달음을 얻고 원불교를 창립한' 곳이라고 한다. 




원불교 성직자를 양성하는 곳. 종교의 영성이 그득한 곳에 원자력발전소라니....





순천 선암사 승선교. 매화가 보고 싶어서 선암사에 미리 전화를 걸어 물었다.

"선암사에 매화가 피었나요?"

"음...선암사의 매화는 그냥 매화가 아니라 선암매 혹은 고매라고 불러요....."

전생에 덕을 쌓다 말았는지 선암사엔 갔으나 개화한 매화는 보지 못했다.




완주. 대아수목원. 이파리가 떨어진 자리가 꼭 눈처럼 생겼다.





대아수목원 앞에 있는 창고인데 자작나무가 그려진 출입문이 예술이다.






완주, 아원고택. 방탄소년단이 다녀갔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곳. 입장료 1만 원에 커피 한 잔 곁들인다면 동네방네 소문낼 텐데....






아원고택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지방의 작은 박물관에서 이런 걸 보다니...그 귀하디 귀하다는 청금석(라피스 라줄리)에 기원전 알파벳이라니....박물관 직원이 전화 통화에 집중한 사이 몰래 찍었다.





봉화. 청량산성. 고려 공민왕이 숨어들었던 곳. '산성'이라고 이름 붙인 곳은 가급적 삼가기로 마음 먹음. 빈 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성벽을 쌓느라 무고한 생명이 얼마나 희생되었을까. 그들의 원혼이 떠도는 곳.




후포. 등기산 공원. 저것은 교회? No~~~. '등대의 도시라 불리는 독일 브레머하펜에 있으며 1855년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기능하고 있는 등대로는 독일 북해 연안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 붉은 벽돌의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외형이 마치 교회를 연상시킨다. 그 건축적 아름다움으로 지금도 도시를 상징하는 건물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삼척. 불영사. '나는 자연인이다'에 어쩌다 등장하는 여성이 대부분 깔끔하고 단정하듯이 이 절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비구니절.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곳이다. 이런 분위기의 절이 있다니...






동해시. 서호책방. 책방 상호가 뭐 대수랴. 책과 커피가 있는 곳이면 되었지.






작은 독립서점의 장점이자 단점은 고를만한 책의 범위가 아주 얄팍하다는 것. 책 마다 투명비닐로 감싼 정성에 감탄하면서 오은 산문집을 골랐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디테일에 마음이 녹는다. 빨강머리 앤 책갈피는 비싸요~~~ 5천 원. 응원하는 의미에서 구입.






인천공항. 눈가리고 발 묶인 비행기. 너도 날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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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4-0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아수목원! ^^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nama 2021-04-02 06:25   좋아요 0 | URL
대아수목원도 좋지만 등산로도 잘 구비되어 있어요.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둘러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책을 쓰신 분이 운영하는 <생각을 담는 집> 서점에 갔다. 막내이모가 살고계신 용인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가서 낯이 익은 동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을 따라 가는 시골길은 용인이 이렇게 깊었나싶게 낯설었다. 지난번 원주 <터득골 서점>도 산 속이라면 산 속인데  <생각을 담는 집> 은 더 깊은 산 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시골 길인데 속으로 속으로 들어가다보니 자연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웅장한 단독주택의 자태. 당당함이 느껴진다. 북스테이도 하는 곳으로 한번쯤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설레게 하는 입구. 무엇이 있을까?

 

 

 

오른쪽 큰 서가는 열람용 도서. 진열된 책은 판매용이다.

 

 

 

정면에서

 

 

 

안에서 찍은 입구

 

 

 

큰 창 옆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고 전신을 비추는 거울도 있다.

 

 

 

북쪽으로 난 창문. 눈길을 사로잡는 공간이다. 책이 저절로 읽힐 듯하다.

 

 

 

북창에서 내다 본 바깥 풍경.

 

 

 

음악회를 알리는 공지문. 참여할 기회가 있으려나...

 

 

 

 

<시골책방입니다>를 읽고 왔다고 하니 주인장이 매우 기뻐하신다. 인천에서 왔다고 하니 더 고마워하신다. 잠시 후 텃밭에서 딴 끝물 상추라며 한 봉지 건네주신다. 김연수의 새 책 구매, 상추가 아니더라도 구매했을 터. 책도 이쁘게 잘 쓰시더니 마음씨도 참 곱기도 하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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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7-1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방문기 읽고 흥미로와서 책을 검색해보니 저자 이름이 어딘지 낯익어요. 알고 보니 아주 오래 전에 이분이 쓰신 책을 두권이나 읽은 적이 있네요. 아들과 함께 올레길 걸은 이야기랑 음악 이야기요. 그동안 다른 책도 내셨고 이제는 서점을 하시는군요. 모르고 있었어요. 그 아들도 다 컸을텐데, 심심할 틈 없이 알차게 삶을 꾸리시는 분 같아요.
덕분에 또 구입하고 싶은 책이 생겼습니다.

nama 2020-07-14 07:37   좋아요 0 | URL
어쩐지 매장에 올레길이 들어가는 책이 있더라구요. 좀 더 자세히 볼 것 그랬네요. 매장에 볼 것이 많아 여기저기 눈길을 돌리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창밖은 또 얼마나 유혹적인지요. 저도 이 분의 책을 더 찾아봐야겠어요.

sabina 2020-08-0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용인 다녀오셨군요.
용인은 저의 본적지 이기도 하고, 특히 처인구 원삼면은 소녀기에 친정엄마 살던 곳이기도 하답니다.
엄마 모시고 일년에 한두 번은 다녀오는 곳인데.. 이렇게 예쁜 서점이 숨어 있는지 몰랐네요. 올 가을에 가게 되면 꼭 들러봐야 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nama 2020-08-13 09:31   좋아요 0 | URL
용인이 생각보다 넓더라구요.
이 책방은 요즘 다녀본 책방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답니다. 내내 기억에 남아요.
이따금 불쑥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거리 때문에 시도하기가 어렵네요.
용인에 가신다면 일삼아 들러보세요. 좋은 곳이랍니다.~~
 

 

이번엔 원주에 있는 터득골 서점이다. 원주 시내에서 떨어진 시골 서점이라서 과연 사람들이 갈까 싶었는데, 우리같은 사람도 가는데 뭐~~~

 

 

 

 

11시 개점시간을 한 시간 앞둔 시간에 도착했으나 건물 전경 사진 찍는 기회를 놓쳤다. 워낙 바지런한 사람들이 이미 인터넷상에 좋은 사진을 많이 올려놨는지라 사진에 대한 욕심이 그닥 생기지 않는다.

 

 

 

 

내부 공간이 다채로운데 손님들이 여기저기 있어서 몇 장만 겨우 찍었다.

 

 

 

 

 맞바람이 들어와서 시원하고 쾌적하다.

 

 

 

 

어?  언젠가 내가 급훈으로 사용했던 문장인데....

 

 

 

 

공간을 다듬고 또 다듬었을 것같은 정성을 느낄 수 있는 곳.

 

 

 

 

 

커피와 인도 짜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마셔본 짜이 중에서 가장 인도의 짜이다운 맛이 났다. 인도에서 공수해온 재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안주인 되시는 분이 인도에서 요가를 공부하셨다고 하니, 어쩐지....

 

 

 

 

요렇게 사진빨 잘 받는 장식품이 많은데 겨우 요것만... 욕심을 내려놓으니 의욕마저 사라진다는...

 

 

 

'아프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에게 한줄기 위로가 되는 말씀.

옆의 그림책은 안주인께서 쓰신 책.

 

 

바깥주인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분은 원주하면 유명한 장** 선생 책을 직접 출간하신 분이다. 내가 장** 선생의 조카되는 사람과 대학 동기라고 했더니 그 대학 동기의 남편과 친하시다고.... 세상은 의외로 좁기도 하구나. 또 한 말씀. 이런 외진 곳에서 서점을 하는 건 봉사활동이라고. 그래도 사람을 상대하면 삶의 긴장감이 생겨서 좋다고도 하신다. 어쩐지 이분과의 인연이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책 구매는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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