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러시아 최고의 영화감독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는 알렉산더(알렉산드르) 소쿠로프 영화제가 현재 열리고 있다(10월 30일에 시작되었고 11월 4일까지다). 한두 편 정도는 보려는 계획이었지만 역시나 여러 가지 밀린 일들 때문에 관람일정을 불투명해졌다. 씨네21에 이 특별전에 관한 기사가 있기에 옮겨놓는다. 영화에 대한 기사를 읽는 것보다는 물론 직접 관람하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겠으나 그런 행복은 골고루 나뉘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이미지들은 내가 따로 덧붙인 것이다.

씨네21(07. 10. 24) 미술, 죽음, 그리고 데카당스의 미학, 소쿠로프 특별전

지금 활동 중인 감독 중 데카당스 미학의 계승자를 꼽으라면 단연 알렉산더 소쿠로프가 돋보인다. 죽은 비스콘티가 부활한 듯 그는 퇴폐적이고 타락한 질병의 세상에서 아름다움의 정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몽상과 유령, 질병과 죽음의 검은 세상에서 그의 미학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을 모아 상영하는 알렉산더 소쿠로프 특별전이 10월30일부터 11월4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문의: www.cinemathequeseoul.org).

러시아의 무명감독이었던 알렉산더 소쿠로프가 서방에 이름을 알리게 된 데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향이 컸다. 타르코프스키는 소쿠로프가 70년대에 국립영화학교(VGIK)에 다닐 때 그의 스승이자 친구였다. “소쿠로프라는 젊은 감독이 있다. 거장이 될 재목이다. 정부의 탄압을 받아 정상적인 활동을 못한다. 서방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타르코프스키의 입을 통해 재목으로 지목된 젊은 감독 소쿠로프(1951~)는 서방 영화인들의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며 그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타르코프스키와 소쿠로프

당시 타르코프스키는 서유럽에서 <향수>(1983), <희생>(1986)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러시아영화의 품격을 유감없이 발휘할 때다. 그가 아끼는 제자 소쿠로프도 서방세계로 데려와야 한다는 움직임이 당연히 제기됐다. 그런데 1986년 타르코프스키가 갑자기 죽고, 소쿠로프는 서서히 잊혀져가는 듯했다.

소련 정부가 무너지자 소쿠로프는 다시 기억됐다. 이제 자유의 몸이 됐으니 그도 스승처럼 서구로 옮겨 활발한 작업을 해주길 기대했다. 그런데 소쿠로프는 서구로 이주하는 대신 러시아에 남아 자신의 영화작업을 계속 진행했다. 세기의 역사가 뒤바뀌는 숨막히는 현장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 만든 다큐멘터리가 <러시아 엘레지>(1993)이다. 죽어가는 조국에 대한 감독의 애가(哀歌)다. 그는 에세이풍의 다큐멘터리에 모두 ‘엘레지’라는 제목을 붙여 작업했는데, <러시아 엘레지>는 그중 하나이자 서구에서 본격적으로 볼 수 있었던 그의 첫 작품이었다.

영화는 시커먼 화면으로 시작하는데, 죽어가는 사람의 고통스러운 숨소리만 들린다. 소쿠로프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은 알겠지만 이는 감독의 클리셰 중 하나다. 그의 영화는 모든 죽어가는 존재에 대한 명상에 다름 아니고, 그래서 죽는 자의 단말마는 그의 영화에서 자주 듣게 되는 소리다. 죽어가는 존재 러시아, 감독은 조국의 광활한 대지에 안타까움의 애정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엘레지>가 공개된 뒤 유럽 영화인들 사이에서 일종의 소쿠로프 열풍이 불었다. 타르코프스키의 <거울>(1974)에서 본 듯한 광대한 들판과 바람에 몸을 눕히는 풀밭 등 러시아영화 특유의 풍경화도 매력적이었다. 유럽의 시네마테크들에서 소쿠로프가 그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엘레지’들이 속속 소개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머니와 아들>, 자연과 죽음의 대조

소쿠로프의 명성이 대중화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은 <어머니와 아들>(1997)이다. <러시아 엘레지>에서도 나타났지만,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얼마나 서양미술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으며, 특히 그의 화면이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풍경화와 닮았는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좀 과장하자면 영화의 장면은 모두 서양미술의 간접적인 인용들로 가득 차 있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다. 러시아의 바다가 보이는 어느 시골에서 아들은 죽어가는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다. 이것뿐이다. 이런 간단한 이야기로 비극의 고통을 전달하는 것은 숭고의 경지에 이른 영화의 풍경화 덕분이다. 프리드리히처럼 소쿠로프의 영화에 일관되게 흐르는 테마는 죽음에 대한 명상인데, 그 명상은 죽음을 상징하는 그림에 의해 추동되고 있는 것이다.



죽어가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아들의 고통을 자연이 대신 묘사한다. 감독 특유의 길고 긴 롱테이크의 화면에서 아들은 깃털처럼 가벼워진 어머니를 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싶어 애간장을 태운다. 영국 화가 존 에버릿 밀레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소녀에 대한 연민을 표현한 <눈 먼 소녀>(1856)처럼 대지는 아름다움의 절정을 드러내고 있는데, 아들의 가슴에 안긴 어머니는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며 죽음의 문턱에 와 있는 것이다. 이런 자연과 죽음의 대조가 비극의 슬픔을 더욱 배가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머니와 아들>이 발표된 뒤 소쿠로프는 타르코프스키의 후계자로, 또는 예술영화의 마지막 거장으로 소개되며 칸영화제의 단골손님이 된다. 20세기 정치가 4인을 선정, 4부작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됐고, 히틀러를 대상으로 한 첫 작품 <몰로흐>(1999)가 공개되며 감독의 영화세계는 더욱 폭넓게 소통됐다. 그가 히틀러의 삶을 다룬다고 해서 논란의 대상이 된 <몰로흐>에서 다시 확인됐지만, 감독이 관심을 두는 것은 권력가 히틀러가 아니라 ‘죽음 앞의 인간’ 히틀러였다. 영화는 정치가 아니라, 여전히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후 레닌을 다룬 <황소자리>(2000), 히로히토를 다룬 <더 선>(2004)까지 3부작이 발표됐는데(*<태양> 대신에 영화계에서 <더 선>이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세 작품 모두 감독의 오래된 주제인 ‘죽음’을 명상하는 에세이들이다.

 

2001년 그는 <여행 엘레지>를 발표하며 자신의 예술창작의 뿌리가 미술에 있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몽유하는 듯한 어느 여행자가 유럽의 유명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꿈같은 내용이다. 방랑자는 자기가 꿈속에 있는지 현실에 있는지 전혀 분간하지 못하며, 벚꽃이 휘날리는 밤을 배경으로 취한 듯 걷고 있는데,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은 계속 미술관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 방랑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단지 그의 1인칭 독백만 들을 수 있다. 이러니 방랑자는 영락없는 유령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육신이 없는 목소리는 암스테르담의 미술관에서 어느 풍경화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라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죽은 공간 미술관에서, 죽은 자의 목소리가, 죽음의 세계인 그림 속으로 들어가겠다니, 이는 바로 소쿠로프 자신의 죽음에 대한 데카당스한 태도에 다름 아니다. 죽음은 실존의 고통을 망각하고, 스스로를 미학의 대상으로만 위치짓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어머니와 아들>은 물론이고, 이의 후속편 격인 <아버지와 아들>(2003)에서도 반복된다.

<러시아 방주>, ‘One Single Tracking Shot’의 놀라운 테크닉

미술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최고치에 이른 작품이 <러시아 방주>(2002)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감독의 작품 중 대중적으로도 가장 성공했다. 형식은 <여행 엘레지>와 비슷하다. 1인칭 독백이 들리고,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은 전혀 보지 못한다. 단 한 사람 이 목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18세기 초에 활약했던 프랑스 귀족이다.



지금 그들이 있는 장소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전이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이 들어서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궁전으로 유명한 곳이다. 영화는 이 궁전에 온갖 복장과 가면으로 치장한 화려한 귀족들이 함께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궁전 내에서 음악회가 열리고 있고, 우리는 당시의 공연예술의 한 단면과 이를 즐기는 러시아 귀족들의 태도를 볼 수 있는 것이다(*유튜브에서 거의 전장면을 차례로 볼 수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dHG5Zk_EDEg).

여기까지가 대략 15분쯤 되는데, 이 모든 도입부의 시퀀스가 단 하나의 숏으로 구성돼 있다. 소쿠로프의 영화에 워낙 롱테이크가 많아, ‘이 정도는 보통이지’라고 생각할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러시아 방주>는 99분 전체가 단 하나의 컷으로 구성된, 원숏 원신(One Shot One Scene) 영화다. 덧붙여 끝없이 트래킹 장면이 이어진다. 원숏 트래킹이라는 전무후무한 실험을 단행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처음 소개될 때,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One Single Tracking Shot’, 영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입이 떡 벌어지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겨울궁전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귀족과 목소리’는 계속 돌아다니며 그림을 구경하고 품평하는데, 이 모든 액션이 단 한번의 컷도 없이 진행된다. 이들은 무려 33개의 방을 이동하며 그림을 본다. 또 중간에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3번 듣는다. 물론 라이브다. 수천명의 배우들이 주인공들의 주위를 지나친다. 이런 휘황찬란한 기술을 보기에 관객은 그만 넋이 빠지는 것이다.

사실 기술적인 면이 지나치다보니 역설적이게도 <러시아 방주>는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감이 있다. 이 영화도 소쿠로프 특유의 ‘죽음에 대한 명상’이다. 그런데 그런 명상에 빠지기 이전에 몽타주없이 굴러가는 필름의 마력에 휘둘리다보니 지금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중심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러시아의 예술에 대한 자부심

시간과 공간의 통일을 의도적으로 깨는 것도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이다. 영화는 18세기 말로 시작했지만, 곧바로 현대의 에르미타주와 뒤섞인다. ‘귀족과 목소리’는 시공간을 초월하며 러시아의 역사를 여행한다. 이들이 ‘이탈리아 화가의 방’에서 그림 품평을 할 때면 러시아의 현대인들이 나타나 함께 토론을 벌이는 식이다. 그러고보니 주위는 어느덧 현대의 관광객들이 걸작들 앞에서 그림 구경하기에 바쁘다. 루벤스, 반다이크, 엘 그레코, 렘브란트 등 거장들의 그림들은 물론이고, 카노바의 우윳빛 조각들, 그리고 이름없는 장인들이 만든 가구와 그릇들까지, 겨울궁전의 그 모든 유품들이 감탄의 대상으로 눈앞에 전개된다.

소쿠로프에게 겨울궁전은 노아가 살아가기 위해 만든 방주에 다름 아니다. 인류의 생존을 건 방주, 곧 겨울궁전이 있기에 인류는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역설이다. 그 궁전에는 모든 죽음의 흔적들이 보존돼 있는데, 바로 그런 죽음들을 보존함으로써 인류는 생존해간다는 것이다. 그 복판에 에르미타주가 있다는 러시아의 자부심이 내재돼 있음은 물론이다.(한창호_영화평론가)

07. 1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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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2007-11-0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영화제만큼은 저도 갈려고 마음먹고있습니다 그래봤자 일요일 오전일텐데 말이지요...

로쟈 2007-11-03 10:58   좋아요 0 | URL
생각 같아서는 저도 3-4편 보고 싶지만(제가 전에 본 건 두 편입니다)사정이 여의치가 않네요.--;

섬나무 2007-11-02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이런 부러운 순간들에 중심부에서 밀려나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폐기처분될 위기에 있던 광주영화제가 간신히 숨을 잇게 되었다는 사실에 흔감해하는 중입니다. 처음엔 미비하거나 허술한 점만 눈에 들어오던데 이젠 제발 살아만 있어주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보고 싶은 영화군요.

로쟈 2007-11-03 10:56   좋아요 0 | URL
예전에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쿠로프의 회고전이 열린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도 소쿠로프는 대중적인 영화감독은 아닙니다. 유튜브에 그래도 여러 영화의 장면들이 올라와있네요...

섬나무 2007-11-05 11:11   좋아요 0 | URL
전주는 지리적으로 가까와서 전주영화제 2회부터 하루에서 이틀쯤 영화를 보러 가지요.영화제 덕분에 전주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소쿠로프는 대중적인 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로쟈 2007-11-05 13:11   좋아요 0 | URL
소쿠로프는 러시아에서도 대중적이지 않지만, 열렬한 지지자들(특히 평론과 이론쪽)을 갖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영화비평/이론서 하나도 소쿠로프에게 바쳐지고 있더군요...

테렌티우스 2007-11-03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에 있을 때 아르테에서 영화와 메이킹 오브를 보았는데 정말 한시간 40분을 원테이크로... 정말 놀랍지요. 중간에 카메라 감독이(감독이 30 몇 킬로인가 되는 스테디 캠이던가 여하튼 그 카메라를 들고 1시간 40분을 방에서 방으로 옮겨다니는데 등장 인물도 무도회 장면부터 해서 수백명 수준입니다) 시작하고 한 20분이던가 나오는 무도회 장면 직전에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이 아파서 도저히 못할 것 같았는데 너무도 아름다고 화려한 그 장면에서 정말 거짓말 같이 고통을 잊고 다시 촬영을 했다(사실 다시가 아니라 카메라는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물론 계속 돌아가고 있었고요)는 얘기를 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그게 두번째 시도일 거예요... 아마 그전 실패한 첫 시도는 시작하자 마자 5분 정도후에 어떤 이유론가 중단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확실치 않지만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고 영화가 너무도 훌륭하고 좋다는 바로 그 점입니다. <러시아 방주>, 정말 아름답고 좋은 영화였어요.

로쟈 2007-11-03 10:54   좋아요 0 | URL
메이킹 필름은 저도 러시아에서 TV로 본 적이 있습니다. 실은 그게 더 재밌더군요.^^ 영화는 링크해놓은 유튜브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섬나무 2007-11-0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일까지 연장상영 한답니다. 서울에 계신 분들에겐 좀 더 기회가 주어졌네요. 부럽긴 하지만 광주에는 광주극장이 있지요. 자랑을 하자면 좀 길어지는데 자랑을 하고 싶습니다.^^결혼 후 살게 된 광주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곳은 광주극장 입니다. 아마 전국에서도 얼마 안남은 단일관이구요 1930년대부터 운영된 극장입니다. 현재의 소유주인 젊은 이사님이 영화를 좋아하시다보니 돈이 안되는 영화전용상영관을 운영하게 된 것이지요. 광주에서 명물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광주극장을 꼽습니다.큰 극장에 관객이 평소 댓명을 넘기지 않지만 오늘도 '영화사 걸작선'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로쟈 2007-11-03 11:31   좋아요 0 | URL
광주에도 그런 '자랑거리'가 있었군요.^^
 

미나리들에 대해 적는다.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미나리'들이 정겹고 안쓰럽다. 내가 미나리 사촌쯤 되는 처지여서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미나리들도 아니다. 두 편의 시에 등장하는 미나리들에 대해 적는다. 하나는 권혁웅의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민음사, 2007)에 실린 시 '저 일몰'에 나오는 미나리다(나는 순전히 미나리 덕분에, 라면 과장이지만, 이 시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당신도 마음에 들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건 나의 미나리일 뿐이니까.

그대 마음이 만만(滿滿)했다고
내가 거둬낸 건 거품일 뿐이라고
터지 미더덕에 덴 혀로
더듬거리는 저녁이 내게도 있었지
저 일몰 어디쯤
내가 앉기를 거절한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을지 몰라
그래서 온통 붉었던 건지도 몰라
레인지에 올려 둔 해물탕처럼 딱 한번
끓어넘치고는
굳기름처럼 어두워졌을지 몰라
입가에 묻은 술기를 닦아내며
먼 곳의 취기거나
수위를 가늠하는 시간, 나도
미역처럼 머리를 푼 여자와
못생긴 아이 하나쯤은 데리고 올 수 있었다고
풀죽은 미나리가 동서(東西)를 모르듯
여기까지 오려고 온 것은 아니라고 

일단 배경은 해물탕이다. "그대 마음이 만만"했다는 건 마음의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는 뜻이겠다. 다 끓은 해물탕처럼. 문제는 나. 하지만, '나'는 '거품'이나 거둬낸다. 고작 터진 미더덕에 혓바닥이나 데면서 실없는 소리나 더듬거렸겠다. 한마디로 '현명한 등신' 같이 처신한 그런 저녁이 있었겠다. 이런저런 계산으로 마음 복잡했을 저녁 식사 자리.

결국 "레인지에 올려둔 해물탕처럼 딱 한번/ 끓어넘치고는/ 굳기름처럼 어두워졌"던 것이 '나'의 마음이겠다. 잠시 '다른 삶'을 화끈하게 꿈꾸어보지만 이내 정신 차리고 "입가에 묻은 술기를 닦아"냈을 법하다. 이젠 먼 곳으로 물러앉은 '취기'가 꿈꾸었을 다른 삶이란 어떤 삶인가? '수위를 가늠하며', 곧 냉정하게 따져본다. "미역처럼 머리를 푼 여자와/ 못 생긴 아이 하나쯤을 데리고 올 수 있었"을 삶이다. 그 다른 삶의 끝간데? '머리를 푼'에 상응하는 것이 '풀죽은 미나리'이다. 동서(東西)를 모르는 미나리란 앞뒤를 재지 않는 미나리이다. 그런 미나리다운 변명이 "여기까지 오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는 게 아닐까? '나'에겐 "미역처럼 머리를 푼 여자"와의 또다른 삶에 대한 욕망이 잠시 끓어넘쳤지만 따져보면 그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이 아니며 결국엔 '후회'하게 될 삶이다. '풀죽은 미나리'의 푸념만이 남을 삶이다. 그래서 '나'는 '저 일몰'의 유혹에서 비껴난다.

이 시의 '이야기'는 그렇게 읽힌다. 하지만 그 이야기와 무관하더라도 "풀죽은 미나리가 동서(東西)를 모르듯"이란 비유는 절묘하다. '동서(東西)'를 아는 것들은 이 절묘함을 모르리라...

 

 

 

 

이 '풀죽은 미나리' 때문에 떠올리게 된 또다른 미나리는 '복어탕의 미나리'이다. 시인이었던 소설가 이응준의 시 '어둠의 뿌리는 무럭무럭 자라나 하늘로 간다'에 등장하며 이 시는 <나무들이 숲을 거부했다>(고려원, 1995; 작가정신, 2004)에 수록돼 있다. 다소 길지만 전문을 인용하면 이렇다(시집을 손에 들고 있지 않기에 인용은 온라인에서 따온다).

아버지는 어린 내게 진 자는 이긴 자의 종이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노아의 방주 속에서 망망대해를 떠돌더라도 살아남고 싶어했던 그 아버지의
아이는 이렇게 자라나
진 자가 되었다. 나는
가끔 내 오른 손목 동맥 근처의 송충이 같은 칼자국을 바라본다. 나는
적어도 책 한 권에 인생이 변했노라고 말하는 비열한 인간은 되기 싫었던 것이다.
이 세상의

원숭이들이 대충 무슨무슨 원숭이로 분류되는 것처럼 나와
내가 사랑햇던 그대의 種名은 지난날이다. 저
걸레로 닦아내고 싶은 검은 안개다. 쉽게 말해서 나는
여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반짝이는 이유가, 그들의
잎사귀 앞면과 뒷면의 푸름이 다르기 때문임을 너무 일찍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그대라는 도끼가 찍고 난 뒤에 파인
떡갈나무의 바로 그 자리, 진물이 흐르는
상처가 되고 싶었다. 헐떡거리며 뭍에 오른
아가미이고 싶었다.

창밖 보름달이 홍역을 앓고 있다. 바로 그때 나는
방에 엎드려 성산문은 죽고 한명희는 정승이 된다는 세상의 이치를
문장으로 쓰고 있던 우울이었다. 그저 내가 어디론가
사라지기 바라던 사람들의 물살에 휩쓸려 가고 있을 뿐이었고

-바다의 금붕어
-늪의 상어
-태양 아래 두더지

라고 그들은 나를 표현햇다. 어쩌면
사랑하는 그대로 그랬는지 모른다. 치욕과 멸시가 아교의 끈적끈적한 감촉으로
내 산책에 닳은 구두 밑창을 햝던 그해, 나는
수음 직후의 뿌연 형광등 불빛 같은 생을
물 말아 먹어버렸노라고 고백했지만
도대체가 그들은 나를 복어탕의 미나리 정도로밖에는 생각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내 혈관에
쥐약 1g의 치사량이라도 있었더라면 피에 물들지도
눈물에 번지지도 못했던 이 슬픈 옷깃에 묻은
안개의 굵은 입자 따윈
쉽게 털어내버릴 수 있었을 텐데 이제

비로소 누군가에게 나는 죄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낱말들을 어려워하고 심지어는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았기에 내 죄가
뭔지도 모르는 것이다. 눈물이 마른 자리가 얼마나 더러운지도,
오늘이라는 노비문서에 불을 지르는 법도, 어둠의 뿌리가 무럭무럭 자라나 하늘로
올라간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다.

한때(아직 20대였다!) 복사해서 가방에 넣어다니기도 했던 시인데(그런 시들이 좀 된다), 다른 구절들은 차치하고 요는 "도대체가 그들은 나를 복어탕의 미나리 정도로밖에는 생각해주지 않았던 것이다"란 시구에서 '복어탕의 미나리'란 은유가 얼마나 절묘한가라는 것이다. 한 서점의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우연히 참석했다가 나는 시인에게 이 구절이 얼마나 경탄스러운가를 말했지만 그는 뜨듯미지근하게만 답했다. 이런 구절이 정겨운 건 아무래도 나 혼자 미나리 사촌이어서가 아닐까도 싶다. 

요컨대, 미나리들에 대해 늘어놓는 나는 '복어탕의 풀죽은 미나리'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소 위안이 된다. 미나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미나리 아닌 것들은 미워하면서)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여기저기 해물탕들이 끓고 있겠다...

07. 1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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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ta 2007-11-0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물탕이나 끓여 달라고 와이프한테 이야기하면 욕먹겠죠? -_-a
요즘 많이 다운되신것 같은데 기운내시길 바랍니다..^^

로쟈 2007-11-01 23:05   좋아요 0 | URL
가을철에 좀 우울한 거야 감기만큼이나 흔한 병이죠. 저는 매운탕 대신에 라면 끓이고 있습니다.^^

2007-11-01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1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07-11-0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끔찍하게도 좋아하는 야채가 바로 미나리인데요. 유감스럽게도 저는 복어탕에 들어 있는 미나리는 먹어 보지를 못해서 그 미나리의 심사가 어떠한가는 잘 모르겠네요. 다만, 미나리를 너무 좋아하는데 엄마가 하도 미나리 무침을 안 해줘서 국민학교 5학년때인가 미술 선생님 집앞 또랑에 해질녘까지 숨어 있다가 미나리를 서리한 기억은 납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엄마가 미나리 무침을 해줬는가는 기억이 역시 안 나고, 미나리 훔치려고 또랑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지리한 시간 동안 휘영청 밝기만 했던 달빛은 기억이 나는군요. 사는 게 하긴 뭐 그렇죠.

로쟈 2007-11-02 00:29   좋아요 0 | URL
정말 '끔찍하게도' 좋아하셨군요.^^

瑚璉 2007-11-0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어탕의 미나리는 굉장히 맛내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저에게는 좀 와닿는 것이 없는 싯구네요(^^).

로쟈 2007-11-02 01:23   좋아요 0 | URL
그게 비교대상이 '복어'입니다. 복어냐 미나리냐...

수유 2007-11-0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나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겨자간장에 찍어먹는겁니다. 뜨거운 해물탕 위에 고스란히 얹혀져있는 그것들을 겨자간장에 듬뿍 적셔 먹으면 아주아주 맛있답니다 향이 살아나지요. 미나리는 미나리꽝을 생각나게 하고 미나리꽝은 거머리를 떠올리게 하며 그리하여 온전히 익지 않은 미나리에선, 또는 미나리꽝에 발을 담그고 있다간 거머리의 유충들이 살아, 또는 그 유충들의 어미가 우리 살 속을 파고들지도 모릅니다..우울하십니까? 나말고 우울한 이가 또 한사람 있으니 다행한 노릇.

로쟈 2007-11-02 19:50   좋아요 0 | URL
미나리꽝은 꽝이군요.^^ 그래도 저는 토성의 영향 아래 있지는 않습니다.^^;
 

구내서점에 들렀다가 <현대비평과 이론>(2007년, 봄-여름호)를 손에 들었다(원래는 가을-겨울호를 사려고 했지만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몇 권이나 팔릴까 싶은 잡지인데, 나는 자주 구입하는 편이다(일년에 두 번 나오는 게 다행이다!). '정명환의 문학과 학문'이 특집이어서 생각난 김에 '정명환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하지만 그가 대표작으로 꼽는 책들 가운데 <한국 작가와 지성>(1978), <졸라와 자연주의>(1982)는 절판된 지 오래이고 <문학을 찾아서>(1994)는 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리스트가 반쪽짜리밖에 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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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인가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정명환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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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가 적은 말. "내가 읽은 사르트르는 정명환과 박이문이 읽은 사르트르이다."
문학을 생각하다
정명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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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환의 평론집은 몇 권 되지 않는다. 해서 다 사두면 된다.
젊은이를 위한 문학이야기
정명환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1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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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갖고 있는 책.
현대의 위기와 인간
정명환 지음 / 민음사 / 2006년 7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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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무게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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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7-11-04 13:45   좋아요 0 | URL
<문학을 찾아서>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책인데, 품절이라니, 저 역시나 아쉽고 안타깝군요.
 

내일자 한국일보의 '오늘의 책'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를 다루고 있다. 문득 20년전 대학시절이 떠올라 기사를 옮겨놓고 몇 자 적는다. 아마도 그해 여름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와 함께 민음사의 세계시인선으로 읽었던 이 시집은 <비가>와 함께 비의적인 매혹을 품고 있어서(사실 시보다도 발레리의 '정신'이 더 매혹적이었다) 이후에 발레리의 책들이나 그에 관한 책들을 주섬주섬 사모았던 기억이 있다. 젊은 날 시를 쓰고 한 20년 절필을 해야지, 하고 마음 먹은 것도 내 딴엔 발레리 흉내쯤 된다(그 20년이 다 돼 간다!)...

Поль Валери Об искусстве

내가 아끼는 책은 러시아어판 <예술론>(1993). 3년전 모스크바대학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구한 책이다.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한국어 발레리는 몇 권 되지 않는다. <나르시스는 말한다>(태학당, 2000)나 <발레리 선집>(을유문화사, 1999), <젊은 운명의 여신>(혜원출판사, 1987) 등이 문학평론가 김현이 젊은 시절 옮긴 <해변의 묘지>(민음사, 1973)와 함께 한국어로 나온 시집들이고 산문집으론 <드가-춤-데생>(열화당, 1977), <발레리 산문선>(인폴리오, 1997), <신체의 미학>(현대미학사, 1997) 정도가 나와 있는 듯하다(그밖에 두어 권의 연구서가 있다). 개인적으론 영역본 산문집들을 몇 권의 한국어본에 보태어 갖고 있다. 여하튼 여유가 없어서인지 그간에 모아놓기만 한 책들을 미처 읽지 못했는데, 삶의 의욕이 수시로 저하되는 요즘인지라 한번쯤 뒤적여보고 싶기도 하다. 아래 사진은 릴케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발레리의 모습.  

한국일보(07. 10. 30) [오늘의 책<10월 30일>] 해변의 묘지

1871년 10월 30일 프랑스 상징주의 시를 정점에 올려놓은 시인이자 20세기 최대의 산문가로 꼽히는 폴 발레리가 태어났다. 1945년 74세로 몰. 가장 잘 알려진 발레리의 시는 <해변의 묘지>다. 남불 항구도시의 수부(水夫) 집안에서 태어난 그에게 지중해는 언제나 정신의 고향이었다. 죽어서 그는 고향 해변의 묘지에 묻혔다. ‘바람이 인다! … 살려고 애써야 한다!/ 세찬 마파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분말로 부서져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거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가 먹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김현(1942~1990)은 <해변의 묘지>의 마지막 연 첫 구를 ‘바람이 인다! … 살려고 애써야 한다!’로 번역했지만, 개인적으로 ‘바람이 분다! … 살아야겠다!’는 번역이 우리말로는 더 매력있게 느껴진다. 20세기말 한국의 한 시인은 이 구절을 이렇게 변주하기도 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남진우의 시 ‘로트레아몽 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개의 노트 혹은 절망 연습’에서).

“언어의 한쪽 끝에는 음악이 있고, 다른 한쪽 끝에는 대수학이 있다.” 시에서 모든 불순물을 제거한 순수시를 지향했던 발레리의 엄밀한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발레리에 감동한 릴케가 발레리의 평생의 지기였던 앙드레 지드에게 보낸 편지에 쓴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모든 작품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날 나는 발레리를 읽었다. 그리고 내 기다림이 끝이 난 줄 알았다”는 구절은 유명하다. 경구처럼 쓰이는 문장 “기억하라,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도 발레리의 시구다.(하종오기자)

07. 10. 29.

P.S. 그래, 내게 그만한 호사가 허락된다면 죽어 해변의 묘지에 묻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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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10-3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닷가 풍경이 이쁩니다.

로쟈 2007-11-01 21:20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래도 고른 사진입니다...

필라멘트 2007-10-3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현 선생이 번역한 프랑시들을 읽으면서 자주 느끼는 거지만 교수나 비평가가 번역한 시는 뭔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시번역 만큼은 외국어에 능통한 시인이 번역하는 게 좋을 듯 한데요. 물론 외국어에 능통한 시인이 그리 흔하지는 않겠지만요. 황동규 시인이 번역한 엘리어트 시나 강은교 시인이 번역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번역자들이 시인들이어선지 번역이 무난하더라구요.

로쟈 2007-11-01 21:21   좋아요 0 | URL
가장 좋은 번역은 역시 전문학자나 번역자가 시인과 공역을 하는 것이죠. 러시아의 경우 한국시(조)선 번역에 당대 최고의 시인이었던 아흐마토바가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초역은 번역자가 하고 그걸 '시'로 만드는 것이죠...

뭉실이 2007-10-3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추워진날씨에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는
싯구가 확 땡긴다는...*^^*

로쟈 2007-11-01 21:22   좋아요 0 | URL
콧등이 때리는 북서풍이 불면 사정은 또 다르죠.^^;
 

느지막이 학교에 나오는 길에 점심은 오천원짜리 순대국밥으로 때웠다. 학교식당에서보다야 비싼 점심이었지만 '국밥'은 왠지 '때웠다'와 잘 호응할 성싶다. 덕분에 조간신문 기사들을 두루 읽었다. 특히 경향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기획기사 '2007 한국인의 자화상'(http://news.khan.co.kr/kh_news/khan_serial_list.html?s_code=af055)을 '눈물나게' 읽었다. '어린 가장들'을 다룬 기사였다. '죽음으로 내몰린 양극화 절망'이란 1면 기사에서 이미 41분마다(하루 36명) 자살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며, 자살자의 대부분은 생활고를 못 이기고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하니 실상은 '사회적 타살'이란 지적을 읽은 터였다.  

조금 인용하면 이렇다: "1970~80년대에 전태일 열사와 대학생들은 민주화와 사람답게 살 권리 쟁취를 위해 몸을 불살랐다. 하지만 21세기를 맞은 지금도 생활고·장애·산재 극복 등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을 요구하며 자살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화 투쟁 20년을 맞은 한국의 참담한 현주소다.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사회에 남겨진 것은 ‘20대 80’이라는 양극화다. 하위 30%는 한푼도 저축할 수 없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미래도 희망도 약속할 수 없는 삶이다. 양극화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승자독식, 1등지상주의, 신자유주의의 구호 속에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서민들은 경쟁에서 낙오된 패배자 정도로 치부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성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등 보수정당과 그 대선후보들은 성장중심의 경제공약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잘못된 현실인식에서 나온 잘못된 해법이다. 하층민을 대표해야 할 진보정당은 가치실현을 위한 세력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이어서 읽은 게 여고생 김정은양 이야기(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10281747391&code=210000)와 병든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17세 안재우군 이야기이다. TV 프로들에서도 자주 접하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모습이 얼마간은 대견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한 자화상으로 김정은양의 이야기를 옮겨놓는다. 그와 대조적인 사설과 함께. 졸렬한 공무원들에 관한 사설이다.

경향신문(07. 10. 29) 어린 가장들-혼자 사는 여고생 김정은양

“가끔씩 학원 다니기 싫다고 투정하는 친구들 보면 ‘내가 대신 가줄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갈 때가 있어요. 저는 수업 시간에 절대 자지 않아요. 졸릴 때는 손톱으로 허벅지를 꼬집어요. 정말 피곤하면 머리카락을 하나씩 뽑아요. 그리고 속으로 몇 번씩 나 자신과 이야기 하죠. ‘이거라도 듣지 않으면 나는 배울 기회가 없다’ ‘수업시간에 잠깐 졸 권리조차 나에게는 없다’…”

김정은양(16)은 새벽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친구들을 과도한 입시경쟁의 희생양으로 묘사하는 것을 들을 때 피식 쓴 웃음을 짓는다. 돈이 없어 학원 문턱도 가보지 못한 정은이에게는 학원 강의 듣고 새벽별을 보면서 집으로 가는 게 소원이기 때문이다. 구르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한창 멋을 부릴 여고 1학년. 하지만 지난 24일 경기 수원의 한 고등학교 근처에서 만난 정은이는 생각이나 말씨가 ‘완벽한 어른’이었다.

“반 친구들은 저를 ‘정은이 형’ ‘정은이 형님’ ‘정은이 이모’ ‘정은이 엄마’라고 불러요.” 정은이가 좋아하는 가수는 요즘 10대들에게 인기있는 슈퍼주니어, 원더걸스, 소녀시대가 아니다. 요즘 10대들은 이름이나 들어봤을까. 정은이가 좋아하는 가수는 ‘김광석’이다.

“노래를 듣는 순간 김광석에게 끌렸어요. 김광석의 잔잔한 노래가 제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노래를 듣다보면 김광석이 왜 자살했는지 알 것 같아요. 이루기 어려운 무엇인가를 늘 동경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

10대 소녀가 사춘기를 거치지 않고 훌쩍 어른이 돼 버린 사연은 김광석의 노랫가락만큼 애절하다. 정은이의 부모님은 7년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모두 돌아가셨다. “경찰로부터 부모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어요. 믿어지지 않았죠. 이상하게 처음에는 눈물도 나지 않았어요. 6살 아래 동생을 챙겨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동생에게는 ‘엄마 죽었대’라고 담담하게 말했어요.”

하지만 정은이는 평생 흘릴 눈물을 그날 모두 쏟았다. 동생이 잠든 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밤새 울었다. 정은이는 “그후로 한번도 울지 않았다”고 말했다. “살아 남아야 했고, 부모님 대신 동생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정은이는 동생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터뷰 내내 생기 발랄함을 잃지 않았던 정은이도 동생 이야기에는 표정이 굳어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정은이와 동생은 대구에 있는 숙모와 살았다. 숙모는 남매를 사랑으로 대하지 않았다. 정은이는 숙모에게 많이 맞았다. 숙모가 가방을 던져서 연필 심이 머리에 꽂힌 적도 있다. 아직도 흉터가 있다. “잦은 폭력 때문에 24시간 내내 ‘경계태세’를 갖추고 살았어요. 당시 저는 비쩍 마른 채 반 미친 상태로 하루하루를 이어갔죠. 5년간 구타를 견뎠어요. ‘절대 무너지지 말아야지’라고 마음 속으로 수만번 기도를 했어요.”

정은이는 알고 지내던 아주머니의 아들이 군대를 가게 돼 방 하나가 비게 되면서 지난해 수원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동생을 두고 온 게 아직도 마음에 응어리가 되어 있다. 정은이는 “부모님 돌아가신 후 동생을 양자로 보내야 했다”고 자신을 질책했다. “양자로 들어갔으면 지금쯤 잘 먹으면서 잘 살았을 수도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정은이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졌다.

동생과는 가끔 e메일을 주고받아요. 동생이 너무 보고 싶어요. 함께 사는 게 소원이에요. ‘동생이랑 같이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나쁜 짓을 할 수가 없어요. 동생은 내 인생을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인도자예요. 저는 ‘부모가 없어서 저런다’는 말을 안 들으려고 진짜 노력을 많이 했어요. 동정 섞인 말을 하면서 연락하라는 사람을 믿지 않아요. 도와준다는 사람이 몇번 있었는데 말뿐이라는 것을 알아요.”

정은이는 지금 60대 할머니가 혼자 사는 아파트의 조그만 방에 세들어 살고 있다.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자 정은이는 손사래를 쳤다. 할머니는 정은이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밥 먹는 것도 눈치를 준다고 했다. 정은이는 세들어 사는 집에서도 구박을 받고 있었다. 정은이는 “할머니가 ‘매일 약속 없냐, 누구는 여기 살 때 음식도 많이 사들고 왔다, 전깃불 함부로 켜 놓고 물쓰지 마라’며 잔소리를 매일 늘어 놓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정은이는 주인 할머니 세탁기도 사용할 수 없어 교복을 직접 손빨래하고 있다. 정은이의 손바닥은 가사에 지친 40대 주부마냥 거칠었다. “시험 기간 동안 밤 늦도록 공부하기도 쉽지 않아요. 할머니가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고 눈치를 줘요. 할머니가 그러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돼요. 가난하기는 마찬가지거든요.”

정은이의 한달 생활비는 5만원이다. “제 앞으로 들어오는 보조금 중 일부를 숙모가 매달 보내주세요. 그렇지만 제 앞으로 들어오는 보조금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몰라요.” 정은이에게 5만원은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학생들의 용돈과는 개념이 다르다. “그 돈으로 밥도 먹어야 하고, 문제집도 사고, 교통비로도 사용해야 돼요. 가끔 학교에서 장학금 10만원이라도 받을 때는 사고 싶었던 문제집을 왕창 사요.” 정은이는 “책값이 너무 비싸 절망적이다”고 말했다.

정은이는 그래서 꾀를 냈다. “수학 문제집을 한권 사서 책장이 구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노트에 그대로 정리해서 풀고, 완전한 새책을 다시 팔았어요. 책값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요. 그렇지만 정말 새책인데 1000원도 안쳐주더라고요. 그래도 덕분에 헌책을 사서 공부하면 되겠다는 요령을 터득했어요.”

정은이는 항상 돈에 쪼들린다. 주인 할머니 눈치 때문에 밥을 밖에서 사먹느라 돈이 더 들어간다. 아침에는 주로 1000원짜리 ‘칼로리 바란스’를 먹는다. 살을 빼기 위해 먹는 다이어트 식품이 정은이에게는 주식인 셈이다. 점심은 학교 급식, 저녁은 보통 분식으로 해결한다.

부모 없는 가난한 소녀에게 학교 생활은 쉽지 않다. 특히 과제물을 컴퓨터 워드 문서로 제출하라는 숙제는 정말 힘들다. “선생님들 생각이 잘못돼 다들 집에 컴퓨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5만원으로 1개월을 버텨야 하는데 컴퓨터 살 꿈은 엄두도 못내지요. 그래서 할 수 없이 PC방을 가요.”

일부 선생님의 편견도 견디기 힘들다. 초등학교 때는 한 선생님이 친구들 앞에서 정은이가 부모님이 없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해 화가 정말 많이 났다. “선생님에 대한 복수심이 일었어요. 선생님 말을 더 안들었고, 그래서 그 선생님한테 많이 맞았어요. 다른 애들은 때리면 부모님이 항의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으니까 거리낌없이 때리는 것 같았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만난 지금의 담임 선생님은 그에 비하면 천사다. 선생님과 진로도 상담하고, 사는 이야기도 나눈다. 정은이는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교칙같은 거 한번 어겨보려는 친구들 보면 한심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에게 반항하는 친구들에게 ‘그러지 마라’고 충고도 자주 하죠. 친구들이 음식점에서 밥 남기는 것도 용서하지 않아요. 친구들은 저보고 ‘60년대 아줌마’라고 놀리지만 애들이 나중에는 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가난과 폭력, 사회의 편견에 정은이는 지금까지 굴복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내성적이 됐지만, “요즘 세상은 내성적일수록 손해보는 게 많다”는 이치도 깨달을 만큼 성숙했다. 정은이는 밝게 보이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중이다. “저는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풍족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죠.” 정은이 삶의 신조도 ‘나부터 잘하자’다. “내가 잘해서 남에게 피해 안주는 게 남을 도와주는 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은이의 꿈은 회사원이 되는 것이었다.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할 거예요. 하지만 여기 저기서 들리는 취업난 이야기 때문에 겁이 나요. 대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다는데…. 돈을 벌면 제일 먼저 지금 사는 곳에서 나와 방을 얻고, 그 즉시 동생을 수원으로 데리고 올 생각이에요.”

정은이는 부모 없는 아이를 동정적으로만 대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부모가 없어서 의지할 사람은 없어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많이 배웠어요. 다른 사람들의 부모님도 언젠가는 돌아가시는데 나에게 그 시간이 빨리 왔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발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부모 없다는 것이 창피한 일이 아닌데, 주위에서 가엾어 하는 시선 때문에 부모님이 안 계신 걸 숨기게 되거든요.” 정은이는 맑은 웃음으로 붙임성 있게 재잘대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 그 웃음에는 혼자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가 묻어 있었다. “저는 열심히 살거예요.”

경향신문(07. 10. 29) [사설] 대학생 리포트 베껴 연수보고서 낸 공무원들

공무원들의 해외연수가 낭비성, 놀자판으로 흐르는 것은 왜 일까. 한마디로 감독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 무슨 일을 해도 상부에서는 알 길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없으니 실컷 놀다 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공무원들 머리 속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것이다. 이들은 그래서 귀국후 내는 보고서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여기 저기 남의 것을 보고 짜깁기해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국회 행정자치위 김기현 의원이 행정자치부와 경찰청 직원들이 제출한 해외연수보고서를 분석해본 결과 이런 부실·표절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행자부 공무원이 제출한 ‘2006년 제2기 선거제도 해외연수보고서’는 앞부분이 인터넷에 있는 900원짜리 대학생 리포트와 토씨까지 똑같았다. 괄호속 영문 및 숫자표기나 ‘~함으로써’라고 써야할 문구를 ‘~함으로서’라고 맞춤법이 틀리게 쓴 대목까지 완벽하게 같았다. 일자 일획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베껴서 낸 것이다. 경찰공무원이 낸 연수보고서 역시 인터넷 사이트에서 1200원에 살 수 있는 대학생 리포트와 말만 조금 다를 뿐 내용은 사실상 같았다고 한다. 누구나 인터넷에서 클릭 한번이면 쉽게 볼 수 있는 문서를 베껴놓고도 버젓이 귀국보고서라고 제출한 것이다.

이들이 유독 강심장이어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이들의 선배 동료들이 엉터리 보고서를 써도 사후에 검증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공직사회의 경험칙이 그런 표절 행위를 낳았을 것이다. 얼마전 감사원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국외여행 실태 감사에서 그런 분위기가 확인된 바 있다. 이미 종료된 국제기구 행사에 참석한다며 출장을 떠나 관광만 하고 돌아온 경우, 자료수집이란 같은 명목으로 수십명이 특정 도시를 수차례 반복적으로 방문한 경우 등 사후 검증시스템이 작동한다면 있을 수 없는 놀자판 출장·연수 사례가 수없이 적발된 것이다. 공무원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탓하기에 앞서 정부의 감독 시스템 부재를 꾸짖지 않을 수 없다.

07. 10. 29.

P.S. 비록 불우한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정은이의 장래가 그렇게 어두워보이지만은 않는다. 김광석을 좋아하는 '정은이 이모' 성격에다가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그녀의 자산일 것이기 때문이다(김광석의 '일어나'를 정은양에 대한 선물로 링크해놓는다. http://www.youtube.com/watch?v=6lx1JHZ63T0). 요컨대 정은이는 많은 시련을 겪으며 삶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배웠고 비록 현실은 노예 같은 삶일지언정 자기 삶의 '주인'이 됐다. 거기에 비하면 사설에서 꼬집고 있는 양심불량 공무원들이야말로 '천박한 노예들' 아닌가? 연구보고서로 대학생들 리포트나 베껴내는 인생들이 무사안일 호의호식하며 사는 사회라면 비전 없는 사회다(공공기관 개혁에 관해서는 강준만 교수의 칼럼 http://h21.hani.co.kr/section-021128000/2007/05/021128000200705310662073.html 참조). 그래도 이 정도 굴러가는 것이 언제나 미스터리하긴 하지만. 여하튼 정은이의 10년후, 20년후의 모습에 기대를 건다. 우리가 아주 엉터리 같은 사회에 살았던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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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 2007-10-29 18:12   좋아요 0 | URL
철밥통 속 나이 값 보다 어린 김정은양의 산전수전 돋보이네요. 주변에서 공무원 고시 준비하라는 소릴 많이 듣는데, 공무원 만큼은 정말 되기 싫더군요. 아직은 미덥지 않아서 그단 소리나 듣는 저도 반성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저도 꼴값은 안떨어야 할텐데.

로쟈 2007-10-30 00:15   좋아요 0 | URL
책읽는 공무원이라면 리포트 베껴내진 않겠죠.^^

마늘빵 2007-10-29 22:45   좋아요 0 | URL
제 이번 추천은 로쟈님이 아니라 정은이를 향한거에요. ^^

로쟈 2007-10-30 00:14   좋아요 0 | URL
네, 정은이는 추천받을 만합니다. 아니 표창을 줘야죠!..

테렌티우스 2007-10-30 02:31   좋아요 0 | URL
음 마음이 아프네요... 저는 아동학대하는 어른들을 보면 살인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는 ...

유교 이데올로기 때문에, 예를 들면, 부모 살해보다 더 끔찍하고 더 비인간적인 자식 살해, 어린이 살해가 덜 주목받는 우리나라...

인간의 고통을 필터링하여 그 고통을 못 느끼도록 혹은 선택적으로 공감하게 만들고 훈련시키는 이 도덕이라는 놈을 잘 분석해야 합니다...

여하튼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

정은이 화이팅입니다!!!^^

로쟈 2007-10-30 13:57   좋아요 0 | URL
'동정 없는 세상'이라는 걸 이미 아는 아이니까 잘해나갈 거라고 믿습니다...

뭉실이 2007-10-30 23:45   좋아요 0 | URL
'저는 열심히 살거예요'라는 정은양의 마지막말이 저를
반성하게 하네요. 봄의 새싹같은 그마음이 주위로도
쭈욱 퍼저갈것같아요 ^^

로쟈 2007-11-01 21:23   좋아요 0 | URL
실상은 다들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