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에 나온 과학서도 많이 밀려서 막간을 이용해 살펴보고 있는데 대략 댓권 정도는 이번 여름에 소화하려 한다. 그 중 하나로 저명한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느낌의 진화>(아르테)가 있다. 제목만으로도 ‘느낌‘이 오는 책. 대략의 소개는 이렇다.

˝다마지오는 감정이 의사 결정이나 행동, 의식, 자아 인식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그의 핵심 주장을 진화적 관점에서 논한다. 그는 생명의 탄생부터 인간 문명의 발달에 이르기까지 긴 진화적 과정 동안 느낌과 감정이 생명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원제, ‘만물의 놀라운 순서: 생명, 느낌, 그리고 문화의 형성The Strange order of things: life, feeling, and the making of cultures’이 보여 주는 바, 생명과 문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진화해 현재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다.˝

번역본이 나오자마자 원서도 주문해서 지금은 같이 보고 있는데 느낌과 감정에 관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다마지오는 느낌을 항상성과 관련하여 이해한다. ˝느낌은 마음에 표상된 항상성이다. 느낌에 가려진 채 작용하는 항상성이라는 기능은 초기의 생명 형태와 오늘날 몸과 신경계의 놀라운 협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15쪽) 느낌에서 마음으로, 다시 마음에서 문화와 문명의 축조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기술이 흥미롭게 전개될 듯싶다.

나란히 읽을 책은 조지프 헨릭의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뿌리와이파리)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김영사)를 읽은 독자라면 그 각론으로 손에 들 수 있겠다. 그리고 리처드 프럼의 <아름다움의 진화>(동아시아)는 성의 진화에 대한 최신의 서술로 눈길을 끈다. 적어도 이 정도는 읽어주면서 여름을 맞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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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꼽을 만한 마이클 셔머의 <천국의 발명>(아르테)에 대해서도 짧은 서평을 읽었다. 저자의 전작이나 이력을 생각하면 ‘사후세계, 영생, 유토피아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라는 부제에서 저자의 의도와 결론까지도 가늠이 되는 책. 물론 독서의 즐거움은 직접 읽어봐야 얻게 되지만.

˝정말로 천국이 있다면 가기 싫다는 사람이 있을까? 종교가 있든 없든 사람들은 여전히 사후 세계의 존재를, 그리고 가급적 현실보다 나은 사후 세계를 바란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과학적 회의주의자, 마이클 셔머 박사는 이런 인간의 사후 세계에 대한 강박관념을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그러면서 인문과 과학, 진중함과 날카로움, 유머러스함을 시종 넘나들며 ‘죽음 뒤에 그곳’에서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삶의 목적을 이뤄야 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셔머는 과학잡지 ‘스켑틱‘을 창간한 대표적 ‘과학적 회의주의자‘다(‘과학적‘이란 말이 붙는 건 ‘철학적 회의주의자‘를 의식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스켑틱‘은 몇년 전부터 한국판도 나오고 있다. 대체로 종교적 맹신이 아직 과도하게 판을 치는 한국사회에서 합리적 회의주의의 자세는 그 자체로 미덕이 된다. 꾸준히 번역되는 편이지만 많이 읽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는 셔머의 책들에 응원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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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깎고 다시 카페로 왔다. 오전에 들른 카페보다 값은 좀더 저렴하고 맛도 더 낫다. 최상급은 아니어도 평균은 되는 맛이다. 일단은 밀의 <자유론>과 관련자료를 읽기 위해서이지만 가방에는히틀러 평전과 근대문학종언론에 대한 논문도 들어 있다. 한데 페이퍼는 그와 무관하게 교양의 경계 내지 한계에 관한 것이다. 박문호 박사의 신작 <생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김영사)가 전작들의 연장선상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사실 교양서는 수식 혹은 분자식이 어느 정도까지 포함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무색하게 만드는데, 책의 거의 전부가 분자식과 그에 대한 해설로 이루어져 있어서다. 전공자들에게는 평범한 내용일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문과 생물학(생물1)과 화학(화학1)만 배운 처지에서는(게다가 입시에서는 생물만 선택했다. 네 가지 과학 교과 가운데 택1이었다) 이해하기도, 흥미를 느끼기도 어렵다. 다시금 수식과 분자식을 공부하라는 말은 플라톤을 읽기 위해 희랍어를, 칸트를 읽기 위해 이제라도 독어를 공부하라는 충고와 같다. 건강수명이 100년쯤 된다면 고려해볼 만하지만 현재로서는 과도해보인다.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물리학자 가운데는 로저 펜로즈가 내게는 과학교양의 또다른 경계다. 최근에는 <유행, 신조 그리고 공상>(승산)이 번역되어 나왔는데 제목괴 소개만 보면 흥미롭지만 역시 온갖 수식이 포함된 책의 난이도가 교양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나는 경험에 근거하여 예측한다).

˝물리학은 지난 세기 동안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라는 두 이론은 널리 진리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두 이론은 기본적인 면에서 서로 상충된다. 두 이론 모두 참일 수는 없다. <유행, 신조 그리고 공상-우주에 관한 새로운 물리학>에서 물리학계의 원로인 로저 펜로즈는 그 문제를 살핀다. 명성만큼이나 파격적이기도 한 저자는 두 이론을 조화시킬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그런 면에서 다시금 높이 평가하게 되는 이가 스티븐 호킹이다. 그는 최고 수준의 물리학자였지만 그의 앎을 대중과 공유하려는 열정에서도 독보적이었다. 그의 사례에서 내가 얻는 깨달음은 심오한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공유할 수 있느냐다. 공유의 어떤 임계점을 통과할 때 세상은 변화하고 또 진보해 왔다고 나는 생각한다(최우수 학생의 성적 대신 평균성적으로 학력을 평가하는 식이다). 내가 유발 하라리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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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저명한 인지과학자 마빈 민스키의 <마음의 사회>(새로운현재)를 고른다. 이번에 새삼 알게 된 것인데 이 책을 포함해서 민스키의 책이 그간에 번역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저자와 책은 익숙하고 나는 원저를 오래 전에 구입해놓기까지 했었다. 분명 어떤 책에서 소개를 받아 구입했으리라. 어떤 의의가 있는 책인가.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MIT 마빈 민스키 교수의 대표작인 이 책은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혁명적인 대답을 제시함과 동시에 인공지능 개발의 철학적 기초를 다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270개의 짧은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에는 인공지능 분야는 물론 인지과학, 심리·철학 분야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 저자의 탁월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민스키의 책과 함께 스티븐 핑커나 대니얼 데닛의 책들도 같이 읽어봄직한데 각각 인지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어떤 기여를 한 것인지 누군가 정리해주면 좋겠다. 여유가 날 때 검색이라도 해봐야겠다. 그 전에 <마음의 사회> 원저는 어디에 두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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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두 권의 책을 고른다.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의 <진화한 마음>(휴머니스트)과 의학자 리 골드먼의 <진화의 배신>(부키)이다. 후자는 진화의학(혹은 다윈주의 의학) 분야서로 분류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전중환 교수의 책은 진화심리학 소개서인 <오래된 연장통>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는 책. 부제부터가 ‘전중환의 본격 진화심리학‘이다.

˝이 책은 한국인으로 처음 진화심리학 박사에 이른 전중환 교수가 진화심리학의 기원과 토대부터 그간의 오해와 논쟁 그리고 최신의 연구와 가까운 사례까지 한데 모아 정리한 ‘본격 진화심리학 교과서’다. 특히 그간 진화심리학에 대해 쌓인 오해를 풀고 이 학문이 왜 유효하고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에서 전해지는 애정, 그럼에도 진화심리학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신뢰를 더한다.˝

진화심리학의 교과서에 해당하는 책은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인데 어떤 내용이 업그레이드되었을지 궁금하다.

<진화의 배신>은 ‘착한 유전자는 어째서 살인 기계로 변했는가‘가 부제. 20만년간 현생인류의 진화적 적응을 가능하게 해준 유전자가 오늘날에는 어떻게 해서 진화적 부적응을 초래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역사와 진화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유익한 유전자들이 어떻게 자연 선택 되고 실제로 작동해 왔는지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이제 어째서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불안과 우울증, 심장 질환과 뇌졸중을 부르는지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해 보인다. 나아가 유전자가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류 역사상 이 초유의 사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길을 제시한다.˝

두 권 모두 진화한 생물종으로서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란히 꼽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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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들 2019-01-29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은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나오지 않았나요?

로쟈 2019-01-29 09:32   좋아요 0 | URL
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