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과학책‘으로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사이언스북스)를 고른다.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제안‘이 부제이고 원저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간 존재의 의미><지구의 정복자>와 묶어서 ‘인류세 3부작‘이라고.

˝‘지구의 절반을 자연에 위임하라‘고 호소하는 세계적인 자연사 학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의 전 지구적 처방이자 ‘인류세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다. 저자는 지구의 절반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고 서식지를 보전한다면 현생 종의 약 85퍼센트가 살아남으리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생명 세계의 청지기’라는 인류의 자기 이해가 뿌리내리지 않는 한, 많은 생명들이 인류의 무자비한 파괴 앞에 스러져 갈 것이다. 구체성과 실효성, 당위성을 두루 갖춘 환경 대책을 고심해 온 이들에게 이 책의 제안은 심도 깊은 논의의 출발점으로 유효하다.˝

3부작 가운데 내가 읽은 건 <인간 존재의 의미>였다(강의도 진행했다). 3부작이 완결된 김에 ‘인류세‘라는 맥락에서 앞뒤에 놓인 두 권도 읽어봐야겠다. 이번주에는 도킨스의 <조상 이야기>(까치) 개정판도 나왔는데, 특이하게도 두 사람의 책은 늘 주거니받거니 같이 나온다. 자주 책이 나오다 보니 생긴 착시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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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행은 다음으로 미루었고 저녁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서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자료를 읽는 중이다. 보통 이 시간이면 올해의 책을 고르거나(고른다면 진작에 골랐어야) 송년의 감회를 적어야 할 텐데 시간 감각이 무뎌져서(언제부턴가 그렇다) 연휴에 못 읽은 책들에 대한 유감만 가질 따름이다(이런 유감은 질리지도 않고 반복되는군). 연휴라고 해야 내일 하루 더 쉰다는 것뿐이건만,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건만, 사전유감도 유감은 유감이다. 어차피 다 읽지 못할 만큼 쌓아둔 터라.

그렇게 쌓아둔 책의 하나가 마를린 주크의 <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위즈덤하우스)이다. 원서도 구입한 책인데 원제는 ‘구석기 환상‘이고 ‘섹스와 다이어트,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진화가 우리에게 정말로 말해주는 것‘이 원서의 부제다. 저자는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이고 성선택과 성적 선택에 미친 기생충의 역할이 주 연구주제라고.

˝이 책은 진화론을 바탕으로 구석기 시대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깨주고, 구석기 시대의 생활방식을 현재의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알려주는 동시에 진화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인간의 섹스, 운동, 가족 문화, 육아 등 인간의 삶을 이루는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진화에 대한 착각을 바로잡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인간 진화의 역사를 명쾌하면서도 논리정연하게 되짚어본다.˝

책은 고른 이유도 정확하게 진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다는 것. 교양과학서 몇권이 같이 쌓여 있는데다가 강의준비로 읽어야 할 책도 한 높이 된다. 마음 먹고 속독하는 것도 한 가지 방책이지만 딴은 무리하고 싶지는 않다.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동아시아)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이 역시 원서를 구입했다. 무려 하드카바로) 시간은 내 편이 아니다. 하기야 내 편이었다면 한해가 이렇게 훌쩍 지나갔을 리가 없다. 시간은 언제나 평범한 진리를 상기시켜준다. ˝인생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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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킹카 2018-01-16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를 넓고 깊게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어 고민중입니다.
찾고 찾다가 이곳까지 왔습니다.
어마어마한 님의 서재에 감탄을 금치 못하네요... 휴~~
독서력을 기를 수 있도록 찬찬히 이곳의 글들을 살펴보려합니다. 감사합니다.

http://blog.hangadac.com
 

영장류 학자 마이클 토마셀로는 내게 이주의 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이기적 원숭이와 이타적 인간>(이음)이란 책으로 처음 접했지만(‘인간은 왜 협력하는가‘가 원제이자 번역본의 부제)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나온 <생각의 기원>(이데아) 덕분에 관심을 갖게 돼 재작년에 나온 <인간의 의사소통 기원>(영남대출판부)까지 구했다. 알고 보니 <인간 인지의 기원>의 후속작(이건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생각의 기원> 등의 책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내가 그렇다). ‘영장류학자가 밝히는 생각의 탄생과 진화‘가 부제. 핵심은 어떻게 사피엔스만이 다른 호모속 영장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는가에 대한 해명이다. 이에 대한 토마셀로의 주장이 아주 강력하다는 게 장대익 교수의 극찬이다.

˝유인원 중에서 어떻게 사피엔스만이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이 위대한 질문에 답할 단 한명의 과학자라면 그는 단연코 마이클 토마셀로이어야 한다. 토마셀로만큼 인간과 다른 유인원 종들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깊이 들여다본 지구인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그는 ‘집단 지향성’이 그 간극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왜 이토록 독특한 영장류로 진화했는가에 대한 해설서 정도가 아니다. 노벨상급 연구의 요약본이다.˝

저자는 인지발달과 언어습득에 관해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하고 국내에는 <인간의 의사소통 기원> 외에 <언어의 구축>(한국문화사)이 번역돼 있다. 일단은 <생각의 기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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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중인데 손에 책을 들고 있지 않아서(우산을 들었다) 내주에 주문할 책이나 북플에 적기로 한다. 먼저, 인류학자 팻 시프먼의 <침입종 인간>(푸른숲).

˝‘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고 현생인류는 살아남았는가’는 인류 진화의 오랜 미스터리다. 동물고고학과 화석생성학의 세계적 대가로 우수한 과학 도서를 여럿 펴낸 고인류학자 팻 시프먼은 이 책에서 고인류학, 생물학, 유전학, 동물행동학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을 근거로 인류 진화의 미스터리를 촘촘한 논리로 풀어나간다. 인류학자들이 발굴한 오래된 뼈와 유물이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방사성동위원소, 탄소연대측정법 등 최신 과학을 만나 인간의 본성과 행동의 원리를 밝혀낸다.˝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을 펴낸 바 있는 이 분야의 권위자라 한다(저자의 다른 책도 소개됨 직하다). 이 책에 대해서도 기대를 갖는 이유.

국내서로는 정연보의 <초유기체 인간>(김영사)도 관심도서다. ‘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나‘란 부제 말고는 정보가 뜨지 않아 목차만 보고 내용을 가늠할 따름인데 대략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여파‘로 읽힌다. 장대익의 <울트라소셜>(휴머니스트)과 비교해서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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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와 지성사를 넘나드는 대작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피터 왓슨이 이번에는 과학사에까지 손을 댔다. 신간 <컨버전스>(책과함께)가 그것인데 ‘현대 과학사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지적 전환‘이 부제다. 무엇을 가리키는 제목인가?

˝컨버전스(convergence)는 여러 가지 것들이 통일이나 단일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 혹은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합쳐지는 일을 뜻한다. 통섭, 융합, 수렴과 비슷한 개념이다. 150여 년 전 최초의 거대한 양대 통일 이론인 에너지 보존 법칙과 진화론이 발표되었을 때, 현대 과학은 분야들 간에 공고했던 경계를 허물고 서로 교류하고 조화를 모색하며 새로운 지식을 탄생시킬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 사건은 과학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지적 전환이었다. 이후로 현대 과학에서는 물리학과 화학은 물론이고, 관계가 없다고 여겨지던 분야들도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이론들을 탄생시켜왔다.˝

저자의 관점이 현대 과학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통찰로 이어지는 것인지 한번 따라가볼 참이다. 저자가 에너지 보존법칙과 진화론의 시대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앞뒤의 책으로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과학의 탄생>(동아시아)과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사이언스북스)도 나란히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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