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술가 가운데 과학분야에서 ‘이 한 사람‘에 해당하는 저자는 야마모토 요시타카다. 국내에 몇권의 책이 소개돼 있는데 <16세기 문화혁명>과 <과학의 탄생>이 단연 압권. 최근에 나온 <일본의 과학기슬 총력전>은 구입하고도 저자의 이름을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한동안 잊고 있었기에) <과학혁명과 세계관의 전환1>으로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3부작의 완결편이다.

˝<과학의 탄생>, <16세기 문화혁명>의 저자이자, 일본 차세대 노벨상 수상자로 불리는 거장 야마모토 요시타카가 쓴 서구 근대과학 탄생사 3부작 중 완결편인 마지막 제3부이다. 책은 15세기 중기부터 17세기까지, 북방의 인문주의 운동과 종교개혁을 배경으로 하여 중부 유럽을 무대로 한 세기 반에 걸쳐 전개된 천문학과 지리학, 즉 ‘세계 인식의 부활과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엊그제 책이 나온 걸 보고 2권이 왜 뜨지 않나 했는데 일단 1권만 나온 모양이다. 근대과학 탄생사로서는 이만한 3부작이 따로 나올 성싶지 않다(과학혁명만을 다룬다면 경쟁작들이 있겠지만). 요시타카의 책들을 한데 모아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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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은 리처드 프럼의 <아름다움의 진화>(동아시아)를 옮긴 양병찬 번역가에게 돌아갔다. 내가 적은 심사평을 옮겨놓는다.

올해 번역 부문 심사에서 다수 심사위원의 추천으로 경합한 것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과 조류학자 리처드 프럼의 ‘아름다움의 진화’였다. ‘방랑자들’을 우리말로 옮긴 최성은 교수는 국내에 희소한 폴란드 문학자이자 번역가로 토카르추크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작품들도 그간에 번역 소개해왔다. 비단 ‘방랑자들’ 번역의 성취뿐 아니라 폴란드 문학을 한국에 알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아름다움의 진화’를 옮긴 양병찬 역자는 생명과학분야 전문번역가로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번역물들을 내놓았다. ‘자연의 발명’이나 ‘핀치의 부리’ ‘의식의 강’ 등의 번역서들이 해마다 출판문화상 예심과 본심에서 거론되었고 아깝게 수상을 놓친 적도 있었다.

이번 심사에서는 이렇듯 올해의 번역서뿐 아니라 역자의 과거 업적과 노력에 대해서도 합당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합의에 따라 자연스레 ‘아름다움의 진화’를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노벨상 수상작으로서 ‘방랑자들’에는 많은 대중적 주목이 주어진 면도 고려했다. 

‘아름다움의 진화’는 진화생물학에서 그간에 변방에 밀려나 있던 다윈의 심미적 성 선택 이론을 조류의 성 선택 작동 방식에 대한 해명을 통해서 복권시키고 있는 흥미로운 저작이다. 진화생물학의 주류 이론은 성적 장식물과 그 과시의 목적이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다고 본다. 아름다움을 철저하게 효용과 관련 지어 해석하는 것인데, ‘아름다움의 진화’는 그와 반대로 성 선택이 생존능력과 생식능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연선택이라는 관점에서는 퇴폐적으로까지 보이는 성 선택의 특이성이 바로 아름다움과 미적 진화의 독자성을 입증한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미적 진화의 새로운 이론은 인간의 미의식과 미적 체험에 대한 이해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정확하고도 유려한 번역을 통해서 수준 높은 과학 교양서를 한국어로 쓰인 책처럼 읽도록 해준 역자의 역량과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축하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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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taiji 2019-12-2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움의 진화’는 그와 반대로 성 선택이 생존능력과 생식능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happytaiji 2019-12-2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히려반대아닌가요? 책에서주장하는것은? 증가시킬수있다는점에주목했기때문에 주류학계와 다소 다른결로 이목을 끈걸로알고있어요

로쟈 2019-12-27 22:41   좋아요 0 | URL
증가시킨다면 자연선택이란 개념으로 충분하겠죠. 성선택이란 개념을 따로 설정할 필요가 없이요.
 

번역하면 같은 말인데 하트(심장)에 관한 두 권의 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왔다. 메릴린 옐롬의 <하트에 관한 20가지 이야기>(시대의창)과 샌디프 자우하르의 <심장>(글항아리사이언스). <심장>의 부제는 ‘은유, 기계, 미스터리의 역사‘인데, 원제가 ‘심장, 그 역사(Heart: A History)‘다. 같이 묶어서 읽으면 좋겠다 싶어서 묶어놓는다.

<하트>는 부제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이모티콘까지‘다. 이 이모티콘(♥)은 우리가 ‘하트‘라고만 부르긴 한다. 그것은 심장과 얼마만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일까? ˝책은 저자가 우연히 영국 박물관에서 본 하트 브로치로부터 출발하여 하트(심장, 가슴, 마음)가 인류(특히 서양)의 감정, 특히 사랑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문화와 역사를 통해 살펴본 내용들을 담았다.˝

반면 현직 심장내과의가 쓴 <심장>은 일단 진짜 심장을 다룬다. ˝아툴 가완디, 싯타르타 무케르지를 잇는 ‘글 쓰는 의사’ 샌디프 자우하르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사로잡고 의사의 길에 들어서게 한 문제의 기관, 심장이라는 자신의 전공 분야를 파고든다. 금기의 영역이던 심장학 분야에서 비약적이고 눈부신 발전을 일궈낸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보편적이고도 가슴 아픈 가족사, 병원이라는 세계에서 펼쳐지는 인간사와 절묘하게 교차시킨다.˝

아무려나 하트(마음과 가슴과 심장)에 관한 직설적이고 비유적인 모든 이야기를 일별해보는 용도로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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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는 단연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 핸드북>(아카넷)이다. 1, 2권을 합하면 2100쪽이 넘어서 이미 나와있는 730여쪽의 <진화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을 다이제스트판으로 보이게 만든다. 가히 현재까지 알려진 ‘진화심리학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하다.

˝오늘날 진화심리학은 심리학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주는 과학 혁명에 비견되며 학계에서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새로운 지평 위에 올려놓은 진화심리학은 과연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진화심리학자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버스가 심리학, 인류학, 생물학, 정치학, 경영대학원, 로스쿨, 인문학 등 다양한 학과에 속한 89명의 출중한 학자들과 함께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진화심리학 핸드북>(전2권)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역작이다.˝

보통의 독자라면 엄두를 내기 어러운 분량과 가격의 책이지만 장서용(진화심리학 사전으로 읽을 수 있으니)으로라면 고려해봄직하다. 단권짜리 <진화심리학>을 바탕으로 세부 주제에 대한 심화독서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고. 출간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았을 역자와 편집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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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과학 관심도서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수학자 마커스 드 사토이의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반니)다. ‘인간의 의식에서 우주까지, 과학지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가 부제. 저명한 수학자라는 저자의 책은 앞서 몇 권 소개되었는데 그래도 이번 책이 가장 궁금하다(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알려준다니까).

˝양자물리학과 우주론, 지각과 인식, 신경과학 등 첨단과학의 경계를 탐험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저자는 현재 알려진 과학적 지식의 한계점까지 나아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과 그로부터 파생된 온갖 다양한 모순을 파헤친다.˝

저술가 빌 브라이슨의 추천사가 책의 강점을 잘 짚어준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환상적이다. 어려운 주제를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책은 두 번 다시 찾기 힘들 것이다.˝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지 못한다면 낭패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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