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스티븐 로즈와 힐러리 로즈의(부부다) <신경과학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이상북스). 제목이 긴 책이 보통 그렇듯 분량은 얇은 편이다. 그리고 제목으로도 저자들의 신중한 답변을 내놓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신경과학이 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극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과학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즉 공동 구성한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신경과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스티븐 로즈와 힐러리 로즈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정치경제학의 일부로 발생한 ‘신경’이라는 접두사에 대한 과도한 기대의 거품을 걷어내고 실제 희망을 솎아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따라서 이 책은 신경과학이라는 테크노사이언스가 제시하는 장밋빛 낙관보다는 정치와 사회 정책에 대한 신경과학의 남용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두 저자의 책으론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바다출판사)가 먼저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책보다는 묵직한데, 두 사람이 급진과학운동의 선구자라는 건 소개를 보고 알았다. 급진과학에 대한 소개서로도 참고할 만하다.

˝1960년대부터 급진과학운동의 선구자로 활동한 힐러리 로즈와 스티븐 로즈 부부의 최신작. 급진과학운동이란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과학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과학의 민주화와 민중을 위한 과학 건설을 추구한 운동이다. 오랫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연구 활동을 하던 이들 부부가 유전체학(유전자)과 재생의학(세포), 뇌신경과학(뇌)으로 대표되는 생명과학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본다. 저자들은 생명과학은 과연 누가 통제하고,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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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선집으로 ‘드디어 다윈‘ 시리즈가 <종의 기원>(사이언스북스)을 첫권으로 하여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다윈‘이란 시리즈 타이틀이 여러 의미와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데 독자의 느낌도 복잡하다.

일단 나로선 이제 책들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라 적어놓은 처지에 새로운 시리즈와 마주하게 되니 착잡하다. 게다가 <종의 기원>을 강의할 일은 없을 테니 이 책을 읽게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다른 <종의 기원> 번역서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종의 기원>이여 안녕‘이라고 말할 배포는 키우지 못했으니.

책장에 꽂혀 있는 다윈 평전들을 비롯해서 바닥에 쌓여 있는 책들만 하더라도 진화론 분야의 책이 부지기수다. 근래에 나왔던 책으로는 <다윈에 대한 오해>나 <진화와 인간행동> 같은 묵직한 책까지. ‘드디어 다윈‘은 이렇게 묻어두려 했던 책들까지 다시 소환하게 만드니 심지어 괘씸하게 여겨진다.

비록 역자나 출판사가 미덥다 하더라도 <종의 기원>만 갖고는 ‘지각 출간‘을 환영하고 싶지 않다. 사과에 시기가 있는 것처럼 출간도 시기가 있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 이런 불편한, 내지 착잡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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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랜드 2019-07-3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어도 정말 늦었죠. 원래 찰스다윈200주년에 맞추어 출간일을 잡던 책이 무려 10년이나 딜레이 되어 나왔으니. 그래도 이제서야 믿을만한 역자의 역본이 나온게 어딘가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로쟈 2019-07-31 17:44   좋아요 0 | URL
네 다행이기도 하지만 예정보다 너무 늦어진 감이..

간돌이 2019-08-22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로선 이제 책들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라‘ 라니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주말이지만 오후에 강의가 있었고 이후에는 망중한을 보내는 중이다. 오랜만의 여유인 듯한데 돌이켜보면 지난 두어 달은 별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떻게든 버텨온 것이 용하게 여겨진다. 내주 목요일까지는 강의가 있지만 여느 때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일정이고 금요일부터는 며칠간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재충전이 될 수 있을는지.

피로 누젹과 함께 건강에도 여러 적신호가 켜졌는데 근본적인 해법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가급적 수면시간을 늘리고 가벼운 운동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나이와 건강을 염두에 두다 보니 새로 눈길이 가는 책들이 있다. ‘인생학교‘ 시리즈의 몇몇 책들이 그렇고, 신간 중에는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건강의 배신>(부키) 같은 책이 그런 경우다. ‘배신‘ 시리즈로 친숙한 저자가 원래 세포면역학을 전공한 과학자라는 걸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이전 책에서도 저자의 이력으로 소개되었을 텐데 주의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과학책‘은 아니다. 전작들이 그렇듯이 일종의 탐사 저널리즘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병원과 의료계 현장으로 뛰어들어 현대 의학이 증거에 기반하고 있다는 주장, 예방 의학이 무병장수를 보장한다는 약속이 정말인지 샅샅이 돌아본다. 또 피트니스센터와 웰니스 업계를 찾아 안티에이징의 비법을 제공한다는 그들의 프로그램과 제품이 실제로 효력이 있는지 살핀다. 실리콘밸리로 파고들어 바이오 해킹과 마음 근육 단련으로 영생을 이루겠다는 그들의 꿈이 실현 가능한지 따진다. 그리하여 이 모든 산업과 열풍의 근간이 되는, 우리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과연 사실인지 검증한다.˝

부제는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이다. 그와 함께 주목한 책은 리 대니얼 크라비츠의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동아시아)다. ‘사회전염 현상을 파헤치는 과학적 르포르타주‘가 부제. 생소하지만 ‘사회전염학‘ 분야의 책이다. ‘사회전염‘이 키워드인데 따져보면 낯선 것만도 아니다. 타인의 영향을 받아 모방하거나 흉내내는 것이 사회전염 현상이라면 말이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은 타인 혹은 환경에 의해 전염되어 형성되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우리가 타인에게 전염시키기도 한다.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게도 말이다. 사회전염이 움직이는 방식과 그 영향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생각이나 행동이나 감정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리 대니얼 크라비츠의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는 사회전염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전염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정서건강에 도움이 될까? 당장은 그런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데 어떤 내용의 책인지는 펼쳐보아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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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7-28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런 라이크의 배신시리즈를 보면서 이런 탐사저널리즘을 할수 있는 환경이 참 부러웠는데 의료분야까지 섭렵했군요! 푹 쉬시고 충분한 휴가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로쟈 2019-07-28 10:28   좋아요 0 | URL
네, 이런 종류의 책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lea266 2019-07-2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면서 웃었어요 몸이 지쳐서 병이 나실 지경인데 그냥 푹 쉬시고 산책이나 힐링을 하셔야 할텐데 ....그래서 또 몸과 맘을 설명해줄 책을 찾으시니까요 선생님은 정말 무시무시한 텍스트탐구자이십니다 어서 건강해지세요~~

로쟈 2019-07-29 06: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로제트50 2019-07-28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들면 몸이 차차 부서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강약조절이 필요한데 뜻대로
안되는것이 삶이죠.
저는 주변 변화로 올 여름 휴가 날아갔고요,
책이나 보면서...21 세기 지성, 일자리의 미래 읽는 중인데 재밌어요^^
문득 로쟈님 글보다...이번 여름 트렌드는
탐사물이리라는 생각이~~

로쟈 2019-07-29 06:58   좋아요 2 | URL
휴가를 책으로 보내거나 책으로 휴가를 보내거나.~

직선과 곡선 2019-07-2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푹 쉬시고 건강 회복하세요!!
 

9월의 영국문학기행을 앞두고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더블린으로 들어가서 런던에서 빠져나오는 8박10일간의 일정인데, 그 기간에 둘러봐야 하는 주요 작가만 하더라도 여덞 명 이상이어서 준비하려고 하면 매우 빡빡하다. 이번 여름에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과 <율리시스>를 여러 번 강의해야 하고 8월과 9월에는 정리판으로 ‘영국문학클럽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내년가을에 프랑스문학기행, 그리고 후년가을에 다시 러시아문학기행을 진행하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문학기행은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하게 된다(스페인과 포르투갈, 중부유럽, 그리스와 터키 등이 거기에 더해질 수 있는 선택지다).

자연스레 영국과 관련한 책들이 관심거리가 되는데 최근에 나온 책들로는 <옥스퍼드 과학사>(반니)와 <옥스퍼드 튜토리얼>(바다출판사)이 눈길을 끈다. <옥스퍼드 과학사>는 일러스트판이어서 부제도 ‘사진과 함께 보는, 과학이 빚어낸 거의 모든 것의 역사‘다. 공저인데 ˝20세기 중반에 많이 등장했던 큰 그림을 지향하는 과학사 책들과 달리, 13명의 과학사학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파고들어 한 권으로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책에 대한 신뢰는 근대 과학혁명을 선도한 나라가 영국이어서다. 그런 면에서는 빌 브라이슨이 엮은 <거인들의 생각과 힘>(까치)도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영국 왕립회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옥스퍼드 튜토리얼> 역시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다수의 학자들이 참여한 공저인데 옥스퍼드 대학의 독특한 교수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튜토리얼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 기반을 둔 교수법으로, 옥스퍼드 대학교가 시작되기 전인 11세기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튜토리얼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 교수법이 옥스퍼드를 명문으로 만든 핵심 교육법이자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말한다. 이 책은 옥스퍼드에서 튜토리얼을 경험했고, 이제는 튜터가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각 분야의 경험 많은 옥스퍼드 거장들이 튜토리얼에 관해 피력한 신념과 주장을 담았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특별히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방식 혹은 교수법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봐도 좋겠다. 물론 비교로 끝낼 일은 아니고, 특별한 비결이라고 생각된다면 우리 현실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궁리해봐야겠다. 옥스퍼드 모델이라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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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태생의 물리학자(현재는 프랑스에서 활동중) 카를 로벨리의 책이 연이어 소개되고 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 처음 번역된 이후 매년 한권 꼴이다. 신간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쌤앤파커스)로 몇달 전에 영어판을 미리 구해놓고 번역본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차였다. 부제는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이다. 두껍지 않은 분량으로 맞춤하게 물리학적 시간론을 정리해준 책으로 기대가 된다.

사실 시간, 혹은 인간적 직관하의 인간적 시간은 강의에서도 자주 언급하는 내용이다.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장르를 정의하는 데서도 나는 시간을 핵심 범주로 간주한다. 인간의 시간경험과 그 표현양식이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역적 시간과 비가역적 시간이라는 표현도 자주 쓰는데 ‘흐르지 않는 시간‘이 내게는 무시간이면서 가역적 시간에 해당한다. 물리학에서 그 시간을 좀더 정확하게는 어떻게 이해하며 기술하는지 궁금했기에 로벨리의 책이 기대가 된다.

물리학적 시간이 있다면, 철학적 시간도 있고, 문학적 시간도 있다. 과거에는 ‘시간과 문학‘을 주제로 다룬 책들도 있었는데(문학현상학?) 사실 이 주제에 관해서라면 나도 몇 시간쯤 강의할 수 있고 앏은 책도 한권 쓸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시간 일반에 대해서도 몇마디 하려면 읽어야 할 책이 많다. 일단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길잡이로 삼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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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5-31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적 시간과 문학적 시간”, “시간과 문학”에 대한 강의 들어보고 싶네요^^

로쟈 2019-05-31 07:21   좋아요 0 | URL
간단한 내용은 강의중에 자주 언급합니다.~

모맘 2019-05-3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언제부턴가 관심분야가 됐지만 책을 잘 읽어내지 못했던것같습니다 읽어나가다 보면 더이상의 이해가 불가한 시점을 만나게 되거든요
그래도 ‘시간‘이란 단어를 보고 또 끌렸는데, 이번 책은 ‘물리학‘이라는 무서운 용어가 부가가 되니 후덜덜이네요ㅎㅎ
그래도 구매의욕 꿈뜰 조금씩 상승하고 있으니 이 현상은 분명 사게될 징조입니다ㅎㅎ
아마도 구입 직후 책장에 꽂히게 될 운명~

로쟈 2019-05-31 07:22   좋아요 0 | URL
얇은 책이니 한번 도전해보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