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꼽지 않은 지 오래 되었는데, 가끔은 '오늘의 저자'라도 골라놓고 싶어진다. 금지된 일은 아니니 내키는 날에는 고를 수 있는 것. 오늘은 두 명이다. 공통적으로 사회이론가로도 분류되는 노르웨이 사회학자 욘 엘스터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비데다. 노르웨이 학자라고는 하지만 욘 엘스터는 현재 콜럼비아 대학의 석좌교수와 콜레주 드 프랑스의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위키피디아 참고). 1940년생. 그리고 자크 비데는 1935년생으로 낭테르대학의 명예교수다. 


  














욘 엘스터를 꼽은 건 <사회적 행위를 설명하기>(그린비)란 책이 번역돼 나왔기 때문. 분량 때문에 두 권으로 분권돼 나왔다. 소개는 간단하다. "사회과학의 핵심 개념으로 ‘선택’을 제안하며 사회적 행위의 본질을 고찰하는 욘 엘스터의 논쟁적 저서이다. 합리성 이론의 대가로 불리는 저자의 이른바 ‘사회과학의 도구상자’로부터, 인간 심리와 사회 현상을 꿰뚫는 통찰의 도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선택과 합리성 이론을 결합하면 '합리적 선택이론'을 떠올리게 되는데, 정확한 계보는 모르겠다(엘스터의 박사논문 지도교수가 레이몽 아롱이었군). 영향을 받은 저작으로 토머스 셸링의 <갈등의 전략>을 꼽기도 했다. 셸링의 책으론 <미시동기와 거시행동>도 소개돼 있다(진작에 구해놓고 어디에 놓았는지). 
















사실 욘 엘스터라는 이름은 앞서 나온 <마르크스 이해하기>(나남) 때문에 기억하게 되었다(벌써 5년 전에 나온 책이군). 이번에 원서도 구해서 이제야(!) 읽어보려 한다. 엘스터의 다른 책으론 토크빌론도 소개되면 좋겠다(책은 오늘 구했다).

















자크 비데를 같이 묶은 건 마르크스 전문가여서다. 알튀세르 사단에 속하는 철학자로 <대안마르크스주의> 등의 공저에 이어서 단독 저작으로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오월의봄)이 이번에 나왔다. '푸코와 함께 마르크스를'이 부제(영어판 제목이기도 하다). 비데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루이 알튀세르 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그는,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에티엔 발리바르와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알튀세르 사상을 계승해 마르크스주의 연구에 기여해왔다. 알튀세르는 생전에 비데의 작업을 마르크스주의의 발전에 공헌하는 중요한 시도로 인정한 바 있으며, 발리바르 역시 지금도 비데를 지속적으로 참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알튀세리앵으로 알려진 철학자 발리바르는 국내에 다수의 책이 번역돼 있다. 두 사람이 공저자로 참여한 책도 여럿 된다. 발리바르의 책 가운데서도 몇 권 소환해놓는다. 
















엘스터가 레이몽 아롱의 제자라는 걸 염두에 두면 엘스터와 비데는 마르크스를 중심으로 좌우 부채꼴을 형성하는 듯도 싶다. 구체적인 독해의 차이는 실제로 읽어봐야 알겠다. '오늘의 저자'라고 골랐지만, 책은 내일이나(혹은 다음주에나) 손에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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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20-09-0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의 독전감이 불편한 사람입니다. 로쟈님은 엘스터를, 비데를 읽어봤나요? 알지도 못하는 책에 대해 이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궁금해서 여쭙습니다.

2020-09-02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본의 동시대 비평가라면 단연 가라타니 고진이 넘사벽의 위상을 갖고 있다(하스미 시게히코도 거장으로 분류되지만 고진만큼 충분히 번역돼 있지 않다). 걸출한 신예가 등장하면 '제2의 가라타니 고진'이란 식으로 불리게 되는데, 한때 아사다 아키라가 그렇게 불렸고, 그 배턴을 이어받은 신예가 아즈마 히로키다(이 신예 비평가도 어느덧 50세 문턱에 있군). 그 히로키의 신작이 나왔다. <관광객의 철학>(리시올). 

















제목으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우리로선 '관광객'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어서일까?), 목차에서 '가족의 철학'과 함께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주체'를 발견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즈마 히로키의 도스토옙스키론! 초기 주저들에 이어서 좀 '약한' 책들이 계속 나온다 싶었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취향에 딱 맞는 주제를 다룬다. 
















주저라고 한 건 <존재론적, 우편적>(도서출판b)를 말하는데, 1999년에 펴낸 데뷔작이다. 28살 때 펴낸. 국내에는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문학동네)으로 처음 소개되고 많이 인용되었다. 그렇지만 이후의 저작들이 대체로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던 듯싶다. 기대가 너무 높았거나 관심사가 많지 않았을지도. <관광객의 철학>은 오랜만에 저자를 좀 가깝게 느끼게끔 해줄지 모른다.

















히로키마저 이제 '중견'이라면 일본의 젊은 비평가는 누구인가. 사사키 아타루? 아타루도 73년생이니 이제는 중견이다. 게다가 <야전과 영원>이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후의 저작들은(여러 권 더 소개되었다) '충격적'이지 않았다. 일본 비평도 이제는 잦아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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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8-24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즈마의 책은 번역이 계속되고 있군요. 번역된 책은 어찌하다보니 나오는 대로 구해서 읽게 됩니다. 아직 이 책은 읽진 않았는데,존재론적 우편적의 주요개념 ‘오배가능성‘의 실천적 재해석이 관광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로쟈 2020-08-24 01:18   좋아요 1 | URL
네, 역자도 두 책의 상관성에 대해서 얘기하네요.~
 

헤겔 입문서가 많이 나와 있지만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따져보면 <정신현상학>(다른 번역본도 나오면 좋겠다) 외 주저들의 새 번역본도 없는 상황이다(가령 <대논리학>). 칸트의 경우 전집 번역이 경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 비추어 헤겔의 독서와 수용은 여전히 미래의 일로 여겨진다. 그래도 관련서는 꾸준히 나오고 있고 계속 챙겨두고는 있는데, 이번에 꽤 믿음직한 입문서가 나왔다. 일본의 헤겔 연구자 미타 세키스케의 <헤겔에 이르는 길>(회화나무)이다. 저자나 역자 모두 생소한데, 서문을 봐서는 매우 유익한 책이고 번역도 좋다. 헤겔 읽기의 유용한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덕분에 생각이 나서 역시 일본의 헤겔 학자  곤자 다케시의 <헤겔의 이성, 국가, 역사> 등도 다시 책상맡에 두었다(<헤겔과 그의 시대>는 찾아야 한다). 방대한 규모라서 헤겔 읽기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데, 나의 관심사는 일단 역사철학에 두어진다. <헤겔에 이르는 길>이 전반적인 개요를 제공하고 있다. 















단련이 된다면, 오래 전부터 책장을 장식하고 있는 두꺼운 책들, 찰스 테일러의 <헤겔>이나 지젝의 헤겔 책들에 다시 손을 댈지도 모르겠다(지젝의 책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막혔던 기억이다.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헤겔 역사철학에 대한 관심은 마르크스의 역사유물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문학사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불가피하다. <역사철학강의>와 함께 <역사 속의 이성>을 참고해야 하지만, 절판된 지 오래 되었다(이 역시도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문학, 특히 근대소설사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헤겔주의자 루카치의 견해에 많이 빚지고 있기 때문에 나로선 계속 헤겔을 의식하게 된다. 

















영어권에서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새로운 번역본들을 내고 있는데, <정신현상학>과 <논리학>(우리는 <대논리학>이라고 부르는)이 나와있길래 구했다. 아울러 <헤겔의 핵심 개념들>도(편집자는 마이클 바우. 영국의 대표 헤겔 학자 가운데 한명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헤겔 사전>의 저자 마이클 인우드가 대표 학자였다). 


난공불락이라고 적었지만, 이번에는 일부 성과를 거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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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8-2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세가와 히로시의 정신현상학 입문을 읽으며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는데, 추천하신 책도 기대됩니다..^^

로쟈 2020-08-20 23:11   좋아요 2 | URL
네, 아무래도 수용사가 길다 보니 이해도 높은 듯..
 

천명을 안다는 나이는 옛말이라는 걸 지천명이 되면 안다. 그래도 나이를 헛되게 먹는 건 아니어서 무얼 공부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게 된다. 그래봐야 독서인의 공부라고 해도.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을 강의하면서 자연스레 세계사와 한국사에 관심을 두게 되고, 읽을 책들이 생긴다. 많이 읽었지만 충분하지 않기도 하고, 또 역설적이지만 읽을수록 읽을 책들이 늘어난다. 가을학기에는 한국근대소설들을 강의에서 읽을 예정이어서(절반 이상 처음 다루는 작품들) 한국근대사 책들도 서서히 빼놓고 있다(근대문학연구서들은 전공자들만큼 갖고 있다). 
















한국근대사와 근대문학 관련으로는 얼마전에 나온 김에 동학혁명부터 시작해야겠다는 것과, 신소설에서는 이인직 대신에 이해조부터 읽어야겠다는 것 등이 새 구상이다. 그런 궁리중에 발견한 책이 매천 황현의 <오동나무 아래에서 역사를 기록하다>(역사비평사). <매천야록>과 함께 <오하기문>이라고 국사시간에 배운 책명을 풀면 그렇다, 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이 책의 번역본이 있다는 사실도). 김삼웅 선생의 <매천 황현 평전>과 함께 출발점으로 삼을 생각. 















동학혁명 관련서도 여럿 갖고 있지만 역시 출발은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로. 나의 관심은 대중강의에서 한국근대문학의 흐름을 설명하는 것이고 그에 필요한 근대사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기에. 















세계사 공부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종류의 세계사가 나와있고 꽤 많이 소장하고 있지만, 기본 가닥은 '근대'다. 근대 이전과 근대 이후. 재작년부터 번역돼 나온 '하버드-체하베크 세계사' 시리즈를 모으고 있는데, 이번에 셋째 권이 나왔다. 이번에 나온 건 1350-1750년까지, 그러니까 14세기-18세기를 다룬다. 구간으로 보면 1750-1870이 빠졌다. 근대문학과 관련해서는 핵심적인 시기다. 그에 이어지는 1870-1945와 함께. 조만간 번역되기를 기대한다(이 하드커버 시리즈를 나는 원서도 같이 구입하고 있다). 




























비교대상은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론이다. 이 또한 책들을 한군데 모아놓아야 하는데, 언제쯤 가능할는지(책들의 행방부터 찾아야 하니). 
















다양한 주제의 세계사책들은 나중에, 따로 기회가 생기면 다뤄야겠다. 가령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밤의 역사> 같은 기발한 책들, 그렇지만 문학과 또 무관하지 않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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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를 접는다고 하면서 아직 방을 비우지 못한 상황인데, 주중에 거의 페이퍼를 쓰지 못하고 있어서 나대로는 절반은 접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책이 쌓이는 것에 비례하여 페이퍼거리들도 쌓이고, 이게 또 머릿속에서는 처치곤란인 상태라 머릿속도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안팎으로 나를 시달리게 만드는 건 책으로 가득 찬 방이다). 모든 분야에서 비워야 할 책들이 쌓여 있는데, 일단 인물과 평전 분야에서 몇 권을 방출하기로 한다. 
















근대 여명기 이탈리아의 걸출한 철학자 비코의 자서전이 지난 6월 하순에 나왔다. <비코 자서전>(교유서가). 비코의 <새로운 학문>(아카넷) 새 번역판의 역자 조한욱 교수가 옮겼다. 비코를 읽기 위한 교두보는 마련된 셈이라고 할까. 조한욱 교수의 비코 연구서도 기다려진다. 
















근대 정치철학의 대표 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평전은 최근에 나왔다.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의 <홉스>(교양인). '리바이어던의 탄생'이 부제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마티니치는 홉스 연구의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홉스의 책들을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역자는 <리바이어던>의 번역자 진석용 교수. 저자와 역자 모두 신뢰감을 준다. 역시나 <리바이어던> 읽기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책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백산서당)는 엥겔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국내서다. 대표 논문들과 그에 대한 해설을 싣고 있다. 마르크스와의 공저가 아닌 엥겔스만의 저작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 그런 점에서는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과 같이 봐도 좋겠다. 평전은 이미 트리스트럼 헌트의 <엥겔스 평전>(글항아리)이 10년 전에 나왔다. 아직까지는 엥겔스에 관한 대표 평전으로 보인다(독어판으로도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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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2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2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6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9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