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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요일 오후로 접어들었지만 베를린은 아침이다. 해는 진즉 떠 있지만, 7시 좀 넘은 시각이다. '모닝 포스트'로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 발견의 기준이 달라지지 않았기에 한국에서 포스팅을 하더라도 다뤘을 책들이다. 대담집 형식의 책 두 권을 골랐다.

 

 

먼저, 에리코 말라테스타의 <국가 없는 사회>(포도밭출판사, 2014). '카페에서 만난 어느 아나키스트와의 대화'가 부제. 처음 소개되는 저자인데,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1897년부터 1920년까지, 23년에 걸쳐 이탈리아 아나키스트인 에리코 말라테스타가 수배와 구속을 거듭 겪으며 집필한 원고들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씌어졌으며, 국가폭력의 본질을 고발하며 국가 없는 사회 구상의 비전을 그려낸다."

 

저자에 대한 소개를 좀더 보충하면 "그는 일찍이 학교를 떠나 혁명가의 길을 걸었고 여러 차례 감옥살이를 했으며, 무장봉기를 이끈 지도자, 총파업을 꿈꾸며 인민을 조직한 활동가이면서 평생 일을 멈추지 않은 노동자였다. 바쿠닌, 크로포트킨, 엠마 골드만과 함께 아나키즘 운동을 이끌었고, 사상과 행동, 설교와 실천이 일치하는 혁명가이자 상냥하고 따뜻한 심성의 인간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창 아나키즘 선전과 조직화가 왕성할 당시에는 ‘이탈리아의 레닌’(말라테스타는 자신은 결코 지배자, 폭군이 아니라며 그러한 표현을 거부했다)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영어판은 2006년에 나왔고, 전집까지 나오는 분위기로 보아 한창 재조명되는 듯싶다. 혹은 아나키스트 계열의 지식인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재조명되는 분위기인 듯하다. 덕분에 '국가 없는 사회 구상의 비전'을 한국어로도 읽어볼 수 있게 됐다.

 

 

 

두번째 책은 미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만과의 대담집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생각의길, 2014)이다. 국내에는 <분별 없는 제국>(심산, 2005)만 소개돼 있지만 UCLA의 교수로 재직중인 마이클 만은 <사회 권력의 원천들>이라는 연작을 통해서 유명해진 정치사회학 분야의 대표적 학자라고 한다. '세계적 석학 마이클 만과의 권력대담'이라는 부제 대로 대담은 주로 권력을 화제로 삼았다. 원제는 '21세기의 권력'.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된 책은 주저인 <사회 권력의 원천들>인데, 3권까지는 2012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작년에 마지막 4권이 하드카바로 출간됐다. 4권의 부제는 '세계화 1945-2011'.

 

 

방대한 규모의 '권력의 사회사'라고 해도 좋겠는데, 당장은 '그림의 떡'이라곤 해도 독서욕을 자극하는 연작이다...

 

14. 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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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3주가 넘게 계속되면서 65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부상당하고 1100여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80% 이상이 민간인이다.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팔레스타인인 전체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면서 모든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죽여야 한다는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학살이고 광기다. '21세기에도 이런 일이!'라고 하기엔 기대치가 이미 낮아져 있지만(더 나아가 인류와 인류문명에 대한 기대치도 우리는 재조정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는 반복적으로 짚어봐야겠다. 때마침 이스라엘, 아니 예루살렘에 관한 책이 출간됐기에 눈길이 간다. 제임스 캐럴의 <예루살렘의 광기>(동녘, 2014)를 '이주의 발견'으로 꼽는다. '왜 예루살렘이 문제인가?'가 부제.

 

 

저자는 '펜타곤과 미국 패권의 비극'을 다룬 <전쟁의 집>(동녘, 2009)으로 먼저 소개된 바 있다. "핵무기를 독점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이 된 펜타곤을 ‘전쟁의 집’이라 이름 짓고, 펜타곤의 탄생과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한 펜타곤 사람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펜타곤과 미국의 패권주의가 세계 역사 속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쳐 왔는지 시대 순으로 세밀하게 추적한" 책이다. 이번에 나온 <예루살렘 광기>는 "예루살렘의 시작부터 오늘날 중동 지역의 종교 분쟁까지, 예루살렘의 모든 것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분석한 내용을 실었다."

 

'예루살렘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하니까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의 <예루살렘 전기>(시공사, 2012)도 떠오른다. 말 그대로 전기이며 '축복과 저주가 동시에 존재하는 그 땅의 역사'를 통째로 담고 있다. 96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예루살렘 땅의 모든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 땅의 장대하고 성스러운 역사를 비롯하여 그곳에 살고 배회하며 소유하려 들었던 수많은 개인과 민족의 역사를 담았다. 단순히 종교나 분쟁에만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며 목적론적 서술로 모든 역사가 필연적이었음을 이야기하는 책도 아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전 생애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예루살렘에 대한 가장 깊고 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생각이 난 김에 팔레스타인 관련서도 홍미정, 서정환의 <울지마, 팔레스타인>(시대의창, 2013),이젤딘 아부엘아시시의 <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낮은산, 2013), 램지 바루드의 <나의 아버지는 자유의 전사였다>(산수야, 2012) 등이 최근에 나온 책들이다.

 

 

팔레스타인의 역사에 대해서는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 현대사>(후마니타스, 2009)가 가장 자세하다. 원혜진의 <아! 팔레스타인1,2>(여우고개, 2013)은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로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다.

 

 

르포 성격의 책으론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글논그림밭, 2002)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글논그림밭, 2012), 그리고 김재명의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프로네시스, 2009) 등이 있다.

 

14. 07. 30.

 

P.S.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의 저자이기도 한 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의 현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리포트는 프레시안의 기사(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0060)를 참조. 특히, 유엔 인권위의 진상조사단 구성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가 눈길을 끈다...

안타까운 일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인 한국이 또다시 기권을 했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표결에 앞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된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으나 막상 표결에서는 기권표를 던졌다.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말해온 정부가 정작 지구촌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스라엘의 반인륜적 범죄를 조사하자는 움직임에 나 몰라라 외면하는 모습이다.

친이스라엘 일방주의 대외정책을 펴는 미국이 반대표를 던진 것도 문제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한국이 기권표를 던진 것은 더욱 한심스럽다고 여겨진다. 2년 임기(2013-4년)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자, 유엔인권위 이사국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입만 열면 말해온 북한 인권 비판의 잣대로 봐도 기권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모습이다. 그야말로 이중잣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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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원고를 하나 보내고 잠시 휴식시간에 성자들의 삶에 대한 책을 꺼내든다. 프레데릭 르누아르의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판미동, 2014). 저자는 프랑스의 종교사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천사의 약속>과 <루나의 신탁> 같은 역사소설을 써낸 소설가이기도 하다. 국내에도 제법 여러 권의 책이 출간돼 있다.

 

 

이미 예수에 대한 책 두 권이 소개돼 있는데, 이번에 나온 책에선 소크라테스와 붓다를 더 얹었다. "인류의 스승 3인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오늘날 우리가 처한 정신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한다.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세 인물에 대해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설명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비화를 재조명하며,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정의, 사랑, 자비 등의 메시지가 현재의 우리 삶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보여 주는 수작"이라는 소개다.

 

 

 

흔히 공자까지 포함하여 우리가 '4대 성인'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 원조가 야스퍼스가 아닌지는 모르겠다. 네 명을 다룬 <위대한 사상가들>(책과함께, 2005)이 야스퍼스의 책이기 때문(절판됐군). 야스퍼스가 '축의 시대'라고 부른 인류 정신사의 여명기를 다룬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교양인, 2010)도 네 명의 성자에 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축의 시대'를 언급하고 있는 야스퍼스의 <역사의 기원과 목표>는 절판된 이후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국내서로는 '우리가 다시 읽어야 할 정신적 스승' 시리즈도 한 통속이다. 이광수의 <슬픈 붓다>(21세기북스, 2013)부터 김근수의 <슬픈 예수>, 이한우의 <슬픈 공자>까지 세 권이 나온 상태. 지난 여름의 일이다. 프레데릭 르누아르의 책과 같이 겹쳐 읽어도 좋겠다. 그러고 보니 전기가 가장 빈약한 게 소크라테스인 듯싶은데, 그건 그만큼 소크라테스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데 참고할 만한 자료가 적지 때문으로 보인다...

 

14. 07. 27.

 

 

P.S. 붓다, 혹은 석가모니의 생애에 대해선 헤세의 <싯다르타>를 참고해도 좋겠다. <데미안>만큼은 물로 아니지만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어서 독서 여건은 풍족하다. 한여름의 '템플 스테이'를 집안에서 경험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방콕형 템플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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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았지만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난망이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수사도 엉터리였지만 '조작'도 이런 식이라면 너무 무성의하다. 관련기사를 읽으며 개탄할 수밖에 없는데, 러시아식으로 말하면 정말 '고골레스크'하다(고골의 작품들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다). 더불어 떠올린 책은 이택광의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시대의창, 2014).

 

 

아마도 공식적으로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와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의 이름이리라. 좋다.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어떤 행복이고, 어떤 꿈인가. 누구의 행복이고 누구의 꿈인가. 중요한 건 그렇게 다시 묻는 일처럼 보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수습도 대책도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게 박근혜 정부의 태도라면, 아마도 우리에게 이 정도 주어진 게 '행복'이고 '꿈'이라는 거 같다.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 국민이 무얼 더 바라느냐는 뜻이 아닐까. 행복하니까 지지하는 거고, 만족하니까 꿈이 이루어진 거 아니냐는.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에는 무려 슬라보예 지젝의 추천사도 붙어 있다. “이택광의 비평은 가차 없는 분석과 열정적인 정치적 개입을 버무려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 책은 한국만이 아니라 훨씬 넓은 맥락에서 오늘날 좌파의 중요한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일상의 양식과 같을 것이다. 당신이 이를 무시할 수는 있겠지만, 마땅히 그 책임은 당신의 몫이다!” 최소한 제목만은 '일상의 양식'에 값한다. 거의 매일같이 물을 수밖에 없기에.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 정치적 재앙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14.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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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별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두 권의 책 제목을 붙여봤을 뿐이다. 살만 악타르의 <사물과 마음>(홍시, 2014)와 마이클 아이건의 <황홀>(NUN, 2014)이 그 두 권이다. 정신분석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된다는 점이 공통점. 그리고 둘다 비교적 얇은 분량의 책이라는 점, 생소한 저자의 책이라는 점 등을 더 꼽아볼 수 있다.

 

 

<사물과 마음>의 원제는 '우리 욕망의 대상들'. '물건 뒤에 숨어 있는 흔들리는 마음들'이 부제다. 소개는 이렇다.  

정신분석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시고니상 수상자인 살만 악타르의 책이다. <사물과 마음>은 살만 악타르가 쓴 유일한 대중 교양서이지만, 진정한 대가다움으로 깊이 있고 유려한 글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물을 보는 눈을 새로 뜨게 될 것이며, 인간과 사물이 융합할 때 우리 삶이 더 흥미롭고 의미로 충만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가 없어서 찾아보니 역시나 인도 출신의 정신분석가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에 관한 다수의 저작을 갖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 전문서 범주에 속하는 듯한데, 유일한 대중 교양서라고 하니까 읽어봄직하다.

 

 

내겐 생소하지만 마이클 아이건은 미국의 꽤 영향력 있는 정신분석가 중 한 명이라고 하며 국내에도 책이 알게 모르게 여럿 출간돼 있다. 주로 한국심리치료연구소에서 나온 책들이다. '정신분석가들에게 사랑 받는 정신분석 작가의 임상 에세이'라고 소개되는데, 얇은 김에 한번 읽어보고픈 생각이 든다. 한권 더 고른다면 <감정이 중요해>(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11). 마음과 감정과 황홀에 대해서 한꺼번에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14.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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