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라고 적었지만, 나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과학고 국어교사의 수업이야기여서다. 하고은의 <우리들의 문학시간>(롤러코스터). 구체적인 수업방식에 대해서보다 내가 관심을 갖는 건 수업시간에 읽는 작품 목록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어느 만큼 읽고 소화하느냐,
















'13년차 소심한 국어선생'이라고 소개하는 김지운의 <한 학기 한 권 세계문학 읽기>(휴머니스트)도 마찬가지다(참고로 '한 학기 한권'을 주제로 한 책들은 많이 나와있다). 


"이 책에는 영미,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의 근대 장편소설 12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산업화, 전쟁, 식민지, 사회적 격변, 문화적 단절, 차별, 빈곤 등 오늘날의 삶과도 연관되는 다양한 내용과 가치를 전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국어 교사의 눈으로 읽은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뿐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했던 수업 과정과 내용도 담고 있어, 고전 수업은 물론 방과후 수업이나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상적인 건  '장편소설 12편'의 목록이다(모두가 장편인 건 아니고 단편집과 중편들도 포함돼 있다). 성인 강의에서도 충분히 다룸 직한 작품들이다.  


덧붙여, 이낭희의 <나만의 문학수업을 디자인하다>(휴머니스트)는 '30년차 문학 교사'의 문학수업 노하우를 담고 있다. 작품 목록보다는 교수법 소개에 비중을 둔 책. 여하튼 학교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학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엿보게 해주는 책들이다. 


중고등학생이 나의 관심은 아니지만, 그리고 '문학수업'도 관심사가 아니지만(수업에는 평가가 필수적이라는 뜻에서), 문학작품 읽기와 소통의 문제는 모든 문학 강사들의 공통 화두이기에 책들을 따로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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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약수 2021-01-24 14: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입시위주 교육이 인문학 교육의 자리를 빼앗고 있는 현실에서 현장의 선생님들은 문학을 매개로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궁금하군요. 세인트 존스 컬리지의 고전읽기 수업과 토론은 우리에겐 낯선 풍경인듯 하여 씁쓸합니다.

로쟈 2021-01-24 17:46   좋아요 2 | URL
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닐텐데,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 같네요..

박균호 2021-01-24 1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사로서 꼭 쓰고 싶은 종류의 책이네요.

로쟈 2021-01-24 17:44   좋아요 2 | URL
네, 한번 내보셔도 좋을 듯.

붕붕툐툐 2021-01-2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김지운샘 연재글 재밌게 읽었었는데, 단행본도 나왔군요!! 하.. 정말 평가만 아니라면 춤을 추며 함께 읽을 수 있으련만.. 저도 참고해 봐야겠네요!!^^

로쟈 2021-01-25 13:55   좋아요 1 | URL
연재글이었군요.~

anny1717 2021-01-25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우연히 SNS에서 발견하고 <우리들의 문학시간> 읽었어요. 과학고라 좀 더 자유로운 국어수업이 가능했다던데 시부터 소설, 희곡까지 다양한 작품을 깊이있게 다루셨더라구요.김지운 선생님 책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로쟈 2021-01-25 13:55   좋아요 1 | URL
네, 문학수업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유익할 듯.~
 

아마도 지성사가로 부를 수 있을 성싶은데, 미국의 역사학자 마틴 제이(1944년생)의 신작이 나왔다. <경험의 노래들>(글항아리). 원저는 2004년간. 마틴 제이는 프랑크푸르트학파에 관한 연구서 <변증법적 상상력>(1973)을 통해 처음 이름을 알리고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학자다(아마도 박사논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확인해보니 지난해까지도 저서를 출간했는데, 국내에는 <변증법적 상상력>을 포함해 네 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번역되지는 않았지만 이름은 낯익은 <마르크스주의와 총체성>까지 포함하면(소장도서라서 낯익은 모양이다). 다섯 권 정도가 관심도서다(더 소개될까?). 


<변증법적 상상력>(1973)

<마르크스주의와 총체성>(1984)

<아도르노>(1984)

<눈의 폄하>(1993)

<경험의 노래들>(2004)















"마틴 제이의 <경험의 노래들>은 인간 경험의 본질에 대한 서양 사상의 흐름을 포괄적으로 톺아낸 역작이다. 광범위하고 이질적인 사유들에 대한 명쾌한 비교 분석은 16세기부터 현재까지 왜 ‘경험’이 논란의 촉발점이었는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서구 경험주의와 합리주의, 종교 사상과 현상학,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포스트구조주의까지 저자는 특정 사상과 학파를 다루면서 그것을 초월하는 주제와 패턴을 발견하고 경험의 지적 역사를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경험'이란 주제에 초점을 맞춘 지성사 내지 사상사쯤 되겠다. 한편 <눈의 폄하>는 시각을 주제로 한 철학사다. '20세기 프랑스 철학의 시각과 반시각'이 부제. <모더니티와 시각의 헤게모니>와 같이 읽어볼 수 있는 책(마틴 제이도 공저자로 참여했다). 



마틴 제이를 떠올리게 된 건 오늘 책이사를 하면서 아주 오랜만에 박스보관도서를 풀었다가 <변증법적 상상력>(돌베개)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빛바램만 있는 새책 수준(알라딘에는 중고로만 남아있다). 한국어 초판은 1979년에 나왔는데, 내가 갖고 있는 건 1981년 초판중쇄본이다. 아마도 구입한 건 90년대 초반이었을 성싶은데, 그때까지 절판되지도 더 찍지도 않았던 모양. 대학원 시절에 원서도 여럿 구해서 갖고 있었다. 에리히 프롬에 대해 강의하면서 자연스레 프랑크푸르트학파 관련서도 손에 들게 되는데, 20-30년 묵혀둔 책들과 이제는 대면할 때가 되었다. 















올해 강의의 주력은 계속 진행해온 도스토예프스키(강의책을 낼 예정이다)와 여성문학(역시나 책을 낼 예정) 외에 '모더니즘'과 '단편소설'에도 할애할 예정이다. 모더니즘은 도스토예프스키 이후 문학의 향방이란 관점에서 갖는 관심사로 이미 상당수의 책을 구해놓은 상태다. 해서, 모더니즘, 그리고 단편소설에 대해서는 종종 페이퍼에서 다루게 될 듯싶다. 더불어, 오랜만에 묶어서 불러보는데, 루카치와 아도르노에 대해서도 서서히 정리해나갈 예정이다. 


  















역시 지성사 쪽 책으로 유진 런의 <마르크시즘과 모더니즘>(문학과지성사)도 오랜만에 다시 손에 들 참이다(루카치, 브레히트, 벤야민, 아도르노, 4인에 관한 연구서다). 친숙한 이름들과 오랜만에 자주 만나게 될 듯싶어서 기대가 된다...
















P.S. 놀랍게도 <변증법적 상상력>(동녘) 새 번역본이 곧바로 나왔다. 하긴 초역본이 40년 전에 나왔으니 새로 번역될 만하다. 검색해보니 후기 비판이론을 다룬 제이의 <이성의 일식 이후의 이성>도 갖고 있는 책었다. 재작년에 구했는데,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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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랑시에르의 초기 저작이자 대표작 <프롤레타리의 밤>(문학동네)이 출간되었다. 수년 전에 영어판만 구해놓고 번역본이 나오길 기다리던 책이다. 랑시에르의 출발점이면서 그의 문제의식을 오롯하게 보여주는 저작. 
















"자크 랑시에르의 국가박사학위논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스 68혁명을 경유하며 알튀세르와의 관계를 논쟁적으로 청산한 뒤 랑시에르가 자신의 문제의식을 첨예화한 저작이자 대문자적 주체와 그 표상에 이의를 제기한 문제작이다. 랑시에르가 문서고에서 1830~50년대 프랑스 노동자들의 저널과 일기, 편지들을 독해하며 써내려간 이 책은 노동자들의 문화사나 사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프롤레타리아의 밤>은 노동자의 말하기가 이들의 노동 조건을 반영한다거나 어떤 동질적인 문화를 표현한다고 추론하는 역사학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 노동자의 과학임을 자처했던 당대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포함한 학문적 사유에 내재적인 분할 논리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프롤레타리아의 밤>을 기다린 건 <무지한 스승>의 원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인데, 내가 알기로 랑시에르는 현대 정치철학자들 가운데 인민(노동자)에 대한 가장 깊은 신뢰를 보여준다. 그러한 태도가 어떤 근거에서 비롯되며 얼마나 유효한지 알고 싶은 것. 
















랑시에르에 대해 오랜만에 언급하다 처음 수입/수용되던 때가 생각난다.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의 초역본부터 번역이 매번 논란이 됐던 철학자이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을까?(그렇지 않은 책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랑시에르 수용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최정우의 두번째 책도 최근에 나왔다. <사유의 악보>(2011) 이후 9년만에 펴낸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문학동네)이다. 


"정교하고 치밀하며 음악적인 문체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용산 참사, 천안함과 세월호,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페미니즘과 그 반동, ‘한국적’ 포스트모던 담론의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장면 등 이천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적 풍경을 미학과 감성의 차원에서 새롭게 읽어나간다."


2010년대의 랑시에르는 들뢰즈와 지젝 등과 함께, 혹은 그 뒤를 이어서 한국 인문학과 비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로 지목할 수 있는데, 최정우의 평론집도 그 사례로 읽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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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21-01-18 0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오랜만에 이곳에 글을 올립니다.
참 오랜만에 펴낸 책인데, 이렇게 제 책에 관심 가져주시고 주목해주셔서 깊이 감사 드립니다.
랑시에르에 대한 논의들과 함께,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활발한 논의와 뜨거운 질정의 장을 같이 만들어볼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로쟈 2021-01-18 23:57   좋아요 1 | URL
네, 9년은 너무 긴 텀인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자주 뵐 수 있기를.~
 

눈과 함께 찾아온 한파로(서울은 35년만의 최저기온이라 한다. 고 2때 겨울이었군) 겨울 같다. 자연스레(?)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떠올리게 되었다(아이들까지 트롯 무대에 올렸다는 기사를 읽은 뒤의 반감이기도 하고). 대개 그렇듯 ‘보리수‘의 멜로디만 흥얼거리는데 찾아보니 안내서가 나와있어 바로 주문했다. 이언 보스트리치(성악가이자 인문학자라 한다. 테너이자 역사학 박사. 유튜브에도 공연영상이 떠있다)의 해설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바다출판사)다.

˝30년 동안 100차례 이상 ‘겨울 나그네‘를 불러온 세계적인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가 ‘겨울 나그네‘ 24곡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이언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서 클래식 입문자들이 이 곡을 좀 더 친근하게 들을 수 있도록 음악적인 설명과 함께 당시의 역사, 사회, 문화를 통해 풀어낸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딱 기대하는 책이다. 내가 주문하고도 선물받은 느낌이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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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1-01-08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두해 전, 정만섭이 그가 진행하는 클래식 방송에서 겨울나그네 전곡을 직접 우리말로 옮겨 홈피에 올려 두었지요.
저를 비롯한 몇몇 청취자들이 그걸 출력해서 라디오로 전곡을 주욱 따라
들은 기억이 납니다^^
나도 선물 받고 싶당! ...요*^^*

로쟈 2021-01-09 11:35   좋아요 0 | URL
그런 시절이.~

2021-04-22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사 책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는데, 이럴 때 쓰는 비유는 아니지만 눈도 내린 김에 '설상가상'으로 엄청난 대작이 추가되었다(영화계에 쓰는 말로는 때아닌 '블록버스터'). 대작 평전 <히틀러>의 저자 이언 커쇼의 또다른 대작 <유럽>이 번역된 것. 1914년부터 2017년까지 100년에 이르는 역사를 두 권의 책에 담았다(원저도 두 권짜리다). 도널드 서순의 책까지 이어붙이면, 대략 1860년 이후 세계사가 되겠다. 


 














둘째권, <유럽 1950-2017>의 소개는 이렇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이언 커쇼의 <유럽 1914-1949 : 죽다 겨우 살아나다>를 뒤잇는 책으로 20세기 유럽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야심찬 프로젝트 제2권에 해당한다. 책의 부제 ‘롤러코스터를 타다’에서 드러나듯이, 저자가 바라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은 지난 70년 동안 심한 오르내림과 좌우 흔들림, 느리게 나아가다가 갑자기 빨라짐 등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극단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면서도 궤도를 이탈해 완전히 붕괴하는 일 없이 여러 도전을 겪어내면서 위태롭게 살아남은 유럽의 최근 현대사가 총 12개의 장에서 펼쳐진다."
















그동안 20세기 역사의 표준 역할을 해온 건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였다. 
















그리고 전후에 한정하면 토니 주트의 <전후 유럽 1945-2005>(<포스트워>의 개정판)이 있었다. 커쇼의 책은 이들과 같은 서가에 꽂을 수 있겠다. 


 













말이 나온 김에, 영어권 히틀러 평전의 결정판 <히틀러>. 

















독어권에서 나온 결정판으로는('결정판'이라는 말은 한시적이다. 히틀러에 관해서는 믿기진 않을 정도로 많은 책이 나오고 있어서다) 폴커 울리히의 <히틀러>가 있다(역시 두권짜리). 나는 영어판으로 구했다. 
















앞서, 독어권 대표 평전은 요하임 페스트의 <히틀러 평전>이었다. 
















커쇼의 책보다 앞서 나온 책으로는 존 톨랜드의 <아돌프 히틀러>가 있었다. 어찌하다보니 히틀러에 관한 책들도 꽤 소장하게 되었다. 개별 인물에 관한 책으로는 단연 최다 종수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19세기 인물로는 나폴레옹?).















너무 두꺼운 책들에 질릴 때 손이 가는 책으로는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책들이 있다.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같은 경우는 가성비가 가장 좋은 책. 비스마르크부터 히틀러까지의 독일 역사를 다룬 책들로는 가장 모범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주말에는 커쇼의 책을 손에 들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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