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덫>의 공저자 한스-페터 마르틴의 신작이 나왔다. <게임 오버>(한빛비즈). 1996년에 나왔던 <세계화의 덫>은 세계화에 대한 비판서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 가운데 하나다(소개에 따르면 28개 언어로 번역돼 700만부 이상 나갔다고 한다). 22년이 지나 2018년에 펴낸 <게임 오버>는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일별하게 해줄 듯싶다. 게임 오버라고?

˝20년 전, 21세기를 정의하는 적중한 분석을 내놓으며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한스 페터 마르틴이 다시 한번 번뜩이는 분석으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구조화되는 불평등을 “20대 80 사회”로 정의하며 세계화의 덫과 민주주의와 복지를 향한 공격을 예고했다면, 이번 화두는 시스템 붕괴system crash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서구 문명화 모델,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종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랜 기간 세계 질서를 지배해온 시스템이 붕괴하는 현상을 짚는다. 4차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붕괴, 극우 민족주의의 부활을 중심축으로 하여 고령화, 대규모 이민, 기후변화 등 그야말로 시대의 큰 줄기를 이루는 주제들을 두루 분석한다.˝

부제가 ‘소수만 누리는 번영, 누구도 원치 않는 민주주의, 모두가 바라는 민족주의, 그다음은?‘이다. 냉전의 종식 이후 현재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향후 전망은 어떠할지 궁금한 독자라면 필히 손에 들어볼 만하다. <세계화의 덫>을 지금 시점에서 재독해봐도 좋겠다. 독문학자 김누리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세계화의 덫>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주주의의 덫이 되리라 경고했다. 그 후속편인 <게임 오버>는 덫에 걸린 민주주의의 현실을 신랄하게 폭로한다. 신민족주의, 포퓰리즘, 극우주의가 그 현상이요,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이 그 화신이다. 정말 게임은 끝난 것인가? 희망은 없는가? 어쩌면 코로나 19는 자연이 인류에게 준 마지막 각성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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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Investing 2020-09-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처럼 어려운 시대에 소수만 부를 누리고 극우주의가 판을 치는 거 보면 한스 페터 마르틴의 분석이 맞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한 2020-09-0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주 경제학서라는 걸 고른다면, 스티븐 마글린의 <공동체 경제학>(경희대출판문화원)이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저자라 생소한데 서른의 나이에 하버드대학의 최연소 종신교수로 임명되었다는 학자다. 1960년대부터 이미 주류경제학을 비판해왔고, '우울한 과학(The Dismal Science)'이 원제인 <공동체 경제학>(2008)을 통해서 그 대안을 모색한다.  
















"1960년대부터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는 좌파, 마르크스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본인은 단지 마르크스를 싫어하지 않는유대인이자 세속적 인본주의자일 뿐이라고 밝혔다. 기존 경제학 입문서가 편협하고 제한된 내용만 담고 있다고 비판하고, 대안적 관점의 글과 강의를 경제학 입문자에게 제공해 왔다2008년 발간된 이 책에서 마글린은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 보편적 가치가 아닌, 서구 문화와 역사의 산물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이런 경제학 논리를 토대로 구축된 현대 자본주의 경제가 인간관계를 시장 거래로 대체함에 따라 공동체를 파괴하는 측면을 고발했다."














저자가 '우울한 과학'으로 지목한(찾아보니 '우울한 과학'을 제목으로 단 책은 여럿 더 있다) 소위 주류 경제학은 같은 하버대대학 경제학과의 맨큐 교수가 쓴 교과서 <맨큐의 경제학>을 겨냥한다. '맨큐의 경제학 이데올로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공동체 경제학>이 모색하는 대안 경제학.



 














'우울한 경제학'을 제목이나 부제에 달고 있는 책으로는 대니 로드릭의 <그래도 경제학이다>(생각의힘)가 있다. 주류 경제학의 공과 과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 찰스 윌런의 <경제학으로의 초대>(스몰빅인사이튼)도 원래는 '벌거벗은 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책인데, '우울한 경제학 벗기기'가 부제였다. 
















스티븐 마글린과 뜻이 맞는 경제학자로는 하버드대학에 같이 재직했던 줄리엣 쇼어가 있다. 책들은 이미 절판되었는데, <제3의 경제학>(위즈덤하우스)에 대해서 마글린은 이렇게 평가했다. 


"이 책을 읽어라. 이 책은 여러분의 삶을 바꾸고 지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줄리엣 쇼어는 특히 2008년의 대규모 경제 위기에 초점을 맞춰 경제 성장의 한계를 명확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물론 성장의 시녀가 된 경제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제3의 경제학>은 진단에서 멈추지 않는다. 개인과 가족, 기업, 사회가 기존 경제학의 실패에서 생존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21세기에 진정한 번영과 풍요의 시대를 구축하기 위한 가장 믿을 만한 비전을 제시한다."
















줄리엣 쇼어 교수의 책들이 더 소개되지 않는 건 유감인데, 검색해보니 <과소비하는 미국인><진정한 부><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 등 제목만으로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지향을 가늠할 수 있다. 스티븐 마글린의 <공동체 경제학>의 화두와도 같다. 
















경희대출판문화원 책으로는 제이슨 바커의 <마르크스의 귀환>도 최근에 나온 책이다. <맑스 재장전>의 편자가 낯설지 않은 제목인데, 함정은 '소설'이라는 점. 어떤 계기(흑은 동기)가 있었던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위대한 사상가의 삶을 조망하는 흔한 엄숙주의를 완전히 걷어낸 마르크스 일대기이다. 저자인 제이슨 바커는 철학자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저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기념비적 통찰을 끌어낸 저작 <자본>을 완성해가는 한 인간의 집념과 그 여정을 허구를 곁들여 개성 강한 필치로 그려냈다. 슬라보예 지젝은 <마르크스의 귀환>을 ‘마르크스의 혁명 사상 핵심에 가닿은 걸출한 소설’로 평하기도 했다."
















한편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의 '대안공동체 인문학총서'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비슷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국내서로 <공동체 없는 공동체>(알렙)와 두 명의 철학자가 쓴 <식물의 사유>가 첫 두 권이다. <유토피아 문학 이야기>가 세번째 책으로 예고된 상태. 빈 지라는 지난 6월 타계한 김종철 선생의 마지막 저작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녹색평론사)으로 채워둔다. 새로운 공동체, 지구 생태공동체로 인류가 나아갈 수 있느냐가 기후변화시대, 팬데믹 시대에 우리에겐 던져진 과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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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동시대의 유와 실천'을 표방한 '컨템포러리 총서'가 10권째 출간되었다. 2014년 자크 랑시에르의 <이미지의 운명>이 첫권이었는데, 6년에 10권이면 대략 1년에 두 권 페이스다. 올해 나온 책이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과 라즈미그 퀘셰양의 <사상의 좌반구>(현실문화). 두 저자 모두 이 시리즈를 통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시리즈의 일차적인 의의다).   
















관심이 있는 타이틀이 많은데, 아비탈 로넬의 <루저 아들>만 강의에서 다루면서 읽고(부분적으로) 다른 책들은 기회만 엿보는 중이다. 
















그간에는 <공산주의의 지평>을 지젝과 책들과 함께 손에 들려고 했으나 이번주에 나온 <사상의 좌반구>를 먼저 읽어봐도 좋겠다 싶다. '새로운 비판이론의 지도 그리기'가 부제. 


"프랑스 보르도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저자 라즈미그 쾨셰양은 흔히 20세기 초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회연구소에서 출발한 이론을 지칭하는 ‘비판이론’이라는 개념을 확장해 “총체적인 방식으로 기존 사회질서를 문제 삼는 이론”을 비판이론으로 규정하면서 멀게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에, 가깝게는 서구 마르크스주의에 그 원류를 두는 동시대 비판이론의 과거와 현재를 체계적으로 조망한다."
















비판이론에 관한 독서까지 업데이트하기엔 여력이 없고, 계속 미뤄두고 있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삶과 죽음>(인간사랑) 정도는 <사상의 좌반구>와 같이 읽어봄직하다. 다시 확인해보니 쾨셰양이 초점을 맞춘 것은 신비판이론(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에 나타난)이다. 그래서 주디스 버틀러와 알랭 바디우, 가야트리 스피박, 슬라보예 지젝 등의 동시대 이론가들까지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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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과 페미니즘 이론가로 알려진 재클린 로즈의 책이 처음 번역되었다. <숭배와 혐오>(창비). 2018년 저작이고, '모성이라는 신화에 대하여'가 부제. 원제는 <어머니들>이다. 영어권에서는 <재클린 로즈 선집>이 나와있을 정도의 명망가. 줄리엣 미첼과 <여성 섹슈얼리티>(1982)란 책을 공동으로 편집했고, 이 책은 1990년대 한국 대학가에서 널리 알려진 책이었다. 
















"저자 재클린 로즈는 페미니즘, 정신분석, 문학을 오가는 글쓰기 작업으로 저명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학자로, <숭배와 혐오>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저서다. 재클린 로즈는 모성에 대한 서구 이론가들의 연구와 데이터를 망라해 어머니가 사회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는지, 어머니가 아이에게 실제로 무엇을 느끼는지, 어머니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 탐구한다."
















여성문학과 작가들에 대한 강의를 계속 해오고 있는 중이어서 나도 관심을 갖게 되는 책인데, 여성주의 모성론의 최신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주제로 앞서 나온 책은 <어머니의 신화> 외에 에이드리언 리치의 <더이상 어머니는 없다>(저자도 자주 언급한다고)와 엘리자베스 바댕테르의 <만들어진 모성> 등이 있다.


 














덧붙여, 저자는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에 대해서도 한 장을 할애하고 있는데, 최근 몇년간 '나폴리 4부작', '나쁜 사랑 3부작' 등이 소개돼 우리에게도 눈에 익은 작가다. 최근에는 <어른들의 거짓된 삶>(한길사)이 번역돼 나왔다. 페란테 읽기의 가이드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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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0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30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스라엘의 저명한 전쟁사가 아자 가트의 신간이 나왔다. 공저인데 이번에는 단출하게도 제목이 <민족>(교유서가)이다. 앞서 나온 책들이 <문명과 전쟁>과 <전쟁과 평화>여서 단출하다고 한 것. 민족까지 더하면, 문명과 전쟁, 평화, 민족이 네 가지 키워드가 되겠다. 

















"<문명과 전쟁> <전쟁과 평화>로 주목받는 아자 가트의 문제작. 민족주의는 어떻게 기원했으며, 어째서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민족과 민족주의가 근대에 상상된 혹은 발명된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종족은 언제나 고도로 정치적이었고 민족과 민족국가는 수천 년 전 국가가 시작된 이래로 존재해왔음을 보여준다."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로서 근대의 발명품이라는 주장은(이제는 유명해진 주장) 인류학자 베네틱트 앤더슨의 것이다. 그에 대해 반박한다는 것. 상반된 주장이니 만큼 비교, 대조해볼 수 있겠다. 나로선 앤더슨의 입장에 더 공감하는 편이지만, 통상적인 민족주의자라면 아자 가트의 주장을 환영할 만하다.
















사실 민족이란 주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1812년 조국전쟁을 계기로 해서 러시아 '민족'이 발명되었다고 보는 견해와 그와는 다르게 러시아민족이 이미 역사적으로 존재해왔다고 보는, 두 가지 관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에 흥미로운 것은 바로 조국전쟁(나폴레옹 전쟁)의 결과로 최초의 통사인 카람진의 <러시아 국가사>가 쓰였다는 점이다. 그러한 사례를 참고하면, 민족이란 근대의 산물이되, 그것이 탄생하는 순간 이미 오래된 기원을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 아자 가트는 이를 어떻게 반박할지 궁금하다...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관련서가 많이 나와 있다. 이 분야의 대표 학자는 어네스트 겔너와 앤서니 스미스 등이다(내가 이 주제의 책을 처음 읽을 때는 한스 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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