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기사이긴 한데,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옮겨놓는다. 얼마전 예술원상 문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하여 이루어진 것인데, 그의 대담을 여럿 읽어본 나로선 새로운 내용과 접할 수 없었지만, '압축'의 의미는 있어 보인다.

국민일보(06. 07. 25) “우리사회 교양없는 걸 부끄러워 안해” 유종호 문학평론가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71) 전 연세대 교수가 최근 예술원상 문학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영문학자이면서 한국문학을 편향 없이 공정하게 논평해온 것으로 정평 있는 유 교수의 평생 공적을 평가한 상이다. 유 교수는 올해 46년에 걸친 강단 생활을 접었다. 1959년 청주사범을 시작으로 이화여대에서 20년을 보내고 1996년부터 10년간 재직한 연세대에서 문과대 특임교수직을 마지막으로 지난 2월 퇴임식을 가진 것(*지난 2월에 이를 기념하여 <유종호 깊이 읽기>가 출간됐다). 신망받는 심판이 퇴장함으로써 문단이 얼마쯤 쓸쓸해진 것도 사실이다. 수상 소식을 계기로 근황을 물었다.

 

 

 



-예술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교단에서 내려온 후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아주 편하게,아주 즐겁게 소일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니까 서운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나 홀가분하고 한가해서 진작 그만둘 것을 괜히 남보다 5년이나 더 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러면서 사두기만 하고 읽지는 못한 책들을 골라 읽고 있다며 요즘 듣고 있는 소포클레스의 비극이 녹음된 영어 오디오북을 보여주었다. 또 책을 고를 때는 페이퍼백 대신 비싸더라도 양장본을 사야 오래 볼 수 있다고 했다. 매일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이 운동이며, 외출은 가끔 있는 친구들 모임과 문학상 심사 모임에 나가는 정도라고.

-학교에서는 영문학자로, 대학 밖에서는 한국문학의 명 평론가로 활약했습니다. 어느 쪽에 본업이라는 의식이 있었는지요.

광복 직후 3년간 활발한 비평활동을 했던 김동석이라는 평론가와 시인 정지용을 어려서 좋아했는데 두 사람이 모두 영문과 출신입니다. 이들처럼 글을 잘 쓰려면 영문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특히 ‘문학을 하기 위해 영문학을 택했다’는 김동석의 말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외국문학과 한국문학을 별개로 의식하지는 않았고 외국문학에서 무언가를 얻어서 한국문학에 기여하자는 생각이었지요.”

-김동석(1913∼?)은 경성제대 영문과 출신으로 1947년부터 1950년 월북할 때까지 좌우 문단간 논쟁을 주도하며, 유 교수의 표현으로는 ‘사납게’ 비평활동을 했다.

-계간지 세계의문학 편집위원으로 장기간 활동했던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겠군요.

“한국문학이 세계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외국문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또 사회와 역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잡지 편집에 임했습니다. 1976년 창간 때부터 1985년까지 한 10년간은 김우창 고려대 교수와 함께 실질적으로 주도했고 그 뒤에는 이남호 고려대 교수가 책임을 이어 받았지요.”

-당시는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같은 계간지의 전성시대였는데 그 사이에서 입지는 어떠했습니까.

“창비와 문지는 동인들이 동시에 경영자였지만 세계의 문학은 민음사라는 출판사가 경영주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지요. 독자와 부수 면에서는 두 잡지에는 못 미쳤지만 함께 잘 됐던 것으로 압니다.”

-유 교수는 몇몇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요즘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요즘 작가들의 단편집은 2000∼3000부 판매가 고작이라고 전한다.

-한국문학의 부진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1980년대에 번창했던 리얼리즘 문학이 이른바 민주화 이후에는 스스로 열기를 상실했고 독자들의 관심도 잃었지요. 그 시대의 문학이 사회운동의 기운과 맞물려서 독자의 호응은 받았지만 문학으로서의 매력이 부족했던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뒤에 젊은 사람들의 생활과 스타일을 드러내는 감각파 문학이 나오고 있는데 깊이가 별로 없지요.그렇다고 작품의 질이 저하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도 잘 쓴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이 있게 마련이고 문제는 무엇을 쓰든 잘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지고 보면 문학작품이 안 팔린다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작품은 지금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지요.”

-요즘 소설 시장은 일본소설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는 한류(韓流)지만 소설은 일류(日流)인 셈인데요.

“일본문학도 과거에 비해 취향이 떨어졌습니다. 소설도 오에 겐자부로를 마지막으로 깊이가 사라졌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는 TV 영화 스포츠와 경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문학이 위엄을 잃은 것이지요.”(*유종호 교수의 하루키 문학 비판에 대해서는 이전에 소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 시대의 작가는 더 이상 엘리트가 아니지 않습니까.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과거 교수 문인 기자 등 소수가 지면을 독점하던 체제가 붕괴된 뒤로 작가들의 위상 저하가 두드러져 보입니다.

톨스토이나 토마스 만 시대의 독자들은 이들 작가에게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진지한 고민의 해답이나 암시를 구했습니다. 작가는 동시에 삶의 교사였던 것이지요. 일본에서도 나쓰메 소세키 같은 작가가 그런 경우였고요. 그러나 전자민주주의 시대가 되면서 모든 계층이 평등해지고 나는 나대로 산다는 생각이 팽배해졌습니다. 지금의 작가는 엘리트도 아니고 사회도 작가에게 엘리트가 되기를 요청하지 않습니다. 대중사회는 엘리트에 거부감이 있어요.”(*근대 문학의 종언은 문학-엘리트의 종언이기도 하다.)

-엘리트에의 거부감과 함께 반(反) 교양현상도 두드러집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심한 것 같고요.

“과거에도 정치인들이 교양이 높았던 것은 아니지만 교양 없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은 알았지요. 그런데 지금은 부끄러워하지도 않아요. 기자회견에서도 막말을 하잖아요. 외국에 나가본 일이 없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까지 있는 세상입니다.”

-요즘 한국영화 중에는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영화가 적지 않습니다. 조폭과 형사들만 욕을 하는 게 아니라 점잖은 검사도 상욕을 합니다.

“점잖은 척 해봐야 별 수 있느냐라는 거지요. 권위의 붕괴를 노리는 겁니다. 심한 욕 다음에는 폭력이 따릅니다. 욕설이 폭력의 예고 지표가 되는 거지요. 미국영화를 보니 대통령의 부인도 상욕을 하더군요. 욕설과 폭력이 창궐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칼 포퍼 같은 철학자는 큰 폭력의 근원은 TV라며 TV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TV를 통해 폭력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어린이들까지 감염시킨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회는 노인들의 걱정을 흘려듣고 있다. 늙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투표장에 나오지 말라고 한 정치인도 있는 현실이다.

-노년의 지혜를 경청해야 할 텐데요.

“미국 방송의 뉴스 앵커는 노인이 많습니다. 한 사람이 30년 이상 하지요. 그렇지만 우리나라 방송은 40대가 한계입니다. 젊음을 숭배하는 현상이지요. 사회 변화의 규모와 속도가 크고 빠른 근대 이후에 노인들은 과거 농경사회에서 누렸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노인의 권위 상실은 앞으로도 가속될 것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청해야 할 노년의 지혜가 있다면 젊은이들이 살아보지 않은 시대에 대해 직접적인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유 교수가 재작년 펴낸 <나의 해방 전후 1940∼1949>은 당시의 경험과 지식을 과장된 해석 없이 전하고 있다. 일제 시대 국민학교 때부터 광복을 거쳐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의 기록이다. 우리 사회에 문필가가 대필한 정치가나 기업인의 자서전은 많지만 지식인의 회고록은 희귀하다.

“자기가 산 시대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쓴 책입니다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썼다고 지적하는 기자도 있어 놀랐습니다. 사회사란 원래 미시적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쌓여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유 교수는 마지막으로 과거 중국의 문화대혁명에 대해 국내외 지식인들이 잘못된 인식으로 일반인을 오도한 것을 예로 들며 우리 사회의 지적 풍토에 관해 충고했다.

“우리 사회가 늘 한쪽으로 편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파가 승할 때는 좌파는 말도 꺼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좌쪽으로 승한 세상이지요. 이런 풍토에서는 정보와 지식의 편식이 일어나기 쉬운데, 명망가의 말이라고 해서 곧이 듣지 말고 검토하고 확인하는 지적 훈련을 쌓아야 합니다.”(문일 편집위원)

06. 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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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06-08-17 14:57   좋아요 0 | URL
'작가=엘리트(지식인)', 너무도 그리운 고어(사어)가 되어버린 듯... 요즘 작가가 이런 생각 갖고 있으면 '너나 잘하세요' 같은 소리나 듣겠죠? ;;;--

로쟈 2006-08-17 15:06   좋아요 0 | URL
실상은 '작가'라는 말 자체에 그런 함축이 들어있는 것이죠. 그걸 빼면 '글쟁이'가 남는 것이고. 혹은 '이야기꾼'...

기인 2006-08-18 03:34   좋아요 0 | URL
퍼갑니다. 항상 유종호 선생님이랑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든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았는데, '작가=엘리트'가 붕괴되었다는 것이 생각할 꺼리가 있어서 퍼갑니다.
 

지난번 <번역론>(철학과현실사, 2006)에 이어서,작년에 세상을 뜬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1913-2005)의 책이 한권 더 출간됐다. <타자로서의 자기 자신>(동문선, 2006). 이번 책은 <번역론> 같은 팜플렛 분량이 아니라 500쪽에 육박하는 주저이다. 리쾨르 전공자인 윤성우 교수가 <해석의 갈등>(살림, 2005)에 적어놓은 바에 따르면, "리쾨르 스스로가 자신의 모든 철학적 작업의 결산 내지 종합이라고 규정한 저작"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니까 '단 한권의 리쾨르'를 꼽으라면 꼽을 수 있는 책인 것!

 

 

 

 

왜 그런가? 윤교수의 설명을 조금 더 따라가면, "이 저작은 저자가 그간 보여준 의지의 문제, 상징과 텍스트의 문제, 윤리의 문제, 존재론의 문제 등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하며, 인간의 자기 이해와 해석이 거쳐야 할 단계와 과정을 점진적으로 그리고 다른 인문학의 연구 성과와 대화를 통해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 저작을 통해 리쾨르가 가진 현대 철학 전반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과 해결에의 노력과 시도를 만나게 된다. 가장 먼저 번역되어야 할 책으로 평가되지만 아직 국내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해석의 갈등>, 189쪽)

하지만 이제 그 '사정'이 달라지게 된 셈. 번역의 성패와 무관하게 일단의 역자의 노고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바라는 건 역자의 '대표작'이 되었으면 한다). 어쨌든 '결산'이란 말이 나온 김에 리쾨르의 저자들을 연대순으로 한번 되짚어보도록 한다. 서지는 위키피디어의 리쾨르 항목에서 옮겨왔다(인용부호 안의 말은 윤성우 교수의 해제에서 따온 것이다). 주로 영역본 제명으로 돼 있는데, 괄호안의 연도가 불어본이 처음 출간된 해이다.

-Gabriel Marcel and Karl Jaspers. Philosophie du mystère et philosophie du paradoxe. Paris: Temps Présent, 1948.

-Freedom and Nature: The Voluntary and the Involuntary, trans. Erazim Kohak.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66 (1950).(*리쾨르의 박사학위논문이자 첫번째 주저. <의지의 철학1: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이라 흔히 옮겨지는데, "프랑스 반성철학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인 자유의지, 죽음, 생명, 신체, 무의식, 탄생 등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저작"으로서 "리쾨르 철학을 알기 위한 필독서이고, 프랑스 철학의 입문을 위한 핵심적 저작".) 

 

 

 

 

-History and Truth, trans. Charles A. Kelbley.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65 (1955).(*국역본: <역사와 진리>(솔로몬, 2002). 참고로 러시아어로도 번역돼 있다.) 

-Fallible Man, trans. with an introduction by Walter J. Lowe, New York: Fordham University Press, 1986 (1960)(*<악의 상징>과 함께 <의지의 철학2>를 구성하는 책.)

 

 

 

 

-The Symbolism of Evil, trans. Emerson Buchanan. New York: Harper and Row, 1967 (1960).(*국역본: <악의 상징>[문학과지성사, 1994/1999]) 

-Freud and Philosophy: An Essay on Interpretation, trans. Denis Savage.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70 (1965).(*원제는 <해석에 관하여: 프로이트 시론>이며, "<악의 상징>과 함께 해석학자로서의 리쾨르의 진면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저작." 라캉의 적대적인 비평 때문에 리쾨르에게 상처를 안겨다준 책이기도 하다.)

 

 

 

 

-The Conflict of Interpretations: Essays in Hermeneutics, ed. Don Ihde, trans. Willis Domingo et al.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74 (1969).(*국역본: <해석의 갈등>[아카넷, 2001]. 자타가 공인하는 리쾨르 해석학의 주저.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과 흔히 비교된다.)

-Political and Social Essays, ed. David Stewart and Joseph Bien, trans. Donald Stewart et al. Athens: Ohio University Press, 1974.

-The Rule of Metaphor: Multi-Disciplinary Studies in the Creation of Meaning in Language, trans. Robert Czerny with Kathleen McLaughlin and John Costello, S. J., London: Routledge and Kegan Paul 1978 (1975).(*원제는 <살아있는 은유> 혹은 <생생한 은유>. 예전에 번역스터디를 한 경험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출간을 가장 고대하는 책 두어 권 중의 하나이다.)

 

 

 

 

-Interpretation Theory: Discourse and the Surplus of Meaning. Fort Worth: Texas Christian Press, 1976. (*국역본: <해석이론>[서광사, 1998])

-The Philosophy of Paul Ricœur: An Anthology of his Work, ed. Charles E. Reagan and David Stewart. Boston: Beacon Press, 1978.(*영어본 리쾨르 선집)

-Theology after Ricouer, Dan Stiver, Westminster: John Knox Press.(* 이 책은 왜 들어가 있나?)

 

 

 

 

-Essays on Biblical Interpretation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0)(*리쾨르의 성서 해석에 대해서는 앙드레 라콕과 함께 쓴 <성서의 새로운 이해>(살림, 2006)을 참조할 수 있겠다.)

 

 

 

 

-Hermeneutics and the Human Sciences: Essays on Language, Action and Interpretation, ed., trans. John B. Thomps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1.(*국역본: <해석학과 인문사회과학>[서광사, 2003])

 

 

 

 

-Time and Narrative (Temps et Récit), 3 vols. trans. Kathleen McLaughlin and David Pellauer.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4, 1985, 1988 (1983, 1984, 1985).(*리쾨르가 일흔의 나이에 출간하기 시작한 후기 대표작. 국역본은 1999-2004년에 완간되었다. 우리의 자기인식과 세계인식에 있어서 내러티브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준 책. 하이데거를 비틀어서 말하자면 인간은 '이야기-내-존재'이다. 참고로, 러시아어본은 2권까지 출간돼 있다)

-Lectures on Ideology and Utopia, ed., trans. George H. Taylor.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85.(*리쾨르의 정치철학을 재구성해볼 수 있는 강의록. 대표적인 이데올로기 이론가들을 독해하면서 그들과 대결한다.)

 

 

 

 

-From Text to Action: Essays in Hermeneutics II, trans. Kathleen Blamey and John B. Thompson.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91 (1986).(*국역본: <텍스트에서 행동으로>(아카넷, 2003). <해석의 갈등> 속편. 완역되지 않은 것이 유감스럽다.)

-À l'école de la philosophie. Paris: J. Vrin, 1986.

-Le mal: Un défi à la philosophie et à la théologie. Geneva: Labor et Fides, 1986.

-Oneself as Another (Soi-même comme un autre), trans. Kathleen Blamey.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2 (1990).(*이번에 나온 책 <타자로서의 자기 자신>.  국역본을 주문해놓고 나는 오래전에 구해놓은 영역본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있다.)

-A Ricœur Reader: Reflection and Imagination, ed. Mario J. Valdes. Toronto: University of Toronto Press, 1991.(*영어본 리쾨르 선집. 두툼하다.)

-Lectures I: Autour du politique. Paris: Seuil, 1991.

-Lectures II: La Contrée des philosophes. Paris: Seuil, 1992.

-Lectures III: Aux frontières de la philosophie. Paris: Seuil, 1994.

-The Philosophy of Paul Ricoeur, ed. Lewis E. Hahn (The Library of Living Philosophers 22) (Chicago; La Salle: Open Court, 1995)(*리쾨르의 철학을 조명하고 있는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논문모음집. 리쾨르가 자신에 대한 비평들에 직접 답하고 있다.) 

-The Just, trans. David Pellauer.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1995).(*리쾨르의 정의론. 비교적 얇은 분량.) 

-Critique and Conviction, trans. Kathleen Blamey.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8 (1995).(*대담집. 리쾨르 입문서로 유용하고 유익한 책.) 

-La mémoire, l'histoire, l'oubli. Paris: Seuil, 2000.(*리쾨르의 마지막 주저 <기억, 역사, 망각>. 지난 2004년에 영역본과 러시아어본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바 있고 나는 러시아어본을 갖고 있다. 리쾨르의 '역사철학'이라 할 만한데, 일부가 재작년인가 계간 <세계의 문학>에 번역/소개된 적이 있다. 어쩌면 조만간 국역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Le Juste II. Paris: Esprit, 2001.(*<정의2>. 이후에 리쾨르가 출간한 책이 <번역론>(2003)과 <인정의 여정>(2004) 등이다.)

06. 08. 16-17.

 

 

 

 

P.S. 리쾨르에 관한 국내 연구서로는 윤성우 교수의 책들을 비롯해서 김종걸, 정기철 교수 등의 책이 나와 있다. 한국해석학회의 논문집들에도 리쾨르에 관한 논문들은 여럿 찾아볼 수 있지만, 일반 독자라면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겠다. 대신에 <현대 사상가들과의 대화>(한나래, 1998)에 실린 리처드 커니와의 대담을 추천한다. <현대 유럽철학의 흐름>(한울, 1997)에도 리처드 커니의 개관이 실려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번역이 조야하다(원저의 2판도 나와 있는 만큼 개정 번역본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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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왼발 2006-08-17 23:05   좋아요 0 | URL
도대체 김웅권이라는 분은 어떤 분이시온지...?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이시거나 무책임한 날림 번역가 이시거나...

로쟈 2006-08-17 23:14   좋아요 0 | URL
그게 좀 대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번역서도 읽고 약간은 날림인 번역서도 있고 해서요. 아마도 인문서 계통으로 한정하자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야 할 만큼 속성이고 다작입니다...

Grimaud 2006-08-20 09:16   좋아요 0 | URL
하도급을 준게 아닐까요?

로쟈 2006-08-20 16:08   좋아요 0 | URL
글쎄요, 그런 경우에도 책임은 역자의 것이죠...
 

얼마전에 유행어가 된 '된장녀'에 대해서 사회학 논문 한편 정도는 씌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 논문 대신에 특집기사 거리가 먼저 되었다. 중앙일보의 기사이다(혹 논문 자료가 될지도 모르겠다).

중앙일보(06. 08. 16) '된장녀' 사회학 

-"사진 찍는 걸 좋아할 뿐인데, 이젠 커피전문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사진 찍으면 '된장녀'로 오해받을까봐 걱정되네요." 회사원 이모(27.여)씨는 요즘 인터넷을 달구는 '된장녀' 때문에 색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된장녀의 하루'라는 글의 내용과 유사한 행동을 할 경우 자칫 허영기 많고 속이 빈 된장녀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된장녀 문제가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허영에 물든 사회의 단면을 꼬집었다는 주장과 근거 없이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왜곡된 인터넷 문화라는 반박으로 이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 "패밀리 레스토랑 가면 된장녀?"='자기 치장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명품 가방으로 치장하고, 테이크아웃 커피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을 즐겨 찾으며 뉴요커(뉴욕사람)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있는 20대 여성'이 인터넷에 비춰진 이른바 된장녀의 모습이다.

-된장녀는 지난해부터 일부 인터넷 카페에서 20대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돼 오다 지난달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된장녀의 하루'라는 글이 확산되면서 '허영에 찬 여성들'이란 개념으로 바뀌었다. 이어 한 아마추어 만화가가 인터넷에 '된장녀와 사귈 때 해야 되는 9가지'라는 단편만화를 게재하고, '된장녀 키우기'라는 플래시 게임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온라인에만 떠돌던 된장녀는 최근 여성 연예인들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진출했다. TV 오락프로에 출연한 한 여배우의 말이 발단이 됐다. "(처음 만난 남자가)할인카드를 사용하면 분위기를 깬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이 일제히 '된장녀'로 지칭하며 비난을 쏟아부었다. 이후 일부 연예인의 소비행태를 비꼬며 된장녀로 폄하하는 사례가 늘었다.

-최근 일어난 '가짜 명품시계' 사건이 보도되자 "가짜 명품을 산 연예인은 된장녀다"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네티즌 '배짱으로'는 "된장녀 논란은 허영심 때문에 안 내도 될 돈을 내고 소비하는 여성들의 삐뚤어진 모습을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일반인도 '된장녀 공포'=최근엔 평범한 여성도 된장녀로 몰릴 수 있다는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커지고 있다. 회사원 고모(26.여)씨는 "나도 된장녀의 하루에 나오는 B원피스, L가방, I MP3 플레이어를 쓰고 있다"며 "남들이 된장녀라고 부를까봐 겁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중산층 여성의 생활습관이나 소비행태를 빗대 된장녀로 매도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중산층이 찾는 특정 제품과 상표를 마치 사치품처럼 부각시킴으로써 소비문화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숭실대 배영(정보사회학) 교수는 "취업 등으로 불만에 쌓인 젊은이들, 특히 남성들이 이를 표출할 수 있는 통로를 찾지 못해 된장녀와 같은 대상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자칫 우리 사회에 만연된 편 가르기 현상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한애란. 권호 기자)

된장녀서 파생된 말들

-허영심 가득한 미혼여성을 일컫는 '된장녀'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고추장남'을 비롯해 '머슴남' '된장아줌마' 등 아류 용어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런 용어는 '~의 하루'라는 내용의 글로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다.

-고추장남은 된장녀와는 정반대 개념이다. 한마디로 경제적 능력이 없고 자기관리를 못하는 남성을 말한다. 잘 씻지 않고 유행 지난 가방을 갖고 다니며, 돈이 아까워 편의점에서 점심을 때운다. 주위에 친구도 없어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글 올리기로 시간을 보낸다.

-머슴남은 된장녀인 여자친구의 마음에 들기 위해 마치 '머슴'처럼 행동하는 남성을 일컫는 말이다. '술에 절어 일어났음에도 오늘은 여자친구를 만나는 날이라 행복하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머슴남의 하루'라는 글은 모든 생활이 여자친구 중심인 남성을 표현하고 있다. '(술이 안 깨) 토끼같이 빨간 눈을 본 여친(여자친구)이 뭐라 할까 걱정' '음식이 나오자마자 디카로 사진을 찍어 여친을 기쁘게 했다'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는 처음이라 감히 싫다는 말을 할 수 없다'는 등 그의 하루는 여자친구의 비위 맞추기에 집중돼 있다.

 

 



 

-된장아줌마는 결혼한 여성이 주요 타깃이다. 가정은 등한시한 채 주름을 펴 주는 보톡스 주사를 맞아 탱탱한 피부를 자랑하고, 옆 동네 임대아파트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하며, 자신보다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주부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미국 시트콤 '섹스&시티' '위기의 주부들'등에 등장하는 30대 중반 이상 여성의 삶을 빗대 한국 주부들을 폄하하는 내용이다.(권호 기자)

06. 08. 16.

P.S. 그밖에 관련기사(내가 이 논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사회의 실재로서의 '사회적 적대'가 어떻게 표출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래 기사는 성적 적대 관계/의식으로 이 문제를 해석한다. 

데일리안(06. 08. 11) 된장녀 논쟁은 남자의 질투심

-탤런트 김옥빈이 일명 ´흔들녀´에서 ´된장녀´로 불리며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녀가 이렇게 유명세를 떨치는 이유는 바로 ´된장녀´ 때문이다. 요새 인터넷 키워드로 떠오른 ´된장녀´ . 된장녀 키우기라고 해서 게임도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제일 처음으로 된장녀가 알려진 계기는 ‘된장녀와 사귈 때 해야 될 9가지’를 만든 누리꾼 ‘번개돌이’ 임아무개(20) 씨의 작품이다. 이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된장녀가 핫 이슈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된장녀의 정의는 설왕설래, 나름의 해석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여자들’이라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 욕설 ‘젠장’이 인터넷상에서 ‘된장’으로 변용되면서 ‘젠장녀→된장녀’로 바뀌었다는 설, 서양 문화·서양 남자에 무분별하게 열광하지만 근본은 결국 토종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들을 비하해 일컫는 말이라는 설 등이 그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정의되고 있는 된장녀는 ‘전통적인 관습 중 여성에게 이로운 점은 당연시 여기고, 불리한 점은 불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들’을 말한다. 신데렐라 드라마에 빠져 명품 이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며 극단적 페미니즘을 신봉하여 남성을 혐오하면서도 남자들에 붙어 이득을 챙기려는 이중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단순히 ‘개념 없는 여성들’을 지칭하면서 ‘X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에서 파생된 말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된장녀 하면 허영심이 많은 여성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언뜻 도화선이 된 만화를 보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념으로 볼 때, 대체적으로 된장녀는 허영심이 많은 여자들인데, 할 일 없이 스타벅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거나, 매일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맞이 하는 여성들, 그리고 섹스 앤 시티에 열광하는 여자들이 된장녀들의 표본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을 여성지나, 패션지에서는 유행을 선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갖춘 여성들도 추앙하고 있다는 점이 된장녀의 논쟁을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패션지는 이들을 ‘뉴요커를 꿈꾸는 여성들’ ‘코스모폴리탄을 꿈꾸는 여성들’이라 부르며, 유행이나 트렌드를 선도하는 집단으로 정의 내린다. 이 정의 마저 네티즌들은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의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그 이유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된장녀의 논쟁에 실체가 없음을 의미한다.

-섹스 앤 시티에 열광하는 여자들이 된장녀? 섹스 앤 시티에 주인공들은 된장녀? 라고 매도한다면 그것은 여성을 비하하고 깎아 내리는 것이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섹스 앤 시티의 주인공 삶은 한 번쯤 여성이라면 꿈꿀 만한 삶이기 때문이다. 캐리, 사만다, 미란다, 샬롯은 어엿한 커리 우먼들이다. 각자 자신들의 일을 하며 사랑과 연애를 찾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가꿔나가는 뉴요커들이다.

-그러기에 이들을 꿈꾸는 여성들을 모두 된장녀로 치부한다면 곤란하다. 물론 드라마상에서 그녀들은 쇼핑과 연애 중동에 빠진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또한 일부 우리나라 여성들이 겉모습을 따라하는 풍조가 일고는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적어도 그녀들은 자신들이 직접 일선에 나가 돈을 벌어 그것에 대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고, 인간에게 있어 빠질 수 없는 사랑, 남자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것을 누구도 욕할 수는 없다. 물론 캐리는 워커홀릭으로 캐리는 워커홀릭으로 너무나 비싼 구두를 사, 세를 내지 못해 쫒겨날 처지에 이르긴 한다. 또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남자 문제로 서로 전화를 붙들고 밤을 지새기도 하고, 이른 아침부터 비싼 아침식사를 하며, 남자 이야기에 열을 올리곤 한다. 문제는 그것은 어디까지느 드라마이고, 그 드라마에 주제에 맞춰서 스토리 전개가 되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실제 인물이라면 커리우먼으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각자 자신들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부분을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리는 칼럼니스트, 미란다는 변호사, 샬롯(결혼으로 일을 그만 두기는 했지만) 큐레이터, 샤만다는 홍보대행사 사장으로 어엿한 직업을 가진 커리우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녀들을 무작정 된장녀의 대표주자로 보는 것은 어쩐지 억울하다.

-캐리의 경우 자신의 돈을 모아서 구두에 소비를 하고, 샤만다는 당당하게 섹스를 좋아하는 여성으로서 남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뒤지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그녀들은 당당한 뉴요커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할 수있다. 그렇기에 이쯤에서 된장녀의 실체를 물어봐야 할 것 같다. 그것의 실체를 믿고 안 믿고는 성별의 차이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된장녀라 불리는 여성들은 자신들을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된장녀를 주장하는 데 목소리를 드높이는 사람은 남성들이다. 그러한 여성들을 이해할 수 없고, 또한 은근한 질투심에 불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성들이 주장하는 된장녀는 소비와 허영을 말하는데, 소비는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섹스 앤 시티의 주인공들을 된장녀의 표본으로 본다면 더욱더 소비는 나쁘지 않다. 왜냐하면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를 즐기고, 구두에 빠져있는 여성들이 아무때나 거금을 들이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특정인 부분에서만 소비하고 있기에 누구보다노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 설사 쫄쫄 굶어가며 그러한 것들에 매달린다고 해도 각자 개인의 취향과 선택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된장녀의 논쟁이 계속 된다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대립일 뿐이다. 아주 소모적이면서도 불필요한 논쟁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돈을 벌어 저축을 한 나머지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돈을 소비한다는 것은 건전한 소비이다. 오히려 지지부지한게 돈을 알게 모르고 쓰는 비계획적인 소비가 지양되어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이러한 된장녀의 논쟁은 남성들의 질투심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P.S.2. 자못 심각한 칼럼도 하나 더 얹어놓는다.

한겨레(06. 08. 21) 된장녀 속에 비친 여성관

-‘된장녀’라는 단어의 유래를 두고서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된장녀 묘사에는 일관되게 외국 문화에 대한 동경, 과시적 소비, 그리고 남성을 갈취하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된장녀 열풍이 단순히 사치와 허영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시끄러운 이야깃거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엔 먹고살기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일부 남성들의 불안과 울분이 투영되어 있다. ‘곧 취직할 남자’, 즉 아직 취직하지 못한 백수를 뜻하는 ‘고추장남’이 된장녀의 대척점에 있는 것을 보면 된장녀가 왜 질시의 대상이 되는지는 분명해진다. 자신은 노력도 안하면서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할 뿐만 아니라 남성을 통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성을 보면, 힘들게 취직 준비하는 남성들은 짜증난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재벌가로 시집가는 노현정은 된장녀의 최고봉으로 비난받는다.

-하지만 마초들도 속으로는 알고 있다. 폼 잡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 폼만 잡는 게 아니라 실력도 있다는 걸. 사실은 그래서 더 화가 나고 분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 남성에게 의존하는 여성들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른바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의 발목을 잡는다. 헌법재판소장에 전효숙씨를 지명한 것은 국면 전환용 또는 야당 입막음용 ‘여성 카드’라고 비난한다. 여성이라서 발탁된 것이니, 공정하지 못한 게임 규칙 때문에 남성들이 피해를 본 것이란다(*여성학적 환원주의라 할 만하다).

 

 

 

 

-아주 잠시만 묵은 생각을 내려놓고 현실을 다시 보자. 지금도 남성과 비슷한 실력이면 여성은 취직 못한다.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노동자의 40%는 여성이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관리직의 10%, 임원 중에는 3%만이 여성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 중에도 여성은 13%뿐이니 여성의 뜻도 남성이 대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통계 수치들은, 잘못된 게임의 규칙은 좀 더 오래되고 근본적인 그 어디에 있음을 시사한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예전 같으면 처음부터 여성들을 경쟁 상대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가 이제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보면서 일부 남성들이 느끼는 피해의식은 한편으로는 노현정을 비난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전효숙을 깎아내리게 만든다.

-이런 행태 자체가 심히 부당하다는 것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그럼에도 현실의 벽을 무시하고 무작정 앞으로 돌진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이 세상에 수많은 노현정과 전효숙에게 잘해달라고 부탁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얘긴데, 결혼한다고 뉴스 진행자 자리 내놓는 노현정 아나운서의 모습은 내 자신도 좋게 보아주기 어렵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야 잘 알지만, 결혼 앞에서 그동안 애써 키워온 자신의 일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여성들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될까 두렵다. 학교 다닐 때 남학생보다 공부 더 잘하고도 취업하기는 더 힘들고, 돌아오는 건 비정규직 일자리뿐이던 여성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 않은가? ‘언니’들이 잘해 주는 게 후배들 앞길에 돌멩이 하나라도 치워주는 일이다.

-한명숙 국무총리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같은 분들은 모두들 성공한 공직자로 남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남성이 잘못하면 그건 그 개인의 문제로 인식되지만, 여성이 잘못하면 여성 전체의 능력을 의심받으며 여성을 중용한 것 자체를 문제 삼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여성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자신의 몫을 다하면 충분한 세상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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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16 09:08   좋아요 0 | URL
된장녀를 비판하기 이전에 제가 아는 이도 대부분 된장녀의 기질을 가진듯 한데요. 많은 이들이 된장녀이고 또 많은 남자들이 그런 된장녀와 보조맞춰 만나고 있는 데 마치 큰 죄인처럼 욕하는 것도 참 그래요.

로쟈 2006-08-16 09:26   좋아요 0 | URL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아 있을 거 같습니다. 한데, 이런 사회현상은 인종차별이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사회에서는 그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하자면 한국사회의 '유태인'쯤 되겠지요. 유태인들은 탐욕스럽고 저열하고...

biosculp 2006-08-16 12:26   좋아요 0 | URL
소비가 정상인가?
제 누나 애기한번 해볼까요. 누나 아들, 조카가 공부를 좀 못합니다. 애가 초딩6년.
미술에 좀 소질이 보여 지금 미술쪽으로 방향을 돌려 예중을 들어가기위해 미술학원에 등록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간 학원에서 하루에 12시간씩 가르키더군요.
제 와이프도 미술계통이라 그 애기듣고 정상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애들한테 그런것을 그렇게 가르키는것은 의미없다고. 그런데 그 학원이 예중을 제일 많이 보낸다는 것때문에 보내다가, 계속 누나한데 공부는 이제다 포기할거냐고 하면서 벌써 그렇게 하는것은 문제가 있다는게 미술전공한 사람들 애기다라고 하니 학원을 옮기어 하루 4시간 짜리로 옮겼습니다.옮길려고 하니 그 전학원에서 자신들도 12시간가르키는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애기하면서도 지금까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학부모들이 미술전공한 사람이 없었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그 학원비가 한달에 200 가까이 되더군요.
새로운 학원도 그 학원원장이 소개해주어 갔는데 명문대 출신이 하는것이고 수석졸업생이라고 하면서 조카 능력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많이 했나봅니다. 누나는 흥이 날대로 났지요. 어제 가족들 모여 저녁먹는데 조카가 스케한것을 가지고 왔더군요.제눈에는 잘하는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집에 가는 도중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애 재능 다 망쳐놨다고. 저런식으로 하면 안된다고.선이 너무 많다 어쩐다. 라고 애기하면서 내가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 명문대 출신 학원선생이 하는것에 대해 뭐라 못하겠다고.
명문대는 성적이 많이 참조되어 성적좋지만 미술실기에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고. 그러면서 누나한테는 애기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처음간 학원에서는 26명인가가 배우고 있다고 하더군요.하루 12시간씩.
요즘 된장녀 논쟁이 아니더라도 누나를 보면 그리고 그 주변 비슷한사람들을 보면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내몰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와이프왈. 그 명문대 나온 학원선생 작품을 보고싶지만 가르킨것만 봐도 실기는 저의 꽝이라고 넘겨집던데. 그 이름에 혹해 자식들 보내 선천적 능력마져 퇴보시키 면서 흥분하는것을 보면 정말 찝찝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된장 아줌마들과 그 밑에서 자라난 된장녀, 된장남.
어제 한겨레 조순부총리 칼럼이 다시금 가슴에 와닿더군요.
이런 된장들이 너무 많으니.
좀 지나면 누나한테 애기해야 할것 같습니다. 학원만 너무 믿지 말라고.

기인 2006-08-16 14:47   좋아요 0 | URL
ㅋ 읽다가 회사원 '고모'씨 (26)세 때문에 웃었고 (생각해보니 '이모'씨는 더 흔하군요 ^^;; )
샬롯은 어엿한 '커리 우먼'에 웃었습니다. 커리(curry)우먼 ^^;
어쨌든, 이것을 잘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잘 이용해야 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분노, 적대의 방향을 잘 틀어서 말이죠. 만국의 pt여 단결하라, 이렇게 끌고 가기는 역시 어렵겠죠?
퍼갑니다. :)

로쟈 2006-08-16 19:28   좋아요 0 | URL
'모두가 된장들'이라고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특정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불쾌감이 (인터넷) 여론화된 것 정도로 보이니까요...

사마천 2006-08-17 08:09   좋아요 0 | URL
다양성으로 보기 보다는 된장이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문제 아닐까요? 하나의 존재할 수 있는 개성인데 이를 나와 다르다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가 비판하는 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로쟈 2006-08-17 08:31   좋아요 0 | URL
그런 류의 사회적 적대감은 항상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차라리 이슈화된 게 덜 '위험'하다고 보는 쪽입니다. 좀 유행하다가 지나가겠지요...
 

과학책 읽기에 관한 한국일보의 좌담회를 작업실에 스크랩해놓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마침 오늘부터 '과학을 읽다'가 연재된다고 하니까 이에 맞춰서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한국일보(06. 08. 08) "수학·과학 알면 교양에 날개단 격이죠"

'엔트로피'나 '불확정성의 원리'와 같은 자연과학 용어가 사회현상을 설명하거나 철학적 용어로 차용된 지 오래다. 하지만 정작 그 뜻을 이해하는 이들은 드물다. 과학책이라면 손대지 않은 풍토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과학책을 통해 교양의 폭을 넓히기 위한 시리즈 '과학을 읽다' 연재(8월15일자부터 과학면 게재)를 앞두고 좌담회를 열었다. 우수과학도서를 선정하고 저술을 지원하는 과학문화재단의 나도선 이사장, 인기 과학책 저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과학도서 전문 출판사인 승산의 황승기 대표가 자리를 함께 했다.



=과학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과학책을 많이 안 읽는 이유가 뭘까요?

나도선 과학문화재단 이사장=과학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책을 잘 안 읽는 게 문제입니다.

황승기 승산출판 대표=요즘은 그래도 웬만큼은 팔립니다. '파인만의 QED(양자전기역학) 강의'를 출판할 때 이렇게 어려운 걸 교양서로 냈다니까 언론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는데 1만7,000권이나 나갔죠. 이공계 출신 중 양자전기역학을 어려워했던 이들이 읽는 것 같아요(*의외로 많이 나갔군! 교양물리학 전도사로서 파인만은 가히 '천재적'인데, 그의 책들이 원래부터 많이 나간 건 아니었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사이언스북스, 2000) 같은 경우 나는 <파인만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도솔, 1989)로 읽었었는데, 그때만 해도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던 책이었다. 책은 내용으로만 승부하는 게 전혀 아닌 것.)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이공계 출신과 수험생 덕분에 과학책들이 팔리죠. 문제는 번역서에 비해 국내 저술서가 너무 빈약하다는 점입니다. 많은 책들이 정작 과학내용이 없고 거의 만화 수준입니다. 쉽게 쓴다고 알맹이는 빼놓고 냄새만 풍긴다면 과학책이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저술할 수 있는 분들이 적죠.

나 이사장= 과학에서 성공한 과학자가 대중 과학서를 쓰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해요. 과학자들이 그 쪽으로는 인식을 못하고, 능력을 개발하지 않기도 했죠. 사실 연구자로 성공하려면 다른 데 눈을 못 돌리는데, 원로들이 책 쓰는데 좀더 참여했으면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문화재단은 과학문화총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최 교수=대중활동을 많이 하는 저는 막말로 '골 빈 과학자'로 꼽힙니다. 연구나 하라는 핀잔도 많이 들었죠. 물론 연구에 분ㆍ초를 다투는 분야에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제 분야는 아주 길게 연구하는 분야이니 대중활동을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과학문화 특임교수제를 만들어 대중활동을 업적으로 평가하면 실효가 있을 것입니다. 또 과학자뿐 아니라 전문 과학 저술가층을 두텁게 해야 합니다. <붉은 여왕>을 쓴 매트 리들리는 기자였지요. 역시 기자인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은 과학자가 쓴 책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오죽하면 과학자들이 학회에 그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습니다(*나는 두 사람의 책을 모두 갖고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과학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

황 대표=정말 똑똑하고 경영도 잘 하는 경영자 중에서 가끔 너무 뻔한 것에 속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가만 보니 수학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안 돼 있어 그런 것 같아요. 과학책은 이공계 출신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인문·사회과학적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 과학을 알면 날개를 단 것입니다.

나 이사장=저는 '여성의 과학하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여학생들이 과학을 잘 할 수 없다는 선입견 많은데 현대과학은 육체적 노동도 아니고 치밀함과 집념을 갖고 하는 것이기에 여성들 하기에 적합한 분야입니다. 이러한 꿈을 키우기 위해선 과학책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최 교수=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에서 "왜 글 잘 쓰는 과학자가 성공하느냐"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DNA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공로로 모리스 윌킨스, 제임스 왓슨, 프란시스 크릭이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화학실력이 달렸던 왓슨은 처음에 좀 웃음거리였어요.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세상 사람들이 기억하고, 미국 의회에서 휴먼게놈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손을 들어 밀어붙인 것은 왓슨이었습니다. 그가 '이중나선'을 써서 그렇다는 거죠. 이 책은 일반인은 물론 동료 과학자에게도 DNA에 대한 인식을 크게 높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명 깊었던 책이나, 추천할만한 과학책을 꼽는다면.



 

 

 


나 이사장=특히 학생들은 과학자를 인간으로 보는 것이 가슴에 와 닿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여성 과학을 만나다>(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편저)는 우리나라 곳곳에 여성 과학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어 좋습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브렌다 매독스)도 꼭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최 교수=미국에 '동물의 왕국'을 공부하러 갔는데 밤새 읽고 난 뒤 세상이 다르게 보인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입니다(*최교수의 해제는 언젠가 옮겨놓은 듯하다). <이중나선>은 과학자 되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책이죠. 특히 내가 정말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 회의하는 사람들에게요. 과학이 인문학과 만나 영역이 넓어져야 한다는데 <총 균 쇠>(재러드 다이아몬드)가 그런 책입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여전히 10위 안에 듭니다. 저자의 근저인 <문명의 붕괴>도 꼭 읽어보십시오.

황 대표=책을 출판하느라 어떤 책은 30번 이상 읽는데 그냥 지나쳤던 내용이 새삼 다가옵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브라이언 그린)를 읽고 발견한 것이, 뉴턴이 자연법칙에 접근하는 방식과 아인슈타인의 방식이 다르고, 위튼(초끈이론의 대가)의 접근 방식이 또 다르다는 점입니다. 현대에 뉴턴 식으로 해선 과학자로서 성공할 수 없어요.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는 고등학생들이 서너번은 읽어야 할 책입니다. 제가 학원 수학 강사를 할 때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했더니 1명이 읽고 "서울대 논술 준비는 이제 끝났다"고 했답니다.(진행·정리=김희원기자)

06. 08. 08./08. 15.

P.S. 오늘자 한국일보에 처음 연재된 '과학을 읽다'는 역시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다루고 있다. 필자는 김희원 과학전문기자이다.

한국일보(06. 08. 15 )'유전자의 꼭두각시' 인간

-'이기적 유전자'라는 말은 과연 무슨 뜻일까? 진화생물학의 새 지평을 연 이 책의 제목은 사람의 이기적 특성을 결정짓는 유전자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유전자 자체가 이기적이라는 뜻이다. 이기적인 것은 유전자이고, 인간 개개인은 유전자의 목적을 수행하는 '생존기계'일 뿐이다. 인간 개체가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런 저런 유전자를 진화시키고 이어받은 것뿐만 아니라 유전자가 자기 복제자를 대대로 유지하기 위해 개체를 이러저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의 의지를 철저히 무시하고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식의 이 말에 당혹감을 느낄 이들도 적지 않을 터이다. "특별한 그 누군가를 사랑하고, 인류에 봉사하는 의로운 행동을 하는 것조차 모두 '유전자의 명령'이란 말인가?" 또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신을 꼭 빼 닮게 행동하는 아이를 보며 이 메시지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부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때로 복잡한 생물학 연구결과가 등장하지만 핵심적인 메시지는 단순하고 강렬하다. 생물은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을 함께 보이지만 모두 유전자의 자기복제라는 목적에 봉사한다는 것이다.  


  

-저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이기성과 이타성의 단위부터 시작한다. 흔히 하나의 생물 개체가 자신을 위한 이기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자명하다.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침입자에게 침을 쏘는 벌의 행동은 이타적이다. 하지만 벌 집단을 단위로 본다면 벌의 희생 역시 이기적인 행동이다. 결국 이기적으로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욕구의 단위는 '유전자'이다.  

-벌과 개미의 예를 들어보자. 일벌은 알을 낳지 않고 번식을 여왕에게 맡긴다. 유전자를 후세에 물려주지도 못하면서 일벌은 왜 평생 여왕을 돌보며 일만 하는 것일까? 개개의 일벌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일 같지만 유전자 입장에선 성공 전략이다. 아이 낳기와 키우기를 분업해 효율적으로 번식할 뿐 아니라 일벌들끼리 비슷한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왕은 결혼비행에서 얻은 정자를 몸 속에 품고, 암컷 즉 일벌을 낳기 위해선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다. 수벌을 원한다면 미수정란을 낳는다. 때문에 암컷 자매 벌들끼리는 유전적 근친도(같은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가 75%로 통상적인 유성생식의 근친도 50%보다 높다. 암수 벌끼리의 근친도는 25%이다. 일벌의 유전자 입장에서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암컷을 여왕벌이 더 많이 낳는 게 유리하다. 실제 생물학자들은 여왕벌이 암수를 낳는 성비가 3대1에 가깝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도킨스는 인류가 형성한 문화적 관습조차 유전적 근거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친가보다 외가의 식구들 즉 큰아버지 보다는 이모, 친할아버지 보다는 외할아버지에게 친밀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자기 핏줄임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 계통이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의도와 사고가 있는 주체라고 믿지만 않는다면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목은 무수히 많다.  

-도킨스는 에드워드 윌슨과 함께 도발적인 글쓰기로 1970년대 유전자의 시각에서 본 진화생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홍영남 이화여대 교수가 번역했고 지금까지 5만부가 나간 스테디 셀러다. 을유문화사.(*책은 1976년에 초판이 나왔으며 최근에 출간 30주년 기념판이 나왔다. <리처드 도킨스: 한 과학자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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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확장된 도킨스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09-06-21 21:23 
    한국일보(07. 07. 10) [과학을 읽다]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우리 몸은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일 뿐”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내놓자 학계는 이러한 유전자 중심적 시각에 대해 꽤 비판적이었다.   유전자 결정론, 환원론 등과 같은 공격이 쏟아졌다. 도킨스가 1982년 <
 
 
마립간 2006-08-16 14:51   좋아요 0 | URL
글을 퍼갑니다.

gasyyeon 2007-03-19 00:22   좋아요 0 | URL
저도 퍼갑니다.

허리우스 2007-07-11 11: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비평고원에서도 인사드리지 못했는데 퍼가는데 양해라도 구해야 할 것같아서요. 로쟈님의 글을 애독하고 있는 독자입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총총
 

'의식'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접근을 다루고 있는 두툼한 책 <의식의 탐구>(시그마프레스, 2006)가 출간됐다. '최근에 나온 책들"을 계속 연재했다면, 교양과학분야의 책으로 반드시 꼽았을 책이다. 아직 실물을 보지 못해서 '교양' 범주 안에 있는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소개에 따르면 "DNA 나선구조의 발견자인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의식의 과학적 연구를 개척해 온 크리스토프 코흐가 철학의 한 부분이라고 인식되던 의식을 과학으로 풀어낸 연구결과들을 안내하는 책이다." 그러니까 심리철학의 관할이기도 했던 '의식현상'을 신경생물학적으로 환원하고자 하는 책이기도 하겠다. '늙은 동료'인 프랜시스 크릭은 이 책의 서문을 쓰고 있기도 한데, 이 문제에 대한 크릭의 책 'The Astonishing Hypothesis'(1994)는 <놀라운 가설>(한뜻, 1996)로 번역/소개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코흐의 책은 그 업그레드 버전이라고 볼 수 있을까?

"우리 몸의 신경세포와 시냅스는 어떻게 감자칩의 짭짤한 맛과 바삭하게 씹히는 느낌, 평평한 땅에서 수백 미터 위 절벽에 손가락 몇 개로 겨우 매달려 있는 짜릿한 느낌을 만들어낼까? 이런 의문에 대응하여 동물과 사람에게 들어 있는 주관적 마음의 생물학적 기초를 추적한다. 해부학, 생리학, 임상, 심리학, 철학적 개념과 데이터를 망라하여 의식을 과학적으로 탐구한 다양한 실험들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이 분야에 관한 데니얼 데닛의 책들이 소개되기를 기대하지만, 코흐의 책도 흥미를 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에릭 캔들의 추천사는 이렇다: "크리스토프 코흐가 프랜시스 크릭과의 공동연구를 기반으로, 의식의 생물학에 관한 현대의 탐험을 훌륭하게 소개하는 책을 썼다. <의식의 탐구>는 확실한 용어를 써서 마음의 생물학이 향후 수십 년간 마주치게 될 주요 논제들의 윤곽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해당 분야의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그러니, '일반독자들'로서 한번쯤 손에 들어볼 만하다. 

아직까지 관련 리뷰는 전혀 씌어지지 않은 듯하기에 책과 관련한 저자 인터뷰를 자료삼아 옮겨놓는다. 2004년에 책이 출간되고서 'Berkeley Groks'란 저널에 게재된 것이다.  

The Quest for Consciousness
March 17, 2004

Professor Christof Koch
Professor of Biology,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Author, The Quest for Consciousness: A Neurobiological Approach
Website

Consciousness is an aspect of human life that many of us take for granted.  The world passes seamlessly before our eyes unified as holistic perceptions.  But, much of this conscious experience may be an illusion created by the operations of an imperfect brain.  Indeed, it is even unclear why there should be such experiences at all.  Scientific inquiry into the nature of consciousness is just beginning and starting to reveal some surprising facts about how the brain gives rise to conscious experience.  Well, joining us today on Berkeley Groks to discuss these issues of consciousness is Prof. Christof Koch.  Prof. Koch is the Lois and Victor Troendle Professor of Cognitive and Behavioral Biology and Executive Officer for the Computation and Neural Systems Program at the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He is the author of several hundred scientific papers and journal articles, and he studies the biophysics of computation and the neural basis of visual perception, attention and consciousness.  He is the author of the new book, “The Quest for Consciousness: A Neurobiological Approach”, and he joins us on Berkeley Groks to discuss these issues of consciousness.

Christof Koch (CK) joins Charles Lee (CL) to discuss a neurobiological approach to studying consciousness.

CL:  You’ve certainly written a very fascinating book, “The Quest for Consciousness”.  Consciousness is certainly a very tricky issue.  How do you actually go about scientifically defining the problem of consciousness?

CK:  First of all, different people mean different things by “consciousness”.  At one level consciousness is about whether I am awake, or unconscious, or a patient in persistent vegetative syndrome.  So, the consciousness that we mean, and most philosophers and scientists who study it mean, is that assuming I’m a normal subject, I’m well awake, then I can see something or I can feel something.  These subjective states, when I can see the blue sky or feel a toothache, those subjective states, philosophers call them “qualia”.  Those are the elements of consciousness.  How do they arise?  How can a physical system, like the brain undoubtedly is, how can it give rise to these subjective states?  When my computer, for example, I and most computer scientists believe, does not have such subjective states.

CL:  You talk about your approach as trying to find the Neuron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

CK:  So, for the past 2500 years, since people really began to systematically think about what consciousness.  How do you define it?  How do you get at the heart of the Mind-Body Problem?  Which I just mentioned is how can a physical system have subjective states.  We’ve not made a lot of progress there.  So, the approach that Francis Crick and I have advocated is let’s leave that aside for the moment and focus on the correlates of consciousness in the brain.  What are the minimal neural mechanisms necessary for any specific percept like seeing blue, having pain, hearing a tone, smelling mom’s apple pie?  What are the minimal neuronal conditions in my brain, your brain, or the brain of a dog, or maybe even of a mouse or fly that are sufficient for this particular percept.  This is something that can now be addressed in the lab using empirical research.

CL:  So, how do you actually go about this?

CK:  Well, one of the best ways to study this is visual perception.  Now, the advantages of studying visual perception over studying self consciousness or pain consciousness is that it’s very easy to manipulate, I can very easily take an image and put it on a monitor and show it to you and manipulate it, but in particular I can make things disappear.  Magicians have done this for several hundred years, but psychologists over the last few decades have also learned to systematically manipulate the relationship between what’s out there in the world and what you see.  So, in other words I can show you things, you’re directly looking at them with your eyes, but you may not see them.  There are all sorts of visual illusions for example that you can see at my web site: http://klab.caltech.edu.  When there’s an illusion, you may only see it transiently or you may not see it at all, yet it’s still physically present.  So, now I can take such illusions and I can study them in humans, or I can put people in a magnetic resonance scanner, or I can train animals to do this.  I can now look for the footprints of consciousness in your brain.  Where are the neurons, the nerve cells, the part of the brain that responds to the stimulus when it’s just physically present in the world, but you don’t perceive it or consciously see it.  And, where are the neurons that are only active when you actually see something, or hear something, or smell something consciously.

CL:  So, you can actually look at the parts of the brain when you’ve changed these conditions of what people are seeing, and see which parts are active and not active.

CK:  Exactly.  That’s really the most direct way to track the footprints of consciousness in the brain.

CL:  You talk about the architecture of the visual pathways as consisting of two different pathways, a conscious and unconscious pathway.

CK:  It’s probably a general story not only for vision, again vision we know best.  We know more about visual modalities then about the other ones.  But, it’s probably a general phenomena that we call a zombie system.  These are quite sophisticated, but still unconscious sensory-motor system that help me get around my day, when I get up in the morning, tie my shoes, brush my teeth, drive a car, bike, run, climb a mountain.  These are all sophisticated activities.  We know they’re sophisticated, because people try to build robots to do them and it’s very difficult.  Yet, I can do these things without being aware of them.  Or if I am aware of them, I’m usually only aware of them after I’ve initiated them.  It’s like the batter who sees the ball coming and he has to decide to hit the ball way before he’s actually consciously aware that he’s hitting it.  Now, these are all stereotyped systems.  Like driving.  Very often you find yourself lost in thought and you suddenly arrive at home, but you don’t have any recollection of consciously driving, yet you had to make lots of very complicated decisions on the way from your work back home.  Now this compares with the things we are actually conscious of, like right now you may be conscious of my voice.  So, the question you have to ask is where’s the difference in your brain.  If it’s true that many things you can do unconsciously with these highly trained stereotypical sensory motor agents, why do you need consciousness at all?  And, where’s the difference in the brain?  How can my brain do things that do not give rise to consciousness, and how is that different from the parts of the brain that are involved when I am actually conscious of things?  Are they different parts of the brain, or do the neurons fire in a different mode, or where’s the difference?

CL:  So, is it still possible to carry out unconscious behavior and not be conscious?

CK:  Yes.  The claim is that much of what you actually do in your daily life is totally unconscious.  For example, when you talk, you have sort of a vague idea of the idea that is in your head that you now want to transmit.  But, it’s not that I, Christof, am sitting inside of my head as it were saying, “Okay.  This is the noun.  This is the subject.  This is the adjective.  Now I conjugate it and then send it out to my larynx.”  I just have a vague idea and the next thing I hear these words come tumbling out of my mouth.  It’s a very complicated thing.  Yet, I don’t have any conscious access to it.  You know there are myriad of examples like that.  For instance, most people don’t know that down in their stomach, in their guts, they have a nervous system called the enteric nervous system, sometimes called the second brain.  It’s quite sophisticated.  There are neurons, synapses, and neurotransmitters.  Yet, for the most part, and happily, you are oblivious of all of that activity down there, that regulates your digestion and all of that.  Well, there are probably as many neurons in your enteric nervous system as are in your dog.  Most people are perfectly happy with the idea that a dog is conscious, so why is my enteric nervous system conscious?  It’s a good question.  Right now, we don’t have the answer.  Why are there no feelings generated there, with very few exceptions.

CL:  You bring up the issue, if we are able to go about activities without being conscious of them, why indeed have consciousness at all?

CK:  So, this is the eternal question of the function of consciousness.  Many people have speculated on it.  If you go back to all the things that your unconscious zombie can do, those things are all stereotypical.  Now if suddenly something happens that hasn’t happened before.  Let’s say I’m in southern California and an earthquake begins to shake.  I quickly have to see where’s the danger?  Where’s the door?  How do I quickly get out of the house?  For those untoward and unplanned things that happens all the time, because the world is so complicated, and I can not plan for every possible contingency, that’s exactly when I would need consciousness.  I need a concise summary of what’s going on right now in the world, of things that are happening to me right now in this second.  That’s what I’m conscious of.

CL:  So, it helps deal with an ever changing and novel environment.

CK:  Exactly.  So, the claim is that if you live in a total stereotypical world where nothing changes, then for the most part you could be totally unconscious, because you wouldn’t need consciousness.  Your body could perfectly do all of those routine things.

CL:  I see.  You talk a little bit in your book about whether other animals might have some degree of consciousness.  Is there some minimal architecture that’s necessary for consciousness.

CK:  It’s unclear.  So, most biologists would assume that certainly mammals are conscious.  Their behavior is very similar, with the exception of language, which is certainly pretty much unique to ourselves.  But, certain aspects of self-consciousness, knowing that I’m Christof, knowing I’m an American citizen, knowing that I’m going to die.  Even monkeys or apes are probably not nearly as self-conscious to the extent that we are.  But, there’s no doubt that if you look at the behavior of whether they see, hear, or smell things, they behave very much similar to us.  If I gave you a little piece of monkey brain, a little piece of human brain, and a little piece of mouse brain, only very few experts on the planet could tell the difference.  The structure and evolutionary history is very similar.  So, most of us assume that at least mammals are conscious, which would imply that you may need a neocortex.  But, at this point, we simply do not know to what extent a “simpler” organism, such as a bee, which after all is very complicated and has roughly one million neurons, how do we know that it doesn’t feel like something to be a bee?  That the bee can’t experience the world by feeling.  Right now, we just assume obviously it’s not, but that assumption is totally unwarranted.  There’s really no evidence either way to back it up.  Right now, it’s a question that’s difficult to answer empirically in any sort of satisfactory way.  That’s why again the research strategy is to focus on things where most of us can agree are conscious, humans certainly, and similar creatures such as monkeys or maybe mice.

CL:  Is there a difference between the sort of perceptual consciousness or the self-consciousness that most of think about when we say “consciousness”.

CK:  Well, we don’t know.   The assumption that we make is that consciousness is something that was evolved by natural selection a long time ago and then was adapted.  Probably the earliest form of consciousness was for pain, way back in evolutionary history, then for pleasure, then for simple forms of smelling and then maybe seeing.  And then as we evolved, it became more elaborated and we developed not only a picture of the outside world but also a model of ourselves.  We began to manipulate that, and we call that self-consciousness.  So, our claims is that it shares a lot of commonalities among all of these different forms of consciousness.  Ones that are all about sensation, feeling, experience, subjective states.  And then of course there’s specialization, like for us having to do with language, but the assumption is that at rock bottom they all share a great deal of similarity.

CL:  So, what really needs to be done to get at the heart of this issue?

CK:  Well, the brain for it’s size is by far the most complicated system in the known universe, and what we really need to understand is at the detailed level of the components, which are neurons.  Unfortunately, you don’t really see neurons if you do a brain scan, what you’re looking at is a comparatively very large fraction of the brain that includes probably a few million neurons.  We really need to understand the working of the brain at the detailed level.  Just like molecular biology we now know we need to understand individual molecules, proteins, enzymes and how they interact.  Likewise with the brain.  This, by and large, can not be done in humans, but requires appropriate experiments in monkeys or mice or other model organisms.

CL:  Do you think the two approaches will converge at some level where the global activity patterns will meet with the neuronal activity patterns.

CK:  Yes.  We can begin to see that very faintly the outline where people may record in brains from individual neurons.  And then at the same time they are studying global patterns to try and relate the two.  Ultimately that’s what needs to happen, but right now we’ve got reasonable tools to study global patterns like EEG or imaging devices.  We’ve got pretty good devices called microelectrodes and arrays of them where you can study individual neurons.  What’s missing is trying to bridge that giant intermediate scale.  We really need to be able to understand and record from a hundred thousand or a million neurons, identify them, and try to understand how do these neurons interact with each other.  And, that’s really what’s lacking right now.

CL:  As a final note, I’m curious how did you become interested in this whole question of consciousness?

CK:  Well, I think it’s a problem that most intelligent people at some point in there lives ask themselves.  Where do we come from?  And, in particular, why is it that we can have feelings?  It’s not really apparent why it should feel like anything.  I first thought about this a long time ago when I had a toothache, and I was lying in bed, and I asked why did my tooth hurt.  I mean, I could see why evolutionarily it makes sense for it to hurt.  But, I couldn’t understand and still don’t why is it that the electrical activity of neurons in my brain gives rise to this feeling?  I could take my computer and connect a thermometer to it, and if the temperature goes about 100 degrees, the computer will say “hot”.  But, nobody will actually believe that it actually feels like anything.  People will just say, “Well, that’s just electrons flowing onto the gate of a transistor.  That’s not really about feeling hot.”  In my case, and your case, and the case of my dog, when we have pain, we actually have these bad feelings.  So, how is that they arise in brains that’s what we are trying to understand.

CL:  Maybe as a hypothetical note, how long do you think it will be before we have a clear understanding?

CK:  It’s very difficult to say.  I mean, the answer may be around the corner, within the next few years there might be significant breakthroughs.  Or, it may take us another 50 to 100 years.  It’s very difficult to say in problems of this nature, when you’re not really sure exactly what the solution looks like, how long it will take.

CL:  Well, we’ll have to wait and find out.

CK:  That’s correct.

CL:  Prof. Koch, I just want to thank you joining us on Berkeley Groks and for a very fascinating discussion.

CK:  It’s been my pleasure.

06. 0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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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1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6-08-16 11:42   좋아요 0 | URL
퍼갑니다.

로쟈 2006-08-16 19:32   좋아요 0 | URL
이네파벨님/ 옮겨놓기만 하고 제가 미처 읽어보기도 전에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의식의 문제에 대한 제 직관은 한 아프리카 부족의 숫자 세기 같은 게 아닐까 라는 것입니다. '하나, 둘, 많다"라고 한다죠. 연속적이면서도 어떤 '비약'이 개입돼 있는 것. 우리가 어느 순간 '많다'라고 세기를 포기할 때 신경생물학적으로 환원되지 않는 '의식'이 출현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레인맨'이라면 다 셀 수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