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어요. 그러니까 살아 있다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거예요. 끈질기게 살아남음, 되돌아옴, 살아있음에…. 그 낯선 감정은 전신을 휘감았어요. 벤을 안고 있던팔에 힘이 들어간 것도 모를 만큼요. 벤이 아프다고 말한 다음에야 알았죠. 그게 기쁨이었을까요? 정말 기쁨이었다면 왜 저는그 순간 기쁨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저는 그때 서럽고 화가 났어요. 살아 있는 벤을 죽었다고 말한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던 이 세상에.
- P13

핀란드는 북유럽 중에서도 극지라서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날도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야간 활동 금지 사태 때도 핀란드만큼은 폭동이 심하지않다고 했죠. 낮이 오지 않는 것과 빛이 없는 것은 다른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페카는 그것이 밤에 대한 두려움의 차이라고 말했죠. 빛이 없는 밤을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느냐. 핀란드인들은아주 오래전부터 해가 뜨지 않는 낮을 겪었기 때문에 밤이 무섭지 않다고 했죠. 조상 대대로 밤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전자가 내려온다고요. 그래서 핀란드군이 있는 한 이 전쟁에서 지는 일은없을 거라고요.  - P21

" 미아야, 너는 내가 필요하다지만 사실은 아니야. 너도 알잖아 내가 너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더 많아질 텐데, 나는 싫어.
그러고 싶지 않아. 우리 미아, 이해할 수 있지?"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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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매 달 그달의 테마를 정했던 나는 7월말 어느날, 8월은 책 안 사는 달로 해볼까. 문득 생각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이리저리 굴려보고, 뭐, 해보자고 해보자. 해보자고 해보는건 할 수 있지. 

적립금하고 포인트는 어떻게 하지 (7월말에 3만원 정도 있었다. ) 8월에 생일인데, 무슨 책 사줄까 물어보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 그래, 뭘 끊으려면 아예 끊어야 한다고 했어. 적립금이고 포인트고 선물이고 다 지우고 '책 안사기' 를 시작했다. 

나름, 책 안사기 위한 전략들도 세워보며 7월을 보내고, 8월이 되어 8월은 책안 사는 달이다. 땅땅. 여기저기 소문냈다. 


책을 안 사겠다는 (그것도 꼴랑 한 달) 결심은 일반적으로 많이 보이는 간헐적 단식을 하겠어. 금주를 하겠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겠어. 밤에 일찍 자겠어. 물을 많이 마시겠어. 등등의 무수한 결심들 사이에서 초라하다. 뭐랄까. 담배를 안 피는 내가 매년 초에 '담배를 끊겠어' 금연 선언을 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책을 매 달 산단말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거고, (저기, 제가 매달 아니고, 매일.. 하루에 몇 번씩도..) 책이 의식주와 관련된 것도 아닌데, 그게 뭐가 어렵나.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깐, 그게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생각할 정도의 이성은 내게도 있다는 말이다. 


책 많이 읽고, 사는 알라딘에서는 반대로, 개가 똥을 끊지. 수준으로 들릴 것 같다. 


그런.. 다른 결심들과는 달리 어디에서도 지지받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나의 이 초라하고 갈대같은 결심은 8월의 반절이 지난 지금 순항중이다. 스물 셋, 첫 월급을 받은 이후로 책을 사지 않겠다는 결심도 처음이었고, 이렇게 오래 책을 사지 않은 것도 처음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느낀바가 많다. 


우선 나는 출판계의 오랜 빛과 소금으로서 ( * 출판계의 빛과 소금 : 책을 읽지 않고 사는 자들) 앞으로 책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둔다. 한 권 읽으면 두 세권 사는 정도로 줄이는 것이 내 목표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에 속할 것이다. 한 권 읽을 때 두 세권 사는 것은 괜찮다. 한 권 읽을 때 열 권, 열한 권 사는 것이 문제이지. 


책 좀 그만 사야겠다고 알아서 생각한게 아니라, 책 한 달 안 사볼까. 시작한건데, 시작하고 나니 약 끊은거마냥 정신이 든다. 책소비는 내 핵심소비였던 것이다. 8월 16일 현재 무지출데이 14일이다. 목표는 25일. 책을 사지 않으니, 왜인지 다른데 돈 쓸 일이 없어졌다. 평소 같으면 사고 싶다는 생각과 결제 사이의 시간이 거의 동시간이었는데, 장바구니 담아둬도 살 마음이 안 들고, 뭔가를 봐도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뭐 살꺼 없나 생각해봐도 생각 안 나고, 아.. 뭐 사고 싶다의 마음이 아.. 돈 안 쓰고 싶다..의 마음이 되었다. 


내일이 없는듯 버는만큼, 버는 것보다 더 쓰고 살다가 정신 차리고, 모아 봐야지. 아껴 봐야지. 하길 3년. 계획하고, 실패하고, 또 계획하고, 이런저런 방법들을 시도하는 것을 거듭했다. 나는 돈을 많이 안 쓰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교통비, 경조사비 이런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미용실도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옷도 안 사고, 화장품도 안 사고, 바디용품이나 샴푸도 다 선물 받은 것과 사놓은 것으로 쓴다. 산 지 1년도 더 된듯. 외식도 안 하고, 배달음식도 시켜먹지 않는다. 이제 종종 마시던 만원대 와인도 안 마시지. 병원도 안 가서 병원비도 약값도 안 들었다. 세 고양이 밥이랑 모래 사는 돈 드는 것 외에 정말 돈 안 쓴다. 라고 스스로 믿고 있지만, 그렇다면 내가 왜 돈이 없겠어. 


비싼 할머니 감자칩을 박스로 산다. 이불이나 패드 침구류 비싼걸 사는건 아니지만, 계절 바뀌면 사고 싶고, 1년데 두 세 번 샀다. 옷은 안 샀지만, 예쁜 양말들을 샀다. 신발도 안 사서 제작년 겨울에 산 어그 슬리퍼가 한여름에도 출퇴근 신발이고, 여름 신발로는 올여름에는 어그 신느라 안 신었지만, 몇 년전에 엄마가 세일해서 사 준 크록스 꽃신만 주구장창 신었다. 좀 멀리 나갈 때는 스케쳐스 고워크. 하지만, 하이킹하겠다고 호카를 샀지. 그리고, 만년필을 샀지. (.. 먼 산) 종이와 노트. 노트 천 얼마 짜리라도 한 번 사면 수십권을 한 번에 산다. 볼펜도 마찬가지. 타스로 샀고. 그리고, 이건 나의 길티플레져였는데, 스티커와 마테를 샀다. 그리고 책이 있었지.


이렇게 써놓고보니 참.. 


필수적인 것에 가까운 것들을 안 사고, 아낀다고 생각하며 개쓸데없는 것들 많이 도 샀다. 

아, 근데, 나 사주에 '목' 이 없어서(목이 0임)  나무 관련된거 있으면 좋대. 노트랑 책 같은거?! (아님. 아니야!) 

수도 부족해서 만년ㅍ... 그것도 아니야. 


'핵심소비'는 찰스 두히그의 핵심습관 (keystone habit) 에서 떠올린 것이다. 핵심 습관은 모든 습관들을 좌지우지하는 습관들의 주인을 말한다. 핵심습관을 바꾸면 나머지는 따라오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운동이나 금연이 핵심습관인 경우가 많은데, 찾기 힘든 경우도 많다.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꾼 핵심습관이 '안녕하세요' 인사하기였다거나. 하는식. 핵심습관처럼 모든 소비습관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소비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고, 나에게 그건 '책소비' 였던 것.  


핵심소비를 잡아야 다른 소비들도 잡을 수 있는거였고, 나의 핵심소비는 옆돌기 하면서 봐도 책소비였는데, 핵심소비 중에는 그걸 몰랐네. 내가. 멈춰보니 이제야 알겠다. 


어떤 계기 없이 문득 떠올랐다고 했지만, 그간의 나의 피나는 노력.. 까지는 아니라도 그간의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서 여기까지 온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책 읽다가 벼락맞듯이 내 앞으로의 생을 결정할 문장을 만나서 내가 그릴 수 있는 미래가 선명해졌고, 엉망진창 망가졌던 소비관념이 그래도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기워져있기도 했고, 마지막 지푸라기는 최근에 읽은 '숲속의 자본주의자' 라는 책이었다. 


슬슬 장바구니에 사고 싶은 책들이 쌓이기도 했고, 중고책 등록 알람도 계속 오지만, 이전처럼 조급하지도, 읽고 싶다=결제도 안하게 되었고, 이사 와서 처음으로, 내려와서 처음으로 도에서 가장 큰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왔다.


15일 책 안 산걸로, 자신을 이렇게 자랑스럽고 대견해 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싶지만, 내가 지금 그렇고, 매일 칭찬하고 있다. 오늘도 안 샀어. 우쭈쭈. 


아, 책은 전혀 안 산건 아니었다. 책 안사기 첫번째 위기는 일 때문에 읽고 싶은 책이었다. 여러권 있었는데, 냉철한 이성으로 타협하여 한 권만 샀다. 아, 멋져. 전자책 캐시 남은거랑 적립금 매일 이백원씩 모으고, 독보적 스탬프 적립금으로 바꾸고, 간간히 들어오는 적립금에 룰렛까지. 일 때문에 산 책 이후, 사고 싶어서 산 책도 있지만, 전자책으로 적립금과 포인트로 (사고 싶었던 책을 사는데 적립금이 계속 모잘라 한 달도 더 전에 장 본거 포토리뷰 쓰면서 150원씩 쫌쫌따리 모았다는) 이제 정말 모든 적립금과 포인트가 0에 가까워서 책 살 돈은 안 될 것 같지만, 말일 정도에 모이는 몰별적립금으로 한 권 정도는 더 살 수도 있겠지. (몰별 적립금 매일 이백원 = 6천원, 독보적 스탬프 = 월 1500원) 


책 안 산다고 셀프 우쭈쭈 하다가 마지막에 적립금 닥닥 긁는 걸로 마무리해서 좀 그렇긴 하지만, 8월에 책 안 사는건 성공이다. 아직 반이나 남았지만, 전혀 살 마음이 들지 않아. 이 마음이면 앞으로도 적당히. ( 내 기준에 적당히 말고, 누가 봐도 적당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9월에는 커피를 끊어보려고. 이것 역시 '숲속의 자본주의자' 보고 얻은 아이디어. 




* 저 만년필 정리할거에요. 앞으로 계속 쓸 거 빼고 정리하려고 합니다. 비싼건 저렴하게, 저렴한건 더 저렴하게. 

서비스로 받은 블랙 잉크 많아서 같이 보내드릴 수도 있으니, 만년필 써보고 싶으신 분들 츄라이츄라이 

요즘 즐거운 순간들 모으고 있는데, 만년필로 글씨쓰는 순간 즐거워요. 돈 드는 취미 아니에요. 만년필 하나로 6백만자까지 쓸 수 있다고 해요. 원래는 친환경 절약 취미랍니다. 

이 동네 택배 보내기가 좀 번거롭고 비싸고, 만년필 박스 찾기 귀찮고, 알라딘보다는 트위터에서 정리하지 싶지만, 여튼, 이것도 동네방네 소문 내야지. 움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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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8-16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알라딘에서는 다들 책 안 사야지 결심은 많이 해도 실천은 어려운데. 대단하세요! 사주이야기 넘 재밌습니다 ㅋㅋ 이미 종이와 만년필 많이 갖고 계시니 충분할 듯요. 남은 보름도 응원합니다^^

난티나무 2021-08-16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만년필 정리하신단 말씀에 확!!! 구미가 당기네요.

그레이스 2021-08-16 08:57   좋아요 0 | URL
저두용

몽당연필 2021-08-1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막 만년필 생활 시작했는데 정리하신다구요?

하이드 2021-08-1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페 주문 했으니 도착하면 사진 올릴게요. ^^ 만년필 생활은 계속됩니다. 손 많이 가는 것 정해져 있어서 그것들 빼고 정리하는건데, 다 제가 애정으로 샀던 만년필들이에요. 잘 써주실 분들이 잘 써주시는게 좋죠.

2021-08-20 2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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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2 1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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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1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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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2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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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2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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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1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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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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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1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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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1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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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0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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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1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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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1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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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1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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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1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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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15: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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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는 간단하게 해 먹는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요리도 최소한으로 하고 식재료는 되도록 있는  그대로 먹는다. 모든집안일은 직접 한다. 농사를 짓지만 땅을파고 큰 나무를 자르는 등 값비싼 기계가필요한 농사일은 웬만해서는 하지않는다. 내 몸이 감당할 만큼의 일만한다.

선택은 포기를 전제로 한다. 선택하지못하는 건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도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데다10여 년 동안 시키는 일을 잘하는 데만노력을 기울인 탓에 뭔가 새로운 일을시작하는 게 너무 두려웠다. 아내가 말한대로 나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체질에맞는 사람이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봤자 미래는현재와 다를 바가 없던 적이 한두 번이아니었다. 대학만 가면 다 해결될 줄알았는데··· 취직만 되면 행복하게 살줄 알았는데··· 미래는 항상 똑같은얼굴을 하고 어느새 현재로 바뀌었다.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면서살면 안 되는 걸까? 여기서 발목을 잡는게 있다. 바로 인정 욕구다.

실천은 작은 습관에서 비롯된다. 사소한행동이 모여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결국 인생을 바꾼다. 커피를 끊었다고 내인생이 바뀐 건 없다. 하지만 적어도 더이상 아침마다 검은색 물을 마시겠다고기를 쓰고 살지는 않는다. 경제적으로든,
건강을 위해서든, 또는 인생을 위해서는작은 습관을 바꾸면 많은 가능성을열어놓을 수 있다.

은퇴 전의 내 삶은 온전히 나의 것이아니었다. 3분의 1 정도는 회사의것이었고 3분의 1 정도는 사회적인기대치가 소유했다. 즉, 내 삶의3분의 1을 남들의 기대와 시선에 따라살았다는 말이다. 나머지 3분의 1이나의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별로 그런기억이 없다. 모든 사회적 기대치로부터벗어난 지금에서야 적어도 내 삶이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삶은 언젠가는 탈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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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은 식욕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단식첫날처럼 긴 하루는 없다. 아무것도안 먹으면 이상하게 시간도 안 간다.
굶어보면 우리의 하루가 얼마나 먹는일들을 중심으로 세세하게 구분되어있는지 알게 된다. 세 끼의 식사는물론 커피도 간식도 술자리도 야식도사라져버린, 그야말로 육중한 하루가통째로 내 앞에 놓여 있었다. 무슨 일을하든 누구를 만나든 시간이 늪처럼 고여흐르지를 않았다.

가끔 견딜 수 없이 어떤 국물이 먹고싶어지는 때가 있다. 무언가가 몹시 먹고싶을 때 ‘목에서 손이 나온다는 말을하는데, 그럴 때 내 목에서는 커다란국자가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당장그 국물을, 바로 그 국물을, 다른 국물이아닌 바로 그 국물의 첫맛을 커다란국자로 퍼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것같아지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연애하고 결혼하게 될 때, 의외의 복병은음식이다. 처음 열정에 사로잡혔을 때에야 음식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음식뿐이랴. 세상 어느 것도 눈에 뵈는 게 없다. 넓디넓은 푸른바다에 오직 그 사람과 나, 단둘이만 작은 배 위에서 격하게 흔들린다.그런데 데이트를 하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때로 술도 한잔 하다보면 비로소 음식이니 식성이니 하는 문제가 떠오르는 시기로 접어든다. 연인들의 항해는 어느덧 끝이 나고, 작은점처럼 멀어졌던 현실이 점점 거대한 해안선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거기엔 온갖 비루하고 형이하학적인 문제들이 들끓고 
있는데, 음식도 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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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소셜미디어 이용 효과가 심각하고 지대하며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경우에,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에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 2010년 이후 기분장애, 자해, 자살사고, 자살의 발생에 상당한 증가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은 ‘그렇다‘ 이다. 여기서 원인은 아이의 돌봄을 보모든 누구에게든 맡기며 부재한 부모에서부터 아이 생활의 모든 세부를 감시하며 고압적이고 소란스러운 돌봄으로 덮어버리는 극성 부모까지, 양육행동의 변화처럼 사회적인 것일 수 있다.  - P22

버지니아 헤퍼넌Sirentia Heffermian 이 정확하게  말했듯이, 우리 모두는 탈진해 기억상실증에 빠져버리기에 앞서, 끊임없이 읽고 반복해 자극받고  흥분하면서 과다각성과 과독증 typer-les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가 소셜미디어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많은 개인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긴 하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게 하고 당하기를 원한다. 수동적으로 구타당하는 상태 같은 것에 몰아넣는다. 거기에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 너무 많다. 우리는 로빈슨 크루소를 연상시키는 외로운 무인 왕국으로부터 눈을 돌려 기억할 가치가 없는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끝없는 갤러리를 본다.
- P26

가장 흔히 자살하는 계절은 모든 것이 되살아나는 듯 보이는 봄이고,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날은 사람들이 다시 일하려 노력하는 월요일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자살에 미친 결과는 상황이 상당히 개선될 때까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사실 자가격리와 봉쇄가 행해진 팬데믹 상황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에게는 약간 더 낫다는 증거가 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참할 때는 자신의 우울증을 대하기가 더 쉽다는 생각이다. 우울증 기질은 집단적인 자가격리에서 위안을 찾는다. 실은 나도 그중 한 사람으로서 봉쇄와 격리 같은 상황을 약간은 즐겼고 벌써 그 금욕 생활로 보이는  것이 조금 그립다. 이 경우 팬데믹 이후 공유하는  봄날로서 그토록 찬양하는 ‘노멀normal,  정상으로  돌아가기‘는 우려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 P28

우리가 죽어감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글쓰기를 통해서일 것이다. 글쓰기는 삶으로부터의 작별이며, 세계의 일시적인 유기이면서 사물을 더 명확하게 보기 위한 작은 집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글 쓰는 사람은 삶을 더 냉정하게 보기 위해 거리를 두면서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삶에서 한 걸음 물러나 밖으로나간다. 더 차분한 눈길로, 글을 쓰면서 없앨 수 있게된다. 환영, 잊혀지지 않는 것, 후회, 우리를 깎아내리는 기억들을.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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