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구판절판


웅장한 표지.
개인적으로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가더라도 소장판, 합본판이면 조금 더 고급스러운 표지를 썼더라면 하는 바램이다.

표지 내지는 검정색이다. 작가 CS루이스의 약력이 적혀 있다.

표지를 벗기면 역시 미끈한 검정색 종.이.
음.. 정녕 좀 더 고급스러울수는 없었단말일까?

1장 마법사의 조카.
여기서 다시 한번 나니아 연대기 출간순서 정리
1. 사자와 마녀와 옷장
2. 캐스피언 왕자
3. 새벽 출정호의 항해
4. 은의자
5. 말과 소년
6. 마법사의 조카
7. 마지막 전투

이 합본판은 작가가 출간한 순서가 아닌 연대기순서로 맞춰 놓은 것이다.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763935

합본판을 사기는 했지만, 당연히 출간순서대로 읽을꺼다.

간간히 들어가 있는 일러스트들

매 장마다 표지역할을 하는 종이( 라봤자 같은 질의 종이이다. 약간 두껍게 하거나 변화를 주었으면 좋았을껄.. 이라고 해봤자 예산문제이겠지만)

게다가 얇고 잘 비는 종이다. 뒤에 글씨가 다 비쳐서 읽는데 눈 꽤나 아프게 생겼다.

그리고 머릿글

그리고 목차

본격적으로 소설 시작.

이것이 매장마다 있다.
각 장마다의 컬러삽화내지가 아쉽다.

뒤에는
'나니아 인명 사전'
음 이런거 정리되어 있는건 좋다.
머리 나쁘고 게을러서 몰라도 다시 안 찾고 읽어내리는 편이라서.

나니아 연대기.
음. 공부하는 기분이다. 찾아보는 노력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유용하게 쓰시는 분들도 계시겠지.

이것은?
내지가 찢어지고 꾸겨져서 울컥했지만,
맘 가라앉히고 이건 뭐지?

짜자잔 - 컬러 지도다!
예쁘다. ^____________^

왼쪽 구퉁이 확대

이것은?
간만에 1000페이지 넘는 책 받아들고 찍어봤다.
1077페이지다.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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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1-15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거보고 내 책 확인. 지도가 없는 줄 알고 버럭! 할뻔했어요. ;;;;
근데 출간순서대로 읽어야 하는건가요? 아직 한번도 안읽어봐서.. 약간 기대를 갖고 있는데 그래야 되는거예요?

하이드 2005-11-1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야하지 않을까요? 전 그럴껀데요. 그러니깐 작가가 시간 순서를 바꾸어서 3,4,1,2, 뭐 이렇게 하더라도 작가의 의도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흐. 저도 처음에 지도인줄 모르고 몰까몰까 한참 넘겼답니다. ^^;

하루(春) 2005-11-1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니아 연대기가 뭔지도 몰랐었는데, 극장에 가니까 예고편을 보여주더군요. 준엄해보이는 사자(정확한지... 아무튼)가 인간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더라구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뒤를 이을 대단한 판타지 스토리인가 봐요.

chika 2005-11-15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워즈도 순서대로 보지 않는다고 탈이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 그럼 저도 당연히 출간 순서대로!! ^^

하이드 2005-11-15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작가의 의도대로 따르는 충실한 독자 ^^
하루님, 책날개에 보면 뭐 톨킨이 이거 보고 질투가 나서 반지의 제왕을 썼대나 어쨌대나, 저의 반지의 제왕에 대한 사랑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아무튼 기대중입니다. ^^

울보 2005-11-1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살겁니다,,꼭이요,,

하이드 2005-11-15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00원 쿠폰 있을때 꼭이요 ^^ 책값은 정말 싸게 나왔어요. 자기전에 류 읽어주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panda78 2005-11-1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날개보고 톨킨이 무덤에서 돌아누우시겠어요. ㅎㅎㅎ 그런 거짓말을 자랑스럽게 적다니! 버럭!
저는 예전에 연대기 순으로 한번 읽어서.. ;; 이번엔 출간 순서대로 읽어봐야겠군요. ^^

mong 2005-11-1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흐뭇흐뭇 하는중이에요 ^^

딸기 2005-11-1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생각보다 고급스럽진 않군요.
아무래도 저는 보류해야겠네요. 추억&환상을 잔뜩 끌어안고
'소장판'을 사는 건데, 고급스럽고 단단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포로리 2008-06-24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거요, 컬러지도 말이예요.. 저거 책 속에 같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따로 있는 건가요?
저는 책을 샀는데 책속에 컬러지도가 없어서요ㅜㅜㅜ
대답 꼭 해주세요~

하이드 2008-06-2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있었는데, 처음에 나오자마자 사서 이벤트나 부록이였는지도 모르겠어요. ^^
 
리틀 시스터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5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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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슬립, 하이 윈도, 안녕 내 사랑, 호수의 여인에 이어 헐리우드로의 외도후 6년만에 낸 '리틀 시스터'는 많은 팬들의 비난과 비평가들의 악평을 받았다.'말로는 더 이상 말로가 아니다'

말로는 뭐랄까. 더 이상 밟혀도 밟혀도 일어나는 잡초와 같은 이미지가 아니다.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하드보일드판 기사의 모습은 이제 그에게서 찾기 힘들다. 반면 징징거리는 모습의 말로우는 곳곳에 널려있다. 정의의 사자는 아니였지만, 그 나름의 칼을 세우고 있었던 그는 그 칼을 칼집에 넣어 벽장 속에 꼭꼭 숨겨 놓기라도 한걸까. 지금까지 그가 사립탐정이란 되지도 않은 직업으로 사회와 조직, 권력 대 힘없는 개인의 싸움에 KO승을 거두지는 못했을지라도 커다란 강줄기같이 유유한 관행들을 흔들고, 그들을 못살게 굴었다면, '리틀 시스터'에서 말로는 방관자, 혹은 자살자이다. 정신병자. 씨니컬한 유머를 잃은 말로의 모습은 처량하고, 궁상맞다.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확인하지 않으면, 자신이 이 세상에서 증발해버릴것만 같은 두려움반 기대반.

얼굴 하나가 어둠 속을 뚫고 내 쪽을 향해 헤엄쳐왔다. 나는 방향을 바꾸어 그 얼굴 쪽을 향했다. 그렇지만 너무 늦은 오후였다. 해가 지고 있었다. 급속도로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얼굴은 없었다. 벽도, 책상도 없었다. 그런 다음 바닥도 없어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조차도 그곳에 없었다.

이 책은 말로의 이전책들에 비하여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가장 뚜렷하고, 플롯도 가장 복잡하고 정교하게 잘 짜여있다. 주인공인 말로를 포함해서 결코 매력적이지 않은 등장인물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말로의 비관적인, 절망적인 시선은 그 솔직함에 기분이 나빠지지만, 그 모든 세상의 '힘' 앞에서도 팔딱거리던 말로가 죽은 생선마냥 거의 움직임없이 기분나쁜 침묵과 관행과 불만과 분노를 어렵사리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나 역시 불만과 분노를 느꼈지만, 다시 읽을때, 그리고 또 다시 읽을때 말로는 내 안 더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제목' 리틀 시스터'의 중의적인 의미는 책을 읽는 내내 변한다. 기묘한 제목짓기이다.
'캔자스 맨해튼에서 온 촌스러운 아가씨가 휙 들어와서는 고작 닳아빠진 이십 달러에 자기 오빠를 찾아달라며 나를 들볶았지. 오빠란 사람은 얘기로 들어서는 얼간이 같았지만, 동생은 찾고 싶어했고, 그래서 이 대단한 돈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나는 베이시티로 내려간거야.'

이전 작품들에서 말로는 베이시티의 경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할만큼 당한다.
이 작품은 내용상으로도 '호수의 여인'을 읽고 읽어야 좋고, '기나긴 이별'을 읽기 전에 읽어야 좋다.

그녀의 오빠를 찾는 와중에 '시체들 속에 무릎까지 빠진 남자, 말로' ( 하이 윈도中)답게 '어쩌다 운 좋게 자네들(경찰)을 위해 시체를 계속 찾아주는 남자' 역할을 한다. 그러니깐 말로가 가는 곳마다 살해현장이라는 낯익은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다.

헐리우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리는 챈들러가 몇가지 성공적인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을 안다. 그의 작품들 대부분이 영화화 되었다는 것도 알고, 챈들러의 공동작업을 못하는 깐깐한 성격으로 인한 트러블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헐리우드에서 돌아온 그는 세상 모든 것에 염세적이 되어버리지만, 특히나 헐리우드에 대한 유감과 혐오를 감추지 못한다.

메이비스 웰드는 조연으로 크게 튀지 않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연기는 괜찮았지만, 그보다 열 배는 잘할 수 있는 여자였다. 그렇지만 그 여자가 연기를 열 배 더 잘한다고 하면, 주연을 띄워주기 위해서 그녀의 출연 장면 중 반이 잘려나갔을 것이다. 이제까지 본 중에 가장 근사한 줄타기로군. 아마도, 지금부터 그녀가 걸어갈 길은 단단한 밧줄도 아니겠지. 이제는 거의 피아노줄 정도밖에 안 될 텐데. 높이도 아주 높겠지. 그리고 그 밑에는 보호 그물 따위도 없을 것이다. (140pg)

"그건 바보 같은 일이 되겠지. 나는 어둠 속에서 그녀와 앉아 손을 붙잡고 있을 수는 있었지만, 그게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 같아? 얼마 지나면 그녀는 화려하고 값비싼 의상들과 알맹이 없는 얘기, 비현실감, 소리 죽인 섹스의 안개 속으로 떠내려가겠지. 그녀는 더이상 실존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거야. 그저 사운드트랙의 목소리나 화면상의 얼굴이 되겠지. 난 그 이상의 것을 원해." (430pg)

그런 유감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독자로서, 헐리우드에 속한 인간군상들에 대해 동정이나 경멸보다는 그들의 삶을 '인정'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는건 그만큼 챈들러의 캐릭터들이 살아있다는 이야기이리라.

헐리우드가 소재인만큼 낭만적인 몇줄의 문장도 끼워져 있고, 드라마틱한 인물들도 등장한다.
말로는 전작들에 비해 초라해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이제 정말 말로를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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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1-1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말로 저두 좋아요 ^^

oldhand 2005-11-15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 중에서 가장 힘들게 읽었던 책입니다. 말로의 끊임없이 비아냥대는 시니컬함이 극에 달했던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플롯도 복잡해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다 읽고 나서도 정리가 잘 안되더라구요. -_-a

하이드 2005-11-1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챈들러를 좋아했던 로스 맥도널드의 '움직이는 표적'이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같은해(1949) 에 나왔었네요.
'비아냥'이란 말이 꼭 맞는것 같습니다. 말로. 끊임없이 비아냥대죠. '기나긴 이별' 이 기대됩니다. ^^

nemuko 2005-11-1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기나긴 이별> 읽는 중인데요. 정말 끊임없이 궁시렁거리더군요. 원래 부터 그런 인물은 아니었단거죠 그럼?^^
앞에 나온 책들 하나도 안 읽었는데 그럼 순서대로 구해서 읽어야 되겠군요..

하이드 2005-11-15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기나긴 이별에서도 그렇단 말이죠. 아아,, 궁금하지만, 참았다 읽을래요. ^^

어룸 2005-11-1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emuko님, 글슴다!! 필립말로님은 순서대로 읽어주셔야합니다!! ^^
그러고나서 마지막으로 읽는 '기나긴 이별'은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이 짠해져온답니다... 저는 그 책이 젤 좋아요...흑흑!!

moonnight 2005-11-1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로 팬 ^^ 음. 리틀 시스터 아직 안 읽었는데 좀 변하는 모양이네요. 왠지 마음이 아파지는.. ;;

비로그인 2005-11-1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키가 크시네요'라는 말에 'I didn't mean it'이라고 대답하는 필립 말로, 그리고 그 말을 `나라고 해서 이렇게 되고싶어서 된 건 아니오'라고 옮긴 번역자의 번역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panda78 2005-11-1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수의 여인 읽고 읽을 걸! 다행히 기나긴 이별은 아직 안 읽었습니다. 휴우.
오늘 이 책 읽었어요. 아직 두 세권 남았는데 정말 말로에 대한 애정이 팍팍 생겼어요. 이전까지는 유명하기는 말로가 더 유명해도 나는 루 아처가 더 좋아라.. 그랬었는데 지금은 말로, 말로! ^^

하이드 2005-11-15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 그러게요. 이 책 읽으면서는 루 아처 생각도 많이 났어요. 정말. 우리는 우.울.한. 캐릭터를 좋아하는군요. -_-a
Jude님. 그렇죠? 근데, 전 이제야 원서가 읽고 싶어져, 카트에 마구 쓸어담았답니다.
달밤님. 네. 맘 아프죠 ㅜㅜ 그..그래도 더 좋아졌어요.
투풀님 헤- 그래서 '기나긴 이별' 기대중입니다. 근데, 다 읽고 나면 이제 뭐 읽어요 ㅜㅜ
 
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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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이 책은, 액자식 소설로 줄거리는 간단하다. 선원 '말로'가 젊은시절,  콩고의 어느회사 소속 기선의 선장으로 아프리카 콩고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주재원인 커츠를 데리고 나왔던 이야기를 다른 선원들에게 해주는 것이다.

선원으로 아프리카에 동경을 가지고 있었고, 죽음을 무릅쓰고, 그곳에 가서 새롭게 '자아발견'을 하는 모습은 작가의 실재모습이기도 하다.

새롭게 '자아발견' 하는 것과 '식민주의를 비판' 하는 내용인데,
'암흑의 핵심'은 가장 깊은 오지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전설적인 달변가인 커츠와 그를 둘러싼 어둠을 말하는듯하다.

짧은 중편소설이지만, 너무 지루하게, 오래도록 읽었다. 
가까운 미래에 콘래드의 소설을 다시 읽을일은 없을듯하다.
로알드 달의 '마틸다'에서 마틸다는 콘래드의 소설을 읽으며 아프리카를 항해했다고 하는데,
거참, 대단한 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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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11-1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그 유명한 바로 그 책. 지루하게 오래 읽으셨다는 말씀으로 호기심을 뭉텅 날려버리시는군여.....근데 제목을 저리 번역하였군여. 흠흠.

하이드 2005-11-1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art of Darkness 에서 Heart는 1차적의미는 심장, 부차적의미는 핵심이라고 역주에 달려있긴 합니다만, 내공 있으신 다른분들 리뷰 보니, 원서로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콘래드의 소설에 기대하고 있었던지라, '항해소설'이라니 왠지 멋지잖아요. 윽. 근데, 저랑은 안맞는듯합니다.

앨런 2005-11-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내내 괴로웠는데요. 건조한 듯한 문장들이 읽고나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이 책으로 저자는 찬사와 비판을 같이 받았다고 하던데, 그럴만하더군요. 다 읽고서도 마음이 저리던 책이었어요.

하이드 2005-11-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문장들은 많은데, 그리고 마지막의 horror, horror ,하고 죽었다는 커츠의 말은 원문으로 보면 대단한데, 다른 내용들은 이상하게 짧지만 겉돌면서 머리에 안 들어오더라구요. 자전적 소설이랑 제국주의 비판하는 내용의 글( 조지오웰의 '코끼리를 쏘다' 같은) 왠만하면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건지, 혹은 다들 지적하시는 번역때문에 그런지, 인연이 되면 다시 좋은 기회로 만나게 되겠지. 맘편히 생각해버리고 접었습니다. ^^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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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이 되는 날, 나는 풋풋한 처녀와 함께하는 뜨거운 사람의 밤을 나 자신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마르께스의 책이라는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눈에 콩깍지를 끼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으니,
마르께스의 자전적 모습이 많이 투영되어 있는 이 아흔살 할아버지의 사랑에 미소가 어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중편이라기엔 짧고 단편이라기엔 긴 이 책은 마르께스가 이십여년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고, 2004년 드디어 마지막 소설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나온 책이다. 이 책이 나온 2004년은 그가 소설을 발표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르께스의 해' 이지 않았을까? 소설은 공식 출판되기 전부터 전세계 언론의 초점이 되어 수 많은 화제를 모았다.

아흔살 할아버지( 이름도 안 나온다) 는 글쟁이이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다만 내가 평생 동안 읽어온 수많은 것들로부터 세상에 빛이 될 무언가를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라는 이유로 매주 일요일 신문에 칼럼을 쓴다. 그리스 고전과 로마시대 고전 읽기를 좋아한다. 클래식을 듣는 것도 역시 매일 하는 일 중에 하나다.

이 할아버지가 아흔살 생일날 뭔가 자신에게 근사한 선물을 하고 싶은 맘이 들었다. 그래서 아주 오래간만에 비밀의 집 여주인인 로사 카바르카스에게 전화를 건다. 오십세까지 514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했고 그 이후로는 헤아린적 없으나 '어떤 여자와 잠을 자든 돈을 주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다만 충직한 하녀 다미아니나와 수년간 지속되었던 관계가 유일하게 특이한 경우이다.  로사 카바르카스와 밤 열시의 약속을 정하고 마침내 생일날 밤의 환한 보름달 빛 속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제 막 열네살이 된 미성년의 아이는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단추공장에서 일하는 그 아이는 친구가 처음 성관계를 하다가 피를 과하게 흘려 죽은 이후 처녀성을 잃는데 대한 공포심이 있었고, 그 공포심을 다스리기 위해 준 약과 그날의 공장에서의 피로로 등을 돌리고 곤히 잔다.

아흔이 되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경이' 를 맛보게 되는 아흔살 할아버지.
아흔살 생일날 50여년동안 써왔던 칼럼의 끝에 '사직의 말' 을 쓰지만,  그 말은 지워지고, 거절하지도 못하고 계속 칼럼을 어영부영 쓰게 되고, 고양이라는 동물은 싫지만, 선물로 받은 나이든 고양이를 상대방이 섭섭해할까봐 데려다 키우는 할아버지.  소녀의 벗은 등만 보며 잠을 자고, 그녀가 잠이 깨지 않을 정도로 시를 읊어주고, 쓰다듬고, 키스해준다.

오해와 달콤한 고통을 겪고 나서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과 미래를 기껍게 맞이한다.
'태양은 공원의 편도나무 사이로 떠올랐고, 강이 마른 탓에 일주일이나 늦게 도착한 하천 우편선이 포효하면서 항구로 들어왔다.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건강한 심장으로 백 살을 산 다음, 어느 날이건 행복한 고통 속에서 훌륭한 사랑을 느끼며 죽도록 선고받았던 것이다'

나는 이 할아버지를 보면서, 이 할아버지의 직장 동료들과 하녀, 이 할아버지의 고양이, 그리고 이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밝고 따뜻한 날의 비누방울들을 떠올렸다. 공기중을 반짝반짝 영롱한 빛을 내며 천천히  떠돌다가 숨어버리는 비누방울들.

다행이다. 그가 일흔일곱에 아흔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이토록 밝고 행복하고 외롭지 않게 쓸 수 있어서.
항상 '나는 고독한 인간이다' 라고 말해왔던 그는 '경이로운 사랑' 을 찾은 것일까? 혹은 오랜동안 함께 해 왔던 고독이란 놈과 타협하기라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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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11-1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르께스의 책을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백년 동안의 고독,은 읽다 던져둔지 오래고... 다만, 그의 손자가 만든 영화를 봤을뿐이죠.

하이드 2005-11-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무슨 영화일까요. 단편집 '꿈을 빌려드립니다' 로 시작해보면 어떠실까요?

moonnight 2005-11-1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리뷰를 읽으며 제가 참 편협하고 배배 꼬인 인간이었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흑흑. ㅠㅠ 어쨌든 추천 -_-;

하이드 2005-11-1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나요? ^^ 제목과 첫문장은 굉장히 직설적이지만, 내용은 그게 아니던걸요.
존 업다이크가 뉴요커지에 쓴 리뷰를 퍼놨는데, 마르께스의 다른 책들 더 읽고 읽었더라면 더 와닿았을 것 같더라구요.

하루(春) 2005-11-1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들(things you can tell just by looking at her)라는 영화였죠. 예전부터 보고 싶어서 벼르다가 dvd를 사버렸는데, 지나치게 조용하지만, 그 안에선 변화의 물결이 크게 일죠.

하이드 2005-11-1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봤는데, 생각이 하.나.도. 안나요 ㅜㅜ

mong 2005-11-12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팍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여운이 길었던 책 ^^
 
이윤기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작가정신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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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게 이 책은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하는 이야기.

그는 들어가는 말로 '.. 내가 새로 시도하는 방법은 '신화 거꾸로 읽기' 입니다. 신화적 상징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을 거는 회화, 조각, 혹은 건축물을 하나씩 제시하고, 그 대상에 묻어 있는 신화의 의미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추적하는 새로운 신화 읽기 입니다...' 라고 한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법의 여신 아스트라이아가 조각되어 있는 프랑스 법무부 건물을 보며, 건물이 말하기를 기다리고, 상징의 의미로써 세계를 만나기를 원한다. 그가 만나는 조각들, 건축들, 그림들, 유적지들은 그에게 말을 하고, 그는 그 말을 듣는다. 옛 신화의 세계와 대화한다.


이 책에 목차는 있지만, 특별한 구성이 없어 보인다.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읽고 있나 싶은데, 어느덧 풍요의 뿔 이야기를 읽고 있고, 그러다 문득 오디세이아를 듣고 있고, 다시 정신차려보면 세상의 중심을 상징하는 뱀의 이야기를 보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져가는 그리스 신화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신화'를 왠지 읽어야할, 알아야할 숙제로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는 어릴적 듣던 옛날 이야기처럼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신화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  푸생, 티치아노 등의 그림, 조각들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이윤기님의 책을 여러권 읽었다면 반복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의술의 신 이야기는 똑 같은 내용이 같은 책에 두 번 나와서 잘못 만들어진 책인가 잠깐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도판과 함께하는 옛날 이야기, 가끔씩 'xx 를 보고 기절초풍했다'는 귀여운 멘트는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추운 겨울날 이 책 끼고 이불 속에 들어가  그리스 신화 속에 빠져봄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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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5-11-1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 주셨네요? 마음 속에 담아두기 해 놓았던 책들이 이렇게 리뷰 올라와 있는 것 보고 나면, 뭐...질러야죠 ^ ^ 재미있는 옛날 얘기는 자꾸 또 들어도 재미있는 것처럼, 이 책도 그럴것 같아요. 아이가 잠자리에서 옛날 얘기 해달라고 할때, 그리스 로마 신화 한 토막 씩 들려주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는 엄마의 바램 ^ ^

하이드 2005-11-11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지요! 그리스 신화 들려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