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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그리고 두려움 1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코넬 울리치 지음, 프랜시스 네빈스 편집,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코넬 울리치의 단편집이 나온 그날 아침. 나는 이 책을 당장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밤 그리고 두려움은 'Night and Fear' 2004년 코넬 울리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랜시스 내빈에 의해 편집되었고 모두 열네편의 단편을 포함하고 있다. 그 대부분이 국내에서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라 반갑기 그지없다.
1권에 나온 여덟편의 단편 중 '윌리엄 브라운 형사' Detective William Brown' 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읽는 단편들이었다. 추리소설만큼 단편의 묘미를 잘 살리는 장르가 있을까. 스텐리 엘린, GK 체스터튼, 그리고 엘러리 퀸,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등 우리는 걸출한 추리 단편들에 열광한다.
코넬 울리치는 '20세기의 포' 혹은 '그림자의 시인' 으로 격찬된 바 있다.
The night was young, and so was he. But the night was sweet, and he was sour.
밤은 젊고 그도 젊었다.그러나 밤의 공기가 감미로운 데도 그의 기분은 씁쓸했다
'환상의 여인' 의 첫문장이다. 바로 그 첫순간부터, 순식간에 감정이입 시키는 문장이다.
그의 소설의 배경은 대도시, 악인은 완전한 악인이 아니며, 완전히 선한 사람도 없다.
순간의 선택의 기로에 서서 악인이 되기도 하고, 착한사람이 되기도 한다.
갈대와 같이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어두운 대도시의 흔들리는 불빛마냥 묘사하고 있으며,
째깍째깍 흐르는 멈추지않는 시간과 심리의 변화를 스릴있게 묘사하고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놓을 수 없는' 이란 말을 가져다 붙이는 작가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코넬 울리치의 글은 더 단단히, 꽉 마음을 쥐고 해피앤딩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과응보 혹은 카오스적인 허무한 결말까지 놔주지 않는다.
'담배'Cigarette' 에서는 에디라는 덜떨어져 보이는 순진한 남자가 나온다. 갱들의 심부름으로 함정에 빠진 에디가 '담배' 한개피를 위해 천국과 지옥을 오고간다.
'동시상영'doule Feature' 에서 약혼녀와 재미없는 동시상영을 보러 들어간 형사는 광고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동시상영' 을 보고 나오게 된다. 착실하고 용감한 형사의 이야기는 코넬 울리치의 단편집 속에서 조금씩 역할을 바꾸고, 조금씩 상황과 범인을 바꾸어 반복되는 이야기이다.
'횡재' The Heavy Sugar' 는 단순한 주제와 줄거리이지만, 코넬 울리치는 이와 같은 단순한 설정에 독자를 사로잡는 재주가 있음이 분명하다.
'용기의 대가' Blue is for Bravery' 는 이 단편집의 단편들 중 가장 재미있는 단편중에 속하는데, '상복의 랑데부'나 '환상의 여인' 등에서도 드러나는 코넬 울리치표 '로맨틱' 을 엿볼 수 있다. 내가 코넬 울리치의 책을 읽을때 기대하는 미덕은 아니지만, 역시나 재미있다.
'목숨을 걸어라' You bet your life' 줄거리도 결말도 조금 싱겁다.
'요시와라에서의 죽음 'Death in the Yoshiwara'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각 작품마다 뒤에 나온 짧은 설명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요시와라에서의 죽음>(잡지 알고시 1938년 1월 29일 호에 게재)은 일본에서 발생한 사건을 다룬 울리치의 유일한 싸구려 소설이며' 뭐, 유일하다는데 주목하고, 그냥 잊자.
'엔디코트의 딸'Endicott's Girl' '갈피를 못 잡고 동요하는' 존경받는 엔디코트 서장과 충직한 부하직원의 이야기. 재밌다.
'윌리엄 브라운 형사'Detective William Brown'
윌리엄 브라운은 겨우 열네 살 때 모든 분야에서 선두를 달렸다. 그는 재기가 있고 명석하며 생기가 넘쳤다. 그에 반해 조 그릴리는 성실하지만 항상 뒤처지는 그런 녀석이었다.
윌리엄 브라운과 조 그릴리의 이야기이다.
또 읽어도 여전히 가장 재미있고,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코넬 울리치의 소설들, 특히 단편들이 한정된 짧은 시간에서 이루어지면서 서스펜스를 이끌어낸다면,
이 작품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긴 호흡으로(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은) 사건의 죽이게 멋지는 결말까지를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