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부인 김승옥 소설전집 4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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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무진기행의 단편들 속 현란한 언어들에 허우적 대다가 이 책을 읽으면 홀딱 깬다.
이 책에는 두 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다. '보통 여자' 와 '강변 부인' 이다.
각각 69년, 77년 여성지에 연재되었던 작품(?) 이다.

분명 그보다 전에 발표했던 '무진기행'의 시대묘사가 어색하지 않았는데,
그 이후의 '보통 여자' 와 '강변 부인' 은 작가가 의도하지 않게, 2005년을 살아가는 보.통. 여.자. 독자를 웃긴다.  딱히 비판을 하려고 마음먹고 리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리뷰 제목을 ' 통속소설도 김승옥이 쓴다면' 이라고 하려 했었으니.

궁금한 것은
여성지에 연재되던 소설이면, 뭔가 그 때 대중들의 심금을 울리는 공감을 주는 부분이 있을텐데, 그것이 어떤 것이었을지, 흥미롭기 그지없다.

'보통 여자' 에서  수정과 명훈은 선을 보는데, 수정은 숫처녀에 데이트 한번 안 해본 순댕이고, 명훈은 여자가 있는 남자이다. 

명훈의 전화를 기다리는 수정을 놀리는 동생 수란.
' 형부 좋아하네. 벌써 형부야? 으응, 벌써 그렇구 그렇게 됐군. 새침떼기 골루간 ...'
' 뭐라구? 기집애가 못 하는 말이 없어. 엄마한테 이른다.'
' 하여튼 단단히 이분의 일 했군, 흥.'
수란의 말마따나 자기는 명훈한테 좋아졌다는 정도를 지나 반해버렸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 후략)
(13pg)

지하철에서 몇번을 다시 읽었다. 설마, 설마, 정말? 푸하하 
조만간 꼭 써먹어야지 책 모서리를 접었다.

수정의 엄마는 사채를 하는 큰손이다. 장녀인 수정을 수란에 비해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
어느 점심 수정과 함께 냉면을 먹으러 나간다.  수정이 냉면 한 그릇을 국물까지 말끔히 비우자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며' 한마디 한다.
' 시집도 안 간 젊은애가 그게 뭐니...... 임신한 여자처럼. 남보기 창피하구나.' 말하면서 주위를 살피는 시늉을 했다.
' 아이, 엄마는! 누가 보기나 하나요. 되려 엄마 말소리 땜에 망신 사겠어요.'
(중략)
' 아이 참, 엄마두! 언제는 적게 먹는다구 야단치시구선...'
' 그야 잘 먹으면 좋기만 하겠니. 하지만 너, 요즘 가만히 보니까 너무 먹어제끼는 거 같아. 그러다가 배탈이라도 나면 어떡하니?'
수정은 문득 어머니의 은근한 말투가 의심스러워졌다.
(중략)
그렇다면, 냉면 사줄테니 순이한테 집 단단히 보라고 이르고 밖으로 나오라고 하신 것도 오늘 나에게서 듣고 싶으신 게 있어서? 냉면을 사준 것도 일부러?
' 엄마!'  수정은 뾰로통해져서 나직이 그러나 쏘듯이 불렀다.
' 왜애?'
' 엄마, 날 의심하고 계시죠? 그렇죠? 아까 하신 말씀 농담이 아니시죠?'
' 의심이라니? 내 무슨 말이 농담이 아니란 말이냐?' 김씨는 시치미를 뗐다.
' 엄마 나빠. 그런 의심을 하시다니. 절 그렇게 못 믿으시겠어요?'
수정은 쏟아지려는 눈물을 억누르기 위해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통로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현관에 있는 '숙녀용' 안으로 황급히 들어가서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을 막았다.
황급한 걸음으로 뒤쫓아온 김씨는 수정의 어깨를 얼른 감싸고 꼭 껴안으며 말했다.
'얘, 수정아, 엄마가 잘못했다. 내가 주책이 없어 괜한 걱정을 해본 거지....' (중략)
' 밥 좀 많이 먹는다구.... 흑흑... 밥 좀 많이 먹는다구...'
간신히 악물고 있던 입이 말 몇 마디를 내놓자마자그만 크게 벌어지며 으아앙 울음보가 터졌다.

중략중략 했는데, 다 읽으면 수정과 김씨의 오버가 우습다.


'때라면 적어도 딸자식인 경우엔 덜 묻으면 덜 묻을수록  좋다. 여자에게서 깨끗한 것, 아름다운 것, 질서를 지키려는 본능, 조화를 유지하려는 욕망을 빼버린다면 도대체 무엇이 남을 것인가. 그런 것이 닳아져버린 여자를 어느 남자가 사랑해줄 것인가? 남자에게서 사랑받을 수 없는 여자보다 더 비참한 것은 없다.' (41pg)

이런 식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보통 여자' 에서 '강변 부인' ( 강변 부인은 그 제목 답게 자신 안의 불꽃을 주체하지 못하는 유부녀 이야기다) 까지 계속 등장한다.

뭐랄까. 페미니즘 뭐, 그딴 얘기 하려는게 아니라, 멀지 않은 과거의 그 이야기들이 너무나 딴 세상 이야기같이 읽히니 책은 어쨌든 술술 넘어간다.

그러니깐 앞에 얘기했듯이 김승옥이 쓰면 통속소설도 재미있다는거.
하지만 '무진기행' 을 읽고 정말 대단한 작가야! 감탄감복 했던 독자라면, 굳이 나처럼 다음에 읽을 책으로 이 책을 고르지 않기를.
하긴, 나도 여성지 연재소설같은 지극히 통속적인 소설 읽고 싶어서 이 책 집어들긴 했다. 나의 호기심이 충족 되었으니, 그리고 다행히 재미는 있어서 하하호호 웃으면서 금새 읽어냈으니 뭐, 그닥 불만족스런 독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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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5-12-08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풉. 인용구절을 보니까 재미있을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05-12-08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술 넘어갑니다. ㅎㅎㅎ 음. 웃기고, 야하고 그렇습니다.

mannerist 2005-12-0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옆의 아이콘처럼
나같이 청승가련 순진무구 쾌락만땅 청년은 '이분의 일'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오오~~
가르쳐 주세요오오오~~~ 활짝 앤드 싱긋 ^_^o-

moonnight 2005-12-0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겨요. ^^; 좀 민망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책일 거 같아요.
 
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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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밌는 책을 이제야 읽었다니, 억울하기 그지없다! 정말로, 진짜로,

이라부 종합병원의 이라부 의사와 마유미 간호사를 만나는 것은 '얼떨떨한' 경험이다.
그 얼떨떨함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일까?( 심각.. 곰곰)

번듯한 종합병원의 후계자(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인 이라부 의사는 신경과( 정신과) 의사이다.
지하의 음침음침한 진료실로 환자가 찾아가면,
'들어오세- 요' 라는 '안 어울리게' 경쾌한 인삿말.
일단 들어가면 초글래머 섹시 간호사 마유미가 '비타민 주사' 부터 꽝 놔준다.

'공중그네' 에서 이라부를 찾는 이들은
야쿠자에서부터( 고슴도치) , 성공한 여류작가(여류작가), 공중그네(써커스 공중그네 베테랑), 3루수( MVP 3루수)  그리고  학부 동기 동종업종의 의사( 장인의 가발) 까지 다양하다.

그들이 이라부와 마유미 간호사와 그 모든 '진료'라고 하는 이름의 행.위. 들에 대해 느끼는 건 아마도 ' 황당함' , '얼떨떨함'

일단 외향부터 독특하기 그지없다.
외근나갔다며 마유미짱과 써커스단을 찾은 이라부. (노란색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
'동행한 간호사는 흰 가운이 아니라 표범 무늬 핫팬츠를 입고 왔다. 이라부는 저지 셔츠 차림이었다. 이해하기 힘든 2인조다.' (82pg) 베테랑 공중그네 곡예사를 치유하겠다고 간 이라부는 100KG도 넘어 보이는 거구의 몸으로 공중그네를 배우겠다고 떼를 쓰고 겁대가리를 상실한 그 특유의 나이브한 성격덕분에 그럭저럭 스윙을 할 수 있게 되고, 써커스 공연에서도 한꼭지를 맞게 된다. 이라부가 공중그네를 배우는동안 마유미는 표범 우리 옆에서 쪼그리고 나른하게 담배를 피고 있는다. 
공연을 하게 된 이라부의 의상' 2부 공연이 시작되자, 이라부가 표범무늬 무대의상을 몸에 걸치고 나타났다. 프로레슬러처럼 살찐 프레디 머큐리 같은 분위기였다' (121pg)'

그 외에도 샤넬 저지 아래 위 정장,
에르메스 정장에 백구두, 위, 아래가 붙은 이상한 옷( 분명 브랜드겠지)
마유미의 병실에서의 하얀 가운은 초미니에 가슴굴곡이 훤히 들어다보여, 환자들이 가슴 계곡에 얼빠져 있는 동안 주사를 꽝! ' 아야야야야' ( 주사 실력도 출중해서 매번 환자를 아프게 한다)

이 책은 눈물 쏙빼게 웃기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맛이 가 보이는 이라부를 찾는 이들은 적어도 처음 그를 찾을때는 (그가 맛 간 의사임을 모를‹š는) 엄청난 고민을 가지고 있다. 3루수가 1루 송구를 못하게 되어버렸다던가, 야쿠자가 뾰족한 것에 공포증을 느끼게 되어버렸다던가, 작가가 글을 못 쓰게 되어버렸다던가. 심각해야 하는 의사가 장난을 치고 싶어 미칠지경이라던가.

그들은 치유된다. 그들 마음의 짐을 놓는다. 카타르시스는 없다.  그들이 화려하게 재기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라부 덕분에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그들의 앞날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나도 알지 못하는 마음의 짐을 들고 이라부를 찾고 싶다. 이라부는 어떤 처방을 해줄까? 상상만으로도 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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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2005-12-0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라부에게 처방받고 싶어요^^

ceylontea 2005-12-0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아무래도 읽어야 할듯... --;
여기저기서 재미있다는 원성(??? ^^)이 자자하네요...(물론 알라딘 안에서 들은 이야기지만요..)

mong 2005-12-0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읽고 한동안
이라부 처럼 이야기 한다고 혼났어요 ㅎㅎ

울보 2005-12-0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사람이 있다면 정신과의 문을 두드려볼랍니다,,

하이드 2005-12-06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정말요. 꼭 한 번 가서 놀고 싶어요.
MONG님, 흐흐 이라부처럼 이야기하는게 어떤걸까 상상하고 혼자 실실 웃고 있습니다.
실론티님/ 그러게요! 저, 그 원성 애써 외면하고 이제야 읽어서 얼마나 억울한지 몰라요. 어여 읽으세요. ^^ 1000원 쿠폰에 '인더풀' 도 주고 있어요!!
그림자님/ 같이 갑시다고요!

blowup 2005-12-0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어서 오히려 리뷰를 못 쓰겠는 책인데, 용케 잘 쓰셨어요. 이거 미니시리즈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야클 2005-12-06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유미 간호사를 찾습니다.

아영엄마 2005-12-0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 야클님이라면 그 간호사 보러 꼭 가셔야 할 듯~ ^^;;

moonnight 2005-12-0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그동안 저도 계속 망설였던 책인데 꼭 읽어야 겠네요. 리뷰가 이렇게 재미있는데요 ^^ '이해하기 힘든 2인조' 매력있어요. >.<

비로그인 2005-12-0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말이죠, 일단 주사놓기를 좋아하는 이라부가 상당히 괴짜스럽다 생각했는데 제가 어디 한구석이 아프게 되자 저역시 이라부같은 의사를 선호할 것 같습니다. 저도 일단 주사부터 맞고 싶어요.

하이드 2005-12-0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어여요. 저도, 왠지 망설였던 책인데, 게다가 쿠폰이랑 '책 한권더' 까지 마구 날리니, 더 의심스럽잖아요. 근데, 웃길뿐더러 감동도 있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한 책이었어요.
아영엄마님, 풉. 정말요. 야클님, 은 마유미짱을 만나셔야죠.
나무님, 보는내내 작가가 드라마화를 노리지 않았을까 생각되더라구요. '들어오세-요' 웃기게 말하는 이라부 의사의 목소리가 귀에 엥엥거렸구요, 또 에피소드들도 무한할테구요. 엽기적인 마유미짱도 그렇고, 작가가 드라마 구성작가 했었다는데, 그 탓일지도 모르겠어요.
여튼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

하이드 2005-12-06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주드님. 네. 이라부같은 의사 찾아가서 주사 꽝 맞고 몸도 마음도 쾌차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루(春) 2005-12-0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겠다. 계속 안 사고 버티고 외면하고 있었는데... 내년 1월에 살까? ^^

하이드 2005-12-0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폰- 하고, 한권 더- 는 언제 없어질지 몰라요- 하루님-

Kitty 2005-12-07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네요.
그런데 지금 보니 한권 더-는 없어졌나봐요? ㅠ_ㅠ

하이드 2005-12-07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러네요. 저 이 책 산지 얼마 안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값하는 책입니다. ^^ 쿠...쿠폰 있을때!

BRINY 2005-12-0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것도 겨울방학 독서 리스트에 올려놔볼까요.

깐따삐야 2005-12-0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인의 가발'을 읽으며 학창시절의 선생님 한 분을 떠올렸습니다.
대머리 위에 감질나게 얹혀 있던 머리카락(왼쪽 혹은 오른쪽에서 빗으로 끌어온)을 확 손으로 흐트러뜨리고 내빼고 싶었던!

2006-12-27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코 - 안개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현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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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페이지의 내용없는 글.
이라고 하면 너무한가. 잘 모르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라는 책의 입소문을 익히 듣고 덥썩 샀는데, 낭패다. '소니의 명품게임 의 세계를 장편소설로 엮어내어 일본에서 한달동안 20만부 이상 돌파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PSP팬들이 20만명의 얼리어댑터들과 얼마나 겹칠까 생각해본다.

모든 놀이를 다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에만은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 탓일지도 모른다.

머리에 뿔난 종족이 안개의 성에 제물로 바쳐지는데, 그 중 이코라는 힘과 지혜를 갖춘 머리에 뿔난 소년이 안개의 성에 갇힌 요르다라는 신비한 소녀를 안개의 성의 주인인 마녀로부터 구출해내는 내용이다.

길고 두꺼운 책 좋아하는데, 내용도 재미있을만 한데, 그 묘사하는 내용이,
뭐랄까, 현란한 애니메이션을 글로 읽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만 몇몇 문장들은 아름다웠다. 그렇게, 그냥 분위기로나 읽어봐야지.

'안개의 성이 이 땅과 일체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절벽이 안개의 성을 삼켜 버린 것일까. 길고 긴 낮과 밤이 반복되는 동안. ' (110pg)


'이코가 그렇게 말하자, 드디어 소녀가 뒤돌아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왜 가련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만개한 꽃밭에 미풍이 살랑거리며, 수많은 꽃잎을 바람에 실어간다. 소녀의 미소는 그것과 닮아 있었다. 입가에서 향기로운 꽃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 같다.' (169pg)

'이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면 눈을 뜰 수조차 없다. 천 개의 독침을 품고, 만 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무한의 악의를 머금은 얼음의 돌풍,' (545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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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12-05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현란하군요. ^^; 인용하신 글을 읽다가 웃었던 게 '가련'이란 말을 일본사람들은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껴서입니다. 저역시 게임엔 전혀 흥미를 못 느끼는지라 왠지 제가 읽었다간 어리둥절하기만 할 책일 듯. 그러나 리뷰는 재미있게 읽었기에 추천 ^^

하이드 2005-12-05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리둥절 했어요. 게임과 상관없이 보면 어떨까 싶은데, 그리 보기엔 너무 어리둥절한지라, '게임'을 소설화 해서 그럴꺼야, 라는 핑계를 찾아낸건지도 몰라요. 암튼, 간간히 등장하는 위와 같은 표현들이 눈 앞에 펼쳐져서, 그 분위기만은 와닿았어요.

알리리리 2006-09-2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 게임에 치중을 많이 한거라. 그런 공허감이 느껴질듯./
원래 게임방식이 미로같은 길을 해메며 탈출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지루한감이
없진 않죠.하지만 게임자체에서도 사운드며 화면 구성이며..정말 아름다운 형식이었는데. 미야베 미유키가 그대로 살려서 소설로 만든느낌입니다. 역시..미야베 미유키는..천재다.
 
베누스의 구리 반지 - 로마의 명탐정 팔코 3 밀리언셀러 클럽 28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희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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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이란 자고로 갈수록 재미없어지거나, 인기 끄는 시리즈 중에 김빠지는 시리즈 한 두개가 끼워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팔코는 왜 이리 계속 갈수록 재미있어지기만 하냔말이다!

'늘 그렇지만 쥐는 생각보다 몸집이 크다'
라우투미에 감옥에서의 팔코의 독백으로 로마 명탐정 팔코 시리즈 3탄 '베누스의 구리반지'는 시작된다.
전편에서 아나크리테스의 음모와 험담에 의해 정부의 납잉곳을 훔친 죄로 감옥에 들어와버린 팔코.


어머니가 어마어마한 '보석금'(뇌물)을 주고 나올 수 있었던 팔코는 밀린 집세마저 헬레나에 의해 지불되었음을 알고 ' 여자들에게 늘 신세지고 마는'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정말?)

이번에 팔코가 맡게 되는 사건은 호르텐시우스라는 부자 해방노예의 가족에 의한 의뢰이다.
첫번째 남편은 뜨거운 햇볕아래 일사병으로, 두번째 남편은 약 먹다 질식사로, 세번째 남편은 표범에 물어뜯겨 죽은 무시무시한 과거가 있는 세베리나 조티카.

노부스 호르텐시우스, 아틸리아, 폴리아, 그리고, 남자 두 명 더 는 같은 주인을 모시던 해방노예들이다.
주인이 죽기 전부터 사업수완 있던 그들은 '벼락부자'의 모습 딱 그대로이다. 팔코는 그 중 아틸리아와 폴리아의 의뢰를 받아들이게 된다. 호르텐시우스가 죽지 않도록 세베리나를 관찰하는 것.

그러나, 호르텐시우스는 독살당하고, 호르텐시우스가의 사람들은 그 모든 미심쩍은 일들을 덮고자 하고,  세베리나는 거꾸로 팔코에게 사건을 끝까지 조사해주기를 부탁한다.

팜므파탈형인 세베리나의 노부스 살해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은 보이는 것 보다 더 복잡하다.
얽히고 얽힌 가족사, 사랑, 탐욕. 언제나 그렇듯이 제목인 '베누스의 구리반지'는 의미심장하다.
'이제는 구리가...'
'영원을 상징하죠!' 대뜸 그녀가 선언이라도 하듯이 거창하게 말했다.
'영원의 값어치가 떨어진 거예요! 구리가 구리 원산지인 키프로스에서 그 이름이 유래 됐다는 거 알아요?'
나는 남들이 잘 모르는 잡다한 지식에 관심을 두곤 한다.
'베누스가 탄생한 곳이 키프로스니까 구리가 바로 사랑을 상징하는 금속이 되는 거예요...'
'팔코! 사랑은 구리처럼 당신의 영혼을 녹청(綠靑)으로 물들여버리고 말아요.'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로마시대 일상사' 인데, 이번 편에서는 '해방노예', '로마의 임대건물 실상', '팔코의 가자미 요리특강!' 이 나온다.헬레나에게 '당신이 재료를 사와요, 나는 요리를 할테니' 라고 말하는 그대야 말로 나의 이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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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2-0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팔코 주문한다는걸 까먹었군.

moonnight 2005-12-02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위에 놓여진 채 얼른 읽어달라고 외치고 있군요. -_- 두께가 만만찮아보여서 일단 미뤄놓고 있는데 하이드님 리뷰를 읽으면 늘 그렇듯 오늘도 솔깃 ^^ 지금 읽고 있는 거 오늘 끝내고 밤부터는 팔코다! (불끈;;)
 
놀이터 옆 작업실 -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조윤석.김중혁 지음, 박우진 사진 / 월간미술 / 2005년 11월
절판


놀이터 옆. 작.업.실.
책 앞에는 구멍이 뽕뽕뽕뽕 뚫려 있다.

구멍 안에는 작은 사람.
특이한 숨어 있는 책날개이다.

홍대라는 공간에 대한 추억 하나 없는 사람 있을까.
2004년 10월 당시 홍대 앞에는 15개의 갤러리 및 대안 공간, 46개의 공예품점, 14개의 화방 및 표구점, 102개의 미술학원이 있었다.

대학 앞의 상권에 예술가들의(?) 집결지라는 독특한 특성이 덧붙여졌다.


놀이터의 이 붉은 불빛은 참 많은 생각을 떠올려 준다.
돌이켜보면 별일 없었음에도 별일 있었을 것 같은 젊음. 예술. 자유. 재미. 열중. 폭발의 장소이다.

희망시장의 로고를 만들었던 '파펑크'
그는 디자이너다. 그는 VJ이다. 그는 디자인 학교의 교수다. 그는 음악가다.....

각각의 장마다 앞은 이와 같이 큼지막한 사진과 글씨로 각각의 독특한 영혼을 정의해 놓았는데, 예뻐보이지만, 가운데의 글씨가 절대 안 읽어진다. 뒤로 갈 수록 글씨는 글씨인데 눈에 안 들어와 귀찮아서 안 읽고 넘어가버린.

파펑크가 이야기 하는 그의 작업들( 도저히 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다양하고 재능있는)

'모두 그의 '행동' 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무기라곤 자신감하고 행동뿐이잖아요.라고 그는 말한다 ' (45pg)


그렇다. 처음에 나온 인물인 '파펑크' 에서 알아봤다.
'그들은 열렬하게 행.동.한다.'

하트와 태극기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 유쾌한 작가 강영민
최근에 캐딜락 런칭 기획으로 이슈가 되며 외도한거 아니냐는 오해의 눈길도 받지만,
그.저. '어떻게 하면 반항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어떻게 하면 이 지루한 세상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 남자일 뿐이다.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자. 라.
좋은 모토다. 평범한 모토다. 그렇다고 쉽게 덤빌 수는 없는 모토다.

홍대 주변과 희망시장이라는 자율적이고 느슨한 커뮤너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보이지 않게 전략을 짜는 배후조종자 중 한 사람.
강영민.

여기는 돌을 가지고 노는 미미루.
'오랫동안 세계 이곳저곳의 시장을 돌아다녔다. 작품을 만들 재료를 구입하러 간다. 는 것은 핑계고 실은 놀러 가는 것이다. 그녀의 통계에 의하면 '20퍼센트는 일이고, 나머지는 놀기'다. 하지만 그녀에게 일과 놀이의 경계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노는 게 일하는 거고, 일하는 게 노는 거다. (80-81pg)

대학로의 작은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고, 돌에 빠져 있는 그녀.
솔직히 말해서 많이 질투난다.

자신이 고양이라고, 그것도 빨강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고양이.
기억난다. 고양이 모자 쓰고 있던 그녀의 모습.
사진의 미키마우스 머리띠도 귀엽군.

북아티스트, 박소하다.

'북아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나' 이지만, '북' 이 들어가고 보니, 관심이 안 갈 수 없다.

북아티스트인 그녀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특이하다.
'다른 매체들은 눈이나 귀를 자극할 뿐이지만 책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니까. 책은 1백년이 지나도 2백년이 지나도 계속 남아 있으니까. 책은 베개로도 쓸 수 있으니까...' (137pg)

왼쪽의 사진은 그녀의 가장 유명한 작품중 하나인 통나무 표지의 책. wood book 숨쉬는 책 이다.

이 작품의 작가의 메모는 다음과 같았다.
'책은 무언의 물체가 아니다. 책 속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어렸을 땐 커다랗게 높은 나무를 바라보면서 저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를 상상했다. 나무 속에는 어떤 생명들이 자라고 있을까. 나란히 꽂힌 저 책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나는 책을 숨 쉬는 하나의 생명이라 생각하고 책 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에 관해 상상했다. 나무 등걸의 형상으로 향이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수제 종이 작업 후 속에도 나이테가 자라고 있지 않을까. 나이테가 마치 태아가 자라는 것처럼 크고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127pg)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책에 대한 생각이다. 묘하고 재미있네.



좌린과 비니. 이미 베스트셀러 책도 낸 부부.
질투나게 닮았다.
부부는 닮지만 사진은 안 닮는다더니, 사진 안 닮은 것보다 부부 닮은게 더 눈에 들어오네.

돈 모으고, 여행 떠나고, 렌즈로 세상을 보고, 희망시장에 나와 사진을 팔고. 단돈 7,000원.

그들의 미소가 밝다.

날개 달린 피에로 ŸN다.

ŸN다. - 울다와 웃다 결합 신조어란다. 피에로의 이미지란다.
피에로는 ŸN다. 기발하네. 헤헤


골목대장 '똥.쨈. ' 아줌마.
두 아이를 키우며, 지점토를 쪼물락 쪼물락 거려 심술궂은 표정의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

좋아하는 것은? ' 똥'

델로스.
남자였다!
정신세계는 역시나 복잡무궁무진해보인다.


꼭 하나를 해보라고 한다면, 이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보고 싶다.
손재주는 젬병이니 그냥 해보는 소리긴 하지만서도.
이 책의 사진들이 사진발을 안 받는데, 눈으로 보기에는 편하다.
그 많은 사진들 중에서도 '세피로트' 의 아름다운 유리조각 사진들은 참 예쁘다.


조기 쓰레기장 사진 중간에 서 있는 형상이 '환생'이라는 작가다.
이것저것 주어와서, 재활용미술을 하는 이.

뒤에는 전국의 예술시장에 대한 주소. 개시일, 대표. 일시 , 장소, 간단한 설명들이 나와 있다.


다시 맨 앞장. 책날개를 펼친 모습니다.

정말 예쁘고 질투나는 책이다.
일을 '재미'로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행동'하는 그들.
젠장. '재주'도 있다.

그러니깐, 난 벗어날 용기는 없지만, 놀이터 앞에서 노는 그들이 부럽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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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11-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어찌 안 부러울 수가 있겠냐구요......

마늘빵 2005-11-29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거 읽고 있어요. ^^

하이드 2005-11-2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술 넘어가죠?
깍두기님, 그러게요. 전 항상 저쪽 인간들이랑 놀면 쫄려요.
어디 가면 끝까지 잘노는 아이인데, 홍대 인간들이랑은 쨉도 안 되서, 3시쯤, 4시쯤 '저기 미안한데, 하고 일어나죠. 흑. ' ㅜㅜ

이매지 2005-11-2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캐릭터페어인가 갔다가 델로스님을 뵌 적이 있는데, 저도 놀랬었죠 ^-^
남자였다니 !!

Phantomlady 2005-11-2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거 재미있겠다 나는 홍대 놀이터에서 노는 건 별로 안 좋아하지만

보관함에 담아감-

하이드 2005-11-2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안그래도 스노드롭님이 마구 떠오르더이다. 난 별로 관심 없어서 리뷰에는 안 썼는데, 밴드 얘기도 많이 나온다.
이매지님, 정말로 희망시장에서 봤던 분들 나오니깐 신기해요. ^^

mong 2005-11-3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것 같아요!
나도 보관함에-

모1 2005-11-3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런책이 있다니..신기해요.

einbahnstrasse 2005-12-0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졌습니다. 옆에서 제작 과정을 본 제가 다 눈물이 나네요.
;ㅂ;

miseryrunsfast 2007-08-3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피와 땀과 눈물... 을 제공한 사람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디자인과 사진은 마음에 들었지만, 편집은 맘에 안 드는 구석도 있었던. 그런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