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5
해리 케멜먼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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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소설들을 읽다보면 독특한 탐정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케멜먼의 데이비드 스몰은 '랍비'라는 직업만으로도 가장 독특한축에 들지 않나 싶다.
체스터튼의 브라운신부 시리즈에서 나오는 종교 얘기보다 분명 랍비 시리즈에 나오는 유대교, 탈무드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비중이 큼을 감안해볼때 이 추리소설의 독특함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교리에 대한 이야기나 탈무드에 대한 이야기는 좀 지루하긴 했다.

젊고 평범한 그러나 사려깊고 전통에 충실한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랍비이고 아내도 랍비의 딸인 스몰은 일이 있을때마다 그가 의지하고 펴보는 탈무드와 같다. 지적이고 논리적이지만 그것이 탐정의 그것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공평하고자 하고 나이브한 면은 개성있고 결점 있는 탐정들에 혹하는 나로서는 지루하게 느껴기까지 한다.

그러나 랍비에게도 사회의 어느 다른직업들처럼 자신을 나타내는 것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처세가 필요한것이 분명하다. 책벌레이고 원리원칙에 충실한 랍비의 평판은 일부 교회신자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는 재임용에 실패할 위기에 놓인다( 뭐, 본인은 별로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의 차에서 여자의 핸드백이 발견되고 그 핸드백의 주인인 젊은 금발여자는 랍비의 차에서 조금 떨어진 담그늘에 누워있다. 성직자의 범죄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랍비는 곤경에 처한다. 그러나 사건을 지휘하는 경감은 랍비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이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스릴이라던가 의외의 반전이라던가( 정말이지 평소 추리소설 읽으면서 범인 찾기에 손톱끝만큼도 신경 안쓰는 나도 그 인물이 나오자마자 그 인물이 범인인줄 알았다.) 하는 클라이막스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짜여진 한편의 추리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뒤에 실린 짧은 단편 로스 맥도널드의 '미드나이트 블루'는 또 다른 즐거움.
단편. 특히나 하드보일드 작가들의 단편에는 아무리 내가 루 아처를 좋아하고 챈들러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닥 매력을 못 느끼지만, 그래도 랍비 시리즈 뒤에 만난 이 망가진 탐정의 이야기는 굉장히 반가웠다.

그러고보니 난 케멀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 에서도 별다른 재미를 못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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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2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마일보다는 이게 훨 재밌더라구요. 그래서 다음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데.. 동서에서도 낼 생각이 없나 보더군요. 잘 안팔렸나.. ^^;

하이드 2005-08-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네, 저도 워낙에 시리즈물 좋아하다보니, 이거 다음편 좀 읽고 싶던데

2005-08-21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8-2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초저녁이죠.

마냐 2005-08-22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군침만 삼키게 되는군요. 여기서 추리물을 사들이다간...으윽.
 
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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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별에서 와서 별로 간다.
삶이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일 뿐이다. 
                                                                           린트부름 요새의 단첼로트 폰 질벤드레히슬러

오프라인에서 제가격 주고 살만큼 예쁜 책이었다.
발랄한 표지에 휘리릭 넘겨봐도 재생지에 어울리게 자리잡고 있는 칼라사진들.

'여행'에서 가질 수 있는 '여행' 을 꿈꾸며 가질 수 있는 '여행자'의 로망에 대한 책이다. 
떠나기 전에 가지는 로망, 여행중에 가지는 로망, 그리고 공상속의 여행의 로망이다.

매일매일 하는 사소한 일들, 이를테면 아침에 커피를 마신다거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거나, 등도 여행중에는 로망이 될 수 있다. '여행'이란 단순히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여행과 관련된 모든 생각들, 사람들, 관계들, 벗어난 일상성 등이 내 앞에 온전히 펼쳐지는 것. 매일 아침 도투루에 가서 커피와 토스트를 시켜놓고 그날의 여행계획을 짜곤 했어. 신주쿠였지. 라는건 어쩌면 매일 아침 스타벅스에 들러 모닝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서 일터로 향하는 서울의 내 모습과 묘하게 겹치고 또 엇갈린다.

여행하는 자의 책.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완전한 타인의 경험을 훔쳐보는 그런 여행서가 아니다. 이 책은. 막상 여행하는 이야기이기 하지만, 여행기는 아니고 여행에서 부닥치는 '로.망' 들이 독자 각기의 경험을 불러내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거다.

 책의 로망에서는 첫줄부터 "책장을 덮기도 전에 여행가방을 싸게 만드는 '영감의 책'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크레타, ... " 뜨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크레타와 에게해를 마음에 담고 비행기표를 덥석 사버린걸 어찌 알았지. 혹은  철학자의 로망에서는 홀로 여행하며 누적되는 고독의 누적에 패배감이라는 덩어리를 만든다는 이야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의 언덕의 태양에서 쇼펜하우어에서 에피쿠로스로 옮겨 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는 그. 정착의 로망에서는 생활의 고단함으로 사는 곳을 정하지는 못할지라도 죽는 곳은 정해보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니 프랑수와의 '책과 바람난 이야기' 가 책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독서일기는 아니였듯이 이 책도 여행에 관한 책이지만 여행기는 아니다. 그리고 보통의 여행이야기나 브라운 신부의 에차 에피소드 등등의 가끔 나오는 책이야기도 반갑다.

완전 새로운 이야기는 글쓴이의 공상섞인 로망들 뿐이겠지만, 우리는 모두 다르니 때로는 글쓴이의 생각을 부정하겠지만, 그저 아는걸 공유하며 동병상련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독서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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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05-08-21 0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아 저도 여행가고 싶어요!

kleinsusun 2005-08-2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여행가고 싶다. 병인가봐요. 휴가 끝난지 이제 딱 2준데... ㅋㅋ
 
하이 윈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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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떠오른 생각의 편린이 너무 약해서 자칫하면 그것을 놓치고 지나갈 뻔했다. 깃털의 감촉, 그것도 아니다. 눈송이의 감촉과도 같았다. 높은 창. 한 남자가 몸을 내밀고 있는, 아주 오래 전에.
 그건 현장에서 찍은 스냅 사진이었다. 날씨가 타는 듯이 더웠던 날이다. 높은 창 밖으로. 아주 오래 전에 , 8년 전에, 한 남자가 몸을 내밀고 있다. 너무 멀리. 한 남자가 떨어진다. 그리고 죽는다. 호레이스 브라이트라는 이름의 남자.

책을 열면 첫 페이지에 나오는 위의 구절은 책의 2/3정도에 있는 구절인데,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말로의 분위기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와중에 찬물을 끼얹듯 '아'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하이윈도는 '빅슬립', '안녕 내사랑' , ' 호수의 여인' 에 이어 네번째로 읽는 말로가 나오는 작품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중독되는 말로의 분위기는 그 후에 나온 하드보일드 작가들을 제2의 레이몬드 챈들러라고 하는 것에 토 달기 힘들게 한다.

전작들에서 실종된 사람들을 찾아 다니던 말로는 '하이윈도' 에서 없어진 옛주화를 찾으면서 살인사건에 휩쓸리게 된다. 말로가 가는 곳마다 살인현장인것은 말로의 말마따나 "시체들 속에 무릎까지 빠진 남자. 말로. 어쨌든간에 자신을 위해서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거나 또는 우호적인 설명을 할 수도 없는" 엿같은 상황인 것이다. 주화를 찾는 일은 결국 새롭게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예전의 살인을 해명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늘 그렇듯이. 본의 아니게(?) 문제를 몰고 다니는 말로.

이곳저곳 캐고 다니기는 하지만, 마초적이거나, 바람둥이거나, 신경질적이거나 딱히 어느것에 중독 되어있거나 하는 것 없이, "그저 씨니컬할" 뿐인 이 남자. 그러나 ' RIGHT THING' 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을 굽히지 않는다. "점잖게 사는 법을 제외하곤 모든걸 안다" 는 말로.

일을 하고, '집'이라 불리는 장소에 돌아와 우편물을 정리한다. " 서명을 하고, 봉투를 봉해서 우표를 붙인 후, 술을 한 잔 더 따랐다. 나는 담배를 채우고 불을 붙인 다음 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아무도 전화하지 않았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내가 죽든지 엘파소에 가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쿨하다는건 이런것 아닐까? 별로 행복해보이지는 않지만, '쿨'하다는 건 멋있는거 아니고, 삶에 드라이하고, 차가운 그런 거 아닐까?

작별할때도 역시나 쿨하게
" 나는 언제나 가던 식으로 갈거요. 우아한 미소를 띠고 손목을 날렵하게 꺾어 인사하면서, 그리고 마음 깊숙이 진심으로 당신을 유치장에서라도 다시 보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오. 잘있으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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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08-1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 너무 멋있어요. ㅜㅜ 책을 읽으며 그를 상상하면 무척 슬퍼져요. 그게 챈들러의 매력이겠죠? 소설만큼 멋진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 ^^

하이드 2005-08-1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보니 인용이 반 이상이라 좀 민망하지만;; 쿨럭. 읽은중 가장 드라이했지만, 가장 술술 읽히긴 하더라구요.( 얇아서 그런가? ^^;)
챈들러 책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추리소설' 같은 책이었던 것 같아요.

비연 2005-08-1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챈들러의 소설에 푹 빠져있었던 지난 몇 주가 기억나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하이드님^^

panda78 2005-08-1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껴두고 있는 호수의 여인 꺼내 들어야 할 때가 왔나봅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5-08-10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는 너무 멋지죠. ㅠ_ㅠ
 
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
알랭 드 보통 지음 / 한뜻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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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쯔 제목 하고는.
원제는  The Romantic Movement   이다.

보통의 이 책은 알다시피 '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정말 놀랍고 샘나는 데뷔작에 이은 두번째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그래. 소.설.이다. 그것도 흔해빠진 '사.랑' 에 관한 소설이다. 그런데, 사랑에 관한 소설 읽을만치 읽는 내가 이토록 '그'의 소설에 감정이입되어, 이 책이 소설이라는 것을 항상 뒤늦게 깨닫게 되는 걸까.

책의 화자이자, 첫장부터 마지막까지 우리가 고.찰.해야할 그녀의 이름은 앨리스이다. 그녀는 몽상가이자 희생자이고, 자신의 시시한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줄 어떤 대상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을 찾았다. '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 다가온 ' 에릭' 이라는 남자.
그가 그녀 앞에 나타나지 전 한동안 그녀는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고, 되서도 안되는' 솔.로.였다.
'이전에는 그녀가 혼자인 것이 농담이나 가벼운 놀림거리였지만, 오랜 기간이 지나는 동안 그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중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녀가 아무리 ' 인생은 결국 무의미하고 남자와 여자는 결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이 모든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창백한 농담일 뿐이야' 라고 튈지라도, 그녀도 알고 세상도 알듯이 그녀는 행복하지 않다.

불행한 그녀 앞에 드디어 누가 봐도 멋진 남자' 에릭' 이 나타났다. 훌륭한 직업을 가졌고, 재미있으며, 자의식이 강하면서 솔직하고, 부드럽고 관능적이며, 미남이면서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랑하는 것이 '에릭'인지, '에릭을 사랑하는 것' 인지는 모호하다. '에릭이 다리 중간에서 구두끈을 묶기 위해 잠시 멈췄을 때, 앨리스는 단지, 구두끈을 묶는 그의 모습은 정말 훌륭해 보여!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구두끈을 묶는 모습이 저렇게 훌륭한 남자를 결국 만나다니 이건 꿈이 아닐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에 빠지고, 연인관계가 된다는 것은 혼자 있는 것만큼이나 쉽지가 않은 일이다.
단 혼자 있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있다면, 그 관계가 깨어졌을때의 자기환멸과 그 모든 것을 다 잊고 다시 또 그 모든 것을 시작하는 대단한 '망각력' 에 대한 죄책감 정도일까?

이 책에 나오는 에릭과 앨리스는 나와 나의 연인이야기이다.
당신과 당신의 연인의 이야기이다. 보편적인 이야기들.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삶의 자잘한 에피소드들에 대해 지나치게 공감하게 하고, 지나치게 앞서가게 하고, 내 입장에서 생각하게 하는 마력을 지닌 책이다.
'사랑', '만남' , '헤어짐'과 같은 단순써클에서 일어나는 생활의 재발견이고, 재구성이다.

보통씨의 책이 예쁜 포장 뒤집어쓰고 열심히 나오고 있다.
어서 이 책도 번역되어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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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0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키스하기 전에.. 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참 번역본 제목은 누가 다는 건지 가당찮아요. 그죠? ㅎㅎ

마늘빵 2005-08-0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혼자만 보시고... 쩝. 언능 번역되어라.

moonnight 2005-08-0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나요. 저도 읽고 싶은데 ;; 얼른 번역되어나왔음 좋겠네요.

로드무비 2005-08-0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오래 전 읽었네요.
너무 재미있어서 가슴이 다 두근거렸던 기억!^^
하이드님, 리뷰 제목 끝내줍니다.
하드보일드하당게요.^^

마냐 2005-08-2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윽. 번역이 안됐다는, 번역됐던건 절판? 됐다는...염장성 리뷰올시다...흐흐.
 
노래하는 백골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7
오스틴 프리맨 지음, 김종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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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여름이면 읽어줘야할 것 같은 동서미스터리북스. 읽은책 반 안읽은책 반의 책꽂이를 보다가 보다가 골라낸 '노래하는 백골'

여덟개의 중,단편 모음집이다. 멋진 단편 하나 열장편 안 부럽다. 단편이라, 좋구나.
리차드 오스틴 프리먼의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시초이고 그것은 또한 그의 대부분의 장,단편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도서추리소설과 법의학이 그 것이다.

도서추리소설이란 시작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고 범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해나가는 방식의 소설을 말한다. 3대도서추리소설에는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 프리먼 크로포츠의 [크로이든발 열두시 삼십분] 그리고 리차드 헐의 [백모 살인 사건]이 있다. 삼대도서추리소설이라는 [백모살인사건]이나 도서추리의 창시자라는 리차드 오스틴 프리먼의 단편들이 그닥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았다.

이 책에 대한 별 지식없이 읽기 시작한후 그의 단편중 꽤나 쳐주는 '오스카 브러트스키 사건' 을 읽다가

'...그것은 직물의 작은 섬유조각이었네. 현미경으로 보고 여러 가지 색깔로 물들인 몇 가닥 섬유가 모인 것임을 알았네. 중요한 부분은 붉은 색으로 물든 양모섬유인데, 파란 물을 들인 면섬유도 있고, 노랗게 물든 황마 같은 섬유도 조금 섞여 있었네. 분명히 얼룩덜룩한 직물로, 여자의 드레스 조각인지도 모르네. 황마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그다지 질이 좋지 못한 커튼이나 깔개 종류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

굉장히 낯익은 섬유분석. 그리고 뒤로 갈수록 지문감식, 발자국조사등 과학적 추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부족하다고? 목이 잘린 시체의 머리에 피가 흐른 것은 어쩌구 혀의 상태를 보아 범인은 어쩌구 등 요즘 내가 열심히 보는 CSI를 떠올리게 하고 쓴웃음을 짓게 하였다.

왜 쓴웃음이냐. 그리고 왜 재미가 없었냐.
개성있는 탐정을 좋아하는 나의 개인적 취향때문이기도 하겠고,
당시(1910년대) 에는 첨단 기법으로 독자를 끌어당겼을 것이 분명한 "과.학.적. 추리"가 때론 우스워보일정도였던 것도 이유이고, 그렇다고 예전에 쓰여진 책들이 다 후지지 않는 것은
소설이 담고 있는 보편적인 재미나 철학( 철학까지는 거창하고, 삶의 쓴맛, 단맛에 대한 깨달음)인데, 이 책에서는 그것들 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술 넘어가는 것은 추리소설의 특성인가? 추리소설에 대한 나의 선호 때문인가?
아니면 가끔씩 나오는 아래와 같은 말들 때문인가? 정말 '누군가' 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The evidence says. 라고 말하는 안경쓴 남자.

손다이크가 말했다.
"아주 흥미 있는 민화로구먼. 훌륭한 교훈이 담겨 있네. 우리가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우리 주변의 생명 없는 것들 하나하나가 저마다 스스로의 노래를 부를 것이라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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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8-0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순전히 개인취향인데요, 뭐. 고전에 가까운 추리물들이 이상하게 재미없더라구요. 다른 추리좋아하는 분들과 차이 많이 나는 부분도 주로 고전들이구요, 뭐, 그렇더라구요. ^ ^전 너무 개성강한 탐정들에만 혹하는 경향이 있어요. 흐흐

하이드 2005-08-0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구 생각해보니 도서추리물도 윌리엄 아이리쉬 책들은 끝나게 재밌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