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에 글을 끄질러대는 버릇이 깊숙히도 들었다.
하나, 아니, 둘, 셋 혹은 그 이상의 블로그를 만들고, 글들을 배설한다.
그런 글들을 쓸 때의 마음은 그저 생각나는대로, 단숨에 써 버리고, 왠만해서는 맞춤법 조차 검토하지 않는다. 그렇게 버릇이 들어서일까. '글쓰기' 의 이런저런 법칙들에 대한 강의를 읽는 다는 것은 그닥 맘 편한 일만은 아니였다.

내가 쓰는 글은 두 종류이다. 인터넷에 써대는 메모들. 그리고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쓰는 글.
지금 바로, 그 둘 모두를 '전략'으로  생각하고 쓸 생각은 없다.
편한 공간에서의 일기와도 같은 끄적임에는 검토나 검열이 필요 없을 것이다.
다만,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글을 씀에 있어서는 좀 더 진지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티븐 킹의 'on writing' 은 작가나 작가 지망생을 타겟으로 한 글쓰기이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는 글쓰기에 애정(? 혹은 애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바바라 민토의 '논리적 글쓰기'는 이 책의 제목인 '전략적 글쓰기' 에 가장 가까운 책이 아닌가 싶다. 사회에서 나를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공식과 족보들의 집합이다.

이 책 '글쓰기의 전략'은 꽤나 알차고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1장 글쓰기는 노동이다 에서 13장 바른 문장 쓰는 법 까지 매장은 '글쓰기'에 대한 경구들로 시작된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나탈리 골드버그' '결정본은 존재하지 앟는다' 보르헤스' , '글쓰기는 외로운 노동이다 -존 스타인백' 등의 경구들.
그리고 나서는 'reading'으로 들어간다. 딱 한 장 정도의 글이 인용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글에 대한 분석으로 들어간다. 많은 '명문'들의 인용은 이 책의 강점이긴 하지만, 정작 '글쓰기' 에 대한 전략들을 접하는데에 있어 어수선한 면이 없지 않았다. 예문은 'reading'과 그 글에 대한 분석. 예시, 설명, 그리고 '점검' 으로 가서 간단한 테스트들이 있다. 대략. 논술을 잘 쓰기 위한 학생들이 대상인 책인 것일까.
각 단락의 마지막은 *알고 보면 쉬운 우리글로 '숟가락은 'ㄷ' 받침인데 젓가락은 왜 'ㅅ' 받침일까요?' 와 같은 글들이 한두페이지에 걸쳐 나와 있다.

몇가지 무의식적으로 알고 써먹는 것들. ' 아는 것을 써라' , '인상적으로 써라' '영화의 엔딩씬처럼 연출하라' 등이나, 알지만 안 써먹는 것들 ' 구성은 흐름이다' 세밀한 연쇄고리를 만들자' 혹은 '설계도는 구체적으로 그린다' 등이 고루고루 정리 되어 있다.

책의 앞장에 나온 경구들 중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에 나온 글이 있다.JD 샐린저를 모델로 했다는 그 영화에 노작가는 말한다. ' 초고는 가슴으로 쓰고, 재고는 머리로 써야 한다. 글쓰기의 첫 번째 열쇠는 쓰는 거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첫번째 열쇠만 죽어라고 쓰고 있다. 내가 얼마나 첫번째 열쇠에만 집착하고 더 나아가지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이 되는 책이었다. 내가 재고해서 다듬는 것은 본점과 영어로 싸울때 뿐인데 말이지. 어떻게 더 쉽고, 더 명료하고, 더 잘 알아듣게, 설득적으로 글을 쓸 것인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05-11-2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것 같습니다.
글을 '잘'쓰기란 정말 어렵지요.

마늘빵 2005-11-29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한번 보고 싶던데...

hnine 2005-11-2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했어요~

모1 2005-11-29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서 이 책이 간간히 보이네요. 글쓰기..정말 어려워요. 그렇죠??

이쁜하루 2006-02-08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주문했어용~~ ^^ 잘 읽겠습니다
 
엄마가 사라졌다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수 코벳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가 사라졌다.

아이 셋을 키우며 기자로서의 다사다난한 삶을 사는 버나뎃.
남편은 내 생일을 잊고, 기껏 작성한 기사는 날아가고, 뭐, 도대체 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다.

마흔살 생일이 되는날 결국 집을 떠나 얼마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집을 찾아간다.
' 어머니가 제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불을 향해 컵을 들어올리고 건배를 하는 순간.
집 앞 정원에 돌개바람이 불어, 문이 벌떡 열리며 나뭇잎과 돌개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열두살로 돌아가고, 열두살 시절의 어머니와 함께이다.

이 책에서는 열두살로 돌아간 버나뎃과 그녀의 큰 아들 열두살 패트릭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버나뎃은 패트릭이 다니는 학교를 다니게 되고, 패트릭과 스쳐지나간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은 '열두살의 몸' 에 '마흔살의 영혼'으로는 쉼없이 삐걱거린다.
'커피 생각이 났다. 얼른 다시 마흔 살이 되어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열두 살로 산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은 까맣게 모랐다. 열두 살의 버나뎃은 돈도 없고 자동차도 없었다.'

요정에게 영혼을 도둑맞았던 버나뎃은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와 마음 깊은 이별의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살아난 엄마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그녀이지만, 그녀에게는 아이들이 있다. 패트릭, 캐빈, 빌.
' 어머니, 사랑해요. 우리가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죽음이 딸과 엄마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을 것 같니? 네가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 속에 내가 있는거다'

마법과도 같이 다시 돌아온 엄마. 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패트릭은 바라기만 하지 않았고,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올 것을 믿고 축하하기 위한, 그리고 다시 엄마노릇에서  열두살로 돌아갈 수 있는 자신을 축하하기 위한  케이크를 산다.
해피앤딩에 대한 희미하고도 확실한 예감...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5-11-2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이거 당첨 문고군요. ^^ 하이드님이 독서취향과는 전혀 다른. ㅋ

하이드 2005-11-28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왜.. 왜이래요, '앰 아이 블루' 도 재미있게 읽었단 말이에요.
엄마들, 여자들이 보면 공감가는 내용이라구요.
아프락사스님 같은 청.소.년. 이 읽어도 재밌으실텐데. ㅎㅎ

moonnight 2005-11-2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할 것 같은 책이군요. 가끔 엄마가 안 계시면 난 어떻게 될까. 무서워져요. 사랑을 줄 아이들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엄마랑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걸까요. 가르쳐주세요. 땡강땡강 ;;
 
나비 - 전경린 공명 산문집
전경린 글, 이보름 그림 / 늘푸른소나무 / 2006년 3월
장바구니담기


경험은 당신에게 '일어나는 것' 이 아니라, 당신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으로 당신이 '어떻게 하는 것' 이다.

-53쪽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물방울무늬 원피스. 물방울무늬 언피스는 트랜드나 패션이 아니다. 그것은 분 냄새나 마스카라, 혹은 뾰족구두같이 여성의 원형적인 향수를 환기시키는 하나의 기호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생에서 반복될 뿐 아니라,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그 딸의 딸에게로 재생되는 여성에 관한 몽상과 꿈과 오해와 추억 같은 본질적인 아련함을 내포하고 있다.


- 금자씨 -55쪽

서른을 넘긴 나는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고 자율적이다.
나는 세속의 금들을 넘어서는 것에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서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죄가 되는가 안 되는가는 오직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고 때로 죄책감 따윈 완전히 사양할 수도 있다. -60쪽

스무 살 땐 누구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 식대로 살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검은색 트렁크를 들고 아주 멀리 떠나기만 하면 완전히 다른 생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서른 살에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먼 곳에도 같은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세상에 대해서도 과대망상은 없다. 세상이란 자기를 걸어볼 만큼 가치 있지도 않다. -62쪽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소녀들이 꺾어 갔지, 세월이 지나 소녀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청년들에게로 갔지, 세월이 흘러 청년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전쟁터에 가서 죽었지. 그리고 모두 꽃이 되었지.

독일 민요의 노랫말이다. 좀체 잊혀지지 않는다. -94쪽

먼 여행지에서는 늘 내 부엌과 방, 나만이 사용하는 커피잔과 냄비, 잘 드는 부엌칼과 발닦개, 나만의 거울과 내 창가의 풍경이 사무치게 그립다. 그러나 돌아와 그들을 만나면 그것들이 나를 붙들어주기에는 너무나 보잘것없다. -98쪽

애초에 용서할 수 없는 남자와 섹스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잘못된 섹스란 의외로 영혼의 그림자를 잠식하는 법이다. 아무리 의미를 두려 해도, 육체적 패배를 이겨낼 수는 없다. 그것이 만회할 기회가 없는 단말마적인 패배일 때는 더더욱. 그런 종류의 육체적 패배는 정신의 허위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것이다. -10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장바구니담기


후추 팍팍 뿌리고,
흰 냅킨 세모지게 목에 단단히 두르고
눈은 부릅떠 집중하고,
여우씨가 먹고자 하는 것은?

표지를 넘기면 알파벳들이 둥둥 떠다닌다.

'좋은 책 고르는 방법은? 이것저것 조금씩 맛을 보고 고르다. '

거위 도둑
여우야, 너 거위 갖고 갔지.
다시 돌려줘.
다시 돌려줘.
안 그러면 사냥꾼이
총으로 널 쏠 거야.
안 그러면 사냥꾼이 총으로 널 쏠거야.

그럼 넌 죽어.
빨강 잉크로 물들며 넌 죽고 말아.
사랑하는 여우야, 충고 하나 해 줄까.
도둑질하지 마.
도둑질하지 마.
거위구이 먹지 말고 쥐를 좋아해 보렴.
거위구이 먹지 말고 쥐를 좋아해 보렴.

가난뱅이라 책을 맘껏 살 수 없는 여우 아저씨는 벌써 가구들을 모두 전당포에 맡겨 버렸어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뱃속에 책을 쏘옥쏙 집어넣으면 넣을수록
먹고 싶은 마음도 쑤욱쑥 더 자라났어요.

중앙 도서관을 발견한 여우씨.
그 중앙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을 보라 . =+=

취향도 고상하신 여우씨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에 후추를 뿌리기 시작한다.


- 개인적으로 최근에 아작아작 씹어먹고 싶었던 책은 헤르만헤세의 '황야의 이리' 그리고 바사리의 책은 단지 읽기 싫어서 씹어 먹으면 그게 머리로 소화 되었음 했다.

잠깐!

오- 범상치 않은 사서의 범상치 않은 '잠깐!' 신공
딱 걸리고, 순진한 눈으로 사서를 마주보는 여우씨
'잠깐!' 의 타이포그라피도 예사롭지 않다.( 삐라같다. -_-a)

도서관에서 책 먹다가 딱 걸린 여우씨는
결국 자신의 얼굴 스티커를 도서관 문에 붙이고 말았다.
' 여우금지' 흑. 슬픈 이야기였구나.

책을 못 먹어서 털도 윤기를 잃고 퍼석퍼석
근데, 좋아보이는 휴지 쓰는걸? 여우씨

밤이면 꿈을 꾼다.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 나오는 꿈' 을

결국 어째어째 책을 구한 여우씨.
막 게걸스레 첫책의 첫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위의 사진에 펼쳐져 있는 책 가운데 '통통거위구이' 사진이 있다.
여우씨는 거위를 정말 좋아하나봐 -

결국 16호 감방으로 들어가게 되는 여우씨의 쓸쓸한 뒷모습.
모자쓴 아저씨는 복선. 캬~

읽을거라곤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튼 여우 아저씨에겐 읽을것은 전혀 허용되지 않았어요. 독서 절대 금지라는 벌이 내려졌거든요.
'이건 옛날 옛적에나 썼던 잔인한 방법이로군.'
여우 아저씨는 생각했어요.
'난 사흘하고 반나절도 더 살지 못할 거야.'


- 여기까지가 반입니다. 나머지 반의 반전은 직접 확인하세요 ^^-

책에 대한 정신세계가 몹시 맘에 드는 작가의 사진입니다.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nda78 2005-11-26 0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목격자래. ^^
독서 절대 금지라..... 잔인하네요, 정말. ㅎㅎ
알라딘 마을엔 살아남지 못할 분들이 꽤 계실 듯.
반전이 정말 궁금해요- ^ㅂ^

mong 2005-11-26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되겠다...저도 사서 읽을래요!

하이드 2005-11-2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오랜만에 산 동화책이었는데, 너무 재밌어요.

chika 2005-11-2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작아작 지르시는군요. ㅡ.ㅡ (더구나 글쓴이가 '프란치스카'인지라 사야될것같다는 느낌이.. ㅎㅎㅎ)

nemuko 2005-11-2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가 너무 궁금해요~~~

로드무비 2005-11-2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흘 더 기다리려니 이거야 원 좀이 쑤셔서!^^;;
멋진 포토리븁니다!

울보 2005-11-2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재미있게 즐겁게 읽은책인데,,
류에게도 이다음에 꼭 이책을 구입해줄거랍니다,
하이드님의 포토리뷰는 읽고 싶은 충동이 새록새록,,

하이드 2005-11-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책이 찬찬히 보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막 방에 걸린 쪼끄만 사진이나 책 제목. 그런거요. 헤헤 ^^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
알렉상드라 라피에르 지음, 함정임 옮김 / 민음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내 가슴에 카이사르의 혼을 가지고 있다. 고 말했던 그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최영미의 '화가의 우연한 시선'이라는 책에서였다. 천편일률적인 포즈의 자화상들 사이에서 '화가 알레고리의 자화상' 은 '나는 여자가 아니라 화가요' 라고 외치는 것 같다고 최영미는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유명한 그림들 중에는 성경속에서 강한 운명의 굴곡을 겪은 여성들을 따온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들로는 '유디트' 연작 이 있고, 마리아 막달레나, 야엘과 시스라, 그리고 수산나와 두 늙은이까지.

 그녀는 당시의 흔치 않은 여류화가이며, 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라는 역시 유명한 화가의 딸이고, 아버지의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것을 고소해 유죄를 받아내는 당시에도 쇼킹하고 온 로마를 떠들석하게 만든 소송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동료에게 강간당하여 유디트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불행한 여자화가. 라는 것이 이 책을 읽기 전 나의 생각이었다면,

이 두껍고, 글씨 많고, 재미 없으며, 알찬 책을 읽고 나니,
강간을 당하고 안 당하고, 소송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그녀의 삶은 불꽃같을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돈과 사랑과 명예와 가족과 모성 등을 저울질할때 항상 그 반대편에는 '예술' 이 있었다.

아름다운 그녀와 떼 놓을 수 없는건 '예술' 그리고 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 이다.
딸들이 아버지의 소유물이던 시절, 예술이 생사의 문제였던 시절,붓과 칼이 같은 손 안에 있었고 붓이 곧 칼인 시절이었기에, 둘은 모두 자신의 재능의 우월함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언제라도 다른 하나를 죽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다른 한 사람의 파멸을 바라는 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일들을 해치웠다.

평생에 걸친 아버지와의 대결. 증오, 사랑은 그녀가 평생에 걸쳐 부인했으나, 결국 내심으론 승복할 수 밖에 없는 서로에 대한 '인정' 이었다.

작가 알렉상드라 라피에르는 이 책에서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 를 그리기 위해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를 배우고, 온갖 사료들을 찾았다. 그런 그의 지식들은 17세기 로마, 피렌체, 나폴이에서의 '아르테미시아' 라는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주었다.

책이 지루하고 집중하기 힘들었던 것은 시간 순서에 의해 이루어져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연결이라기보다는 방대한 분량 내내 장면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시절, 왕들이나 제후들 그리고 교황들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손아귀에 넣고야 마는 편집적 수집가들이었고, 17세기 예술후원자들에게 화가, 조각가들은 교환화폐이자, 선전도구였다. 군주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그들은 밀사과 되었고, 정치에 영향을 미쳤다. 루벤스와 벨라스케스. 그들은 밀사였고, 오라치오 젠틸레스키가 말년에 영국과 로마를 오갔던 것처럼 조국을 위해 이런저런 유럽의 운명적인 순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그들의 주인은 단 한사람이었다. 오직 하나, '예술'이었다.

탐욕스런 권력자들 앞에서 '그림이 법보다 위에 있었' 고, 교황 바올로 5세가 말했듯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화가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되'었다.

로마에서의, 피렌체에서의, 나폴리에서의 아르테미시아의 생을 그리면서, 각 도시의 정치, 예술에 대해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그녀의 강간사건에 대한 법정공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로마법에 관해 꽤나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아르테미시아.
그녀의 미모와 열정과 사랑마저 '예술에의 갈망' 에 대한 희생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름을 남겼다.
그녀의 그림들과 함께


나이나 환경이 너무나 다른 그 네 사람- 대공은 25세, 알로리는 38세, 부오나로티는 48세, 그리고 갈릴레오는 50세-은 동일한 미적 신념에, 동일한 지적 탐색으로 서로 결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때 추기경 스피치온 보르게세가 탄복했던 아르테미시아의 검고, 퍼렇고, 붉고 노란, 예전 초벌 작업한 그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베는 유디트'라는 카라바조 파의 대작에서 폭력성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림 전면의 침대 시트에 평면으로 잘 얹혀진 칼날과 관객의 눈 아래, 시체 밖으로 도랑물처럼 흘러내리는 핏줄기들. 두번째 면에는 홀로 페르네스의 뒤로 젖힌 머리, 소리 없는 비명 속에 벌어진 입, 관객의 눈을 찾는, 도움을 애원하는 듯한 뒤집힌 시선이 있었다. 그 다음 관자놀이 위, 온몸의 무게로 짓누르며 희생물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있는 유디트의 왼손. 마지막으로 빛을 끌어모아서 옷소매까지, 얼굴까지 끌어올려 평행선을 이룬 유디트의 두 팔... 여기 네 사람은 각자 피렌체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었던 같은 주제를 그린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과 그 작품들만의 비밀을 전부 꽤뚫고 있었다. 그러니까 베키오 궁의 한 살롱에 있는 조각가 도나텔로의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쳐들고 있고,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유디트는 폭군의 천막을 탈출하고 있다.
그러나 폭군의 목을 자른 희열, 부엌칼처럼 검을 다루는 능숙한 솜씨, 그리고 진짜 같은 피와 홀로페르네스의 정교한 해부 모형, 또 칼을 밀쳐내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팽팽해진 팔의 근육과 벌어진 채 지탱하고 있는 두 다리...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것보다 살인 장면이 폭력적으로, 그리고 잔인하게 그려진 적이 없었다. (300pg)
                                                                                                                                                                         


댓글(4)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탈리스키
    from 고치 2007-09-02 01:01 
    사실 그 방안에는 아마인 유와 아교, 테레벤틴과 니스의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몇 발자국 거리의 희미한 어둠 속에서 누더기를 걸친 견습생 둘이 구부린 자세로 희죽거리는 표정으로 물감을 으깨고 있었다. 주사에는 흰 대리석을, 청금석에는 붉은 얼룩 반암을 빻아넣고 있는 소리가 마치 심장의 박동처럼 무겁고 규칙적이며 뭔가를 찌르는 듯 날카로웠다. 한낮의 빛은 돼지기름에 절인 종이 판대기를 투과해서 하나뿐인 창문을 통해 바닥에 크고 누런 빛 웅덩이를 만들
 
 
하이드 2005-11-2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보에서 팔아요.

chika 2005-11-2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친절한 하이드님. ^^;;;

비로그인 2005-11-2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장의 목을 베는 저 손은 저렇게 듬직함이 현실적일 수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생각해보면 파리 한 마리 못잡을 듯한 여리여리한 손으로 목을 베는 것이 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듭니다. 섬섬옥수가 더 잔인한 법이니까요.

누에 2007-09-02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