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정영문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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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책에 수록된 여러 단편중 하나이다.
다른 단편들이 그렇듯이 이 제목 역시 내용과는 일견 연관이 없는듯 보인다.( 라는건, 내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도대체가 알 수 없다.는걸 에둘러 말하는 것이다.)

내 고등학교때 정신세계가 궁금해져버렸다.
나는 고등학교때 레이먼드 카버의 팬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책들도 다 가지고 있었다.

소설가는 모름지기, '이야기해'주거나, '보여' 주어야 하는데,
레이몬드 카버는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있다. 아주 짧은 단편들, 아주 짧은 단편의 순간들. 의 스케치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애로사항은 아주 짧고 분명한 이야기 하나를 보고 나면, 바로 그 다음 단편은 틀림없이 헷갈려하며 고개 부르르. 책 읽는 내내.

여운이 길다는건 좋다는 얘기지만, 너무나 짧고 단순하고 분명한 스케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는가?

보르헤스는 단편소설을 문학의 정수로 보았는데,
나는 카버의 문학중기의 주옥같은 단편모음집.이라는 이 책에서 '단편소설'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공들여 그린 그림 뒤에 얼토당토 않은걸 예술이랍시고 들고나온 앤디 워홀처럼.( 이라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팝아트의 팬이다. 워홀, 리히테슈타인, 재스퍼 존스, 올덴 버그( 아 그리운 필리의 빨래집개!)등등등 등등등 )
문학에서 얼토당토않게도, 이야기를 하기보다, 일상을 글로 스케치하고, 이것이 단편소설이다. 라고 내놓으면, 그걸로 되었나?

나는 내가 무얼 읽었는지 모르겠다.

*제목에 원제가 병기되지 않은 것은 계속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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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10-25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책 담에 기회가 되면 사려고 보관함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하이드님의 생각이 바뀌었나 봐요.

하이드 2006-10-2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는 고등학교 때 신경숙도 공지영도 양귀자도 그리고 하루키도( 이건 여전히 재미있지만, 고등학교 때 노르웨이숲 읽었을때만큼은 아니에요 )좋아했었는데,

카버의 이 책은 뭐랄까, 기승전결 없는건 그렇다 치고, 긴 영화 혹은 소설에서 몇장 뚝 찢어다가 자, 여기 단편소설. 하고 내 놓은 느낌이라 말이지요. 게다가 그렇게 몇권 책에서 뜯어낸 부분.들을 연속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도 당혹스럽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무기력비참한지라, 별로 정가는 단편집은 아니였어요.

비로그인 2006-10-2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에서 제가 무엇을 읽고 느꼈는지, 감각이 사라진 기분이었어요. 좋고, 싫고, 재미있고, 재미없고를 떠나서 아무 맛이 없는 도토리묵을 집어먹은 느낌.

미미달 2006-10-26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신선하지 않나요?

알맹이 2007-06-11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0대 중반에 이 책 읽었었는데.. 지금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완전 반해 버렸었던 기억이 있어요;; 음.. 그렇지만 2번 읽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님이 쓴 리뷰를 보니 영화 '숏컷'이 생각나네요. 그 영화 보면서는 졸았었거든요 ^^
 
10일간의 불가사의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2
엘러리 퀸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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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라이트빌 3탄.
10일간의 불가사의. 비교적 줄거리가 덜 알려져있어서( 혹은 내가 까맣게 몰랐어서) 엘러리 퀸의 소설 치고는 무지 새롭게 읽었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에 피를 묻힌채 나타난 옛시절의 친구 하워드.는 때때로 발작처럼 기억상실증을 앓는다. 그는 엘러리에게 그를 따라 라이트빌로 가서 그를 감시해달라고 하는데, 엘러리 퀸은 글을 쓴다는 핑계를 대고 백만장자인 하워드의 집에 머물면서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봐주기로 한다.

그러나, 엘러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사건들이었으니,

이 사건에서 엘러리는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는' 길동의 심정까지는 아니라도
라이트빌의 각기 독특한 가족들( 많지도 않다!) 입지전적이고 완벽한 아버지 디드리히 밴 혼, 하워드, 그리고 하워드보다 나이 어린 젊고 아름다운 하워드의 새엄마이자 디드리히의 아내 샐리, 그리고 쥐새끼 악마같은 디드리히의 동생 울퍼트.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괴로운 사건의 한 중간에 놓이게 된다.

트릭은 고전적인 것은 그닥 맘에 안든다. ( 말 그대로 고전, 아주 고전적) 그리고 하워드가 엘러리를 찾은 첫날부터 아흐레째 날까지는 긴박감 있었으나, 마지막으로 보태지는 하루.
수수께끼는 하루 더 길어졌으니
이제 열흘간의 수수께끼가 되었구나.
- 셰익스피어 <헨리 6세>
의 이야기는 꽤나 장황하다.
독자는 이미 첫문장에 다 알아버렸는데, 스무장쯤 장황하게 설명해버리는.

근데, 사실 엘러리.는 여기서 알고보면 계속 말리기만 한다.
그가 꿋꿋이 버티다가 아홉째날에야  도망간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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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6-10-2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명 안되는 등장인물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가는 건 역시 거장의 힘이랄까요. 꼬리 아홉 고양이가 라이츠빌 시리즈는 아니지만 이 소설의 후일담 격이지요. ^^
 
모리스 E. M. 포스터 전집 2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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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기분이 그래서일지도.
모리스는 단순껄쩍지근.한 소설.이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나의 고등학교 시절 우상인 휴 그랜트가 나온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었다. 영화는 비디오로 구해보고 너무 재미없어서 보다가 던져버렸다는...( 그때는 어렸다!)

건실한 영국청년의 성정체성찾기.
동성애소설치고는 너무나 정석으로 1부에서 4부까지 차근차근 진행되어 가는 것이 지루했다.
다만,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황홀한 반짝임.과 암시.는 멋졌다.

순간, 소년은 선생을 경멸했다. <거짓말쟁이.>아이는 생각했다.<거짓말쟁이, 겁쟁이, 다 헛소리였어...> 그 후 어둠이 피어 올랐다. 시원부터 있었지만 영원하지는 않는 어둠, 고통스러운 여명 앞에 스러질 어둠이.

모리스는 이를 악물었고, 표면으로 떠올라 가슴을 짓누르던 거대한 슬픔 덩어리는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1부.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시절. 모리스는 클라이브.를 만난다.
2부. 모리스와 클라이브는 사랑에 눈멀고, 그들 인생에 다지 오지 않을 반짝이는 날들을 누린다. 클라이브는 그의 생에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시절을 모리스는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꾸밈없으며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충만한 시절을.

3부에서 사랑은 식고, 모리스는 고민한다.
4부의 결말은 포스터가 이 책을 썼을 당시에도 평이하지 않았을 테고, 지금도, 특히나 작가를 따라 19세기 영국시골귀족사회에서 노닐던 독자에게는 더욱더.

'전망좋은 방'이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단 생각과 앞으로 남은 포스터.의 다섯권은 어떨까. 궁금반 기대반과 포스터는 해피앤딩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남겨준 책.

홀딱 빠져서 읽지는 않았지만, 이 작가 정말 글 잘 쓰는구나. 싶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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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6-10-24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도 모리스를 들고 읽고 있는 폼나는 여자가 되셨군요.^^히히...

하이드 2006-10-2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 책들.의 포스터 시리즈.는 참 잘 기획되고, 책도 예쁘게 잘 빠지고, 좋은 책들인것 같아요. 모리스.를 읽었으니, 이제 또 어떤 책을 폼나게 읽어야 할까나요. 흐흐
 
도쿄 로망 산뽀 - 한국인이 찾아내서 일본인도 놀란 도쿄의 문화 아지트 30군데
유종국 지음, 이미라 사진 / 디자인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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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에 '매니아'라고 한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일본에서 카페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발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일본인들의 집요함에 있다. 카페뿐만 아니라 옷가게도 그러하고 '라멘'가게도 그러하다. 하나의 취미나 취향에 '집요함'과 '열성'을 보이면 우리나라에선 종종 '마니아'라는 수식어가 붙여지며 이때의 이미지는 뭔가 칙칙하고 음습한 것을 의미한다. 친한 미국인 친구가 '미국은 1억가지 마니아의 잡단'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를 흡수, 수용하는 사회는 마니아들이 서로 색안경을 끼지 않고 공존하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 결코 미국이나 일본이 이상적인 나라, 또는 사회라는 뜻이 아니라 남과는 다른 취미나 성향이 폭 넓게 존재하고 이를 인정하는 점은 분명 배울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107pg)

자.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하는 것의 매니아.라면 이 책이 재미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척이나 지루할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영화, 책, 잡지, 음악, 까페, 인테리어, 종이, 전통, 고전, etc.

책을 좋아하는 내가 때로는 책 얘기에 지루했다고 하면, 이 책이 얼마나 마니아. 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을 잘 지은 덕분에 많이 팔리나?
그렇다면 다행이다.
왜냐면, 이 책은 정말 가볍고 얄팍한 편집에 비해,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주관적인 것이다.
책의 내용은 그다지 두껍지 않다. 두껍지 않다.는 것이 깊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책의 내용은 12년간 도쿄에서 살아온, 그것도 홍보업무를 하고, 지금은 문화기획을 담당하는 지은이.의 안목을 볼 때 결코 녹녹치가 않다.

차라리 얇게 내던가, 저자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던가( 저자는 도쿄에 대해 충분히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가지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했더라면, 정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명저.가 되었을꺼라는 아쉬움이 있다.

할 얘기는 많아 죽겠는데, 지면은 짧은 조급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다시 한 번.
당신이 마니아가 아니라면,
글쎄, 이 책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당신이 마니아.라면, 이 가벼운 편집.에도 불구하고, ' 아, 이런 책도 나오는구나!' 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줄 책.

나? 나는 어땠냐고?
별점을 보시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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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10-2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페이퍼보고는 바로 보관함에 담았는데, 하이드님 리뷰 읽으니 망설여지는디요? 암만봐도 저는 매니아,적 기질이 없잖수? ;;;

하이드 2006-10-2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둥지를 틀고 있는 분들.은 다 매니아.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요.^^

에이프릴 2006-10-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서만 보면 여행가고싶은 병에걸려 몇날며칠을 끙끙앓게되는데 ㅠ_ㅠ 우 ...
사고싶게 만드네요 ~

하이드 2006-10-2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대로 지루할 수도 있긴한데, 인테리어.나 예쁜 카페. 등은 아주 땡길껄? ^^
난 여기서 찾은 부띠끄 호텔. 내일 당장 예약 가능한가 알아봐야겠다구. 흐흐

에이프릴 2006-10-2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언니의 기동력 ^^b
전 오늘 Bar & Dining 이라는 잡지 정기구독 신청했는데 -
여행,맛집,라이프스타일등등 다룬잡지던데 표지가 예뻐서 으하하.
근데 괜찮을것도 같고 ^^ 여행가고싶다.~

기인 2006-10-22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동경. 입대 전에 꼭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는데, 역시 물건너 갔네요. 2년후에나 기대해 봅니다 :)
 
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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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69년 고등학생이었던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일부 기록한 것이다.
1969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지금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마치고 사회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런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어주길 바란다. 이 책은 정말 즐거운 소설이다. 이렇게 즐거운 소설은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박치기]를 보고 이 책을 읽어야지 했더랬다. 그 전까지만해도 무라카미 류의 이 소설을 제목만 보고 야한 소설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박치기의 배경인 일본의 1968년. 그리고 무라카미 류의 이 소설 제목 sixty nine69은 체위의 하나가 아니라, 1969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였던 것이다.

[박치기]는 이 책에 비해 최근 영화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무척이나 잘 보여주는 영화였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박치기의 장면들이 생각났다. 여자와 자는 것이 최고의 지상목표이고, 이리저리 사회적으로 들썩거리던 그 시절. 의 고삐리들( 왠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안 되고 고삐리.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항상 어떤 메세지.를 기대하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나 내용이 없다면, 시간이 좀 아깝긴하다.
뭐, 작가가 즐겁게 썼다니, 그걸로 된건가?

나도 파란만장한 고등학교 시절 보냈는데, 김일성도 죽었지, 삼풍백화점도 무너졌지, 성수대교도 뚝 끊어졌지, 그리고 어느 날은 대기가 온통 붉은빛이기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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