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으면 그럭저럭 괜찮다. 버틴다. 정도 아니고, 그냥 괜찮다. 

선풍기 틀어 놓고 아이스커피나 아이스바나나식초 타두고. 

작업실 가면 에어컨 빵빵하고. 

꽃시장 갈 때면 땀으로 목욕하지만, 뭐 여름 다음에는 가을 오고, 겨울 오겠지. 

아침형 인간이라 해가 점점 늦게 뜨는걸 보면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다가옴을 느낀다. 


어젯밤에 푹 잘 잤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개운하다. 오늘까지 마쳐야할 일이 많은데, 어제 거의 손대지 못했고 (아니 지난 한달 내내 ㅡㅜ) 이렇게 마지막 날에야 맘잡고 (이건 밤에 맘 잡으면 데드라인 놓쳐버리는거라) 새벽부터 시작했다. 


읽고 - 쓰고 - 읽고를 반복하며 7월의 마지막날을 보내고, 8월은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 채워야지. 

오늘의 식량으로는 어제 사 둔 과일샐러드와 포테이토 샐러드가 있다.

오후에 작업실에 나가게 된다면 고등어자반을 먹어야지. 


아침에 후다닥 일 시작하고, 곁눈질로 (...응?) 고른 신간 몇 권 


 앨러스테어 보네트 <장소의 재발견>


아마존 에디터 선정 올해의 책. 우리가 지금 이곳에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일까? 각박한 삶을 뒤로하고 자유롭게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토포필리아, 즉 ‘장소에 대한 본질적인 사랑’을 일깨우고 향수를 자극하는 세계 곳곳의 이색적인 장소들로 여행을 떠난다. 길모퉁이 골목에서 뉴욕의 빌딩 숲 사이, 아무도 살지 않는 도시를 지나 어린 시절 비밀 장소까지. 탐험의 낭만과 머묾의 의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앨러스테어 보네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며, 아직 우리의 흥미를 끌 만한 장소들이 주변에 너무나도 많다고 말한다. 그는 몇몇 지도에서만 발견되거나, 어떤 지도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장소, 즉 ‘지도 바깥에 있는(off the map)’ 곳을 찾아내어 천편일률적으로 변하고 있는 세계의 경관들 속에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임동근, 김종배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인구통계가 확립된 1965년 이후 지난 50년간 서울(수도권)의 인구는 10배로 늘어났다. 1975년부터 1995년까지 20년간 매년 50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주했다. 정부의 입장에서 이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적자원인 동시에 물, 전기, 가스, 교통, 주거,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기도 했다. 늘어나는 인구를 관리하기 위해 행정, 교육, 치안, 경제, 병원, 도로 등의 다양한 시설들을 배치하는 통치의 전략들은 서울(수도권)이라는 독특한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어냈고, 또 그만큼 독특한 ‘서울 사람’의 삶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그런 독특한 통치술, 독특한 선택들을 하나 하나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며 그 효과와 부작용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가령 동사무소라는 독특한 한국적 행정기관은 왜 생겼으며 어떤 기능을 했는지, 그린벨트는 왜 만들었고 어떤 기능을 했고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아파트는 어떻게 전 국민의 로망의 되었으며 또 어떻게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는지,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왜 그렇게 많아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왜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지, 왜 마포가 아니라 테헤란로가 대표적인 오피스 지구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등등 의문점들에 대한 흥미로운 답이 펼쳐진다. 



 모타니 고스케 외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2014년에 일본 신서대상(新書大賞) 1위, 일본에서 40만 부가 판매되고 있는 초대형 베스트셀러이다. ‘신서대상’은 매년 출간된 수천 권의 신서 가운데 서점 종사자·평론가·기자 등 출판 관련자들에게 추천 및 평점을 받아 순위를 매기고 이 중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신서가 1위가 된다. 보통 신서대상을 받은 책들은 독자의 신뢰를 받아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 책은 현재의 자본주의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예를 들어 지역경제 불균형, 취업난, 저출산, 에너지 자원 문제 등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산촌자본주의’에 대해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열띤 환영을 받았다.

‘산촌자본주의’는 ‘예전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휴면자산을 재이용함으로써 경제재생과 공동체의 부활에 성공하는 현상’을 말하는 신조어이고, 여기서 ‘里山’는 ‘마을 숲, 마을 산’ 등을 의미한다. 2012년 2월부터 일본 NHK에서 <里山資本主義>라는 이름의 TV프로그램으로 방송되었다. 그때 방송에 함께했던 모타니 고스케(일본 총합연구소 주석연구원, 지역 경제학자)와 NHK히로시마 취재팀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산촌자본주의’는 돈의 순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전제하에서 구축된 ‘머니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함께, 돈에 의존하지 않는 서브시스템도 재구축해두고자 하는 사고방식이다. 돈이 부족해져도 물과 식량과 연료를 계속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시스템, 이른바 안심과 안전의 네트워크를 미리 준비해두기 위한 실천이다.

즉, 산촌자본주의는 한마디로 ‘돈에 의존하지 않는 서브시스템’, ‘잠자고 있던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을 풍요롭게 만드는 시스템’인 셈이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 버려진 땅을 활용하고 에너지와 자원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며, 한쪽으로만 치우친 현재의 ‘마초적’인 경제시스템을 보완할 서브시스템으로서 기능하는 산촌자본주의의 특징과 가능성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책들. 어쩌다보니 다 '장소'에 관한 책들이다. 3권 다 기대되는데, 마지막 책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떠올리게 한다. 어떤 책이려나. 


선물 받고 싶은 책도 하나 있습니다. 뭐, 가끔 그런거죠. 이 책은 선물로 받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는거죠.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른 꽃, 마주치다.를 마주쳐버려~ 라는 즐거운 7월 마지막 날의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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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1 0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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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1 07: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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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1 07: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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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1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5-07-31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룰루~ 책 선물 받는 주말~~ 7월의 마지막 날~~
 

아.. 배고프다. 


먼저 말로 이야기.

걱정했던 부분은 의외로 건강해서 다행이었고, 아랫니 두 개 발치했고, 윗니 중에는 송곳니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해서 이 부분이 걱정 되는데, 가을에 다시 재검 받아보고 진행상황 봐서 결정하기로. 


고양이가 신장만 약한 줄 알았는데, 치아흡수성병변.이라는 이빨이 녹는 고양이과 많이 걸리는 병이 있다는건 처음 알았다. 

원인도 확실하지 않고 아직까지는 발치만이 답. 


말로는 아침에 약 잘 먹었고, 캔도 먹었고, 사료도 먹고, 물도 마신다. 방금 화장실에도 다녀온 것 같다. 냥냥거리기도 잘 하고. 

오늘 내일은 지켜볼 예정이지만, 한숨 놨다. 


이제 내가 배가 고픈데 ..엊저녁에는 치킨이 먹고 싶었지만 (난 항상 치킨이 먹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말 사 먹는건 삼사개월에 한 번이나 될까나.) 병원비 걱정하며 지난 주말에 3만원짜리 훈제삼겹살 처먹은걸 후회했기에 치킨 말고 그냥 컵라면 먹고 쿠앤크 아이스크림 먹었다.집에 바나나식초, 커피빈아이스아메리카노,돌얼음,냠냠과수원 복숭아.까지 있으니, 가난한 기분은 아닌데, 그래도 뭐 먹긴 먹어야지. 


엊저녁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이다. 이거랑 차일드44 2편. 


차일드44 2편은 초반부터 레오가 너무 쌍놈으로 나와서 허걱하고, 1편만큼 역시 읽기 힘들다 싶고. 일단 아직까지는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책이고, 사노 요코는..초반부터 너무 치매, 노년, 할머니 그래서 몇 살인가 셈해보았더니 65 정도인 것이다. 

그래도 한 75세는 넘어야 노년 같은데.. 비슷한 나이의 엄마는 아직도 밖에 가면 젊은년이 노약자석 앉았다고 욕 먹고 다닌다구. 


여튼, 생각했던것 과는 매우다르게, 재미있고 유쾌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씨니컬하고, 노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글들이 많다. 


빵이 다 떨어져서 커피숍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걸어서 2분만에 도착했다. 돈만 내면 아침을 먹을 수있다니 도시는 굉장하다. 셀프서비스용 쟁반을 들고 막다른 곳까지 슬슬 걸어갔다. 작은 테이블 딱 한 자리가 비었고, 벽을 따라 테이블이 6개 정도 늘어서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벽을 등지고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전부 여자였다. 전부할머니였다. 그중 넷은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전부 늦은 아침을 먹는듯했다. 전부 홀몸으로 보였다. (..)


하나하나 살펴보면 말쑥한 얼굴에 옷차림도 단정하다. 예쁘게 흰머리를 말아 올린 일흔 후반의 어느 할머니는 롱스커트에 커다란 연보랏빛 스카프를 어깨에 걸치고 여류롭게 커피숍을 나갔다. 저 사람은 필시 부유층 샐러리맨 부인이었을테지. 그 옆의 할머니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밤색으로 물들였다.검은 바지에 짧은 재킷을 입고 문고본을 읽는 모습이 정년퇴직한 커리어우먼 같다 그 옆 사람은 옛날 영국의 가정교사처럼 보였다. 회색 타이트스커트에 털실로 짠 조끼, 흰색 블라우스의 작고 둥근 옷깃에는 섬세한 레이스가 달려 있고, 그이음매는 카메오 브로치로 장식했다. 요즘 시대에 카메오 브로치를 다는 사람은 없다. 정말로 추억의 패션이다. 그러나 내 차림새도 남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청바지에 인도 자수가 놓인 윗도리, 발에는세이유에서 500엔에 산 샌들을 아무렇게나 꿰어 신었다. 예전에는 이런 할머니가 없었다. 보나 마나 독거노인 냄새가 풀풀 나겠지. 내일 이 시간에 오면 다시 같은 얼굴을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도 남들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도 없이 기운이 솟아났다.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먹는 것'이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먹는 것'을 '요리하는 것' 말이다. 

아직 1/4 정도를 읽은 정도이지만, '먹는 것/요리하는 것', '책', '홍백전/티비보기', '친구'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가장 큰게 요리, 그 다음이 티비인 것 같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만,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먹거리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좋은 취미? 생활방식? 인 것 같다. 


나는 .. 맛있는 걸 먹으면 좋지만, 그보다는 건강한 것을 먹는 것이 좋고, 자부심을 가지고 먹거리를 내는사람이 만드는 것을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요리는 하기 싫고, 치우는 것도 싫다. 요리의 과정에서 좋은건 '장보는거' 정도이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지고 괜찮은 건강한 먹거리를 내는 카페/밥집/레스토랑 등을 많이 알아두는게 중요하다. -> 결론.

나이 들어서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요리는 계속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안하지만


식물을 키우는 것도 계속 할 수 있다. 타샤할머니처럼. 책을 읽는 것도 계속 할 수 있고, 글을 쓰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전시를 다니는 것도 계속 할 수 있으리라. 저자는 바른 자세를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살면서 한 번도 유연했던 적은 없지만, 요가는 꾸준히 다니고 싶다. 


장수사회의 롤모델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생각나는 할머니들은 길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나 티비에 나와서 며느리 머리 끄댕이 잡는 할머니밖에 없고, 뭐 할아버지라고 나을것도 없다. 지하철에서 깽판치거나 퀵해주시는 할아버지들. 


내가 흑석동에 살아서 그런가. 반포를 지나칠 때면 종종 책에 나온 것 같은 멋쟁이 할머니들을 본다. 길에서 보는게 다이니 어떻게 노년생활을 꾸려 나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아침 뭐 먹지? 

코엑스 마마스의 아침 메뉴가 4800원에 샌드위치와 커피인걸 봤다.조만간 가서 먹고 커피들고 영화 봐야지. 

그래서, 오늘 아침,아니, 이제 점심,아점엔 뭐 먹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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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0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1 0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7-30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내염하고는 완전히 다른가보네요. 이빨이 녹는다니...
말로 많이 아팠겠어요 ㅜ..ㅜ

하이드 2015-07-31 06:34   좋아요 0 | URL
네, 보이기도 하는데, 안보이는 곳부터 녹아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더라구요. 고양이과에 가장 흔한 구강에 생길 수 있는 병이라고 합니다.

보통 통증 시작되고 병원 가는데, 말로는 다행히 통증은 없었어요.
 

어제, 영화 '암살'을 보러 가기 전, 고양이 이빨 뽑는 치료비에 보탤까 싶어 오래간만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판 책들 중에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퀘스천'이 있었다. 책 일곱권의 가격이 딱 5만원 나왔더라. 팔 때는 금액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만, 살 때 워낙 5만원 집착병이 돋다보니, 뭔가 팔 때의 금액도 5만원 맞으니깐 기분 좋았다. 


기회가 되면 다시 사 볼 책인데, 표지는 봐도봐도 맘에 들지 않는다. 혹시 아직까지 나의 책구매/정리 패턴을 모르는 분이 계신다면.. 책은 읽고 바로 파는 편이다.(알라딘 중고서점이여!) 그리고 다시 읽고 싶어졌을 때 다시 사는 편인데, 막 읽고 싶어 죽겠어서 산 책도 당일 도착해도 아침맘, 저녁마음 달라서 안 읽고 싸아두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두번째 산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차일드44'야 오랜만에 읽는거라 다시 사서, 그래도 역시 사고 한참 있다 지난 주에야 읽었고, '제노사이드'는 다시 읽고 싶어서 다시 샀는데, 아직 안 읽고 있고, '경관의 피'도 마찬가지. 근데, '13.67' 읽고 다시 읽고 싶어졌으니 '경관의 피'는 조만간 다시 읽을 것 같다. 이렇게 시대성 드러나는 잘 쓴 경찰소설이 희귀함. '13.67'과 '경관의 피'밖에 안 떠오른다. 


그러니깐, 이건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퀘스천'과 '심농'의 이야기였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이 책도 두 번 샀다. 그 이후로 늘 재미는 있었지만, 늘 맘에 안 찼다.더 좋고, 덜 좋고의 문제는 있지만, '빅 픽처'만 못했고, '빅 픽처'를 너무 좋아했어서 그 이후로 재미 없어도 계속 사보는 사이클에 들어 버렸는데, '빅 퀘스천' 이 '빅 픽처'만큼 좋다. 그간 읽고 실망했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들이 모두 이 책을 읽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을 더 이상 사지 않겠어. 라고 결심하던 즈음에 나온 신간에 마음이 흔들릴때즈음 ( 책에 맘이 흔들리는건 무죄...응?) 지금의 자리로 옮기기 전 센트럴시티 반디앤루니스에서 이 책을 훑어보다 심농 이야기를 발견하고 바로 주문했다. 


딱딱한 싱글베드에 누워 두 가지 신문을 샅샅이 읽고 나서 브랜디를 두 잔 마셨다. 그다음, 조르주 심농의 소설 <뉴욕의 매그레를 꺼냈다. 조르주 심농은 86세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백여 편의 소설을쓴벨기에 출신 작가이다. 그는 보름 동안 한 권의 소설을 써낼 만큼 무시무시한 창의력을 자랑했고, 확인할 길은 없지만 약 1만 명의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진 바람둥이로도 유명하다. 앙드레 지드는 조르주 심농을 20세기의 주요 작가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막 조르주 심농을 발견했고, 그의 소설을 읽는 동안 같은 작가로서 동지애를 느꼈다. 인간 조건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읽기 쉬운 이야기와 문장으로 결합하는 능력, 마치 슬픈코미디처럼 인간관계가 변모해가는 모습,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불공평에 대해 차가운 일침을 가하는 절규 등이 나의  소설 세계와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1999년 말에 내가 조르주 심농을 발견하게 된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외로움, 어긋날 수밖에 없는인간관계 등을 다루는 심농에게서 나는 작가로서의 동지애를 느꼈다. 


스위스의 비 오는 날 저녁, 조르주 심농이 1946년에 쓴 소설 <뉴욕으 매그레를 읽으며 내 상황을 소설에 대입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다음 구절은 특히 내 처지를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머리통 형태 그대로 눌려 있는 베개, 잠 못 들고 몸을 심하게 뒤척이다 구겨진 시트, 파자마, 슬리퍼, 의자에 널브러진 옷가지, 탁자 위에 펼쳐진 책 옆에는 먹고 남은 저녁음식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외로운 남자의 끔찍한 음식..... 불현듯 그는 자신이 도망쳐 온 모든 것들을 떠올렸다.그는 입구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기 두려워 얼어 붙어 있었다.'

  

사람은 왜 책을 읽을까? 혹시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혼돈의 세상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조르주 심농의 소설에 등장하는 위의 구절은 당시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그대로 정리해놓은 듯했다. 다행히 내 방에 식은 음식이나 우스꽝스런 슬리퍼는 없었다. 


다만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추락하는 감정, 내가 처해 있는 불행과 산적한 문제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았다. 



'빅 퀘스천'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자전적 에세이이고, 절망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이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절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진행형의 희망이고, 그 답도 하나마나한 말 같지만, 진리.라는 것이 좋다. 

책을 읽고 나니 더글라스 케네디가 작품 속에서 주인공을 존나게 괴롭혀 왔던게 좀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했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자신의 작품 이야기하는거, 위에 심농처럼 그가 읽는 작가랑 작품 이야기 하는거, 그런것들 다 와닿았다. 

이 책에 관해서는 페이퍼에서 몇가지 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일단 내가 애정하는 작가 심농의 이야기를 옮겨둔다. 나처럼 더글라스 케네디에 실망하고 의구심 가지고 있다가 당장 주문버튼을 누르는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아는 가장 멋진 표지 콘셉트. 였는데.. 다 못 나와서 아쉽고 또 아쉬운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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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7-29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쉬워요.ㅠㅠ 재미도 있지만 예뻐서 간직하고 싶은 시리즈인데ㅠㅠ

하이드 2015-07-31 06:38   좋아요 1 | URL
디자인은 최고인데, 내구성이 좀 떨어지더라구요. 양장도 아닌 것이 반양장도 아닌 것이. 표지 색도 잘 바래구요.
여튼, 나온 것만이라도 고이 간직!

지금행복하자 2015-07-29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농~ 아직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호기심이 생기네요~ 도서관을 가봐야겠어요 ㅎㅎ

하이드 2015-07-31 06:37   좋아요 0 | URL
심농..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 몇 권 안 되는거 마르고 닳게 읽다가 시리즈 나와줘서 반가웠는데, 일단 나온것만이라도 읽어볼 수 있으니 좋지요.

고양이라디오 2015-07-29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만원집착병 참 공감가네요ㅠㅋ
그리고 빅픽처와 빅퀘스천에 대한 글도 대공감이었습니다^^
저는 빅픽처로 더글라스케네디를 처음 만났는데 그 후로 작가의 다른 책을 봐도 빅픽처만한 작품은 없더라고요. 저도 이 빅퀘스천은 빅픽처만큼 좋았습니다ㅎ

하이드 2015-07-31 06:36   좋아요 2 | URL
다행히? 빅퀘스천 읽고 나니,그간 꾸역꾸역 욕하며(?) 읽었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책들도 잘 읽었다 싶더라구요. ^^

더글라스 케네디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하는 작품들도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지난 주말 태양계에 눈이 멀어 당일배송으로 새벽에 책을 두박스나 주문하고, 데이트 연락 기다리는 것 같은 들뜬 마음으로 하루종일 기다리다 밤 열시 넘어서야 포기하고,일요일까지 그래도 혹시나 하다가 기분만 개잡치고,

 

..적고 보니, 정말 연락 기다리며 들떠하다가 꺼꾸러지는 기분이 꼭 그거 아닌가! 이지만, 나는 보통 내가 연락해버리는 편이었지만. 여튼. 역시 주말에 연락 안 와 삐진 사람마냥 월요일에 주문을 다 취소하고 한 주 내내 책주문을 안 했다. 미친, 나 정말 책하고 연애하나봄.

 

이 주 내내 좋은 책을 읽었다. 올해 읽은 책들을 아직 돌아보지 못했고,아직 여름도 다 안 갔지만, 이 책이 바로 '올해의 책'인건 틀림없다.

 

오늘도 새벽부터 말로 붙들고 '책 사까?' '마까?' '책 오늘은 오겠지?' '비 그치면 살까?' 하며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주문하고 말게 된 것은 어제 도착한 택배 때문이다.

 

  어제 '웨이워드' 도착했는데, 지난 주 취소중에 '파인즈'가 있었던 것. 지난 주말에도 '파인즈'가 무지 읽고 싶어져서 시작한 주문이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났던건데, 이번 주말에도 또 '파인즈'생각이 나고, 또 시리즈 두번째 권인 '웨이워드'도 있고 하니, 다시 주문. '파인즈'

 

이번에 주문했는데, 오늘 또 도착하지 않으면 ..음....

 

알라딘이여.

 

 

 

 

 

 

 

 

반전은.. 알고보니 집에 '파인즈' 있었어! 헉! 이겠지만, 에이, 설마~

 

 

그리고, 미스터리 몇 권 더 담았다.

 

 

 

 

 

 

 

 

 

 

 

 

 

 

 

'범인에게 고한다'도 엄청 읽고 싶은데, 당일배송이 안 되서 빼 버림.

 

이번 주말 책정리를 조금이라도 마무리한다면, 다음 주말에는 아래와 같은 책들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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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하루종일 엄청 설레며 태양계를 기다렸건만, 새벽에 몇시간이나 정성들여(?) 금액과 당일배송 맞추어 주문했건만, 

태양계는 오지 않았다. 아.. 택배아저씨여. 


보통 6시에서 7시 사이에 배달해주셔서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식량 구하러 나갔는데, 지난 주에도 잠깐 나갔던 사이 배달해주고 가셔서 냉동실에 준비해둔 얼음물을 못 드렸는데, 이번에도? 7시까지 기다리다 나가서 파프리카와 풀무원 로제파스타, 새우를 사서 들어올때까지도 택배는 오지 않았고, 난 그 때 예감했지. 


우리 동네 당일배송 확률은 99.9프로. 인데, 이럴수가. 아저씨를 가리키는 파란점은 우리집을 가리키는 빨간점을 지나 몇 개의 노란점을 남기고 이미 우리 동네를 지나 있었다. 오시는 길에 들르시려나 기다렸지만, 10시가 넘고 나는 태양계를 포기했다. 취소를 다짐하며, 일요일에도 기다렸으나 (일요일에 도착한 적도 한 번 있었다) 오지 않았다. 


토요일에 기다리다 기다리다 도착하지 않은 책들과 동상이몽 방송 이야기만 듣고도 진짜 짜증이 물밀듯이 몰려와 

오래간만에 토,일 쉬는 주말을 도착하지 않을 책을 기다리며 망쳐버렸다. 토요일당일배송,실패, 크리티컬... 


미련한 인간이여. 

여튼, 주말에는 간만에 집에 있는 책들을 읽었던 것 같다. 라고 하면, 집에 있는 옛날 책들 같지만, 초신간들 많다구. 금요일 도착한 '로마의 일인자'도 있고. 


'나인 드래곤'을 읽고 '13.67'을 읽는건 묘한 기분이다. 

'나인 드래곤'에서 해리는 삼합회와 싸우며? 홍콩 경찰과 트러블을 일으키는데? 13.67은 바로 그 홍콩 경찰 이야기이다. 

뤄전더랑 뤄샤오밍 있었으면, 해리 다 주겄어. 라고, '나인드래곤' 책들을 보며 중얼거려 본다. 


 여러분, '13.67' 읽으세요. 재미있습니다. 재미있다는 입소문 이미 잔뜩인데, 정말 재미있습니다. 


홍콩 미스터리라서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요. 우리에겐 장국영과 주윤발이 있었잖아요~~ 


뭐, 그 정도까지는아니라도, 이책은 첫 중편부터 엄청 인상적이다. 첫 작품인 '흑과 백 사이의진실' 의 강력함은 두번째 중편을 읽기 시작하면서 더 확 올라올 수도 있다. 


하드보일드, 본격, 경찰소설, 성장소설, 스승과 제자.. 등을 담고 있는데, 어느 하나 딱 강해서 이거다. 싶은 건 없어서 (굳이 들자면 경찰소설?) 추천하기 더 좋다. 


시리즈인 것 같던데 더 나와줬으면 좋겠다. 불편한건 책이 두껍고 무거운데 양장이 아니라 딩굴딩굴하면서 읽기가 불편한거.


 

















아사오 하루밍의 '고양이의 눈으로 산책하기'는 사실 처음 몇 장 읽고, '오후 세시의 일기' 보다는 별로군. 했는데, 읽다보니 좋아졌다. '고양이 스토커' 라는 책이 있고 드라마화인가 영화화 되었다는데, 그 책이 먼저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산책 이야기는 좋아하는 작가의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좀 위험한 것이, 지명이 많이 나와서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 사진도 아니고 글로 읽는 모르는 지명의 가독성은 당연히 낮다. 


그리고 엄청 좋아하면서 읽고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퀘스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빅 픽처'인데, 이 작품 하나로 이후에 나온 책을 몇 권이고 사들였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더글라스 케네디는 '빅' 자가 들어간 책을 사면 되는 건가.. 




 표지가 너무 별로라 .. 실물 보면 더 별로라.. 하지만, 국내 더글라스 케네디의 컨셉이 계속 이랬으니깐 뭐, 할 수 없다. ㅡㅜ (제 2의 닉혼비인가..) 


본인 이야기인데, 정말 좋다. 빅 퀘스천, 말 그대로 커다란,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는데, 더글라스 케네디가 그간 써 왔던 죽게 고생하는 주인공들 이야기가 여기서 나왔구나 싶은 정도다. 


글쟁이 아니랄까봐 책에서 답을 찾으며 책이야기, 작가 이야기 하는 것도 좋다.(단순히 책이야기 책이 아니라, 정말 책에서 답을 찾는 그런 이야기들) 심지어 재미도 있다. (적어도 작가의 몇몇 망한 소설보다는 훨씬 더)





좋은 점을 생각하자면, 주말에 우울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더니, 나는 책 읽는 모드, 책 읽는 궤도로 재진입한 것 같다. 월요일이지만.. 오늘은 꽃하고, 충무로로 출근했다가 아마 바로 퇴근할테니, 그렇게까지 힘든 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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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5-07-20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3.67 정말 `쩔더군요` 올해 읽은 책 중에 재미로만 치면 두번째...

nomadology 2015-07-20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슈? 보쉬? 최근에 TV시리즈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하이드님의 추천작은 어떤 것일까요. 첨부터 쫙 읽던가 아니면 몇권만 보면 된다?
(TV 시리즈는 콘크리트 블론드와 City of Bones를 묶은거라고 하던데요.)

하이드 2015-07-20 18:43   좋아요 0 | URL
시리즈는 처음부터 봐야 맛이죠 ^^ 제가 나인드래곤 혹평해두긴 했지만, 마이클 코넬리 작품중 재미 없는 것 없습니다. 저도 보슈 재미나게 봤어요. 시즌 2도 나온다더라구요. 해리 보슈만 보시지 말고 미키 할러나 잭 맥어보이도 보세요. 일단 이 둘이 시리즈에서 나오기도 하고, 몇안되지만 작품들도 다 엄청 재미나요. ^^

살리미 2015-07-20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배 아저씨 기다리는 그 심정 저도 알 것 같아요.. 파란점과 빨간점을 몇번이나 들여다 보게 되는지^^

하이드 2015-07-21 16:36   좋아요 0 | URL
네 ㅡㅜ 잘 맞지는 않는데, 당일배송은 잘 연락도 안 되고, 파란점 빨간점에 의존하게 되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