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회사에서 버리려고 내둔 잡지 묶음을 지나치다가 '행복이 가득한 집' 이라는 잡지의 커버에 실린 눈을 끄는 '서재' 라는 단어. 어찌나 눈에 쏙 들어오는지.. ^^ 잡지를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와 '21세기의 서재, 선비의 풍류에 젖어들다' 라는 기사를 스크랩해왔다.
꽤나 즐겨보는 잡지인데,
읽을거리가 쏠쏠하다.
내가 스크랩해온 기사가 있는 건 몇월호인지 모르겠네...
이 기사에서 참조한 책들은
외에 알라딘에서 검색되지 않는
[서재, 지식과 교양을 디스플레이하다]와 [나무로 빚은 예술 나무 공예]라는 책이 나와 있다.
서재에 대한 로망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인데,
요즘 보는 드라마 '아츠히메' 에서 주인공 아츠히메가 당대의 여자답지 않게 사서읽는 것을 좋아한다. 화려한 가운데의 정적인 서재장면이 많이 나와 동양의 서재에 대한 관심의 불씨가 지펴졌는데, 이렇게 재활용통에서 구해낸 기사라니~ 흐믓~
우리 집에는 무엇이 있나
서가에는 만 권 서책이 꽂혀 있네
맹물 마시며 경서를 읊조리노니
이 맛을 어디에 견줄까
이하곤(1677~1724) <독서유감>中
기사는 선비의 풍류를 참고 삼아 만든 21세기 서재이다.
테이블 위에 깔 아 놓은 왠지 피크닉 분위기 나는 패브릭과 동양적인 티매트도 보기 좋다.
에르메스 테이블웨어라는데, 티팟과 푸드트레이, 찻잔과 접시가 너무 쌩뚱맞게 따로 떨어져 있다.
다만, 동양과 서양이라는 시도는 좋다. 이 서재의 컨셉은 '소통'이란다.
내가 생각하는 서재에 필요한 것은 햇빛 가득 들어오는 창문, 책 가득찬 책장,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의자, 가끔 레오와 말로와 함께 바닥에 딩굴수도 있는 카펫, 커피잔이나 티잔이나 와인잔을 올려둘 수 있는 작은 테이블 정도였는데, 이런 류의 좌식 테이블.. 나뭇결이 살아 있는 .. 도 운치있고, 독특하다. 아빠집에도 비슷한 테이블이 있긴한데, 거실.. 예전에 방콕의 제이의 집에 갔을적에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 정말 죽이는 테이블과 의자... 접시를 놓으면 기운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런 치명적인 단점조차 무시할 정도로 멋졌더랬는데 말이다..
"서책은 내 목숨과도 같다. 책과 두루마리가 소략하지만 또한 고심 속에서 나온 것이다. 대개 거두어 보관함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특히 돌아가신 아버님의 필적은 더더욱 공경하고 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그 책 끝의 자잘한 기록을 살펴 하나하나 싸고, 다른 이에게 빌려주면 안 된다. 책자와 글씨는 늘 잃어버리기 쉬우니 십분 조심해서 상자에서 꺼내지를 말아야 한다. 한번 나왔다가는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 - 소치 허유(1809~1892)의 유언 중.
인테리어 서적들에 나온 서재 아이디어에 허거덩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이 기자는 책이라고는 잃지 않는 기자일꺼야, 쳇' 하게 만드는 기사들 ^^a 여기도 역시나 '옛 선비들이 책을 차곡차곡 눕혀 쌓아두었는데, 이 책수납법이 요새도 유용하고, '장식효과'도 뛰어나며, 책 몇권만 쌓고 그 위에 화병이나 탁상시계 등의 소품을 올려 놓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데커레이션이 된다' 는 망언이;;
무튼, 위와 같은 사방탁자는 우리집에서도 별 생각없이 자리 차지하고 있는 녀석들인데,
뒤의 벽지 색감이 다 드러나니 멋지다! 책수납에 역할을 많이 하지는 못하겠지만, 책 꾸역꾸역 처넣어 놓은 책장을 거실에 내 놓기 민망하니(아는 사람은 다 안다. 위태롭게 책이 막 흘러나오는듯한 나의 거실의 책장을 -_-;;) , 이와 같은 사방탁자를 이용하면, 최소한의 수납과 디스플레이에 좋을 듯하다.
이 서재에서 맘에 드는건 햇볕이다.
"앞으로는 호수의 풍광을 안고, 뒤로는 언덕을 짊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붉은 벼랑이 솟아 있고, 왼쪽으로는 모래가 띠를 두르고 있다. 벼슬살이의 부귀영화는 귓전을 스치는 새소리가 되었을 뿐이고, 이곳의 아름다운 언덕과 골짜기에서 만끽하는 즐거움은 깊어만 간다. …산골짜기 사이를 이리저리 거닐어도 보고, 그림과 서책은 찾아서 보고 읽는 즐거움으로 만족한다. 아아! 이 또한 자신의 뜻에 맞는 일이니, 세상 바깥의 무엇을 그리워하겠는가!" 서애 유성룡(1542~1607) 의 <서애집>中
여기도 역시 사방탁자.. 뒤의 저 낮은 장롱같은건 책장이겠다. 개인적으로 책이 보이는 책장을 선호하는지라 패스-
무슨 한복디자이너 서재쯤 되는걸까?
욕심나는 옷감들이 있다. (흰색테이블은 알레시란다.)
사방탁자위의 패브릭 박스들은 비싸서 침만 흘리던 것들인데, 이렇게 보니, 정말 예쁘다!
뒤에 있는사방탁자아랫칸에 가로로 놓인 커다란 책들은 좋아보인다. 책꽂이에 안 들어가는 책들 책장에 자리 많이 차지하며 누워있는데, 사방탁자에 들어가는지 시도해볼일이다.
책이 많다는 이유로 가장 맘에 든 서재
"방 안에는 책꽂이 두 개를 놓고 책 천삼사백 권을 꽂아놓는다.<주역집해> <모시소>와 고서 명화, 의약에 대한 설명서, 그리고 초목과 새의 계보와 거문고 악보 등에 이르기까지 빠진 것 없이 갖춘다. 책상 위에는 <논어>한 권을 펼쳐놓고 곁에는 질 좋은 화리목으로 만든 탁자를 두는데, 위에는 도연명, 두보의 시 등을 올려놓는다. 책상 아래에는 오동으로 만든 향로를 하나 놓아두고 아침저녁으로 옥유향 한 판씩을 피운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은자의 거처>中
사진에 꽂혀있는 책들은 외국 서점의 여행/음식 섹션을 가지고 온듯하다. -_-a
무튼, 앞에 있는 평상이 맘에 든다!! 보료는 0.1초쯤 맘에 들었으나, 보관이나 관리가 힘들것 같아 급포기. 적당히 푹신하게 깔아 놓고 이쁜 패브릭으로 마무리한다면, 그야말로 옆으로 기대 누워 혀에 침발라 책 넘기는 선비(?)의 풍류를 즐길 수 있을듯..
군데군데 삑사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까칠한 책에 집착하는 나 같은 독자를 만족시키는건 아마도 미션임파서블..이겠지만, 이런 기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뒤에 서양의 서가에 대해서도 두피정도 더 있는데,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가 독서광인데, ( 다이어트광인줄만 알았지.-_-a) 소장하는 책이 23만권이래나 뭐래나. 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