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쿠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그 사카쿠치 안고의 추리소설이라니, 흥미로웠고, 그가 묘사하는 그를 포함한 주변 문인, 예인들에서 힌트를 얻었을법한 개성강한 등장인물들도 흥미로웠다. 등장인물이 기십명이나 되는 이와 같은 소설은 전에도 읽은 적 없고, 앞으로도 읽기 힘들지 싶다. 첫장부터 끝장까지 눈도 못 떼고 읽을 정도의 재미는 아니였지만, 의미 있고,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책
존 딕슨 카 <세 개의 관>
밀실 살인의 거장. <황제의 코담배값>과 <모자 수집과 사건>에 이어 세번째 읽는 존 딕슨 카의 작품이다.
꽤나 유명하고 인지도 있는 작품이지만, 그닥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다만, 존 딕슨 카를 무조건 좋아하기로 마음먹기 시작한 작품이고, 딕슨 카 특유의 으시시한 분위기도 일품이다.
스텐리 엘린의 <제8지옥>
간혹, 내가 좋아하는 리뷰어들과 극단적으로 호오가 갈리는 작품이 있다. 아주 간혹.
이 작품이 그랬다. 이건 뭐, 추리소설도 아니고, 이야기 자체도 지루해서 읽느라고 혼났는데,
좋게 본 분들도 많다. 스텐리 엘린의 단편집도 재미있게 봤더랬는데, 속상하다.
요코미조 세이죠의 긴다이치 시리즈의 대망의 첫번째 작품. <혼징 살인사건>과 <나비부인사건>이 들어 있다. 두 중편다 무지하게 재미있게 읽었다. 근데, 동서 미스테리의 저 표지... 첼로 상자에 든 나비부인, 옷 입고 발견되었는데, 왜 표지에는 벌거벗고 있냐고? 동생이 지적해주었다. 크크크
재미도 재미고, 기억에 오래 남는 책이 좋은 책이다.
엘러리 퀸 <X의 비극>
내게 있어서는 엘러리 퀸의 재발견이라고 해도좋을만큼 감탄에 감탄을 하며 알파벳 시리즈를 재미나게 읽었다. 근데, 내가 이 책을 두 번째 읽었다는 거. 내용이 거의 하나도 생각 안 났다는 거...는 문제도 아니다. 드루리 레인이라는 우아하고, 세련되고, 현학적이고, 어딘가 신화적인 면모를 풍기는 노탐정. 완전히 반해버렸다. 이야기의 트릭과 생생한 등장인물, 마지막까지 꽉 짜인 구성. 흠잡을 곳 없는 독서경험.
쿄고쿠 나츠히코 <광골의 꿈>
<망량의 상자>의 여운이 너무나 강렬하고, 길어서, 필연적으로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투덜거리며 읽어나갔다. 어쩔 수 없다. 이미 그들에게 매인몸이다.
얼 스텐리 가드너의 <비로드의 손톱>
페리 메이스이 이렇게 재수없었던가, 새삼 혀를 내두르며 읽어냈다. 아침드라마 같은 어쨌든 보게 되는 종류의 재미는 있다.
엘러리 퀸 <Y의 비극>
<X의 비극>에 비해, 아니, 엘러리 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도 충격적인 결말. 결말이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재미있었다. 역시 두번째로 읽었다. 기꺼이 세번째도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우와- 우와- 정말 감탄이 나오는 한편의 심리 드라마였다.
아주 매력적인 정신병자 주인공 바닷새. 몇몇 장면들은 아주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듯하다.
처음 접한 카첸바크의 소설인데, 대만족이었다.
에무스카 바로네스 오르치 <구석의 노인 사건집>
안락의자 탐정이라고 그러는데,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다는걸 제외하곤, 그러저럭 재미있게 읽은 '고전'이었다. 탐정의 의외성.다른 추리소설에서도 종종 인용되는 구석노인이기에, 읽어둠직하다.
존 딕슨 카 <화형법정>
엄청난 흥분과 반전과 패닉을 가져다준 딕슨 카의 소설. 딕슨 카여, 얼마나 더 나를 놀라게 할 작정인가?
간단한 소재와 제한된 등장인물로 엄청난 심리묘사와 반전, 오컬트적 분위기가 백미였던 소설이다.
아, 얘기하니깐, 또 읽고 싶어진다. 부르르
쿄고쿠 나츠히코 <백기도연대雨>
<망량의 상자>이후 점점점 재미없어 지지만, 말했듯이, 쿄고쿠 나츠히코의 이름이 붙어 있으면, 남자 빤쓰라도 살꺼다. 개그버젼 교고쿠도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팔묘촌>
역시 <옥문도>라는 걸출한 작품을 읽은후라, 맘에 차지는 않지만, 역시 재미있다. 긴다이치의 활약이 거의 안 나오고, '범인은 알았어요' 라고 사람들 다 죽은 다음에 얄밉게 말하는 것이 씁쓸함을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는 거! 많이 재미있었다는 거!
모리무라 세이치 <고층의 사각지대>
재미있었다. 밀실 살인과 알리바이 깨기 트릭이 나오는데, 둘 다 굉장히 설득력 있고, 단순하지만, 강하게 와 닿았다.
엘러리 퀸 <Z의 비극>
전 두편에 비해 왕창 실망스러운 작품. 페이션스라는 야심찬 여탐정이 등장하는데, 정말 안매력적이다.
드루리 레인은 폭삭 늙었고. 전 두편의 본격 본격에서 갑자기 하드보일드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
뭐, 그래도 드루리 레인이 폭삭 늙어서 불쌍하게 나왔다는 것에 점수를 준다.(이상한데 점수를 주는 나. S인거야?)
마르탱 파주 <비>
며칠째 비가 계속 오던 날 충동구매.
이 책을 읽으려면, 보통 비를 좋아해선 안 된다. 전복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큰각오 하고 좋아해야 한다.
빠리지앵다운 위트. 부러워.
책 읽는 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노석미 <스프링 고양이>
역시 충동구매. 딱 기대하던 내용은 아니였지만, 그럭저럭 볼만한 글도 있었고, 그럭저럭 볼만한 그림도 있었다.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일기>
독서일기의 여운이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기는 오랜만이다. 정말정말 부러운 사람.
자꾸 자꾸 다시 읽고 싶은 책
기리노 나쓰오 <다크>
작가는 소설에서조차 희망을 바라냐며, 현실도 소설도 암울하다고 소리치지만, 정작 이 소설은 어두운 가운데에, 희망의 씨앗을 던져놓고 있지 않은가? <아웃>에서도 그랬고. 매력적인(?이라고 말해버리기엔 너무나 복합적인) 여주인공. 그리고 한국이 배경에 한국인 남자가 주인공임에도 전혀 위화감 없었던 멋진 소설.
이가림 <미술과 문학의 만남>
생각했던 것보다 읽을거리가 많아서 즐거웠던 책.
전문잡지에 게재되었던 꼭지들이라서일까? 무튼, 작가의 세계관도,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미술가와 문학가들도 풍성하여 마음에 들었던 책
조 힐 <하트모양상자>
설득력 있는 유령 이야기.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떠올리게 하는 등장인물들과 롤러코스터( 끝도 없이 끔찍하게 하강만 계속하는) 같은 이야기. 최고다! 영화도 기대되고, 조 힐이라는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데이비드 모렐 <도시 탐험가들>
설정만 그럴듯했다.(하지만, 그 설정은 창작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설정이라는 거.) 별로 스릴도 호러도 아니였다. 이야기는 책을 덮는 즉시 희미해졌지만, 작가의 이름만은 기억해둬야지. 다음에 또 읽는 실수를 범하며 안 될 테니깐.
장석주 <강철로 된 책들>
확실히 책이 강철로 만든마냥 무겁긴 했다.
닐 게이먼 <스타더스트>
이런 잔혹한 동화.
귀엽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이끌어서, 마구 배신하고, 온갖 방법으로 죽임 당하는 등장인물들. 하하;;
이런거 좋다.
오츠 이치 <ZOO>
열편이 다 수작이었던건 아니지만, 열편다 재미있게 읽혔고, 그 중 몇편은 아주 훌륭했다!
이주헌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러시아 미술에 대해 눈 뜨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책.
이주헌의 이야기는 언제나 쉽고 재미있으며, 학고재라는 믿을만한 출판사에서 아주 멋지구리한 책을 만들어냈다.
슈카와 미나토 <꽃밥>
여섯개의 단편모음집이다. 개중 두개는 아주 맘에 들었고, 한개는 아주 맘에 안들었고, 나머지는 평작.
이런책은 참 애매하다.
제임스 로드<자코메티>
엄청시리 두꺼워서 꽤 오래 붙잡고 있었던 책.
여운이 엄청 좋았다. 더 알고 싶은 마음과 그 반대의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를 잘했다.이 걸 시작으로, 을유문화사의 평전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읽어가야지.
앤 클리브스 <레이븐 블랙>
딱히 나쁘지 않지만, 딱히 좋지도 않았다.다만 책표지에 과장광고스러운 카피는 좀 싫다.
레몽 장 <카페 여주인>
가끔 읽는 프랑스 소설은 어찌나 유쾌상쾌한지.
레몽 장은 섹시와 코미디를 잘 버무리는 작가다.
앤 맥카프리 <퍼언 연대기 1>
SF라기보다는 역사로맨스물에 가까웠다. 아주 잘 써진! 사특한 여주인공이 맘에 든다. 정말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요코미조 세이시 <악마의 공놀이 노래>
안타깝게도, 어수선하고, 트릭도, 결말도 그저 그랬다.
이전의 작품들보다는 재미도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평균 이상이다.
안드레아 케르베이커 <책의 자서전>
괜시리 책장의 책들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책. 이런 감수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