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누드를 좋아해- 란건 아니지만, 멋진 누드를 보면 아주 흡족해하는 것도 사실.
내 서랍 속에는 누드, 새벽, 티, 동물, 바다, 가을, 계절, 여자, 술, 등등의 사진이 있는데, 그 중에서 오늘, 나른한 토요일, '누드' 를 열어보았다.
Edgar Dega 'After the Bath'
드가는 after the bath라는 이름으로 많은 연작을 그렸다. 외에도 brakfast after bath라는 제목으로 몸을 말리고 있는 여자와 아침을 들고 서 있는 하녀 시리즈도 많다. 개인적으로 드가의 그림은 19세기 화가중 가장 현대적인 구도를 구사한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파스텔로 그린 목욕시리즈에서도 그 구도는 빛이 난다. 그녀들은 몸의 부위를 수건으로 말리고 있다.때로는 몸을 구부린채 발을 닦고, 때로는 머리카락을 잔뜩 앞으로 쏠리게 해 머리를 말린다. 수건을 깔고 자고 있는 그림도 있다. 황금색 배경에 부드럽게 빛나는 살색 피부와 하얀 타월의 색상조합도 부드럽고, 평화로운 한 때를 떠올리게 한다.
르누아르의 after the bath를 비교해본다.
여자가 통통한 것 빼고는 왠지 드가 같다;;;
드가의 그림 속의 여자들이 무방비한 상태라면, 르누아르의 그림 속 여자는 '(불행한)모델' 만 같다.
Frederick C. Frieseke 'Autumn'
프리스케의 이 그림 속에서, 여자의 몸은 가을 속에서 그야말로 투명하게 빛이 난다.
황홀한 가을이다. 황홀한 누드다.
Frederick C Frieseke 'Sleep'
프레데릭 프리스케는 최근에 발견한 작가인데, 꽤 맘에 든다.
누드는 아니지만, 처음 나의 눈길을 끌었던 그림을 올려본다.
Frederick C. Frieseke 'In the doorway (Good Morning)'
Egon Shiele 'Embrace' a.k.a. Love II
쉴레의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의 남자 누드는 좀 불편하다. ... 많이... 그러나, 이 그림에서의 격렬함만은 손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말라버린 나무꼬챙이같은 자화상들, 에 비해, 이 얼마나 힘찬 고목같은 몸뚱이란 말인가.
드가의 누드에서 은은한 살빛을 만들어주었던 황금색은 여기서는 정렬과 불안의 냄새를 풍긴다.
Salvator Dali 'Female Nude'
달리의 빅팬은 아니지만, 분명한 외곽선이 몸과 하얀 시트, 빨간 시트까지를 강조해주며 튀어나오는 이 그림은 좋다. 얼굴은 좀 없으면 어때?
Egon Shiele 'Female Nude'
에곤 쉴레의 누드 하나 더. 그의 그림 속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깜짝 놀란듯한 눈과 불쌍한 몸매를 지니고 있는데,
여자들의 몸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때로는 권태, 때로는 정적, 때로는 무심, 열정,등등의 감정이 쉴레의 붓 아래서 언제나 생생하다.
Egon Shiele 'Reclining Female Nude'
Renoir 'Nude Hixing her hair'
이 그림은 좋아서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웃겨서 가지고 있는다. 딱히 르누아르를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이런 그림을 볼 때면, 그의 그림에 대한 재능을 다시 한 번 생각 해보게 된다. -_-;;
Pablo Picasso 'Nude with Joined Hands'
뉴욕의 모마에 있는 그림이다. 어디 걸려있었던것 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네.
흔치 않은 누드에 흔치 않은 포즈에 흔치 않은 배경이다.
Edward Hopper 'Reclining Nude'
호퍼의 그림 속에는 벌거벗은 여자가 많이 등장한다. Sunday morning이라던가 11am이라던가 in the hotel room, 등등등, 하지만, 그런 그림들은 누드라고 하기엔 좀 뭣하다. 이 그림은 '누드'다. 딱히 맘에 드는 그림은 아니지만, 호퍼가 그린 누드에 이런게 있어. 하는 의미에서 가지고 있는 그림
Rene Magaritte 'The Eternally Obvious'
뭐가 그리 오비어스한지는 너무 오비어스해서 모르겠지만, 르네 마가리뜨의 누드
올리고 보니, 모딜리아니의 그림이 빠졌다만, 뭐, 넘어가자.
나른한 주말과 누드 그림, 어울리는 조합이다. 라고 생각한다.
서래마을에서 브런치 먹자던 친구는 왜 깜깜무소식인고, 배고파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