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깊었던 구절을 옮겨본다.

 

내 말 잘 들어요, 야곱! 바보들이나 일하는 거요!

아니오. 머리가 좋아서 일을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보지요.

 

새로운 것을 알기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알 필요가 있을 때도 있지요.

감정을 쉬게 하셔야 할 것 같네요.  우정도 음악처럼 침묵이 필요하니까요.

 

다른 이들을 위해 항구가 되어주면, 자신의 폭풍우를 잠재우게 되거든.

 

지도를 가진 사람은 없지만, 우리 모두 나침반을 지니고 있거든.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면 내 자신이 높아지거든.

 

조금만 덜 원하면 넌 이미 부자란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원하던 것을 갖게 되어서가 아니라 필요치 않다는 걸 알게 되어 더 부자가 되는 거란다.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뒤돌아볼 때 이해하게 된단다. 

 

두려움은 용기의 아버지이고, 겸손의 할아버지이고, 기도의 족장이란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두려움을 감당 못하는 사람은 용기를 찾지 못하지.  두려움은 우리가 전능하지 못하다는 깨달음이란다.  우주에는 우리가 닿지 못하는 힘이 있다는 인식이지.  진짜 두려움은 겸손을 여는 문이야.  그리고 겸손은 기도를 여는 문이고.

 

노인이 말했다.

내 말 잘 듣게, 야곱.  경험은 위대한 스승일세.

야곱이 대답했다.

네, 하지만 수업료로 인생이 필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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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재산 확실히 환수한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 동안 민족과 조국을 팔아치운 대가로 떵떵거리며 살고, 그 자식에 자식까지  대물림하여 가난한 민중의 고혈을 빼먹은 저들이 여전히 잘 먹고 잘 사는 꼴을 보는 것은 참 역겨웠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과연 어떻게 빼앗는다는 말인지, 가만 앉아서 빼앗길 저들이 아닌데 말이다.  그 동안 그 재산 은닉하고 불리는데 보통 이력이 났겠느냔 말이다.

돈도 써본 사람이 쓸 줄 알고, 도둑질도 해본 사람이 한다고, 저들이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될까 걱정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같은 법률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에 고무적인 생각이 든다.

최근 서울 1945에서 "모윤숙"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친일 행각이 잠시 나왔는데, 세상 참 많이 바꼈다는 생각을 했다.  옛날 같았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을 일(ㅡㅡ;;;)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천 년 전의 십자군 전쟁에서 크리스트교 세력이 저지른 만행을 인류 앞에 고백하고 사죄했다.  역사의 심판이란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결국엔 바른 길을 향해서 돌아가려고 무던히 애쓰는 것.

그러나, 그것이 당대에 이뤄지기 쉽지 않고, 죄지은 사람이 스스로 죄값을 치루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지금껏 그래왔어도 더는 그러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부디 더 이상 늦지 않게, 더 이상 미루지도 말고, 친일파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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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황진이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푸른역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김탁환씨에 대한 나의 평가는 조금 인색한 편이었다.  재미는 있지만 그 이상의 감동은 조금 힘든, 그리고 끝심이 약해서 포부있게 잘 나가다가 마지막은 마무리가 엉성한 그런 느낌.  '방각본 살인 사건'이 그랬고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이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말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아주 독특한 책이다.

황진이의 독백으로만 책 전체를 채운, 그래서 대사도 없고 오로지 편지글을 쓰는 황진이의 말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도 여성의 문체, 당대 최고의 명기 황진이의 목소리로 말이다.

이건 보통 작업이 아니다. 주석판이 따로 있기도 하지만(실은 그 책 읽다가 너무 어렵고 짜증나서 그림책으로 바꿔보았다.ㅡ.ㅡ;;;;)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자료 추출 능력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한, 혹은 미화된 황진이의 이미지가 아닌, 고증에 의한, 작가의 재구성으로 다시 태어난 황진이의 육성은 리얼하면서도 진솔하여 같은 여성으로서 어쩐지 측은함마저 들 정도였다.

또 당시 대물림으로 기생으로 살았던 그녀의 고달픈 인생과 스스로 몸을 던져 고기밥이 되어버린 기생 어머니의 모습들도 그 시대 여성으로서의 질곡이 느껴져 싸아한 기분이었다.  양반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훌륭한 시를 Ÿ응?수 있는 그녀였지만, 그 속내엔 무수한 그리움과 애상이 잠겨 있어, 오히려 재주가 많은 까닭에 더 서러운 여인으로 느껴졌다.

내가 읽은 책은 안에 삽화도 몇장 들어 있었는데, 몇몇 부분에서 시대적 오류가 있었지만, 그건 작가의 실수가 아니니 넘어가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우 차분하며 큰 굴곡 없이 진행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지루하다는 소리도 했는데, 나로서는 독특함으로 일관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역시 내게서 늘 만점을 받지 못하는 김탁환씨는...ㅠ.ㅠ

뭐랄까, 너무 현학적이었다.  책의 절반을 주석으로 달아낼 만큼의 지식을 가진 그가, 그걸 굳이, 애써, 기어이! 다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인 느낌. 그래서 보다 조용한 어조로 뱉어낼 황진이의 탄식이, 독백이, 때로 과하게 무겁게 들리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 혼자 중얼거려 보았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매우 다르게 읽혀질 특별한 소설. 흔치 않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것에는 박수를, 그러나 다음부터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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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둑 호첸플로츠 - 꿈이 있는 책 43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하선미 옮김 / 글동산 / 1995년 6월
평점 :
품절


누군가 이 책을 잠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는 학교 도서관에 바로 신청을 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동화책이었다.  그래서 실망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뜻밖이었고, 그래도 표지를 보는 순간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분홍색 표지에 개성이 강한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는데, 일본식 그림과 미국식 그림이 아닌 익숙치 않은 그림체라서 더 호감이 갔나 보다.(기존의 미국식 일본식 그림들이 너무 식상해진 탓이다.)

동화책의 내용들은 대개가 권선징악이고, 나 역시 그게 마땅하다고 여기지만 전형적인 특은 솔직히 재미 없지 않은가.  단순히 악당이 개심해서 착해지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차라리 착한 주인공이 꾀를 내어서 악당을 혼내주고 잠시 어긋났던 일상의 소중함을 바로 잡는 게 더 설득력 있다고 본다. 

이 책은 그런 내 기준과 바람에 아주 잘 맞았다.  앞서 제시했던 작은 복선들을 잊지 않고 모두 찾아서 써먹었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활약상은 꽤 진지하고 멋있었다.  백마 탄 왕자는 나오지 않지만, 그 못지 않은 매력적인 주인공이 이 책엔 등장한다.

호첸플로츠란 이름이, 우리 입에 익숙치 않은 발음이지만 자꾸 말하다 보면 이 이름조차도 익숙해져서 호감이 가게 된다.  어린아이들이 읽으면 아주 좋아할 책이지만, 나같이 어른이 되어서 읽어도 한바탕 웃을 수 있고 신나는 쾌감을 가질 수 있으니 두루두루 좋은 책이라고 하겠다.

대도둑 호첸플로츠, 어쩐지 루팡이 생각나지 않는가^^ㅎㅎㅎ 책을 통해서라도 멋진 모험담을 겪어 보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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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친일파 역사 - 역비의 책 15
역사문제연구소 엮음 / 역사비평사 / 1993년 3월
평점 :
품절


오늘도 일본의 독도망언과 의도가 수상한 행적들에 관한 뉴스를 보았는데 친일파 얘기를 하자니 그보다 더 속이 쓰리다.  저들의 작태야 대놓고 욕이라도 할 수 있지만, 우리 스스로 곪겨버린 상처와 치부는 부끄러워 손가락질 하기도 힘이 든다.

이 책은 꽤 오래전에 쓰여졌다. 십년도 더 된 책. 그러나 지금 보아도 여전히 준엄한 목소리로 울린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있는 공간 안에서 읽기에는 너무 심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주변에선 텔레비전에서 연예인이 등장해서 마구 망가지는 쇼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고, 동네 아주머니들의 소란스러운 수다가 진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이상하리만큼 집중이 잘 되었다.  너무 익숙한 이름들이 버젓이 들어가 있는 그 페이제에서 받은 충격이 꽤 컸던 탓이다.

이 책은 친일파에 대한 여러 강사분들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인데, 마치 현장에서 듣는 것같은 사실감이 느껴져 더 쩌릿했던 기분이었다.  게다가 청중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도 함께 옮겨 주었는데, '이병도' 선생의 이름이 정면으로 나왔을 때는 통쾌한 느낌마저 들었다.ㅡ.ㅡ;;;;

십수년 전에도 조심스럽게 말해야 했던 이름들, 그러나 피할 수 없었던 그들의 이름은, 지금도 더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서 이름이 들먹여지며 공개되고 있다.(드라마 '서울 1945'에서는 정신대에 나가야 한다는 모윤숙의 강의 내용이 나왔다. 대사로만.) 그러나 여전히 심판은 더디기만 하다.  첫 단추를 바로 끼우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단추를 채워 놓았어도 결국은 다시 풀러서 시작해야 하건만, 우리는 해방 이후 60년이 넘는 시간을 흘려보내면서도 아무 것도 바로 잡지 못하고 있다.

시간은 흘러 저들은 자연의 시간을 다 보내고 이 땅을 떠나는데, 그들의 이름과 흔적은 아직도 이 땅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심지어 국립 묘지에서까지.ㅡ.ㅡ;;;;) 대체 어느 때까지 미루고 관망할 것인가.  기다리기만 하면 역사의 심판이 뚝 떨어진다는 말인가..  생각할수록 답답한 노릇이다.

일제 때 법관 노릇을 했던 아버지를 둔, 그 자신도 민족일보 사장의 재판 때 사형 선고를 했던 법관 출신의 이모씨는 마치 출사표를 던지듯 자신을 '활'로 비유하며 당신(그의 표현으로는 '주님'이었다.)께서 당기시면 부러져도 좋을 각오를 밝혔다.  그가 같은 당의 대표로 모시고 있는 여인네는 과거 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민들 여럿 잡고 나라 경제 초석을 엉성하게 쌓았건만, 여전히 추앙받고 존경받기까지 한다.  참 헛움음이 나온다.  그들은 이번에도 지방 의회 선거에 표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며, 그들의 뿌리가 어떠하든지 망각의 샘물과 세뇌 교육을 받은 국민들은 표심을 나눠줄 테지. 답답한 마음 가득이다.

우린 역사 교육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그리고 산수 공부도 다시 해야 한다. 갚을 것 같고 되돌려 줄 것 줘야 올바른 거래가, 관계 유지가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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