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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동북아역사재단 연구결과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 하는 것과 달리, 중국도 역사 교과서를 통해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한 바 있음이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이 중국 역사 교과서 등을 분석해 19일 발간한 연구서 <중국 역사 교과서의 한국 고대사 서술 문제>에 담겼다.

이 연구서는 인민출판사의 대학 교재 <세계사> 1983년판(구판)과 1997년판(신판)을 비교한 결과, 고구려사를 구판에서 한국사로 봤다가 신판에서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켰음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구판 <세계사>는 ‘고대 조선(한국)’이라는 절 아래 ‘고구려인 국가의 형성과 발전’이라는 제목을 붙여 “고구려인은 우리나라 요동지방과 중-조 경계인 압록강 양안에 분포하였다”고 서술했다. 구판은 또 “조선은 동방의 오랜 문명국의 하나이다. 고대 조선 역사상 이미 수세기를 지난 고조선국이 존재했다. 기원 전후 우리나라 동북에서 흥기한 고구려가 조선반도 북부로 발전해 5세기 초 평양으로 천도했다”고 기술했다. 이런 서술은 고구려도 한국사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

반면에 신판에서는 한국사의 범위가 한반도에 국한된다는 것을 먼저 제시하고 한국사에 관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신판은 삼국을 고구려·신라·백제가 아닌 신라·백제·금관가야로 규정해 고구려를 한국사로부터 완전히 빼버렸으며 “고구려는 기원전 37년 정권을 수립한 후에도 줄곧 중원 왕조에 예속된 중국 소수민족 지방정권”이라고 적고 있다.

김현숙 동북아재단 연구위원은 “이것은 구판의 서술 태도를 부정하는 것이며, 1997년판 이후부터 (중국의) 현 영토 중심 역사 서술 원칙을 따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이 연구서는 중국 역사 교과서가 발해도 말갈이라는 ‘미개한 족속’이 세운 나라라고만 서술하며, 고구려 유민 부흥운동과의 연계는 보여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고조선도 위만조선 이전의 고조선에 대한 서술을 얼버무린 채, 중국 연나라 사람 위만이 세운 위만조선으로부터 시작됐으며 그나마 중국의 속국이자 아류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서술돼 있다고 이 연구서는 지적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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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동북아역사재단 연구결과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 하는 것과 달리, 중국도 역사 교과서를 통해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한 바 있음이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이 중국 역사 교과서 등을 분석해 19일 발간한 연구서 <중국 역사 교과서의 한국 고대사 서술 문제>에 담겼다.

이 연구서는 인민출판사의 대학 교재 <세계사> 1983년판(구판)과 1997년판(신판)을 비교한 결과, 고구려사를 구판에서 한국사로 봤다가 신판에서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켰음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구판 <세계사>는 ‘고대 조선(한국)’이라는 절 아래 ‘고구려인 국가의 형성과 발전’이라는 제목을 붙여 “고구려인은 우리나라 요동지방과 중-조 경계인 압록강 양안에 분포하였다”고 서술했다. 구판은 또 “조선은 동방의 오랜 문명국의 하나이다. 고대 조선 역사상 이미 수세기를 지난 고조선국이 존재했다. 기원 전후 우리나라 동북에서 흥기한 고구려가 조선반도 북부로 발전해 5세기 초 평양으로 천도했다”고 기술했다. 이런 서술은 고구려도 한국사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

반면에 신판에서는 한국사의 범위가 한반도에 국한된다는 것을 먼저 제시하고 한국사에 관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신판은 삼국을 고구려·신라·백제가 아닌 신라·백제·금관가야로 규정해 고구려를 한국사로부터 완전히 빼버렸으며 “고구려는 기원전 37년 정권을 수립한 후에도 줄곧 중원 왕조에 예속된 중국 소수민족 지방정권”이라고 적고 있다.

김현숙 동북아재단 연구위원은 “이것은 구판의 서술 태도를 부정하는 것이며, 1997년판 이후부터 (중국의) 현 영토 중심 역사 서술 원칙을 따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이 연구서는 중국 역사 교과서가 발해도 말갈이라는 ‘미개한 족속’이 세운 나라라고만 서술하며, 고구려 유민 부흥운동과의 연계는 보여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고조선도 위만조선 이전의 고조선에 대한 서술을 얼버무린 채, 중국 연나라 사람 위만이 세운 위만조선으로부터 시작됐으며 그나마 중국의 속국이자 아류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서술돼 있다고 이 연구서는 지적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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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2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기사 저도 봤습니다. 아 정말 중국의 망언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걱정입니다.

마노아 2007-03-2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말 뒤집기를 하고 있다 할지라도 개의치 않을 그들이지요. 작정하고 덤비고 있으니까요..;;;;
 

“조조는 영웅, 유비는 배신자”
나관중의 ‘삼국연의’ 왜곡 심해
정사 알아야 동북공정 대응 성공
1994년 초역 후 10여년 재번역
“번역에서 정본 인정해야”
한겨레 임종업기자 이정용 기자
» <정사 삼국지>
책·인터뷰 / 진수의 ‘정사 삼국지’ 완역한
김원중 교수

“‘위지 동이전’만 보고 우리 고대사를 얘기할 수 없어요. <삼국지> 전체를 봐야 위지 동이전이 제대로 보입니다.” 공자님 말씀이지만 <삼국지> 완역자의 말이라 제대로 힘을 받는다.

네 권으로 나온 한글판 <정사 삼국지>(민음사)를 번역한 김원중(45) 건양대 교수(중국언어문화학과). 그는 중국의 24사를 번역해 우리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의 동북공정에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국가사업으로 번역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학자 200여명을 동원해 <24사 전역> 88권을 낸 것을 생각하면 우리쪽은 미흡하기 짝이 없는 셈이다.

“나관중의 <삼국연의>가 조조의 위가 아닌 유비와 제갈량의 촉을 정통으로 삼음으로써 역사흐름을 왜곡했다는 점에서 최근에 말썽이 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맥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비틀리기 이전의 ‘원본 삼국지’를 갖게 된 셈이다. 중국의 한 평자는 <삼국연의>가 ‘칠실삼허’라지만 김 교수는 ‘삼실칠허’라고 말했다.

우리가 아는 명장면들,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 관우가 술이 식기 전 화웅의 목을 베는 장면과 천리를 단기로 달리며 다섯 관문의 다섯 장군을 베는 장면, 조자룡이 장판파에서 유비를 구하는 장면,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화살을 빌려오는 장면과 남만의 맹획을 칠종칠금하는 장면 등은 허구라는 것. 정통성을 촉에 두면서 빚어진 현상들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처럼 여긴다는 것.

서진(西晉)의 진수(233~297)가 마흔여덟에 완성한 <삼국지>는 위나라를 정통으로 삼은 기전체 역사서.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한서>와 함께 3대 중국 고대사로 꼽는다. 김 교수가 저본을 삼은 것은 1959년 중화서국의 표점본. 마오쩌둥이 중국 통일 뒤 사학전공자를 소집해 작업한 것이다.

이번 한글본은 1994년 초역본을 낸 이래 10여년에 걸쳐 재번역한 것이다. 김 교수는 <사기열전>, <사기본기>, <정관정요> 등을 번역하면서 안목을 높인데다 새로운 학문성과를 반영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번역하면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수십번도 더 들었다는 그는 교정 보는데만 1년반이 걸렸다고 넌더리를 냈다. 들인 품에 비해 빛이 나지 않는 일이 번역일. “논문이 100이면 번역은 50밖에 연구실적으로 인정을 안해 줘요. 힘은 거의 네 배가 드는데 말입니다.” 관점이 통일돼야 하기에 공동작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지론이어서 번역작업은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 고전 전공자가 적어 제자들 도움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 그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잘 자라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 김원중 교수
배송지의 주석을 왜 번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걸 왜 해야 하느냐고 힐문했다. “그것이 소략한 원본을 풍부하게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번잡하고 초점이 없어요. 게다가 엄밀성이 떨어지고 흥밋거리를 많이 삽입해 원전의 의미를 흐렸다고 봅니다.” 한글판은 배송지가 아닌 김원중의 연구결과와 관점이 들어간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자부심이 배었다.

“우리도 번역에서 정본을 인정해야 합니다. 서양에서는 1800년대에 이뤄진 제임스 레게의 유교경전 번역본을 정본으로 널리 인용하고 있어요.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어느 것을 정본으로 삼아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는 거죠. 논어만 해도 서로 인정하지 않아 번역본이 50여종이나 돼요. 그러니 엉뚱하게 양백준이나 리저허우 같은 이의 것이 판을 치는 거죠.”

다른 사서를 일일이 찾아서 만든 ‘삼국지 관직사전’은 독자들한테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인덱스를 못 넣은 게 못내 찜찜하다면서 다음판에라도 넣고 싶다고 말했다.

“조조? 참 대단한 인물입니다. 전략이면 전략, 행정이면 행정, 냉철한 현실감각에다 시인이기도 하지요. 유비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고 배신자에다 부화뇌동자에 불과하죠. 그런데 영웅이라니요.”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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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3-1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단편단편 에피소드만 알고 있을 뿐. 보게 되면 가볍게 만화삼국지를 읽을까? 이러고 있었는데, 이 기사를 보니 책에 관심이 간다. 대체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 ㅡ.ㅡ;;;
 

위안부 할머니 두번 울린 음란광고
[매일경제 2007-03-16 20:02]    
'섹스파트너를 구하는 가장 빠른 길!'

'야동'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음란 문구지만 뜻밖에도 한국정신대연구소 홈페이지에 있는 광고문이다.

한국정신대연구소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주요 단체가 게시판에 올라오는 이 같은 낯뜨거운 광고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대협은 하루 평균 게시되는 성인광고만도 50~60건에 이른다. '나이는 21세고요. 키는 162㎝의 날씬한 몸…' '한번 만날 때마다 용돈처럼 주셔도 괜찮아요' '대학생이고요, 서울분 원합니다' 등 한눈에 보기에도 민망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정대협 측은 발견 즉시 삭제하고는 있지만 같은 내용을 복사한 후 계속 붙여서 게시하는 음란성 '도배' 광고로 몇 페이지를 채울 때도 부지기수다.

정대협을 포함한 이들 단체는 글을 작성한 사람에게 항의 이메일도 보내고, 공지를 올려 "정신대 할머니들의 아픔을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 된다"고 훈계도 봤지만 도무지 속수무책이다.

특히 지난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망언 이후 성인광고 게시건 수는 더욱 늘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며 관련 사이트 접속 수가 증가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보다 많은 사람이 광고글을 클릭하도록 유도하려는 속셈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인권단체 정대협의 강주혜 사무처장은 "한평생을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는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고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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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3-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심도 없고, 생각도 없고, 철도 없고, 경우도 없고, 예의도 없고... 대체 가진 게 뭐니?

비로그인 2007-03-1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개념없는 사람들이군요.
'정대협'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것은 진작에 신고했든가, 스팸성 글이 게시되지
못하도록 원초적으로 막는 시스템을 놨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쯧-
성의 부족입니다.

마노아 2007-03-1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강력한 대응을 해줘야할 듯 해요. 정말 쓴맛을 봐야지 정신차릴 듯 합니다..;;;

무스탕 2007-03-1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조직의 쓴 맛을 보여줘야겠네요 --++

마노아 2007-03-1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보여줘야 합니다.(>_<)
 

[사람이야기]
구리구리한 헌책방은 가라~ 신림동 고시촌에 ‘대형 헌책방’ 문 열어
낯선 이들에게 ‘세상의 모든 책을 삽니다’ 이메일 보내기도
하니Only 박주희 기자
» “책을 좋아하고, 그리고 헌책 사업이 돈이 된다”고 믿는 김종건씨. ‘나름대로 잘나가던’ 연봉 1억원의 외국계 회사를 관두고 미련없이 헌책방을 열었다.

» 옛날책과 새책이 공존한다. 묵은내가 풀풀나는 고서는 임자만 잘 만나면 서고의 주인공으로 자리잡는다.

서너평 남짓한 가게 입구에는 과월호 잡지들이 쌓여 있다. 문 앞에서부터 빽빽히 들어찬 책들로 가게 안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책꽂이에 꽂혀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사람 키높이 만큼 쌓아올린 책더미는 허리를 숙여서, 책을 한 권씩 살펴봐야 한다. 30분이고, 1시간이고 책방 안을 서성거려도 주인은 말 한마디 걸어오는 법이 없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주인은 물어보지 않아도 헌책방만 20년 혹은 30년을 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헌책방’하면 떠오르는 풍경이다. 그나마 이런 헌책방들도 서울 청계천 주변에 몇 군데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다. 새 학기가 되면 중고생들로 북적이고, 인문학 책을 사려고 대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풍경은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이런 헌책방 업계에 도전장을 낸 이가 있다. 김종건(39)씨는 올 초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헌책방을 새로 차렸다. 분명 헌책방이라고 했는데 간판에는 ‘대형매장’이라고 쓰여 있다.


‘헌책방이 그면 얼마나 크다고 대형매장이라고 하냐’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책방에 들어서면 적잖게 놀란다. 우선 ‘헌책방’과는 어울리지 않게 자동문이 스르르 열린다. 60평 규모의 매장은 꽤 규모가 있는 서점처럼 분야별로 책을 갖추고 있다. 손때 묻은 책들이지만 보기 좋게 분류가 돼있고, 군데군데 편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도 마련돼 있다. 은은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소리를 따라가보면 한 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빛바랜 엘피 음반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만권 되는 책에다, 엘피판도 줄잡아 2천장은 된다고 한다. 각종 잡지와 여행책은 작은 방을 만들어 따로 모아뒀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에 공간을 빌려주려고 꾸몄단다.

» 지하 1층에 자리잡은 ‘도동고서(道洞古書)’의 입구. 도동(道洞)은 주인 김씨의 10대 선조이신 김굉필 선생을 모신 경북 달성의 도동서원에서 따원 이름이라고 한다.

» 엄마 손에 이끌려 서점을 찾은 아이들은 복잡한 서고가 놀이터가 된다. 새학기를 맞아 책을 사러 온 어머니가 책을 고르는 사이 남매는 즐겁기만 하다.

“연봉 1억원 받던 직장 때려치고 헌책방 차려”

김씨는 이 헌책방을 차리느라 억대의 넘는 돈을 들였다. 누가 봐도 큰 돈벌이가 될 것 같지 않은 헌책방에 그가 목돈을 투자한 이유는 뚜렷하다. 김씨는 “헌책 사업이 돈이 된다”고 믿는다. 게다가 그는 스스로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연봉 1억원을 받으며 ‘나름대로 잘 나가던’ 외국계 생명보험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만큼 미련없이 헌책방 주인으로 변신했다.

확신만 가지고 무턱대로 책방을 차린 건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오랫동안 헌책방을 해온이와 동업을 하며 ‘헌책방 경영 수업’을 받았다. 헌책의 유통경로를 파악하고 현장에서 책을 사고 팔면서 경영 노하우를 익힌 셈이다. 그러면서 헌책 사업이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에 과감히 책방을 차렸다.

“헌책을 마치 고물취급하듯 유통시켜서는 책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공급할 수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좋은 책을 찾고, 꼭 필요한 이들에게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습니다.”

» 2천여장의 음반은 책을 찾고 읽는 손님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감싼다.
» 책을 정리할때 끼는 휜장갑. 얼마나 많은 책들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가 이 손길을 통해 빛을 봤을까?


“헌책을 고물취급 유통해서는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애정을 가지는 건, 오래된 책들이다. 그는 “합리적인 책 유통경로가 없어서 집에 있는 고서들이 고물처럼 헐값에 팔려나가서 폐지가 되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헌 책을 고물취급하다 보니 희귀한 책들이 연구자들에게 조차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좋은 책을 알아보려면 상당한 지식인 필요한 데도 ‘실력있는 젊은이’들은 헌 책방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헌책방 업계는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게 김씨의 분석이다.

김씨는 책방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릴 틈이 없다. 집에 좋은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개인들을 찾아다니며 책을 모으느라 항상 바쁘다. 낮에 책방을 지키는 건 아내 몫이다.

문을 연지 석달째 접어들면서 책방을 찾는 이들이 꽤 있다. 신기하게도 그가 ‘좋은 책’을 구해다 놓으면 그 책은 틀림없이 며칠 만에 팔려나간다. 책을 대충 쌓아둘 때와 보기 좋게 분류해서 진열해 둘 때 매출에 확연하게 차이가 난단다. 좋은 책을 쉽게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여느 헌책방과 달리 인테리어와 책 진열에 적잖게 신경을 쓰는 이유다.

» 책방 한쪽 구석에는 정리 되지 않은채 쌓여있는 헌 책도 많다. 이런 곳에서 책을 찾는 일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책 들을 둘러보다가 대학교 1학년때 첫미팅했던 여학생이 생일날 선물로 준 최인훈의 <광장>을 만났다. 웬지 반가운 마음에 샀다. 주인장은 그냥 가져 가란다. 지갑을 들고 ”공짜로는 안 가져간다”고 버텼더니 2천원 달라고 한다. 취재 마치고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의 고독이 새록새록 쌓인다.

» 김종건씨와 부인 이홍금(39) 동갑내기 부부가 함께 책을 정리하고 어려움을 나눈다.

손님들과 이야기 꽃에 ‘행복’…고서 뜻풀이 해주는 손님도 있어

무엇보다 김씨는 책방 주인으로 전업을 한 뒤 매일 행복하다. 평소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는 것도 좋지만, 책을 사고 팔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꽤 깊이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선곡한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 작곡을 전공하는 학생이 그 음악에 얽힌 역사를 들려주기도 하고, 고서를 들고와서 그에게 뜻풀이는 해주는 손님도 있다.

김씨가 ‘세상의 모든 책을 삽니다’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보면 그의 꿈을 읽을 수 있다.

“저는 중고서적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너무나도 아까운 책들이 우리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또한 가정에서 보지 않는 책 중에 다른 분들이 애타게 찾는 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책들의 새로운 만남을 주선하고 싶습니다. 뜻을 같이 하실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02) 872-7326.

» 책방 공간을 엄숙하게 장식하는 클래식 선율을 빚어내는 멕켄토시 전축.
» 책장 한쪽에 있는 타자기.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이든 탓일까?


글 · 〈한겨레〉온라인뉴스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사진 ·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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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1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한겨레 신문에서 이 기사 봤습니다. 정말 책을 좋아하시는 사장님이시네요. 저같으면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지 못했을텐데 역시 다르기는 다른가 봅니다. 책을 사랑하시는 분은 역시 돈과는 관계없이 책 자체만을 사랑하시는 것 같아서 이 기사보면서 마음에 흡족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마노아 2007-03-17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분이시죠. 책을 정말 사랑하지 않고는 저런 결단을 못 내릴 텐데 말예요. 크게 잘 되어서 더 많은 분들이 좋은 책을 더 많이 만났으면 해요. 산타님도 주말 시간 즐거이 보내셔요^^

홍수맘 2007-03-1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용기는 선택이네요. 그리고 정말, 정말 잘 됬으면 좋겠어요. 혹시 저희 홍/수네 가족이 서울로 가게되면 꼭 방문하고 싶어지는데요?

마노아 2007-03-1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 분이죠. 일종의 '사명 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