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오래 기억하고, 그치지 않고 분노하기

 

참사 직후, 우리는 참혹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뜻을 되새기기 위해 여기에 다시 싣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다. 무너진 것은 국가 안전 시스템만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일의 뜨거움과 생명 가진 것들의 존엄 자체가 냉혹한 이윤과 차가운 권력 앞에서 침몰해버렸다. 말의 질서와 말의 윤리를 믿는 작가들이 더욱 망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의 힘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피폐를 응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국가가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들의 박해받는 슬픔이 가진 생명력을 믿고자 한다. 여전히 말은 무력하고 인간을 위한 세상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 먼 곳이 반드시 가야 할 길임을 알기에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

문학은 본래 세상의 모든 약한 것들을 위한 것이고 세상의 가장 위태로운 경계에 대한 증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 기억하고, 그치지 않고 분노하며 끈질기게 싸울 것이다. 이러한 문학의 언어를 두려워할 줄 아는 권력을 원한다. 정권의 안위가 아니라 위임받은 권력의 책임에 민감한 정부를 원한다. 이 정부를 허용하고 방임한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자인하며 그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무능하고 진실을 억압하는 데에는 능란한 정부의 자격을 캐물을 것이다.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나서는 오만과 착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누가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주었단 말인가.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가를 참칭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그 착각을 허락한 적이 없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만 지킬 것을 요구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세월호에서 가족과 친구와 연인을 잃은 비통한 슬픔을 디딤돌 삼아 우리는 이렇게 다짐한다. 우리의 자존을 겁박하는 권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모든 부정에 회피하지 않고 맞설 것이다. 우리의 미래와 사랑을 자본에게 통째로 맡기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희망을 퍼뜨리면서 절망과 싸울 것이며 사랑을 지키면서 억압을 깨뜨릴 것이다. 정의를 말하면서 협잡을 해체할 것이며 공동체를 껴안으면서 권력의 폭력을 고발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라면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이것이 문학의 윤리이며 문학이 말하는 자유임을 믿기 때문이다.

*

따라서 이 시집은 우리의 슬로건이다. 맹골수도 검푸른 바닷속에 잠든 영혼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_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 2014년 6월 2일 문학인 시국 선언 「우리는 이런 권력에게 국가 개조를 맡기지 않았다」 일부 발췌. - 8-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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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의 꿈 전시회를 다녀왔다. 다녀온지 조금 지났지만 이제사 정리해 본다. 


서촌갤러리는 예전에 언니가 운영하던 가게에서 한정거장 정도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이날은 몇 가지 계획이 있었다. 먼저 중국집 '중국'에 가서 점심을 먹는 거였다. 화교가 운영하는 중화요리 전문점인데, 하루에 딱 100인 분만 판다. 모두가 곱배기를 먹으면 50명으로 영업 끝내는 그런 집이라고, 탁피디의 여행 수다에서 들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은 일품이라기에, 게다가 내가 아는 동네라서 언니와 조카들과 함께 작정하고 다녀왔다. 하지만 내가 간 날은 하필 여름 휴가 기간..ㅜ.ㅜ




(이 사진 안에 나의 동행인이 다 담겼구나!)


이 중국집 '중국'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우당 이회영 기념관이 있다. 전날 아해들에게 단기 속성으로 독립운동가들 책을 읽히고 나온 참이었다. 이회영 기념관 사진은 나중에 다시 정리하기로 하고 패쓰~


많이 더웠고 많이 배고팠기에 근처 수타면 중국집에서 맛도 없고 양도 적지만 가격은 비싼 점심을 먹고, 서촌 갤러리로 향했다. 



1층에서 2층 올라가는 계단에 걸려 있던 사진이다. 이렇게 싱그러운 아이들이었다.ㅜ.ㅜ


난파된 교실

 

나희덕

 

아이들은 수학여행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복을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공장의 유니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로 된 감옥에서 입게 될 수의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끝까지 어른들의 말을 기다렸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누군가 이 말이라도 해 주었더라면

몇 개의 문과 창문만 열어 주었더라면

그 교실이 거대한 무덤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수학여행중이었다

파도에 둥둥 떠다니는 이름표와 가방들,

산산조각 난 교실의 부유물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지만

배를 지키려는 자들에게는 한낱 무명의 목숨에 불과했다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순간까지도

몇 만 원짜리 승객이나 짐짝에 불과했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사랑하는 부모가 있었지만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햇빛도 닿지 않는 저 깊은 바닥에 잠겨 있으면서도

끝까지 손을 풀지 않았던 아이들,

구명복의 끈을 잡고 죽음의 공포를 견뎠던 아이들,

아이들은 수학여행중이었다

죽음을 배우기 위해 떠난 길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교실에 갇힌 아이들이 있다

책상 밑에 의자 밑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다리와

유리창을 탕, 탕, 두드리는 손들,

그 유리창을 깰 도끼는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가 - 65쪽



여동생과 자신을 그린 그림이다. 이 모든 그림들을 고이 보관해 오신 부모님의 정성이 뜨겁고, 그래서 눈시울은 더 뜨거워진다. 


화인(火印)


도종환

비 올 바람이 숲을 훑고 지나가자

마른 아카시아 꽃잎이 하얗게 떨어져 내렸다

오후에는 먼저 온 빗줄기가

노랑붓꽃 꽃잎 위에 후드득 떨어지고

검은등뻐꾸기는 진종일 울었다

사월에서 오월로 건너오는 동안 내내 아팠다

자식 잃은 많은 이들이 바닷가로 몰려가 쓰러지고

그것을 지켜보던 등대도

그들을 부축하던 이들도 슬피 울었다

슬픔에서 벗어나라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섬 사이를 건너 다니던 새들의 울음소리에

찔레꽃도 멍이 들어 하나씩 고개를 떨구고

파도는 손바닥으로 바위를 때리며 슬퍼하였다

잊어야 한다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눈물을 털고 일어서자고 쉽게 말하지 마라

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

남쪽 바다에서 있었던 일을 지켜본 바닷바람이

세상의 모든 숲과 나무와 강물에게 알려준 슬픔이었다

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 있을 아픔이었다

죽어서도 가지고 갈 이별이었다 - 67쪽 



고만고만한 나이에 모두가 그렸을 법한 고만고만한 그림이었다. 그래도 부모 눈에는 대견했고 예쁘고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왜 아니 그랬겠는가. 그렇게 애정으로 간직해온 그림들은 이제 유품이 되었다. 이조차도 없는 유족들은 이렇게 추억할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것을 한없이 부러워하게 되었다. 죽어 나온 시신을 찾은 부모를 부러워해야 하는,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들처럼......


부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4월 16일 이후

 

박찬세

 

선원을 선원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선장을 선장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사장을 사장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해경을 해경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장관을 장관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총리를 총리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배를 배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바다를 바다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파도를 파도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너희들을

꽃 같은 너희들의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되었다 - 77쪽




세월호 최후의 선장 박지영

 

백무산

최초에 명령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가만있으라, 지시에 따르라, 이 명령은

배가 출항하기 오래전부터 내려져 있었다

선장은 함부로 명령을 내리지 말라, 재난대책본부도

명령에 따르라, 가만있으라, 지시에 따르라

 

배가 다 기운 뒤에도 기다려야 하는 명령이 있다

목까지 물이 차올라도 명령을 기다리라

모든 운항 규정은 이윤의 지시에 따르라

침몰의 배후에는 나태와 부패와 음모가 있고

명령의 배후에는 은폐와 조작의 검은 손이 있다

이 나라는 명령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걸 기억하라

열정도 진정성도 없는 비열한 정부, 입신출세와

대박 챙길 일밖에 아무 관심도 없는 자들의 국가,

선장은 단순잡부 계약직, 장관은 단순노무 비정규직

그들이 내릴 줄 아는 명령은 단 한 가지뿐

가만있으라, 명령에 따르라

 

저 환장하도록 눈이 부신 4월 바다를 보면서

아이들은 성적 걱정이나 했을까

지시를 어기고 멋대로 뛰쳐나간 너희들 반성문 써야 할 거야

물이 목에 차올라오는데, 이러면 입시는 어떻게 되는 거지, 걱정했을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서해훼리호가 침몰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하철이 불타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분노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슬픔은 장마처럼 지나가고

아, 세상은 또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재난 따윈 나쁜 것만도 아니라는 저들

촛불시위와 행진과 민주주의가 더 큰 재난이라 여기는

저들이 명령을 하는 동안은, 결코

 

뒤집어라, 뒤집힌 저 배를 뒤집어라

뒤집어라,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탐욕으로 뒤집힌 세상, 부패와 음모와 기만으로 뒤집힌 세상

이게 아닌데, 이럴 순 없어, 뒤집지 못한 우리들

가슴을 치며 지켜만 봐야 하다니, 회한의 눈물을 삼키며

우리가 너희들을 다 죽이는구나, 뒤집어라,

폭력과 약탈로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어 저 죽음을 뒤집어라

뒤집지 않고서는 살리지 못해 저 죽음의 세력을 뒤집어라

 

뒤집힌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그들

돌아앉아 돈이나 세고 있는 그들

자살 행렬은 내 알 바 아니다 약속을 뒤집고

경제 민주화에서 뛰어내려 저만 살겠다고 달아난 그들

이미 구원받은 사람만 구원하는 정치

아이들과 약자들을 외면하고 가진 자들과

힘 있고 능력 있는 자들만 구출하는 구원파 정부

자기 패거리만 구원하고 나머지는 연옥에 밀어 넣는

구원파 정당들, 새나라구원당들

아, 뒤집히고 나서야 보이다니

저들과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배를 타지 않은 자를 선장으로 뽑다니!

 

뒤집어라, 그들의 명령과 지시를

그리고 저 고귀한 지시를 따르라, 승객을 버리고

선장과 노련한 선원들이 첫 구조선으로 달아난 그 시각

선원은 마지막까지 배를 지킨다! 구명조끼를 벗어 주고

한명이라도 더 구하려다 끝내 오르지 못한 스물두 살

4월을 품은 여자 박지영, 그가 최후의 선장이다

그 푸르른 정신을 따르라, 뒤집어진 걸 바로 세우게 하는

죽음을 뒤집는 4월의 명령을! - 83쪽



단란했던 저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근처까지라도 가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중국 관광객도 다가가서 얼마든지 사진을 찍어가는 청와대까지, 세월호 유족은 경찰들의 제지로 접근하지 못한다. 아득하게 보이는 소중했던 저 시간만큼 멀게 느껴진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송경동


돌려 말하지 마라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

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다

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들의 모든 삶에서

평형수를 덜어냈다

사회 전체적으로 정규적 일자리를 덜어내고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성을 주입했다

그렇게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노동자 세월호에 태워진 이들이 900만 명이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안전'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어야 할 곳들을 덜어내고

그곳에 '무한 이윤'이라는 탐욕을 채워 넣었다

이런 자본의 재해 속에서

오늘도 하루 일곱 명씩 산재라는 이름으로

착실히 침몰하고 있다

생계 비관이라는 이름으로

그간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알아서 죄초해가야 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이들이 지하 선실에 가두어진

이 참혹한 세월의 너른 갑판 위에서

자본만이 무한히 안전하고 배부른 세상이었다

그들의 안전만을 위한 구조 변경은

언제나 법으로 보장되었다

무한한 자본의 안전을 위해

정리해고 비정규직화가 법제화되었다

돈이 되지 않는 모든 안전의 업무가

평화의 업무가 평등의 업무가 외주화되었다

경영상의 위기 시 선장인 자본가들의 탈출은 언제나 합법이었고

함께 살자는 모든 노동자들의 구조 신호는 외면당했고

불법으로 매도되고 탄압당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자본의 이동은 언제나 자유로운 합법이었고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만 전가되었다

그런 자본의 무한한 축적을 위해

세상 전체가 기울고 있고 침몰해가고 있다

그 잔혹한 생존의 난바다 속에서

사람들의 생목숨이 수장당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돌려 말하지 마라

이 구조 전체가 단죄받아야 한다

사회 전체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 처참한 세월호에서 다시 그들만 탈출하려는

이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위험한 세월호의

선장으로 기관장으로 갑판원으로 조타수로 나서야 한다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평형수로 에어포켓으로

다이빙벨로 긴급히 나서야 한다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이 자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 89쪽



별이 되어라

 

이선식

 

느닷없이 날아든 이 청천벽력은 무엇인가.

꽃들을 싣고 봄 바다로 나갔던 배가

탐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가슴속에 키워오던 무궁무진한 사랑을 보여줄 시간도 없이

어린 꽃들의 꿈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저 무지막지한 폭력은 무엇인가.

 

하얗게 질린 꽃들의 마지막 절규가

공기 방울로 떠오르는 순간에도

밥그릇의 크기를 가늠하던 저 어처구니없는 시대의 불온

도착한 구조대가 형식만을 구조하는 동안

영원한 침묵이 되어 꽃들이 떠올랐다.

 

드러나는 탐욕의 거미줄

얽히고설킨 저 암흑의 거미줄을 모른 체한다면

이 땅에서 봄을 영원히 지워버리겠다는 침묵

시간의 밀봉성을 믿고 기억이 연소될 때까지만 기다리면

결국 슬픔도 관심도 뿔뿔이 흩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의 파고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무거운 침묵들을 보라

이 어처구니없는 참혹을 잊는 순간 또 다른 참혹이 오나니

하늘을 속인 저 전대미문의 배반을 잊지 말자.

 

파란 대문과 전봇대와 낡은 자전거가 있던 익숙한 골목도

먼발치 어여쁜 소년 소녀를 기다리던 정류장도

가지마다 빼곡하게 꽃망울이 맺히던 교정도 다 그대로인데

모두들 어디로 갔느냐.

 

억울하게 지워진 희망들아

이 언어도단이 밝혀질 때까지는

그 무슨 목표 달성도 복지 사회도 어떤 허울 좋은 구호도

대한민국이란 이름 위에 정당화될 수 없단다.

 

잠재적 빛이었던 아이들아

끝내 돌아오지 못한 우리의 내일이었던 영혼들아

이 불온한 세상을 밝히는 별,

별이 되어라!

거역할 줄 모르던 환한 얼굴들아, 순박한 이름들아 - 123쪽



예슬이는 구두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아이의 습작 노트를 가지고 실제 디자이너가 구두를 만들었다. 자신의 상상속 구두가 실물이 되어 세상에 선을 보였는데, 정작 그 창조자는 이 작품을 보지 못한다. 하늘 나라에서, 내려보고 있을까.



무거워 보이긴 하는데, 뒤축이 아주 단단한 재질로 되어 있어서 높은 굽에도 불구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화면에는 김장훈과 이보미 양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거위의 꿈'이 반복해서 흘러나왔고, 예슬이의 육성도 같이 나왔다. 왜 구두가 좋은지 또박또박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야무진 목소리... 이리 꿈많은 아이들이, 또 많은 꿈을 꾸었을 희생자들이 처참하게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건 단지 304개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한 세계의, 한 우주의 침몰이었다.



이 닭대가리들아!

 

최종천

 

세월호 참사 후에 무슨 이런 나라가 있냐고,

도대체가 한심한 나라라고, 나라 원망하는 소리가 들린다.

크게 한스러운 나라 대한민국의 백성들아

이 닭대가리들아 들어라

그러니까 너희가 나라 원망을 하는 그 배경에는

나라는 곧 대통령이나 어떤 책임자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야 나라를 원망할 수는 없다.

단언컨대, 이 닭대가리들아 들어라!

나라니 국가니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산천이나

금수강산을 흐르는 물이나 공기가 아니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 백성이 나라이며 국가다

고로, 백성은 바꿀 수 없으나

군주는 바꿀 수 있다고 노자인지 맹자인지 공자인지

아니면 예수인지 마르크스인지 하는 분이 말했다.

그러므로 나라를 대통령이나 아니면 어떤 누구라고 생각하고

그를 원망하다 보면 우리는 반성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어쩌다가 대마도 그 좋은 섬이 일본의 수중에 들어갔을까?

반성이 없으면 개념이 서지 않는다. 영토라는 개념이 없기에

어영부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마도를 일본에 주어버린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는 이 지경이 된 것이냐?

나라를 대통령이나 어떤 개인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우리는 그에게 복종하게 된 것은 아닌가?

거기에는 무엇보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있다.

오! 우리는 반공의 포로다. 반공 이데올로기의 노예다.

반공을 잘만 하면 국회에 나가거나 출세를 하거나

최소한은 편하게 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랫동안 그를, 개인을 갈아 치우지 못했다.

 

이 닭대가리들아, 나라는 바로 너 자신, 백성이다.

그러니 주체성을 회복하라,

그를 원망만 하지 말고 갈아 치워라,

그가 눈물을 보일지라도 믿지 마라,

우리 조선인은 아주 유별나게도

정에 약한 존재다.

하느님 맙소사! 우리의 주 정서가 정과 한이다.

20세기 대명천지에 정과 한으로는 되는 것이 없다.

그들이 아직은 애도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느냐,

가만히 있어야 안전하다고 하지 않느냐.

이제 슬퍼하지 말고 분노할 일이다.

슬픔의 보자기로 닭대가리를 감싸주면 조용해진다.

곧 목이 비틀리고 깃털이 뽑히고 그들의 밥상에 오를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닭대가리들아 국가와 나라는 너 자신임을 알라.

하다못해 어떤 물건도 디자인이 구식이고 유지비가 더 많이 들어가면

즉시 바꾸는데, 그가 대통령이든 누구든

갈아 치우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곧 나라요 국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예가 되어버린 지금 최고의 가치는 돈과 권력

돈과 권력은 대한민국의 절대적 원칙이다.

반공이 국시의 제일이 아니라 돈과 권력이 제일의 국시다.

반공이란 돈과 권력을 사수하는 방패다.

분단이 돈과 권력을 유지해주는데

저들이 통일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분단의 상황에서 근원적인 자유는 발견할 수가 없고

개인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곧 돈과 권력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세월호의 참사는 돈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세월호는 서서히 침몰해갔다. 처음에는 가로로 길게

몸을 뒤척이며 누웠다가 서서히 엎어진 다음에

선미가 먼저 바다 밑으로 아주 서서히 가라앉았다.

우리는 화면에서 공기를 토해내며 물을 마시며

호소하는 세월호 선체의 몸부림을 무려

두어 시간 동안이나 보고 있었다. 이미 여덟 시 이전부터

배는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고 한다.

세월호가 공기를 토해내며 물을 마시며 서서히 침몰한 직후

희망이 제조되었다. 선체 안에 에어포켓이 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과학적인 듯한 그 말에 미련을 두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배가 공기를 토해내고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도

백성은 애써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러나 갇힌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는 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살아서 구조된다면 바닷속으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돈을 벌 수가 없다.

그러나 죽어서 건져내면 위험한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돈이 되는 것이다.

즉시 바다에 들어가겠다는 민간 잠수부들을 막았다고 한다.

명분과 실리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서 건져 올려질 때

그것은 선체 안에 에어포켓이 없었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

그러나 에어포켓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없을 것이라는 말은 없었다. 에어포켓은 돈을 벌기 위해 조작된 것이다.

보라 그들이 이렇게 백성을 속이고 기만한다.

국가가 그들이라고 생각하는 한에는

우리는 에어포켓이 있다는 그들의 말을 믿게 된다.

대한민국에 에어포켓은 없다.

 

이 닭대가리들아! 나라나 국가는 바로 백성, 우리 자신이다.

고장 나서 못 쓰게 된 기계나 떨어진 신발을 바꾸듯이

단호하게 그를 갈아 치워라!

그리하여 진정한 백성이 되라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단 하나

노예들만 있지 백성이 없다는 것이다. -167쪽 



남자 친구와 함께 입고 싶었다던 디자인도 옷으로 제작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소재의 치마였는데, 예슬이의 디자인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구두와 달리 옷은 실물이 디자인보다 덜 예뻐보였음...



누군가 물었다

 

허수경

 

택시 기사가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빵집 아가씨가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치과 의사가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집 앞을 쓸다가 마주친 이웃이 물었다,

당신의 고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나도 모른다, 고 말하는데

눈물이 났다

사람들이 바닷속에 있어요

엄마들이 울고 아빠들이 울고

삼촌 친구 짝사랑하던 소녀가 울고

잠수부가 울고

다 우는데 아무도 몰라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원한 실종을 완성할 일이

제 고향에서 일어났는지도 몰라요

 

택시 기사 빵집 아가씨 치과 의사 이웃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독일 어느 마을에 사는 작은 동양 여인의 고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은 모른다고 말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이건 무의식 뒤 모든 배반의 손들이 합작해서 판

무덤은 아니었을까요

그 앞에 서서 우는 사람들의 영혼마저

말려버리는 사막의 황폐함은 아니었나요

 

이십 년 동안 독일에 살면서

망설이면서도 포기한 적 없던

내 얼굴의 고향은 서러웠다

길게 울었다 눈앞에 없는

바다 앞에서

고향의 수박등이 흔들렸다. -179쪽



나도 어릴 적에 날마다 공책에 이런 집 구조도를 그렸었다. 내가 살고 싶었던 집, 내가 갖고 싶은 내 방. 우리 집에 있었으면 하는 가구들을 배치해 놓고 상상하며 즐거워 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리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더 이상 그리지 않았다. 상상하고 그리는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알아버려서였을까? 아니면 고등학생이 되니 공부하기 바빠서였을까.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시

 

휘민

 

잔인한 계절에는 유월에도 눈이 내린다

새하얀 눈은 책갈피 사이에도 소복이 쌓여

이 계절의 독서는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그날

수학여행을 떠난 너희들은 끝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너희들이 손가락 부러져라 닫힌 철문을 긁고 있을 때

승객을 버린 선장은 제일 먼저 구조되어 젖은 돈을 말렸다

엄마들이 번호표를 들고 항구에서 너희들을 기다릴 때

공무원들은 사망자 명단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뒤늦게 대책본부를 방문한 그들의 보스는

무릎 꿇고 절규하는 모정을 외면한 채 책임자 색출만 지시했고

해경은 구조를 기다리는 뜨거운 목숨들을 주검으로 인양했다

누군가는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누군가는 없는 죄도 만들려 안달이었다

그사이 사고는 참사가 되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모두가 아픈데 그들만 아프지 않았다

 

우리가 이성을 욕망하는 순간에도 세월은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었다

실종자 수는 그대로 사망자 수가 되었고 탑승자 수는 자주 번복되었다

그사이 너희들은 학생증을 목에 건 채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은 채 뭍으로 건져 올려졌다

자식에게 나이키 신발을 사줄 수 없었던 부모는

달이 바뀌어도 남도의 낯선 항구를 떠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가슴에 노란 리본을 매달고 미안함에 울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데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아무리 울부짖어도

한번 고꾸라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에서 멈춘 채 야만의 시간을 표류하고 있었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에

후득후득 차가운 눈발이 들이친다

우리가 넘기려 했던 책장에도 시린 눈꽃이 떨어진다

우리의 생가슴을 열어 소금 결정이 된 너희들을 뿌린다

쉼표조차 함부로 쓸 수 없는 시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시

그것이 바로 너희들이기에 -188쪽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들이 남긴 흔적들이 갤러리 곳곳에 적혀 있고, 붙여 있고, 덩그마니 놓여 있었다. 잊지 않겠다고, 꼭 기억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목소리들이었다. 잊지 말자. 제발 잊지 말자. 


발문

 

이제,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김윤태(문학평론가)

 

패전 후 전범 재판에서 일본의 군인과 정치가들 대부분은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사실 전쟁 중에 내려졌던 모든 명령은 천황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나, 전승국인 미국은 천황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았다. 결국 아무도 전쟁의 책임을 지는 자가 없었다. 누군가 이를 가리켜 ‘무책임의 체계’라고 했듯이, 이는 전쟁의 책임을 일부 지도자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전 국민이 그 책임을 평등하게 지고 반성하자고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형국이 된 셈이다.

(...)

이제 정부에서는 수습을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제일 먼저 내놓은 카드가 해경 해체다. 또 책임지지도 못한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한다. 그러더니 급기야 ‘국가개조론’까지 들고 나온다.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재난 자본주의’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참으로 끔찍하다. 재난의 절망 위에 꽃피는 자본의 음험한 욕망이라니! 이것은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 아니겠는가. -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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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1 0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1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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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했을 때는 피아니스트 이희아가 막 연주를 마치고 뜻밖에도 노래를 부르던 시점이었다. 이어서 여러 시인들이 단위에 올라왔고, 자신들이 쓴 시를 거의 울면서 읽어냈다. 시인의 육성으로 듣는 시는 그 자체로도 뜨거운데, 그것이 하물며 침몰된 사람들을 향해서 쓴 것이니 오죽이나 절절할까. 


기다리래

김기택

 

  기다리래​. 6835톤 배가 뒤집히는 동안, 뒤집힌 배가 선수 일부분만 남기고 가라앉는 동안, 기다리라는 방송만 되풀이 하고 선장과 선원들이 빠져나가는 동안,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꼼짝 말고 기다리래. 해경은 침몰하는 배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하고 급히 구조하러 온 UDT대원들과 민간 잠수사들을 막고 있지만, 텔레비전은  열심히 구조하고 있으니까 안심하고 기다리래. 오지 않는 구조대를 기다리다 지친 컴컴한 바닷물이 먼저 밀려들어 울음과 비명을 틀어막고 발버둥을 옥죄어도, 벗겨지는 손톱과 부러지는 손가락들이 닥치는대로 아무거나 잡아당겨도, 질문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래. 바닷물이 카카오톡을 삼키고, 기다리래를 삼키고, 기다리래를 친 손가락을 삼켜도, 아직 사망이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래. 엄마 아빠가 발 동동 구르며 울부짖어도, 구조된 교감 선생님이 터지는 가슴에다 목을 매어도, 유언비어에 절대로 속지 말고 안내 방송에만 귀 기울이며 기다리래. 죽음이 퉁퉁 불어 옷을 찢고 터져 나와도, 얼굴이 부풀어 흐물흐물해져도, 학생증엔 앳된 얼굴이 고스란히 남아 잇으니, 손아귀에 그 얼굴을 꼭 쥐고서 기다리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맹골수도 물속에서 기다리래.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방송은 안 나와요" 2014. 4. 16 단원고 학생의 마지막 카톡 메시지




[출처] 기다리래 / 김기택|작성자 dust47




아기단풍

 

 

                                         김해자

 

 

현관문 열어두마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네 방 창문도 열어두마 한밤중 넘어올지 모르니

수도꼭지 흐르는 물속에서도 쏟아진다 엄마 엄마 소리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빗줄기 뚫고 널 맞으러 가마

네가 오지 않으니 내가 가마 맨몸으로 가마 두들겨 맞으며 가마

물에 찍힌 음계를 밟고 나는 한 계단씩 내려가마

하얗게 부서지는 푸른 춤을 밟고 너는 오렴 오오 노래하며 와주렴

기다려 주렴 평생을 다해 네게로 헤엄쳐 가리니

벽이 된 바닥 미끄러지는 하늘 기어서 가리니

  


얼마나 추웠니 아가야 이리 오렴 젖은 기저귀 갈아줄게

다리 힘차게 차며 발랑거리는 아가,

알처럼 동그란 네 배는 내일을 낳지 못하겠구나

하나 피워 하나 지우는 물의 나이테처럼 영영 나이먹지 않겠구나

사랑해요 저를 용서하세요,

물에 찍힌 마지막 말.

말이 되지 못한 공기방울

사랑한다 아아 아가야 용서해다오 온통 눈물뿐으로

출렁이는 저 바다처럼 우우 우릴 절대로 용서하지 마라

  

기다려 너에게로 갈게.............

맹서뿐인 말이 끝난 곳

오늘을 불러올 태양이 없는 저 너머,

잎도 꽃도 피우지 않는 얼음정원

눈시울 붉은 아기단풍 꽃 꽃 꽃들


 소금 속에 눕히며 

 

                            문 동 만

 

억울한 원혼은 소금 속에 묻는다 하였습니다 
소금이 그들의 신이라 하였습니다

 

차가운 손들은 유능할 수 없었고 
차가운 손들은 뜨거운 손들을 구할 수 없었고 
아직도 물귀신처럼 배를 끌어내립니다 
이윤이 신이 된 세상, 흑막은 겹겹입니다 
차라리 기도를 버립니다 
분노가 나의 신전입니다 
침몰의 비명과 침묵이 나의 경전입니다

 

아이 둘은 서로에게 매듭이 되어 승천했습니다 
정부가 삭은 새끼줄이나 꼬고 있을 때 
새끼줄 업자들에게 목숨을 청부하고 있을 때 
죽음은 숫자가 되어 증식했습니다 
그대들은 눈물의 시조가 되었고 
우리는 눈물의 자손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곱 살 오빠가 여섯 살 누이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줄 때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을 먼저 보내고 
아가미도 없이 숨을 마칠 때 
아이들보다 겨우 여덟 살 많은 선생님이 
물속 교실에 남아 마지막 출석부를 부를 때 

죽어서야 부부가 된 애인들은 입맞춤도 없이

 

아, 차라리 우리가 물고기였더라면 
이 바다를 다 마셔버리고 살아 있는 당신들만 뱉어내는 
거대한 물고기였더라면

 

침몰입니까? 아니 습격입니다 습격입니다! 
우리들의 고요를, 생의 마지막까지 번지던 천진한 웃음을 이윤의 주구들이 
분별심 없는 관료들과 전문성 없는 전문가들이 
구조할 수 없는 구조대가 
선장과 선원과 또 천상에 사는 어떤 선장과 
선원들로부터의……습격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3층 칸과 4층 칸에 
쓰린 바닷물이 살갗을 베는 
지옥과 연옥 사이에 갇혀버렸습니다 
우리도 갇혀 구조되지 않겠습니다 
그대들 가신 곳 천국이 아니라면 
우리도 고통의 궁극을 더 살다 가겠습니다

 

누구도 깨주지 않던 유리창 위에 씁니다 
아수라의 객실 바닥에 쓰고 씁니다 
골절된 손가락으로 짓이겨진 손톱으로 
아가미 없는 목구멍으로 
오늘의 분통과 심장의 폭동을 
죽여서 죽었다고 씁니다 
그대들 당도하지 못한 사월의 귀착지 
거긴 꽃과 나비가 있는 곳 
심해보다 짠 인간과 인간의 눈물이 없는 곳 
거악의 썩은 그물들이 걸리지 않는 곳 
말갛게 씻은 네 얼굴과 네 얼굴과 
엄마아 아빠아 누나아 동생아 선생니임 부르면 
부르면 다 있는 곳


소금 속에 눕히며 
눕혀도 눕혀도 일어나는 그대들 
내 새끼 아닌 내 새끼들 
피눈물로 만든 내 새끼들 
눕히며 품으며 입 맞추며


가장 목메이게 했던 순서는 성우 안현서 씨와 영상 속 아이가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는 내용이었는데, 함께 했던 야곱도 나도 얼굴을 들지 못하고 한참 들썩였다. 맙소사, 오 맙소사...



감탄을 자아내는 샌드아트. 그러나 그 내용을 생각하면 서러워서 다시 눈물바람. 


유가족분들 몇이 무대 위로 올라왔는데, "엄마, 아빠, 내 동생 어떡하지"라고 말했던 학생의 어머니와 여동생이었다. 아, 그 육성을 떠올리는 순간 다시금 마음이 무너졌다. 어쩌지, 정말 어쩌지...



손에 찍은 스탬프가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이 시작되는 지금까지도 희미하게 손등에 남아 있다. 스탬프는 지워져도 기억에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게 하리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 모르겠다. 10만 명을 소원했지만, 2만에서 5만까지, 매체마다 추정하는 인원이 다 다르다. 

그러나 이 정도 인원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을 이 정부...



오세훈 때는 이 광장을 딛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젠 시청 광장쯤은 힘들이지 않게 빌린다며 야곱과 얘기 나눴는데, 그 얘기가 무색하게 이리 장막 속에 갇혀 버렸다. 시청에서 광화문까지, 그 짧은 길을 기어이 못가게 한다고 이렇게 막아버렸다. 비는 거세게 왔고, 경찰들은 요지부동. 사람들은 고함을 지르고 비키라고 외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날 추모 공연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이승환은 그렇게 얘기했다.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우린 어느 순간부터 참 불쌍한 국민이 되었다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린 너무 알아채버려서

많이 알아채버려서

불쌍한 국민이 된 듯한 느낌

 

국가가 우릴 지켜주지 못하는

혹은 지켜주지 않는

국가의 무능함과 무심함을 알아채버린

 

그리고 어떤 일에도 국가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그런 곳임을 알아채버린  

그리고 국민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하지 않으려는

그런 의지를 갖고 있는

이상한 곳임을

알아채버렸기 때문입니다.....”



결코 먼저 지치지 않을 각오를 다시 새겨본다. 다시 100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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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7-2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노아님의 님
이러다가 진짜 방송 출연은 못하겠는데요. ^^::::::

접힌 부분 펼치지 말껄 이런..아침부터 또 눈물바람.......

마노아 2014-07-28 11:55   좋아요 0 | URL
이 정권 하에서 내 님의 공중파 출연은 언감생신이 아닐까 뭐....;;;;
시집 읽고 있는데 계속 눈물 나요. 진정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어요.ㅜ.ㅜ

세실 2014-07-28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오셨군요.....
거기 모인 분들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요.
글만 읽어도 그렁그렁 눈물이 고입니다.

마노아 2014-07-28 11:57   좋아요 0 | URL
우린 이제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우린 정말,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어요.ㅜ.ㅜ

꼬마요정 2014-07-28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호를 참사로 만든 정부가... 자신들은 아니라고 자꾸 우리 더러 종북 좌파라며 손가락질 하네요.
어디 누워 있던 시체 한 구 가져다 놓고 유병언이라며, 그래서 유병언이든 누구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솔직히 세월호의 참사는 유병언이 만든 게 아니잖아요.. 배 수명 늘리고, 책임 소재 파악은 커녕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혼자 저 위에서 고개 돌리고 있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만든 거 아닌가요?

그나저나.. 공중파에서 이승환 보고 싶은데.. 이번 앨범 참 좋던데.. 안타깝네요.. 가을에 나오는 앨범도 기대됩니다.

마노아 2014-07-28 22:27   좋아요 0 | URL
유병언은 믿기지 않는 시체로 돌아오고, 유병근의 경호원 팬카페가 생기고, 이석기는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아직도 놀랄 게 남아 있다는 게 충격적인 오늘의 대한민국이에요. ㅠ.ㅠ

이승환 11집은 '전'과 '후'로 나뉘어 발매할 생각이었는데 '후'의 발매는 불투명해졌어요. '전'이 잘 되어야 그 후원으로 만들 수 있는데 들인 돈에 비해 잘 되지 않았거든요. 드림팩토리는 문 닫았고, 내 님의 새 앨범은 깜깜합니다. 크흑...ㅜ.ㅜ

코코죠 2014-07-28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쩌나... 어떡해요.... 눈물이 그치질 않아요....

마노아 2014-07-28 22:28   좋아요 0 | URL
오즈마님, 우리 실컷 울고 다시 기운 내요. 갈 길이 너무 멀어요.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은 보다 안전하고 바른 세상이어야 하니까요. 불끈!

순오기 2014-07-29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하지요.ㅜ
인간이기를 포기한 저 자들~~~ 응징하고 새로 시작해야 되는데...

마노아 2014-07-29 21:45   좋아요 0 | URL
특별법 제정 촉구를 외치던 생존 소녀 두명을 에워싸고 어버이 연합이 막말을 해댔더라구요. 세상에, 정말 인간이 아닌 걸로 보여요.ㅜ.ㅜ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724180209197
 

며칠 전 조카의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었다. 내가 간 건 물론 아니고 다녀온 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수업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신문고' 시간을 가졌다 한다.
부모님께 전하는 한마디를 발표하는 건데, "이렇게 해주세요. 왜냐하면 ~~하기 때문이에요." 라는 형식으로 말하는 거란다.
첫번째로 용감하게 손을 든 학생은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지켜보던 학부모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아빠, 때리지 말아주세요. 아파요."

아아, 그 아비의 이마에선 땀이 주르륵 흘렀으리라. 이후 용기 백배 한 아이들이 모두 부모님께 요청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이 공부공부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였다. 이 아이들은 고작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이날의 정점을 찍은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욕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배워요."

듣는 내가 다 얼굴이 화끈해졌다. 대체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를 언급했던 공익 광고가 떠오른다. 



더 나은 삶을 열어가길 바라며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잔소리를 하겠지만, 그렇게 막연하게 손에 잡히지도 않을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짓밟아가는 이 악순환을 제발 좀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선거가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디 이번에는 욕망 대신 가치에, 투표하기를! 
그래야 지난 4월 16일에 희생된 이들에게 아주 조금은 덜 미안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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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puu21.khan.kr/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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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6-04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그냥 ㅠㅠ

다락방 2014-06-0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고 시간에 그런 얘기 했다고 저 학생 집에가서 또 맞는건 아닐까 너무 걱정되고 아프네요 ㅠㅠ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싶어요 ㅠㅠㅠㅠㅠ

마노아 2014-06-04 00:18   좋아요 0 | URL
오죽하면 아이가 용기를 내서 그 무서운 부모 앞에서 저런 얘기를 했을까요. 그래도 아이가 용기를 내어서 다행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테니까요.

순오기 2014-06-04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학년 아이들의 솔직한 '신문고'에 당황했을 학부모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ㅠ
자녀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거라는 말이 실감나네요.
공익광고는 남이 아닌 바로 내 모습이기에 부끄럽지만 공감!ㅠ

마노아 2014-06-04 11:36   좋아요 0 | URL
언니가 그 순간 모두 '얼음'이 됐다고 했는데, 보지 않고도 그려져요.
아직 학부모가 돼보지 않은 저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닥쳐 보면 어떨지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ㅜㅜ

마립간 2014-06-04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페이퍼로 써 놓고 올리지 않는 글이 있는데, 순종입니다. (제 생각에) 순종이라는 말 자체가 리더십을 전제로한 것이죠. 리더십에 따른 자발적 복종. 그런데, 강압에 의한 복종 즉 굴종을 순종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마노아 2014-06-04 11:37   좋아요 0 | URL
어제 학생더러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 말하는 선생님을 보았는데 마립간님 말씀이 겹치네요.

건조기후 2014-06-0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ㅜ 평소에 아이가 아플 정도로 때린 부모라면 저런 말 듣고 반성할 사람도 아닐 것 같은데.. 아이가 정말 걱정돼요.

근데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저도 어렸을때 여러번 맞았는데 나중에 커서 생각하니 참 맞을 짓을 하긴 했더라고요 ㅎㅎ;; 저 아이도 저처럼 그냥 맞을 짓 해서 맞은 거고 좀 크면 자기 잘못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그런 경우였으면 좋겠어요. 이유없이 폭력을 당한 게 아니길..

마노아 2014-06-04 22:43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대로 이유없는 폭력이 아니었음 해요. 이유 있는 폭력도 물론 반대하지만요.
담임선생님과 여러 학부모님들이 본의 아니게 인증을 해버렸으니, 해당 학생의 부모님도 조심하고, 다른 분들도 지켜보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지요.ㅜ.ㅜ
 

이맘 때 되면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묻는 리포터의 질문에 길가던 사람들이 "발렌타인 데이요!"하고 외치는 영상이 나오곤 했다. 

신기하게도 대보름날과 자주 겹친다. 

요즘은 보태기 설명이 하나 더 늘었다. 오늘이 안중근 의사가 사형판결을 받은 날이라는 것!



 


경기도 교육청의 바람직한 광고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손가락을 잘라 조국을 위해 일할 것을 맹세했던 그분은 제 목을 바쳐 그 조국에 헌신했고, 그 시신은 돌아오지 못했다. 10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안중근 의사도 대단하지만 그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도 놀라운 분이시다.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여기지 말라며 항소하지 말라는 이 의연함 앞에 숙연해지고 부끄러워진다. 이렇게 피흘려 지킨 조국의 현실은....;;;;

 

 








몇 해 전 뮤지컬 '영웅'이 처음 막이 올랐을 때, 오프닝 날이 10월 26일이었다. 보통 이런 공연은 월요일이 휴무지만, 그날은 월요일인데도 날짜의 중요성을 기려서 오픈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바로 그날. 같은 날 또 다른 독재자가 부하 손에 죽던 그 날 이 작품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류정한 주연으로. 그 후 몇 차례 더 뮤지컬이 진행되었는데 최근 주연으로 JK김동욱이 나왔다. 마성의 목소리를 지닌 이 남자의 노래가 궁금했는데 지난 번 '해를 품은 달'을 보러 예술의 전당에 갔을 때 오페라 극장에서 이 작품 실황을 무대 밖 TV로 볼 수 있었다. 때마침 가장 하이라이트인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아무리 노래 잘하는 가수라 하더라도 뮤지컬 무대에 서면 긴 시간을 다 소화해내는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운 법. 마성의 목소리도 음이탈로 문밖 관객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 중요한 노래에서..ㅜ.ㅜ

사형 당시 안의사의 나이는 31세였다. 오늘날의 31세를 생각하면... 정말 상상도 가지 않는 의기다. 나의 31세도 마찬가지였다. 

'더 킹 투 하츠'에서 이순재는 아들 조정석에게 부끄러움을 아는 자가 되라고 했다.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라고 가르쳐왔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끄러운 짓을 했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는 거라고. 어제 두가지 중요한 재판이 있었다. 모진 시간 무죄 판결을 기다려왔던 분들에게 사죄를 해도 모자를 판에 반박성명을 냈다. 인간의 얼굴을 기대하지 않았으니 사죄하지 못하겠거든 부디 그 입 다물라,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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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로 2014-02-14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서재를 눈팅하고 있는 독자인데요... 위에 소개하신 책 중에서, 초록색 표지로 된 "시대의 스타카토: 안중근 이상 남인수 황우석 김연아"라는 책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남인수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황우석은 안중근, 이상, 김연아와 나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이름이거든요. 이왕이면 다른 책으로 바꿔주세요. ^^

마노아 2014-02-14 21:43   좋아요 0 | URL
제가 이글 쓰고 나가면서 조갑제 옹 책은 뺄까? 생각했는데 다른 책에서 원성이 들어왔네요.
책은 기꺼이 뺐습니다. 말씀대로 부적절한 선택이었어요.

수퍼남매맘 2014-02-15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 14일이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날이었군요. 저도 몰랐네요.
다음에는 아이들에게 꼭 알려줘야겠어요.

마노아 2014-02-15 17:40   좋아요 0 | URL
3월 26일에 사형이 집행됐어요. 그때 더불어서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을 듯해요.
안의사를 닥터로 아는 아이들이 있으면 곤란해요.ㅠ.ㅠ

순오기 2014-02-1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기도 교육청 덕분에
올해는 광주시교육청도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이라는 안내장을 보내서
우리동네 학교에서는 발렌타인 데이라고 초콜릿 돌리는 걸 자제했어요.

마노아 2014-02-17 11:33   좋아요 0 | URL
안중근 의사와 초콜릿은 분위기가 너무 상반되죠. 경기도 교육청이 바람직한 본을 보였어요.^^
 


영국의 한 CF라고... 짧은 영상이 많은 걸 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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