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cat Diary 1
권윤주 지음 / 애니북스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먼젓번에 읽은 ‘혼자 놀기’에 이어서 다시 읽게 된 책이다.  스타일도 비슷하고 내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읽으면서 좀 씁쓸했다.  뭐랄까?  이 지독한 염세주의 내지 허무주의가 읽는 사람도 맥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인간 관계라는 것이 매번 어렵고, 소심한 스스로 때문에 자책하는 날도 많고, 참을 수 없는 귀차니즘에 바닥까지 가라앉는 무기력감을 나도 알지만, 그래도 일년 365일 늘 그렇게 살아서야 어디 사는 게 사는 것인가.  게다가 남까지 더불어 기운 빠지게 하니 말이다. 

 

물론 이 책은 제목부터가 다이어리이고, 작가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왈가왈부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나는 또 그런 삐딱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속으로만 침잠할 거면 뭐하러 살아?  진짜 산에 틀어박혀 혼자 살 일이지...;;;; 

 

더불어 사는 세상인데, 그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고, 용기를 내어 손을 내미는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고, 나 외로워... 나 힘들어... 하고 어리광만 부리는 것 같아서, 읽고 나서는 감정이 힘들어졌다.  어쩐지 좀 불쾌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 귀여운 그림 체에서 이런 극단적인 감정까지 내뱉다니, 나도 참 정상은 아닌 것 같은 불안감도 들고...;;;  하여간...  또 다시 이 작가의 작품을 대하게 되었을 때는 지금과는 다른 감상이 들었으면 한다.  우울한 분위기 말고, 밝고 행복한 분위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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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의 혼자 놀기
권윤주 지음 / 미메시스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보면서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는 여자일까?  이름으로 보아서는 여자같은데, 내용을 보면 꼭 남자같기도 하다.   만약 남자라면 이런 궁상과 게으름은 결코 보아 넘길 수 없을 것 같다.  이거 편견일 테지?  그런데 만약 작가가 여자라면, 혹 실연이나 그밖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닐까 싶다.  역시 선입관인가?


가볍게 집어든 책이었는데, 조금 생각할 걸이를 준다.  뭐랄까.  현대사회의 소통의 부재.  외로움.  한없이 자기 속으로 파고드는 연민... 그런 느낌 말이다.  내가 좀 더 너그럽지 못했다면, 벌써 끝이야?  이거 종이 낭비 아니야? 라고 책을 집어 던졌을지 모르겠지만, 아니... 너그러움의 문제가 아니라 조금 더 어렸더라면 그랬을 가능성이 크지만.... 지금은, 그냥 무채색 빛...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의 축축하고 쓸쓸한 기분이 드는...  딱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뭔가 공감이 가는 그런 느낌 말이다.  물론, 책의 테스트에서도 난 절대 혼자서 놀기는 가망성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되었지만, 그 외로움의 칼라가 전달이 된 것 같다.

내가 똑같아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해는 해줄 수 있는 것이고 공감 역시 해줄 수 있는 것이니까. 


이렇게 외로운 사람들이 꽤 많을 것만 같다.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만 같다.  나는 어느 쪽일까?  난 혼자서 영화도 잘 보고, 넓은 공간에서 홀로 앉아 책보기도 잘하고, 심지어 라이브 콘서트 같은 공연에도 혼자서 잘 가고 전시회도 혼자서 아무 거리낌 없이 가는데... 그럼에도 역시 같이 가고자 한다면 같이 가자고 불러낼 친구도 분명 있는데......  그러니 꼭 외로움 탓만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가끔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 군중 속에 파묻히고도 싶은 법이니까.

 

이 책은 날씨나 감정에 따라 민감하게 다른 반응이 나올 것 같다.  내가 언짢고 짜증나는 날에는 절대 보아서는 안될 책이고, 그러나 내 마음에 바람이 불고 조금치의 여유가 있다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여름엔 권하고 싶지만, 선선한 바람 부는 가을날엔 좋을 것 같다.  물론, 요즘같은 날씨의 한낮은 곤란하다.  내일도 28도까지 올라간다니 여름이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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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 박희정 단편집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박희정의 글에는 사람 내음이 묻어 있다.  그녀의 그림에는 따뜻한 인간의 표정이 살아 있다.  몹시 서구적인 그림체이지만, 그녀의 감성은 동양적 섬세함이, 그녀의 나래이션에는 한국인의 서늘한, 그러면서도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정서가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책을 고르고 부담 없이 소장책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녀의 단편집 "너무 오래..."

칼라로 시작한 작품은 색깔이 없는 그에게 색깔을 입히는 blood로 문을 열었다.  두 번째인 “너무 오래”와 세 번째의 “미친놈” 그리고 네 번째인 “feel so good"은 마치 연작소설처럼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데, 각 주인공들이 일정한 간격을 가지고 교차해서 지나가는 장면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다섯 번째의 ”불면증“은 꽤 오래 전, 아마도 윙크였을 거라고 짐작하는데, 이미 읽었던 작품이었다.  그때는 컬러로 보았는데, 이번엔 흑백으로 다시 본 셈이다.  오래 전 작품인지라 아무래도 관록과 연륜은 조금 부족하다 느껴졌다.  여섯 번째 작품 ”ember"는, 그녀의 이미지와 너무 동떨어진 공포물이었다.  무서운 것을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나로서는 다소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일곱 번째 “광림이는 대단해”는 대사가 몹시 가슴에 와 닿았다.  특히 평범함을 갈구하는 그 마음에 더 공감이 갔는데, 특별함을 원하는 평범한 이들, 그래서 감사가 부족한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여덟 번째 “뮤직박스”는 참 아팠다.  듣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부러 속여서 판 불량 뮤직박스, 그걸 알아차렸을 때의 듣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싶어,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못한 비극보다 더 안쓰러웠다.  아홉 번째 “어흘리”도 역시 윙크를 통해서 이미 접했던 작품이었지만 다시 읽어도 마음이 짠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역시 그녀의 감성은 너무 섬세하고 너무 적나라하다.  난 그녀가 오래도록 작품 활동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열 번째 마지막 작품 “울보천사”도 역시 예전에 보았던 칼라 그림이었지만, 다시금 엔딩으로 보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조금 오래된 작품은 아무래도 초기의 미숙함이 조금은 드러나 있다. 


그래도 이 책은 전반적으로 몹시 수작으로 보여지고, 또한 감동을 줌에 있어서도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그녀의 완성시키지 못한 다른 장편들의 뒷이야기를 기다리며, 간간이 이런 맛깔스런 단편도 접하게 해준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  그녀의 그림에는 영혼이 살아있는 것 같다.  특히 눈동자가 그렇다.  그녀의 옷 주름은 가히 환상적이다.  얼마만큼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토록 자연스러운 신체 곡선이 그려질까?  만화가는 박희정, 그녀의 천직인가 보다.  난 그녀의 독자로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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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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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인 제목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이 책의 제목인 "부자"는 책의 마지막 단편에 실렸다.  너무 가난한데, 아이의 이름은 '부자'고, 그래서 가난하여 선생님께도 차별받고 주인집 아이에게도 설움 당하는 아이는 '부자'라고 불린다.

그 역설적인 상처는 다른 작품에서도 내내 투영되고 있다.  현대사의 질곡을 피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그래서 솔직히 불편하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고, 미뤄두고 싶지만 또 미뤄둘 수 없이 여전히 '현재'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그것들이 아프고 서럽다.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삶'의 보답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 그때뿐 아니라 지금도 그런 것 같아서 사실적인 그림체와 함께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책의 표지는 노랑빛 주홍색으로 '희망'의 상징같은 밝은 분위기지만, 또 힘든 이야기의 마지막 편에서 희미한 '희망'을 보지만, 그 희망이라는 것은 부단한 인내를 요구하는 끝의 아주 짧은 기쁨이다.  인내 끝에 온다고 무조건 기대되어지지도 않는.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두번은 보고 싶지 않다.  한번은 배움을 목적으로, 인식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우리를,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책인데, 후유증이 크다.  마음이 아프고 우울하고, 이 책에서 보여주는 그 소소한 '희망'의 힘이 내게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현실적이 되었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마음이 가난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사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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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빌에서 만나요 3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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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2권은 이어서 보았는데 3권은 좀 지나서 보았더니 바로 앞의 감각이 떨어져서 잠시 당황 모드.

그러나 다시 집중해서 보니 또 다시 몰입 가능!

사실 이번 이야기는 좀 많이 진지해서 음악 틀어놓고 들으니 많이 방해가 됐다.  그렇다고 끄지도 않았지만...;;;;

스스로도 다소 쿨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도윤이.  어려서 어머니께 사랑 받지 못했고, 부모님은 이혼했고, 친구는 그저 왕따 소리 안 들을 정도의 '접촉'만 갖는 수준.

그런 아이가, 그 관계의 버거움에서 한발자국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래도록 묻고 싶었던, 진작에 물었어야 했던 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돌아올 답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던 녀석의 상처와 아픔 등이 잔잔한 느낌으로 전해져서 조금 크게 숨을 들이켰다.

너무 어린 나이에 자라버린, 그래서 온전히 다 성숙하지 못한 아이의 마음은 꼭 그런 환경의 그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지 않고, 다른 범주의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아 내게는 이 작품이 여전히 가볍지 않은 목록이 되어버렸다.

아이가 엄마에게 질문을 할 때의 장면은 아이가 점점 작아지고 어려져서 상처입었던 그 절 모습이 되던 것, 빠져나온 작은 조각이라고 여겼는데 파보니까 사실은 본체였던 커다란 구멍이라던가, 선인장의 가시를 자신의 모습과 비추어서 설명하던 부분도 꽤 인상적이었고 또 감동적이었던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종의 연출의 힘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연출'을 통해서 감동을 전달한다고 생각하니, 작가 유시진이 중견 작가가 되어있구나... 싶은 감탄도 들었다.

4편을 주문해야지... 하고 게으름 피웠는데 서둘러야겠다. 또 이야기 흐름 깨먹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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