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천재패밀리 애장판 1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금년엔 니노미야 토모코를 알게 된 게 큰 수확이었다.

노다메 칸타빌레에 이어 그린, 그리고 이제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를 읽기 시작했다.

간결한 선이 그림은 여전히 내공이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그녀의 코믹함은 여전히 건재하다.

자칭 천재라 생각하는 카츠유키는 엄마와 함께 사는 모자 가정이다.  그 집에, 새아빠와 동갑내기 동생이 한 가족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들 가족이란 '우주인'이라 생각해도 좋을 만큼 엉뚱함 그 자체다.

까칠함의 대명사 카츠유키의 온갖 구박에도 그들의 스마일에는 구김살이 전혀 없다.

게다가 이들은 알고 보면 진짜 '천재'일지도 모른다.  전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방랑 비슷한 여행을 하였고,그 사이에 온갖 언어, 온갖 음식, 온갖 문화를 체험했고, 심지어 전쟁통을 겪는 난민들을 돕기까지 했다.

카츠유키가 외국에서 온 전화에 대고 새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홧김에 말하는 바람에 전 세계의 여러 인종들이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에 모인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부활제'를 화려하게 열어주며 축제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서 작가의 개그적 성향이 또 드러난다.  이를테면 이들이 다음에 또 봐요~ 하고 헤어지는 순간에 불법입국한 한 친구는 '강제송환' 되고 마는데 그의 인삿말은 '다음엔 여권 만들어서 정식으로 올게~'였다.

심각할 수 있는 상황과 대사도 작가의 손에 들어가면 코믹하게 포장되어 재미를 선사한다.

아직 1권만 읽은 뒤여서 휴머니즘적 이야기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번 이야기에선 독특한 캐릭터들을 소개받은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남은 이야기도 즐겁게 읽을 터이니 기대가 잔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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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1-0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황당하긴 한데 그래도 재밌더라구요. ^^

마노아 2007-01-0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도 보셨군요. 작가의 정신 세계가 궁금해요. 늘 황당하면서 재밌는 글을 쓰더라구요^^ 바람돌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
 
고우영 오백년 3 - 조선야사실록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이번 이야기는 내내 세조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조가 얼마나 악랄하게 정적들을 제거했는가의 이야기, 사육신과 생육신, 그 밖에 단종의 시신을 거두었던 사람의 이야기... 단종의 어머니가 세조의 꿈에 나타나 세조를 저주했다는 이야기 등등...

피부병은 조선 왕가의 유전병이었다.  세조의 피부 질환은 그가 저주를 받아 그리 된 것이라고 호사가들이 이야기 삼기 딱 좋은 소재인데, 실상 그가 저주를 받았다 하더라도 아니라고 말하긴 힘들겠다.  여하간, 이야기 중에 세조가 피부병 때문에 목욕을 하는데, 한 아이가 달려와 세조의 때를 말끔히 씻어준 것,  세조가 소문내지 말아라~ 라고 당부하니, 소년이 달려나가며 대꾸한다. "상감께서도 문수보살 만났던 일은 입 밖에 내지 마십시오!"라고.

역시 호사가들이 만들기 좋은 이야기지만, 이 스토리의 구조는 꽤 마음에 든다.

곧 죽어도 양반이랍시고 굶어 죽기까지 허세 부렸던 어느 선비.  그러나 굶기를 밥먹듯 하니 체면도 더는 차릴 수야 차릴 수도 없는 형편.  몰래 숨어 쥐를 잡아 먹던 아내를 다그친 그는 실상을 알고는 더는 양반입네 허세 부리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돈을 벌기로 한다.  그러나 3년 만에 돌아왔을 때 아내는 떠날 때 모습 그대로 미라가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  전혀 다른 분위기지만 조지훈 시인의 "석문"이 떠올라서 좀 더 눈여겨 본 이야기였다.  요기서 나온 건데 '땜전'이란 쪼개진 엽전을 납으로 땜지한 것을 뜻하는 말로 와전된 발음이 '땡전'이라고도 한단다.

스포츠 신문 연재분이어서인지 원래 작가의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 속 유머를 구사할 때에 성적인 농담을 많이 한다.  눈살 찌푸려질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거의 의무적으로 등장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제 4권 하나만 남았는데 많이 아쉽다.  이야기는 끝도 없이 많이 남아 있을 터인데 작가 분이 더 오래 사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마음.

방학 전에 다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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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스타 - 이희재 단편집
이희재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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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내가 신청한 책인데, 드디어 도착했다고 무척 기뻐했었다.  여러 단편들의 묶음인지라 리뷰 쓰려고 책을 따로 치워뒀는데 실수로 다른 책과 함께 반납해 버렸다ㅡ.ㅡ;;;; 그래서 단편들의 소소한 제목이라던가 등장인물들의 이름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느낌은,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 일기"보다는 덜 무거웠다.  아마도 그것은, 똑같이 어렵고 서글픈 현실을 비춰주었지만, 간판스타의 경우 뒤쪽 이야기로 갈수록 자그마하지만 약간의 '희망'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딸을 잃고 초등학교 입학 직전의 아들까지 연탄가스 중독으로 잃어버린 환경미화원 아저씨.  첫 등교 새벽에 쓰레기차를 밀어주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아이들이 사고를 당했고, 그 원망을 부인에게 퍼부었던 아저씨.  자식 앞세워 말을 잃고 넋을 놓아버렸던 부인을 겨우 살리고, 다시 힘차게 일어서기 위해 아둥바둥 애쓴 아저씨의 이야기는 부인이 다시 아이를 임신하면서 끝이 난다.    그 아이가 태어난 세상은, 아버지가 힘겹게 버티는 이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지독한 가난은 되물림 되기 일쑤니까.  그렇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은 눈물 겨웠고, 그 결심에 노력에 응원을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제목이면서 첫번째 단편이었던 '간판스타'의 주인공은 서울 좋은 회사에 취직이 된 것처럼 온 동네에 소문이 나 있지만, 그녀는 유명 술집의 '잘 나가는 간판스타' 아가씨였을 뿐이다.  실상을 파고들면, 그처럼 허무하고 기만적이지만 그녀는 고향집에서 여전히 효녀이자 출세한 아가씨.  문득, '한강의 기적'을 찬양하던 대한민국이 떠오른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고도 하는 그 대한민국.  겉보기엔 잘 나가는 것 같고, 뭔가 대우 받는 것 같고, 꽤나 그럴싸해 보이지만, 속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안으로 곪아 있는 우리의 현주소가 보이는 그런 작품으로 느껴졌다.

늘 술에 쩔어 있고, 다리까지 절고 지독히 가난한 아버지를 부끄러워 했던 아들.  그러나 누구도 나서서 말리지도 도와주지도 못한 성난 개로부터 아이를 구해낸 용감한 아버지.  실상 그 다리의 상흔은 4.19의 영광스런 상처였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젊음을 바쳤어도, 아버지의 노년은 여전히 독재정권 휘하에 놓여 있었다.  동네 사람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성난 개가 반영하는 것은 바로 그 무소불위의 독재자들.  공권력도 그 앞에서는 맥을 못 추었고, 너도나도 눈치만 볼 때 가장 가난하고 가장 힘 없고, 가장 초라한 아버지가 먼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 보면,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가장 중요한 때에 제일 앞장 서서 애써주고 용기를 내었던 민초들을 떠올릴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1% 아니, 0.01%의 극소수의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그 세상을 유지시키고 이어나가고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 약하디 약한 민중의 힘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그 작고도 큰 힘을 가진 민중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들 낳으려다가 번번히 딸만 낳아 막내딸 구박이 유독 심했던 어머니, 그래도 그 어머니 신경통 고치겠다고 죽자살자 돈 모아서 효도하려던 딸, 그 동생의 힘으로 대학 공부하게 된 언니... 이런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답답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가슴도 훈훈해지는 우리네 가족 소사들이 아닐까.

작가는 먼 이상을 얘기하지 않았다.  거창한 포부나 현란한 희망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그저 우리네 이야기를 해주면서 우리네 마음을 조금 보여줬을 뿐이다.  그 이야기들이, 보장해 주는 것 아무 것도 없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

그밖에 운수좋은 날이라던가, 신춘문예 도전기에 관한 이야기 등은 적절한 반전을 통해서 아찔함 속에 경종을 울려준다. 

'만화'라는 장르는 언제나 쉽게 취급되곤 했는데 시사만화라던지, 이런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들을 보면 그것이 만화여서 오히려 더 깊숙한 접근이 가능하게 보여진다.  절판되었다가 다시 출판된 것은 정말 다행인데, 몇몇 작가뿐 아니라 더 많은 작가에게도 좀 더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화책의 경우 '절판'되고나면 구하는 게 너무 힘이 들어져서 말이다.(인문서적도 마찬가지지만..;;;)

도서관에 계속 꽂혀 있을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만화라고 그저 지나치지 않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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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는 낙원 11
사노 미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완결편이다.  마지막이라 아쉬워할 독자들을 배려했음인지, 표지 날개를 펼치면 작가의 친절한 설명이 보인다. "속편" 이어진다고. ^^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 이야기였다.  관계의 종결과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어야 하고, 모든 숨겨졌던 감췄던 감정들도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

토모에의 수험생으로서의 활약상(?)이 펼쳐지고, 카즈야의 끝과 시작도 함께 묘사된다.  그가 토모에의 아버지를 무의식 속에서 만나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참 눈물겨운 씬이었다.  그의 손... 그 소중한 손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매번 야가미가 너무 멋있게 나와서 별로 한 눈 안 팔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 그, 참으로 멋졌다. 싸나이다웠달까.

그런 면에서 미카코의 결단은 눈이 부실 만큼 서럽고 또 그만큼 아름다웠다.  심정의 변화와 함께 달라진 헤어스타일도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편집장으로서 그녀가 거는 주문들도 달라진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아마도 속편에선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좀 더 진행시켜 주지 않을까 싶다.  카즈야에게는 미카코 역시 '네가 없는 낙원'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바래본다. ^^

일본 작품을 보다 보면은 남녀학생의 연애씬이 확실히 우리나라에 비해서 과감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보다 개방된 성의식을 가졌다 보니 오히려 그쪽에선 꽁꽁싸맨 정조가 더 어색하다고나 할까.  이 작품은, 주인공의 예쁜 연애 이야기도 지극히 건강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어서 '꽃보다 남자' 식의 처리였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전반에 걸쳐 토모에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 보는 것은 친구의 연애담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는데,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딸내미 시집보내는 마음 같은 것이 들었다.  이제 다 컸구나!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싶은 대견함과 약간의 서운함까지.

7년을 연재한 작가는 그 마음이 더 심할 테지.  일본에선 여름에 완결이 난 모양인데 그러면 속편도 꽤 진행되어서 곧 우리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물론, 이제 완결편도 보았는데 속편쯤은 느긋이 기다려주겠어!라는 마음도 기꺼이 든다.

참 멋진 작품, 참으로 따스했던 작품, 제목부터 남달리 눈길을 끌었던 멋진 작품.  잔잔한 가운데 역동성을 느끼게 하는, 봄의 따스한 기운도 여름의 활기로, 겨울의 쇠락한 기운도 봄의 생동감으로 바꿔주는 기분... 조용한 가운데 크게 울리는 감동을 주는 소중한 작품.  소장용으로 강력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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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는 낙원 10
사노 미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10권과 11권이 함께 나와버려서 조금 섭섭했다.  10권을 보고 나서 11권을 기분 좋은 설레임으로 기다려야 하는데, 그 설레임을 빼앗긴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 막 10권을 읽고 나니 함께 나와서 너무 감사하다.  정말로 극적인 순간에서 끝이 났으니... 마냥 기다리기 얼마나 숨막혔을까^^;;;

대강... 진행 방향이 짐작은 가지만, 어느 쪽이든... 내가 틀렸든 맞혔든 너무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울 엔딩을 볼 것 같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처럼 토모에의 중고교 생활을 보여주었는데, 이처럼 여름이 어울리는 소녀를 만나기도 쉽지 않겠다 여겨졌다.  실제 우리의 생활 안에서 이런 성격과, 이런 성장 배경과, 이런 남자친구라던가, 이런 가족 등등을 만나기는 정말 힘든 일이겠지만, 난 이 로맨틱한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고뇌하고 번민하고, 노력하고, 미끄러지기도 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이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림도 자꾸 보다 보니 정이 들어서인지, 여주인공만 귀엽고 나머진 별로다... 했는데, 이젠 그림도 이뻐 보인다.  뭔가 좀 더 사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달까.  "노다메 칸타빌레"의 니노미야 토모코 그림이 그런 편인데, 이쁘진 않지만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다.  이젠 작품 속에서 주인공 누구누구가 멋지더라, 예쁘더라... 하는 설정이 있는 그대로 믿어지는 편이니까.  아마 정들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

우리의 청소년기 교육은 뭔가 순서가 좀 바뀐 부분들이 있어서, "뭘 하고 싶거나, 뭐가 되고 싶거나"를 먼저 묻지 않고, '어떤' 대학을 들어갈 수 있느냐에 관심들이 몰려 있기 마련이었다.  네가 하고 싶은, 네가 할 수 있는!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주어도, 그걸 제대로 귀담아 듣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물론, 사회는 아직도 '어떤' 대학을 졸업했느냐를 중요시 여기지만, 그걸 스스로 극복해 나갈 노력이라던가 의지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사람 역시 드물었던 것이 늘 안타까웠다. 

작품 속 토모에는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도, 써클 활동에 열심을 보일 때도, 그리고 이제 대학교를 지원하기 위해서 찾아가는 모습들도 참으로 적극적이어서 매력적으로 보여진다.  도전할 무언가를 찾은 뒤 공부에 매진할 수 있다라는 그녀의 얘기는 절대로 변명으로 들리지 않는다.

야가미가 유학을 가도, 카즈야가 결혼을 해도, 모두가 지금 당장 그녀의 곁을 떠난다 할지라도, 꿋꿋하게 용기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 갈 그녀의 행보가 눈부시다.  11권도 바로 이어서 보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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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2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짝반짝 빛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