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밀 2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과학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윤리적인 문제를 동반한다. 죽은 사람의 뇌를 MRI 스캔하여 생전에 보았던 영상을 최장 5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가정 하에 시작되는 이 작품에서도 그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고민이다. (작품의 배경은 2060년 정도다.)
이번 편에서도 두 개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첫번째 이야기는 슬프게 시작해서 아프게 끝나고, 두번째 이야기는 아프게 시작해서 슬프게 끝난다.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약간의... 차이가 있다. ^^
법의 제 9 연구소에서는 새로 들어오는 사람 중 절반의 연구원이 뇌를 스캔한 기억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그 끔찍함에 악몽을 연이어 꾸다가 건강의 악화로 그만두고 절반은 수석 경감인 '마키'씨와의 마찰로 일을 그만둔다. (그들은 모두 1급 공무원으로 엘리트 출신이다.) 그 연구소에 제일 먼저 그만둘 것 같았던 아오키가 의외로 오래 버틴다. 게다가 후배까지 생겼다. 헌데, 이 후배에게 일이 생긴다. 그녀의 뇌가 연구소에 보내졌던 것. 내 몸을 찾아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결국 동료 직원의 뇌를 스캔해야 했고, 그녀가 마지막에 보았던 영상들은 마지막에 그녀와 다투었던 아오키를 더 힘들게 한다. 끊임없이 억눌리는 기억과 악몽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라도 아오키는 더 열심히 사건을 수사해야 했다.
그 과정 중에서, "꿈"을 스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공간... 더 놀라운 것은 그런 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꾼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기억을 못하는 것 뿐.
그녀가 꾸었던 꿈은 그녀가 접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았다. 결국 그것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된다. 생각해 보면,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에 들은 소리나 냄새 등이 꿈으로 재현되어 마치 현실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작품을 보면서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공감하게 하는 부분.
또 하나 놀랍게 알게 된 사실 하나.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극한의 순간에 이르면 고통을 잊기 위해서 뇌가 환상에 가까운 영상을 보게 하는데, 그때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된단다. 그래서 얼어죽은 시신의 표정이 웃고 있는다던가....의 예가 나오는 것. 작품에서 그녀가 행복해하는 장면을 보면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 특히 아오키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소박한 행복... 그렇게 자그마한 행복이라니...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고, 되새기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몹시 끔찍하고 잔인했고 또 ... 가여운 이야기였다. 상처가, 사람을 얼마나 무섭게, 잔인하게 만드는 지 깨닫게 되는...
그리고, 강아지의 뇌를 스캔해서 그 강아지가 주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오는데, 나 역시 뭉클해지는 부분이었다. 개를 키워본 적도 없고, 특별히 동물을 예뻐하지도 않는 나이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는 따스함과 감동을 느꼈다.
그런데 개는 색맹이어서 붉은 색으로만 보인다니...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마치.. 붉은색 썬그라스를 쓰고서 세상을 보는 느낌일까. 그런데 흑백 그림으로 묘사되는데도, 정말 그 약간 붉은 듯한 느낌의 영상을 그린 것을 보고서 작가의 감각에 다시 한 번 감탄.
아오키가 아버지의 일기장을 다 태우지 못하고 한권만 남겨둔 것처럼, 그는 앞으로도 이렇게 수사를 위해서 뇌 MRI를 들여다 보아야 할 때면 매번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누군가 제 3의 희생자를 막을 수 있다면, 또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낼 수 있다면... 그 끝없는 고뇌와 방황과 죄의식을 등에 업고라도 이 일을 계속 할 테지... 또 작품은, 이미 죽은 사람의 뇌를 사용하다 보니, '법의 심판'은 끝났기에, 사건의 전말을 알아낸다 하여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예를 들어 사형을 시켰는데 진범이 아니라는 것 등의...) '한계'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아무리 법의학이 발달하고 기술이 발달하여도 법 자체로는 '진실'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도, 또 '심판'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금 현장에서 이런 종류의 일에 종사하는 이들도 이같은 고민을 늘 할 테지....(했으면 좋겠다. 아니, 해야 한다...;;;)
그나저나... 초조해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2001년도에 1권이 나오고, 2003년에 2권이 나왔는데, 2006년인 지금도 3권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은...ㅡ.ㅡ.;;;;;;
음... 그리고 있기는 한 것인지...T^T
그러고 보니 오늘 낮에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수업이 끝나갈 무렵 짜투리 시간에 어제 본 이 책 비밀1권의 내용을 얘기해 주는데, 애들이 자꾸 제목을 거듭 묻는 거다.
그래서 "비밀이라니까!"하고 강조를 하는데 한 학생이 막 화를 낸다.
"제목 좀 가르쳐 주시면 어때서 그러세요!!!"
헉... "비.밀. 이라니까...!!!!"
학생 "너무해요!!!"
나..................
아, 제목이 비밀이다 보니 이런 문제도 발생하는구나....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