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생각이 단순해진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모른다 적어도 내게는.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보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복잡한, 여러 갈래의 길이 이리 꼬이고 저리 꼬여 있을지 모르지만, 약 십년 전만 해도 아마 이보다 다섯 배 쯤은 복잡했었으리라. 앞으로 일년 후를 미리 계획(계산)하고, 걱정하고, 탐색하기보다 그저 지금 별 문제 없으면 OK. 별 문제 없음이 정말 별 문제 없음인가, 따져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신문 기사에서 읽은 '게으름'의 분파일지도 모른다. 사고의 게으름. 하지만 나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하기를 유보시킨지 오래이다. 가끔 불쑥 불쑥 고개를 쳐들지만 그 답은 생각으로 얻을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부딪혀 살아내면서, 체득(體得)되는 것,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선물처럼 주어지는 answer 같은 것 아닐까. 조금 아까 밖에서 만난 2층 아이 엄마, 만날 때마다 한번 놀러 오라고 해서 며칠 전에 갔더니 마침 집에 없더라는 말을 했더니 아이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는 주로 동네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논단다. 이제는 그런 말에도 별 거부감을 안 느끼는 내가 아닌가. 사람들은 다 자기 식대로 산다. 내 눈에 보여지는 것으로 그 누구의 생도 함부로 판단하고 말하지 말자.

바람이 약간 느껴지긴 하지만 분명 이건 봄바람. 집앞에서 캐낸 냉이로 이미 국도 한번 끓여 먹었는데 오늘은 개나리가 삐죽~ 얼굴을 내민것도 봤다. 다음 주부터 월요일 마다 서울엘 간다. 버스터미널에 전화해서 제일 첫차 시간을 알아 놓았다. 5시란다. 적당한 긴장감. 나쁘지 않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07-03-0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으로 화사해지신 느낌. 립스틱 색깔이 참 예쁘세요.
서울로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시는 군요. 활력소가 되실듯^*^
아줌마들과 어울리는 것도 정보를 얻는 면에서는 플러스가 되더라구요~~

hnine 2007-03-0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일단 감사합니다 꾸~벅 ^ ^ 저날, 립스틱이라도 바르길 잘 했네요.
서울엔 일종의 일을 하러 간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제가 결혼과 아이가 좀 늦어서 제 아이 또래 엄마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요.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저는 악착같이 저의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경주 천마총을 보면서 공주의 무녕왕릉도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남편의 제의에 의해 지난 주말 공주 무녕왕릉과 국립공주박물관엘 다녀왔다. 송산리고분군에 마련된 모형전시관 입구이다. 훼손 방지를 위하여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 놓은 모형관만 개방하고 있다.



 

 

 

 

 

아치형의 구조 때문일까,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 만든 내부의 차분함 때문일까,  시신이 안치되었던 무덤의 내부라는 생각보다는 아늑한 방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 백제의 고분은 이런 방(房)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도굴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 무녕왕릉은 도굴이 되지 않은채 발견되었고, 누구의 묘라는 지석 덕분에 주인과 연대를 확실히 할수 있어 의의가 크다고.



 

 

 

 

 

 

무녕왕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국립공주박물관. 무녕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을 비롯, 웅진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곳.



 

 

 

 

 

박물관 내부이다. 3층에서 내려다보며 찍었다. 무녕왕릉실, 웅진문화실, 야외전시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야외전시장의 불상. 꼭 저런 포즈로 사진 찍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뉘집 아들인지 ^ ^



 

 

 

 

 

 

세개의 아담한 탑이 형제처럼 정답게,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서있다. 오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구경하고 있는 듯.

공주의 옛이름은 '웅진', 그리고 '곰나루'. 짐작컨대 곰나루는 아마도 웅진의 순수한 우리말이 아닌가 싶다. 일제시대, 철도가 대전을 통과하여 놓여지기 전 까지 충남 지역의 중심지였다는 공주. 지금은 인구 13만 정도의 작은 도시이고 그나마 그 중 1/4은 학생의 수라니. 경주에서와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백제의 문화를 느껴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고 바램을 가져본다.

이제 겨울은 다 갔구나 싶은,  푸근한 날씨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07-02-2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식사후 산책하는데 환상적입니다~~
경주와 공주 다녀오셨군요. 곰나루가 공주의 옛말인거 지금 알았습니다. 호~~
요즘 여행하기 참 좋은 날씨지요~

hnine 2007-02-28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세실님. 이번 주부터 주말은 정말 집에 있지 말아야 할 때 입니다!! ㅋㅋ
 
통섭 - 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 클래식 5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4월
장바구니담기


(3장. 계몽사상 중에서)
중국에서는 왜 데카르트나 뉴턴과 같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 중국인들에게는 추상적으로 체계화된 법칙에 대한 혐오감이 있었다. 이것은 진 왕조 시기에 봉건제가 군현 제도로 전환될 당시, 엄격한 통치 법률을 제정한 법가 사상가들이 중국 지식인들에게 안겨준 비참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의 엄격한 법치 주의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반사회적이어서 개인의 욕망보다 국가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법률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중국 학자들의 우주에서 자연을 창조한 이성적인 존재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꼼꼼하게 기술한 대상들은 보편 원리를 따르지 않으며, 우주적 질서내의 존재자들이 따르는 특별한 규정 안에서 움직인다. 말하자면, 신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 즉 일반 법칙이라는 개념이 꼭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탐색하려는 시도 또한 거의 없었다.-76쪽

(3장.계몽사상 중에서)
진화의 오메가 포인트, 즉 인류와 외계 생명 형태가 수렴하여 완전한 통일성과 완전한 지식을 이루는 마지막 시점.-78쪽

(5장.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중에서)
미로는 미지의 물질세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미로의 기원, 즉 선사 시대의 크레타 섬과 아티카 간의 충돌은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인류의 모습에 대한 신화적인 이미지다. 그렇다면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무엇일까? 그것은 학문 분과들간의 통섭적 가로지르기를 상징한다. 그리고 테세우스는 인류이며 미노타우로스는 우리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비합리성이다. 겨험 지식의 미로 입구에는 물리학이 한 통로를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에는 모든 탐구자들이 따라가야만 하는 몇몇 통로들이 갈라져 있다. 깊은 안쪽에는 사화과학, 인문학, 예술 그리고 종교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 만일 인과적 설명들을 이어 주는 실타래가 잘 풀려져 있다면 어떤 통로에서든 되돌아올 수 있다. (...) 하지만 우리는 미로를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복병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곧 발견한게 된다. 예를 들어, 경험 지식의 미로는 입구는 있지만 중심은 없으며 미로 내부의 깊숙한 곳에는 막다른 골목들이 수없이 많다.-134쪽

(11장.윤리와 종교 중에서)
제대로 보면 신은 과학을 포섭하지만 과학은 신을 포섭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서 그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을 세운다. 그들은 객관적 지식의 범위를 가능한 한 확장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어떤 가설은 받아들이고 다른 가설들은 기가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식은 단지 실재의 일부분만을 다룰 수 있을 뿐이다. 특히 과학적 연구는 놀랄 만큼 다양한 인간의 정신적 경험 전체를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이라는 관념은 모든 것, 즉 단지 측정 가능한 현상뿐 아니라 개인이 느끼고 잠재의식적으로 감각하는 현상들까지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다. 여기에는 영적인 통로를 통해서만 소통될 수 있는 계시 현상도 포함된다. 왜 모든 정신 경험이 양전자 방사 단층 촬영을 통해 눈에 보여야만 하는가? 과학과는 달리, 신의 관념은 우리가 탐색할 수 있는 물질세계 이상의 것에 관계된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 물질세계 바깥에 놓여 있는 것으로 향하도록 한다. 신앙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신비에 다다르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418쪽

(11장.윤리와 종교 중에서)
신의 물리적 영역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신이 과학자에게 부여한 능력 덕분이다. 과학이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 나는 종교가 인류의 정신에 엄청난 흡인력을 갖고 있고 종교적 확신이 대체로 유익하다는 점을 거리낌 없이 인정하면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종교는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번뇌들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그것은 사랑과 헌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의 자양분이다. 사람들은 종교가 제공하는 확실성을 갈망한다. 신이 모든 인간의 삶-심지어 노에의 삶마저도- 의 성스러움을 증언하면서 인간의 육체를 입고 이 땅에 왔다가 모든 이에게 영생을 약속하며 죽었다가 부활했다는 기독교 교리보다 정서적으로 더 강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421쪽

(12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에서)
교양과목의 미래는 당황함이나 두려움 없이 인간 존재의 근본 물음들을 묻는 데 있다. 그런 물음들을 위에서 아래로 끌어 내려 더 쉬운 언어로 다루어야 한다.-464쪽

(12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에서)
우리는 아직 의지적인 진화의 시기에 들어서지 못했지만, 그러한 전망에 관해 생각해 볼 만큼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 있다. 정말 자유로운 최초의 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를 만들어 낸 자연선택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자유 의지 바깥에는 유전적 숙명도, 우리의 갈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별도 없다. (...) 진화는 이제부터 도덕적, 정치적 결정으로 조절되는 과학 기술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우리는 곧 우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어떻게 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은 끝났다. 이제 메피스토텔레스의 진짜 음성을 듣게 되리라.-475쪽

(12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에서)
현재 진행되는 생물 다양성의 손실은 6500만 년 전 중생대 말 이래로 최대 규모이다. 최근에 과학적으로 합의된 바에 따르면, 하나 이상의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고 그때 생긴 먼지가 대기를 혼탁하게 만들어서 지구 기후를 상당 부분 변화시키고 공룡을 멸종시켰다. 그리하여 진화의 다음 단계인 신생대 또는 포유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현재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발작적인 멸종 행위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완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21세기에는 신생대의 종말을 볼것이며, 새로운 생명 형성이 아니라 생물학적 고갈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고독의 시대, 즉 "공생대 (空生帶)"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501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07-02-2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는 '사회생물학'이라는 분야의 개척자라는 명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생물학 박사이면서 이러한 책을 쓸 수 있는 바탕을 갖출 수 있었던 튼튼한 배경이 있었던 것. 얼마나 많은 책과 시간과 노력이 투여되었을지, 상상도 안 된다.
 

아이를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화실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와 오늘 저녁 메뉴를 생각하고 있던 중, 어디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대부분의 아이 우는 소리가 그렇듯이, 서럽게, 애처롭게 울어댄다. 어떤 아이일까, 왜 우는 것일까, 주방 창문으로 내어다 봐도 안 보인다. 식탁 의자까지 끌어다놓고 올라가서 내다 본다. 대여섯 살 쯤 되어보이는 여자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엄마 엄마 하며 울고 있다. 뭔가 속이 상해 앞서 가버린 엄마를 부르는 것인가. 울어도 엄마가 다시 오는 기색이 없어서 그러는지 조금 후 아이는 일어서서 간다 계속 엄마 엄마 하고 울며...

언젠가 페이퍼에도 쓴 적이 있듯이 나는 어디서 아이 울음소리만 나면 거의 반사적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소리나는 곳이 어딘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세상에서 내가 아는 소리중 가장 마음을 울리는 소리가 바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닐지. 그러면서 심심치 않게 내 아이를 울리는 나란 사람은 참 뭐란 말인가. 서형숙님의 <엄마학교>에서 읽은 구절 중에, 부모가 아이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일은 있을지언정, 아이가 부모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도록 해야한다고...

조금 아까 울던 아이, 이제는 울음을 그치고 엄마 품에 안겨 있기를. 또 내 아이, 눈물이 아닌 웃음꽃이 늘 얼굴에 가득할 수 있도록, 내 자신 노력하는 엄마이길. 비록 그것이 피눈물 나는 노력일지라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07-02-23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애틋해 하는 모습이 전해집니다..전 왜 애들 우는 소리에도 감정이 생기지 않는걸까요.... 요즘 넘 무디어만 가는 제가 밉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hnine 2007-02-2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일에 치여 바쁘시니까요. 사과 다이어트는 성공리에 마치셨나요? ^ ^ 의지의 세실님도 화이팅!!
 

절대 '반드시 이렇다' 하고 자신있게 주장하지 말아야 할 것:

자기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것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07-02-2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저두 내기 걸어 진적이 한두번이 아니어요. 역시 확실한 경험이나 근거 아니고는 내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ㅋㅋ (좀 썰렁하죠?)

hnine 2007-02-2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세실님, 내기까지 하시다니 ^ ^

호랑녀 2007-02-2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너무 자신감이 없어서 걱정인데...^^
제가 경험한 것조차 내 경우엔 그렇더라... 이렇게 말해요. 그러는 제가 정말 싫어요 ㅠㅠ

hnine 2007-02-2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그 편이 훨씬 나아요...

2007-06-02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