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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크리스 반 툴레켄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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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초가공식품이라는 글자를 잘 들여다보니 소세지 모양이다.

제로음료를 선택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무엇을 만들어먹을까를 생각하기보다 어떤 메뉴를 구입할까 인터넷 사이트를 서치하는 시대, 내가 내 음식을 위해 하는 일은 카드 결제로 구입, 배송된 프리메이드 밀을 전자렌지로 데우면 되는 것이다. 주방을 통해 만들어진 음식보다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온 음식의 비율이 더 많아지는 시대를 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편리함은 반드시 댓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어떤 댓가를 지불하며 이런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지.

영국의 의사 출신 저자가 이런 문제를 빈틈없이 조사하고 추적, 직접 자기 몸에 실험도 불사하여 이 책을 내었다. 전문성이 돋보이는 것은 며칠 전에 읽는 <잠시 먹기를 멈추면>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은 책이라 특별히 더 메모를 남길 필요가 있었다.

다음은 책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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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은 집에서 해 먹는 음식보다 저렴하고 신속하게 먹을 수 있으며 영양 측면에서도 더 풍부하지는 못하더라도 뒤떨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낮은 임금과 시간 부족,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 식생활에서 초가공식품의 비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비슷한 다른 고소득 국가보다 경제적 불평등이 더 심한 영국과 미국 같은 국가에서 사람들이 초가공식품을 더 많이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39)

초가공식품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전통적인 음식의 성분을 더 저렴한 재료와 첨가물 성분으로 대체해서 유통기한을 늘리고, 중앙집중식 유통을 용이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과도한 섭취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43)


가공의 정도와 목적에 따른 새로운 식품 분류 (NOVA system)

1그룹: 미가공 혹은 최소가공식품 (고기, 과일, 채소, 밀가루, 파스타)

2그룹: 가공된 요리용 재료 (기름, 라드, 버터, 설탕, 소금, 식초, , 전분) 산업 기술을 이용해서 제조되는 전통적인 식품

3그룹: 가공식품. 주로 보존을 목적으로 가공한 것. 1그룹과 2그룹을 혼합해서 만든 기성 식품. (콩 통조림, 가염 견과류, 훈제 고기, 생선 통조림, 시럽에 절인 과일, 제대로 갓 구워 낸 빵)

4그룹: 초가공식품. 정교한 장비와 기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은 일련의 산업 공정에 의해 만들어지며 주로 산업 전용으로 사용되는 성분을 이용해서 제조되는 식품 (61)


2003 몬테이루, 브라질의 비만율 조사. 지방과 설탕이 주 요인 일거라 생각

→브라질의 비만율이 폭발적으로 올라갔던 1980년대 중반과 2010년대 사이에 시리얼, 파스타, 빵같이 몸에 좋다는 식품의 구매는 증가한 반면 기름, 설탕 등의 성분이 들어간 건강에 해로워 보이는 식품의 구매는 크게 떨어졌음을 알아냄. 이 역설이 원인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 (77)


『영양학 리뷰』 영양의 기본 단위는 영양소가 아니라 식품이다라는 논문

통곡물, 견과류, 올리브, 기름기 많은 생선 등의 식품이 만성질화의 위협을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베타카로틴, 비타민 B등 그와 관련된 영양소를 식품에서 추출해 보충제로 복용하는 순간 그 이로움이 바로 사라져버리는 현상을 지적.

식품과 식품의 추출물이 같은 것이 아님을 이해하기 시작 (82)

을 넘어서 초가공 식품을 과식하게 만드는 무언가 다른 속성이 존재한다. (97)

초가공 식품이 해로운 것은 그저 지방이 많아서, 소금이 많아서, 설탕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영양소의 내용물이 아니라 초가공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103)


자기조절능력

사람도 소와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 식단을 정확하게 변화시킬 수 있으며 영양학에 관한 지식이 없이도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치를 갖고 있다고 제안 (156)

초가공식품은 이런 자기조절능력을 망가뜨린다.

호흡이나 물 마시기는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몸속 상태에 의해 복잡하고 정교하게 통제되고 있다. 의식적으로 통제되는 것이 아니다. 식품 섭취는 호흡이나 물마시기보다 더 의식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식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물이나 산소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 못지 않게 어렵다. 우리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먹을지는 의식 수준보다 한참 낮은 수준에서 작동하는 복잡한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 (160)

올바른 혈압, 체온, 나트륨 수치 등이 있듯이 올바른 생리학적 체중과 체지방률도 존재. 렙틴 호르몬의 역할. (162)

기관들은 당신의 몸속에서 당신이 무엇을 먹어야 좋을지, 언제 먹어야 할지, 언제 멈추어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163)

그런데, 우리는 단순히 배고픔 때문에 먹지 않는다. 또다른 시스템, 즉 쾌락 체계와의 관련성. 섭식은 쾌락과 보상이 관여하는 과정.

쾌락을 위해 먹게 만드는 시스템과 영양소와 연료를 얻기 위해 섭식을 감독하는 시스템, 이 두 시스템이 수억 년에 걸쳐 작용한 진화적 압력의 연쇄를 통해 서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극단적으로 맛있는 음식에 둘러싸여 있으면 체중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집이 극단적으로 추운 날씨에 둘러싸여 있으면 추워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초가공식품 환경이 우리의 자기조절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66)


당분은 너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저탄수화물 식단에서 발견한점)

저탄수화물 식단에서 모든 참가자의 인슐린 수치가 낮아졌다. 하지만 지방이나 당분이 대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탄수화물에서 온 것이든 지방에서 온 것이든 상관없이 칼로리는 그냥 칼로리였다.

『유럽 임상영양학 학술지』 (175)

저탄수화물 식단의 효과는 검증되었지만 이 식단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 잠시 숨을 참을 수 있듯이 일시적으로는 탄수화물을 피할 수 있지만 결국은 무너지고 말 수 있다. (181)

식탁 위에 설탕 봉지가 올라와 있는 것이 오히려 건강의 신호?

→우리 식단이 워낙 끔찍하다 보니 설탕을 직접 사서 집에서 달달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설탕이 첨가된 기성의 초가공식품을 사먹는 것보다는 그나마 건강하다는 의미 (183)

달달한 음식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더 많이 먹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시리얼에 설탕을 첨가해서 주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아이는 설탕을 첨가해서 주었을 때 더 달라고 한다.

사람들의 체중이 차이가 있는 것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유전자와 식품 환경이 가하는 제약이 충돌해서 생긴 결과일 뿐이다.

마시멜로 실험의 후속 실험 결과,

아이가 만족 지연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가장 큰 예측 변수는 사회경제적 배경이었다. 빈곤한 가족 출신의 아동이 즉각적인 보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았던 것이다. (226)


일부 초가공식품은 사람들이 알코올, 심지어 니코틴이나 모르핀 같은 약물을 사용할 때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뇌의 보상 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 (231)

초가공식품은 산업적으로 생산된 식용 물질 (234)

초가공식품을 끊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뇌의 변화

사람들은 살이 빠지는 거라 생각하겠죠. 하지만 사실은 삶의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아주 긍정적인 방식으로 뇌를 변화시키고 있는 겁니다. “

건강한 식품이 뇌의 배선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준다. (245)

초가공식품의 중독성

중독에는 크게 물질 중독과 행동 중독이 있다. 물질 중독은 담배, 알코올, 코카인 등이 해당하며, 행동 중독에는 섭식 중독, 병적 도박, 인터넷 중독, 휴대폰 중독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은 중독성이 없다. 초가공식품이 중독성이 있는 것이다.


초가공식품과 중독 물질의 유사점

1.    초가공식품은 진짜 식품과 비교했을 때 식품 중독성 점수에서 일관되게 높은 점수가 나왔다.

2.    초가공식품은 여러 가지 중독성 약물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강한 중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초가공식품을 맛보았다가 끊을 수 없는 경우까지 가는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다.

3.    남용되는 약물과 초가공식품이 공유하는 어떤 생물학적 속성이 있다. 양쪽 모두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변성시켜 보상 물질이 빨리 흡수될 수 있게 만든다. 흡수 속도는 중독 가능성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

4.    약물 중독과 식품 중독은, 중독, 정신적 외상, 우울증의 가족력 같은 위험요인을 공유하고 있다.

5.    갈망, 줄이려고 해도 거듭되는 실패,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용 등 사람들은 초가공식품과 다른 중독성 물질에 대해 비슷한 중독 증상을 보고한다.

6.    뇌 영상을 보면 식품 중독과 약물 남용 모두에서 보상 신경로에 비슷한 기능장애 패턴이 나타난다. 초가공식품은 중독성 약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상 및 동기 부여 관련 뇌 영역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249)


초가공식품에서는 수상쩍은 냄새가 난다.

후각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안전하고 영양 많은 식품을 고르고 독성이 있는 위험한 식품을 피하는 것이다. 후각은 무언가가 먹기에 안전한지 알려주는 조기 경보 시스템 중 하나다. (275)


콜라의 성분은 엄청나게 쓰다. 이 쓴 맛을 감추기 위해 회사 측에서는 설탕을 엄청나게 첨가했다.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당분에는 선천적으로 혐오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쓴맛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설탕을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혈당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롭게 작용한다. 우선 세균의 먹이다. 그리고 혈액 속에 당분이 많으면 세포에서 피로 대량의 수분이 빠져나오게 된다. 이렇게 혈액의 부피가 커지면 수분이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탈수를 일으킬 수 있다. 당뇨의 첫 신호 중 하나가 소변이 많아지는 것인 이유다. (295)

코카콜라 회사는 왜 우리에게 이토록 많은 설탕을 먹이고 싶어할까? 우리가 특정 향미를 원하게 되는지 여부는 그것을 섭취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변화하느냐에 달려있다. , 콜라 속 설탕이 우리로 하여금 콜라를 간절히 먹고 싶게 학습시킨다.

여러가지 맛과 감각을 스피드볼처럼 뒤섞음으로써 초가공식품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주입해 막대한 신경학적 보상을 만들어내고 그것 때문에 우리는 그 식품을 더 갈구하게 된다. (298)


저칼로리 음료는 정말 괜찮을까

하지만 인공감미료가 체중 증가  당뇨병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 사람이 향미를 원하도록 학습되는 정도가 음료 속 칼로리 뿐 아니라 단맛과 칼로리가 일치하는지 여부에도 영향을 받음이 입증되었다. (저칼로리 음료는 단맛은 있지만 칼로리는 아주 낮거나 제로. , 칼로리와 단맛이 일치하지 않음) (300)

설탕 대사, 인슐린, 잠재적 중독성에 미치는 영향 말고도 감미료를 마시는 것이 다른 달콤한 음식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다는 증거가 있다.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모든 인공감미료를 2주간 끊자 설탕에 대한 욕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요약

l  초가공식품은 물리적, 화학적, 열적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식품 매트릭스가 파괴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그래서 먹는 속도가 빨라지고, 분당 섭취 칼로리가 많아지고 식사를 마치고 오래 지나도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l  초가공식품은 보통 건조하고 지방과 당분의 함량이 높고 식이 섬유 함량은 낮기 때문에 칼로리 밀도가 대단히 높다. 그래서 한 입에 섭취하는 칼로리가 대단히 많다.

l  초가공식품은 시간에서 다양한 자연식품을 몰아낸다. 특히, 저소득 계층에서 이런 성향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초가공식품에는 미량영양소가 결핍된 경우가 많다. 이것 역시 과잉 섭취를 일으킬 수 있다.

l  입에서 올라오는 미각 신호와 일부 초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영양소 함량 사이의 불일치가 대사와 식용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상태지만, 결국 과잉섭취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l  초가공식품은 중독성이 있어서 폭식을 유도한다.

l  유화제, 방부제, 변성전분, 기타 첨가물이 마이크로바이옴을 손상시켜 염증성 세균이 번성하고 장누수가 생길 수 있다.

l  초가공식품은 편의성, 가격, 마케팅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생각 없이 계속 먹도록 부추긴다. 그래서 결국 더 많은 간식 섭취, 빠른 식사 속도, 섭취량 증가, 충치 등으로 이어진다.

l  초가공식품은 첨가물과 물리적 처리 과정 때문에 우리의 포만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어떤 첨가물은 뇌와 내분비계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포장지에 들어 있는 플라스틱은 생식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  초가공식품을 만드는 생산 방식은 값비싼 보조금을 필요로 하며 환경 파괴, 탄소 방출, 플라스틱 오염 등을 일으킨다. (395)


식품업계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유화제가 마이크로바이옴에 해를 입힌다고? 프로바이오틱스를 첨가하지 뭐.

음식이 부드럽다고? 그럼 검을 더 추가해.

에너지 밀도가 너무 높아? 그럼 인공감미료 추가!

초가공에 대해 이들은 고도가공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것을 재구성 (reformulation)이라고 한다.


가공할수록 식품의 부가가치가 커진다.

우유는 유아식,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보다 부가가치가 작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토마토의 양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그 토마토를 케첩, 피자, 파스타 소스 등으로 바꾸면 시장이 거대 해진다. 식품공급이라는 것은 환상이다. 그것은 주로 돈의 흐름이다. (399)

초가공은 결국 부가가치 창출에 관한 것 (403)

식품 회사들은 결국 돈을 벌어야 하는 사업 (405)

어머니가 어릴 때 만들어 준 아이스크림과 켈리스 (상표) 아이스크림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양쪽 모도 맛있게 먹기 위해 만들어진 달콤한 간식이지만 켈리스 아이스크림에는 추가적인 경제적 목적이 들어가 있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주는 아이스크림의 양을 제한할 수 있지만 켈리스 아이스크림은 그렇지 않다. 덜 팔고 싶어하는 회사는 없다. (409)

담배업계가 흡연 관련 질병에 책임이 있듯이 식품업계도 식생활 관련 질병에 책임이 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활동가들도 초가공식품 업계와 함께 일하는 것을 점점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434)

정책의 목표가 사람들이 초가공식품을 덜 먹게 만들자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니다. 초가공식품을 먹는 것에 대해서 나는 정말 아무런 도덕적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나는 당신이 자녀에게 무엇을 먹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이 있고, 당신이 그런 선택을 내릴 자유가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436)


달라지고 싶다면 해야 할 일

차라리 아예 끊는 것이 훨씬 쉬울 수도 있다. 잰드 (저자의 쌍둥이 동생)와 나에게는 이것이 가장 좋은 접근 방식이었다. 우리는 초가공식품에 중독되어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끊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잰드는 초가공식품을 끊은 뒤 몇 달 만에 20kg을 감량했다. 그는 이제 완전히 끊었다. 아예 예외를 두지 않는다. (440)

당신이 먹는 초가공식품의 최종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당신의 건강보다는 돈을 버는 것을 우선시하고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독성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중독성 제품은 최대한 저렴한 원재료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이것은 당신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진짜 식품일까? 아니면 당신의 건강을 희생해서 다른 누군가 이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산업적으로 생산된 식용 물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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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체중감량을 위해서라도 식품섭취량을 절제하는 것보다 초가공식품을 끊는 것이 더 의미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전에 읽은 <잠시 먹기를 멈추면>과 함께 이 책이 나에게도 식습관을 개선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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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25-04-17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관심생기네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hnine 2025-04-17 23:42   좋아요 1 | URL
딸기홀릭님 서재에서 보고 읽은 <잠시 먹기를 멈추면>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이 책도 읽어보실만 해요. <잠시 먹기를 멈추면>이 간헐적 단식에 대한 것이라면 이 책은 초가공식품이 얼마나 체중 조절의 근본부터 흔들리게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딸기홀릭 2025-04-1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책읽고 나면 먹을게 없을것 같긴 할것 같아요
혹은 먹는게 무서울수도...ㅎㅎ
우리 같이 건강하게 날씬해져요~~

딸기홀릭 2025-04-1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있길래 주말에 대출하러 갈라구요~^^
그 사이 누가 안가져가길...

hnine 2025-04-18 00:30   좋아요 1 | URL
공장음식이냐 집음식이냐, 이것부터 생각하게 되었어요. 가장 값진 음식은 아무리 하찮아보여도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이더라고요.
가공식품까지 피하는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초가공식품‘을 피하는 건 가능할 것 같아요.
저도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답니다. 책이 부피가 좀 되어요. 대출 연장해가면서 읽었어요 ^^
 
[eBook] 잠시 먹기를 멈추면 - 삶을 축제로 만드는 간헐적 단식의 모든 것
제이슨 펑.이브 메이어.메건 라모스 지음, 이문영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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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선 먹어야 한다. 그런데 살기 위해서 먹기를 멈출 줄도 알아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캐나다의 신장내과 전문의 제이슨 펑, 임상 연구자이자 단식 치료법 전문가인 메건 라모스, 그리고 이들의 지도 아래 건강을 되찾은 칼럼니스트이자 강연자 이브 메이어, 이 세사람이 공동 저자가 되어 간헐적 단식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오래전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고, 그때부터 약보다 우선 식단과 운동 먼저라는 생각으로 식단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론적인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에서 많이 배웠다. 그 두 권중 한권이 이 책이고 다른 한권은 아마도 다음에 리뷰를 올리게 될 <초가공식품>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1. 체중 감량은 단순히 칼로리 섭취량과 소모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2. 칼로리보다 결정적인 것은 호르몬, 특히 인슐린

3. 이 두가지와 연관되어 제로칼로리라고 하는 식품들이 포함하고 있는 인공감미료는 칼로리는 0일지라도 여전히 인슐린을 폭등시켜 체중감량에 역효과를 낸다.

4. 호르몬의 관점에서 볼때 탄수화물보다 지방은 호르몬의 교란을 일으키지 않아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 권하는 단식은 극단적인 단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 단식을 포함한, 보다 넓은 범위의 단식이며, 다이어트 이상의 목적을 위한 단식이다. 요즘 유행하는 저탄수화물 식단의 의미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탄수화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탄수화물이 가공된 상태로 너무 많이 들어옴으로써 호르몬, 특히 인슐린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칼로리는 이론적으로 측정된 지수일뿐, 체중이 섭취한 칼로리와 소모한 칼로리의 차이로, 더하기 빼기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다음은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내용을 옮겨본 것이다. 저자가 캐나다 사람이라서 음식 목록에서 우리에게 낯선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체내에는 칼로리에 의존하는 생리학적 경로가 없다.

내가 자주 먹으면 내 몸은 지방을 에너지로 비축하느라 바빠지고 내가 덜 먹으면 몸에서는 에너지를 태우는 시간이 길어진다.

단식은 내 몸이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한다.

단식은 호르몬을 조절한다. 단식은 다이어트 그 이상이다.

단식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4일 연속 단식에 대한 연구 결과, BMR이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 먹지 않을 때 대사율이 높다.

비만은 암의 주요 위험 요소

X 증후군: 대사 증후군으로서, 복부 비만, 고혈당 (2형 당뇨병), 높은 중성 지방, 낮은 HDL, 고혈압 5가지 기준 중 3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질환군. 이들의 공통점은 인슐린 과다를 수반한다는 점

배고픔은 사라진다. 배고플 때 먹지 않으면 결국 배고픔이 지나간다.

펩타이드 YY, 콜레시스토키닌: 주요 포만감 호르몬으로서 펩타이드 YY는 주로 단백질에 반응, 콜레시스토키닌은 지방에 반응.

배고픔이 단순히 속이 비어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 인체 호르몬의 산물이라면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덜 배고프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큰 위를 채울 수 없어서 배고픈 것이 아니다. 배고픔은 자기 통제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는 배고프지 않게 할 수 없다. 우리는 덜 배고프겠다고 결심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배가 고프거나, 배가 고프지 않다. 식욕은 호르몬에 의해 자극되기 때문에 우리가 바꿀 것은 호르몬이다. 체중 감량은 근본적으로 칼로리가 아니라 배고픔을 조절하는 것이다.

단식은 독특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임의로 식사를 건너뛰고 식사 간격을 다양화하면 하루에 세 번에서 여섯 번 먹는 현재의 습관을 깨는데 도움이 된다.

칼로리가 동일한 두 가지 식품에 대한 인체의 호르몬 반응은 음식의 구성 성분에 따라 뚜렷이 다르다.  

혈당 수치가 계속 높게 유지되면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고 싶다면) 이런 탄수화물은 피하라.

-일반적으로 정제된 () 설탕이 들어 있는 제품은 모두 피하라.

-모든 녹말을 피하라.

-블루베리, 라즈베리, 딸기 같은 베리류는 보통 하루에 한 번 정도 먹는 것은 괜찮다. 다른 과일은 피하라.

당지수와 당부하

당지수 (GI, Glycemic index) 탄수화물이 든 음식 50g이 소화되는 속도와 그것이 혈당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수치. 1~100으로 표시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음식을 의미.

당부하 (GL, Glycemic load) 똑같이 50g이라도 일반적인 1인분 양보다 더 많은 식품이 있는가 하면 더 적은 식품도 있다. 이점을 반영하기 위해 GI값과 1인분의 양을 결합한 수치를 당부하라고 한다. 인슐린 수치가 얼마나 높아질지, 이 수치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를 나타낸다.

GL = (GI x 탄수화물 g) / 100

단식 중에 먹을 수 있는 당 부하가 매우 낮은 음식

GL 10 이하인 음식

당근

견과류

육류와 해산물

베리류

플레인 요구르트

치즈

포화지방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지방이 사실은 몸에 좋다.

단식하는 동안 식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식사에 지방을 고의로 첨가해서는 안된다.

건강한 지방이 풍부한 아보카도와 올리브는 맘껏 먹어도 좋지만 베리류는 하루에 한 번을 넘기지 않되 과일이 몹시 먹고 싶을 때만 먹어라.

가공 당류와 가공식품을 멀리 하라. 포장지에 수십 가지 재료가 적혀 있으면 먹지 마라.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첫 번째 단계는 음식을 잠재적인 에너지원으로 보는 것이다. 음식을 에너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함으로써 내 마음속에서 음식을 그것이 상징했던 더 복잡하 영역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우리 중 많은 사람에게 음식은 보상이다. 지루하거나 외로울 때, 마음이 헛헛하거나 일정에 공백이 생길 때, 친구 삼아 또는 기분 전환을 하려고 음식을 먹는다.

즐거움과 중독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태초부터 먹는 것을 즐겼지만, 음식 중독은 거의 전적으로 현대인의 문제다.

헤로인과 같은 불법 약물은 뇌에 특별히 강력한 도파민 급증을 일으킨다. 당분도 정확히 같은 작용을 한다.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뇌의 한 부분인 해마는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한 속도로 느끼게 되는 만족감을 기억에 저장해 사탕, 쿠키, 탄산음료를 꿈꾸게 만든다.

음식 중독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 지천에 널린 게 음식이다 보니 다른 중독보다 음식 중독을 끊기가 더 어렵다.

음식 중독을 유발하는 10대 식품: 피자, 초콜릿, 감자 칩, 쿠키, 아이스크림, 프렌치 프라이, 치즈 버거, 다이어트 음료가 아닌 탄산음료, 케이크, 치즈

과식한 후에야 감자 칩 하나 또는 케이크 한 조각도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 고도로 가공된 음식을 먹으면 뇌의 쾌락 중추가 활성화되어 뇌에 행복감이 넘쳐나는데, 그 행복감이 도망치고 싶은 시댁에 있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압도한다. 이 경우 먹기는 신호와 보상의 매우 중요한 매개자이다.

두 가지 전략

첫째, 음식이 몹시 당길 때마다 당을 지방으로 대체한다. 지방은 배가 부르니 식욕을 없애라고 뇌에 신호를 보낸다.

둘째, 단식한다. 단식도 마찬가지로 호르몬조절을 도와 식욕을 통제하게 해 준다.

단식이란? 원하는 건강을 얻기 위해 식사 간격을 벌리는 것.

모든 단식의 진정한 의미는 덜 자주 먹는 것이다.

간식 없이 하루에 세 번만 먹는 기본부터 시작.

단식보조음료

l  비타민, 미네랄, 전해질이 가득한 사골 육수

l  집에서 만든 저탄수화물 채소 육수

l  무설탕 피클 주스

l  세 큰 술의 레몬주스나 라임주스가 들어간 물

l  사과 사이다 식초.

l  사우어크라우트즙 (독일식 양배추 절임 즙)

l  차와 커피. 헤비 크림 (유지방 함량이 36% 이상인 생크림), 우유와 크림을 반반 섞은 혼합물, 전지 우유, 무가당 코코넛 밀크, 무가당 아몬드 밀크, 버터나 기, 코코넛이나 MCT 오일 등과 같은 지방 1~2큰술과 함께.

    설탕과 인공 감미료는 절대 안된다. 설탕이나 스테비아 등을 먹으면 단식으로 줄이려고 하는 인슐린 생산이 자극된다.

수분 무게를 제외하면 24시간 단식할 때 마다 체지방이 약 230g 감소.

지방 연소 모드로 들어가려면 16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단식한 후에 시작된다.

단맛은 배고픔을 유발

단식의 시작은 한끼 거르기. , 8시간 동안에 두 끼를 먹어야 하며 각 끼니를 1시간 내에 마쳐야 한다.

의약품으로 분류된 멜라토닌은 인체의 멜라토닌과 동일한 구조를 가진 합성물질인 반면 해외 직구나 불법으로 유통되는 거의 모든 멜라토닌은 소와 같은 동물의 뇌에서 추출한 것이어서 안전성 우려가 있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 본다.

장기 단식을 시도하는 이유

목표를 빨리 달성하고 싶다.

체중과 치수가 한 달 이상 그대로다.

단순히 체중 감량을 넘어 추가적인 건강 혜택을 얻고 싶다. 예를 들어 장기 단식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수치가 낮을 때 더 효과적이다. 단식 36시간 후에 케토시스가 시작되고 48시간 후에 자가포식이 시작된다. 장기 단식을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고도 알려져 있다.

단식을 중단하는 방법

대부분의 단식, 5일 이내의 단식에서는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5일 이상 굶는 긴 단식을 마쳤다면 주된 식사를 하기 약 30분 전에 견과류 한 줌이나 소량의 샐러드 같은 간식을 조금 먹으라고 조언한다. 약간의 간식은 영양 재개의 한 형태이다. 이것은 단식을 끝내고 많은 양의 식사를 할 때 전해질이 너무 빨리 세포로 들어가는 현상을 막고, 단식 후 과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영양 재개로 여러 날 사용하지 않은 소화 기관을 준비시킬 수 있다.

 

체중 감량은 칼로리 인 칼로리 아웃 방식이 아니므로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비해도 지방이 빠지지 않는다.

체중 변화는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며 그중 인슐린은 지방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식 (단식의 상대적인 용어) 기간에 폭식을 부추기거나 당신을 중독이라는 토끼굴에 빠뜨리는 음식을 먹지 말기 바란다. 스테비아와 같은 천연감미료는 칼로리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데도 내 인슐린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추수감사절에 탄수화물을 폭풍 흡입하고 사과파이를 다 먹어 치웠다고 해서 정말 문제가 생길까? ‘단식으로 씻어낸다면 대답은 아니오. 나는 항상 이 방법을 사용한다. 모든 사람에게 내가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초인적인 존재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나는 가끔 피자를 즐기는데 대개 너무 많이 먹는다. 괜찮다. 그러고 나서 나는 항상 단식 일정을 잡는다. 단식은 인슐린 수치를 낮추고 지방에 저장된 음식 에너지를 태워서 피자로 인한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동을 바로잡는다. 단식은 내가 피자를 먹으며 느꼈던 죄책감까지 씻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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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4-1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중독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군요. 당분이 헤로인과 같은 약물과 같은 작용을 한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네요. 고도로 가공된 음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데, 대부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간편식들이 그런 종류이죠. 직접 식재료를 장만해 요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물가가 높고, 너무 간편한 음식들이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1일 1식으로 저녁만 먹는 날이 가끔 있어요. 낮에는 살짝 배가 고프다가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점심 약속이 잡히거나, 회의 장소에서 나오는 간식들 때문에 간헐적 단식이 자꾸 깨지는데, 일을 하면서 이런 것들까지 제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아요.

hnine 2025-04-14 16:00   좋아요 0 | URL
빈곤국, 빈곤지역일수록 비만율이 높은 이유가,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간편식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편한 것들을 선택할땐 그만한 댓가를 치르게 될 각오를 해야할것 같아요. 간헐적 단식을 고수하느라 사회 생활이 깨지게 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될수록 간식을 피하는 것이 좋고 그런 경우 어떻게 융통성있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있더군요.
음식 중독이 다른 중독보다 훨씬 제어가 어려운 것이, 마약이나 술, 담배 등은 사회적으로 경고도 받고, 일부러 가서 구입해야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음식은 어디에나 널려있고, 중독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단어가 품은 세계 - 삶의 품격을 올리고 어휘력을 높이는 국어 수업
황선엽 지음 / 빛의서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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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평소에 이름이나 단어에 대해 궁금증이 많다.

'사과'는 왜 이름이 사과가 되었을까? 

'살구'는 왜 살구이지? 우리말인가, 한자인가?

'느티나무' 의 느티는 무슨 뜻일까?

왜 어느 나라 언어이든지 엄마, 아빠라는 단어는 비슷한 소리로 발음될까?

저자도 그랬다. 전공이 국문학이어서 더 그랬을지 모르겠다. 나는 궁금한데서 끝날때가 많지만 저자는 어원을 찾아보고 조사했을 것이다. 그렇게 알아가게 된 단어들이 쌓이고, 수업 시간에 인용을 많이 하면서 이런 것들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일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책의 서문 첫문장이 이렇다.

저는 단어의 뿌리를 탐구하는 일이 참 재미있습니다.

오래 쓰여오는 단어가 탄생하던 순간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태어난 단어가 성장하고 노쇠하고 죽기도 하는 과정을 알아내는 것은 단어와 함께한 우리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의 모습이기도 할테니 재미있는게 당연하다. 요즘 들어 새로 생겨나는 단어는 얼마나 많은가. 오늘도 나는 새로운 단어를 배웠다. 마기꾼.

얼룩백이 황소, 옛말의 고추는 후추, 양말의 '양'은 서양을 뜻한다는데 그럼 예전엔 그냥 '말'?, 강아지, 송아지와 달리 돼지와 고양이에 새끼를 뜻하는 단어가 없는 까닭은 돼지와 고양이가 원래 새끼를 뜻하기 때문, 이름 앞에 붙는 '개'의 의미, 가죽나무의 가죽은 껍데기 (skin)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돼지고기의 한 부위인 갈매기살의 갈매기는 가로막 (횡경막)에 붙은 살이라는 뜻, 등등, 책 속에 흥미있는 사실이 가득이다.

서울에서 이사온지 꽤 되어서인지 나는 지하철 신천역이 잠실새내역으로, 은평구에 있는 신사역이 새절역으로 바뀐 것도 모르고 있다가 책을 보고 알았다. 왜 바뀌게 되었는지 까지.

한때 우리말 순화운동이 일어나면서 한자나 일본어, 외래어를 억지로 우리말로 바꾸느라 잘못 만들어진 단어들도 많았는데 여기서 저자는 국어학자의 역할은 이런 운동에 앞장 서서 사람들을 끌어가는 것이라기 보다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뒤쫓으며 확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학자들이 앞장서서 "이쪽으로 이렇게 갑시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저자가 특히 식물 이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나와 비슷했다. 식물 이름에는 오랜 역사가 담긴 예가 많기 때문이다. 모양때문에 붙은 이름도 있고, 사회 관습때문에 붙은 이름도 있다 (며느리밑씻개). 

오늘도 저녁 상에 반찬으로 오른 부지깽이 나물을 먹으며 나물 이름이 왜 부지깽이일까 궁금했다. 

국문학과 교수님이 쓰신 글이라 딱딱하고 전공에 치우친 내용일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술술 넘어갔다.

다 읽고나서 책에서 여러번 언급된 우리말샘 사전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놓았다. 이런 것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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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3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05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고비의 시간 - 생명 사랑으로 이어진 17년의 기록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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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생물학과 교수를 지내긴 했지만 새를 전공하진 않았다. 동고비라는 새를 관찰하게 된 것은 전공과 무관하게 개인적인 상황에서 비롯한 우연한 기회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기회에 대해 책의 들어가는 말과 처음 글 동고비를 만나야 했던 이유라는 제목으로 설명하고 있다.

처음 그는 큰오색딱다구리가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키워내는 과정을 보았다. 그는 큰오색딱다구리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주어 어린 새끼새들을 키우고 마침내 새끼새들이 둥지를 떠나가는 것을 보고 울었다고 했다. 그런데 저자의 관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번식을 끝내고 비어 있는 딱다구리 둥지는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파낼 능력이 없는 다른 많은 생명체에게 더없이 귀한 선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중 하나가 동고비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새였다. 동고비는 딱다구리의 옛 둥지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 몸에 맞게 다시 꾸며서 사용하는 재미있는 새였다. 이를테면 입주 전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둥지 입구를 좁히기 시작한 첫날부터 어린 새 여덟 마리를 잘 키워 둥지를 떠나기까지의 80일을 기록하였고 이것을 <동고비와 함께 한 80>이라는 책으로 발표한 것이 15년 전이다. 80일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동고비를 만난 시간을 2년이라고 한다. 이 책을 난 이후에도 더 알아야 할 것들이 남아있었고 다른 여러 마리의 동고비에서 다름과 차이를 확인하고 싶었고 그 내용을 보태어 15년 후 이 책 <동고비의 시간: 생명 사랑으로 이어진 17년의 기록>을 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이전에 동고비와 함께 한 80일의 내용에 실렸던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빈 둥지에 자기들의 둥지를 짓는 과정에서부터 짝짓기, 알 낳기와 알 품기, 어린 새 키우기 (육추), 어린 새 둥지 떠나기 (이소) 과정과 함께, 둥지 전쟁이라고도 부르는 둥지 다툼 과정을 관찰한 내용이 들어있다. 둥지 다툼을 벌이는 생물에는 딱다구리, 다람쥐, 하늘다람쥐, 청설모, , 소쩍새, 찌르레기, 원앙, 큰소쩍새, 파랑새, 호반새 등이 있는데 벌이나 다람쥐 같은 것들도 딱다구리가 만들어 놓은 둥지를 탐낸다는 사실은 뜻밖이었다. 그만큼 딱다구리가 만들어 놓은 둥지는 쓸모가 있게 만들어져 있다는 뜻이다.

동고비가 딱다구리가 만들어놓을 둥지를 발견하고 차지하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둥지의 청소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둥지를 이용할 지언 정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청소부터 하고나서, 비로소 진흙을 물어 날라 자기들의 둥지로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딱다구리가 주로 둥지를 짓는 나무 수종은 어떤 것인지, 둥지의 높이는 어떠한 지, 어느 방향으로, 어떤 방법으로 짓는지, 자세하게 관찰한 내용이 들어가 있고 그만큼 사진도 많이 실려 있어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둥지를 다시 수리하는 데 쓰는 재료는 진흙이 첫번째, 그 다음으로 쓰는 재료가 나뭇조각, 그리고 얇은 나무 껍질이었다. 이 얇은 나무 껍질이 알자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거의 한달에 걸쳐 둥지를 완성한다. 그리고 비로소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놀라운 점은 동고비가 짝을 먼저 정하고 이들이 함께 둥지를 찾아 재보수를 하여 완성을 한 후에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새도 이런 순서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 안 했다.

동고비를 관찰하며 가장 큰 기쁨의 순간을, 첫째, 어린 새의 첫 먹이를 가져와 먹일 때, 두 번쨰는 어린 새가 잘 커서 둥지 입구로 첫 고개를 내밀 때, 세 번쨰는 둥지의 모든 새가 아무 탈 없이 보금자리를 떠나 진정한 자연의 품에 안길 때라고 한다. 생각만 해도 뭉클해진다.

이런 과정들이 여러 장의 사진으로 실려 있다. 그 사진들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동고비 둥지 앞에서 보내야 했을까.

내가 제일 뭉클했던 순간은 어린 새의 둥지 떠나기, 즉 이소 과정을 보면서이다. 부모와 어린 새가 헤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미련 없이 떠나보내고 떠나 가는 과정. 사람은 잘 못하는 과정을 새들은 자연스럽게 해낸다.

새가 한번에 새끼를 여러 마리 낳는데 새끼들을 성장 차이가 거의 없이 골고루 키워내는 재주도 신기하다. 동시 부화와 균등한 배식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알이 나오는 순서가 있지만 그 알들을 순서대로 부화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번에 부화하기 때문에 성장 차이가 거의 없고 부화한 새끼새들을 어느 한 개체에게 치우치지 않게 균등하게 먹이는 재주가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니라 먹이를 가장 간절히 원하는 어린 새에게 먼저 주는 것이다. 고개를 가장 높이 드는 새이다.

딱다구리에 의해 한번 만들어진 둥지를 두고 여러 생물들에 의해 둥지 다툼이 일어난다고 했는데 한 둥지를 오랫동안 관찰하여 둥지를 차지하는 생물들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보여주었다. 아홉 번 주인이 바뀌는 둥지도 있었다. 아마 수년에 걸쳐 일어난 둥지의 역사일 것이다. 동고비가 정신없이 진흙을 물어 나르고 있는 둥지가 있는 나무를, 시설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베어버려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날의 아픔도 있었다.

둥지를 짓고 있는 동안에 다른 새들에게 둥지를 점령당하여 둥지를 빼앗기기도 하고 짓던 둥지가 무너지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을 다시 짓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저자는 감동을 받고 동고비 정신이라고 부른다. 저자가 그랬다면 책을 읽는 사람도 그럴 것이다. 동고비의 번식 과정을 알게 되면서 생명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자식을 낳아 길러 내보내는 과정은 새라고 해서 사람보다 못할 게 없고 숭고함에 차이가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17년을 동고비에 관심을 두고 관찰해온 저자에게도 존경심이 든다. 그건 생명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이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혼자 날아서 둥지를 떠난 새는 처음 부터 먼거리를 날지 못하고 둥지에서 가까운 나무 가지까지 날아가 앉아 있으면, 부모 새가 먹이를 물어다 준다. 마지막 서비스이다. 오른 쪽의 튼실해보이는 새가 새끼새이고, 왼쪽의 헐벗은 듯 보이는 새가 부모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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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3-0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새나 짐승이 살던 곳에는 다른 새나 짐승이 살던 냄새가 뱄기에, 이 냄새를 안 없애면 다른 새나 짐승이 다시 그곳으로 와요. 그리고 곧 태어날 새끼새한테는 어미새 냄새를 알려주어야 하기에 반드시 싹싹 잘 치워야 하고요.

말씀처럼 둥지나기를 잡아채기란 가장 힘들어요. 어느 날 갑자기 한나절 만에 둥지나기를 하거든요.

새끼새한테 둥지나기는 마지막에 삶이냐 죽음이냐 하고 갈리는 길목이기도 합니다.
둥지나기를 못 하면 그만 둥지로 못 돌아와서 바닥에서 다른 짐승한테 잡혀먹거나, 시골이라 하더라도 자동차에 밟혀서 죽기 일쑤입니다.

hnine 2025-03-02 10:23   좋아요 0 | URL
청소부터 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저렇게 청소를 하고 둥지를 새로 고쳐 만드는 동안에도 다른 새들이 덤벼들지 않도록 계속 경계하고 지켜야 한대요. 둥지나기 하는 과정을 제가 자세히 쓰진 않았는데, 읽는 저도 뭉클하고 우리 인간들의 방식을 되돌아 보게 되었답니다. 자식을 계속 옆에 끼고 살고 싶어하는 것이 과연 자식을 위한 것일까 하고요. 둥지나기 실패하는 예들도 책에 나와있긴 한데, 태어나서 계속 생존할 수 있느냐 하는 첫 관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걸 지켜보는 부모새의 심정은 어떨까.
이 책 읽으며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 - 잠 못 이룬 날들에 대한 기록
마리나 벤저민 지음, 김나연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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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마자 시계를 본다. 숫자 4가 보이면 그래도 성공이다. 적어도 새벽 4시는 넘었다는 것이니까. 3이나 심지어 2가 보이면 낭패스럽다. 이미 깨어버린 잠을 억지로 다시 청해야 하니까. 그렇게 용을 쓰다가 포기하고 일어나는 날은 하루가 아주 길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흔히 말하는 갱년기 증상도 아니다.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나는 잠 없는 사람으로 살았다. 정신의학 코너가 아니라 문학 코너에서 불면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 눈에 띄어 안 꺼내 볼 수가 없었다.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에게'

저자 마리나 벤저민은 주로 논픽션 분야의 글을 써오고 있는 작가이다. 이 책은 불면의 개인적인 경험담과 함께 거기서 나아가 잠에 대한 여러 이론과 기원, 잠에 대한 각종 이론과 가설 등, 폭 넓게 고찰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내가 새벽 4시를 기점으로 삼았듯이 저자는 새벽 4 15분을 들어 묘사하였다. 이 시간대의 어둠은 이전만큼 순결 무구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한밤중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건너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 깜깜하지만 새 소리가 들리는 시간이며 밤의 가장자리 시간.

하루의 고된 노동 끝에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던 때가 있었다. 언제부터 우리는 불면의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을까?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일환으로 파생되었다고 했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시계, 시장, 철도 (나중엔 고속도로)의 노예가 되었고 괴물 같은 기계의 윤활유로서 긴 하루를 보내야 하기에 설탕이나 담배, 커피를 이전보다 더 많이 소비하며 종일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불면으로 시달린다고 할 때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지 그러냐는 것이다. 약을 처방받기 전에도 우리는 안다. 그렇게 얻는 잠이 이전의 잠과 같지 않다는 것을. 수면보조제의 효과에 대해서 대부분은 잠시 효과를 보이며 나를 희망으로 부풀게 했다가 이내 납작하게 찌부러뜨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관성 있는 효과를 보이지도 않을 뿐 더러 잠을 잔 시간은 얻을 수 있어도 잠이 주는 활력의 효과는 기대 이해라는 것은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수면의사 루빈 나이먼의 권고에 의하면 수면제는 눈뜬 채 지새는 시간을 기억에서 지워버려 기억상실증을 유도하고 가짜 수면을 생산한다. 수면제는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증상을 억제할 뿐이라고 했다.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처럼 불면증을 즐기는 경지에 있던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는 완벽히 어두워지는 것을 두려워해 밤이면 침실 문을 살짝 열어두었고, 잠이 들면 암흑 속에서 영혼이 흩어져버리듯, 완벽한 어둠 속에서는 머리가 빙빙 돌며 현기증을 느끼기 때문에 문틈으로 새어들어오는 희미한 한 줄기 불빛만이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불면상태에 대한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가 저서 <공간의 시학>에서의 묘사는 불면상태 만큼이나 모호하게 들린다.

우리가 믿음을 바탕으로 영혼을 열어 보일 때 창의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사이에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친밀한 관계가 성립된다. (92)

불면의 시간에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는 것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도취에 가까울 정도로 격앙된 불면 상태에서 그런 벅찬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다. 구멍이 송송 뚫린 밤의 모습처럼 내 앞에 벌어질 모든 일에 마음이 열리고 유연하게 흐르는 우주와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93)

저자는 아주 드물게 이런 벅찬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하면서 이건 그야말로 드문 경우이고 대부분은 이와 아주 반대되는 감정 상태라고 했다. 실로 불면의 세계는 끝이 없나 보다.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 앞으로 올지도 모를 경험이니 가능성을 열어두자.

여성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대해 여성은 불면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제시한다. 잠들기 거부하는 것은 나 자신의 소멸과 싸우고 있었던 것일지 모르고, 엄마와 가정주부라는 역할 외에는 어떤 선택도 용납하지 않았던 사회적 제약에 (나름대로 방식으로) 저항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잠으로만 가능한 꿈에 대한 여러 이론들, 가설들도 제시하였다. 잘 알고 있는 프로이트와 융 같은 정신의학자 외에도 나보코프, , 볼라뇨, 베라트 등 많은 작가, 철학자들이 꿈의 기능, 꿈의 의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불면은 과도한 소속감과 과도한 생각에서 오는 잉여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불면증을 잠재우는 방법으로서 자리에서 일어나 글을 쓰는 방법을 택한다. 밤이면 돌고 도는 생각을 종이 위에 옮기고 분석하여 정돈된 단어로 고쳐보는 것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나침반이자 닻이고, 내가 나를 초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희귀한 의식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명상이 그런 의식이라면 저자에겐 글쓰기가 있다고 하였으니 작가 다운 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꼭 작가라서일까? 작가 에게만 통하는 방법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불면증을 바라보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한 것에 나도 공감한다. 불면을 타파하기 위해 더 불면을 못 견디는 것으로 만들어보는 대신 감당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돌려보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조각 조각의 생각들을 콜라주의 재료로 삼아 무의식의 단편들을 창의력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내가 요즘 새벽 2시에 책상의 스탠드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새로 켜고 앉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한 불면증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겠거니 예상하며 읽었는데 생각보다 다각적인 방면으로 분석하고 고찰한 내용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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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2-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면증이 있으시군요. 저도 중간에 잠을 깨긴하지만 금방 잠이들긴 합니다. 물론 가끔 실패하는 경우도 있긴하지만. 어렸을 땐 잠이 너무 많아 불면증에 걸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럼 더 많이 책을 보고 글도 쓸텐데 하며. 지금은 참 철없는 생각을 한 거죠. ㅋ
저의 엄니도 오래 잠을 못 주무셨는데 점점 더 나이드시니까 지금은 비교적 잘 주무시더라구요. 불면증이라기 보단 그냥 잠이 없는 체질. 뭐 그렇게 봐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4, 5 시간 자고도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있던데.

hnine 2025-02-22 14:22   좋아요 0 | URL
저는 좀 심각한데, 한숨도 못자고 아침을 맞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을때라도 몇시에 잠이 들든 2시간 후면 깨서 다시 잠을 못잘때가 많아요. 원래 잠이 없는 편이긴 한데 그게 점점 더 심해져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