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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용한 외국어 학습 앱은 Duolingo (https://www.duolingo.com/learn)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컴퓨터과학과 교수가 그의 박사과정 제자와 함께 개발한 언어 학습 앱이다.


나는 2021년 6월 스페인어로 시작하여 한 우물 파는 끈기가 없어 이것 저것 기웃대보며 지금까지 이용중이다.



스페인어

이전에 배운 경험 전혀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손에 연필 한번 안 쥐고도 진도가 나갈 수 있을 만큼, 따라가는데 큰 무리 없었다.

이 앱의 특징은 읽기, 쓰기 보다는 말하기 우선이라는 점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따라 읽고 다시 복습시키고 점수에 바로 반영이 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단계가 조금 올라가고 나름대로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 단계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정리 노트를 만들게 되는데, 처음부터 인칭대명사, 단수, 복수 외우고 시작하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언어에 스며들수 있고, 일단 친해진 후 필요에 따라 문법을 익히는 순서가 언어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추고 말이다.

그렇게 만든 정리 노트가 작은 수첩 하나를 꽉 채웠을 때 쯤엔 실제로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여행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나와 같이 시작한 남편은 여행지에서 현지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참고로 스페인어는 스페인식과 멕시코식이 약간씩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 앱에서는 주로 멕시코식으로 가르친다.



이탈리아어

다음 여행지는 이탈리아라고 혼자 점찍고 이탈리아어를 시작해보았다.

이탈리아어도 이전에 배운 경험 없고 백지 상태에서 시작.

그런데 스페인어 공부할때보다 어려웠다.

이탈리아어가 스페인어와 비슷하고 별로 어렵지 않다고 누가 그랬냐고요!

비슷한 단어도 있긴 하지만 하나도 안 쉬웠다. 일단 발음. 그리고 억양.

생각해보니 스페인어는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서 쓰이는 단어들이 많고 외국 지명에도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아서 진입장벽이 높지 않았던 것 같다.

이탈리아어는 단어도, 억양도, 흉내내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발음하고선 왜 내가 웃긴지.

일찌감치 쉬운 교재도 하나 사서 함께 진행해보다가 현재 잠시 접어두고 있는 중



일본어

일본어 역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

도대체 알파벳 아닌 문자로 되어 있는 언어를 이 앱에서 어떻게 가르칠까 궁금해서 시작해보았다.

알파벳을 사용하는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의 경우 쓸 줄 몰라도 일단 말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 가능했던 것에 반해 일본어는 쓰기, 읽기, 말하기를 동시에 가르친다. 즉,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외우면서 진도가 나가게 되어있다는 뜻. 

모니터 상에 한 획씩 따라 쓰도록 가르친다. 그렇게 학습한 글자 수가 점점 늘어가다보면 결국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다 외워야 하는 단계가 온다. 이때부턴 '하루에 15분씩' 이라는 Duolingo의 모토가 통하지 않게 되고 연필과 연습장이 필요하다. 

거기까진 그래도 괜찮은데, 일본어 단어나 문장이 나올때마다 읽기를 도와준답시고 그 위에 영어 알파벳으로 발음이 표시되어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일본어 단어가 나오면 영어로 달아놓은 발음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기껏 외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떠올려 떠듬떠듬이라도 읽어볼 기회를 놓치고 나도 모르게 영어 발음기호 보고 읽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스텝이 좀 올라가고 나니 갑자기 문장이 길어지고 시제가 복잡해지기 시작. 난이도가 서서히가 아니라 갑자기 높아지는 단계가 왔다. 또 장벽에 봉착. 그래서 일본어도 여기서 중단. 

앞으로도 일본어만은 이 앱이 아닌 다른 방법을 이용할 것 같다.



독일어

내가 시도해본 외국어중 유일하게 백지 상태가 아니라 이전에 배운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독일어.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었다. 고등학교때 배울 때도 별로 잘 못했고 기억나는 것도 없어 기대를 안했는데, 오래 전이라도 배운 경험이 있다는게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 여성, 격의 변화 등이 생소하지 않다. 제일 어려운 것은 발음. 특히 R 발음. 

변화, 생략, 예외 많지 않고 딱딱 들어맞는다고나 할까? 지금 현재 section 3까지 발음 제외하면 아직은 장벽 없이 잘 배우고 있다.



이상은 내가 직접 경험해본 것이고, 옆에서 영어, 수학, 음악도 하는 것을 구경은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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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4-2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파벳 아닌 언어의 문제라면 중국어도 일본어와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겠군요.

hnine 2025-04-24 20:46   좋아요 0 | URL
중국어가 제일 궁금하긴 해요 어떤 방식으로 학습이 될지.
옥스포드 학생들에게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울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언어를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니까 중국어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Duolingo 앱은 그 언어에 입문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 이니, 잉크냄새님은 중국어 말고 다른 언어 배우실때 이용해보세요~

딸기홀릭 2025-04-2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어 해놓고 매일 놓치고 있는데 여행같은 목표를 정해놓고 새로운 언어로 도전해봐야겠어요
효과있다는게 신기하네요

hnine 2025-04-24 21:36   좋아요 1 | URL
제 남편이 영어 하고 있는데 만만치 않다고 하던데요.
한국어도 있던데, 한국어는 어떻게 가르칠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외국어 배우려면 교재 사고 학원 다니고 그러던때가 있었는데, 얼마나 편한지. 무엇보다도 무료라니 말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독일어 재미있어서 당분간은 계속 할 것 같은데 여행 계획이 잡힌다면 바로 그 언어로 또 달려가겠지요? 그것만한 동기부여가 없으니까요.
영어, 계속 해보세요.

다락방 2025-04-25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나인님.
제가 처음 듀오링고를 한다고 할 때 다른 언어에도 도전해보라고 말씀해주셔서 덕분에 저는 요즘 스페인어도 학습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부방법을 모르고 살았다가 오오 학습이 정말 되네? 하면서 신기해하고 또 재미있어 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 스페인어 레벨13인데 지금은 좀 어려워요. 저는 그냥 쌩으로 듀오링고만 하고 정리 같은건 일절 안해두었었는데 정리를 하면 아무래도 더 낫겠다 싶긴 하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나인님.

hnine 2025-04-25 10:06   좋아요 0 | URL
대단하십니다 다락방님. 바쁘신 와중에 스페인어 학습까지 계속 하고 계시군요.
스페인어는 쓸모가 많아요.
아침에 출근 준비로 바쁠 일이 없는 저는 아침 첫 15분 동안 점수가 세배로 올라가는 혜택을 받기 위해 누워서 Duolingo부터 하는 날도 있어요.
어려워졌다 싶을 때는 간단하게 메모를 하면서 공부하면 좋더라고요. 공부한 흔적도 남고 나중에라도 펼쳐볼 것이 생기고요.
여행 다니실 일이 많으실텐데 스페인어는 계속 하시기를, 응원합니다.
(근데요, 독일어도 재미있어요~~ 꼬득임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의 고독>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part 1과 2로 나누어 총 16부 작으로 제작되었다는데 현재 part 1의 8부가 공개되어 있다.


오래 전에 책으로 읽긴 했지만 워낙 방대한 내용에 혼동하기 쉬운 인명을 인물과 대응하며 읽느라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어볼 엄두는 못내던 참에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 영화로 보고나서는 제목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의 solitude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책으로 읽을 때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던 것 같다. 



Solitude는 "고독"이나 "혼자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는 주로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며, 스스로 선택한 홀로 있음의 평화와 자기 성찰을 강조합니다.

Loneliness는 "외로움"을 뜻하며, 대개 부정적인 감정을 내포합니다. 이는 타인과의 연결 부족, 사회적 고립, 또는 소속감의 결여에서 오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나타냅니다.

주요 차이점

  1. 감정적 색채

    • Solitude: 긍정적 또는 중립적 (자발적 고립, 내적 평화)
    • Loneliness: 부정적 (외로움, 고립감)
  2. 자발성 여부

    • Solitude: 스스로 선택한 홀로 있음
    • Loneliness: 원치 않는 고립
  3. 내적 상태

    • Solitude: 자기 발견, 창의성, 휴식과 연결됨
    • Loneliness: 불안, 소외감, 고독감과 연결됨

예를 들어, solitude는 조용한 산책이나 명상을 통해 얻는 평화를 의미할 수 있지만, loneliness는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나타냅니다.



이상은 chat GPT가 조사해서 알려준 것. 


호세 아르까디오가 결혼과 함께 마꼰도라는 자치적 부락을 만들어 떠나는 시작 부터가 원치 않는 고립의 loneliness가 아닌 자발적 고립인 solitude의 시작이라고 보여지기도 한다. 남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치라는 대외적 차원, 또 백년에 걸친 한 가문의 차원까지 이 작품에서 solitude는 다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8부까지 다 시청하고 난 소감은, 엄지 척!

책 보다 훨씬 몰입감있어 다른 것에 신경쓸 필요 없이 작품에 집중하여 의미를 헤아려가며 볼 수 있었다. 책으로 이미 한번 읽었기 때문이라고 하기 뭐 한 것이, 이미 8~9년 전에 읽은 책의 내용은 거의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사가 전부 스페인어로 되어 있으니 더 실감나기도 했고, 책으로 아직 안 읽은 분은 물론 읽으신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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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01-02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백년의 고독은 소설 자체를 재미없게 읽어서...넷플 애청자인 제게 저 영화가 떴지만 전 패쑤했습니다요..ㅎㅎ

엣지나인 님, 새해가 시작되었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 되시길 빕니다~~

hnine 2025-01-02 21:05   좋아요 0 | URL
백년의 고독, 만만한 작품은 아니지요.
영화는 재미있게 잘 만들었어요. 어느날 필이 팍 꽂힐때 한번 보세요 ^^
저를 엣지나인이라는 멋진 닉네임으로 불러주시는 yamoo님, 저는 정말 올해는 작년보다 건강하고 싶은게 첫번째 소원이랍니다. yamoo님도 좋은 작품 많이 그리시고 알라딘에서도 자주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5-01-0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의 고독을 예전 30대에 재미없게 읽었어요. 인물들의 이름이 헷갈려서 도표를 그려 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포기하지 않고 완독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왜 이 작품이 재밌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읽으면 다를까요? 영상을 보면 다를지 궁금합니다.

hnine 2025-01-05 13:20   좋아요 1 | URL
저는 읽은지 8,9년 된 것 같은데도 지금 내용이 가물가물한데, 더 오래전에 읽으셨다면 pek님도 혹시 그러시지 않으신가요? 다시 도전해보실 생각이시라면 영화로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잘 만들었어요.

페크pek0501 2025-01-2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의 고독. 이 영화를 나인 님이 추천하셔서 넷플에서 1회를 봤답니다. 재밌었어요. 시간 날 때 계속 시청하겠습니다.^^

hnine 2025-01-20 17:39   좋아요 0 | URL
네,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한번에 볼수는 없고, 야금야금 보면 좋아요.
 







































연옥편을 마치고 천국편을 읽고 있다.

연옥부터는 지옥과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벌의 종류와 벌 받고 있는 고통스런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져있던 지옥편에 비해 연옥과 천국은 훨씬 부드럽고 설명적이라고 해야할까.

지옥에서는 죄인들이 주로 등장한 반면 연옥에서는 시인, 음악가, 조각가 등의 예술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지옥을 둘러보는데 만 하루를 보낸 단테가 연옥에서는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사흘 낮 사흘 밤을 보내는 것도 다른 점이다.

연옥 입구에서 단테는 이마에 일곱개의 P자를 새기고 출발, 일곱 둘레로 이루어진 연옥을 차례로 둘러보며 P자를 하나씩 지워나간다. 여기서 P는 '죄'를 뜻하는 'peccatto'의 첫 자이다.

연옥의 일곱 둘레는 맨 아래부터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의 둘레이고 맨 윗층은 지상낙원으로 되어 있다. 즉 죄를 다 씻은 영혼이 도달하는 곳이다. 지상낙원에서 단테는 그리폰을 만나고 (그리폰은 그리스도를 상징), 하늘에서 수레를 타고 내려온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된다. 이제부터 천국으로의 길잡이는 베르길리우스가 아닌 베아트리체가 된다. 


뒤의 천국편에서도 단테가 머무른 시간은 만 하루. 연옥에서만 사흘을 머물렀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죄를 깨닫고 반성하여 구원의 기회를 부여하는 곳이 연옥인 것을 생각해보면, 영혼이 영구히 속할 곳이 이미 정해진 지옥이나 천국과는 다른 것이 이해가 된다. 


연옥의 모습을 요약해서 설명해주는 곳이 연옥편 제4곡중에 나온다.



그러자 그분은 말하셨다. "이 산은,

아래의 시작 부분은 아주 험하지만

위로 오를수록 덜 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위로 오르기가 한결 가벼워져

마치 배를 타고 물결을 따라가듯이

이 산이 아주 기분 좋게 느껴질때면,


너는 이 길의 끝에 도달할 것이고

그곳에 고달픔의 휴식이 기다리니,

더 말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연옥편에는 단테의 환상이나 꿈이 자주 등장하는데, 분노의 셋째 둘레에 올라서서는 분노와 반대로 온화함과 자비에 관한 환상을 본다.



"오, 페이시스트라토스여, 우리 딸을

껴안은 저 대담한 팔을 처벌하시오."

그러자 왕은 너그럽고도 온화하게


평온한 얼굴로 대답하는 듯하였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을 처벌한다면,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       

                                 


제18곡에는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자유의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밀랍이 아무리 좋아도

모든 봉인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나는 단지 이성이 

보는 것만 너에게 말해 줄 수 있고, 그 너머는

신앙의 작용이니 베아트리체를 기다려라.



'이성'으로 설명이 안되는 것은 '신앙'의 몫이라는 뜻일 것이고, 신앙의 몫은 베르길리우스가 아닌 베아트리체가 해줄 것임을 예시한다.



너희들 안에서 붙타는 모든

사랑이 비록 필연으로 발생하더라도

너희에게는 그것을 억제할 능력이 있다.


그런 고귀함을 가리켜 베아트리체는

자유 의지라 부르니, 만약 그것에 대해

너에게 말하거든 마음 속에 잘 간직하라.



꿈에 그리던 베아트리체가 나타나는 장면이 연옥편의 끝부분 30곡에 나온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고 단테의 느낌은 어떠했을까?



다시 떨어지는 꽃들의 구름 속에서


하얀 베일에 올리브 가지를 두르고

초록색 웃옷 아래에 생생한 불꽃색의

옷을 입은 여인이 내 앞에 나타났다.


미처 눈으로 알아보기도 전에

그녀에게서 나오는 신비로운 힘으로

오래된 사랑의 거대한 능력을 느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벗어나기도 전에

이미 나를 꿰뚫었던 그 강렬한 힘이

나의 눈을 뒤흔들자마자, 곧바로 나는


마치 어린애가 무섭거나 슬플 때면

자기 엄마에게 달려가는 것처럼

믿음직한 왼쪽으로 내 몸을 돌렸고,



신곡을 처음 읽던 날, 지옥편 제1곡 첫 페이지와 지옥의 문에 써있던 글귀 다음으로 심쿵하는 대목을 오늘 '천국편'을 읽으면서 만났다. 과녁을 향하는 화살의 비유 부분인데, 이것은 천국편을 마저 다 읽고 쓰기로 하자.


천국편의 도입부부터 단테는 경고한다.

하늘나라에서는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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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11-23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도 연옥도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가득한 곳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hnine 2024-11-23 18:42   좋아요 1 | URL
아직 완독하기 전에 쓰는 이런 글은 조심스럽기도 하고 자신없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오늘은 지옥도 천국도 아닌 연옥이 지금 우리가 사는 이승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도 했지만 너무 넘겨짚는 것 같아서 좀 더 읽어보기로 했답니다.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 영원히 머물 곳이 정해지기 전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이라는 생각에서요.

stella.K 2024-11-23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h님 글씨 멋지네요.
사진도 지성미가 흐릅니다. 그런데 쓰레기통은 뭔가 심오한 느낌도. ㅋㅋ

그런데 프사의 강아지 예전에 봤던 그 강아지 맞나요?
느낌이 좀 다른 거 같기도하고.
요즘엔 쓸쓸해서 그런지 가끔 다롱이도 생각이나고
업동이 반려견 한마리 키우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일부러는 못 기울 것 같고...
암튼 귀엽네요.^^

hnine 2024-11-23 22:57   좋아요 0 | URL
쓰레기통까지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편집하기 귀찮아서 그냥 올렸어요.
프사의 강아지, 예전에 봤던 그 강아지 맞아요. 제 눈에는 여전히 예쁘지만 예전에 올렸던 사진 찍었을때보다 나이가 많이 들었지요. 주인과 함께 나이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stella님, 다시 강아지 키워보세요. 웃을 일이 더 많아집니다 ^^
 

 






























단테 이전에도 연옥의 개념은 존재했지만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이미지로 발전된 것은 단테 이후의 일이다.


1. 고대와 초기 기독교

고대 그리스-로마 세계에서는 죽은 자의 영혼이 정화 과정을 거친다는 개념이 있었다. 예를 들어 플라톤 철학에서는 영혼의 정화를 언급한다.

초기 기독교에서도 일부 교부들은 연옥과 유사한 사상을 제시했지만 이는 명확히 정리된 개념이 아니었다.


2. 교부 신학과 연옥 개념의 발전

4세기 이후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오리게네스 같은 신학자들이 죄의 정화 과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연옥을 특정 장소로 보지 않았고 주로 죽음 이후 영혼이 하나님과의 교제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여겼다.


3. 중세 신학

12세기경 교황 그레고리오 1세 (그레고리오 대제)는 연옥 개념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연옥을 죽은 자가 천국에 들어가기 전 정화되는 상태로 설명했다. 이는 중세 카톨릭 교회의 교리로 자리 잡게 된다.


4. 단테의 역할

단테 이전의 연옥은 비교적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이었으나 신곡에서 단테는 연옥을 구체적인 산의 형상으로 묘사하여 죄의 종류와 정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나눴다. 이는 이후 연옥에 대한 대중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론적으로 연옥의 개념은 단테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단테가 이를 상징적으로 구체화하며 이후 연옥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 이상은 ChatGPT를 통해 조사한 내용을 정리한 것 -




이제 반을 넘어섰다.

연옥은 말 그대로 하면 '죄를 태워 없애는 곳'이라는 뜻.

반성하면 씻겨질 죄를 지은 영혼이 가는 곳이고, 구원의 기회를 바라는 사람들이 만든 새로운 사후세계라고 할 수 있다. 


지옥과 다른 연옥의 특징은, 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구조를 하고 있고, 지옥이 암흑의 공간이었던 것에 반해 빛이 존재하는 공간이며, 또한 환희의 노래가 들려오는 곳이다.


리스트가 작곡한 단테 소나타를 들으며 읽으면 어떨까 해서 들어보니 매우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하여 독서용 배경음악으로는 넘치는 느낌. 오히려 모짜르트의 아마데우스 OST를 들으며 읽으니 친숙한 음악이기도 하고 단테 신곡의 느낌과 맞아들어가는 곡들이 많아 좋았다 (내 개인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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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적성과 무관하게 부러워하는 직업이 둘 있는데, 작가와 건축가이다.

모든 창작 활동을 추앙하지만 건축은 정말 인간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집대성되어 나오는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건축 관련 책
















Edge of Order (Hardcover)


Daniel Libeskind 라는 건축가에 대한 책이다.

방학이 되어 집어 온 아들이 짐가방 속에 들고 온 책 중 하나인데 음악을 좋아했던 건축가라며 엄마도 한번 읽어보라고 흘리듯 말했다. 


https://libeskind.com/



1946년 폴란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1959년 이스라엘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원하는 피아노를 사주기가 곤란했던 그의 부모는 대신 아코디언을 마련해주었고 그는 탁월한 연주 실력을 보이며 음악에 빠졌다.

음악에 대한 몰입은 drawing을 알게 되면서 방향 전환. 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 다 그리고 싶어했고 실제로 그랬다.

뉴욕의 브롱크스 과학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다른 학생들이 화학 공식을 익히고 광선의 방정식을 공부할 때 그는 완벽한 원자 외각을 디자인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이 그를 희한하게 본 것은 당연하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건축을 할 수 없어도 건축을 하는 사람은 예술을 할 수 있다며, 보다 실질적인 (practical) 공부를 하기 원한 어머니의 권유가 작용, 브롱크스 과학고등학교를 거쳐 뉴욕 명문 쿠퍼 유니언 대학 건축학부에 들어간다. 이 대학은 비싼 등록금 대신 기부금으로 다닐 수 있는 학교여서 넉넉치 않던 가정 형편의 그가 아트 관련 공부를 하기에 적격이었다. 여기서 그는 리차드 마이어 (Richard Meier),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 같은 거장으로 부터 사사한다. 그가 보기에 이들 거장은 건축에서 건물에 대한 반란을 나타내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었다. 


"건축은 멋진 연설"






책에사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을 둘러본 나의 느낌은, 

"보고만 있어도 찌를 것 같아."

하는 것이었다. 곡선보다는 직선, 직선이 만들어내는 각, 경사진 모서리, 위로 솟은 뿔 형태가 도드라졌다.


그가 건물을 디자인할때 영감을 얻는 원천을 보면 다방면에 걸쳐 다양하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생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모자 속에 코끼리가 들어가 있는 그림 --> 겉으로 보기엔 말이 안되는 모양이지만 서로 상관없는 두 가지 형태가 서로 뭉쳐 연결되어 있음. 독일 뒤셀도르프의 Ko-Bogen project (아래 사진)










미켈란젤로의 조각, Rondanini Pieta --> 이탈리아, 밀라노, City Life project






에밀리 디킨슨의 시,


To fill a gap

Insert the thing that caused it-

Block it up

With other - and 'twill yawn the more-

You cannot solder an Abyss

With air


틈을 채우려면 

그 틈을 만들어낸 것으로 끼워 넣어 막아라.

다른 것으로는 그 틈새를 막을 수 없으리. 

오히려 틈을 더 크게 만들어 놓을 것이니. 

그것은 공기 ( emptiness) 


의역하자면 뭐 이런 뜻.

이 싯구는 그가 미국 World Trade Center가 테러 폭격으로 무너지고 난 자리를 재건하는 프로젝트에서 인용하였다. 

It's a beautiful thought: use the emptiness, because nothing can eliminate it. That is exactly what I intended to do, while also giving New Yorkers a new public space. - Daniel Liebeskind



이 사람이 설계한 건축물, 또는 설계안이 우리 나라에도 있다.

-서울 현대 산업 개발 사옥 "탄젠트",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초고층 주상 복합, 

-서울 용산 국제 도시 마스터 플랜 "아키펠라고 21"

검색해보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여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으니 해석도 다양하고 논란 거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If a building doesn't come from an idea, if it's just a structure with some required functions, it's merely a building-and probably not a very good one. The architect's role is to bring something to the table that goes beyond addressing basic programmatic needs.

 -Daniel Liebesknd- 

그러면서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 (Vermeer)의 그림 "The Consert"를 예로 들어 회화와 건축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건축은 테이블 위에 실제로 내어 보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한 악보가 아니라 실제로 연주되어 소리를 내는 교향곡에 건축을 비교하기도 하였다.


문득 든 생각은, 건축 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자기의 생각 (idea)과 철학 (Philosophy)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해도 다르게 하는 방법이고, 다 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다른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아, 또 혼자서 멀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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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10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곳은 제가 사는 곳이 아니니 잘 모르겠는데 부산은 가까운 곳이라 해운대 아이파크는 좀 알겠어요^^
처음엔 말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보고만 있어도 찌를 것 같다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얻는다니 그것도 뭔지 알 것 같네요?
아이파크 주상 복합도 찌를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쪽 랜드마크가 된 것 같아요.

hnine 2023-01-10 14:56   좋아요 1 | URL
저도 부산 아이파크만 직접 본적 있고 서울의 현대 사옥은 아직 못봤어요. 용산 국제 도시 마스터 플랜은 말 그대로 아직 마스터 플랜이고요.
유명한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도 실제로는 하자 보수가 끊이지 않는 건축물이라고 비평의 소리가 많고 프라하에 있는 프랑크 게리의 춤추는 빌딩도, 서울에 있는 자하 하디드의 DDP도 그렇고 모두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건축물들이지요.
기존의 건물의 구조와 양식을 뒤엎으면서 새로운 건축물이 탄생하고 그러면서 랜드마크가 되니 논란의 과정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