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께서는 살아있는 무엇인가를 키우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던 것 같다. 어릴 때 우리 집엔 화초와 나무가 꽤 많았고, 비록 우리들은 추운 방에서 겨울을 나더라도 화초들은 행여 얼어죽을까봐 온실이 따로 있었던 것을 보면. 도저히 추위를 참을 수가 없을 때에는 나는 가끔 책을 들고 온실 속에 들어가 있곤 했다. 그러니까 '온실 속의 화초' 보다 열악한 내 어린 시절이라고 해야하나 ^ ^

아파트가 아니었던 우리 집엔 늘 개가 두어 마리, 고양이가 두어 마리 씩 있었고, 열대어 키우기는 또 하나 우리 부모님의 취미 생활로서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우리 집 한쪽에는 어항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어항의 크기가 조금씩 조금씩 커져 가더니 내가  고등학생 이었을 때는, 폭이 1m도 훨씬 넘는, 무슨 관공서 로비에나 있음직한 크기의 어항이 우리 집 거실을 떡~ 차지하고서 가끔 오시는 손님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곤 했다.

그런데 막상 나는, 그렇게 어릴 때 부터 마치 한 식구 처럼 보며 자라온 화초든, 어항 속의 열대어든, 관심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종류의 식물이 있고 물고기가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의 참여가 조금도 포함되지 않은 그것들이 자라는 데에 정이 안 갔나보다. 식물에 관심이 조금씩 가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2학년때 식물 채집을 다녀보고서 부터이다. 모두들 따분해하던 식물 채집, 직접 발품을 팔아 돌아다녀야 하고, 보관하여 표본 만들기는 어디 간단했나, 검색표 찾아가며 이름 알아내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그때부터 어디 야외로 가게 되면 그곳의 야생화들이 눈에 들어오고 이름도 곧잘 알아내곤 하는데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식물분류학 1년 수업 끝나면서 점차 흐지부지 되고, 이후론 또 다른데 관심을 두고 살았나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고.

결혼해서 내 집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으나 (여기서 내집이란 내 '소유'의 집이라기보다는 내가 '거주'하는 집이라는 뜻 ^ ^) 열평 남짓 되는 아파트에 화분 하나 들여 놓을 생각도 못하고 지냈었다.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와서는 어쩌다가 하나 둘 씩 화분이 생기게 되었는데, 주로 길 가다가 아이가 보고서 사자고 졸라서 사게된 것, 또는 친정 아버지께서 오실 때 하나씩 가져다 주신 것들이다. 그래보았자 몇개 안 되지만 그나마도 직장에 다니는 동안 역시 나는 집에 무슨 화분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더랬다.

오늘도 오전에 베란다에 나가 블라인드를 활짝 젖히고, 화분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알로에, 너는 왜 꽃이 필 것처럼 꽃대만 올리고 꽃은 안 피우는거니...게발선인장, 엄마가 그러시는데 너는 물 자주 주지 말랜다. 다른 화분들 줄 때 너만 안 준다고 섭하게 생각 말아라. 꽃기린, 두쪽 꽃잎이 어쩌면 이렇게 앙증맞고 귀여우냐... 마리노라벤더, 너 처럼 잘 자라는 화분 첨봤다. 검색해봤더니 너 키가 1m까지 자란다더라. 너, 화분에 키우는 식물, 맞아? 이래가면서~ ㅋㅋ

요즘은 오전에 거의 빼놓지 않는 일과이다.
여유가 생긴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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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3-3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hnine님의 여유가 팍팍 감지됩니다. 부러워요~~~
전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베란다로 가서 화분한테 인사해요...
'제라늄 너 참 튼튼하게 잘 자라는구나 고맙다. 난아 넌 내가 신경써주지 않는데도 해마다 꽃을 피우니..고맙다. 러브체인아 이름처럼 사랑스럽구나...물만 흠뻑 주면 어쩜 이리도 행복해 하니, 타라야 올해는 튼튼한 겨울 지내보자꾸나..(베란다에 그냥두었더니 다 죽어버렸어요. 흑. 그래서 새로 심었답니다)..... 그러면 하루가 넘 넘 행복해 져요~~

2007-03-30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3-3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베란다 구경 갔다가 넘 예뻐서 놀랐는데 님이 집 베란다에도 꽃이
참 어여쁘네요. 봄을 완상하는 여유, 아침마다 집에서 느끼시니 좋으시겠어요.^^

hnine 2007-03-30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이 여유가 고맙기도 하고 가끔 저를 쓸쓸하게도 하고 그러네요.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그렇지요? ^ ^
속삭이신님, 매일 얼굴을 대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들이 제게 보내는 신호에도 귀를 잘 기울여야할텐데...
배혜경님, 해리포터님 베란다 구경 저도 다녀왔는데요, 지난번 진주님도 사진 올려주신 명자나무가 또 있지 뭐에요. 탐나던걸요.
 
농부의 밥상 - 유기농 대표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안혜령 지음, 김성철 사진 / 소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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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남편이 하는 말, 예전엔 다 이렇게 먹었는데 뭐 새삼스럽게 책으로까지 나오느냔다. 예전엔 아마 먹을 것의 종류도 적었고, 저장 방법도 요즘처럼 발달하지 않았었을테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테고, 요즘처럼 먹고 싶은 것은 '직접 수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돈 주고 사서 먹을 수 있는 시대에도 그 '예전의 밥상'을 고수하는 생활이란 그와는 차원이 다른, '의식'을 가지고  선택한 삶이라는데 차이가 있지 않을까.

이 책에 실린 열 가지 밥상은 모두 비슷하다. 육식보다는 채식, 직접 땀 흘려 키워 제철에 거둔 채소, 절대 분을 넘지 않을만큼만 차려지는 밥상들이다.  이 책의 소제목 처럼 밥은, 평화이자 보약, 하늘, 신명, 나눔, 고집, 느림, 시, 그리고 기도이다. 땅을 함부로 다루다가는 큰일 날 것 같다는 자각으로 산 속에 틀어박혀 유기농사를 짓기 시작한 분, 종교적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농사를 짓지만, 종교가 벽이 아닌 문(門)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분, 좋은 것 골라 먹고 병 없이 오래 살기 위함이 목적이라는 분은 한 분도 없다. 이들의 밥상은 그저 이들의 사고 방식이 드러나는 생활의 한 단편일 뿐,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에 가치를 두기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뭔가 계속 더 채워나가려고만 하는 요즘의 우리들. 
수고를 아끼고 편함만을 추구하는 우리들.
먹으면서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들. 

읽으며 어쩔 수 없이 답답해 오는 가슴을 느낀다. 이미 우리들은 이토록 편리함에 길들여져 버렸는데, 다시 옛날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인가,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산속도 아닌 이 도시 한복판에서 말이다. 아이를 키우며, 내 몸보다 더 신경쓰이는 아이를 먹이고 키우며 먹거리에 대해 신경을 쓰고, 보이는 아무것이나 먹이지 않는 정도로도 얼마나 주위로부터 유별나다는 소리를 듣는지 모른다. 그 소리에 모두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부심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밥상을 따라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들의 사고방식에 눈 기울이고 귀 기울인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배운다. 해 넘어갈 때면 만물이 기도한다는 어느 분의 말 속에 종교를 넘어선 진실과 겸손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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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3-3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먹거리 책에서 배우는 것이 많더라구요.
섬사이님도 좋은 주말 되세요.
 

내 아이는 일곱살, 우리집에 매일 놀러오고 싶어하는 그 아이의 나이는 여덟살.
원래는 올해 학교에 가야할 나이이지만 여름에 아빠가 계신 미국에 가서 학교를 시작할 예정이라서 지금 우리 아이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지 서너달 되었나보다. 엄마가 외가에서 하는 식당일을 함께 하시는 이유로 유치원 마친 후에도 태권도, 한글, 미술 등등 학원에 가면서 엄마 안 계신 시간을 보내는 아이이다.

집도 우리 아파트 바로 앞동이고, 우리 아이와 서로 코드가 맞는지, 매일 우리 집에 놀러오고 싶어한다. 떡볶이도 해주고, 과자도 구워 주고, 머핀도 구워 주고... 해 주는 것 마다 어찌나 잘 먹는지. 이제는 우리 집에 들어서자 마자 뭐 해달라고 주문까지 한다. 어떤 날은 저녁 준비로 동태찌개를 끓이고 있던 내게로 오더니, 그 국물에 밥 좀 말아달란다. 동태찌개, 자기 좋아한다고.

둘이 노는 방식이란...친정 엄마께서 한번 와서 보시고는 기겁을 하셨다. 그 날은 그나마 준수한 편이었는데도. 이불장에서 이불을 몽땅 꺼내는 건 보통이고, 마루의 물건이 방으로, 방의 물건이 베란다로, 완전 뒤죽박죽. 뭐 작업실을 만든다나... 각종 레고는 다 나와있고. 그러다가 먹던 음료수까지 바닥에 쏟으면, 그야말로 인내심 테스트 초 재면서 하고 있는 수 밖에. 결국엔 둘 다 불러서 손에 걸레 쥐어주고 흘린 바닥 다 닦으라고 했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유치원 숙제부터 하도록 하는데, 그동안 그 아이를 그냥 멀뚱멀뚱 기다리게 할수 없어서 다음부터 너도 숙제장 들고오라고 했더니, 오늘은 숙제장을 들고 우리집에 왔다. 두 아이 모두 숙제 마치게 하고, 머핀을 굽고 있는데, 오븐에서 뭔가가 구워지고 있는 것을 보고, 뭐 줄려고 만들고 있냐고 지금 몇번째 와서 묻는지 모른다.

친구가 집으로 돌아간 후 장난감 정리는 우리 아이가 책임지고 하는 것으로 약속을 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할 때면 꼭 투덜거린다. 놀때는 신나게 놀아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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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오븐 타이머 울리는 소리.
가서 머핀 꺼내야겠다. 좀 식어야 먹는데 그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릴지 모르겠다.

귀엽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황당하기도 한 아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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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3-2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머핀...제가 요즘 젤 좋아하는 건데....뜨***가서 사 먹어야 겠어요. ㅠㅠ 님이 해주신 머핀 먹고 싶어라.
그나저나 매일 오면 짜증나실텐데....ㅋㅋ

2007-03-29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3-29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만들어서 택배로 급송할까요? ^ ^ 사실 만들기 어렵지도 않은데...
속삭이신님에게도요~

해적오리 2007-03-29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머핀 좋아해요.^^
그러니 블루베리 머핀이랑 호두 머핀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hnine 2007-03-29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시퍼런 블루베리 팡 팡 박힌 큼지막한 머핀, 크~~ 저도 그 맛을 알지요 ^ ^

미설 2007-03-2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님의 인내심이 놀라울 따름이예요.. 유대 격언에 '모르는 사람에게 베푸는 친절은 천사에게 베푸는 친절과 같다' 는 말이 있다네요.. 이 상황과 연결이 되는 말일까요?^^

hnine 2007-03-30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어제 아이가 돌아간뒤 보니 머핀의 건포도 골라 먹느라고 머핀을 다 파헤쳐 놓았더군요 흑 흑... 말씀해주신 유대 격언을 명심해야겠습니다.

해리포터7 2007-03-3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장난꾸러기 아이둘을 키우시는군요. 그 아이도 나중엔 님을 기억할꺼에요. 아하~ 그 마음 넉넉하신분 하면서요. 정말 남의 집아이를 맘편하게 봐내기란 쉽지 않아요^^

hnine 2007-03-3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예, 제 아이의 친구이니 제 아이의 또 다른 모습이 그 친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요. 별로 마음 넉넉한 사람이 못되는데 부끄럽네요.
 

며칠 전 부터 돌아오는 토요일에 동물원엘 가기로 아이와 약속이 되어 있었다.
막상 토요일이 되었는데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
아이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다. 처음 가보는 곳도 아니고, 대전에 이사온 후로 벌써 세번이나 다녀왔으니, 1년 하고 두달만에 네번째 방문을 하려는 것이다. 거기 또 가자고? 전에 갔잖아~ 하면, 다녀온지 벌써 한참 되었잖아요 아이의 대답이다.

비가 그친 것이 오후 3시. 집을 나선 것은 3시 10분. 아직도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곧 다시 비가 올 것만 같은데, 비가 그친 것을 보고 너무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갈아타면서, 온 대전 시내를 다 도는 것 같은 여정 끝에 동물원에 도착한 것이 4시 30분. 입장권을 사는데 사람도 별로 없고 비는 다시 조금씩 내리고 있다.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 문득 한가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는, 순수한 아이다움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가는 비를 맞으면서도 우리 안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호랑이, 퓨마, 표범, 하이에나, 불곰, 반달곰, 북극곰...
호랑이 두 마리가 싸움이 붙었는지 갑자기 으르렁 소리를 내는 바람에 아이와 나 모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옷이나 가방 등의 호피 무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저 호랑이의 줄무늬는 멋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것은 역시 흉내낼 수 없는 멋이 있나보다.



 

 

 

 

 

 

 

진짜 호랑이 대신 가짜 호랑이에 타고 올라 브이자~

침팬지 동상을 보더니 자기가 잘 하는 생각의 표정이랑 비슷하다고 포즈~



 

 

 

 

 

 

 

사자 사진 앞에서도 한 방~



 

 

 

 

 

 

 

이 사자는 웬지 쓸쓸해보인다. 어딜 보고 있는 것일까.

지난 번에 왔을 때 없던, 분홍 펠리컨, 두루미, 원앙, 원앙이 (원앙이와 원앙은 다른 것인가? ), 두루미, 고니 등의 우리가 새로 생겼다. 원앙의 색깔이 참 예쁘다. (지금 옆에 와서 '흰 올빼미'도 봤다고 쓰란다. 방금 씻고 나온 양 아주 깨끗한 흰색의 올빼미가 아주 고고하게 앉아 있었다.)

동물들을 다 둘러보고 나올 무렵, 동물원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었는데, 평소엔 별로 즐기지도 않던 회전목마를 타잔다. 표 파는 곳을 찾아 두 장 사가지고, 아무도 없는 회전목마, 이미 입구의 고리쇠도 걸어놓은 곳에 가서 부스안에 있는 직원을 불러 내어 둘이서 탔다. 젖어도 좋을 만큼의 비는 여전히 뿌리고 있었다.

다린이 덕분에  아주 색다른 나들이를 한 날이었다. 사실 이날 좀 우울한 기분이던 내 눈에는, 모든 동물들이 다 우울하게만 보였는데도, 그것까지도 내게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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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3-2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언제 동물원 가봤는지 생각해보니 1년 되었네요. 머잖아 또 가야한다는..;;;;
다린이처럼 귀여운 아이와 간다면 재밌겠지만... 어른들과 가는건 별루 잼없어요. 토욜 날씨만큼 오늘 날씨가 흐린데...그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hnine 2007-03-28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오늘도 흐리네요. 서울은 비도 뿌렸나요? 여긴 비는 안 오는데...
날이 흐리던, 개장시간이 얼마 안 남았던 마냥 신날수 있는 아이의 마음이 부러웠어요.

세실 2007-03-28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전동물원은 청주동물원에 비하면 몇배 이상 크더라구요. 나름대로 잘 꾸며놓았죠. 청주동물원은 넘 작고 볼품 없어요. 냄새는 왜 그리 나는지..그래도 며칠전에 모처럼 다녀왔더니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그날 일기장엔 동물이름을 몽땅 써놓았어요. 침팬지랑 포즈 잡고 서 있는 다린이 멋지네요. 많이 컸어요~

hnine 2007-03-2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주에 가볼곳이 많네요. 동물원 있는지 몰랐어요. 어제 남편이 다녀왔다는 청주박물관도 어제서야 있는지 알았으니...아마도 청주가면 세실님 생각부터 나겠지요? ^ ^

세실 2007-03-29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립청주박물관, 어린이회관, 동물원이 함께 있어서 하루에 다 볼 수 있답니다. 한번 오세용~~~ 특히 청주박물관은 건축가 김수근씨가 설계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산자락에 자리 잡아 풍경이 멋지답니다. 어린이박물관은 삼성어린이박물관을 모델로 해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어요. 후회하지는 않으실듯^*^ 울 옆지기가 토욜마다 등산가는지라 토욜에 오심 우리 셋 갈 수 있어요. 연락주세용~~

비로그인 2007-03-2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한 기분이라 동물도 우울해 보였다는 말씀에 공감 ㅜㅜ

hnine 2007-03-2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2님, 그런데 저는요, 우울하지 않을 때에도 동물원 우리 속의 동물들을 보노라면 살짝 우울해지더라고요.
 
토란
이현수 지음 / 문이당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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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신기생뎐의 이 현수 작가의 소설집이다. 열편의 글들을 읽는 동안 마치 가볍지 않은 TV문학관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느끼게 한데는 작가가 글 속 대화 중에 사투리를 얼마나 잘 구사하고 또 십분 이용하고 있는지를 알면 된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할 것 없이 어쩌면 그리 감칠맛 나게 그 지방의 말을  잘 사용할 수 있는지. 정말로 '한국적'인 작가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아들 생일날, 서로 등돌리고 사는 시부모를 화해시키고자 초대했다가 결국 생일상은 뒤집어 엎어지고 그 자리를 떠나는 시아버지에게서 꿈 잃은 눈빛을 보는 며느리가 화자인 <토란>. 우리의 음식을 요리하는 장면도 마치 눈 앞에서 펼쳐 지는 듯하다. 시금치를 데칠 때는 말이여...하면서 시금치 데치는 것을 우습게 보지 말라는 시어머니, 나이 40이 되어야 고들빼기 김치의 맛을 안다고 가르친다. <비하리에서, 나는>에서는 이십년 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내에게 고향에서 당한 일이 이십년 후 또 똑같이 일어날 뻔 하자, 그 일은 우연이 아니라 자신을 겨냥해 계획된 일이었음을 알고 필사의 몸부림을 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거미집>에서 말하고 있는 노인문제, 남아선호문제, 역시 새로운 이야깃거리는 아니다. 여인3대가 등장하여 미움과 원망과 측은함, 그리고 정을 모두 한마음에 담고 살다가 때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이 불쑥 고개를 쳐드는 것이 보통 사람의 감정인가 보다 말해주고 있는. 계속 읽어야하나, 나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뜬채 읽으며 페이지를 넘긴 <마른 날들 사이에> 에서는 설악산 산장을 꾸리며 혼자 살아가는, 바람난 에미 대신 할머니 밑에서 자란 여자가 엄마와 에미는 다른 것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에미와 그 에미의 애인의 현장을 견뎌낸 그 날 이후로 여자는 시도 때도 없이 대숲에 부는 바람 소리를 듣게 되고, 보지말았어야 할 인생의 비밀을 일찍 엿본 죄 값이라고 말하는 여자를 통해, 나 역시 그 보고 싶지 않은 인생의 비밀을 여기서도 보고야만 느낌을 받았다. <불두화>는 자신과 다른 별에서 온 듯 여자에 눈멀어 지내게 된 또 다른 여자의 얘기. 불두화가 그렇게 슬픈 이미지의 꽃이었던가. <이땅의 낯선 자>에서의 유쾌한 반전, 그리고 주인공 여자가 납치에서 풀려난 후 제일 먼저 빼돌린 잘 들어보이는 칼을 보고 흐뭇해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파꽃><미노>는 이 책중 제일 맘에 든 글. 미노는 주인공 여자가 어릴 때 한동네 살던 소년. 서로 특별히 친하게 지낸 적은 없으나 마음에는 늘 담고 있던 아이. 그 미노 가족이 서울로 떠난 후에야 가슴에 생긴 구멍을 느끼게 되고, 미노와 한 동네에 살 때 보다 더 미노를 자주 눈 앞에 그리게 된다. 누구든 마음 속에 자신의 '미노'를 가지고 살고 있지 않은가? 누구에게 말할 것도 없고, 가끔 마음을 쓸어내리게 하는 그런 미노를. 나도 이 글을 읽는 동안 그런 나의 미노가 생각나서 마음이 아릿해졌다.

작가가 말한 인생의 비밀이란 모두 이렇게 아리고 쓰린 기억, 그리고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겉잡을 새도 없이 틀어지는 행로 속에 있단 말인가. 그러길래 <보지말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가. 이제부터 이 현수의 소설을 읽기 전에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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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2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읽어보고 싶어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서^^

씩씩하니 2007-03-2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바로 장바구니에 담구,,,리뷰는 처음과 끝만 읽었어요,,,,살꺼니깐,,나중에 읽어도 되지요???ㅋㅋㅋ

hnine 2007-03-22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인생의 고운 면 보다는 가슴 저린 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생이 뭐 한가지 면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읽어보실만 하다고 생각해요.

씩씩하니님, 특히 <파꽃>이랑 <미노>요~ 아셨죠? ^ ^

달팽이 2007-04-01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읽고 갑니다.
이 책을 보관함으로 담습니다.

hnine 2007-04-0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