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페미니즘 선언
낸시 프레이저.친지아 아루짜.티티 바타차리야 지음, 박지니 옮김 / 움직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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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선언'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책은 결의에 가득 차있다. 페미니즘이 뭔지 내가 한 번 공부해보겠다, 그리고 실천해보겠다!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 입문서가 될 듯.


처음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거 대체 뭘까, 세상은 왜 기울어졌을까, 어떻게 평등하게 만들 수 있나, 무엇이 문제인가 들여다보다 보면 숱하게 많은 문제들을 마주치게 된다. 거대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테두리 안에서 여성들의 가사노동, 돌봄노동, 재생산 노동은 그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 따른 임금 역시 후려쳐졌다는 것도 알게 된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을 가진 권력자들이 대부분 남성인 탓에 여성들은 진급도 힘들고 동일노동에 동일임금도 받지 못하고, 게다가 성적으로도 이용당한다. 성을 판매하는 고통에 놓이는 것도 여자고, 성을 구매하는 놈들도 판매하는 여자를 욕한다. 게다가 포르노는 어떻고. 포르노의 수위는 점점 더 강화되어 여성의 실생활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여성은 성적 대상화 되어 매스컴에 등장하고, 여성의 미의 기준 역시 그렇게 만들어지고 강제되며, 여성들은 돈으로 다시 또 세상이 원하는 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권력을 쥐고 있는 남자들은 여성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긁어먹는다. 이건 뭔가 아닌데, 하고 들어갔다가 분노에 분노를 만나게된다. 내가 예상했던 분노가 거기 있고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분노도 거기 있다. 



그렇게 여러갈래로 쭉 뻗어나간 분노를 종합해놓은 책이 이 책이라 봐도 틀리지 않다. 그동안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보이지 않는 노동에, 페미사이드에 분노하고 있었다면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고 종합해주는 책이랄까. 세분화해서 공부하고 분노했다가 이쯤에서 한 번 토탈 정리를 해줄까, 할 때 이 책은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입문자에게 더 적합하고. 자, 어떻게 돌아가나 보자, 뭐가 문제인가 보자, 하는 사람이 읽을 때 더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낯선 용어에 대한 설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 많은 문장을 두 번씩 읽어야 했다. 분량도 얇고 글자도 매우 큰데-정말 크다-, 게다가 내가 페미니즘 책을 적게 읽은 것도 아닌데, 이 얇은 책 한 권을 읽어내기 위해서 미간에 주름을 뽝 잡아야 했다. 나랑 결이 다른 부분들이 수시로 나오지만, 어차피 모든 것에서 의견을 같이할 수는 없을 터. 그런 결이 다른 부분들보다는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개인의 출세에 대한 열광은 페미니즘을 개별 여성의 오르막과 혼동하는 소셜 미디어 유명인social-media celebrity들의 세계에도 똑같이 스며둘었다. 그 속에서 페미니즘은 실시간 인기 해시태그이자 자기 홍보 수단이 되고, 다수를 해방시키기보다는 소수의 지위를 올리는 데 쓰인다.- P47

‘망설임 없이 뛰어들라‘는 페미니즘에 대한 우리의 응답은 ‘내려놓는kick-back‘ 페미니즘이다. 우리는 유리 천장을 부수고, 그래서 대다수가 바닥에 쏟아진 유리 조각들을 치우게끔 만드는 일에 관심이 없다. 전망 좋은 사무실을 차지한 여성 CEO 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게 아니라 CEO와 전망 좋은 사무실이란 것을 없애 버리길 원한다.- P48

가족 밖에서도 마찬가지로 성적 해방이라 통하는 것들은 종종 자본주의적 가치를 재활용한다. ‘훅 없hook-up‘과 온라인 데이팅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이성애 문화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소유own‘하게 하지만 남성에 의해 정의된 기준으로 외모를 평가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하다. 신자유주의 담론은 ‘자기 소유권self-ownership‘을 촉구하는 한편, 남성의 성적 이기주의를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적인 세태로 허가하면서 여성이 남성을 즐겁게 해 주도록 압력을 가한다.- P114

마르크스의 [자본론Capital]을 읽은 독자는 착취를, 자본이 생산 시점에 임금 노동자에게 가하는 불의를 안다. 그런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생활비를 겨우 감당할 정도의 임금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실상 더 많이 생산한다. 요악하면 상관들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과 가족, 사회 기반 시설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도록 요구하며, 우리가 생산한 잉여를 소유주와 주주를 위한 이윤의 형태로 도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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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4-2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읽기도 쓰기도 쓱싹쓱싹!! 놀라운 속도입니다!!

2020-04-28 0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8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8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8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20-04-2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려고 대기 중인 책인데... 다락방님이 먼저 읽으셨구나....ㅎㅎ

다락방 2020-04-28 15:21   좋아요 0 | URL
저같은 노안을 위해 아주 큰 글자로 나온 책입니다, 머큐리님. ㅎㅎ
 

양배추 스테이크 &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



코로나19 덕분에 주말 일상도 바뀌었다. 최근에는 주말이면 늘상 새로운 요리를 시도한다. 거창할 것 없는 것들로 준비하는데, 지난주에는 달고나 커피를 시도했다가 망쳤다. 천 번 저으면 된다고 했는데.... 천 번 저어도 나는 망했고, 엄마는 나에게 천 번 안저였다고 말씀하셨다. 천 번.. 된 것 같은데, 엄마?

의욕 상실되어 다음부터 안만들기로 했다. 역시 돈이 짱이야. 돈 주고 사먹는 게 진리! 남들이 다 해둔 거, 나는 그냥 돈만 주면 마실 수 있잖아?


달고나 커피에 도전하기로 했던 계기는 <밥블레스 유2>의 옥주현 편이었다. 멤버들과 옥주현이 그릇 두 개에 같이 준비하는데, 옥주현이 대화 중에도 계석 저어줬던 그릇이 성공한거다.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아니, 옥주현, 뭘 해도 될 사람이네..크게 성공할 사람이야... 이 사람은 뭘 해도 된다, 같은 생각이 들면서 '그렇다면 나도 뭘 해도 되도록 하자' 하고 시도한 것이 달고나 커피. 해보고 나서, 아 나는 뭘 해도 되는 사람은 아닌가부지? 하게 되었다.


최근에 이렇게 '뭘 해도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사람이 옥주현 말고도 한 명 더 있는데, '재재' 였다. 이 사람의 방송을 뭐 하나 제대로 본 건 없지만 SNS 를 통해 짤이나 영상을 봤던 봐, 엄청 성실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뽝 오는 거다. 인터뷰 하기 일주일 전부터 인터뷰이에 대한 정보를 싹 모은다고 했다. 그리고 달달 외운다고. 그러니 인터뷰 할 때에는 막힘이 없는 질문과 드립이 나올 수 있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연애와 결혼'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댄스도 시키지만 하기 싫어하면 하지 말라고 한다는데, 이것도 너무 인상적인 거다. 그간 숱한 예능에서 남자들이 여자 연예인들 보고 '애교 부려보라'고 했던 거 생각하면 이 얼마나 깨끗한 인터뷰어 인가. 나는 방송에서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애교 부려보라고 하는게 진짜 너무 싫었다. 다들 미친거 아냐? 뻑큐다 진짜.


아무튼 그래서 요즘은 옥주현 과 재재 를 보면서 뭘 해도 될사람이다, 크게 될 사람들이야, 같은거 생각하며 즐겁다.



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오늘의 요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SNS 를 통해서 나는  '양배추 스테이크'라는 음식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고기가 들어가지 않고 양배추를 먹는 것이다. 게다가 요리방법도 간단해? 그래서 시도해 보았다.



1. 양배추를 먹고 싶은 스테이크의 크기 만큼 썰어둔다.

2. 썰어둔 양배추에 후추와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추고 한쪽 면에 밀가루를 묻혀둔다.

3.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넣어 달궈준 후 간맞춘 양배추를 올려 중불에 익힌다.

4. 익히면서 양배추 위에 먹고 싶은 치즈를 뿌린다. 나는 모짜렐라 치즈와 체다 치즈를 얹었다.

5. 프라이팬 한쪽 구석에 버터와 다진마늘을 녹이고, 그 소스를 숟가락으로 퍼서 익어가는 양배추 위에 계속 뿌린다.


완성. 윗면으로 그대로 꺼내면 좀 보기 숭하고... 접시에 낼 때는 뒤집어서 냈다. 비쥬얼 보자.



괜찮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 누군가가 생각난다)

저 밑은 치즈로 가득한데, 칼로 썰어먹기 불편해서 저렇게 담아낸 뒤에는 가위로 뎅강뎅강 막 잘랐다. 아빠 엄마 맛보시는데 맛있다고 엄청 잘 드셨다. 그런데 그 맛은 뭐랄까...치즈, 올리브오일, 마늘, 버터...가 한 일인듯 하다. 양배추가 한 일이 아니야. 치즈, 올리브오일, 마늘, 버터..만 있으면 뭐가 됐든 천하무적 아닙니까?




그리고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


1.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파와 마늘을 넣어 달달달 볶는다.

2. 아스파라거스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달달달 볶는다.

3. 느낌이 오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 베이컨을 달달달 볶는다.


끝.




후추는 뿌렸지만 소금은 뿌리지 않았다. 베이컨이 짜기 때문에 굳이 소금을 뿌리지 않아도 좋다. 게다가 아스파라거스의 식감도 좋아서 이 음식도 매우 잘 먹었다. 아빠 엄마도 아주 맛있게 드셨다. 문제는,



내가 저렇게 두 가지 요리를 하고 방전되어 버렸다는 것. 부엌은 초토화가 되고, 이 두 음식을 한꺼번에 내고 싶었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요리하면서 스트레스. 결국 다 끝내고 식탁에 자리잡고 앉았더니 눈에는 다크써클 내려오고..해놓은 음식은 요란한 게 아닌데 나의 정신과 육체 왜때문에 이렇게나 요란한 것인지.. 와인을 따서는 마시는데, 엄마가 내 표정 보고 너무 웃으셨다.


"너 완전 지쳐보여. 이제 요리하지마."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는 요리만 하면 방전이 된다. 저게 뭐라고. 저거 내 여동생 같은 사람들은 30분도 안되어서 부엌도 정리되고 한꺼번에 두 가지를 같이 내고 맛도 나보다 더 있게 할텐데, 나는.................나는 부엌 정리하다가 빡쳐가지고 엄마가 정리 옆에서 같이 도와주셨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부엌만 보면 출장뷔페 요리 준비한 줄 알겠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두 가지 요리를 놓고 술을 마시면서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모가 찾아오면 이거 해주면 좋겠지? 하고 엄마한테 물었는데, 엄마가 그러셨다.


"그냥 치킨이랑 피자 시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돈 벌어서 다 사먹어야지. 돈 만만세다!!






난 요리 안할거야. 난 돈 벌거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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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4-2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겠어요. 와인에 딱일 듯^^

다락방 2020-04-27 09:12   좋아요 0 | URL
어휴... 그래서그런지 토요일에 만취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0-04-2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배추 스테이크~~신선한데요?
전 양배추 좋아해서...괜찮겠구나!!생각했구요^^
아스파라거스랑 베이컨볶음~~저것도 간단해 보여 한 번 해봐야겠다!!입력했어요.
요리는 만드는 것도 만드는 것이지만 장을 보고,다듬고,정리하고,설거지하고,음식물 쓰레기 비우는 것까지!!!!!!
너무나도 험난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먹는 시간은 정말 후딱인데 말이죠ㅜㅜ
그래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또 그맛에 하긴 하는데...저도 요리는 참~힘듭니다ㅜㅜ
옥주현 이름이 나오니까 갑자기 예전에 ‘핑클캠핑??‘제목이 잘 생각나진 않는데 캠핑카 타고 여행다닌 예능이 생각나는군요.
멤버들이 각기 하나씩 담당분야 정해서 넷이서 여행을 하는데 저도 거기서 옥주현을 다시 봤어요.요리를 정말 잘하는 거에요.그 좁고 열악한 공간에서 장을 봐서 본인이 가져온 여러가지 양념들로(챙겨온 양념통의 가지수도 엄청나서 놀랐던!!) 대충이 아닌 정말 정성껏 요리를 하는데 예능프로인지라 본인의 분량 챙길 생각없이 그냥 요리에만 집중하는데.. 우와~~옥주현은 정말 본인의 현 시간 맡은 임무에 집중하는 노력파구나!그때 깨달았어요.지금의 정상자리를 그냥 꿰찬 게 아니었구나!!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먹는 걸 좋아해서 요리를 배웠다는데 분야별로 전문적으로 배운 것 같더라구요.
하나에 꽂히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성격??그래서 옥주현은 뭘해도 되는 사람이 아닐까?뭐 그런 생각을 저도 해봅니다^^

암튼...주말마다 계속 요리하기에 도전해서 부모님께 상을 차려드리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부모님...말씀은 그리 하셔도 좋으실 듯 합니다^^

다락방 2020-04-27 12:04   좋아요 0 | URL
저도 너무 색다르고 또 건강식인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양배추라니, 위에도 좋고 소화에도 좋고 섬유질 빵빵하잖아. 야채다! 이러면서 먹는 저를 칭찬했지만, 버터와 치즈가 너무 잔뜩 들어가서 과연 제가 먹는게 야채인지 지방인지...모르겠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즈와 버터를 먹는데 죄책감 덜기 위해 양배추를 굳이 소환한 건 아닌가 싶고 말입니다?

저는 요리를 할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습관도 되고 요령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시간도 줄어들고 더 잘하게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하긴 하지만, 저는 좀처럼 실력이 늘지를 않네요, 책나무님... 해도 안되는 분야가 누구나에게 있다면 저에겐 요리가 바로 그 분야가 아닌가 싶어요. 먹는 건 잠깐인데 준비과정도 그렇고 너무 빡세서... 스트레스 받고 방전되고 ㅠㅠ 부엌 초토화 된 거 보면 내가 도대체 뭐하는건가 싶고.. 역시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다가 다음주에 또 한 번 도전해보고 또 실망하고... 인간이여..... ㅠㅠ


옥주현이 노래도 잘하지만 운동도 잘하잖아요. 요가 영상도 찍었고. 근데 요리까지 그렇게 잘하는 걸 보면, 이 모든게 그냥 뚝딱 되는 것은 아닐텐데,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엄청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그래서 효과를 보는 사람이요. 너무 멋져요! 뭘 해도 될 사람임에 틀림없어요!!


이번 주말엔 뭘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20-04-2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전 확신합니다. 요리는 창의력의 산물이라는걸요.
양배추는 어떻게 준비하셨는지요? 채썰기하셨는지, 아니면 넓은 잎 그대로 겹쳐서 준비하셨는지, 제가 못읽고 지나쳤는지도 ^^
양배추만 삶아도 달큰한데 치즈까지, 맛보장이네요!

다락방 2020-04-27 11:59   좋아요 0 | URL
양배추는 통으로 썰었어요. 제가 보고한 블로그 알려드릴게요.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825165&memberNo=17118548&vType=VERTICAL

통으로 써는데 양배추가 너무 커서 썰기 너무 힘들었어요. ㅎㅎ
치즈와 올리브유, 버터 때문인지 엄마는 드시다가 좀 느끼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이걸 먹을 때는 피클이나 할라피뇨 같은 거 함께 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psyche 2020-04-2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번에 다락방님이 양배추 스테이크 하신다고 해서 스테이크에 양배추를 곁들이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저도 양배추 좋아하는데 한번 해봐야겠네요

다락방 2020-04-27 12:00   좋아요 0 | URL
양배추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긴한데, 굳이 이렇게 안하고 오늘 엄마가 해준 양배추볶음으로 먹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양배추 스테이크 한 것보다 더 시간도 안들고 간단해서... ㅋㅋㅋㅋ 엄마는 양배추 굵게 썰어서 고춧가루 넣고 볶으시더라고요. 맛있어요. 그렇지만 색다른 메뉴이니만큼 도전해봐도 좋겠죠!

단발머리 2020-04-27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어느 날... 장보러 가서 아스파라거스를 보게 된다면, 만나게 된다면, 마주치게 된다면...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 도전해보고 싶어요. 넘 맛있어 보여요😍

저도 동감합니다. 옥주현은 뭘 해도 크게 풀렸을거에요. 이 모든 것의 원천은 코어힘이라고 생각해요. 옥주현이 배우들 안아주는 거 보셨나요? 힘이 장사에요. 불끈 안아 들어올려요. 그냥 날씬하기만 한게 아니라 아주 힘이 엄청나요. 천하무적이죠.
치즈 올리브오일 마늘 버터랑 친구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다락방 2020-04-27 17:35   좋아요 0 | URL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은 딱히 준비할 게 없고 요란하질 않아서 저도 아마 가끔 해먹게 될것 같아요. 시금치 베이컨 볶음도 좋았는데 아스파라거스가 훨씬 더 깔끔한 느낌이에요. 좋습니다. 으하하하하.

옥주현이 아역 배우들 안아들고 서있는 거 저도 봤어요. 옥주현은 코어의 대마왕이죠 진짜. 어마어마한 코어가 있어서 아이들을 그렇게 번쩍번쩍 안고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어휴, 저도 분발해야 해요. 저는 코어가 너무나 힘이 없어서 ㅠㅠ 코어힘 생기려면..역시 노력해야겠죠? 옥주현이 요가 비디오도 찍었었잖아요. 그정도가 되려면 진짜 요가 엄청 했을 거예요. 정말이지 노력 대왕이에요. 성실함의 극치..성공하지 않을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본받고 저도 성공할래요! 그런데 뭐로 성공할까요... 흐음..... 그냥 이렇게 사는게 최선일지도... 흐음....


치즈,올리브오일,마늘,버터 너무 다 사랑스럽지 않나요?
아 그나저나 4월이 다 가고 있는데 저 여성성의 신화 너무 많이 남아서 가슴이 답답해요. 이번에 처음으로 제달안에 다 못읽을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ㅠㅠ

보슬비 2020-04-2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배추 스테이크는 정말 아이디어 요리네요. 구으면 더 달큰해지는 양배추의 맛이 상상되는데, 요즘 양배추가 비싸졌지만 고기만큼 아니잖아요. ㅋㅋㅋㅋㅋ 한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베이컨과 아스파라거스도 맛있는 조합인데, 생아스파라거스 보이면 한번 만들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20-04-28 07:39   좋아요 0 | URL
베이컨 아스파라거스는 딱히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니어서 저도 조만간 다시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간편하게 와인 안주로 먹기에 좋을 것 같아요. 맛도 있고요.
보슬비 님은 워낙 요리솜씨가 뛰어나셔서 아마 양배추스테이크도 저보다 훨씬 근사하게 성공하실 것 같아요. 나름의 기술도 들어가서 원본보다 근사한 요리가 탄생하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봅니다. 하시게되면 꼭 인증사진 올려주세요. 저는 보슬비님의 안주 사진 보는게 세상 좋아요... >.<

블랙겟타 2020-04-3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요리 페이퍼에서 ‘재재‘님이 나올줄은. ㅋㅋㅋㅋ 문특에서의 활약, 엄청나죠..
최근엔 전국구급으로 올라가서 다른 방송사에서도 게스트로 나오시더라구요.
저번주엔 티비를 보다가 어? 유퀴즈에 재재님이?
연반인(!) 재재가 왜 대단한지는 그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알던데
(게스트에게 애교강요라던지 무례한 요구 시키지 않고 용어선택도 신중히 하는 등말이죠.)
아직 기존의 구식 연예계 종사자들은 그 이유를 제대로 모르는거 같더군요.(쩝..)
 

















아직까지 아무도 4월의 도서인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를 완독하지 못한 가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여러분 읽고 있긴 한겁니까? ㅎㅎ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이제 5월의 도서를 안내해드립니다.

5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패트리샤 힐 콜린스'의 《흑인 페미니즘 사상》입니다.

이 책 저는 이미 구매했는데, 하아- 분량이 만만치 않고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여러분, 함께해요! 너무 있어보이지 않나요? 으하하하



자, 미리미리 책들 준비하시고요.

6월, 7월 도서도 미리 안내합니다.

















6월은 '마리아 미스' 와 '반다나 시바'의 《에코 페미니즘》입니다.

'마리아 미스'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로 이미 만나본 저자인데요, 당시에 같이읽는 분들이 그 책을 상반기의 책, 올해의 책, 인생의 책이라며 꼽아주셨습니다. 재밌겠쥬?


















올해 읽는 대부분의 책들이 같이 읽는 분들의 추천으로 선정된 책들인데요, 7월 도서는 '모니크 위티그'의 《스트레이트 마인드》입니다. 이 책은 어쩐지 읽기에 두근두근하는 마음이지만, 자, 잘 헤쳐나가기로 합시다.




개인적으로는 포르노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싶은데요, '안드레아 드워킨'이나 '캐서린 맥키넌'의 책들을 같이 읽고 싶어요. 그렇지만 구할 수가 없어 당장 시작할 수가 없네요. 이 두 권의 책을 한 달에 같이 읽는다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 분량은 한달에 두 권 함께 해도 충분히 끝낼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욕심대로라면 여기에 《포르노랜드》까지, '반포르노 3종셋트' 맞춰 읽고 싶습니다. 포르노 특집의 달..같은 걸로.. 포르노에 대해서도 다함께 읽고 싶은데, 요건 차차 때를 봐야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포르노 관련 책을 앞으로 이렇게 두 권 읽을 예정입니다.


















왼쪽은 구매예정이고 오른쪽은 이미 구매 완료하였습니다. '포르노'라고 알라딘 검색창에 넣으면 정말 많은 책이 나오네요. 뭔가 답답해.. 그 모든 책들이 당연히 '반포르노'에 대한 책은 아닙니다. 답답해..



자, 어쨌든 4월 남은 시간동안 4월 도서 부지런히 읽으시고요(저도 오늘 가져왔습니다. 엄청 무거워 ㅠㅠ), 5월도서도 함께 합시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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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4-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성의 신화.. 조용히 읽고 있나이다.. =.=;; 그러나 진도는 ... 4/30까지 꼭 다 읽기로!
(5월 책 사야겠다, 휘릭)

다락방 2020-04-27 12:10   좋아요 0 | URL
저도 4/30까지 꼭 읽는 걸로 목표를 정했어요. 이거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은 쳐다도 보지 않으려고요. 빠샤!

비연 2020-04-27 15:15   좋아요 0 | URL
저도요. 다른 책 읽을까봐 (정희진님 책 읽고 있었는데 으힝) 다 집어넣고 이것만 잡고 있어요. 빠샤빠샤!

머큐리 2020-04-28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구입하고 멀거니 쳐다보고 있는 책인데... 이번 달이라도 슬쩍 끼어들어서 읽어볼까 힙니다.

다락방 2020-04-28 15:28   좋아요 0 | URL
오오 너무나 대환영입니다, 머큐리님!! 꺅 >.<

공쟝쟝 2020-05-01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찰떡 같은 책 선정에 매달 쉴수가 없어요 ‘ㅜㅜ (지난 달은 쉬었다..ㅋ*)

다락방 2020-05-04 11:11   좋아요 0 | URL
자, 5월달도 열심히 해봅시다. 아, 물론 공쟝쟝님 추천한 책이 있는 6월달도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이 책의 제일 처음 단편, '김혜진'의 <3구역, 1구역>을 읽었다. 재개발을 앞둔 곳에 사는 '나' 가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다가 '너'를 만나는 걸로 시작한다. 길고양이의 밥을 챙기고 구조를 하는등의 따뜻한 행동을 보며 '나'는 '너'에게 조금 호감을 품지만, 낡은 곳은 어서 빨리 재개발 해야 한다, 재개발 될 곳을 찾아 수익을 챙겨야한다고 말하는 '너'에게 낯선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나'가 놀란 만큼 독자인 나도 놀랐다.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병원에 데려다주는 일들은 쉽게 말해 '선한'일일텐데, 그런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이사를 가지 않고 버티려는 재개발구역의 사람들을 어리석게 생각하고 '나'에게도 재개발 될 곳을 물색해 차익을 많이 남기라고 말하다니, 이것이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인거다. 그러나 '너'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픈 고양이들을 구출해 쉼터를 만들어주면서, 빈집에 혹여라도 고양이가 숨어들어있지 않을까 인기척을 내면서, 그러나 재개발 구역을 쫓아다니는 사람.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독자인 나에게도 궁금해졌다. 이것이 왜 한사람이 모두 갖춘 면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든걸까?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은 아파트를 팔아 수익을 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 안의 내 심리는 무엇인가. 이것이 왜 모순됐다고 생각하는가. 돈을 더 많이 갖고 싶어하면서 그러나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것은, 사실은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성질들이 아닌가. 이것이 한 인간에게 모두 있다고 해서 그것이 대체 왜 낯선것인가.


'나'역시 혼란을 느낀다. 호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어?'하는 마음도 느낀다. 이 사람은 나랑은 좀 다른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그런 면에 끌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거기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마음을 품는다는 생각이 있으면서 동시에, '나'가 '너'보다 일곱살이나 많은데도 '너'보다 돈이 훨씬 적다는, 재개발 되기전에 집을 빼 다른 집을 알아 봐야 한다는 열등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내가 너보다 더 오래 살았는데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가난하고 너는 그렇게 (재개발 수익으로) 가진 자가 된것일까. 너에게 느끼는 나의 이 감정은 무엇일까. '나'는 나와 다른 모습의 '너'에게 이질감을 느끼지만 그러나 또 호감과 관심도 있다. 자주 만나면서 이 사이가 더 깊어질 것이 두렵고 그래서 이제 그만 만나야지 마음먹지만 매번 부름에 응답하고야 만다. '나'는 그것이 '너'에 대한 이끌림이라고 생각한다. 이끌림이란 게 그렇다. 상대가 선하다고 이끌리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못됐다고 생각해서 훌쩍 돌아서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도 뒤로 물러나려다가 어느틈에 다시 한걸음 내딛고 있는, 왜이럴까, 내가 왜 이럴까 하는 것. 그리고 '나'는 그렇게 이끌리고 싶지 않다. '너'와 친근한 사이가 되고 싶지 않다. 이쯤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깊어지는 관계는 결국 힘들게 되니까. 그걸 아니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어떤 것들을 네가 똑같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상하면서도 반가웠다. 우리가 이 동네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오며 가며 틀림없이 한 번은 만났을 거라는 짐작.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졌고 가깝게 여겨졌으므로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 어떤 식으로든 마음이라고 할 만한 게 한번 생겨나면 좀처럼 없애기 힘들다는 것을 나는 모르지 않는 나이였다. -<3구역, 1구역>, p.25




오늘 이 단편을 읽는데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마레 지구>라는 아주 짧은 단편 영화가 떠올랐다. 《사랑해, 파리》라는 옴니버스 영화에 등장하는 단편. 그 영화속에 단편이 여러편이지만, 나는 유독 이 단편의 제목만을 기억한다.

















마레 지구.


아마 기존에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마레 지구, 라는 이 단순한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가슴이 벅차올랐다. 구스 반 산트가 대체 마레 지구로 무슨 말을 할까.


소년과 소년이 우연히 한 가게에서 만난다. 나는 가구를 파는 가게로 기억하는데, 그들은 어쨌든 거기서 처음 만난다. 그리고 호감을 품는다. 한쪽이 유독 호감을 표하고 그러나 다른 한쪽도 마찬가지여서 다른 사람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렇게 둘만있는 그 잠깐동안의 시간에 몇마디 말을 나누고, 그러다 손님으로 온 쪽이 짐을 챙겨 가게를 나가고, 뒤늦게 가게에 남아 있던 소년은 문 밖으로 뛰어나가면서 영화가 끝나는 거다. 나는 이 단편을 그렇게나 좋아했다. 마레 지구, 라고 떠올릴 때면 이 풋풋함과 설레임, 그리고 처음 만나는 것에 대한 모든 감정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이 단편이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그 영화속의 다른 단편들보다 더.



가게 안의 소년은 달려나가 가게 밖의 소년을 마주치게 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치게 되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데이트를 시작한다고 해서 그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론에 닿을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간 살아오면서 내가 깨달은게 있다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살았다'는건  '처음 만난 순간부터 홀딱 반하는 일'이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살았다'는 건, 그보다는 '마음먹음', '작정'이 하는 일이라는 거다.


소년과 소년은 젊다. 찬란한 일들이 그들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주보고 웃고 설레이는 일들이 그들에게 분명히 있었고 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당분간' 일 것이다. 내가 비극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반함'이 하는 일이 거기까지기 때문이다.


그 끝이 어떨지 몰라도, 그러니까 끝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 첫만남의 강렬함은 매우 축복할만한 일이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우연히 만나, 그 우연한 만남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끌릴 수 있다는 것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살면서 한 번도 오지 않을, 그런 일이다. 이 사람 뭐지, 왜 더 얘기해보고 싶지, 이렇게 무작정 끌려가도 좋은 것인가, 이 사람 더 알고싶다, 하는 생각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그리고, 나이들수록 더 적어진다. 나이들수록 경험치도 쌓이고 무수히 많은 인간들을 만나보기 때문에, 첫눈에 반하는 일? 거의 없다. 한 사람 안에 무수히 많은 면들이 담겨져있고, 굳이 드러내지 않는 면도 밖에서 보이기도 하거든. 인간에 대한 기대 자체가 옅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우연히 마주쳐 그 첫만남에 서로에게 끌렸다면, 전화번호를 건넸다면, 그렇다면 마레 지구의 소년처럼 문밖으로 뛰어나가야 함이 옳다. 그런 경험은 살면서 그 때가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김혜진의 <3구역, 1구역>은 사실 딱히 봄의 느낌이 아닌데, 이 봄의 느낌이 아닌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너무나 봄같은, 아니지, 찬란한 여름으로 막 넘어가는 듯한 마레 지구를 떠올렸다. 김혜진은 일전에 《딸에 대하여》를 읽어보았더랬는데, 이 책, 《소설 보다 봄 2020》에서 가장 처음의 단편이 김혜진이어서 반가웠다. 사실 이 책에서는 나는 김혜진만 기대하긴 했다. 그리고 아직 김혜진만 읽었고.


출근길에 마레 지구를 떠올린 일이 너무 좋았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지 자신이 없었고 또 다시 보고 싶기도 했다. 짧은 단편이니 어쩌면 유튜브에 있지 않을까, 하고 검색해보았더니, 오! 있었다. 6분의 영상이었다.


기억은 역시나 왜곡되어 있었다. '소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아침 다시 보니 소년 보다는 '청년'에 가까운 것 같다. '가게'라고 생각했는데 '작업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한쪽은 끊임없이 말을 걸고 호감을 표시하는데 다른 한쪽은 이렇다할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다할 반응을 하지 않았던 청년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그는 상대의 전화번호를 받고, 그리고, 뛰어나간다. 그게, 마레 지구였다.






'나'가 매번 확인하게 되는 '너'라는 사람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고,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며, 결코 '나'가 다 알 수 없는 사람이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너'라는 사람에게 '나'는 점점 더 속수무책이 되는 거라고, 저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김혜진, p.46)



같아서, 어쩌면 달라서, 우리는 때로 속수무책이 된다. 나를 사로잡았던 그 때 그 순간은, 우리의 다름 때문에 생겨난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숱하게 많이 우리가 이렇게나 다르구나 생각했고, 우리가 너무 달라서 결코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한 날들이 수두룩하다. 낮에도 그리고 밤에도 나는 우리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토록이나 자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내일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내가 속수무책이 되었음에 다름아니다.




4월이 다 가고 있다.

한 사람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고, 거기엔 모순되거나 충돌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모든 사람 안에는 자신이 상상하기 힘든 모습들이 잠재되어 있는 셈일 텐데요. 물론 제 안에도 저 스스로 이해할 수 없고, 감당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라면 원래 사람이란 그런 존재가 아닌가 좀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던 것 같습니다. 당연하다고 말은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늘 얼마간은 체념하게 되는 것도 같고요.
그리고 한 사람의 모순적인 면면 혹은 이중적인 모습들이 드러나는 순간은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의 문제만으로는 해명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합니다. 시기와 상황, 처지와 형편에 따라 사람은 얼마든지 이전과 다른 선택과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그에 따른 결과나 책임의 양상도 달라질 테고요. 또 그걸 보는 사람들의 입장도 각자의 사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혜진)-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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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20-04-2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단편 보고 김헤진 작가님 책 더 보고 싶더라고요.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ㅎㅎ

다락방 2020-04-24 09:05   좋아요 0 | URL
제가 가난과 선함을 함께 놓고 가는것 같단 생각을 이 작품 보면서 하게 되더라고요. 웽님, <딸에 대하여>도 봤어요? 그것도 괜찮거든요. 아직 다른 단편들 보기 전인데 이 단편 좋았어요. 사실, ‘나‘의 ‘너‘에 대한 이끌림에 크게 공감하진 못하겠지만요. ‘너‘가 저에게는 호감형 인간이 아닌지라 ㅎㅎ 아무튼 좋은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잠자냥 2020-04-2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고양이 밥을 가끔 챙겨주는 저로서도 길고양이 밥주는 분들 ‘이미지‘에 약간의 클리셰랄까 편견이랄까 이런 게 머릿속에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의 그 편견을 깨는 분들을 만나면 좀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ㅎㅎㅎ암튼 흥미로운 단편이군요.

그나저나 마레 지구 저도 엄청 좋아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네요. 구스 반 산트는 어디서 늘 저렇게 예쁘장한 청년과 소년들을 발굴하는지 원 ㅎㅎㅎ 덕분에 잘 봤어요. 집에 가서 또 봐야지. =33

다락방 2020-04-24 09: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잠자냥 님. 저도 저라는 인간 자체가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모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맞닥뜨릴때면 당황스러워요. 게다가 제 안에 자리한 이 편견.. 잠자냥 님 표현대로 클리셰, 편견 이 적합한 표현인 것 같아요. 저는 왜 길고양이 밥 챙겨주는 사람이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가 멀거라고 당연히 생각할까요? 당황스러웠어요.

잠자냥 님도 마레 지구를 좋아하신다니. 우앗. 너무나 반가워요 흑흑 ㅠㅠ
저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이 얼마나 신나던지요! 물론 출근하고 나서는 똥같은 기분이 되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레 지구 좋아요! 막 마음이 살랑거려요. 후훗.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 창비세계문학 6
딩링 지음, 김미란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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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책들이 있지만 제목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책들도 있다. '딩링'의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는 후자에 해당한다. 나는 이 책의 작가인 딩링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고 이 책의 제목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 읽겠지 하고 준비해뒀던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들었을 때는, 대체 안개마을에 있을 때 뭐가 어떻게 됐다는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채였다. 안개마을에서 안개라니, 은둔하기 좋아 쓴걸까, 그 마을에서 사랑을 한걸까, 그 마을에서 혁명을 한걸까.


표제와 같은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는 중국인 여성 위안부 '전전'이 등장한다. 그리고 위안부 전전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당연한 편견도.


오래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여옥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마을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자고 있는 집으로 마을 남자가 침입한다. 그리고는 '어차피 너는 버려진 몸'이라며 강간을 시도한다. 그러니까 이 정서. 다른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졌거나 성폭행을 당했던 여자에 대한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이 정서가,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에도 드러난다. 이 소설의 화자는 휴양차 안개마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일 년전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 전전을 만나게 되는데, 전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안부로 끌려가게 됐고 또 그렇게 중국 공산당의 첩자가 되기도 하는데, 나라는 그녀를 이용했고 마을 사람들은 남녀할것 없이 그녀에 대해 손가락질하기 바빴다. 뻔뻔하게 낯짝을 들고다니는 여자가 되어 있었고, 상대적으로 다른 여성을 깨끗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이 아닌데 그녀는 그렇게나 부당하게 가족들의 수치가 되었다. 우리가 진작 결혼했다면 그녀를 구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이라도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하는 전전의 남자동창 '샤다바오'는 그녀를 구해주려고 하는 착하고 의로운 남자이다. 그러니까 여자는 끌려가고 강간당하고 이용당하고 있는데 그렇게 만드는 이도 남자이고 그런 여자를 구원해주고자 하는 것도 남자인 셈. 여자의 인생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더렵혀지고 혹은 구원되어 지는가.


우리가 우리의 의지로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숱한 영화와 책속에서 드러나는 바다. 그토록이나 여성을 혐오하던 남자주인공이 자신의 피부병을 지적받자 '이걸 내가 선택한 게 아닌데 그걸 욕하면 어떡해' 라고 항변하는 영화 《히트》에서도 알 수 있고, '당신이 통제할 수 없었던 일로 평가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아니까' 당신을 돕겠다고 말하는 형사가 등장하는 책 《스틸하우스 레이크》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걸 안다고 해서 자신의 삶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가 끌려간 것이 자명한 사실이고 지금 나라로부터 이용당하고 있는 것 역시 자명한데도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구경하고' 또 '혐오한다'.


책 속의 화자는 이 마을에 처음 올 때 자신과는 다른 정치사상을 가진 여자와 함께였다. 그것은 딱히 즐거울 리 없는 동행이었지만, 그러나 전전의 삶 앞에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그들에게 공통된 감각이다. 전전의 삶은 전전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이 흘러갔고 그것이 부당하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 통제하지 못하는 여성 스스로의 삶에 대한 안타까운 감각은, 동시대를 살고 있던 다른 환경의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각인 것이다. 고통을 당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 고통 앞에 통곡을 하는 여자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리고 통제하지 못한 삶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받는다고 해서 전전이 무너지기를 선택하지도 않고, 남자에게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아픈 몸이 낫기를 원하고 그리고 나름의 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방에서 자신을 공격해오는데도 끝까지 버티려는 의지가 전전에게 있는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가고자 하는 길에서 그녀는 그녀의 동지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화자는, 그녀의 동지가 되어주길 자처할 것이다.



이렇게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여성은 그 다음 단편인 <병원에서> 에서도 등장한다. '루핑'은 산부인과 의사 공부를 했지만 자신에게 의사일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치대학에 들어가 정치공작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그렇게 공산당원이 되지만, 당에서는 그녀를 이제 막 개척하고 있는 병원의 의사로 보내버린다. 이 역시 그녀의 의지도, 의사도 아니었다. 그렇게 그녀는 하기 싫은 일을 하러 갔는데, 그 병원의 상태는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의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 의사로 일하고 있고 온갖 기구들은 소독되지 않은 상황이며 그 누구도 청소를 하지 않아 더럽기만 하다. 일단 환자들을 낫게 하고 건강한 출산을 하게 하려면 환경부터 바꿔야 하기에 열성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해보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나 그녀의 열성적 태도로 환경이 바뀌기는 커녕, 사람들은 그녀를 음해하려고 한다. 이에 그녀는 처음의 의지를 잃게 되지만, 며칠 풀죽어 있다가 다시 의지를 다진다. 그녀는 삶의 매순간 고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고난 속에서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세번째 단편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는 소년병이 주인공인데, 내전중인 자국의 군인에게 발견되어 총살 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 "총알 하나를 남겨두는 게 좋겠소. 남겨두었다가 일본 놈과 싸우시오! 나를 칼로 죽이고!" (p.97) 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을 죽이고자 했던 군인들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고작 열세살의 소년이 자신이 죽을 위기 앞에 공통의 적인 일본을 죽이는데 총알을 쓰라고 말할 수 있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네번째 단편 <두완샹>은 읽으면서 가장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계모에게 학대받아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하다가 열세살에 시집을 가는 두완샹이, 그곳에서도 다른 며느리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미친듯이 열심히 일하는 거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산골마을이 세계의 전부인줄 알며 참전한 남편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쉬지 않고 이 대가족을 위하여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수고를 했다' (p.106)

그런 그녀의 마을에 해방군이 들어와 토지개혁을 하겠다고 하고, 그녀는 토지개혁 업무중인 중년의 부인과 매일밤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 가족과 마을보다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그녀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넓은 세상에 헌신하고자 하는데, 전쟁에서 돌아온 남편과 이런 생각이 일치해 좋은 동지가 된다. 이 부부는 며칠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개척지로 거주지를 옮겨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데, 그곳에서도 그녀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우 성실히 일하고 꼿꼿한 정신을 드러냄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된다. 그녀가 모범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좋게 보인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오랜 진심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배움이 짧았지만 스스로 깨우쳐 다른 사람들의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되면서 이 소설은 끝나는데, 이 모든 삶의 굴곡에서 그녀에게 성장이 있었고 또 깨닫는 바가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의 존경도 받게 되지만, 이 단편 내내 '두완샹에게 삶의 기쁨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열심히 일하는 것, 모두에게 이로운 것, 그것이 그저 그녀 삶의 기쁨의 전부란 말인가. 왜 어릴 때부터 고생을 하고 또 하고 쉬지 않는 것이 궁극의 선이 된것일까.




이 책에는 이렇게 총 네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모든 단편들에서 중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핍박받고 고생이란 고생을 다하고 또 죽음의 위기 앞에 놓이는데도 결코 그들은 좌절속으로 혹은 절망속으로 끌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두 눈 가득 으르렁 거리는 불꽃을 품고 세상을 보는 의지가 단단히 새겨질 뿐.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정말 대단하다, 그들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후의 결론은 될 수 없다. 그 삶이 핍박이었던 것, 고통이었던 것은,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삶이 언제든 나라는 사람을 후려칠 수 있지만, 이토록이나 심하게 후려치는 것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시스템이 한 개인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 모으게 만들고 그렇게 방전되게 만들었는데, 그런데 그 의지를 다지는 것은 시스템의 도움이 아니라 나 개인의 몫이라니. 이 얼마나 피곤하고 한심한 일인가. 이들 모두가 후려치는 삶 앞에 꺾이지 않고 살려는 의지, 한 발 앞으로 어떻게든 나아가려는 의지는 분명 높이살만한 것이지만, 오히려 나는 그간 내 생각과 다르게 삶에 있어서 때로는 도망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어디로? 그건 모르겠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방송을 보노라면, 도시에서 온갖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자연으로 들어가게 된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을 괴롭히는 건 사회적 시스템이기도 하고, 자신을 찾아온 병이기도 하고, 자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그저 물과 나무가 있는 자연으로 숨어드는 것은 그들이 생각해낸 그들이 남은 삶을 살아내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딩링' 의 소설속 단편들은 이미 드넓은 땅 안에 있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땅, 넓고도 넓은 땅에서, 게다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나를 괴롭히는 게 이 나라 전체를 둘러싼 어떤 사상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 숨어들것인가. 정작 휴양을 위해 찾아간 안개마을에서도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 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나를 숨길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내 눈에 이글거리는 독기를 품는 것 말고는 남은 방법이 없는 것일까.



사는 일은 이토록이나 고되다. 어쩔 수 없이 강함을 내 안에 욱여넣어야 비로소 버텨지기도 하는 것이다. 맞서려고 하는 강인한 자들 앞에서 나는 필연적으로 삶의 고됨을 느낀다. 고되고 고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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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moon 2020-04-2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으려고 했는데 잊어버린 책; 다락방 님 덕분에 떠올라 보관함에 담아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0-04-23 12:20   좋아요 0 | URL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당황했는데, 중국에서 이런 글을 썼던 작가가 있었구나, 반가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