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3월의 도서는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입니다. 그동안 같이 읽기 해오셨던 분들이라면 3월도서를 이미(!) 준비하셨으리라 생각하지만, 아직 안하신분들은 빨리빨리 하세요. 이 책은 매우 어려워보이므로 좀 일찍 시작해야 할듯합니다. 자, 여러분, 고고!! 함께 읽어요!!



아울러 2월의 도서를 함께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 2월 도서도 아주 주옥같은 글들이 나왔으니 다들 찾아 읽으시기 바랍니다. 아이고, 이분들, 막 뭐랄까, 독서력도 좋아지고 필력도 좋아지고 막 그러고 있어요. 혹시라도 지금 같이 읽기에 참여하지 않으시지만 같이읽기 도서중 읽고 싶은게 있으시다면, 읽으면서 과거 같이읽기 참여했던 분들의 글을 찾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마음 편한 분들을 위해 4월~6월 도서 안내합니다.



4월, 베티 프리단, 《여성성의 신화》

















5월, 패트리샤 힐 콜린스, 《흑인 페미니즘 사상》
















6월, 마리아 미즈 & 반다나 시바, 《에코 페미니즘》


















참여방법은 해당 도서 읽으시고 글을 한 편 이상씩(가급적 자주!) 써주시면 됩니다.


[책 제목] 글 제목


이렇게 써주시면 됩니다.



자, 3월도 열심히 읽어봅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라니, 벌써부터 가슴이 탁- 막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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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3-0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사두었고.. 책상 위에 살포시 둔 상태로.. 곧 시작.. 하기로 ㅎㅎ;;

다락방 2020-03-02 12:49   좋아요 0 | URL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으으 저는 이걸 읽기도 전에 겁부터 나요. 어렵겠죠? ㅜㅜ

블랙겟타 2020-03-0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부지런한 다락방님 ^^ 이제 막 사고 있는데 이 글을 발견했네요. 미미..리 시작해야겠죠? ㅎㅎ

다락방 2020-03-02 18:05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아직... 책장에서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3-0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미리 준비해야 마음 편하분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확실히 아는 두 분 있거든요.
ㅂㅇ님과 ㅂㄹㄱㅌ님이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선가 많이 뵌듯한 그런 분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20-03-02 18:46   좋아요 0 | URL
초성인데도 뭔가..흐릿하게 보이는 건 저의 착각이겠죠? (・-・)

단발머리 2020-03-02 18: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네에~ 너무 흐릿하면 100원짜리 동전으로 살살 긁어주시면 잘 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3-03 07:51   좋아요 1 | URL
저는 개인적으로 미리미리 준비하는 분들을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연 2020-03-03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 2월 책도 안 읽었어요 ㅜㅜ 2월 책 읽고 3월 책 읽도록 할게요. 2월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3월 책 구입 먼저 하러 ^^

다락방 2020-03-03 11:54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러면 너무 순차적으로 밀리지 않을까요? 3월이니까 3월책 먼저 읽고 2월 책 읽으시면 어때요? 아아 그러나 물론, 수연님의 결정이 수연님에게는 최선입니다!!

수연 2020-03-03 12:3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이 3월 책 진짜 어려워! 하셔서 막 불안해서 ㅋㅋㅋ 그럼 두 권 다 동시에 읽어볼게요. 정신 차렸으니_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또 패스하면서 읽으면 되니까.

nonagir 2020-03-0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읽기 모임이네요!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0-03-04 17:06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나는 여중,여고, 여대를 다녔다. 여중,여고를 다닌 사람이라면 아마 다들 그런 일을 보거나 경험했을 것이다. 같은 학교의 멋있는 동성 선배를 좋아하는 일. 그것은 사랑이라 이름 붙여진 것일 수도 있고 모르겠다, 그저 관심이나 호기심일 수도 있을 것이고.


중학교는 여상과 붙어 있었는데 그 여상은 농구부가 아주 유명했다. 우리반 아이 h 는 그 농구부의 스케쥴을 죄다 기억하고는 따라다녔다. 그리고 한 명에게 특히나 열중하며 선물을 주고 연락을 했다. 나는 사실 그때만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내가 그러지를 않아서. 나는 농구에도 관심이 없었고 운동에도 관심이 없었다. 나는 선생님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국어 선생님을 좋아했고 과학 선생님을 좋아했다. 국어 선생님과 과학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은 그 h가 내게 편지를 썼다. 친해지고 싶다고, 좋아한다는 거였다. 나 역시 어린시절 그런 편지를 친구들과 곧잘 주고받았으므로 그것이 이상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그 친구 앞에서는 내가 좀 이상해졌다. 더 친해지고 싶다는 편지였는데 우리는 더 어색해졌다. 그건 매우 이상한 경험이었다. 그 친구가 나를 너무나 좋아해줘서 고마웠는데 그런데 불편하고 어색했다. 친구들과 놀다가 친구들이 장난으로 나를 놀리면 어김없이 우리 락방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항상 내 편이 되어주었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나 어색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는 그게 뭔지 잘 몰랐다.



고등학교때는 더했다. 고등학교 때는 사회체육과를 지망하기 위한 운동부 학생들이 반마다 한두명씩 꼭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유명한 아이는 우리반의 y였다. 운동을 잘해서 유명하기도 했지만, '멋있어서' 유명했다. 체육대회가 열렸던 날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y가 달리면, 아이들은 기절할듯이 함성을 질러댔고, 그 후에는 우리 교실 앞에 여자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모두 y와 친해지고 싶어했다. 내가 봐도 그 친구는 되게 멋있었는데, 멋있다고 하는 이미지가 이 친구를 더 거기에 갇히게 만든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니까 운동하는 아이, 짧게 숏컷한 머리 같은 것은 그당시 그 아이를 더 인기있게, 더 멋있게 보이게 만들었는데, 그래서인지 y는 점점 더 그런 모습이 되어가는거다. 한 번은 머리를 삭발로 밀고 왔고, 사복을 입는 날이면 제오빠 옷을 빌려입고 왔다. 다른 아이들과 쉬는 시간에 얘기를 할 때면 한 손을 벽에 두고 그 아이를 가둔 채 얘기하는 걸 본 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 역시 그 아이를 멋지다고 생각했고 좋아했지만, 그러나 그런 모습들은 허세가 가득하다고 생각했었다. 그 당시에 나랑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 중 두 명도 그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울곤 했다. 너무 좋아해서, 너무 짝사랑해서. 그런데 그런 마음이 잘못된 것 같고 또 그 아이가 너무 인기가 많아서 괴로워했다. 나는 그아이들만큼 심각하게 y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한순간 그 친구랑 사이가 멀어지고 말았다. 놀랍게도 그건 돈 때문이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그러니까 y가 내게 천 원을 빌려달라고 한거다. 나는 빌려줬다. 그런데 이자식이..갚지를 않아 ㅋㅋㅋㅋㅋㅋ 돈을 빌려줘본 사람은 갚으라고 말할 때 오히려 더 말하기 민망해지는 그런 기분 다 뭔지 알쥬? ㅋㅋㅋㅋ 그러다 소풍 갈 때 그 아이에게 가서 '내 돈 갚아' 라고 했더니 그 아이가 되게 싫은 표정으로 갚은 거다. 소풍에 왔는데 돈이 없을 리가 없잖아? 천 원을 꺼내 내게 주면서 찡그렸던 그 아이의 얼굴이 기억난다. 나는 천 원을 받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아이를 좋아하던 마음이 사그라드는 걸 느꼈다. 


워낙 운동을 잘하던 아이어서 좋은 대학에 진학했는데,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머리를 길리고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었다. 




중학교때 같이 등하교를 하던 친구는 전교 1등을 하던 친구였다. 나는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팝송 가사를 외우고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소설책을 읽는 걸로 시간을 채우던 아이었는데, w는 그런 것보다는 공부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 친구랑 나랑은, 당연하게도 '잘한다' 혹은 '못한다'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었는데, 그 당시 나는 영어를 잘하는 아이라고 스스로 자부했고 내 친구들도 나에게 영어를 잘한다고 했더랬다. 그런데 이 친구는 '너는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냐, 나는 영어가 어렵고 점수가 잘 안나온다'고 하는 거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내 영어점수는 그 친구보다 낮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를테면 이 친구는 다른 건 100점인데 영어를 97점 받아서 속상한 아이었고, 나는 다른 건 80점인데 영어를 95점 받는 아이었달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친구가 항상 나보다 영어 점수가 높았지만, 그런데 우리 사이는 이상하게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영어 잘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인생 뭘까..


이런 경험은 그러니까 ㅋㅋㅋㅋㅋ 나중에 성인이 되어 데이트 할 때도 나타났는데, 서른한살에 알게된 남자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내가 '나 학창시절 영어 잘했다'고 자랑자랑을 한거다. 상대는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는데, 오 영어 잘하셨구나, 하면서 ㅋㅋㅋ 나는 그래서 너무 자랑하면서 '나 수능 영어 40점 만점에 언제나 30점 이상이었다' 고 자랑을 한거다. 이런 머저리 같으니라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대는 내 자랑에 호응하며 다 들어주더니 '저는 외국어 만점 받고 대학갔어요'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점자 앞에서 30점 이상이라고 영어 천재라고 그러고 있었던 거다, 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사람은 겸손해야 해.


아니, 근데 이 얘기 하려던 게 아니고.

편지쓰는 걸 좋아하던 나여서 하교길에 항상 문구점(아트박스)에 들러 편지지를 고르고 사는 게 나의 즐거운 취미였다. 전교1등 w는 편지지를 사는 것도 아니었지만 하굣길에 나랑 같이 들러 내가 사는 걸 기다려주곤 했는데, 어느날은 이 친구가 갑자기 '나 오늘 편지지를 좀 살건데, 그런 걸 한 번도 사본적이 없어서...니가 좀 골라줬으면 좋겠어' 하는 게 아닌가. 오호, 내가 이 친구랑 다니면서 이 친구가 편지지 사는 건 처음 보는데..그렇게 우리는 문구점에 들렀고 커다란 편지지 매대 앞에 섰다. 친구는 한참을 고르지 못했는데, 나는 그중 몇 개를 '이건 어때?'하며 들어올려 보이다가, 영어가 가득 채워진 편지지를 들고서는 친구에게 말했다.


"니가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 보낼거라면 이게 좋지 않을까."


그러자 친구는 내게 말했다.


"너 왜 그렇게 말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진짜 공부보다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았고 특히 사람과 감정에 관심이 많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친구가 아무런 말도 안했고 어떤 기척도 준 적이 없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가 편지를 보낼 사람이 영어선생님이라고 짐작한 것이다. ㅋㅋㅋㅋ 우리반 담탱이었던 남자 영어 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교에서 잘생겼다고 인기 많은 선생님이었는데 나는 이 선생님한테 관심 1도 없었어 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w가 이 선생님에게  편지 쓸거라는 느낌이 갑자기 그냥 뽝 온것이었고 ㅋㅋㅋㅋ 그래서 저렇게 말을 했는데 내 말이 맞았던 것. 아무튼 이 친구는 그렇게 편지지를 샀고 영어 선생님에게 편지를 썼다. 그 사실이 부끄러웠으나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내게만 말했는데, 그러면서도 궁금해했다.


"너 진짜 어떻게 알았어?"


나도 모른다.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이런건 그냥 아는 거라서...




저녁 급식을 먹은 뒤 나는 혼자서 편지지를 사러 갔다. 날은 따뜻했고, 어스름이 내리고 있었다. 교문을 나와 횡단보도에 서서 바깥 공기를 마셨다. 노란 등을 켜고 이동하는 자동차들의 흐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고 마음이 들떴다. 문구점의 커다란 노랑 간판에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었다. 우리는 필요한 모든 물건을 그 문구점에서 샀다. 넓은 매장엔 벽과 천장까지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갖가지 물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p.61)


















'김세희'의 [항구의 사랑]은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차있다. 그러니까 여중과 여고를 다녔던 그 때의 학생들에게 늘상 있었던 일들. 여중과 여고를 다녔던 학생들이라면 경험하거나 아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다. 


그당시의 나는 이런 환경이, 여자들만 있는 환경이 여자를 여자가 좋아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남녀공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의 기저에는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고. 이런 잘못된 사랑을 하게 하는 건 이들만 한공간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거다.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다락방의 꽃들] 시리즈에서 다락방에 갇힌 크리스와 캐시가 사랑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던가. 한 공간에 갇혀서 다른 사람을 전혀 볼 수 없었던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환경의 제약 때문이 아니던가. 나는 여중,여고생들의 동성애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봤던 거다. 그러니까 이성과 한공간에 두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잖아, 하고. 



그 시절의 일들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된 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학교를 졸업하고나서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누가 누구를 사랑하든,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듯이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일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여중시절에 여고시절에 누군가 좋아했다면, 남자가 없어서 좋아한 게 아니라 그저 그 상대가 그 순간 좋았을 수 있었던 거였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그 때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그렇지만 이건 좀 이상한거잖아' 하고 고민했던 것이, 스스로에게 그리 괴로울 게 없을 일이었는데, 이건 안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고통이었다. 



나는 요즘 우리가 가지는 고민의 일부 아픔의 일부가, 사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만 없었어도 진작에 없어졌을 것들,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고민과 고통들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김세희는 이 책에서 그 학창시절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러나 '사랑'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니까 '여자가 여자를' 사랑했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라 여자가 여자를 '사랑했다'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니까, 결국은, 사랑 이야기. 나는 그 사랑이 그저 사랑일 수밖에 없음을, 후광 때문에 깨닫는다. 후광. 상대에게서 반짝거리는 그 후광.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시절 그녀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 선배는 사실 그렇게 예쁘지도 않고, 내 생각과 달리 그리 인기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연극 동아리에 가입해 연기를 하고 주인공 역할을 맡게 된 건 그녀의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을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인생에 처음 일어난 중대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자기 안의 에너지를 깨닫게 만들었고, 그녀에게 후광을 덧씌웠다. 그 후광이 내게도 작용했다. 내가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후광에 감싸여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게 그녀에겐 놀라운 일이었을 테고, 재미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 깨닫게 된 사실들을 동원해 지금 그녀를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서 더없이 매력적이던 그 시절 민선 선배의 인상까지 훼손되는 건 아니다. 그녀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당시 난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그녀를 사랑한다고 의심하기까지 했다. 

그녀의 광채에 빨려 들어갈수록 나 자신은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이었는데, 또 그럴구록 나를 뺀 사람들은 생기발랄해 보였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사랑하기에, 그녀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해 보였다.

어느 날은 수돗가를 지나다 우연히 선배를 보았다. 누군가와 둘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극 동아리 1학년 학생으로 나도 얼굴을 아는 아이였다. 두 사람은 웃는 얼굴로 환한 햇살의 웅덩이 안에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급작스러운 통증을 느꼈다. (p.80-81)




여기서부터가 나의 아픈 지점이었다.


2010년 6월 24일에 만났던 남자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랑했던 상대에게 했던 칭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최상의 칭찬이 뭐냐고. 그 당시 나는 '당신의 추리닝 입은 모습도 멋지다'는 거였고, 내게 그 질문을 던졌던 남자는 '너가 너무 빛나서 네 주변까지 빛나' 라고 대답했던 거다. 그 칭찬은 당시에도 멋졌다고 생각했는데, [항구의 사랑] 읽는 순간 갑자기 그 날의 만남이 내게 훅 다가왔다. 그 때 만났던 그와는 나중에 연인이 되었고 다정하게 지내다 지금은 헤어졌는데, 어제 항구의 사랑을 읽으면서, '그가 연애했던 상대 중에 가장 사랑한 사람은 내가 아니겠구나, 그 때 그 빛난다는 칭찬을 받던 사람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버린 거다. 



[항구의 사랑]에서 주인공은 사랑에 빠진 선배로부터 후광을 본다. 그 후광이 빛나서 그걸 다른 사람들도 볼까봐 전전긍긍한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이 선배를 본 누구라면 다 이 선배를 사랑하지 않을까.

그러나 화자의 친구는 그 선배를 도대체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추녀라고 화까지 낸다. 

나는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지점이 그 후광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빛을 나는 보는 것. 

그 후광 때문에 반짝반짝 빛이 나서 다른 사람들도 보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 저렇게 반짝이고 환한 사람을, 주변까지 환하게 만드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하면서 고민하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의 시작이고 절정이 아닐까. 2010년 6월 24일에 만난 남자는 다른 상대로부터 그 후광을 느꼈다고 얘기하는 거다. 나는 그 후광을 당신으로부터 느꼈는데. 그래서 당신을 사랑하는 게 내내 애를 태우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멋진 남자를 다른 사람들도 보면 다 사랑할텐데, 이 사람의 시선을 어떻게 나한테만 고정시킬까, 나는 그걸 고민했는데. 나는 당신의 후광을 봤는데, 당신 자체로 빛이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하지 못한 일들과 스스로 못난 점들에 대해 아무리 얘기할 때에도, 나는 당신이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 걸 확신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나는 당신으로부터 그 후광을 본,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그 날, 당신이 다른 사람의 후광을 봤던 일에 대해 얘기했던 게 생각나면서, 아아,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한 건 내가 아니었겠구나, 하게 되어버린거다. 



맙소사, 2010년의 일을 떠올리며 슬퍼하다니. 벌써 십년전의 일인데! 

나란 여자가 이렇구먼...




마찬가지로 사랑의 소멸은 그 후광의 소멸과 같이 온다고 생각한다. [항구의 사랑]속 화자가 먼 시간이 흘러 그 날의 후광이 모두가 볼 수 있었던 빛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러나 자신이 봤던 빛까지 부인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 사실 내가 상대의 후광을 봤던 일은 좀처럼 없다. 후광을 보지 못했던 상대와 연애를 했을 때는 그다지 '다른 누군가가 저사람을 사랑하지 않을까' 에 대한 고민도 한 적이 없고. 그건 아마도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도 괜찮다고 은연중에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후광을 본 상대에 대해서는, 책 속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그의 후광을 다른 사람들도 본 건 아니다, 모두에게 보이는 후광은 아니었다, 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내가 본 후광이 사라졌다거나 잘못 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는 그 후광과 함께 다닐 것이고, 그 후광이 그의 미래까지 비출거라고 믿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 같았다. (p.157)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의 후광은 환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돌려도 내게는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어제는 술 마시고 늦은 밤 채널을 돌리다가 '김혜수' 주연의 [하이에나]라는 드라마를 보게됐다. 우와- 김혜수 캐릭터 너무 좋은 거다! 상대 변호사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자기가 변호사인 거 숨기고 사랑에 '가짜로' 빠져서 결국 재판에 이기게 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은 캐릭터고, 거대한 로펌에 다니는 주지훈이 자꾸 김혜수에게 발리는데 너무 보기 좋은 거다. 흐뭇해.... 이것도 이제 봐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발라버렸!! 포쓰넘치는 여자가 연하의 남자들 발라버리는 거 세상 좋은 장면이야. 사실 연상의 남자들 발라버리면 더 좋을 것이고. 다 발라버렸!!

그리고 김혜수 님, 제가 좋아하고 있습니다. 괜찮으시면 저랑 북플 친구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북플.. 아세요? 알라딘에서 만든 sns 인데,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 김혜수님은 그보다는... 알라딘 서재쪽을 더 좋아하실 것 같은데, 아무튼지간에 제가 여기 서재 변방에서 김혜수님을 응원하고 있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갑분김혜수....

규인은 유난을 떨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성적을 받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상냥했다. 일단 친구가 되면 부족한 모습도 한없이 너그럽게 받아 주었지만 친구가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는 냉랭하게 굴었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규인에게 감탄했다. 주도적으로 친구를 사귀고, 친구와 친구가 아닌 사람을 구별한다는 점이 내겐 놀라운 일이었다. 모든 아이들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는데도 그 이유 때문에 아이들은 오히려 규인에게 잘 보이려는 듯했다.- P23

이후로 내 삶에 대해 생각할 때 그 부분을 건너뒤곤 했다. 그때의 나도 나이데 빼 버리고 싶었다. 앞뒤와 연결되지 않는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그 부분까지 포함한 나 자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P53

이후로 선배와 나는 하루에 몇 번씩 문자를 주고받았고, 전화 통화도 했다. 일요일에는 같이 도서관에 가서 마주 앉아 공부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이런 일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없었다. 내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3학년이고, 나는 2학년이었으니까. 난 무엇보다 선배가 나와 어울리는 게 즐거운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난 선배와 함께 있으면 더없이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웠다. 평상시에는 의식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일들, 이를테면 걸음걸이마저 신경 쓰였고, 선배의 농담에 재치 있는 대답은 커녕 대꾸할 타이밍을 놓친 채 멍하니 서 있곤 했다. 마침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때가 늦었을 뿐 아니라 상대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곱씹을수록 끔찍해서 당장 머리를 벽에라도 부딪쳐 기억상실에 빠지고 싶어지는 그런 말들이었다.
선배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난 좌절감에 휩싸여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 P68

˝난 이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실은 상당히 재치 있고 매력적인 아이에요. 정말이에요. 진짜 내 모습을 보면 당신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그런데 지금은 도저히 안 되겠어요. 시간이 필요해요. 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줘요. 지금 모습만 보고 나에 대해 판단을 내리면 안 돼요...˝- P69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시절 그녀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 선배는 사실 그렇게 예쁘지도 않고, 내 생각과 달리 그리 인기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연극 동아리에 가입해 연기를 하고 주인공 역할을 맡게 된 건 그녀의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을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인생에 처음 일어난 중대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자기 안의 에너지를 깨닫게 만들었고, 그녀에게 후광을 덧씌웠다. 그 후광이 내게도 작용했다. 내가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후광에 감싸여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게 그녀에겐 놀라운 일이었을 테고, 재미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 깨닫게 된 사실들을 동원해 지금 그녀를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서 더없이 매력적이던 그 시절 민선 선배의 인상까지 훼손되는 건 아니다. 그녀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당시 난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그녀를 사랑한다고 의심하기까지 했다. - P80

그녀의 광채에 빨려 들어갈수록 나 자신은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이었는데, 또 그럴구록 나를 뺀 사람들은 생기발랄해 보였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사랑하기에, 그녀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해 보였다.
어느 날은 수돗가를 지나다 우연히 선배를 보았다. 누군가와 둘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극 동아리 1학년 학생으로 나도 얼굴을 아는 아이였다. 두 사람은 웃는 얼굴로 환한 햇살의 웅덩이 안에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급작스러운 통증을 느꼈다.- P81

왜 누군가를 사랑하면 갑자기 주변 모든 사람들이 위협직일 만큼 매력적인 존재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름다움은 도처에 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나는 울고 싶어진다. 그들은 모두 아름답고, 모두 나의 적이다. 그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둘러싸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들의 매력을 알아볼 것만 같아서 나는 애가 탄다. 그들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P82

그녀를 앞에 두고 있는데, 나의 내부에서 어떤 목소리가 말했다. 지금도 당신을 좋아해. 활기찬 목소리, 특유의 에너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네. 그녀를 보는 순간 빠져드는 마음 상태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창밖이 어둡고 조용히 비가 내리고 있을 때 같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 같았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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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2-2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중고대학까지 모두 공학을 나왔지만 중1 때 여자 아이만 모아 놓은 반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물론 저는 좋아하는 쪽... ㅋㅋㅋ그 일로 소설까지 썼었는데 저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는 감정이었죠...

다락방 2020-03-01 13:05   좋아요 1 | URL
좋아한다는 감정은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이해가 잘 안되는 감정이 아니던가요? 왜 너무 좋을 때는 이 사람이 왜 좋은가, 하고 따져보기도 하지만 백개의 이유를 댈 수도 있고 이유따위 없을 수도 있고 또 그렇잖아요. 좋아한다는 감정은 나쁜 게 아닌데 그런데 좋아해서 막 힘들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걸 보면 좋아한다는 감정은 우리가 살면서 결코 명쾌하게 이해될 감정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책에 팬픽 얘기도 나오는데요, 중학교때 팬픽 쓴 친구들도 있었어요. 우리반 아이가 읽어보라며 줬는데 여주인공의 모델은 자신이었고 남주인공의 모델은 서태지... 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3-01 14:21   좋아요 0 | URL
서태지와 로맨스라니...그런 이루지 못한 마음들을 사심 가득하게 푸는 것도 소설쓰기의 용도가 될 수 있겠네요. 써보십시다요 사심풀이...현빈도 멕켄지도 다 내거 하면서...ㅎㅎㅎ

다락방 2020-03-01 16:43   좋아요 1 | URL
헤밍웨이는 [파리는 날마다 축제] 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 한 여인이 카페로 들어와 창가의 테이블에 홀로 앉았다.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다. 빗물에 씻긴 듯 해맑은 피부에 얼굴은 방금 찍어낸 동전처럼 산뜻했고, 단정하게 자른 머리카락이 새까만 까마귀 날개처럼 뺨을 비스듬히 덮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존재는 내 집중력을 흩어 놓고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에, 혹은 다른 글에라도 그녀를 등장시키고 싶었지만, 거리와 카페 입구가 잘 보이는 방향으로 앉아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나는 다시 글쓰기를 계속했다. (p.13)>


글 쓰는 사람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원하는 사람을 원하는 방식으로 등장시킬 수 있죠. 원하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요. 저는 현빈이 나오는 가벼운 로맨스...를 써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재미있고 가벼운 로맨스로 진행되지만, 그러나 결국 현빈은 차일것입니다. .왜냐하면..그 이유는.......... 비밀입니다. (벌써 재미있는 전개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3-01 17:51   좋아요 0 | URL
아악 인용하신 부분도 재미있고 현빈 나올 가벼운 로맨스도...왜 차이는데 왜! 왜!!! 벌써 애독자 한 명 확보하셨으니 꼭 써주셔야 되요 ㅎㅎㅎ

잠자냥 2020-02-29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운동부도 아니었지만 좋아함당하는 쪽이었는데요, 지금 돌아보면 정말 진심이었던 아이들도 많았던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막 웃다가 슬퍼지다가 갑분김혜수 ㅋㅋㅋㅋ 역시 다락방 님 특유의 글쓰기가 어우러진 포스팅입니다요.

다락방 2020-03-01 13:11   좋아요 0 | URL
운동부는 인기가 많고 유명했고요, 운동부 아닌 경우에도 당연히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희 반에도 학생1이 학생2를 좋아해서 되게 힘들어하고 그랬어요. 1,2, 모두 저랑 친구였는데 저는 그걸 알고 있었고... 아아..... 여학생들 가슴에 사랑 너무 충만한 것 같아요.
저는 그 당시에 그걸 우정이라고 생각했고 또 욕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경우에도 저한테 남자 같다고 하면서(??) 엄청 붙어다니려고한 친구가 있었는데요 저는 그 친구를 울리기도 했습니다만, 그것은 그냥 그 시절의 우정... 뭐 이런거였나 싶고.
그렇지만 잠자냥 님 말씀처럼 그 순간 정말 진심이었던 친구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한때 일어났던 현상 같은 게 아니라 정말 진심인거요. 사회가 동성애 혐오를 하지만 않았어도 세상은 지금과 아주 많이 다른 모습이었을 거란 생각을 해요. 이렇게 미친 이성애세상이 되진 않았을텐데.....


김혜수 얘기는 지금 나올 얘기가 아니었는데 ㅋㅋㅋㅋ 이 글 쓰던 중에 갑자기 친구한테 김혜수 좋다는 톡이 와서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그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3-01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혜수 멋져서 <하이에나> 보고 있는 중임다 ㅎㅎㅎ

다락방 2020-03-01 13:12   좋아요 1 | URL
으앗 비연님도 보시는군요! 저는 지금 띄엄띄엄 봐가지고 내용 파악이 잘 되는 건 아니지만, 김혜수가 트레이닝복 입고 다니는 게 너무 좋아요. 저도 위아래 셋트 트레이닝복을 좀 사야되나 싶고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트레이닝복 다같이 입고 더덕단 엠티를 가도 좋을것 같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망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3-01 13:16   좋아요 0 | URL
오홋. 저도 그 트레이닝복, 내가 입어도 저렇게 멋질까 하고 있었는데 ㅎㅎㅎㅎㅎ 트레이닝복 장착 더덕단 엠티. 생각만 해도 재밌고 기대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3-01 16:45   좋아요 0 | URL
저도 트레이닝복 입고 멋지게 소화할 자신이 너무 없어요 ㅋㅋㅋ 그렇지만 입고 싶다. 트레이닝복 위에 코트 입고 다니고 싶다 ㅋㅋㅋ 다같이 모여서 트레이닝복 입고 바베큐 구워 먹으면서 술 마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밤이 깊도록 책 얘기하고(이건 아닐 수도 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인생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

공쟝쟝 2020-03-0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갑분 김혜수 ㅋㅋㅋㅋㅋㅋ
이 글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 아 너무 재밌어 ㅋㅋㅋㅋ 갑자기 여고시절 폭풍 소환 ㅋㅋㅋ 항구의 사랑 읽다 말았는데 마저 읽어야겠어 ㅋㅋㅋㅋ

다락방 2020-03-02 09:22   좋아요 1 | URL
쟝쟝님이 좋아해주니 저는 너무 좋습니다. 아 역시 누군가 내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면 넘나 행복해.....

공쟝쟝 2020-03-02 09:26   좋아요 0 | URL
이렇게 구체적인 기억 소환이 어떻게 안재밌을 수 있나요 ㅋㅋㅋ 진짜 학원물 한편 본 느낌ㅋㅋㅋ

단발머리 2020-03-14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 이야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확실치가 않아서요. 나중에 댓글 달아야지 했으니까 안 한 것 같기도 하구요.
전 올해 읽은 글 중에 이 페이퍼가 제일 좋아요. 정말 너무 너무 좋아요. 오늘까지 네번 읽었어요.

<항구의 사랑> 이야기도 그랬지만 다락방님 이야기가 너무 맘에 와닿아서요. 20년 전, 비슷한 저의 경험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소설을 읽으면서 과거로 돌아가 그 때의 경험, 생각, 나눴던 말이 생각하는 그런 지점이 너무 좋아요. 우리 모두 책을 좋아하고 책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락방님의 이런 글은 책읽기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만져가는지, 책을 통해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다시 만들어지는지 생각하게 해요. 다락방님, 고마워요..... 그리고 다락방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다락방 2020-03-16 08:04   좋아요 0 | URL
아,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은 그렇게나 많은 글을 읽으시는데, 이 페이퍼가 제일 좋다 하시니... 정말이지 ㅠㅠ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 페이퍼 딱히 막 그렇게 정성스레 쓴 것도 아닌데.. 사실 뭐 제가 정성스레 글 쓰는 타입은 아니고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이 날의 제 의식은 단발머리님의 취향에 꼭 맞았네요. 감사합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건 때때로 힘들고 슬프지만 또 너무 좋기도 해요. 이별만 해도 그렇지요. 이별한 상태가 힘들고 이별한 상대를 그리워하다가도, 또 어떤 과거로 들어가면 ‘아 참 좋았지, 참 행복했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사람은 어쨌든 과거를 붙잡고 사는 동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더 그런것 같습니다.

제 글이 기쁨을 드렸다니 너무 좋네요, 단발머리님.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뽜샤!
 
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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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학창시절 우리들에게 분명히 존재했던 일-도 충분히 작가의 입을 빌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는 걸 환영하고 응원하지만 이 책은 그러기엔 지나치게 작가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다.
부족하고 미완성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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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2-28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이 <여수의 사랑>이랑 자꾸 헷갈려요.

다락방 2020-02-28 15:36   좋아요 0 | URL
전 여수의 사랑 안읽어봤지만 여수의 사랑이 더 좋을것 같아요 ㅎㅎ

다락방 2020-02-2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0년 6월 24일에 대해서 주말에 페이퍼 쓸거야. 읽으러 와.
 
지상의 여자들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5
박문영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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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 시의 남자들이 사라진다. 아내를 때리다가, 아이를 성폭행 하려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여자들을 향한 폭력성을 드러냈을 때 그래서 여자들이 공포에 질려있던 그 순간에, 괴물같던 그 남자들은 사라져버린다. 사라지는 남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그 남자들의 공통적인 특성이 무엇이었는지 따져본다. 이내 그들의 폭력성이 세상에 알려지고 남자들은 이제 자신 안의 분노를 다스려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여자를 죽을때까지 때리던 남자들이 사라진 세상은, 그간 여자들이 살기를 원했던 그런 세상이다. 남자들이 사라지면서 빈 공간을 여자들이 채워나간다. 여자들은 이제 밤늦게 거리를 걷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얻게 되고 승진을 하게 된다. 옷차림도 자유로워진다. 길거리에서 시비를 거는 남자에게 무조건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도 맞지 않을까 두려워하던 것도 이제 사라졌다. 해방감을 느끼고 자유로움을 느낀다. 진작에 이렇게 살았더라면 더 좋았을 세상이 왔다.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이 사라지는 세상이라면 나 역시 원하던 바다. 그런 남자들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하나도 아쉬울 거 없다고 나 역시 계속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들의 사라짐이 알수 없는 정체에 의한 것이라면, 마냥 그들의 사라짐을 기뻐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그들의 사라짐이 없이도 여자들이 안전하게 밤거리를 걷고, 평등하게 일자리를 얻고 승진을 하며, 돌봄노동에 있어서도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일테다. 그러나 그렇게 원하던 세상이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 힘의 정체를 알 수 없다면, 그렇다면 남자 인간과 여자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 어떤 무언가가 끼어들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거라면, 그것은 과연 옳은 혹은 정당한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마냥 환영해야 할것인가.



박문영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세상이 된 것같아, 그래 그런 남자들이 사라진다면 세상은 좀 더 좋아지겠지, 하며 따라가다가 어느틈에 '그런데, 그래도 될까?'를 수시로 던져준다. '외계의 빛무리'라 부르는 그것이 폭력적인 남자들을 사라지게 만든다면, 그것이 언젠가는 폭력적인 여자들을 향해서도 휘둘러지지 않을까.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정하려는 것은, 우리가 원했던 세상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인가?


그런 남자들이 사라진 세상이라고 해서 모든 여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여자들은 자신을 때렸던 남편일지언정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기도한다. 해방감을 느끼는 여자들에게 그 해방감을 느끼는 것이 잘못된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 여자들도 있다. 이런 세상을 원했다고 환영한다는 여자들이 있고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 여자들도 있다. 여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한마음으로 연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들을 둔 어머니들은 아들이 가해자가 될지언정 아들의 편을 들기도 하니까. 아들이 하는 짓이 옳지 않다는 걸 알아도 침묵을 택하기도 하니까. 



여전히 딜레마다. 갈등할 수밖에 없다.

그래, 이런 알 수 없는 힘이 남자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해, 그런데 그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이 많은 여자들은 여전히 두려워하고 맞고 움츠려있을거야, 그런 세상이기를 원한거야? 그런 세상이면 안되는 거잖아?

그렇게 이런 세상이 더 낫지 않느냐는 주장과 이런식으로 안정적인 세상이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서로 부딪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부딪친다. 



폭력적인 남자들이 사라지고 그 빈공간을 여자들이 채우는 걸로 끝맺었다면 이 소설은 그저 판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박문영은 계속 거기에 의심과 질문을 던짐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다가도 멈춰서서 '정말 그런가', '이것이 과연 옳은가'를 생각하게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도 놓지 않으려고 애썼고 혹여라도 창살에 갇힌 동물이 되는 건 아닐까도 고심했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판단이 내가 살아온 환경에서 나온 것일텐데, 그러므로 그것은 필연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상상력 역시 마찬가지. 상상력도 내가 살아온 환경과 내가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여자작가들의 사이언스 픽션 소설을 앞으로 크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바라던 것들이 기대이상의 이야기로 펼쳐질 것 같다.  





남편은 느억맘 소스에서 나는 생선 냄새가 역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자에게 그 향취는 한국의 멸치 액젓과도 비슷했다. 남편은 자신이 고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게 싫은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탐탁잖은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꾸준히 무시한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여자는 출산 직후에 더 자주 생각했다. 그러나 엎질러진 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것들을 일일이 반추하며 되돌려 놓는 작업을 하려면 아예 다시 태어나는 게 나았다.- P14

성연은 동아리방 구석에 앉아있던 희수를 회상했다. 날선 미소, 장난기 어린 눈빛이 생생했다. 20년 정도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해가 간다고 해서 관계가 반드시 성숙하는 것도 아니었다. 십년지기, 이십 년 지기. 사람들은 누군가와의 막역한 관계를 강조하고 싶을 때 이런 말을 썼지만, 사이가 볼품없고 앙상해도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었다. 어쩌면 함께 한 시간의 누추함을 덮기 위해, 내용 없는 대화를 견디기 위해 십년지기라는 표현이 필요한 지도 몰랐다.
성연은 강조할 것이 시간의 길이뿐이라면, 그게 서로를 비추는 유일한 수식이라면 관계를 단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 P47

형근의 의식과 무의식에는, 자신처럼 문제 주변을 골똘히 맴도는 사람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원대한 직진성이 있었다. 형근은 눈앞에 놓인 유무형의 장해물을 세세히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그래서일까. 몸짓도 크고 가벼웠다.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었다. 성연은 그런 특질을 공유하는 자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알고 지낸 남자들 대부분이었다.- P50

˝어쩌면 실종자들의 잘못을 화를 너무 투명하게 분출한 것일지도 모르죠. 이걸 약하다고 합의해봅시다. 그 약자들은 우리 사회 구조를 익히 체득하고, 통념과 위계 유지에 앞장 서 복무한 사람들이기도 했습니다. 여성들이 만 년이 넘는 이 폭력을 언제까지 이해해야 할까요. 강력범죄에 의해 살해되는 전국 각지의 여성 수가 구주의 실종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남자들이 먼저 화를 냈습니다. 여자들은 스스로를 검열해왔습니다. 자아비판과 회한이 우리 자신입니다. 같이 반성하고 성찰하자고 종용하지 마십시오. 기울기가 다른 땅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지 마십시오.˝- P154

써 왔던 시를 태우고 싶었다. 강사 일을 관두고 싶었다. 형근과 형근의 어머니를 그만 이해하고 싶었다. 성연은 이런 사건의 피해자가 트라우마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렵다는 예측과 우려를 벗어나고 싶었다. 유형과 증상을 뛰어넘을 수 있을 듯했다. 진단과 병명에 갇히기 싫었다. 자신이 성폭력 생존자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가능한 일이었다. 사건은 없던 일이 되어갔다. 하지만 천막 안의 남자를 본 순간, 가격을 당했다. 사촌과 얼굴이 거의 똑같은 남자였다.- P171

느리지만 선명한 변화가 있었다. 남자가 사라진 자리에 여자가 들어갔다. 승진이 막혔던 여자들 앞에 크고 푹신한 의자가 주어졌다. 실종자가 앉던 곳을 차지하고 싶은 남자는 드물었다. 오작동이 잦던 시설은 나날이 안정적으로 복구되고 있었다. 여자들의 모임이 매일 늘어났다.- P191

˝포궁이 있으면 동경 받아야 했어요. 사회는 잉태할 수 있는 존재를 존중해야 했어요. 거꾸로죠. 남자들은 여자들을 인간 아래로 뒀어요.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어요. 여자들의 관용은 강요에 가까워요. 길들여진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가진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충성과 숭배예요. 이 구도를 내리찍은 게, 우리가 목도하는 실종이에요. 이게 혁명이 아니면, 여성운동이 아니면 뭐죠?˝- P271

˝문제가 있으면 그렇게 지워져도 된다고? 도태되었으니 죽어도 괜찮다고?˝- P197

˝처음엔 좋았어요. 네, 홀가분하기도 했어요.˝
희수가 성연의 팔을 잡았다. 장작 불똥 몇 개가 젖은 흙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사라진 남자들 옆에는 참고 참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아픈 여자들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젠 두려워요. 누군가 거슬리는 이들을 간편히 지워나간다는 게 점점 무서워요. 여기 계신 분들은 우리가 계속 남아있을 거라고 확신하세요?˝- P259

다급할 때 입에서 나오는 이름은 보통 엄마, 아빠 순이다. 부모라는 단어의 배치와 반대다. 형제자매라는 한자어가 익숙하지만 역시 실제로 뱉는 말은 언니, 오빠다. 몸에서 먼저 튀어나오는 이름은 이상하게도 지면에서 항상 뒤로 밀린다. -작가의 말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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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 나이든 여성분이 여러차례 기침을 하셨다. 누가 듣기에도 갑자기 사레들린것 같은 그런 기침소리였다. 그 분은 기침을 하신후 민망하셨는지, 입밖으로 크게 소리내어 말하셨다.


"아이고, 사레들렸네.."


그 분은 동행이 있는것도 아니었는데, 혼자였는데, 그렇게 모두에게 들으란듯이 얘기하신 거였다. 그렇게 굳이 말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이게 뭐야. 왜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게 하는거야. 도대체 이런 상황은 언제쯤 정리될까.



어제 친구랑 얘기하다가 그제 친구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래전부터 병원에 입원해계신 터였고, 친구가 문병 다녀왔다는 얘기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안그래도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친구가 며칠전부터 얘기했었는데, 그게 그제였는가 보았다. 장례식장에서는 방문객을 차단한 상태고 가족들만 소수로 다녀간다 했다. 친구는 낮에 잠깐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장례식장에는 지금 친구의 부모님이 계신다고. 사람이 죽었는데도 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나는 친구에게 조금이지만 조의금을 보냈다. 어떤 식으로든 애도를 표현해야겠기에. 친구는 할아버지 조의금 받는 건 미안한데, 라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친구에게 "이럴때 일수록 마음을 나눠야죠" 말했고, 친구는 고맙다며 눈물이 난다 했다.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나 역시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애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은 대체 언제쯤 정리될까. 친구는 얼마나 속상할까. 친구의 부모님은 또 얼마나 안타까울까.







영화 [하우 투 비 싱글]에 '다코타 존슨'이 나온다길래, 오오, 나를 닮은(?) 아나스타샤가 나온다니, 내가 안 볼 수가 없지! 하고 보았다. 영화는 하하하하. 대단히 별로였다. 등장인물들에게 [여자는 인질이다] 권하고 싶을만큼 무슨 정말이지, 짝 찾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들이 나와... 왜들그래... 하아-

그리고 여자들이 자기 집에서 섹스만 하고 가야되는데 잠까지 잘까봐 물이며 컵도 마련해두지 않은 남자 등장인물 보는데 으윽, 너무 싫었다. 쿨한 연애, 복잡한 거 싫어, 진지한 거 싫어, 이러는 거 다 너무 꼴보기 싫어. 쿨한 연애 다 꺼져라. 쿨한 거 졸라 싫어. 밀당 졸라 싫다 진짜. 다들 쿨병 걸려가지고... 쯧쯧.



그와중에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주인공 앨리스의 언니인 산부인과 의사였는데(이름이 기억안남), 극중 나이든 싱글여성으로 나온다.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임신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호르몬의 영향인지 자꾸 남자 생각이 나는거다. 앨리스 회사에서 주최한 파티에 간 이 닥터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쳐다보는 젊은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앨리스로부터 들어 알게 되었는데, 앨리스는 아마도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쯤일것 같다고 언니에게 얘기한다. 언니의 나이가 여기서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이든 여성으로 나오는 바, 언니는 앨리스에게 '그렇게 어린 남자는 싫다'고 말한다.



<어린 남자는 온종일 섹스 생각뿐이지. 난 10분 내로 끝내고 푹 자고 싶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건 나이든 여성들의 공통된 생각인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알겠는 대사여서 혼자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섹스하기가 싫은건 아닌데 생각하면 피곤하고 거기에 뭔가 열과 성의를 다하는 것도 싫어서 차라리 안하고 싶다. 할거면 빨리 끝내고 푹 자는 게 낫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화가 불러온 섹스 귀차니즘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런 언니가 만난 이 어린 남자, 밀어내려고 해보았지만 잘 안되었던 이 남자가, 등장인물들중에 가장 '보통의' 남자였다. 다른 남자들은 다 영.... 역시 철들고 인간되고 이러는 게 나이먹는다고 저절로 되는 건 아닌것임에...



아무튼 미국에 날 닮은 다코타 존슨이 있다(아님).





<알라디너 TV 베타테스터 모집> 을 알라딘 서재 코너에서 보았다. 오래전부터 팟캐스트로 낭독을 한 번 해볼까 싶어 마이크까지 사두었지만 마이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썩어가고 있... 그런데 알라딘에서 판을 깔아준다니, 오, 이 기회에 한 번 낭독으로 나서볼까.... 내가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잖아? 그렇지만 '영상'이다보니 화면에 보여지는 것이 있어야할 것이고...흐음..... 그렇다면 적당한 곳은 내 서재방인데...지저분하다........통 정리가 안되어있고..... 숫제 창고에 가깝지.......흐음......관두자. 걍 읽고 쓰는 것만 하자. 음..그렇지만 낭독정도는.......아니야 됐어. 아니 그래도 판을 깔아줬는데....아니야 됐어. 흐음......흐음..............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이 책을 요즘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아, SF 는 Science Fiction 의 약자이지' 저절로 떠올랐다. 그러니까 상상했던 일이 이 책 속에서 일어난다.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 길가던 성인 남자라든가 남편이라든가 하는 인물들이,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여성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남자가, 아이의 바지를 강제로 벗기려던 남자가, 사라진다.

SF 를 쓰려면, 한국 여자작가들이 써야 하는 것 같다. 사이언스 픽션. 제대로 공상해서 제대로 써내는 일. 너무 좋잖아?!








어느틈에 2월이 다 가버렸다. 자꾸 시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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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7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20-02-2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기침하시는 분만 봐도 약간 겁이 나니 아마 기침을 하신분도 매우 민망하셨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