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서 책 읽는 것은 정말이지 나에게 너무나 큰 기쁨이다.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지하철 안에서 내가 가장 집중을 잘하기도 하고 그 집중이 잘되는 동안 책 내용이 확 빨려들어와서이기도 하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가장 처음의 내 모드가 노동자 모드가 아닌, 그저 내 자신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매우 크다. 아침에 눈을 뜨고 씻고 밥을 먹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는 걸로 하루를 연다면, 나는 내 여러가지 정체성 중에 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가장 먼저 켜는 셈이다. 그렇지만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다면, 나는 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올리기 전에 '책 읽는 나', '글 쓰는 나'의 모드를 먼저 시작하는 거다. '노동하는 나'도 나임에는 틀림없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드는 이 '책읽고 글쓰는 나'이다. 이 모드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진짜 짜릿하고 좋다. 이 모드로 시작을 하게 되면 사무실로 향하는 길, 그 중에 책을 읽지 못하고 걷거나 버스 타는 길은 그 나름의 나에게 쏟는 시간을 준다. 지하철 안에서 읽었던 책의 내용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거기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지게 되며, 그런 생각의 끝에는 으앗, 쓰고 싶은 글까지 다다다닥 머릿속에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하철을 타고 책을 읽고 가면서 양재역에서 내리면, 그 뒤부터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는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들과 계획들이 자리잡히는 것. 이때는 내가 오롯이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 같아서 만족감이 너무 크다!


이렇게 출근길에 노동자의 모드를 켜기 전의 나에 만족할 수 있는 이유, 특히나 오늘 그걸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었던 '패트리샤 힐 콜린스'의 《흑인 페미니즘 사상》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책 왜이렇게 재미있냐. 2020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다섯번째 도서인데, 그중에 이 책이 나는 가장 재미있다. 너무 재미있음 진짜.


오늘 아침 읽은 부분에서는 흑인어머니에 대해 흑인남성들이 찬양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흑인어머니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 같지만, 그러나 자기 아이의 어머니인 아내에 대해서는 얼마나 소홀한지를 지적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나 담론이 아니라 미국 흑인의 현실을 살펴보자면, 어머니를 찬양하는 흑인남성 중 너무 많은 이가 자기 자녀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남성들은 점점 더 빈곤에 시달리는 흑인아이들의 양육을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떠넘긴다(Nightingale 1993, 16-22). 미국에서 흑인어머니를 위한 경제적 사회적 지원이 약화되고 있는데, 많은 흑인 청년은 흑인남성의 과잉섹슈얼리티 신화를 신봉하고, 미혼의 십대 여자 친구에게 미래를 보장하지도 않으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부추긴다9Ladner 1972; Ladner and Gourdine 1984). 이들 역시 자신들이 관계를 맺어 온 여성들이 직면한 빈곤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지만, 가모장과 강인한 흑인 어머니라는 통제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셸 월리스Michelle Wallace 가 지적한 대로, 많은 흑인남성은 흑인여성이 어머니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p.301


















오늘 양재역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읽던 책을 가방에 넣으려는데 가방이 너무 뚱뚱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가방 안에 든 게 너무 많아가지고, 이 두꺼운 책이 잘 안들어가는 거다. 아무튼 내리기 전에 어떻게 간신히 책을 다시 넣는데는 성공했는데, 형광펜 까지 넣지는 못했다. 양재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출구로 향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손에는 계속 형광펜이 들려 있었고, 별 생각 없이 마을버스 기다리다가 으응? 하고 내 손의 형광펜을 보고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서 마을버스 타서 사진 찍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동자 모드는 내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모드다. 노동자이기 때문에 나는 책을 살 수 있으니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가능해지는 건, 내가 노동자로 살면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내가 내 인생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설사 내가 이 직장에서 나가더라도 어떻게든 다른 직업을 갖고 노동자 모드로 재장착 해야 한다는 것 역시도 잘 알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나도 이 직장에서는 물러나야 할텐데, 그렇다해도 내가 노동에서 완전히 멀어질 순 없다. 지금보다 돈을 적게 벌지언정, 돈을 벌어야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밥도 사먹고 술도 사마실 테니까.


그렇지만 이 노동자 모드 사이사이에 책읽는 내가 필요하다. 나는 출근 전에도 이렇게 책을 읽는 '책읽는 나'가 되지만, 퇴근 후에도 역시 그렇다. 퇴근 후에는 여러가지로 지쳐서 책 읽는데 온 신경을 쏟을 수가 없고 많이 읽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자기 전에 단 한 쪽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역시, 노동자 모드로 마무리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책 읽는 나, 글 쓰는 나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싶다. 그렇게 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켜고 또 끄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충전이 되니까.




일전에 별자리 선생님을 찾아가 나의 별자리에 대해 들었을 때, 그 때 선생님은 내게 '방문을 닫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지만, 그리고 집에 돌아와 방문을 닫고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그래야 다시 또 방문을 열고 나가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를 받는다고.


마찬가지로 내게는 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켜기전에 그리고 끄고나서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게 이 작은 의식-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온,오프 하는-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내 경우에는 이것을 그저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것보다는, 그러니까 일어나서 어쩌다보니 회사에 와있고 그러다보니 하루가 다 가서 잠을 자는 것보다는, 이렇게 '일하는 나'와 '책 읽는 나'를 내가 순간순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의식은 내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오늘 퇴근 후에는 노동자 모드의 스위치를 끄고 '책읽는 나' 대신에 '술마시는 나'가 될 예정이다. 이것도 다 인생에 필요한 시간들이야. 후훗.



아, 그리고 내가 얘기했던가? 얼마전에는 누군가로부터 '올해 다락방님 만난 게 최고인 것 같아요'라는 말도 들었다? 여러가지로 최고되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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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5-23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문 닫는 시간이 필요한 다락방님..* 일과 책!!! 좋당!

다락방 2020-05-23 16:46   좋아요 1 | URL
일하기 싫지만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책을 사는 것입니다. 노동자 퐛팅!!
 
하리오 드립필터 VCF01 - 1~2인용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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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오드리퍼와 찰떡 궁합. 물 부으면 쫄쫄쫄쫄 아쉬울 정도로 빠르게 내려간다. 속이 다 시원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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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오 플라스틱 드리퍼 - 레드, 1~2인용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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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인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전문적으로 내려마시는 사람도 아니고 걍 한 번 사보는 거니까 나름 내면의 쇼부를 친건데 아주 잘샀다. 저렴한 것도 마음에 들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무엇보다 드리퍼와 함께 케이스 안에 들어있던 계량 스푼! 12g 까지를 계량해 넣을 수 있는 스푼인데, 이게 완전 쏙 맘에 들어서 이 드리퍼 구매는 별 다섯의 만족감을 주었다. 나 그동안 커피메이커에 내려 마실 때 걍 무작위로 봉지째 부었던 게으른 사람이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숟가락 있어서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단 한 번 12g  계량해서 원두 넣었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단순히 퍼서 옮기는 용도로 쓰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숟가락 개마음에듦.


오늘 아침의 뜨끈뜨끈한, 막 원두 덜었던 숟가락 사진 첨부한다. 숟가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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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5-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숟가락 탐나네요;; 저도 대충 집어 넣는데;;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5-22 11:36   좋아요 0 | URL
숟가락 너무 좋아요. 드리퍼보다 더 좋지 뭡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5-22 11:45   좋아요 0 | URL
락방 님께 땡스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5-22 11:46   좋아요 0 | URL
너무 하찮은 금액이 가겠네요. 36원이냐;;;;???

다락방 2020-05-22 11:47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게 어딥니까. 안주셨으면 없는 돈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깨비 2020-05-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첫 하리오 드리퍼가 윗쪽은 유리로 되고 받침은 플라스틱으로 된 (씻을 때 꼈다 뺐다 할 수 있음) 합체형 모델이었는데요. 오래 썼어요. 근데 얼마전에 보니까 플라스틱 받침 아래쪽 표면 (커피 폿트나 머그컵에 얹을 때 닿는 부분)이 벗겨지더라고요. 오랜동안 수증기에 노출되서 그런건지 씻을때 수세미로 너무 박박 문질러 그런건지 하여간 작은 먼지처럼 바스라진다 해야하나.. 커피속으로 들어가는 거 같아서 찜찜해 가지고 암튼 그래서 얼마전에 돈을 좀 더 써서 세라믹으로 된 것으로 바꿨어요. 저처럼 플라스틱 벗겨질 때까지 너무 오래 쓰진 마시고 써보고 맘에 드시면 세라믹 모델로 업그레이드 추천합니다. 😉

다락방 2020-05-22 13:30   좋아요 1 | URL
오오, 깨알같은 팁 감사합니다!!

저는 제가 이걸 얼마나 쓸지는 모르겠어요. 워낙에 게으른 인간인지라 사실 제가 드리퍼를 이용해 내려마시게 될 일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어쨌든 샀으니까 얼마간 이용은 하겠지만 오래 못갈것 같고.. 혹여라도 제 예상과 달리 제가 오래 사용하게된다면, 북깨비 님의 말씀을 꼭 기억하고!! 좋은 걸로 갈아타도록 할게요. 플라스틱이라는 건 사실 저도 약간 찜찜한 부분이거든요. 후훗. 제가 근면성실하게 커피를 내려 마시는 사람이 되어.. 아니지, 사실 저는 게을러서라기 보다는 성질이 급해놔서 잘 못내려 마셔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마음의 여유를 찾는 사람이 되어 커피를 쫄쫄쫄 내리면서 즐거워하는 사람이 된다면, 말씀하신대로 세라믹으로 업그레이드 하도록 하겠습니다. 뽜샷!!

반유행열반인 2020-05-2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테인리스에 티타늄 코팅한 드리퍼를쓰는데 종이필터를 안 써도되서 쓰레기도 줄고 커피맛도 종이냄새 안 배어나와 좋습니다. 대신 드리퍼 관리는 신경이 쓰이네요. 내린 커피 마시기 전 뜨거운 물로 드리퍼 먼저 헹구는 부지런함이 있어야...안 그러면 다음커피 내릴 때 막혀서 찔찔쫄쫄...
 
















"맞아요. 날을 잘 잡았어요. 한창 꽃이 필 때고 이맘때면 캐츠킬도 그런대로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음악이 정말 색다르고 …… 완벽하네요. 모기도 한 마리도 없고 …… 워낙 고지대라 ……. 롱아일랜드에선 모기 때문에 …… 진드기도 없네요……. 전에 라임병을 앓아본 적이 있는데 얼마나 끔찍하던지 ……. 진단이 잘못되는 바람에 구역질이 나고 아프고 우울해지고 …… 죽고싶더라고요. 통증도 끔찍하고……."

거니가 소파에 앉아 있는 하드윅을 곁운질로 쳐다보았다. 한쪽 눈썹을 추켜올리며, 도대체 이런 대화를 왜 들어야 하냐고 물으려는 순간 처음올 서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p.76




거니는 은퇴한 형사이다. 그 전 실력이 워낙 출중하여 지금도 형사들에게 강연을 해주러 가끔 나가고 있는데, 최근에 일어난 신부(bride)살인사건에 협력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결혼식 당일에 신부의 목이 잘렸다는 것. 그 날 결혼식 촬영한 비디오를 보는 중에 하객으로 참석한 부부들 중 아내가 바로 저 '라임병' 을 언급한다. 이 책이 진행되는데 있어서 저 대화는 사실 없어도 이야기의 흐름에 아무 지장 없지만, 굳이 작가가 넣은 이유가 무엇일까. 라임병에 대해 짚고 넘어가려고 했던걸까? 만약 내가 존 버든의 이 책, 《악녀를 위한 밤》을 읽기 바로 전에 '마야 뒤센베리'의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지 않았다면 그냥 무심히 넘겼을 부분이었다. 그러나 오, 존 버든이여, 라임병 언급했네요? 라임병은 의사들이 여성환자에게 '니가 아프고 싶어서 걸리는 병'이라고 말했던 병들중 대표적인 병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흔한 진드기 매개 전염병인 라임병은 검은다리 진드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스피로헤타균인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가 원인균이다. 1992-2008년까지 미국에서 보고된 사례만 해도 두 배가 증가했다. 대부분 북동부, 중서부 상부 지역, 서해안 지대에서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신규 라임병이 매년 30만 건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라임병이 수천 년 동안 존재했다는 증거가 있지만, 확실하게 질병으로 분류되고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가 원인균으로 지목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미국에서는 코네티컷주의 작은 마을인 라임에서 1970년대 중반에 발생했던 의문의 질병에 대해, 주의를 이끌어내려 의학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했던 두 여성의 집요한 노력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다. 예술가인 폴리 머레이Polly Murray는 20년 전 코네티컷 남부의 시골 지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두통, 발작, 관절이 부어오르는(결국은 가라앉았지만) 증상을 겪었다. 1960년대 중반에 머레이가 어린 자녀와 함께 코네티컷 지역에 살았을 때, 그녀의 건강은 다시 악화되었다. 피로감, 기억력 문제, 구역질,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지만 24명이 넘는 의사를 찾아가도 무슨 병인지 알 수 없었고, 그저 심인성 질환이라고만 했다. "머레이씨, 아시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아프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답니다."라고 한 의사가 말했다. -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p.395


















'니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거라고 잘못된 진단을 내려 환자를 계속 아프게 만들었던 대표적인 병 라임병이 존 버든의 소설에 등장하고, 소설 속에 잠깐 등장하는 단역의 입을 빌어 '진단이 잘못되는 바람에' 를 지적하고 있는 거다. 와, 너무 좋지 않나요? 게다가 짜릿하다. 몰랐다면 그냥 넘겼을 것을, 크- 여기서 존 버든이 라임병 얘기를 하네! 하며 알아볼 수가 있었어. 야, 역시 독서란 좋은 것이야. 여러분 책,책,책을 읽읍시다. 책이 이렇게나 좋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다른 책을 읽을 때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확률이 쑥 높아진다. 그런데 책을 여러권 읽으면 어떻게 될까? 그 다음 책이 더 재미있어진다. 전혀 연관없을 것 같은 책 두 권이 이렇게 만나는거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는 걸 누가 알까. 마야 뒤센베리도 존 버든도 몰랐겠지만, 내가 안다. 내가 이 두 권을 다 읽어서. 이 두 권을 다 읽은 독자인 내가! 이 내가! 안다!! 꺅 >.<


세상 좋구먼..

세상 똑똑한 여자다.. 누가? 내가......이 내가 그렇단 말씀이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또 나 뽕 차오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소설은 언급한대로 결혼식날 살해된 신부에 대한 보고를 받고 범인을 찾으면서 그것이 연쇄살인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은퇴한 형사 거니는 수사에 큰 도움을 주는데, 사실 이건 범인을 찾고 잡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시에, 부부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계속 얘기하고 있다. 40대후반의 거니는 아내 매들린과 함께 전원주택으로 이사와 살고 있다. 집앞뜰에서는 아스파라거스가 자라고 있고 저기 깊은 숲에서는 코요테 우는 소리가 간혹 들린다. 햇볕과 한가로움은 행복할 수 있는 최상의 요건이고, 그래서 매들린은 자신이 꿈꿔온 삶을 살게된 것 같아 행복하고, 그 행복에 남편 거니가 함께해주길 원하지만, 거니의 삶의 목표 거니의 즐거움 거니의 흥미는 전원에 있지 않다. 은퇴하고 아내와 전원주택에서 한가로이 살거라고 아내 매들린도 생각했고 거니 역시 생각했지만, 사실 거니는 아스파라거스가 어떻게 되든 크게 흥미가 없다. 대신, 그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것에 흥미가 있고 거기에 신경을 쏟는다. 아내와 점점 사이가 어색해지고 냉기가 감도는만큼, 또 그 전의 수사과정에서 아내를 위험에 휩싸이게 했던만큼, 자신이 이 사건을 맡지 않는 것이, 거절하는 것이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그렇게 거니는 매들린과 점점 더 멀어진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것에만 온 신경이 다 몰려있어서 집에 손님이 오기로 한것도, 매들린의 스케쥴도 기억하지 못하고 만다. 그렇게 점점, 점점 더 멀어진다.




물론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사건에 신경을 쓰고 나에 대해 소홀해지고 또 우리 가족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에 대해서라면 싫어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에너지를 쏟는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는게 좋지 않을까. 게다가 간혹 보이는 매들린의 모습은 대화를 나누기에 충분히 좋은 상대인 것 같다. 남편인 거니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오 빡쳐 다 싫어 꺼져'할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말하지 않고, 감추고, 아내가 싫어할거라는 생각 때문에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하지 않나. 나는 거니가 이 일을 하기로 한이상, 맡은 이상, 아내와 의논을 하고 대화를 하는 쪽이 더 나을텐데, 하는 생각으로 수차례 안타까워했다. 오늘은 이런 일들에 대해 알게 됐어, 그런데 이렇게 됐지 뭐야, 하고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한다면 매들린 역시 흐음, 그건 이렇지 않을까 저러면 어떨까 하고 자신의 생각을 들려줄텐데. 물론 거니는 사건에 대한 얘기를 몇 번 언급하고 매들린 역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지만 그게 약간 사이가 안좋은, 냉랭한 상태, 어색한 상태에서 하게 되는거다. 충분히 서로에게 다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들에게 있는데 그들이 그걸 캐치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거다.


뭐, 나의 이 안타까운 마음은 소설의 끝에 가면 풀어지긴 한다. 거니와 매들린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잃고 있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한쪽은 간절히 원하는 일이 한쪽에겐 딱히 관심 없는 일이라면. 그것이 거주지에 관한 일이라면. 나비를 보고 아스파라거스를 심는 일이 나에겐 행복이고 기쁨이고 삶의 순간순간을 채우는 만족스런 일인데, 나랑 함께 사는 사람에겐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라면,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애초에 그 뜻이 맞아서 결정한 일이 아니라, 함께 오래 살다가 한 쪽이 간절히 원하는 일이 되는거라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거주지를 옮기는 것, 어딘가에 정착하는 건 인생에 있어서 매우 큰 일이다. 그런데 당신과 나의 뜻이 다르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오래라면 그리고 서로 다정하다면 충분히 이야기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딱히 전원생활을 열망하진 않는데, 아스파라거스... 는 좀 괜찮은 것 같다. 장보러 가서 베이컨 사와가지고 베이컨아스파라거스 볶음 해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장 보러 마트갔을 때 와인도 싹슬이 해오고. 지금 집에 있는 와인 냉장고 12병 짜리인데, 전원주택에 살게된다면 200병 짜리로 사고싶다. 그래서 한쪽 벽에 두고 나는 집앞에 아스파라거스를 심는다..... 크- 좋구먼.......




거니와 매들린은 갈등의 최고조를 찍기도 하지만, 그러나 매들린은 '내가 원하는 걸 당신에게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다정한 부부가 된다. 소설의 끝에는 거니의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 나온다. 자신이 너무나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니! 크- 해피니스....



그녀는 그렇게 그의 손을 잡은 채로 그의 곁에 한참 동안이나 서 있었다.

그렇게 1분이 흘렀는지 한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거니는 평화롭고 그를 이해하는 듯한 사랑이 깃든 그녀의 미소를 또렷하게 의식했다. 오직 그녀만이 갖고 있는 미소였다.

그 미소가 지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방식으로 그를 감싸고, 그를 따스하게 하고, 그를 기쁘게 했다.

놀라웠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그토록 선명하게 볼 줄 아는 여자가, 눈빛 속에 세상의 모든 빛을 담고 있는 여자가, 그런 미소를 지을 만한 무언가를 그에게서 발견했다는 사실이.

인생은 살 만하다고 믿게 만들기에 충분한 미소였다. -p.641




거니가 그런 걸 깨닫는 사람이라서 사랑 받는 거다. 사랑은 '날 사랑해줘'라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들을 포착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매들린이 거니에게 웃어주는 건, 거니가 그런 걸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다. 이 책의 살인사건은 너무 싫었지만(아동학대, 근친상간, 성범죄) 함께 오래 한 사람들이 서로 다정하고 신뢰하는, 결국은 다시 다정해지는 이야기를 보는 게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거니가 '이런 사람이 나를 좋아하다니!' 깨닫고 감동하는 건 너무 좋았다. 궁극적으로 느껴야 할건 그거 아닌가. '이렇게나 근사한 사람이 나를 좋아하다니!' 라고 깨닫는 거, 그리고 이내 '역시 내가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거. 사랑도, 베티 프리단이 자신의 책에서 말한 것처럼, 자아실현한 사람이 더 잘하는 것 같다. 사랑을 주고 받는 것도 자아실현한 사람이, 자존감 높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잘하는 거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은 타인과 나의 관계에도 집중하는게 가능해지는 것 같다. 샤라라랑~




살인사건이 일어난 마을은 부자들이 사는 마을이었고, 아내를 잃은 신랑은 집에 오두막을 갖고 있다. 그 오두막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건데, 거니가 다시 한 번 오두막을 살펴보러 가자 아내를 잃은 신랑은 거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알려주세요. 전 아버지와 도서관에 있겠습니다." -p.395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아버지와 도서관에 간다는게 아니라, 집 안에 있는 도서관에 있겠다는 거다. 집 안의 도서관이란 말이다. 서재가 아니라 도서관. 유 가 릿?



집 안에 서재가 있는 사람도 있고, 집 안에 도서관이 있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라고 거니는 생각했다. 미국이 계급 없는 사회라고 누가 말했던가. 이런 영국풍의 대저택에 살면서 아버지 이름이 호바트 애슈턴인 사람은 분명 아닐 것이다. -p.395



ㅎㅎ 나는 지금도 집에 내 서재가 있긴 하지만 거기에 있는 책은 몇 권 안되고 그래봤자 작은 방의 한쪽 벽면만이 책으로 채워져 있다. 나중에 혼자 혹은 누군가랑 함께 산다고 해도 어쨌든 더 큰 집으로 이사가서 더 큰 방을 큰 서재로 만들 야망을 갖고 있었는데, 애슈턴의 '도서관' 보는 순간, 아아, 나의 야망은 얼마나 찌끄러기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서재라니, 야망이 너무 귀요미가 아닌가! 그래, 도서관 정도는 가져야되는 거 아니냐! 도대체 저 저택 안의 도서관은 어떤 사이즈인지, 어떤 책을 보유하고 있는지 한 번 보고싶다. 집의 어느만큼을 투자해야 도서관이 되는가.. 나처럼 방 한 칸 기꺼이 내어주는, 으로 되는게 아니겠지. 집 안의 도서관이라니. 아아, 먼훗날 언젠가 나는 나의 집에 찾아오려는 누군가에게 '응 도서관으로 와, 거기 있을거야' 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나의 동거인에게 '무슨 일 있으면 문자메세지 보내, 도서관에 좀 가있을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날이 내게 올것인가.. 도서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조카들 놀러와서 안보이면 흐음, 하고 도서관 가서 찾아볼 수도 있고. 조카야, 여기있니? 그러면 저기 어딘가에서 응 이모 나 여기있어! 하는거지...


집 안의 도서관이여... 아아, 야망은 자고로 크게 가져야 된다. 서재 따위로는 안돼, 도서관을 목표로 하자!! 여자로 태어나서 야망이 그렇게나 쪼꼬미이면 어떡하냐. 크게 가져, 크게! 서재 대신 도서관이닷!!




아무튼 앞으로 내 삶의 도서관을 위해 오늘도 여러권의 책이 올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 내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 책을 사는 거라니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점심엔 물냉면 먹어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뻘건 물냉면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심하기는. 미루지 말고 해치우면 될 것을. 미루는 것은 장기적 문제를 유발하는 단기적 회피일 뿐이었다. 그래봐야 두뇌 영역이 더 많이 잠식당할 것이고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질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다. 이성적으로는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삶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불운은 불편한 일을 회피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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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5-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안의 도서관? 집안의 도서관? 흠... 작은 서재 하나 겨우 마련한... 찌끄러기... 라지만 그래도 저도 책을 주문하기로!
근데 냉면과 이것은 어떤 연관이? 흠흠? 아니 냉면이 먹고 싶어지네요 .. 흠냐.

다락방 2020-05-21 12:10   좋아요 0 | URL
냉면과 이것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그냥 냉면 먹고 싶어서 쓴거고요 ㅋㅋ 그런데 점심 먹으러 갈 시간이 가까워오니 크림소스스파게티를 먹고 싶네요? 갈등중입니다. 물냉면이냐 스파게티냐...점심에 스파게티 먹고 저녁에 물냉을 먹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고. 아 너무 혼란의 구덩이에 빠져있어요...

점심 지나면 제 책들이 올겁니다. 너무 기다려져요! 커피도 올거라서 오면 내려마실 거에요. 움화화핫.

비연 2020-05-22 14: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냉면 계속 먹고 싶어서 오늘 결국 비냉 먹었네요. 냠냠..ㅎㅎㅎ

다락방 2020-05-22 14:54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결국 파스타를 먹는 바람에 ㅋㅋㅋ 오늘 저녁에 고기 먹을건데 후식으로 냉면 시켜 먹을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0-05-2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권의 책에서 라임병을 찾아내 이렇게 재밌게 설명해 주시다니!

이런 다락방님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수 있을까요? ㅎㅎ

어제 저녁 독서 모임을 가서 만난 선배 두 분은 정말 책을 많이 읽는데, 항상 책을 구매해서 읽으시는 분들이세요. 책은 빌려 읽는 게 아니라고. 두 분 집은 아마 도서관이라고 불러도 될 듯.

그 중 친한 형의 집엔 직접 가본 적도 있는데 어지간한 작은 도서관보다 책이 많아요. 요즘은 집에 책을 꽂아둘 공간이 없어서 사무실 구석에 박스로 쌓아두고 있대요. 그런데 집 이사는 절대 생각할 수 없대요. 책이 너무 많아서 이사를 갈 수 없다고. 평생 그 집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ㅎㅎ

다락방 2020-05-21 15:22   좋아요 0 | URL
그쵸? 제가 정말 짱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진짜 짱인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저같은 저사람은 진짜 저밖에 없을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youtu.be/3cS964_AlMY


집 안에 도서관을 만들려면 일단 공간확보가 되어야 하고, 공간확보가 되려면 집이 커야 되는데..집이 크려면 돈이 많이 들고... 책 사느라 돈 다 써서 집 살 돈은 없는데..... 도서관은 역시 저같은 찌끄레기의 너무나 큰 꿈인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냥 책이나 사고 소주나 마시면서 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국에서 사는 내내 … 흑인여성은 한편으로는 인종에 대한 충성심과 다른 한편 여성으로서 느끼는 연대감 사이에서 분열을 느낀다.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자신의 자아를 분열시키고 자신을 억압하는 편을 드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녀들은 거의 언제나 여성보다는 흑인인종을 선택했다. 인종의 편을 들면서 여성으로서 자신들의 자아와 온전한 인간성을 희생한 것이다. (McKay 1992, 277-78) -p.221




집단적으로 이성애자 흑인여성은 유독 흑인 레즈비어니즘에 대해 이상스레 침묵해 왔다. 바바라 스미스는 설득력 있는 한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이성애 특권은 흑인여성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이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인종이나 성에 따른 특권을 누리지 못한다. 우리들 거의 모두가 계급특권을 누리지 못한다. '동성애자가 아니라서 똑바른 처지'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Smith 1982b, 171). 백인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으로서 자신이 겪은 피해를 규명하면서도 인종차별주의로 부여되는 특권을 무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흑인남성이 인종차별주의를 비난하면서도 성차별주의를 별로 반대하지 않았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성애 흑인여성도 인종억압, 젠더억압을 인식하면서도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에게 고통을 가할 수 있다. p.223-224




인종단결을 초점으로 보면, 힐은 증언대에 서서 학대를 일삼는 흑인남성에 대한 흑인 "가족의 비밀"을 누설한 셈이다. 많은 흑인남성과 흑인여성이 보기에, 힐은 "더러운 세탁물"을 공공연히 방송에 내보냄으로써 흑인으로서 그녀의 주장이 지닌 진정성을 떨어뜨렸다. 어떤 사람은 토마스가 성희롱을 했다고 하더라도 힐은 흑인남성에 대한 연대심을 갖고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문화비평가 리사 존스는 흑인들이 흔하게 보인 반응을 이렇게 지적한다. "텔레비젼에 나온 힐의 얼굴보다 그녀에게 일어났던 일이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말한다고 보상받는 것이 아니다. 성희롱을 당한 여성은 이중적 피해자가 되며 목소리를 내는 비판적 흑인여성은 여전히 흑인인종의 배신자로 낙인찍힌다."(Jones 1994, 120) -p.224




국민학교(그렇다, 나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6학년 때 다니던 교회에서 어린이예배 반주자를 1년간 했었다. 중학교 2학년까지 나는 꽤 신실한 크리스천이'었'다. 나름 큰 규모의 교회였고, 무슨 행사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떤 행사를 할 때는 어른 예배 반주자와 함께 행사 반주자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맡은 건 피아노였고 어른 반주자가 맡은건 전자 오르간이었다. 그 뒤로는 공중 목용탕을 가도 아는척 하는 어른 분들이 꽤 많았다. 그전부터 반주자여서 또래 아이들에 비해 나를 아는 아이가 많은 편이었는데, 이젠 동네 어른들도 나를 아는거였다. 인생 뭘까.. 아, 그런데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반주자였던 만큼 성가대 연습에도 계속 나가 성가연습의 반주를 해야했다. 일요일 오후 예배가 끝나면 남아서 성가대 연습을 해야했는데, 성가대 지휘를 맡은 남자 집사님은 본인이 극본을 써서 어린이 연극을 만들 정도의 '나름의'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아이들을 성추행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성추행'이라는 용어를 붙여 부를 수 있는건지도 몰랐다. 어쨌든 국민학교 아이들의 볼에 자꾸 뽀뽀를 하는거였다. 아이들은 당연히 싫어했고.

그 날도 마찬가지. 연습에 앞서 가장 앞에 앉았던 4학년 여자아이에게 집사님은 뽀뽀를 했다. 그 여자아이는 그게 너무 싫어서 하지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볼을 닦으며 울었다. 나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 그 아이의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끌고 나와 아이의 손에 가방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집에 가."


아이는 가방을 들고 울면서 집에 갔고, 나는 다시 피아노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그 날 연습이 끝나고 집사님은 나를 불러 앉혀놓고 더럽게 혼냈다. 싸가지 없다고, 버릇 없다고, 예뻐서 그런건데 그걸 애를 돌려보내냐고. 나는 거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울었다. 엉엉 울었다. 콧물까지 날 정도로 엉엉 울었다. 그런 후에 바로 집에 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나는 반주자였고, 다음주 예배 반주를 위해 항상 남자 전도사님을 만나 다음주 찬송을 의논하고 가야했다. 그렇게 울면서 전도사님께 가서 다음주 찬송을 골라달라 했다. 전도사님은 너 왜 우냐고 말을 해보라고 했지만, 나는 끝내 말하지 못했다. 그 일을 부모님께도 말하지 못했고 교회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오늘 이 일을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한다고 뭐가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가 지나 성가대 지휘자인 집사님은 학년별로 상담을 하겠다고 했다. 6학년은 나를 포함해 세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 때 집사님께 '아이들 예뻐한다고 그런식으로 표현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집사님은 알겠다고 하셨다.



나는 중2때까지 교회를 다니다가 그 뒤로 다니지 않고 있다. 교회를 꼴도 보기가 싫어졌다.




몇해전 일이다. 아마 이 일은 전에도 언급한 적 있을지 모르겠는데, 회사 내에서 임원1이 여직원의 볼에 뽀뽀를 했다. 다른 부서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나는 보지 못했는데 내 귀에 그 일이 들려왔다. 나는 그 부서의 여자과장에게 '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임원에게 얘기를 하라'고 했지만, 여자과장은 '그건 당사자가 거절을 똑바로 했으면 될 일이다'라는 답을 들었다. 나는 다른 부서에서 일어난 일이라 내가 나서는게 오지랖일것 같아 그 부서에 말한 거였는데, 안되겠다 싶었다. 나는 그 부서로 가 더 높은 임원실에 들어가 임원2를 만났다. 그리고 가해자임원과 직급있는 여자들 다 불러달라 말했다. 임원2는 놀라서 너 왜그러냐고 하며 다 불러모았다. 나는 거기서 말했다. 오늘 가해자임원이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일이 일어났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는 이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약속을 반드시 받아야겠다, 만약 이 일이 또 일어난다면 나는 바로 보쓰에게 가 얘기해 저 임원의 직업을 잃게할 것이다, 고 말했다. 임원2는 놀라서 가해자임원에게 사실이냐 물었고, 가해자 임원은 죄송하다고 다시는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그간 가해자 임원의 이런 성추행은 계속 있어왔고, 그때마다 여직원들이 '하지마세요'라고 했지만, 가해자 임원은 '장난이다'라고 했던 터다. 그렇다면 그 '장난'을 왜, 남자 직원에게는 하지 않는가. 왜 그 '장난'은 보쓰의 딸에게는 하지 않는가?


시간이 흐른 후 피해자는 나에게 말했다. 나를 원망했노라고. 괜히 내가 그 일을 얘기해서 자기는 계속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데 분위기 불편해졌다고. 한참 후에야 '만약 그때 그걸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당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긴 했지만, 처음엔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려 분위기를 흐린 것에 대해 나를 원망했노라고, 피해자는 내게 말했다. 그때 내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기억한다. 이 일은 아직까지도 내게 혼란으로 남아 있다. 나는 성추행 피해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일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걸까? 이 일은 오지랖이었던 걸까?? 그리고, 그 일이 공론화되어 사무실 분위기가 흐려지고 어색해졌다면, 그건 그 일을 공론화한 내 잘못인걸까? 애초에 성추행을 하는 가해자가 없었다면, 가해자가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면 사무실 분위기는 계속 좋지 않았을까? 나는 좋은 사무실 분위기를 위해 입을 닥쳐야 했고, 피해자는 계속 피해를 당해야 했을까? 계속 좋은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일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피해를 가져가면서 얻는 평화란, 평화일까?



이런 일은 이렇게 주변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최근에 일어난 부산시장 오거돈의 일도 마찬가지. 피해자는 혹시라도 며칠 후에 있을 선거에 영향을 줄까봐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는 것에 대해 참아야 했다. 한 여성이 성폭행의 피해자가 됐다는 건, 일단 '대의'를 위해서라면 닥쳐야 할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성폭행의 피해는 그렇게 뒤로 미뤄도 되는 것인가?


SNS 에서 레즈비언 여성이 고추 달린 트랜스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공론화 했다가 뭇매를 맞은 일도 있었다. '트랜스젠더 혐오자'로 낙인 찍힌 피해자는, 그 일을 왜 공론화해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나쁜 인식을 주느냐고 공격받았다. 이 사건에서 압박을 받고 사라져야 했던건 피해 여성이었다. 성폭행 피해자는 이 여성이었는데, 사라지는 것 역시 피해자의 몫이었다. 퀴어, 성소수자에 대한 나쁜 인식을 바깥으로 드러내면 안되는데, 피해자가 그걸 드러내버렸기 때문이다. 조직의 안위와 이미지를 위해 성폭행 피해자는 역시 성폭행 피해 사실에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여성이 당한 성폭행 피해는 이렇게 늘 뒤로 미뤄도 되는 것인가? 좀 참았다가 나중으로 미뤄야할 것인가?




'패트리샤 힐 콜린스'는 《흑인 페미니즘 사상》에서 이 모든 일들에 대한 언급한다. 여성이 인권을 생각하면 어김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여성의 대표성 그리고 성매매와 포르노까지 모든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내가 여자로 태어나 살아오며 익히 보아왔던 또 경험했던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간 여성주의책을 읽어왔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걸까?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패트리샤 힐 콜린스는, 흑인 집단 내에서 흑인여성이 흑인남성에게 성폭행 당할 경우 그것을 공론화하는 것에 대한 압박 그리고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백인남성이 흑인여성을 강간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흑인남성이 흑인여성을 강간하는 것도 빈번하게 발생했던 일이다. 그러나 흑인남성이 흑인여성에 대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흑인여성이 입밖에 내어서는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이 발생한다. 우리는 인종이 같고, 그러므로 한 가족인데 그것을 입밖에 내서 되겠느냐는 것. 흑인여성을 강간하는 건 백인남성, 흑인남성, 모두에게 있는 일인데 그러나 그런 일을 저지르는 건 백인남성으로만 드러나야 했다.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쉬쉬해야 하는 것. 여성의 성폭행 피해는 이렇게 '조직을 위해' 그리고 '대의를 위해' 감춰져야 하고, 뒤로 미뤄야 하고, 참아야 하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은 도대체 언제 피해를 당한 일을 공론화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가해자에게 도대체 언제 정당한 처벌이 내려지게 되는가. 왜 여성은 어느 집단에 어떤 식으로 속해도 뒤로 밀쳐지게 되는가. 진보 집단 내에서도, 성소수자 집단 내에서도, 인종 집단 내에서도, 회사라는 집단 내에서도, 왜 여성은 뒤로 물러서야 하는가.




흑인여성들은 알고 있었다. 흑인 남성들도 백인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을 '여성으로서' 괴롭힌다는 것을. 흑인여성들에게 있었던, 그러니까 나에게도 없고 백인여성들에게도 없었던 '다른 표현'은 '블루스'라는 음악 장르였다. 블루스라는 음악 장르를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옛날부터 흑인 여성들에게 그런 식의 작용을 하는건지 몰랐던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좋고 짜릿했다. 이 책장을 넘기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흑인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겪어야 했던 일들은, 인종적인 면에서는 나랑 달랐을지언정 '여성으로서'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흑인여성은 인종으로도 젠더로도 가장 '나중'인 집단이었다. 그러니 '패트리샤 힐 콜린스'가 대부분 흑인 여성들의 입을 빌어 인용문을 가져오는 것은 당위성을 갖는다. 내가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에 남성 패널들만 나오는 걸 싫어했던 이유와 통한다. 남성들에게만 발언하게 하면 그 후에 인용되는 것도 남성들의 발언이다. 패트리샤 힐 콜린스는 흑인여성들의 말, 흑인 여성들의 책, 흑인 여성들의 노래를 가져와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말한다.




일부 흑인여성이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여러 억압에 수반되는 성정치를 비판했지만, 흑인과 백인의 남성성을 둘러싼 지배적인 관념을 수용하는 흑인남성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던 흑인여성은 극소수였다(Wallace 1978). 1992년에 애니타 힐이 클래런스 토마스의 성회롱을 공개석상에서 고발했던 기념비적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흑인여성이 오랫동안 흑인 남성에게 "변화"를 요구해 온 통로는 블루스 전통이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흑인여성은 블루스를 통해서 흑인남성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괜찮은 여자, 괜찮은 남자>라는 노래에서 아레타 프랭클린(1967)은 여성은 장난감이 아니라 남자와 똑같은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인간이라는 서저너 트루스의 주장을 내세운다. "남자들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녀는 여성을 이용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식으로 남자임을 "증명"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프랭클린은 남자가 함께 있는 한, 그의 존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노래한다. 그녀의 입장은 분명하다. 만약 그가 "긴 밤을 함께 보낼 괜찮은 여자"를 찾는다면, 그도 역시 "긴 밤을 함께 보낼 괜찮은 남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지배적인 성정치에서 말하는 "괜찮은 남자"가 되기 위해서 "남자들 세상"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거부하라고 촉구한다. 흑인여성을 존중하고 "긴 밤을 함께 보낼 남자"라면, 관계에 충실하고 경제적으로 탄탄하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남성이라면, "괜찮은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p.269




사실 블루스를 잘 알지 못해서 이 책속에 인용되는 노래들도 내가 아는 노래들이 없다. 흑인여성 가수라고 했을 때 나는 비욘세밖에 떠오르질 않네. 이 책속에 인용되는 가수들에 대해서 어떤 가수들은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사실 노래는 잘 모른다.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도 이 책속에서 언급되는데, 스파이크 리 감독 영화중에 [정글 피버]를 보았었고, 당연히 영화속 장면이 떠올랐다. 흑인 남주가 백인 여주랑 사랑에 빠졌는데, 백인 여주의 아버지는 그 사실에 크게 노여워하며 혁대로 딸을 때리는 거다. 내가 이걸 아주 오래전에 보았는데 그 장면이 너무 인상깊었다. 내가 그렇게나 놀랐던 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 내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지금은 든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흑인 여성의 영혼 담긴 노래라고는 'harlem blues'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역시 '스파이크 리'감독의 영화이고 내가 이 영화를 보진 않았기 때문에(굿 다운로드가 되지 않는 작품이다 ㅠㅠ), 이 노래가 어떤 상황에서 불려진 건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그런데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노래다. 이 노래만 반복해 듣기도 정말이지 여러번 했더랬다.






노래 너무 좋지 않나요? 목소리가 정말이지... ㅠㅠ




《흑인 페미니즘 사상》은 총 520 페이지의 책이고 나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269쪽까지 읽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멤버들 중 한 명은 이미 완독했고, 한 명은 300 페이지 넘겨서를 읽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번 달에는 모두가 완독하기를 목표로 달리고 있는데, 이 책 완독 가능할것 같다. 너무 재미있다! 이걸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건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겠어서 막 뭔가 흑흑 ㅠㅠ 하는 기분이 되어버리는 거다. 진짜 책 읽는 거 너무 좋다. 진짜 좋아. 여러분 책을 읽자. 너무 좋아요. 책 읽는 거 책 사는 거 너무 좋아서 오늘 나 책 겁나 많이 올거다. 어제 많이 샀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 만세다 진짜로. 회사 임원이 내가 항상 책 들고 다니는 거 보고 '책 많이 읽는 여자 싫어'라고 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책 많이 읽는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진짜 재수없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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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5-21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23-224쪽의 인용문은 저도 어제밤에 생각했던 부분이에요. 페이퍼를 짧게 썼는데 마무리가 맘에 안 들어 아직도 생각중이고요. 흑인 공동체를 위해 흑인남성의 성폭력에 침묵을 강요당했던 흑인여성들의 괴로움을 누가 알아줄까요ㅠㅠ

그나저나 다락방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결같네요! 어린 다락방님도 멋지지만 임원집합시키는 다락방님도 멋져요! 😍

다락방 2020-05-21 15:18   좋아요 0 | URL
왜 여성의 성폭력 피해는 공동체를 위해 감추고 미뤄두고 참아야 하는 것이 될까요. 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발언이 그렇게 막혔을까요. 그런면에서 보면 설치고 떠들고 말하는 걸 그토록이나 싫어하는 것과 다 연결되는 것 같죠? 그래서 우리는 더 설치고 떠들고 말해야 하는것 같아요. 더 설치고 떠들고 말하려면 열심히 읽고 생각해야 할테고요.

어릴때부터 숱하게 성추행하는 놈들을 봐왔습니다, 단발머리님. 그때는 그게 성추행인지도 몰랐지만, 그런 놈들이 아주 많았어요, 아주, 아주요. 하아- 너무 엿같은 세상이네요 ㅠㅠ 제가 직장생활하면서 남자들한테, 그것도 저보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 남자들한테 그러지말라고 일일이 가르쳐야 하는건가요? 남자들 왜이렇게 모자란가요? 다 머저리 등신들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연 2020-05-21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수많은 성추행 속에서 느꼈던 감정이란.... 다락방님 페이퍼 보니 다시 떠오르며 화가 치밀..
저도 곧 관련 페이퍼를 써야겠다 싶네요...ㅜ
흑인여성은 ‘흑인‘이면서 ‘여성‘이라는 위치 때문에 정말 여러가지 통제장치와 이데올로기와 정치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합니다. 그들이 이제까지 해온 역사에 경의를 표하게 되구요. 이 책 재미있습니다. 글자 사이가 빡빡해서.. (편집은 좀..) 처음엔 아구야 했는데 읽을수록 읽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냐하하.

회사 임원이 내가 항상 책 들고 다니는 거 보고 ‘책 많이 읽는 여자 싫어‘라고 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책 많이 읽는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진짜 재수없다... --> 그리고 이 대목, 이백퍼 천퍼 동감입니다. 그 뒤통수에다 대고 얘기하고 싶네요. 책 좀 읽어라 짜샤.

다락방 2020-05-21 15:21   좋아요 2 | URL
성추행 피해도 피해지만 피해자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들도 너무 참담하죠. 피해자의 입을 막는 사회라는 걸 알기 때문에 성범죄가 그간 계속 일어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피해자의 입을 막으려는 사람들도 결국 성폭행이 일어나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이고, 그게 바로 강간문화인거죠.
저도 제목에서 ‘흑인 페미니즘 사상‘이라니, 뭔가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었는데 막상 읽으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비연님. 언제나 그랬지만, 이 책도 역시 읽기를 잘한 것 같아요. 저는 2020년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들 중에서 현재까지는 이 책이 제일 재미있고 좋아요!


책 읽는 여자 싫다고 말하는 건 저는 말하는 순간 진짜 부끄러울 것 같아요. 자기 얼굴에 침뱉기죠. 어휴, 하긴 쪽팔림을 모르니까 저런 말을 하는 거겠죠. 어휴 부끄러.. 왜 부끄러움은 제몫인가요...

우리 남은 부분도 열심히 읽어요! 같이 읽으니까 정말 좋아요, 비연님!

공쟝쟝 2020-05-29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물같은 페이퍼(!)
저두 지금 생각하면 성추행이었던 어린시절 기억들이 많아요.. 그딴식(!)으로 예뻐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걸 진짜 예뻐한다고 (하나도 그렇게 생각 안했겠지만 지들 사회생활 잘하려고)오히려 집사놈 역성들어 분란 조장 어쩌도 한 어른들 역겹네요..(치를 떤다)
진짜 그런 어른 되지 말아야지!!!!!
그나저나 다락방님은 어렸을 때 부터 책임감이 남다르셨네요. (울면서 반주를 마저 하러 갔다고요??) 패미니즘 독서모임을 이끄는 사람에 걸맞는 책임감이예요 우흐흐흐흐

다락방 2020-05-29 07:46   좋아요 0 | URL
예쁘니까 이러는게 당연한 거라고 자신들의 성추행,성희롱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한 어른들이 너무 싫어요, 쟝쟝님.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아동들은 그 상황에서 ‘어른말이 맞겠지‘, ‘이 사람이 틀리지 않겠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저도 어릴적에 성추행 당할 때 아닌것 같아서 반항하다가 예뻐서 그러는거라는 말에 ‘가만 있어야 되겠다‘ 라고 ..아 그만 쓰자 숨이 막히네요. ㅠㅠ 또 나온다 재경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임감은 정말 중요하잖아요, 쟝쟝님. 어른이 책임감을 가졌다면 아이들을 존중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지 꼴리는대로 성추행 하는게 아니라요. 범죄자 새끼들 진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