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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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읽어본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은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건 새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어느 하루 날 잡아서 도선생님 책 쌓아두고 읽고싶어.

2. 에세이 면으로는 역시 알라디너 S 님 말대로, D 작가를 따라오긴 힘들것 같다. 이쯤되면 D 작가는 에세이의 신?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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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06-2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nspiration 뿜뿜??!! ㅎ

다락방 2020-06-23 12:43   좋아요 1 | URL
트랜님은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많이 읽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이 책 읽으면 도선생님 책 쌓아두고 읽어보고 싶어요. 저도 까마라조프씨네 형제들, 영원한 남편, 가난한 사람들, 죄와벌을 읽어봤지만 죄다 다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죄와벌부터 다시 도선생님 도전할까봐요... 후훗

transient-guest 2020-06-23 13:13   좋아요 0 | URL
주로 갖고 있을 뿐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이 태반입니다. 뭔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ㅜㅜ

다락방 2020-06-23 14:45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죄와벌 읽을 때 등장인물 이름 때문에 진짜 돌어버리겠더라고요. 이름에 애칭에 또 애칭에..누가 누구를 가리키는건지 원... 그렇지만 좀 익숙해지면 세상 재미있는 도선생님 입니다. 트랜님 뭔가 도선생님 시작하면 알려주세요. 저도 타이밍 맞춰 같이 읽어볼래요. 후훗.

비연 2020-06-23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악령>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살포시 꺼내어 일단 옆에 두었나이다... 언제쯤 읽을 수 있을지.

다락방 2020-06-23 14:46   좋아요 0 | URL
저는 죄와벌을 다시 읽어볼까, 그러니까 재시작은 죄와벌로 할까 싶은데 노름꾼을 일단 사둘까 어쩔까 싶고 그렇습니다. 네, 일단 사는게 먼저지요... 하하하하하

바람돌이 2020-06-2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숙제같은 도선생님. ㅎㅎ
고등학교 때 카라마조프가를 읽었는데요. 그 때 뭘 알고 그렇게 좋아라했었는지 저 자신이 궁금해서라도 다시 읽고 싶은데.... 일단 구입부터 하고 옆에 끼고 다니면 읽어질까요? ㅎㅎ

다락방 2020-06-23 14:48   좋아요 0 | URL
저도 카라마조프 읽을 때 되게 신났었어요. 뭔가 짜릿하더라고요. 엄청난 장광설이 막 쏟아지는데 그게 매구절 다 감탄이었던 기억이 나요. 아,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이 에세이집 읽으니까 여유로운 하루 날 잡아서 까페에 가 도선생님 작품 좌르륵 쌓아놓고 읽고 싶어졌어요. 일단 구입이 먼저입니다, 바람돌이님. 지르세요!!

단발머리 2020-06-2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작가님... 알라딘에서 활동하는 사람이고...s님 페이퍼랑 봤으면 양심적으로 신간 준비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ㅎㅎㅎ

다락방 2020-06-23 14:48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D 작가님은 신간 안내고 뭐하고 살고 있는 거랍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6-23 14:54   좋아요 0 | URL
가능하시면 D작가님께 연락 부탁드려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고요!! 원고 가지고 있는거 좀 내어놓으시라고요!!

다락방 2020-06-23 15:05   좋아요 0 | URL
제가 잘 전달해드리겠습니다만, 그 분이 워낙 게으르셔서 말입니다.......... =3=3=3=3=3

수연 2020-06-25 10:17   좋아요 0 | URL
신간 신간 신간!!! D작가님 신간 여기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다락방 2020-06-25 10:19   좋아요 0 | URL
흑흑 그 분이 뭐라고 이렇게들 기다려들 주시고. 흑흑 ㅠㅠ 따뜻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흑흑 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0-06-23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작가님 두 권 다 보유 중 고이 꽂아 두었는데 조만간 읽어볼 예정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 도제히 아니구요.

다락방 2020-06-23 16:10   좋아요 1 | URL
아... D 작가님이 무척 반가워할만한 소식이긴 하지만, D 작가님 책들은 지금 읽기에 다소 낡은...책이긴 합니다 ㅠㅠ 지금 읽으신다면 실망하실 확률이 매우 큽니다 ㅠㅠㅠ 그래서 글은 항상 후회없이 잘 써야해요...(글썽)

반유행열반인 2020-06-23 16:39   좋아요 0 | URL
세월의 갭은 실시간으로 끊임 없이 공급되는 D작가님의 따뜻한 최신 글로 충분히 메우고 있습니다... 존경과 감사의 뜻으로 출판물도 읽어봐야겠다 몇 달 째 다짐만 하다 아끼고 있습니다...
 















2004년 개봉 당시 이 영화 《클로저》를 보고 이게 뭐여.. 했던 감상이 내게 남아 있었다. 불륜 혹은 바람피는 이야기 정도로 기억하고 자세한 걸 기억하진 못했지만, 친구중에 한 명은 그 당시부터 이 영화를 꽤나 좋아했더랬다. 너무 좋아서 반복해 본다고 했다. 내가 보지 못한 걸 친구는 본 모양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만 좋았던 걸로 기억하던 차, 며칠전에 이 영화를 다시 보자, 그 때 보지 못했던 걸 이번에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했다. 처음 보았을 때와 지금 사이에 무려 16년의 시간차가 있지 않은가.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보다 열여섯살이나 더 많아졌으니(오 신이시여...) 이 영화는 그 때 내가 받았던 것과 분명 다른 것을 줄터였다. 어쩌면 나는 그 당시의 내 친구처럼 오오, 이게 이런 영화였다니! 하면서 반복해 돌려볼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시작부터 개빡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만남부터 이렇게 영화적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이 영화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주인공이 네 명인데 이 주인공 네 명 다 좋아할 수가 없어.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다 싫을까. 개개인으로 보면 다들 너무 잘난(!) 사람들인데, 어쩌면 각자가 가진 위치에서 자존감이 다들 이렇게 바닥에 떨어져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역시 자존감은 내 신분이나 외모가 주는게 아닌 것이야. 게다가 이 네명은 모두다 어째서 이렇게 한결같이 사랑 아니면 못살것같이 굴까? 어째서 그럴까? 연인 때문에 힘들어 헤어졌으면 혼자 있게된 순간을 맞닥뜨리게 될텐데 잠시도 그 시간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인것 같다.



기자이자 작가 지망생인 '댄(주드 로)'은 길에서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를 병원에 데려다 주면서 그녀와 아는 사이가 되는데, 이미 동거하는 애인이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매력에 푸욱~ 빠져버린다. 그렇게 그녀와 연인 사이가 되어 이제는 댄과 앨리스가 동거를 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댄은 책을 출판하고 책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작가인 '안나(줄리아 로버츠)'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데이트 신청을 한다. 안나는 나름대로 '너는 애인이 있잖아' 라며 피해보려고 한다. 안나와의 데이트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자 댄은 온라인 채팅방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을 안나라 칭하고 안나인 척, 한 남자와 사이버 섹스를 한뒤 그와 오프라인 만남 약속까지 정한다. 안나를 만날 생각에 들떠 그 자리에 나간 피부과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은 자신이 안나를 사칭하는 사람에게 당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안나와 래리는 연인이 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댄의 책은 잘 팔리지 않았고 안나의 사진전은 성황인 가운데, 댄과 안나는 그날부터 연인이 된다. 각자의 연인이 있는 상황에서 만남을 지속하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할 리 없다. 출장을 다녀온 래리는 '사실은 출장 중에 매춘부랑 바람피웠어' 라면서 고백하고 안나는 '나는 댄과 연인 사이야' 이러고, 댄은 집에 돌아가 앨리스에게 '나 사실은 안나 만나' 이러고들 있다. 하..대환장...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섹스를 했다는 사실은 당연히 배신감 느껴지고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일인데, 래리는 안나에게 자꾸 묻는다. 걔랑 잤어? 좋았어? 우리집에서 잤어? 어디에서 잤어? 나보다 잘해?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스트레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각자의 연인에게 자신들의 불륜상황을 알린 뒤에 안나와 댄은 자유롭게 만나면서 서로 결합하기를 희망한다. 그전에 안나의 이혼이 선행되어야 함은 필수. 안나는 이혼 서류를 들고 싸인해달라고 래리를 찾아갔다가 '나랑 섹스 한 번 해야 사인(이혼)해주지~' 이래가지고 어쩔 수 없이 섹스를 하는데, 그러고나서 댄을 만나러 가자 댄은 '너 그새끼랑 잤지' 이러면서 팔짝팔짝 뛰고.... 야, 남편하고 이혼 안했을 때 너랑도 잤잖아. 어오.. 그런 안나를 용서할 수 없어하면서 댄은 분노하고 그렇게 안나는 자신의 남편에게 돌아간......... 하아-


한편 댄은 래리를 찾아가 안나를 돌려줘, 돌려줘 이러는데 래리는 '그녀의 선택으로 내게 돌아온거야, 너에게 가지 않겠대' 라고 말하면서 '너는 너의 엑스걸프렌드인 앨리스를 찾아가봐' 라고 한다. '나는 그녀가 어디있는지 모르는걸?' 댄이 대꾸하자 래리는 '사실 내가 그녀를 클럽에 갔다가 만났지, 그녀는 스트립댄서 일을 하고 있더구나, 답한다. 이에 댄은 그녀를 만나러 가려고 하면서 래리에게 묻는다.


그녀랑 잤어?


그러면 래리가 답한다.


잤어. 하룻밤에 몇 번이나 했지.



아오 ............시궁창 같은 새끼들 진짜. 자는게 제일 중요한 쓰레기같은 새끼들. 아무튼 그래서 댄은 앨리스를 찾아가 앨리스랑 다시 연인이 된다. 그들은 이미 예전에 3년간 동거한 적이 있던 터라, 함께 누워 사소한 일들에 대해 공유할 수가 있다. 그렇게 다정할 수 있지만, 그러나 댄의 머릿속에는 '앨리스가 래리랑 잤다'는 사실이 박혀있다. 그걸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것이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렇게 말하지만 섹스를 무시할 순 없지. 섹스를 어떻게 무시해. 엄청 화딱지 나지. 그러니까 너무 화가 나서, 너무 속상해서 나는 저렇게 물어보지를 못할 것 같다. 그여자랑 잤어? 어땠어? 좋았어? 나보다 잘해? 어휴... 이걸 어떻게 물어본담? 그래서 대답을 들으면 그 다음은? 찢어지는 내 가슴 밖에 안남잖아..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잔인해지는거지? 나를 사귀는 중에 다른 사람이랑 잤으면 빡치고 돌아서면 되지 대체 어디서 잤는지, 좋았는지 어땠는지는 왜그렇게 집착하는거야...설사 나랑 잔것만큼 좋다고 하지 않는다한들, 상대가 배신한 건 사실이잖아. 다른 사람하고 잤는데 역시 별로였어 니가 최고야, 이러면 오케바리 이러면서 받아줄거야 뭐야....
















"내 말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일들이 완전히 끝나버린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지."

"내 상관하고 1년 동안 그 짓을 벌인 게 없던 일이 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어요."

"저드,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물론 그 애가 바람을 피웠고 그 일로 네가 마음을 다쳤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섹스란다. 가려울 때 엉덩이를 긁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우리들은 섹스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도록 세뇌가 된 것 뿐이야. 그 결과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마는 거지. 섹스는 온 숲에 가득한 많은 나무들 중에 한 그루일 뿐이란다." (p.202)


"저한텐 엄청 큰 나무처럼 보이는데요." (p.202)



그런데,

만약에 안잤으면,

다른 사람이랑 섹스를 안했으면,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걸까? 섹스는 연인간의 가장 최고점에 위치하는 걸까? 그것은 다다라야 할 목표이며 종착지일까? 섹스야말로 사실은 그냥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대화가 잘 통했던 것, 그래서 그 시간을 소중히 나눠서 서로에게 깊이 각인된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섹스일까? 다른 사람과 섹스를 했다면 그것은 상대에 대한 배신임에 틀림 없겠지만, 그러나 섹스를 안했으면 배신이 아닐까?


나는 오래전에 남자1과 사귀고 섹스하면서 남자2를 더 좋아했던 적이 있다. 남자 3과 사귈때도 그랬다. 남자2와 나는 섹스를 한 적 없는 사이였고 아마 앞으로도 그러할터였는데, 나는 가끔 남자2를 만나 대화를 하는 시간이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그의 웃음소리를 듣는게 좋았고, 그가 나를 웃게 하는게 좋았고,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았다. 그 사이를 망치고 싶지 않았고, 그러나 우리는 연인이라고 부를 순 없는 사이었기에 내게 연인은 따로 있었다. 오래전에 친구가 나를 만났을 때, 너는 인생에서 사랑한 남자가 누구야, 를 내게 물었고 그 때 내가 과거시제로 답한 건 연인이었던 남자1과 남자3이 아니라, 남자2였다. 그러나 내가 남자2와는 섹스한 적 없었으므로 나는 내 연인들에게 배신하지 않은 순수한 연인이었나? 나의 마음은 어디에 있었나. 나는 그들에게 잘못하지 않았나? 잘못하긴 또 뭘 잘못했어. 정서적 만족을 못주니까 그런거 아녀..자고로 정서적 안정을 주지 못하는 사람과는 연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거야... 젊은이들이여, 명심해.....



안나, 앨리스, 댄, 래리 모두의 복잡한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사랑은 순간적인 감정의 문제이든 혹은 의지의 문제이든, 우리는 이미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다른' 사랑에 빠지는 일은 어느 순간 짜릿하거나 즐거웠을 수도 있지만, 죄책감을 동반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나만 보고 있는 사람에게 나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혹여라도 내 연인에게 그 관계를 들켜 지금 연인 사이의 관계가 끝장날까봐 흔적을 지우기에 급급하는 시간을 그들은 보내야한다. 무엇보다 그 사랑은 '숨김'을 필요로 한다. 숨긴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지만, 나는 사랑과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숨김이 필요한 사이를 만들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나를 사귀는 것을 숨긴다는 건, 그것부터가 그와 오래 가지 못할 사이임을 뜻한다. 내가 누군가를 숨기는 것도 싫고 누군가가 나를 숨기는 것도 싫다. 어차피 우리 모두 끝을 향해 가는데, 이렇게나 분명히 끝을 알면서 나아가는 관계에 우리가 어떻게 최선을 다하겠는가. 나는 나를 숨기던 사람으로부터 느꼈던 그 때의 비참함을 분명히 기억한다. 나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가장 많은 마음을 쏟으면서 그러나 나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 때문에 마음이 갈기갈기 찢겼던 것을 기억한다. 그게 아직도 내 안에 있고 그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 안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




처음에 했던 얘기를 다시하자면, 이 주인공 모두가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사랑하는 시간들이 끊기지 않고 그러므로 연인이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데(물론 그렇지 않은 상황들이 그들이 얽히기 전에 분명 있었다), 상대를 배신했거나 상대를 배신했을 때만큼이라도 혼자인 시간을 좀 가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안나의 경우 댄에게 호감 느꼈지만 래리랑 결혼하고 래리의 아내인 상태에서 댄이랑 바람피고 그러다 댄에게 정착하려 했으면서 다시 래리에게 간다. 댄에게 빡쳤다면 다시 래리에게는 왜 가나. 댄의 경우도 앨리스에게 반해서 동거해놓고 안나랑 바람피고 그래놓고 안나가 다른 남자랑 섹스했다고 버럭버럭 하다가 다시 앨리스의 연인이 되다니. 다들 왜그래? 왜 '연인 없는 상태'인 스스로를 견디지 못할까? 왜?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렇게 사랑밖에 난 몰라~ 하는 사람들 보면 너무 답답해지는거다. 결국 사랑을 위한 사랑을 선택해버리기 때문에 사랑도 뭣도 아니게 되고 연인을 배신하거나 배신당하면서 방황하잖아. 그러니까 덜 사랑하면서도 옆에 있는걸 선택하잖아. 아니, 어쩌면 인간이 너무 약한 존재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하고 누군가의 연인이어야 되는게 반드시 필요한, 그런 약한 존재. 앨리스 사랑했다가 안나한테 움직였다가 안나가 떠나니까 냉큼 앨리스에게 가버리는 댄은 또 뭐야. 아이고.




사랑이란 것은 지독하게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다. 인간으로부터 비롯되는 감정이란 게 어차피 다 그렇긴 하지만. 분명 댄은 앨리스에게 반했다. 그래서 연인이 되었다. 그러나 3년쯤 되자 안나에게 반한다. 그렇다는건,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증거하는 걸까? 첫눈에 상대에게 반할 수 있고 그렇게 지내다가 다른 사람을 보고 또 반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왜 그런 일들이 있는걸까. 있는데, 왜 있는걸까. 이 사람에게 반했고 그래서 이 사람과 함께하기를 선택했다면, 그 후에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라면 반하지 않으면 좋을것을. 어째서 우리는 또 반하게 될까. 다른 사람에게 또 반한다는 것은, 혹은 동시에 반한다는 것은, 기존의 내 사랑에 완전하지 못하다는 건 아닐까. 어딘가 비어있고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내가 너에게 반하고 너도 나에게 반하고 그렇게 우리가 함께 하기로 했으면, 그 다음에 우리에게 신뢰와 의지가 찾아들어 관계를 단단히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수많은 연인들이 헤어지고 또 헤어지고 또 헤어지고..... 인생이여.....



에휴...

사람들아, 때로는 사랑을 버리자. 사랑 버린다고 안죽는다. 사랑 버린다고 뭐 큰일 안난다.

사랑하기 위한 사랑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사랑을 버리는 쪽이 스스로에게 훨씬 더 건강하고 이로운 일이다.



지난 주말에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마신 뒤, 엄마와 산책을 했다. 그때 엄마가 내게 말했다. 너한테 정말 부탁하나만 할게, 라면서 엄마는 제발 나쁜 기억좀 지우고 살아, 라고 하셨다. 너가 머리가 너무 좋아서 그런건지 왜 나쁜 기억을 아무것도 잊지를 못해, 지우면서 살아, 잊으면서 살아, 하셨다. 엄마 내가 기억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기억에 그게 있어, 라고 나는 엄마한테 말했다.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기억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기억이 됐어.

나쁜 기억, 아팠던 기억들이 내 안에 다 있다. 사랑했던 감정도 감사했던 감정도 안에 있지만, 아프고 쓰렸던 것, 죄책감을 느꼈던 것까지, 내 안에 다 있다. 아마도 그날 엄마랑 술을 마시면서 내가 대학시절 죄책감 느꼈던 일에 대해 잠깐 언급했기에, 엄마가 이번참에 말해야겠다, 하고 이르신 것 같다.

이렇게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할 때 어떤 기억들이 떠오르고 그걸 끄집어내면, 그 때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난다. 그래서 아픈 걸 끄집어내면 안돼, 그때처럼 다시 아프니까.




아무튼, 책을 샀고 책이 왔다. 같은날 주문했지만 두번에 걸쳐 왔다. 이렇든 저렇든 어쨌든 책을 사는 건 변함이가 없구먼.






















그리고 장바구니에 다시, 책을 담는다. 책이..자꾸 나오니까 어쩔 수가 없다. 세상에 넘쳐나는 어쩔 수 없는 것들...


















곧 점심시간인데 아직 점심메뉴를 정하지 못해서 초조하다..... 뭐 먹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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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6-2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로저> 보고 나서의 그 복잡다단했던 감정이 뿅 떠오르는...
그러나저러나... 이 책들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꽈...ㅎㅎㅎㅎ;;;
(도나토 카리시 소설은 읽고 얘기좀 해주세요. 이름없는 자 이후 또 사야 하나 막 고민 중 ㅎ)

다락방 2020-06-23 12:19   좋아요 0 | URL
하틀랜드가 그렇게 좋답니다, 비연님... 그리고 갱년기는 저랑 멀지 않은 것 같고요.
샬롯 퍼킨스 길먼의 책이 새로 나오지 않았겠어요? 안살수가 없지요..
그렇지만 이번 지름은 7월로 넘겨보자, 다짐에 또 다짐 중입니다.

도나토 카리시는 그때 그 뭣이냐, 그 드라마 뭐죠, 하이에나! 하이에나에서 김혜수랑 주지훈이 ‘가장 처음 작품이 제일 좋다‘고 해서 사실 그 뒤는 안읽으려고 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님 글 보다가 걍 두 권이나 더 사버렸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입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다 읽으면 페이퍼나 구매자평 쓸게요. 후훗.

잠자냥 2020-06-23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로저> 영화 저도 진짜 싫어했어요. 주인공 네 명 다 빡치는 캐릭터.....이 영화에서 좋은 것이라곤 대미언 라이스 음악뿐.... <하틀랜드>랑 <내가 깨어났을 때>는 저도 곧 사려고 하는 책인데. 흐흣.

다락방 2020-06-23 12:40   좋아요 1 | URL
저도 영화보고 끝날때까지 이 영화에서 좋은건 음악 하나뿐이네... 했어요. 네명다 진짜 너무 싫은 캐릭터에요. 제가 평소 몰입하고 공감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지만(!) 이 영화속 캐릭터에는 누구 하나 공감할 수가 없더라고요. 다 빡쳐요 다. 전부다 짜증나는 인물들... 어휴....

저는 7월달로 미루고 있습니다. 제 충동을 불러일으키지 마시기 바랍니다. 고요한 수면에 돌던지지 마세요.....(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23 12:56   좋아요 0 | URL
휙~ (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7월에 살 거예염... ㅋㅋㅋㅋㅋ 아 책 사고 싶다.

다락방 2020-06-23 14:49   좋아요 0 | URL
저 진짜 이번에는 꾹참고 7/10 에 살거에요. 그때까지 안살겁니다. 월급날만 책 사는걸로 예전부터 정해놨는데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어서..이번엔 지킬거에요. 지킬겁니다. 그때까지 안살거에욧!!

moonnight 2020-06-2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클로저 정말 싫은 영화였어요 저 영화 이후로 배우 네 명도 싫어졌어요ㅎㅎ;
젊은이들이여, 명심해..에서 죄송하게도 웃습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다락방님의 페이퍼♡

다락방 2020-06-23 14:52   좋아요 0 | URL
젊은이들이 제 말을 듣고 명심해서 연애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사람과 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연애를 하지 않는게 나아요... 젊은이들이 명심해야 할텐데, 참 초조하고 그렇습니다. 아까 이 문장 쓰고나서 음.. 꼰대가 다되었군,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꼰대입니다.

클로저는 어쩌면 이렇게 등장인물이 죄다 싫은걸까요? 신기한 영화에요. ㅎㅎ

단발머리 2020-06-2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 밑에 댓글 다 주인공 네 명 공평하게 욕하는데... 아.. 저는 이 영화 보고 싶네요.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23 14:16   좋아요 0 | URL
음악을 제외한 한 가지 더 즐거움은 클라이브 오웬 빼고는 다들 소싯적 한 미모 할 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 그 정도?? ㅋㅋㅋ

단발머리 2020-06-23 14:39   좋아요 0 | URL
나탈리 포트만, 줄리아 로버츠 팬입니다. 봐야겠어요. 데헷!

다락방 2020-06-23 14:54   좋아요 0 | URL
단발님, 보고 싶으면 봐야지요. 봐야 까도 깔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단발님은 좋을 수도 있겠지요. 네이버 굿다운로드 1,300원 입니다. 가격이 매우 착하지 않습니까?!

잠자냥 님, 저는 음악 말고 좋은 건, 안나와 래리 부부의 집이었어요. 와, 집 너무 좋아서..아니 줄리아 로버츠여, 이 집을 포기하지마..하는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그런 집에 살아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결혼도 해볼만할듯.... 나는 이층 쓸게 너는 1층 쓰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북깨비 2020-06-2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저도요 저도 네 명 다 싫고 이 영화도 싫고 오로지 대미언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만 지금도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0-06-29 07:47   좋아요 1 | URL
아니 어째 여기 오시는 분들은 이 영화속 주인공을 다들 싫어하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미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만 좋아한다는 것도 같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네 명은 왜 우리 모두가 싫어할만한 영화를 찍은걸까요? ㅋㅋㅋㅋㅋ

감은빛 2020-06-29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우연이 또 있네요.
저도 이 영화 개봉 당시에 보고, 최근에 다시 한 번 더 봤거든요.
분명히 본 건 기억이 나는데, 음악이 진짜 좋았던 건 기억이 나는데,
주드 로가 부고기사를 쓰는 기자라는 것도 기억이 나는데,
뭔가 불륜 이야기였던 것도 기억이 나는데,
결말이 기억이 안 나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더 보자 하고 봤습니다만,
절반도 다 못 보고 후회했어요.
다시 보지 말 걸 그랬어.
별로 기억할만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내용이 기억이 안 났던 거야.

뒷부분에서 주드 로가 섹스 때문에 집착하는 모습 보면서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나더라구요.

다락방님 서재에서 이 영화를 만나니 묘한 기분이네요. ㅎㅎ

다락방 2020-06-30 11:59   좋아요 0 | URL
제가 감은빛님과 책도 잘 안겹치고 영화도 잘 안겹치고..뭐랄까 관심사 자체가 좀 안겹치는 편인데 ㅋㅋ 어떻게 이 영화를 우연히 같은 시기에 또 봤을까요? 신기하네요.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저 감은빛님이 엄청 추천하신 [거짓말의 발명] 마침 넷플에 있길래 봤는데 너무 재미없어서 ㅋㅋ 끝까지 못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이렇게나 다른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

주드 로가 섹스에 집착하는 거 너무 찌질했어요. 진짜 찌질했고 주인공 네 명 다 싫어요. 윽-
 
에코페미니즘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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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자연과 여성, 빈민국에 대한 폭력을 날카롭게 드러내준 것만으로도 좋은 책이지만,
무엇보다 ‘나보다 가난하다‘, ‘나보다 열악하다‘는 기준은 과연 누구의 시선인지, 그것이야말로 내 기준을 강요한 폭력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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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여기에 없었다
조너선 에임즈 지음, 고유경 옮김 / 프시케의숲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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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이제부터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독특한 소설.
그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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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사촌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1883년 '우생학'(eugenics)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우생학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골턴은 다윈과 맬서스의 사상을 결합하여 인종의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 '선택적 육종'을 하자고 주장했다. '적자'는 더 많이 낳아야 하고 '부적자'는 덜 낳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합과 부적합은 영국 중산층의 가치기준으로 판정되었다. 골턴의 관심은 사람들의 유전적 자질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사회연구에서 통계를 장려했으며 유전적 자질을 측정하는 등급체계도 도입했다. 우생학에 통계적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이론에 '과학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수학적 과정과 통계야말로 과학적 객관성의 증거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골턴은 흑인들에게 지적인 면에서 백인들보다 두 단계 낮은 등급을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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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자들의 목표는 사람들의 인종적 자질을 일람표로 만들어서 우수한 인종의 번식을 늘리고 열등한 인종의 번식은 줄이자는 것이었다. (p.309-310)



우생학, 그러니까 우수한 인종의 번식을 선택해서 늘리자라는 주장에 대한 글을 읽노라니, 오래전에 본 영화 《스피시즈》가 바로 떠올랐다.















지금 이렇게 링크 올리려고 보니 2,3편도 있네?

내 기억을 확실히 하고 쓰기 위해 1편을 다시 보려고 했더니 넷플릭스에도 없고 네이버에도 다운로드가 안된다. 하는수없이 오래전 기억에 의지해서 쓰자면,


그러니까 여기에는 외계종이 나온다. 처음에 어떻게 외계종이 이 지구의 연구실에 들어와있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아니, 실험으로 만들어진건가, 어쨌든 소녀였다가 금세 자라서 성인여성이 된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성인여성이 된 외계종은 번식을 해야 하는거다. 연구실을 탈출해 번식하기 위한 짝을 찾는데, 워낙에 출중한 얼굴과 몸매라서 남자들이 들러붙고, 그녀도 번식을 원하니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지만, 가까이에서 성인인간남자를 마주한 순간 외 외계생명체는 그와 관계를 갖지 않고 죽여버린다. 아, 모르겠다. 검색해서 줄거리 가져오자.





그러니까 '씰'이 그 외계 생명체 주인공이구나. 가져온 줄거리에는 '맘에 안드는 남자'를 살해하는 걸로 나오지만, 씰은 섹스를 하려고 생각한 상대 남자가 어떤 열등한 점을 가지고 있는지 바로 파악이 가능했다. 병을 가지고 있다든가 하면 그 남자와 섹스하기를 거부하는거다. 우수한 종을 찾아 섹스를 하려고 하는 것. (아, 다시 보고싶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거다. 이걸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내가 섹스를 하려고 한 이 남자가 치명적인 병(영화에서는 성병이었던 것 같다)을 가지고 있는건 아닌지, 폭력성을 가진건 아닌지, 그러니까 일종의 '열등한' 면에 대해 내가 섹스 전에 파악이 가능하다면 좋겠다, 했던것. 순전히 나 하나만 놓고 봤을 때 나는 그게 미리 파악이 가능한 씰이 부러웠던 거다. 그거 어떻게 알지, 뭐 보고 알지? 나도 알고 싶은데?



흑인들의 등급이 백인보다 낮다, 백인이 우수하니 백인을 더 태어나게 하고 열등한 인종을 덜 태어나게 하자,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또 실천에 옮기려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니 확실히 '와 이런 놈들을 봐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하면서, 스피시즈를 보고 씰을 부러워했던 내가 떠오른거다. 내가 원한 것도 그러나 결국은 우생학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같았던 게 아닌가? 내가 바란 것도 그거 아니었어?

결국 우생학 연구소도 생기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나같은 사람들이 존재했으며 다수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1880년에 태어났다면, 그 때를 살았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그나저나 스피시즈 다시 한번 보고싶은데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네..


스피시즈 생각이 났다고 하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국내 예능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이 떠오른다. 어쩔 수 없이 그렇다.


여튼, 464페이지까지 읽었다.





과학자들은 스스로에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다른 어쩐 존재에게도 해서는 안된다.- P120

새로운 과학은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우리가 육체를 가졌음을, 우리가 어머니 대지에 의존하고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여성에게서 태어났고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P121

우리의 감각은 지식의 원천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모든 인간행복의 원천이다. - P121

현대인들-현대 남성들-을 위한 제 3의 공간은 여성, 엄밀히 말해서 여성의 육체이다. 여성의 육체는 대다수 남성의 욕망이 투사되는 스크린이다.- P240

오늘날 폭력과 욕망, 동경과 환상 간의 관련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포르노그래피이다. 포느로그래피는 남성들에게 여성의 육체에 대한 이미지 혹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각조각 나뉜 육체의 선택된 일부를 보여준다. 그들의 욕망은 현실의 살아 있는 여성은 물론 아니고 한 사람의 여성 전부도 아닌 이 조각들에 집중되어 있다. 동시에 이들 이미지는 이 육체와 남성의 관계를 특징짓는 폭력을 반영한다. 폭력과 욕망을 들이미는 이러한 포르노그래피적인 시선이 수많은 상업광고, 쏟아지는 잡지와 비디오와 텔레비전, 영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경제성장은 포르노그래피적 시선에 기댄 이러한 종류의 광고에 점점 더 의존하는 것 같다. 자연에 대한 동경과 마찬가지로 해체되고 벌거벗은 여성의 육체에 대한 이 열망 역시 전적으로 소비주의적인 것이다.- P242

유럽과 일본, 미국 남성들이 매춘관광에 끌리는 이유는 대체로 그들이 경험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주종관계와 권력 때문인 듯하다. 심리학자 버티 라차(Betti Latza)는 태국에서 섹스관광을 즐기는 독일남성을 연구했다. 그녀는 남성들이 태국 ‘연인‘에게 자신의 숙소를 청소하게 하고 하루종일 밥을 차리게 하며 노예처럼 봉사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섹스는 둘째 문제이고 남성들이 진짜 즐기는 것은 이들 여성에 대한 절대권력이다.- P243

지중해의 해변을 찾는 유럽인 관광객들은 해변을 파괴한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언덕과 전원으로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바로 이런 풍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그들이 오염 되지 않은 자연을 보기를 원했던 숲은 자동차 배기가스로 파괴된다. 태국에 섹스관광을 간 남자들은 그곳 여성들을 파괴하며 그들을 매춘부(prostitutes)로 만들고 AIDS에 감염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동경 이전에 파괴가 있었고, 낭만화 이전에 폭력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P257

부족민 살해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보들리에 으하면 1971년 수많은 독일인을 포함한 백인정착민들이 구아야키(Guayaki)전리품으로 집을 장식하려고 수많은 구아야키 인디언을 죽였다고 한다. 브라질과 꼴럼비아에서도 목축농장을 만들려는 백인들이 그 지대에 살던 원주민을 총과 독약, 다이너마이트를 동원하여 몰살했다고 전해진다.
대개의 경우 이 살인자들은 누구도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라고 한 살인자는 말한다. "정부에서 처벌하거나 보상을 요구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기 때문에 인디언들을 죽였어요."- P263

우리가 자연에게 저지른 일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저지른 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가부장적 폭력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있고, 이 경험에도 불구하고 생존지식을 지니고 있기에,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이 점을 덜 잊어버린다. 그리고 바로 여성-그리고 몇몇 남성-들이 생존기반의 파괴에 대항하는 싸움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ㅐ롭고 현실적이며 대안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P281

재생산기술은 여성들이 그것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자본과 과학이 그들의 성장과 진보의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개발된 것이다.- P299

반다나: 삶에서 지키고 싶은 가장 중요한 세가지를 꼽으라면 무엇을 들겠습니까?

차문데이: 우리의 자유와 숲과 식량입니다. 이것이 없다면 우린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난뱅이죠. 우리가 먹을 식량을 스스로 생산한다면 우리는 부자입니다. 우리는 사업가나 정부가 주는 일자리 필요없어요. 스스로 먹고살 수 있습니다.- P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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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6-2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64!

다락방 2020-06-22 11:41   좋아요 0 | URL
점심시간에 끝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연님! 후훗

비연 2020-06-22 11:42   좋아요 0 | URL
😱

바람돌이 2020-06-22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북플에 이 책에 대한 리뷰 등등이 많이 올라오네요. 이러면 또 살코기 ㅂㅁㅂ보관함에 일단 넣어둡니다. ^^
그리고 우수한 종인지 미리 아는거 저는 싫어요. 마음과 조건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씸 많으므로요. ㅎㅎ

다락방 2020-06-22 14:03   좋아요 0 | URL
아, [에코페미니즘]은 알라딘 내에서 몇몇 분들과 함께하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6월 해당도서입니다. 이거 읽으면서 글 쓰는게 함께 읽는 사람들의 미션이라서요, 6월 한달동안 그 멤버들의 글이 자주 올라올겁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