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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D 와 나는 연휴를 맞아 어딘가로 또 걷기 여행을 다녀오자, 했던 터다. 나는 자작나무숲이 좋다는 추천을 받고 인제를 가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인제 는 기차가 다니질 않는다. 나는..버스 타는 걸 몹시 두려워하고 버스를 타는 순간 긴장 상태가 되기 때문에 가급적 기차가 있는 곳을 선택하고 싶다. D 는 자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 여러 군데를 말했고, 그러다 우리는 기차도 있고 걷기 코스로 마련되어 있는 <김제 금구 명품길>을 택하기로 한다. 11km 를 걷는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풍경도 좋아보이지 않는가! 게다가 자작나무숲을 가지 못한 아쉬움을 '편백나무숲'이 달래줄 수 있을것 아닌가! 우리가 찾아본 블로그는 이랬다.



김제금구명품길



D와 나는 아침에 만나 무궁화호를 타고 김제로 출발했다. 우리 둘 다 책을 한 권씩 가져갔지만 둘 다 책 읽기는 멀리한 채 대화를 나눴다. 점심은 도시락을 주변에서 사서 걷다가 중간에 먹을까, 아니면 걷기 전에 든든하게 먹을까, 하는 이야기부터 회사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까지 나누니 어느새 김제에 도착. 우리는 내려 출발지점인 금구면사무소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지평선 축제를 가기 위한 셔틀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버스가 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우리 면사무소까지는 택시를 타자, 하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은 계속 지평선 축제 말씀을 하신다. 정말 가볼만하다, 지역 축제중 최고다, 하는... 우리는 거길 가는 게 아니라 명품길을 걸을거다, 라고 하니 기사님이 그다지 좋아하질 않으신다...밤에라도 지평선 축제에 들러보라는 말씀 밖에....우리는 건성으로 알겠다고 대답한 뒤 면사무소 앞에 내려, 블로그를 통해 검색한 면사무소 앞 맛집에 들른다. 거기에서 든든하게 밥을 먹자, 그리고 걷자, 라고 얘기했던 것. 근사한 풍경을 만나 사진을 찍어댈 생각에 부푼 나는, 아이폰과 충전기를 식당에 부탁해  충전한다. 그리고 다양한 메뉴들 중 마음에 드는 걸 주문했다. 





낙지덮밥과 멸치국수 정식이었는데. 이렇게 멸치국수와 보쌈이 나온다. 아..사진 보니 또 침나와. 낙지덮밥이 나오기 전, 친구와 나는 부지런히 보쌈을 싸 먹는다.



아웅..맛좋아 >.<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쁨..그리고 앞으로 걷게될 길에 대해 내 마음은 기대로 부푼다. 밥을 다 먹고 물을 하나 사서 가방에 넣은 뒤, 우리는 시작점으로 간다. 




면사무소 뒷편의 골목길에서 시작한다. 아, 이곳을 지나면 이제 산과 들과 숲과 물이 나오겠지, 나는 그 곳을 걷는거야. 친구와 나는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이상하다... 그 다음 코스인 저수지로 가는 방향판을 만났고, 그대로 따라갔는데, 인도는 없다. 그나마 조금 있는 인도가 산에서 내려온 나뭇가지며 잎들로 뒤덮여 걸을 수 없고, 그 인도가 끊기고 나서는 차도의 갓길을 따라 걸어야만 한다. 아..이게 대체 뭐야...이 코스가 지나면 나아지려나.


그런데 웬걸, 갓길 코스를 지나고나면 이젠 갓길 조차 사라져 우린 숫제 차도로 계속 걷고 있다. 그러다 뒤에서 차가 오면 한 쪽 옆에 가만히 서있어야 한다. 이게...뭐야??????????????



어처구니가 없다. 걷다 보니 이곳은 '걷기'를 위해 만들어진 길이 아니었다. '명품길' 이라길래 걷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코스를 만들어둔 것인줄 알았는데, 그저 '명품길'이란 이름을 원래 있던 차도와 원래 있던 산에 그냥 붙여버린 것. 산길을, 흙을 밟을 거라 생각했던 친구와 나는 당황한다. 게다가 이것이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푯말만 가져다 붙인 것이니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화장실이 없다는 것.



씨발........



친구와 나는 이제나 저제나 화장실을 기다리다 이렇듯 끊임없는 찻길 찻길 찻길 만을 만난다. 결국 우리는.......어떻게 급한 일을 해결했는지는 전깃줄에 앉아있던 새 만이 알 것이다. 오, 버드...



이 길이 이런 길이라는 것을 김제 시민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알았는가보다. 이 날씨 좋은 날, 이 길을 걷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 단 둘. 아놔..orz

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람들을 만날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가면서 내내 어처구니 없어한다. 이게 뭐야..사람들이 다 지평선 축제 가는데는 이유가 있었어...어떻게 11킬로에 해당하는 코스중에 화장실도 하나도 없고, 걸을만한 곳도 하나도 없고, 매점도 식당도 없고 심지어 사람도 없고...이렇게 아무것도 없다니....어떻게 하늘 아래 이 길에 우리 둘 뿐일 수가 있는 거냐... 아무것도 없어서 사람이 없는 건지 사람이 없어서 아무것도 없는 건지,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렇게 또 방향판을 만나지만, 아아- 이곳은 관리되지 않는 곳. 방향판은 밑의 저수지를 향하고 있다. 앞으로 가라 옆으로 가라 가 아닌, 밑....밑은 ... 저수지인데... 니미..






물론 나처럼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은 이 와중에도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기도 한다. 그래그래, 이런 것도 보니까, 하면서. 그래봤자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코스모스지만..




친구와 나는 8번째 코스인 편백나무숲에 온 기대를 건다. 어쩌면, 이 모든 걸 만회하게 해줄거야, 편백나무숲은. 거기에 가면 비로소 우리는 '아, 여기에 오기 위해 우린 그토록 어처구니 없어 했던 거구나' 하게 될거야. 친구와 나는 정말 그리될 거라 믿었다. 그렇게 계속 걸어 우리는 편백나무 숲과 가까워졌다.





본격적인 산 길이다. 우린 이제야 흙을 밟을 수 있어! 그러나!!!!!





산 길도 돌 길.....우린 흙을 밟지 못한다. 이건 차가 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길이다. 실제로 또 뒤에서 차가 들어와 우린 한 쪽 옆에 비켜서야 했다. 순간적으로 저 차 얻어타고 여길 나갈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차를 볼 때마다 그랬다. 그러나 꾹 참았다. 편백나무숲, 그래, 그게 아직 남아 있어!! 


그렇게 우리는 편백나무 명상길을 드디어 만난다. 그런데 아...뭐지..이 살아있지 않은 듯한 어두움은...계단 몇 개를 거쳐 도착할 수 있는 편맥나무 명상길은, 아, 지나치게 어두웠다. 나는 차마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았고, 그래도 우리가 이거 보러 왔는데 안들어가면 어떡해, 하며 친구가 나보다 앞서 계단을 올랐다. 괜찮아 올라와, 보기보다 그렇게 어둡진 않아, 라는 친구의 말에 용기를 내어 들어갔는데, 하아- 어두웠다. 편백나무숲에서 힐링해와- 라고 말하던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힐링은 개뿔, 무섭다...




사진으로 보니 뭔가 약간 멋져 보이는데, 저기에 우리밖에 없었고 어두웠다. ㅠㅠ 게다가 이걸로 밀려고 했다면 어처구니 없는게 코스 조낸 짧아...여튼 빠져나와 이제 우리는 막바지 코스를 향해 가는데, 이번엔 편백나무 삼림욕 공간이 있다. 누워 있을 수 있는 긴 벤치가 아무도 누워본 적 없는 지저분한 모습으로 덩그러니 놓여있다. 하아- 그리고 그곳에서야 우리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아마도 편백나무 숲만 보려고 들렀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대실망을 안고 돌아섰다...


(이 사진은 좀 작품인듯??)





걷는데 세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게 나는 그다지 성에 차지 않았지만, 다음날 군산 관광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아쉬운 마음을 접고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타면 전주시에 갈 수 있고, 전주시 터미널에서 군산으로 이동하기로 한 것. 이십여분을 기다려 버스를 탔는데 길에 차가 별로 없어 한적하기 때문인지 버스는 아주 신나게 속도를 내서 달린다. 뒷쪽에 앉아있던 나는 너무나 무섭다. 혼자 속으로 계속 외친다. 아저씨, 이렇게 세게 운전하지 마요. 잔뜩 긴장한 나는 머리까지 아플 지경. 그렇게 차는 전주 시내에 들어섰는데, 시내에서는 차가 많아 막히기도 한다. 약간 긴장이 풀릴 무렵, 우리가 가는 버스를 향해 왼쪽에서 자가용 한대가 서서히 달려온다. 나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어? 저렇게 달리면 우리 버스에 박을텐데? 하는 순간 쾅- 자가용이 내가 탄 버스를 박아버렸고, 버스 안에 탄 몇몇은 소리를 질렀으며, 서있던 누군가는 넘어졌다. 



하아-



내가 이래서 버스를 안타는데, 일전에 사고나서 몇주간 깁스를 해서, 그래서 버스가 싫은데, 또, 또 ...하아- 무섭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행히 나는 무사했고 버스안의 승객들 모두 무사했다. 기사님은 넘어진 학생 괜찮은지 물었는데 그 학생은 괜찮다고 했다. 나 역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난 괜찮은 줄 알았다가 시간이 지나자 인대가 늘어나고 온 몸에 멍이 들어 한참이나 깁스를 하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었다. 저 학생도 지금은 괜찮지만 내일 아침에 아플텐데, 그러나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놀란 가슴만 진정시킨다. 그렇게 세게 박지는 않아 다행이었지만, 나는 내가 늘 두려워하던 일이 또 벌어진 것에 대해 매우 당황했다.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었지만, 다치지 않았는데 멀리 있는 딸 괜한 걱정을 할 것 같아 전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군산에 도착한 우리는 친구가 찾은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D는 나와 해외며 국내 여행을 같이 한 적이 많은데, 늘 놀라운 것이 지도를 기막히게 잘 본다는 거다. 뉴욕에서도 길을 찾는 건 지도를 보는 D의 몫이었고 국내에서도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건 언제나 D의 몫이었다. 오죽하면 이번 홍콩여행에서 구글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게 외려 불안하게 느껴졌을까. D가 지도를 보며 방향을 정해주는 때에야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꼈다니까. 여행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은가 싶어졌다. 함께 서서 지도를 보는 것, 그리고 방향을 가늠하고 그곳으로 함께 걸어가는 것. 여튼 지도를 보고 거의 근처까지 와서 D 가 멈추어섰을 때, 여기서는 티맵을 켜자, 라고 내가 말하고 티맵을 실행했다. 우리가 있는 곳의 위치와 도착하는 곳의 위치가 빨갛게 표시되고 대각선으로 죽- 그어져있다. 티맵속에 나타나있는 국민은행과 미스터 피자에 맞춰 나는 핸드폰을 이리저리 돌린다. 그래야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으니까. 자, 이쪽이 국민은행 미스터 피자가 음, 하고 맞추고 있을 때 D 는 벌써 저쪽이네, 하며 몸을 움직인다. 나는 아직 미스터피자 방향을 못찾아서 여태 핸드폰을 들고 방향 맞추기에 몰입하다가 드디어 지도에서 표시한대로 은행과 피자집을 맞추어 가야할 곳으로 시선을 들었을 때, D는 이미 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나는 계속 감탄해서, 아니 어떻게 지도를 보자마자 방향 파악을 하냐, 나는 시키는대로 은행을 맞춰야 하고 피자집이 어딘지 또 방향을 맞춰야 하는데, 어떻게 보자마자 저쪽 대각선이다, 하고 그쪽으로 가냐....암튼 대박이다, 하고 계속 놀란다. 여튼 그렇게 우리는 가고자했던 족발집에 갔다.


족발이 나왔고,




쌈을 쌌다.





친구와 서로 오늘 고생 많이 했네, 다음엔 다른데 가자, 남한산성은 어떨까, 아니면 내가 두눈 감고 인제에 버스타고 가자, 라는 말을 하면서 사실은 속으로 인제는 못갈것 같아, 난 도무지 버스 탈 자신이 없어, 라고 생각하면서 친구와 바쁘게 쌈을 싸고 건배를 하는데,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아주 먼 데서 온 문자메세지였다. 그저 평범한, 금요일 밤 잘 보내라는 문자.

나는 갑자기 울컥, 했다.



내가 탄 버스가 오늘 사고가 났었고, 다행히 다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순간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는데, 이렇게 내가 그나마 가벼운 사고 속에 살아있고, 웃고 있고, 대화하면서, 술을 마시는데, 저 먼 데서 누군가가 안부를 물어오고, 내가 답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게 기적처럼 느껴진 탓이었다. 그 친구는 내가 사고를 당했는지 알지 못했을 것이고, 그저 금요일 밤 잘 보내라는 문자를, 그저 일상적으로 보냈을 텐데, 나는 그 문자 하나에 그날 하루가 머릿속에 스쳐갔던 것. 내가 내 집을 떠나 먼 데로 왔고, 걸었고, 당화했으며, 버스를 탔고, 자가용이 박았고, 두려웠고, 이제 진정하려는 순간, 저 먼 데서, 내가 온 곳보다 더 먼 곳에 있는 친구로부터, 일상에 대한 문자를 받다니. 아,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D와 얘기했다. 김제 금구 명품길은 진짜 뻐킹 쉿이지만, 이렇게 온 건 잘한 일이라고. 안왔다면 모르니 가고 싶었을 거라고, 왔으니 여기가 후졌다는 걸 알게 되지 않았냐고. 다음날 군산의 이성당 빵집엘 가고 동국사길을 걸으면서, 틈틈이 지도를 보며 방향을 정해주는 친구를 보면서, 갑자기 확- 아, 나, 이제 여행을 좋아할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좋다는 생각이 든것도 아니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옆에서 이 친구가 계속 지도를 봐준다면, 계속 계속 여행다닐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돌아오는 길에 또 우린 얘기했다. 남이섬을 갈까? 친구가 묻고, 더 많이 걸었으면 좋겠어, 라고 내가 답했다. 걸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곳곳을 다 가보고 싶어졌다. 




덧붙이자면, 김제 금구 명품길 보다는 북한산 둘레길이 오천배쯤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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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10-0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사고까지 났었어요?
아이고 아이고!!!!!

다락방 2014-10-06 17:07   좋아요 0 | URL
네 ㅠㅠ 그치만 괜찮습니다!!
넘어진 남학생이 신경 쓰이네요. 그 학생 다음날 아팠을텐데..쩝..

치니 2014-10-0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다락방 님 괜찮으신 거 맞죠? 그래도 충격에 따른 여운이 남았을 텐데. 아이고, 부디 며칠 지난 오늘도 괜찮으셨길.

다락방 2014-10-06 17:08   좋아요 0 | URL
네, 괜찮습니다 치니님. 멀쩡하게 출근 잘 하고 이렇게 글도 쓸 만큼 괜찮습니다. ㅎㅎ
오늘도 괜찮아요. 다만 집에 가고 싶을 뿐...사무실 공기가 갑작스레 건조해져서 코가 막히네요. ㅠㅠ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치니님 ㅠㅠ

마노아 2014-10-0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은 후졌지만 이글은 명품글! 무사히 돌아와서 기뻐요!

다락방 2014-10-06 17:08   좋아요 0 | URL
네네, 고단한 여정이었던 것입니다! ㅎㅎ 고마워요!

코코죠 2014-10-0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놀래라 놀랐겠다 어떡해요 토닥토닥... 그래도 맛난 음식과 좋은 여행친구가 있었으니 다행이고 또 우린 이렇게 락방님 글을 읽게 되었으니 더 더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로군요!

다락방 2014-10-06 17:13   좋아요 0 | URL
네, 다행이죠. 그렇지만 매순간 `다행이다`를 말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공존하겠죠? 저는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감사한 일이라고,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행이고 기적이기만 한 게 미안한 때라는 생각도 들고요. 살아가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오즈마님.. ㅠㅠ

moonnight 2014-10-06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고생하셨어요. ㅠ_ㅠ 그래도 올려주신 음식들은 맛있어보여서 부러워요. 소주도 ^^

지도를 잘 읽고 방향을 금세 파악하는 건 뭔가 본능적인 능력이지 싶어요. ㅠ_ㅠ(최강길치 올림 -_-;;;;)

다락방 2014-10-06 17:37   좋아요 0 | URL
저 족발 사진은 올리면서도 또 먹고 싶더라고요. ㅎㅎ 스맛폰에서 지우든가 해야지 볼때마다 먹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하핫.

문나잇님은 지도를 잘 보실 것 같은데 의외로 길치신가봐요. 아..언제 한 번 길치끼리 모임을 가질까요? ㅜㅜ

heima 2014-10-06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명품길 이름은 대체 누가 지은걸까요.. 고생하셨어요 다락방님- 게다가 사고까지... -_-
그래도 옆에 함께 욕할 친구가 있어서 진한 추억으로 남았겠네요..

북플로 보니깐 음식 사진이 작게 보여서 다행(?)이에요 ㅎㅎ (오 사진을 누르면 확대되는군요.. 괜히 눌렀다 -_-) 글만 봐도 쫄깃쫄깃한 족발이 마구 땡기네요.. ^^
조심히 퇴근하시고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다락방 2014-10-07 17:44   좋아요 0 | URL
도대체 어디가 명품길이라는 건지, 이름은 그냥 막 갖다 붙인 모양입니다. 최소한의 관리도 없는 엉망진창 길이었어요. 친구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혼자였으면 가지 못했을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어휴...


오늘 퇴근후에는 저 족발에 버금가는 골뱅이를 먹으러 갈 계획입니다. 으하하하. 헤이마님도 오늘 저녁에 맛있는 것 드시고 기분 좋게 마무리 하세요!!

카스피 2014-10-0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아무도 없는 산속길이라니 넘 위험해 보이는데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토요일에 군산에 다녀왔는데 이른바 군산에서 유명한 집인 복성루와 이성당을 다녀왔어요.근데 복성루는 넘 장사가 잘되는지 6시쯤 벌써 문을 닫았고 이성당은 웬줄이 그렇게 긴지 그 유명하다는 단팥빵과 야채빵은 포기하고 아무빵이나 이따 먹자고 한 8시 반쯤가니 사람은 없는데 빵이 단 한톨도 없더군요.있는것은 케익뿐....
저는 족발집은 안가고 이성당 부근에서 동네 아주머니에게 맛있는 식당을 물어보니 근처에 푸주옥이 있다고 가르쳐 주시더군요.푸주옥이라 무슨 돼지고기집인줄 알았더니 간장게장집인데 이집 넘 맛있어요.가격도 싸고 양도 푸짐하니 담에 군산가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다락방 2014-10-07 17:52   좋아요 0 | URL
아무도 없는 산속길은 정말 무섭더라고요, 카스피님.
이성당은 줄이 길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온 터라 친구가 가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답니다. 해서 줄이 바깥까지 길게 늘어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희는 도착하자마자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올 수 있었어요. 짜릿했습니다. ㅋㅋ

간장게장집을 근처에서 본 것 같은데 간판을 보지 못해서 거기가 카스피님이 말씀하신 집인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는 간장게장을 안좋아라 해서 아마도 안갈 것 같습니다, 군산엘 가도. ㅎㅎ

웽스북스 2014-10-07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런 주말을 보내셨군요... 걸을 수 있는 길이라면 어디든 좋아하는 저도 저 길만은 사양하고 싶네요. ㅠㅠ 아무리 길 만드는 게 유행이라지만 너무해요. 지난 번 저 갔다온 영덕 블루로드가 정말 최고에요. 정말 강추! :) 저도 길치라 다른 사람 뒤만 졸졸 따라다니지만요 ㅋㅋ 이건 타고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후천적으로 가질 수 없는 능력이야... 아... 그런데 영덕도 기차는 없겠네요. ㅠ_ㅠ

다락방 2014-10-07 17:5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예전에 웬디양니 블루로드 다녀오면서 사진 찍은거 보고 오, 여기 좋네 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지만 기차가 없다니 저는 일단 보류...아니 근데 김제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길을 만들었을까요? 아 .. 생각하니 또 화나네.. 쩝... 시월 말에는 남한산성 계획하고 있어요. 내려오는 길에 닭백숙 먹으려고... ( ˝)

걷는 건 정말 좋아요, 웬디양님!! >.<
그치만 화장실이 있어야 합니다. ㅠㅠ 블루로드는 화장실이 잘 되어 있나요 웬디양님?

무해한모리군 2014-10-07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보다 먹는거, 먹는거 보다는 같이 먹는 사람! 즐거우셨겠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4-10-07 17:55   좋아요 0 | URL
네. 길 자체는 짜증났지만 그걸 제외하면 좋았어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은 역시 걸을 때 하는 게 짱인것 같아요!!

버벌 2014-10-0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걷는걸을 참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찻길이라니.... 으으
이성당 빵 맛있던가요? 다음주 주말 오프에 군산을 갈까? 장흥을 갈까 고민하는 중이에요.

다락방 2014-10-08 15:46   좋아요 0 | URL
남동생은 여태 자기가 먹어본 단팥빵중에 최고라고 하지만 저는 굳이 몇 시간 줄 서서 살 필요는 없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벌님. 이성당 근처에 뭐 딱히 볼만한 게 있지도 않고.. 이성당 빵집이나 전주 초코파이 보다는 대전 성심당 튀김소보로가 더 맛있더군요,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벌 2014-10-08 16:25   좋아요 0 | URL
어머나.. 전 바로 어제 전주 초코파이를 택배 신청을 했습니다 ㅋㅋㅋ 아직 도착전이에요. 아마도 3~4일 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성심당. 끌린다....

다락방 2014-10-08 16:26   좋아요 0 | URL
전주 초코파이 맛나요! 나도 시킬까...........( ˝)

단발머리 2014-10-09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멸치국수와 보쌈 사진 보고, ˝헤~~˝하고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다락방님 이젠 괜찮으신거죠?

버스는 정말 어디서나 위태로와요. 넘어진 학생도 안 됐구요. 어른들은 ˝아..... 여기, 여기 아파! ˝했을텐데, 남자 고등학생이라 벌떡 일어섰겠군요.

지도 잘 보는 친구님 완전 부럽고, 금요일밤 문자보내는 친구님도 멋집니다.
참고로, 그냥 참고해 주세요.
저는 그 시간에 남이섬에 갔었거든요. 자라재즈페스티발이 바로 옆이라 차가 엄청 많았어요. 남이섬 들어가는 배는 정원을 2배이상 초과한 것 같구요. 메타세쿼이아길은 좋았는데, 역시나 사람이 무척 많았어요. 나무들이 키가 엄청나게 큰 게 그나마 위안(?)이 됐어요. 휴일을 피해 가시길 추천드리어요. 명품길보다는 나을거예요. 버드의 가이드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화장실이.... 곳곳에*^^*

다락방 2014-10-10 08:41   좋아요 0 | URL
메타세쿼이아길은 제가 언제고 가보기 위해 메모해둔 곳입니다, 단발머리님. 화장실이 곳곳에 있는 남이섬이라니, 완전 대박 좋습니다. 다음에 갈 곳은 남이섬으로 정해야겠어요. 안그래도 김제에서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남이섬도 한 번 가자, 했었거든요. 메타세쿼이아 길은 블로그 검색해보니 좋네요. 헤헷. 그렇지만 휴일을 피해 가라니요.. 흑흑..저는 휴일 밖에 갈 수 있는 날이 없는데... ㅠㅠㅠㅠㅠ 여튼 일단은 남한산성, 그 뒤에는 남이섬으로 할랍니다. 유후~

오늘 출근준비하면서 출근하기 싫다고 혼자 막 찡찡댔는데요, 그래도 월요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금요일입니다, 단발머리님! 꺄울>.<
 

고추냉이


고통스러워
눈물 흘리면서도
또다시 덥썩
너를 가져와
널 원해



이런


나쁜 남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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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10-0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픈 분야인데요, 다락님만큼 쓰려면 십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군요. 고추냉이를 나쁜 남자에 비유하다니, 정말 멋지세요 저는 고추냉이같은 남자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다락방 2014-10-05 11:06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마태우스님. 족발을 먹으러 갔는데 샐러드 소스에 와사비가 들어있더라고요. 덩어리를 먹었는지 진짜 코가 뻥- 뚫리는 거에요. 그러면서 그 샐러드를 또 먹고 있어서 하하하하하. 친구에게 와사비는 나쁜남자 같아, 이러다가 이 시를 (??) 쓰게 됐어요.
마태우스님은 시를 쓰신다면 정말 잘 쓰실 것 같아요. 도전해보세요!!
좋은 일요일입니다, 마태우스님!
 
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여자는 알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자의 남편은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척도 하지 않으며, 우리 사이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그는 여자가 달라지고 있는 걸 눈치채고 있었지만 애써 못본척 한다. 그에게 가정생활을 끝내는 것, 여자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을 보는 것이 힘들어지고 새로이 만난 남자에게 속절없이 끌려간다. 새로운 남자와 비로소 자신이 생각만 했던,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성적 환상들을 풀어나가며 서서히 또다른 자신을 발견해간다. 내 안의 숨겨진 나를, 내가 그간 보지 못했던 나를.


여자는 남자에게로 향한 욕망이 어느새 사랑으로 바뀌었음을 깨닫게 되고 남자도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혹여라도 그를 잃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지나쳐, 그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2주간, 그녀는 집착의 끝을 달리게 된다. 집요한 여자가 되고 과잉 행동을 보이는 여자가 된다. 남자가 있는 곳으로 가려던 여자에게 여자의 친구는 그건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니 가지 말라 조언하지만, 여자는 오지 않는게 좋다던 남자의 말을 자기 좋을대로 해석한 뒤 연락도 없이 그를 방문하고, 그건 여자와 남자를 갈라놓는 계기가 된다.


아, 이 여자야. 지나치고 있어, 그렇게 집요하면 상대는 당신을 떠나게 된다고. 그녀가 집요함의 꼭대기에 올라 있을 때 나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걸 여자의 친구가 해줬고, 내가 예상한대로 여자에게 조언은 먹혀 들지 않았다. 사랑과 욕망에 정신이 나가 있는 여자에게 대체 무슨 말이 들릴 것인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잔인하게 혹은 아프게 읽힌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집착에 쩔어 허우적대는 장면. 내적 갈등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집착을 감추지 못해 입 밖으로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내뱉는 장면장면들. 그 후에 찾아오는 쓰라린 후회. 이렇게까지 가진 않아야 했어, 그 말은 하지 않았어야 했어... 아, 그들은 좀전까지 얼마나 뜨거운 연인들이었던가! 


01:48

-나 아직 깨어 있어. 자긴?

02:03

-자긴 나랑 놀고 싶지 않은 모양?

02:20

-아무 때라도 좋으니 대답해줘. 걱정돼서 그래.

02:51

-별일 없는지만 알려줘. 아니면 나 잠 못 자.

03:03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왜 대답 안 해? (p.274-275)




"화가 나서가 아니야. 그냥 수천 개씩 쏟아지는 문자 폭격 같은건 받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답이 없으면 그건 그 순간에 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야.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중에 문자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면 그때 연락하면 되는 거지, 그렇게 한꺼번에 수백 개씩 보낼 필요는 없는 거 아니겠어?"

"미안해, 걱정이 돼서 그랬어. 갑자기 그렇게 사라져버리니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고..."

"아니, 도대체 뭘 걱정한 건데?내가 자기한테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얘기해줬고 파티에 간다고까지 얘기했었는데."

"그냥 오케이라고만 보내줬으면 됐을 거 아냐. 나중에 통화하자고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 걸 가지고...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야? 그렇게 사라지는 대신 그냥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되는 거였잖아."

"난 사라진 적 없어. 그냥 누가 나를 그렇게 몰아세우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p.278)



-나 여기 왔어.

5분도 안 돼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여기라니, 어디?"

"여기. 바 이름이....'로마'네. 커피 한잔 하고 있어."

침묵이 흘렀다.

"예상 못 했던 모양이지?"

"그래, 데리러 갈게. 5분만 기다려." 

(중략)

조금도 변하지 않는 무뚝뚝한 표정 그대로 그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내게 말했다.

"왜 온 거야?"

가슴팍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질문이었다. 나는 솔직하기로 마음먹었다.

"보고 싶었어."

"출발하기 전에 왜 말 안 했어?"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p.300-301)



집요한 문자폭탄 후 여자가 남자에게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남자는 동생네 집이라 동생과 함께 있고 해야 할 일들도 많으니 자신이 돌아오는 대로 목요일에 보자고 하고 여자도 알겠다며 전화를 끊은 후였다. 그런데 여자는 말없이 남자에게로 갔다. 그로 인해 여자와 남자가 헤어졌다한들, 그건 오로지 그녀가 감당할 몫이다. 이런 일들이 여자에겐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고통스럽고 아팠지만, 여자는 그 일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과 만나며 그리고 자신을 성장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된다.


성장한 여자가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장면, 그리고 우연을 믿는 장면, 그 믿음에 우연이 찾아오는 장면 등은 여자를 위해 기뻐할 일이지만, 여자의 성장 다시 말해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이 왜 남자에서 시작하며 남자로 끝을 맺어야 할까는 의문이다. 그러나 연애의 과정을 거쳐 이별을 맞닥뜨리는 것이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 여자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현실을 현실로 보지 않고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만 보려고 했던 여자의 남편에게도 이 일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고.



여자의 내면이 서서히 변해가는 일, 전혀 새로운 남자를 만나 점점 감정이 바뀌는 것들을 마치 여성이 쓴 것처럼 세밀하게 표현해낸 남자 작가의 능력은 놀랍지만, 그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 중간부터는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좀 분량을 줄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 고 생각할 무렵 저렇게 집착에 폭발하는 여자의 내면이 그려진다. 읽다가 내 감정이 같이 지친다. 나도 한때, 묵묵부답인 그의 상황을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기 보다 몇 천 개의 상상을 만들어 내어 나 스스로를 괴롭히던 적이 있었으니까. 뭐,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고. 반대로 문자 폭탄을 받았던 적도 있다. 나는 단지 문자를 조금 늦게 보았을 뿐인데, 나에게 문자를 보낸 이는 자신이 만든 시나리오 속에 나를 넣어두고는 한껏 걱정을 해댔던 것. 아, 그 때가 그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던 때였다. 


책 속 여자의 집착, 내것이기도 했던 그 집착을 덜어내 자유로워질 때, 혼자이면서 머릿속에 몇 천개의 그림을 그리는 대신 지금의 나를 즐길 때, 그때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내가 건강하고 행복할 때 찾아오는 관계야말로 건강한 연애로 이어질 것이고. 그러니 헤어짐이란 고통은, 감당할 가치가 있는 것일 테다.




커피 잔을 내려놓고 책꽂이에서 책을 몇 권 집어 들었다. 책을 펼쳐 들고 한때 줄을 그어놓았던 문장들을 다시 접해조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른다. 내게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무엇을 느꼈고 정말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p.17

"어제 정말 좋았다고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얼마나 좋았는지, 여태 웃고 있는 거 알아요? 언제 또 올래요?"
"글쎄. 잘 모르겠어요. 정신이 조금 오락가락하네요. 사실 그런 걸 기대했던 건 아니라서..."
"괜찮아요. 그래서 더 이상 날 보러 오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면 알려만 줘요. 그럼 내가 갈 테니까." -p.116

"남녀가 서로 잘 지내면서도 사랑에 깊이 빠져들지 않는 것만큼 멋있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 대신에 사랑에 빠지게 되면 말이야,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이 오가기 시작하고 대화에 `영원히`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바로 그때부터 왠지 이륙이 아니라 착륙이 시작되는 것 같단 말이지. 마치 사랑한다는 말이 끝내자는 말의 시작인 것처럼 보인다는 거야.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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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책 표지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g...
















1/3 정도 읽은 시점에서 읽기를 멈췄다. 더이상 읽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시간이 아까우므로. 한 작가가 글을 발표해내고 그로 인해 상을 타고 또 독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취향의 일일 것이다. 이 작가를 좋아할 수도 있고 이런 책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다른 시간에 만났다면 좋아했을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 뭐,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 이 책은 내가 읽고자 했던 책도 아니며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책도 아니다. 나는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만나 긴장하고 설레이며 연애하는 로맨스 소설을 보고 싶었던거지 이건....


그러니까 이런거다.



여자주인공은 미망인이다. 남편을, 정확히는 남편과 맺었던 숱한 성관계(혹은 성기)를 그리워한다. 그러다 친구들로부터 파라다이스 홀에 오라는 초대를 받는다. 그곳은 여주의 조언을 받을어 만들어진 일종의 휴양지인데,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살던 바로 그 배경대로 만들어진 곳이다. 그곳에서는 미남과 미녀들을 종업원 대신 하인과 시녀로 쓰며 높은 급료를 지급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목욕과 댄스 게임등을 즐기며 하인과 시녀들의 시중을 받게 된다-이 부분에서는 영화 《더티 댄싱》의 휴양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방문한 손님 모두 섭정시대의 의상을 갖춰 입어야 한다. 코르셋으로 조이고 가슴을 밀어올리고...파라다이스 홀은 오래전에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바로 그 장소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그런데 이건 뭐, 손님과 손님이 서로를 유혹하고 손님이 하인을 유혹하고 하인이 시녀에게 반하고 남자 주인이 동성의 하인에게 속절없이 끌리며 유혹하고  소설의 처음부터 계속 성관계 얘기만 나오는거다. 삼분의 일을 읽었는데 이정도면 .. 이게 뭐냐... 그리고 남주 이름이 '맥' 이라고 했는데 왜 여주는 '롭' 하고 자는걸까 싶어서 뒷부분을 훑어보니 심지어 이 여자는 롭과 맥과 함께...하아- 


나는 에로틱한 장면이 싫지 않다.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만나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관계를 맺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나 그 에로틱 전에는 반드시 상대에 대한 호감과 감정 들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그 에로틱이 극대화 되어야 하는거지, 이건 그냥 수시로 나오는데다가 뻑하면 상대도 바꾸고 심지어 여러명이 동시에 하며 아무데서나 누가 보든 말든 해대니... 



작가는 로맨스에 유머를 가미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이 글이 작가에겐 본인이 의도한 글일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전혀 유머가 느껴지질 않았다. 허탈한 코웃음만... 하아- 책 선택에 실패했어. 처음 부분에 충격적인 단어가 나오지만, 변태포르노 스러우므로 언급하진 않겠다. ㅠㅠ


읽기를 멈추고 되팔려고 검색해보니 900원에 팔 수 있더라. 혹시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내, 기꺼이 드리겠다. 물론, 반드시 '성인'이어야 한다. 성인임을 내가 알고 있는 분이어야만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원하시는 분은 댓글로 말씀해주시기를.






[북플]에는 '마니아' 라는 게 있는데, 어제 그 마니아에 들어갔다가 내가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지를 알게 됐다. (뭐래 ㅋㅋㅋㅋ)





크- 이 아름다운 명단을 좀 보라지. 무려 나는 '이승우'와 '다니엘 글라타우어', '줌파라히리'의 첫번째 마니아인 것이다. 뭐, 그들의 책을 읽고 글을 많이 쓴다든가 하면 마니아가 되는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내가 첫번째 마니아인 작가들에 대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바, 이 리스트는 실로 아름다운 것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로맹 가리! 아아 좋아 ㅠㅠ 뿌듯한 리스트이다. 누가 나에게 넌 어떤 사람이냐 물어보면 이 리스트를 들이대며 한껏 뻐기고 싶다. 코맥 매카시의 첫번째 마니아가 되기 위해 앞으로는 코맥 매카시 책을 좀 더 읽어야 겠다. 사두어둔 노틀담 드 파리도 읽어서 위고의 첫번째 마니아도 되어야지. 아...뭔가 자랑스러워 ㅠㅠㅠㅠㅠ





그리고 오늘 경향신문을 보다가 이런 그림을 보았다. 좋아... 집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이다.



(구스타브 카유보트, 「오르막길」)




이 그림이 좋아 인터넷에서 카유보트의 다른 그림들을 찾아보았는데 다 참 좋은거다. 그래서 화집이 있을까, 있으면 하나 장만해둘까 싶어 검색해봤더니 아직 국내엔 카유보트의 화집이 없는 것 같다. 외서엔 몇 개 뜨던데 비싼걸 보니 이게 다 화집인가....


















그리고 포털의 광고에서 알게 된, 『나를 찾아줘』의 예고편.





책 속의 남녀 주인공 캐릭터가 모두 밥맛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영화는 좀 궁금하다. 영화로는 재미있을 것 같아..














오늘 저녁엔 삼겹살에 소주 약속이 있다. 빨리 퇴근하고 싶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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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14-10-0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몹쓸책은 제가 받겠습니다(정색)

다락방 2014-10-01 12:25   좋아요 0 | URL
아이 엄마이신 오즈마님이라면 완벽한 성인에 다름아니죠! ㅎㅎ 네, 보내드릴게요.
오즈마님, 주소 삼종셋트 비댓으로 남겨주세요. 트윗 쪽지로 주셔도 되고 뭐 어떻게든요! 우하하하하. 부디 오즈마님께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이 되어야 할텐데요. ㅠㅠ

2014-10-03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10-01 16:12   좋아요 0 | URL
오케! 근시일내에 보내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저 이유경... ( ˝)

웽스북스 2014-10-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우면 지는건데 부러웡 ㅠㅠ

웽스북스 2014-10-01 13:11   좋아요 0 | URL
아, 저 마니아 리스트 말입니다.

웽스북스 2014-10-01 13:12   좋아요 0 | URL
하지만 난 이*경의 두번째 마니아.

다락방 2014-10-01 16:13   좋아요 0 | URL
맞죠. 저건 좀 부럽죠? ㅋㅋ 근데 이걸 알아봐주는 사람들하고 친해야 부럽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날 알아봐주지도 않을거에요. 엉엉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이*경의 두번째 마니아라니...훌륭합니다!!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4-10-0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사람인정 ㅎㅎㅎ 전 저런거 하면 만화가 잔뜩 나올듯해요~

다락방 2014-10-01 16:15   좋아요 0 | URL
전 만화를 안보거나 싫어하는 건 아닌데요 만화에서 큰 재미를 못느끼는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 돌아서면 바로 다 잊어버려서...그래서 점점 더 안보게 됩니다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4-10-02 09:20   좋아요 0 | URL
저도 서너작품 정도 보는데 만화는 막 한작품이 열몇권이니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4-10-02 09: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만화책 사기가 싫어요. 한 작품 사면 너무 자리를 많이 차지해요 ㅠㅠㅠ

dreamout 2014-10-0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 글을 제가 올린적이 거의 없지만... 으음. 그래도 다락방님이 도스토옙스키나 소로우의 몇번째 마니아가 아닌 것은 왠지(?) 맘이 놓이는 걸요.... ㅎㅎㅎ
매카시는 왠지 상대적으로(?) 의외. ㅋㅋ

다락방 2014-10-02 09:30   좋아요 0 | URL
소로우는 일전에 드림아웃님 서재에서 보고 한 번 읽어보자,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안읽게 되네요. ㅎㅎ 그 뒤로 읽은 책들에서도 종종 보였고 말이지요. 그러고보니 저는 도스트예프스키에게 열광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분명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지요. ㅎㅎ

매카시는 너무 좋아요, 드림아웃님. 최고에요 최고. 아 얘기하니까 읽고싶어지네요...ㅎㅎ

에르고숨 2014-10-0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마니아` 기능 정말 다락방 님을 고스란히 보여주네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멋진 사람 인증! 코맥 매카시까지 섭렵(?)하려 하신다니, 저도 동반자가 되려고요. <자살의 전설> 이후 데이비드 밴이 더 없으니 매카시로 돌아가고 싶어졌지 뭡니까. 희희-

다락방 2014-10-02 10:17   좋아요 0 | URL
전 지금 읽고 있는 책 다 읽어가므로 어떤 책을 고를까 망설이다가 에르고숨님 생각이 나 자살의 전설을 꺼내들었다가 뭔가 제대로 연애소설을 읽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 번 연애 소설을 꺼내 들었습니다. 국내 소설인데 이게 흡족하지 않으면 읽다말고 팔아치워버리겠다고 단호히 결심했어요. -_-

코맥 매카시는 소설의 고전을 쓰시는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완전 좋죠. [모두 다 예쁜 말들]진짜 너무 좋아요. [로드]도 좋았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좋았어요. 네, 이 세 권 읽어봤습니다. 두 권 더 준비해뒀고요. 기대되는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은 채로 가지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설레임인것 같아요. 헤헷. 매카시는 어떤 책을 읽으실건가요, 에르고숨님?

에르고숨 2014-10-03 00:22   좋아요 0 | URL
바보- <카운슬러>도 읽으셨으면서.ㅋ (시나리오라 제외...?) 맞아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고 아껴둔 든든함과 설렘! 완전 동감요. 저는 데이비드 밴이 영향을 푹 받았다는 <핏빛 자오선>이 매카시 중에 가장 궁금해졌어요. <모두 다 예쁜 말들>도 보관함에 들어 있고요. <자살의 전설>을 읽으면서 내가 매카시를 참 좋아하는구나, 새삼 알게 되었으니 묘하지요?

다락방 2014-10-05 11:08   좋아요 0 | URL
앗. [카운슬러]도 제가 읽었군요!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시나리오 제외가 아니라 까맣게 지웠습니다. ㅋㅋㅋㅋㅋ 핏빛 자오선도 제 책장 어딘가에 있을텐데...
오늘 아침엔 또 막 읽고 싶은 책이 머릿속에 여러권이 동시에 떠올라서 말이죠, 에르고숨님. 몸뚱아리가 여러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동시에 읽지 못하니 .. ㅠㅠ 이것도 저것도 다같이 동시에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몸이 여러개여야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흑흑.

 

아놔.. 책 표지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고 써있으면 우짜노... 내가 이걸 지하철에서 읽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노.... 이흉.... 그치만 뭐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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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못된 선택
    from 마지막 키스 2014-10-01 10:39 
    1/3 정도 읽은 시점에서 읽기를 멈췄다. 더이상 읽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시간이 아까우므로. 한 작가가 글을 발표해내고 그로 인해 상을 타고 또 독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취향의 일일 것이다. 이 작가를 좋아할 수도 있고 이런 책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다른 시간에 만났다면 좋아했을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 뭐,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 이 책은 내가 읽고자 했던 책도 아니며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책도 아니다. 나는 성인 남자
 
 
다락방 2014-09-3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중간에 살짝 훑어봤는데.. 이건 내가 생각한 그런 책이 아니다....아 멘붕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해한모리군 2014-09-3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책표지 같은걸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준 적이 있지 안았음까.. 다락방님도 몇개 가지고 있을거 같은데요?

다락방 2014-09-30 13:08   좋아요 0 | URL
북커버 말씀하시는 거죠? 저 그거 알라딘에서 받은 사은품으로는 없고 알라디너한테 받은 선물로는 있어요. 이게 근데 문제는 헐, 내용에 있었네요. 이거 로맨스가 아니라 에로물이었어요. 순정 에로물이 아니라 변태 에로물...지금 멘탈에 붕괴가.. Orz

무해한모리군 2014-09-30 13:14   좋아요 0 | URL
오.......... 에로물을 책으로 읽으면 더 야하겠는데요 ㅋㄷㅋㄷ 예전에 다락방님이 남녀가 부둥켜안고 있는 책표지로 또 이런 얘기를 했떤 기억이 희미하게 나는데~

책읽는여름 2014-09-3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태에로물이라구요? 푸하하....

다락방 2014-10-01 09:44   좋아요 0 | URL
심합니다.. ㅠㅠ

무스탕 2014-09-3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변태 에로물.. 로맨스 소설도 19금이면 찐한장면 종종 펼쳐지는데 변태 에로물을 지하철 안에서 어찌 감당하시려는지요. ㅎㅎㅎ

다락방 2014-10-01 09:4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요 무스탕님. 어제 지하철안에서 읽다가 와- 이거 누가 볼까 겁난다 싶더라고요. 이제 그만 읽으려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황상범 2015-06-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
구글에서 ˝알라딘 19 구독불가˝로 검색하니, 본 글이 나오네요.
어때요?
겉표지에 올누드의 그림만 그려져있지 않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을거예요. ㅎㅎ
물론, 내가 조금 창피하기는 하겠지만...
하여간...
더워지는 날씨에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알라딘 19 구독불가˝ 찾아가겠습니다. ㅎㅎ

다락방 2015-06-12 11:24   좋아요 0 | URL
이게 벌써 1년전의 글이네요. ㅋㅋㅋㅋ 이 책은 이미 읽다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보냈습니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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