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놔.. 책 표지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g...
















1/3 정도 읽은 시점에서 읽기를 멈췄다. 더이상 읽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시간이 아까우므로. 한 작가가 글을 발표해내고 그로 인해 상을 타고 또 독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취향의 일일 것이다. 이 작가를 좋아할 수도 있고 이런 책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다른 시간에 만났다면 좋아했을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 뭐,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 이 책은 내가 읽고자 했던 책도 아니며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책도 아니다. 나는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만나 긴장하고 설레이며 연애하는 로맨스 소설을 보고 싶었던거지 이건....


그러니까 이런거다.



여자주인공은 미망인이다. 남편을, 정확히는 남편과 맺었던 숱한 성관계(혹은 성기)를 그리워한다. 그러다 친구들로부터 파라다이스 홀에 오라는 초대를 받는다. 그곳은 여주의 조언을 받을어 만들어진 일종의 휴양지인데,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살던 바로 그 배경대로 만들어진 곳이다. 그곳에서는 미남과 미녀들을 종업원 대신 하인과 시녀로 쓰며 높은 급료를 지급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목욕과 댄스 게임등을 즐기며 하인과 시녀들의 시중을 받게 된다-이 부분에서는 영화 《더티 댄싱》의 휴양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방문한 손님 모두 섭정시대의 의상을 갖춰 입어야 한다. 코르셋으로 조이고 가슴을 밀어올리고...파라다이스 홀은 오래전에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바로 그 장소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그런데 이건 뭐, 손님과 손님이 서로를 유혹하고 손님이 하인을 유혹하고 하인이 시녀에게 반하고 남자 주인이 동성의 하인에게 속절없이 끌리며 유혹하고  소설의 처음부터 계속 성관계 얘기만 나오는거다. 삼분의 일을 읽었는데 이정도면 .. 이게 뭐냐... 그리고 남주 이름이 '맥' 이라고 했는데 왜 여주는 '롭' 하고 자는걸까 싶어서 뒷부분을 훑어보니 심지어 이 여자는 롭과 맥과 함께...하아- 


나는 에로틱한 장면이 싫지 않다.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만나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관계를 맺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나 그 에로틱 전에는 반드시 상대에 대한 호감과 감정 들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그 에로틱이 극대화 되어야 하는거지, 이건 그냥 수시로 나오는데다가 뻑하면 상대도 바꾸고 심지어 여러명이 동시에 하며 아무데서나 누가 보든 말든 해대니... 



작가는 로맨스에 유머를 가미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이 글이 작가에겐 본인이 의도한 글일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전혀 유머가 느껴지질 않았다. 허탈한 코웃음만... 하아- 책 선택에 실패했어. 처음 부분에 충격적인 단어가 나오지만, 변태포르노 스러우므로 언급하진 않겠다. ㅠㅠ


읽기를 멈추고 되팔려고 검색해보니 900원에 팔 수 있더라. 혹시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내, 기꺼이 드리겠다. 물론, 반드시 '성인'이어야 한다. 성인임을 내가 알고 있는 분이어야만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원하시는 분은 댓글로 말씀해주시기를.






[북플]에는 '마니아' 라는 게 있는데, 어제 그 마니아에 들어갔다가 내가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지를 알게 됐다. (뭐래 ㅋㅋㅋㅋ)





크- 이 아름다운 명단을 좀 보라지. 무려 나는 '이승우'와 '다니엘 글라타우어', '줌파라히리'의 첫번째 마니아인 것이다. 뭐, 그들의 책을 읽고 글을 많이 쓴다든가 하면 마니아가 되는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내가 첫번째 마니아인 작가들에 대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바, 이 리스트는 실로 아름다운 것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로맹 가리! 아아 좋아 ㅠㅠ 뿌듯한 리스트이다. 누가 나에게 넌 어떤 사람이냐 물어보면 이 리스트를 들이대며 한껏 뻐기고 싶다. 코맥 매카시의 첫번째 마니아가 되기 위해 앞으로는 코맥 매카시 책을 좀 더 읽어야 겠다. 사두어둔 노틀담 드 파리도 읽어서 위고의 첫번째 마니아도 되어야지. 아...뭔가 자랑스러워 ㅠㅠㅠㅠㅠ





그리고 오늘 경향신문을 보다가 이런 그림을 보았다. 좋아... 집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이다.



(구스타브 카유보트, 「오르막길」)




이 그림이 좋아 인터넷에서 카유보트의 다른 그림들을 찾아보았는데 다 참 좋은거다. 그래서 화집이 있을까, 있으면 하나 장만해둘까 싶어 검색해봤더니 아직 국내엔 카유보트의 화집이 없는 것 같다. 외서엔 몇 개 뜨던데 비싼걸 보니 이게 다 화집인가....


















그리고 포털의 광고에서 알게 된, 『나를 찾아줘』의 예고편.





책 속의 남녀 주인공 캐릭터가 모두 밥맛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영화는 좀 궁금하다. 영화로는 재미있을 것 같아..














오늘 저녁엔 삼겹살에 소주 약속이 있다. 빨리 퇴근하고 싶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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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14-10-0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몹쓸책은 제가 받겠습니다(정색)

다락방 2014-10-01 12:25   좋아요 0 | URL
아이 엄마이신 오즈마님이라면 완벽한 성인에 다름아니죠! ㅎㅎ 네, 보내드릴게요.
오즈마님, 주소 삼종셋트 비댓으로 남겨주세요. 트윗 쪽지로 주셔도 되고 뭐 어떻게든요! 우하하하하. 부디 오즈마님께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이 되어야 할텐데요. ㅠㅠ

2014-10-03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10-01 16:12   좋아요 0 | URL
오케! 근시일내에 보내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저 이유경... ( ˝)

웽스북스 2014-10-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우면 지는건데 부러웡 ㅠㅠ

웽스북스 2014-10-01 13:11   좋아요 0 | URL
아, 저 마니아 리스트 말입니다.

웽스북스 2014-10-01 13:12   좋아요 0 | URL
하지만 난 이*경의 두번째 마니아.

다락방 2014-10-01 16:13   좋아요 0 | URL
맞죠. 저건 좀 부럽죠? ㅋㅋ 근데 이걸 알아봐주는 사람들하고 친해야 부럽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날 알아봐주지도 않을거에요. 엉엉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이*경의 두번째 마니아라니...훌륭합니다!!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4-10-0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사람인정 ㅎㅎㅎ 전 저런거 하면 만화가 잔뜩 나올듯해요~

다락방 2014-10-01 16:15   좋아요 0 | URL
전 만화를 안보거나 싫어하는 건 아닌데요 만화에서 큰 재미를 못느끼는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 돌아서면 바로 다 잊어버려서...그래서 점점 더 안보게 됩니다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4-10-02 09:20   좋아요 0 | URL
저도 서너작품 정도 보는데 만화는 막 한작품이 열몇권이니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4-10-02 09: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만화책 사기가 싫어요. 한 작품 사면 너무 자리를 많이 차지해요 ㅠㅠㅠ

dreamout 2014-10-0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 글을 제가 올린적이 거의 없지만... 으음. 그래도 다락방님이 도스토옙스키나 소로우의 몇번째 마니아가 아닌 것은 왠지(?) 맘이 놓이는 걸요.... ㅎㅎㅎ
매카시는 왠지 상대적으로(?) 의외. ㅋㅋ

다락방 2014-10-02 09:30   좋아요 0 | URL
소로우는 일전에 드림아웃님 서재에서 보고 한 번 읽어보자,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안읽게 되네요. ㅎㅎ 그 뒤로 읽은 책들에서도 종종 보였고 말이지요. 그러고보니 저는 도스트예프스키에게 열광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분명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지요. ㅎㅎ

매카시는 너무 좋아요, 드림아웃님. 최고에요 최고. 아 얘기하니까 읽고싶어지네요...ㅎㅎ

에르고숨 2014-10-0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마니아` 기능 정말 다락방 님을 고스란히 보여주네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멋진 사람 인증! 코맥 매카시까지 섭렵(?)하려 하신다니, 저도 동반자가 되려고요. <자살의 전설> 이후 데이비드 밴이 더 없으니 매카시로 돌아가고 싶어졌지 뭡니까. 희희-

다락방 2014-10-02 10:17   좋아요 0 | URL
전 지금 읽고 있는 책 다 읽어가므로 어떤 책을 고를까 망설이다가 에르고숨님 생각이 나 자살의 전설을 꺼내들었다가 뭔가 제대로 연애소설을 읽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 번 연애 소설을 꺼내 들었습니다. 국내 소설인데 이게 흡족하지 않으면 읽다말고 팔아치워버리겠다고 단호히 결심했어요. -_-

코맥 매카시는 소설의 고전을 쓰시는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완전 좋죠. [모두 다 예쁜 말들]진짜 너무 좋아요. [로드]도 좋았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좋았어요. 네, 이 세 권 읽어봤습니다. 두 권 더 준비해뒀고요. 기대되는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은 채로 가지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설레임인것 같아요. 헤헷. 매카시는 어떤 책을 읽으실건가요, 에르고숨님?

에르고숨 2014-10-03 00:22   좋아요 0 | URL
바보- <카운슬러>도 읽으셨으면서.ㅋ (시나리오라 제외...?) 맞아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고 아껴둔 든든함과 설렘! 완전 동감요. 저는 데이비드 밴이 영향을 푹 받았다는 <핏빛 자오선>이 매카시 중에 가장 궁금해졌어요. <모두 다 예쁜 말들>도 보관함에 들어 있고요. <자살의 전설>을 읽으면서 내가 매카시를 참 좋아하는구나, 새삼 알게 되었으니 묘하지요?

다락방 2014-10-05 11:08   좋아요 0 | URL
앗. [카운슬러]도 제가 읽었군요!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시나리오 제외가 아니라 까맣게 지웠습니다. ㅋㅋㅋㅋㅋ 핏빛 자오선도 제 책장 어딘가에 있을텐데...
오늘 아침엔 또 막 읽고 싶은 책이 머릿속에 여러권이 동시에 떠올라서 말이죠, 에르고숨님. 몸뚱아리가 여러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동시에 읽지 못하니 .. ㅠㅠ 이것도 저것도 다같이 동시에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몸이 여러개여야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흑흑.

 

아놔.. 책 표지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고 써있으면 우짜노... 내가 이걸 지하철에서 읽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노.... 이흉.... 그치만 뭐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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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못된 선택
    from 마지막 키스 2014-10-01 10:39 
    1/3 정도 읽은 시점에서 읽기를 멈췄다. 더이상 읽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시간이 아까우므로. 한 작가가 글을 발표해내고 그로 인해 상을 타고 또 독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취향의 일일 것이다. 이 작가를 좋아할 수도 있고 이런 책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다른 시간에 만났다면 좋아했을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 뭐,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 이 책은 내가 읽고자 했던 책도 아니며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책도 아니다. 나는 성인 남자
 
 
다락방 2014-09-3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중간에 살짝 훑어봤는데.. 이건 내가 생각한 그런 책이 아니다....아 멘붕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해한모리군 2014-09-3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책표지 같은걸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준 적이 있지 안았음까.. 다락방님도 몇개 가지고 있을거 같은데요?

다락방 2014-09-30 13:08   좋아요 0 | URL
북커버 말씀하시는 거죠? 저 그거 알라딘에서 받은 사은품으로는 없고 알라디너한테 받은 선물로는 있어요. 이게 근데 문제는 헐, 내용에 있었네요. 이거 로맨스가 아니라 에로물이었어요. 순정 에로물이 아니라 변태 에로물...지금 멘탈에 붕괴가.. Orz

무해한모리군 2014-09-30 13:14   좋아요 0 | URL
오.......... 에로물을 책으로 읽으면 더 야하겠는데요 ㅋㄷㅋㄷ 예전에 다락방님이 남녀가 부둥켜안고 있는 책표지로 또 이런 얘기를 했떤 기억이 희미하게 나는데~

책읽는여름 2014-09-3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태에로물이라구요? 푸하하....

다락방 2014-10-01 09:44   좋아요 0 | URL
심합니다.. ㅠㅠ

무스탕 2014-09-3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변태 에로물.. 로맨스 소설도 19금이면 찐한장면 종종 펼쳐지는데 변태 에로물을 지하철 안에서 어찌 감당하시려는지요. ㅎㅎㅎ

다락방 2014-10-01 09:4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요 무스탕님. 어제 지하철안에서 읽다가 와- 이거 누가 볼까 겁난다 싶더라고요. 이제 그만 읽으려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황상범 2015-06-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
구글에서 ˝알라딘 19 구독불가˝로 검색하니, 본 글이 나오네요.
어때요?
겉표지에 올누드의 그림만 그려져있지 않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을거예요. ㅎㅎ
물론, 내가 조금 창피하기는 하겠지만...
하여간...
더워지는 날씨에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알라딘 19 구독불가˝ 찾아가겠습니다. ㅎㅎ

다락방 2015-06-12 11:24   좋아요 0 | URL
이게 벌써 1년전의 글이네요. ㅋㅋㅋㅋ 이 책은 이미 읽다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보냈습니당 ㅋㅋㅋ
 

 














이 책을 읽으면서 출근중이었고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북플에 짧게 글을 올렸다. 시간은 아침 07:12었다. 




짧은글이고 리뷰가 아니었으므로 별에 체크를 하지 않고 올리려고 했더니 일단 무조건 별점 체크를 해야만 글이 올라간다. 그렇게 네 개에 체크해놓고 올리고나니 아뿔싸, 내가 [마이리뷰]로 올린 게 아닌가. 그러니 별점 체크를 하라는거지. 그래, 그럼 이걸 마이페이퍼로 옮기자, 고 생각해서 수정 버튼을 눌렀고 수정버튼을 누르면 내 서재와 마찬가지로 카테고리와 게시판이 좌르륵 뜬다. 나는 [마이페이퍼]-<서투른일상> 을 선택해 수정 버튼을 누른다.


수정 버튼을 누르고 확인한 결과 <서투른 일상>게시판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카테고리는 [마이 리뷰]로 떠있다. 당근 별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서재로 들어와 글을 삭제한다. 아침 7시12분에 올린 글은 이런거였다. 물론, 저 위에도 보이지만.



오잉. 이 책 생각보다 재미있네. 142쪽을 읽는 지금, 앞으로 그녀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순간의 생생한 현장을 담기 위해 나는 지하철 안에서의 독서 인증샷을 찍었다. 부러 앞쪽 자리 사람들의 발도 나오게 해서. 여기 지하철입니다, 지하철이라고요.






뭐 어차피 짧고 생생한 글은 물건너 갔으므로, 추가해서 글을 올리자면. 이 책은 한 여자의 내면을 다룬 책인데 의외로 뜨거운 연애 장면이 나온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장면이 한창 그런 장면인데,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여러가지 사건이 계기가 되겠지만 연애가 큰 몫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일 터. 사실 왜 그 내면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로부터 찾게 되는걸까 갸웃하게 되지만, 그녀가 남편이 있음에도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게 만드는 뜨거운 시선 앞에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은 정말이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안되는 걸 알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나 자신을 컨트럴 하려고 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그 감정. 그녀가 새로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자는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닌데-대화는 거의 없고 섹스만이라니, 음, 뭐 이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이 책이 위에 쓴대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여튼 더 재미있어서 즐겁다. 작가가 남자인데!! 남자 작가라서 섹스 잘하는 남자를 말없는 캐릭터로 설정했나... 어쨌든.



가을이라 그런지 한창 연애소설을 읽고 싶었던 나는 오, 요 책 제대로 걸렸다 싶었지만, 사실 내가 바랐던 건 이런 식이 아니었고 당연 둘 사이의 감정 싸움을 보고팠던 바, 어제 알라딘 이곳저것을 기웃대고 뒤져보다가 오, 이것 괜찮지 않을까 싶은 책을 찾아냈다.

















비밀의 '정원'이었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졌겠지만, 어쨌든 이 책은 비밀의 '낙원' 이므로-paradise 입니까?- 잔뜩 기대하게 만든다. 자, 책 소개를 보자.


[책소개]

제인 오스틴을 연구하는 미망인 루. 
남편과 사별한 지 얼마 안 된 그녀는 현실 도피를 위해 비밀에 싸인 리조트, 
파라다이스 홀을 찾는다.

조지 왕조 시대 전원 저택의 화려한 주말을 그대로 재현해 낸 황홀한 낙원, 파라다이스 홀
하지만 그곳의 숨겨진 진짜 모습은… 
모든 손님들이 서로 자유롭게 사랑을 나누고, 감춰 왔던 판타지를 이루는 장소!

무엇보다 루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바로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저널리스트 맥 ‘다아시’ 살라자르였다.
소설 속 주인공보다 더 섹시하고 더 거침없는, 
뻔뻔하면서 만족을 모르는, 
방탕한 상류층의 퇴폐적인 매력을 가진 남자.

그 남자로 인해 잊고 있던 그녀 안의 여성이 깨어나기 시작하는데…

2013 Booksellers’ Best Award Finalist
2013 Gold Quill Contest Erotic/Hot/Sexy Winner




그런데 왜 '그녀 안의 여성'이 깨어나기 위해서는 꼭 '그 남자'가 필요할까? 내 말은, 왜 남자를 만나야 내 안의 여성이 깨어나지? 안만나고 깨어나면 안되나? 그게 그렇게 불가능한건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하고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지만 일단 남성 캐릭터가 훨씬 더 살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애소설이라면 모름지기 그 안의 남자주인공을 내가 사랑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아직까지는 남주의 매력을 모르겠단 말이다. 여주를 매번 황홀경에 빠뜨리는 섹스를 선사하지만, 섹스만으로는 사랑할 수 없다. 나는 그보다는 그와 대화를 할 수 있기를 원한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같은 상황을 보고 어떤 것들을 느끼는지 하는 것들을. 여튼 이 《비밀의 낙원》의 줄거리도 다른 로맨스소설과 마찬가지로 뻔한 것 같아 흐음, 했는데 맨 밑에 뭔가 막 상을 탄 게 눈의 띄는거다. 게다가 이 작가도 특이해!!



[작가소개]


영국에서 태어난 재닛은 고고학자, 무대 관리자, 클래식 음악 방송 아나운서, 편집자 등의 다양한 직업을 거쳐 11년 전부터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로맨스 안에 유머를 적절히 집어넣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섹시한 히스토리컬 로맨스를 쓸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또한 그녀는 못 말리는 제인 오스틴 팬으로, 제인 오스틴 뱀파이어 시리즈 <Jane Austen: Blood Persuasion>, <Jane and the Damned>.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작가들이 모여서 만든 앤솔로지 작품 <Bespelling Jane Austen>, <Jane Austen Made Me Do It>에도 참여했다.



결정적으로 나는 작가소개를 읽고 이 책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는데, 고고학자이며 무대 관리자 아나운서, 편집자 등의 직업을 거친 작가, 제인 오스틴의 광팬인 작가가 써낸 로맨스 소설이 궁금해진거다. e-Book 으로 살까 하다가 종이책으로 선택했다. 여튼 이 책의 정가는 9,000원이며 지금 10% 할인해서 8,100원인데, 나는 이 책을 교보문고에서 사리라 결심했다. 교보에 아직 쓰지 않은 적립금이 있고, 한 권만 사는 것이며, 신한카드 사이트를 통해 교보에 접속하면 5%할인에 3% 적립인거다. 에헤라디여~ 이건 거기서 사자, 하고 교보에 들러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오, 배송료 2,500원을 포함해서 결제가 되는거다. 어? 이 책은 신간인데??? 7월달에 나온걸로 봤는데??? 알라딘은 만 원이상에 배송료를 안받지만 신간일 경우에는 만 원이 안되도 배송료 안받았던 것 같은데... 나는 교보에서의 결제를 멈추고 이 사실을 회사 동료 e 양과 이야기한다. 그러자 e 양은 '알라딘도 만원 이상 배송비 무료 아녜요?' 하는거다. 어? 내가 잘못알고 있었나? 신간은 시집 한 권도 무료 아녀??



그래서 나는 알라딘에서 결제를 진행해본다. 그리고 알게 된다. 알라딘은!!!



8,100원짜리 신간은 배송료 무료다!!!!!!!!!!!!!!!!!!!!!!!!!!



결국 알라딘으로 돌아와 결제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나는 책베개는 탐이 나지 않으므로 얼쑤, 지름신을 물리치며 단 한 권 결제하는데 성공했는데....저걸 성공하고 나서....발송했다는 문자를 받고 나서......알라딘을 통해 신형철의 신간 소식을 알게 된다. 쓰읍-


















이걸 한 권만 또 따로 사자니 참 거시기하고...조금만 결제를 미뤘어도 이 책을 포함해서 그냥  5만원어치 채울 수 있는데. 5만원어치 채우는 건 일도 아닌데...싶어 후회를 하다가 아니다, 돈도 없는데 책만 허구헌날 질러서 뭐하냐 아서라, 하는 마음이 되어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


여튼 오늘은 일이 많고...저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창비 세계문학 단편선인가, 여튼 그 책중의 한 권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사랑의 실험》이 그것인데, 나는 신형철을 매우 많이 좋아하지만 저 제목을 보는 순간, 아 .. 조금 더 참신하게 해주지, 하는 약간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하고 이 책은 표지 느낌이 비슷하다.. 야단치는 거 싫은데...


















그나저나 허구헌날 책 지르고 있는데 왜 아직 한창훈 신간은 못사고 있는가? 왜 자꾸 장바구니에서 빠지는가? 



아, 빼먹고 말을 안했는데 저 위에 《비밀의 낙원》은 본인 인증을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19세 미만 이용불가> 책이다. 움화화화화화화화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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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09-3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엔 연애소설이죠.
신형철 신간 찜!

다락방 2014-09-30 11:34   좋아요 0 | URL
신형철 신간은 저도 일단 찜! ㅎㅎ
가을엔 역시 두근두근 쿵쿵 해야하나 봐요.

오랜만에 휘모리님 페이퍼 읽으니 참 좋아요. 자주자주 글 좀 써주세요! 막 살아나는 것 같아요, 알라딘이. ㅎㅎ

단발머리 2014-09-3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뻔뻔하면서 만족을 모르는,
방탕한 상류층의 퇴폐적인 매력을 가진 남자.˝
이런 남자 좋아요. 하지만, 소설에서만요. 실제로 보면, 좀 부담될거 같아요. 상류층에 잘생기고,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하면, 부담은 100배로 늘어납니다.

2. 나는 이런 말투를 자주 쓰고 있어요.

신한카드 사이트를 통해 교보에 접속하면 5%할인에 3% 적립인거다. 에헤라디여~
돈도 없는데 책만 허구헌날 질러서 뭐하냐 아서라

3. 왜 다락방님은 책베개가 탐나지 않나요? 저리도 이쁜데요~~~ 전.... 탐욕의 화신이라, 에헤라디여~

다락방 2014-09-30 11:37   좋아요 0 | URL
퇴폐적인 매력이 좋기는 하지만 퇴폐적이면서 멍청하면 절대 매력이 될 수 없겠죠. 상류층에 잘생기고 똑똑하면 물론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뭐랄까, 상류층과 저는 아예 만날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교집합이 생기겠어요? 지들은 지들끼리 놀겠지... Orz

전 지금 알라딘에서 중고알림등록 문자가 와서 또 머리 쥐어뜯고 있어요. 우짜지...우짜지.......중고 하나만 주문하면 배송비 드니 당연히 새책도 사야되잖아...그럴거면 걍 오만원 채우지....이런 식으로다가.. ㅠㅠ

책베개 뭐 별로 베고 잘 것 같지도 않아서요. 저는 데코의 의미로 존재하는 건 욕심나지 않아요. 냄비받침도 냄비 받침으로서 예쁜거였는데 저 베개는 딱히 베고 자고 싶지가 않아요. 가지고 있어봤자 자리만 차지할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형 같은거 집에 하나도 없는 냉정하며 쿨싴한 녀자입니다,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4-09-30 12:23   좋아요 0 | URL
노명우씨가 연예인도 상류층이라고 했거든요.

다락방님이랑 현빈이랑, 나랑 김수현이랑 한 달에 한 번씩, 밥 같이 먹기로 했던거, 잊으신건 아니죠?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엉엉엉T.T

다락방 2014-09-30 12:47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단발머리님. 밥값은 현빈에게 내라고 할게요. 불끈!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최근에 자꾸 여행을 가게 된다. 다가오는 연휴에는 김제에 가기로 되어있고, 지난주말에는 여동생,조카와 함께 셋이서 제주를 다녀왔다. 동생을 보고난 후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게 제 엄마와의 시간을 오롯이 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고, 비행기를 태워주고 싶은 생각도 간절했다. 하늘을 난다는 사실에 아이가 얼마나 기뻐하고 흥분할까, 하며 내가 오히려 더 설레었더랬다. 그러나 아이는 비행기를 타기전에 얼른 타자 얼른 타자 졸라놓고는 막상 비행기를 타서는 심드렁했다. 창 밖의 구름이나 바다를 보라고 해도 심드렁한 채, 종이와 볼펜을 달라고 하고선 글자쓰기 놀이에 심취하더라. 아이가 비행기에서 좋아했던 건 '하늘을 난다'는 사실이 아니라, 다른 교통수단과는 달리 '책상'이 있다는 거였다. 돌아갈 때 비행기를 또 탄다고 했더니' 이모, 거기에도 책상 있어?'라는 게 아이의 첫물음이었다. 비행기 좋아, 책상 있어서...라니. 아, 나는 아이의 동심을 내 멋대로 또 생각하고 판단한건가. 하늘을 날아서 좋아하겠지, 라는 건 내 멋대로의 추측이었을 뿐, 사실 아이는 관심도 없었던 건가. 나는 으레 아이니까 이런거 신기하겠지, 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건가. 게다가 아이는 승무원이 어떤 음료를 드릴까요 묻고 거기에 음료를 달라 답하는 걸 좋아했다. 그 음료가 맛있어서라기 보다는 음료를 달라고 하면 준다는 사실에 크게 흥분한 것.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는 이미 한 번 해본터라 신나서는 아직 승무원이 우리 자리에 오지도 않았는데 크게 '보리차 주세요' 라고 몇 번이고 외쳐 승무원과 승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아이야, 우리 지금 구름 사이를 날고 있단 말이다!! Orz


더 많은 걸 경험하게 해주려던 나의 의욕은 너무 지나쳤던 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경험은 자신이 원할 때 해내는 것이 가장 좋은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이가 호텔에서 극도로 흥분한 것에 또 멘붕이 왔다. 좋은 호텔에 흥분하고 그걸 즐기고 싶어하는 건, 세속에 찌든 나같은 어른이어야 하는 거지 너처럼 순수한 아이여서는 안되는 거잖아????? 그러나 아이는 패밀리스위트룸에서 이 방 저 방을 뛰어다니고 침대 위에서 폴짝폴짝 뛰며 밤 열 시까지 흥분한 채로 왔다갔다했다. 호텔 로비에서는 춤까지 추더라. 여기로 이사오고 싶다고. 넌...내 생각처럼 순진하지 않은거니? 나는 또 고정관념에 휩싸인 거니? 난 아이에게 말을 타게 해줬는데, 말 얘기는 안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할머니와 제 아버지가 말탔어? 어땠어? 물어보는데 거기엔 큰 관심이 없고 집(호텔)이 좋다, 고만 얘기한다....내가 너의 동심을 내 멋대로 짐작한거니? 내가 너에게 순수를 '기대'한거니?? 



민속촌에서도 옛 집들이나 (작은)폭포, 꽃들을 보며 흥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얼른 나가서 볼펜으로 꾹꾹 누르는 거 다시 하자고 한다. 민속촌 입구에 안내가 있었는데 장착된 볼펜을 가지고 태극기를 누르면 한국어 서비스가 일본 국기를 누르면 일본어 서비스가 나오는 그걸 다시 하자는 거다. 들어가기에 앞서 그걸 가지고 놀았었는데, 아이에게는 민속촌 내부보다는 볼펜으로 무언가를 누르고 다른 말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더 좋았던 모양. 내가 감탄했던 것들 혹은 내가 좋았던 것들, 내가 일찍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나는 나도모르는 사이 이 아이에게 해주자, 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늦게까지 흥분한 아이을 재우고 여동생과 나는 내가 가져온 와인을 마셨다. 호텔에 들어오던 길에 사두었던 와인 안주 치즈가 냉동실에서 꽁꽁 얼어있는 걸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이거 누가 그랬어? 라니 아까 아이가 하나 꺼내먹고 냉장고에 다시 넣어둔거라는데, 그때 냉동실에 넣어둔거다. 아, 귀여워 ㅎㅎㅎㅎㅎ 와인과 맥주를 마시면서 실컷 이야기를 나누는 틈틈이 여동생은 자꾸 아이가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수시로 자는 아이의 이마며 몸을 짚어보았다. 혹 땀나게 자지는 않는지, 괜찮은건지.




텔레비젼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가 테마기행인가 뭔가 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됐다. 나름 와인 마니아라고 소문난 소유진-나는 몰랐는데 자기가 그러더라, 자기 와인 너무 좋아해서 공부도 했고 자기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다 안다고 -이 와인의 지역인 프랑스와 프로방스를 돌아다니며 와인을 시음하는 방송이었다. 저런 프로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어쨌든 소유진이 돌아다니며 와인의 장인들을 만나 와인을 맛보고 와인 농장을 방문하고 심지어 그 집에 초대받아 식사까지 하는 걸 보노라니 뭐랄까...음......저 여자는 되게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프로방스까지 날아가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장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와인을 맛보고 식사에 초대된다니, 그건 그녀가 '소유진' 이기에, 프로그램에서 불러냈기에 이루어진 일이 아닌가. 게다가 그녀는 일 년중 어느 며칠을 뚝 떼어내 이국으로 날아가는 일이 가능한 직종이다. 심지어 경제적 여유까지 있다. 또한 이미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기에 '와인을 좋아하며 와인을 공부한' 다른 사람들보다 그 프로에 채택될 확률이 높았다. 일전에 누구더라..한...한...어느 연예인이 구두 디자인 한다며 이탈리아에 간 프로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구두를 너무 좋아해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브랜드 론칭하기에 더 유리한 위치를 그녀는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이미 이름이 알려졌고,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시작했으니까. 그걸 딱히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만약 나였어도, 내가 가진 유리한 점을 어떻게든 발휘해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어쩐지 부조리하다는 느낌이다. 뭣 때문인지 정확히 콕- 짚어낼 순 없어도. 이건 어쩌면 어떤 식으로든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지 않은 '여기의 내'가 느낀 단순한 시기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소유진, 별로 전문가 같지 않던데;;)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맛폰을 꺼내 트윗을 확인했다. 지금 이순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장면이 트윗의 타임라인엔 떠있었다. 미디어몽구의 서북청년단 세월호 리본떼기-그들은 결국 실패했다- 영상도 올라와 있었다. 그것들을 리트윗하면서, 이제는 예전처럼 역사의 순간이나 장면을 왜곡하긴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나 조차도 세상의 어딘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실시간 확인하며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으니까. 내가 리트윗을 하고 앞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 들여다보았을 때, 아 2014년의 9월의 세상엔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증거가 될테니까. 출근이라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과정을 거치면서 실상 나는 역사의 한 귀퉁이에 놓여 있는거다. 트위터를 하고나서부터 트위터가 '좋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지만, 의미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SNS를 통해 이 세상 곳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부터 내 주변의 누군가가 무엇을 먹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 이건, 이것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 있겠구나. 어떤 일들은 특히나, 이런 식으로 전파되어 지는 것-퍼지고 혹은 틀리고 혹은 바로잡혀지는 모든 것들-이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의미는 있겠어.




마지막으로, 제주도 호텔의 조식에서 만난 오믈렛. 아웅...조카와 여동생과 함께 먹기 위해 두 개를 해달라고 했는데, 역시 내가 만드는 오믈렛과는 비쥬얼이 확연히 다른, 아름다운 오믈렛이다. 히잉 ㅠㅠ 나도 이렇게 만들어보고 싶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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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09-2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믈렛이 워낙 만들기 힘들다네요. 울 언니 조리과 시절 시험 과목에 오믈렛이 있었는데 계란 40판 연습하고 갔는데 프라이팬을 너무 큰걸 들고 가서 시험 망했다는 슬픈 사연이..;;;;

군에서 워낙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예전이랑 비슷하게 일어나는 건데 워낙 sns등이 발달해서 예전보다 많이 드러나서 그런 거라구요. 다행인데, 또 그런 정보를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사고 소식에 둔감해지는 경향도 있어요.

바다 사진 참 예쁘네요. 타미가 몇 년 지나서 이날의 여행을 어찌 기억할지 궁금해요. 그때 다락방님은 또 뭉클뭉클 몽글몽글 감탄할 겁니다.^^

다락방 2014-09-29 14:23   좋아요 0 | URL
음..프라이팬을 작은걸 선택하면 저도 오믈렛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그러고보니 호텔 요리사가 작은 프라이팬을 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조카에게 주기 위해 케첩을 가지고 왔지만 소금 뿌려 먹으면 맛있어요! 음..근데 전 오믈렛보다 스크램블 에그를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아..어려워..

잘못된 정보도 SNS로 빠르게 퍼지지만 또 같은 속도로 정정되기도 해요. 간혹 보고 싶지 않은 소식(혹은 말)을 보게 되는건 정말 싫긴하지만...쩝.....

오전의 조용한 바다라서 더 좋았어요. 그렇지만 타미가 이 순간을, 이 여행을 기억할지는 의문이에요. 저의 경우에 다섯살 때 일이 생각나지 않으니 말이죠. 어차피 잊혀질 거라면 굳이 무리해서 이 여행을 갈 필요는 없었던걸까..싶기도 하고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싶기도 하고...
마노아님, 아이랑 함께 하는 건 정말 힘들어요. ㅠㅠ

치니 2014-09-2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핫, 저희 하린군도 어려서 호텔을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거기서 살고 싶다고 하고 크면 꼭 이런 집에 산다고도 하고. 지금 생각하니 걔도 타미 나이 때부터 그랬던 거 같아요. 아이들 눈에도 깔끔하고 세련된 게 좋아보여서 그런가 봐요. 더구나 ㅎ 호텔이니! 그럴 만도 해요.

다락방 2014-09-29 14:25   좋아요 0 | URL
밑에 단발머리님 댁도 그렇고 치니님도 그렇고...아이들이 호텔을 좋아하는 게 보통 일어나는 일이군요! 저는 이 다섯살 밖에 안된 아이가 왜 이토록 좋은 호텔에 열광하는가...에서 당황스러웠거든요. 그건 어른들 몫인것 같은데. 순수한 아이들이라면 여기저기 돈냄새 묻어나는 호텔에 열광하진 않을텐데...라고 저는 생각했었어요. 이 모두가 순수한 아이들은 좋은 호텔에는 관심없다는 제 선입견이 작용한 탓인가 봐요. 제가 너무 제 식대로 생각한 것 같아요. 하린군도 그랬다니 어쩐지 안도하게 되네요. 그래, 다들 이러는거야, 하면서요. 어휴.. ㅎㅎ

단발머리 2014-09-2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미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픈 이모의 마음이 페이퍼 속속들이 느껴집니다.
저희 아이들도 제주도에서 제일 좋았던 게, 호텔 방이라고 하더라구요.
화장실이 넓다, 네 사람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해서요.
다행인가요, 저희 딸은 이제 눈치도 있어서, 제가 ˝와아... 저 구름 좀 봐~~˝ 하면 같이 ˝와아~~˝는 해줍니다.

여자들만의 여행, 너무 좋아요. 어떤 여자들이어도 좋겠지만,
나, 엄마, 이모, 이런 구성이라면~~~ 와, 타미가 부러워요~

다락방 2014-09-29 14:28   좋아요 0 | URL
침대가 두 개 있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네 집도 침대 두 개 거든요. 옷장도 좋대요. 아니, 옷장은 대체 어디에서 차이를 느낀건지...화장실도 이쪽 갔다 저쪽 갔다 하면서 흥분해요. 침대에선 방방 뛰고...구름과 푸른 하늘에 감탄하는 건....우리 어른들인걸까요? ㅠㅠ

목욕도 욕조 안에서 조카랑 같이 했는데 조카가 `이모 배 뚱뚱하다` 라고 해서 저 상처받았어요. ㅠㅠㅠㅠㅠ 너무나 천진하게 보이는대로 말하는 아이라니..그나마 배 라고 한 것에 위안을 받으려고요. 허벅지도 옆구리도 종아리도 팔도 다 뚱뚱한데...배만 얘기해줘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웽스북스 2014-09-2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이런 물건이 있어요 다락방님. 도구의 힘을 빌리는 건 부끄러운게 아니야 ㅋㅋ

http://milkteaholic.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751&cate_no=26&display_group=1&cafe_mkt=naver_ks&mkt_in=Y&ghost_mall_id=naver&ref=naver_open&NaPm=ct%3Di0nfoge0%7Cci%3Dd48d7c8f2ef08f2a5b9d3d8ee2ba518b0f4d3dfa%7Ctr%3Dslsl%7Csn%3D122259%7Chk%3D527deee31f2cef21389b9f310f12cb674404d13b

다락방 2014-09-29 15:31   좋아요 0 | URL
아니 이게 뭐에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런게 다있냐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데...나는 왜 이런거 이용하면 자존심에 상처 입을것 같죠?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4-09-29 15:34   좋아요 0 | URL
나야말로 이거 사서 오므라이스 만들어먹고 싶어요 아 배고파

웽스북스 2014-09-29 15:34   좋아요 0 | URL
아, 근데 오므라이스만 되고 오믈렛은 안되나?

다락방 2014-09-29 15:35   좋아요 0 | URL
오믈렛을 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어 뵈지만 뭐 그렇다고 안될것 같지도 않은데요? 밥을 안넣고 똑같이 하면 되지 않을까요?? ㅎㅎ

웽스북스 2014-09-29 15:36   좋아요 0 | URL
이런 것도 가능하대요. 좋은데?

http://blog.naver.com/onegainfo/140206429762

웽스북스 2014-09-29 15:37   좋아요 0 | URL
아 맞다. 나 집에 이거 있음

http://www.funshop.co.kr/goods/detail/14198?t=s

다락방 2014-09-29 15:39   좋아요 0 | URL
우앙 저 팬도 좋지만 웬디님네 집에 있다고 한 건 더 쉬워 보이는데요? 어쩐지 맛은 약간 떨어질 것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엔 진짜 신기한 게 많네요. 이건 바로 오믈렛이 만들기 쉽지 않다는 산 증거인 거에요, 그쵸? ㅎㅎ

웽스북스 2014-09-29 15:41   좋아요 0 | URL
응 촉촉한 맛이 좀 떨어져요. 그리고 나는 늘 재료를 많이 넣어서 망침 ㅠㅠ

blanca 2014-09-2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 완전 행복하겠다... 더불어 여동생도 다락방님 같은 언니가 있어서요. 딸도 동생 봐서 상처 많이 받았는데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 하고 가요.

다락방 2014-09-30 09:15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엄마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이모 삼촌까지 흠뻑 사랑해주고 있는데도 아이에겐 많이 부족한가봐요. 모두의 사랑이 둘째에게 쏟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갓난아이인 둘째에게 사람들이 더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이니 당연한걸지도 모르고요. 이번 기회로 아이가 엄마와 이모의 사랑을 흠뻑 느꼈으면 좋겠는데 그 1박 2일동안에도 제엄마에게 혼나 두 번이나 울었답니다. ㅠㅠㅠㅠㅠ 아이와 함께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블랑카님 ㅠㅠㅠㅠㅠ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존경합니다. 진심으로요!! ㅠㅠㅠㅠㅠ

moonnight 2014-09-2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조카아이들도 어디 놀러가면 호텔방을 아주 좋아하더라구요. 심지어 안 나가고 그냥 방에서 만화보고 있겠다고 조르기도^^;
오믈렛 맛있겠어요. +_+;;;;

다락방 2014-09-30 09:14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모두들 호텔을 좋아하는군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이들이 호텔을 좋아한다는. 정말 얼마나 흥분해서 뛰어다니는지, 쟤 진정 시켜야 되는거 아니야, 라고 여동생에게 말할 정도였다니깐요. ㅎㅎ
계속 웃고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좋긴 좋더라고요, 문나잇님. 흐흣.

그나저나 독서 리스트는 왜 업뎃을 멈추셨습니까? 얼른 써줘욧!

dreamout 2014-09-29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초에 큰 조카와 대학가에서, 단둘이 술 한잔 한적 있는데.. 역시 커서 뭔가 해 주는게 기억에 많이 남는구나.. 했어요.
초딩 전에 삼촌이 해줬던 모든 일들에 대해 깜깜. ㅋㅋ

다락방 2014-09-30 09:12   좋아요 0 | URL
아...그럼 다섯살의 제주도도 모두 잊혀지려나요.. ㅠㅠ
제가 너무 제 의욕만 앞세웠던 것 같아요. 물론 여동생이 완전 즐거워했으니 그걸로 족하지만...저도 조카들이 조금 더 큰 다음에 잘해줘야 할까요? ㅎㅎㅎㅎ
저는 나중에 조카랑 함께 술마시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는 제가 할머니가 되어있을것 같아 그게 참 싫어요. ㅠㅠ

네꼬 2014-10-0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와중에 나는 그래서 어느 호텔이었는지 알아내려고 집요하게 두 번 읽음. -_- 조카도 부럽고 다락님 동생도 부럽소!

다락방 2014-10-01 11:57   좋아요 0 | URL
그래서 알아냈습니까 네꼬님? ㅎㅎㅎㅎㅎ
ㅎㅂㅊ 호텔이었습니다!! ㅎㅎ
 
이게 대체 뭔말이여..
인생의 맛 - 몽테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
앙투안 콩파뇽 지음, 장소미 옮김 / 책세상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1. 저자 '앙투안 콩파뇽'의 이름은 어쩐지 칼로리 높은 요리의 이름 같아 정겹다.


2. 그의 모든 말들에 다 동의하진 않을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3. 짧은 분량으로 한 꼭지가 구성되어져있고 책 자체도 얇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지 않은 독서였다. 오타와 멍청한 문장들이 매끄러운 독서를 방해한 것은 물론이다.



아래 인용문의 「」부분은 수상록의 인용문을 발췌한 것.




마키아벨리즘은 국가의 안정을 최고선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 국익의 이름으로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어기고 살인하는 것을 허용한다. 몽테뉴는 이 논리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는 어떤 경우건 기만과 위선을 거부했으며, 관례를 무시한 채 있는 그대로의 꾸밈없는 모습을 드러내고 생각한 대로 말했다. 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가려진 길보다는 드러난 길을 선호하고, 솔직함과 올바름을 중시했다. 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며, 국익을 위해 결코 개인의 윤리를 희생하려고 하지 않았다. p.13-14

「나는 지나치게 강압적인 자와는 연을 끊는다. 실제로 나는 자신의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견을 낸 것을 후회하고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모욕으로 간주하는 어떤 자를 알고 있다.」 p.18

인디언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구대륙의 신성 불가침한 왕권을 이해하지 못했다.

「둘째로 그들은 우리 중에 온갖 편의를 차고 넘치게 누리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나머지 반쪽은 허기와 가난으로 비쩍 말라붙은 몸으로 다른 쪽의 문전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이 빈궁한 반쪽이 어떻게 이 지경의 부당함을 참아내고 있는지, 어떻게 나머지 다른 쪽의 멱살을 붙잡지 않고 그들의 집에 불을 놓지 않는지 괴이하게 여겼다.」p.28

몽테뉴는 《수상록》의 도입부부터 마지막까지 강조하게 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 즉 성실성을 곧바로 전면에 내세운다. 성실성은 그가 자신에게서 인정하는 유일한 덕목이며, 그가 보기엔 모든 인간관계를 성립시키는 핵심적이고 필요 불가결한 기본 요소다. 성실성foi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피데서fides에서 유래한 말로, 피데스에는 성실성뿐 아니라 신의, 즉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도 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모든 신뢰의 기초다. 믿음, 충실성, 신뢰, 그리고 비밀 고백,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상대와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 p.57

「이 두 가지 교제(사랑과 우정)는 우발적이고 타인 의존적이다. 하나는 드물어서 곤란하고, 다른 하나는 나이와 더불어 시들어버린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나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한다. 세 번째는 바로 책과의 친교인데, 이것이 가장 확실하고 우리와 가깝다. 앞의 두 가지가 가진 장점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책은 꾸준히 그리고 손쉽게 누릴 수 있다는 그것만의 장점이 있다.」p.116-117

「책은 나와 전 여정을 함께하며 어디서나 나를 돕는다. 나의 노화와 고독을 위로하고, 권태로운 무위의 짐을 덜어주고, 성가신 친구들을 언제라도 떼어내주고, 극단적이거나 치명적이지만 않다면 고통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해준다. 괴로운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책을 집어들기만 하면 된다. 책은 이내 나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고 고통을 덜어준다. 또한 내가 보다 실제적이고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다른 편익이 없을 때에만 찾더라도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언제나 똑같은 얼굴로 나를 맞아준다.」p.118

「우리는 죽을 것을 걱정하느라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살 것을 걱정하느라 제대로 죽지 못한다. 하나는 우리를 권태롭게 하고, 다른 하나는 우리를 두려움에 몰아넣는다. 우리가 준비하는 것은 죽음에 맞서는 것이 앙니다. 죽음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런 해악도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15분간의 고통에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치 않다.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는 죽음을 맞을 준비를 준비하는 것이다. (‥·)내 견해로는 죽음이 끝이긴 하나 그럼에도 목표는 아니다. 인생의 끝이요 극단이나, 목적은 아닌 것이다. 인생은 그 자체로 목적이고 목표여야 한다.」p.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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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9-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역시 당연히 요리이름일줄;; ㅋㅋㅋㅋㅋㅋㅋㅋ 수상록은 저도 인용문으로만 접했는데 꼭 읽어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4-09-29 14:33   좋아요 0 | URL
나도 조만간 질러야겠어요. 자기전에 조금씩 읽어보면 좋을듯. 근데 그렇게 읽으려고 산 책이 너무 많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Alicia 2014-09-2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관심가는데요? 근데 다락방님은 별 세개 주셨네요^^

다락방 2014-09-29 15:36   좋아요 0 | URL
바로 밑의 페이퍼를 보면 아시겠지만 매끄럽게 읽히질 않아서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