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종종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고 말하곤 한다. 주말만 해도 그렇다. 나는 토요일 저녁에 고요히 훈제오리를 구워 먹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찾아오겠다는 여동생 식구들 덕에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오리와 와인 대신 삼겹살이 찾아들었달까. 오리 대신 삼겹살인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러나 조카들이 찾아왔기 때문에 '고요한' 저녁은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동생과 조카들이 보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지만, 그 식구가 찾아들면 내가 바라는 고요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려... 아아, 역시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야..... 내가 혼자 살면 내가 계획한 대로 되겠지만 내가 혼자 사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예측불가한 것으로 바뀌고 또 바뀐다.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역시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난 예상하지 못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확 바뀌어 버리는 사람들이 나온다. 우리가 타인을 만나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 관계가 흘러가게 되는 것은 내 예상대로 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보다는 아, 이럴 줄은 몰랐는데, 하게되는 경우가 더 빈번하지. 사랑에 빠지는 것도 그렇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것도 그렇다.



외교관인 '저스틴(랄프 파인즈)'은 다른 사람을 대신해 강연하러 간 자리에서 인권운동가 '테사'(레이첼 와이즈)를 만나게 된다. 지루한 강연이 끝나고 테사가 질문을 퍼부은 것. 저스틴은 거기에 모두 대답하지 못했고 테사는 질문과 비난을 이어간다. 강연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테사에게 그만하라고 하지만, 테사는 외교관과 정부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결국 모두가 떠난 자리에 저스틴과 테사, 둘만 남게 된다.


테사는 자신이 무례했다며 사과하고 둘은 그렇게 차를 한 잔 마시기로 하는데,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저스틴은 케냐로 발령받게 되는데 이에 테사는 자신도 데려가라고 한다. 정부이든 아내든 뭐든, 어떤 자격으로도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둘은 결혼해서 함께 케냐에 가고 공적인 자리에 함께 가기도 하지만, 저스틴은 테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테사는 그곳에서 영국의 큰 제약회사와 영국 정부가 케냐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약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열약한 환경에 놓인 케냐 사람들은 먹을 음식도 충분하지 못하고 당연히 병에 대한 치료약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신약실험에 동의한다는 조건에 서명해야 한다. 그렇게 아프리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앓고 있는 병으로부터 치료받기 위해서라도 신약 실험에 이용된다.

그런데 이 신약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갖고 있었다. 이 부작용 때문에 사람들이 사망했으나, 그러나 아무도 이 시신을 제대로 처리해 주지도 않고 그들의 사망 원인도 알려지지 않는다. 그저 이름없이 죽어갔을 뿐. 사후에 그들에 관한 기록은 남겨지지 않는 거다. 이 과정에서 테사가 알게 되고 그래서 제약회사와 정부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게된다. 테사는 정부에 계속해서 재차 얘기한다. 부작용이 있으니 실험을 중지하고 새 약을 만들라고. 제약회사는 이 결핵에 대한 신약이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판매만 시작하면 큰 돈을 쓸어담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새 약을 만들라는 인권운동가의 경고가 달갑지 않다. 부작용에 대한 걸 해결하고 새로운 약을 만드는 과정은 2년 정도가 소요될텐데 그 2년을 더 투자할 수가 없는 거다. 이미 들어간 비용도 상당한데다, 그 2년동안 경쟁사에서 더 좋은 치료약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부작용으로 사람들이 사망할 수도 있는 약을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제약회사와 정부는 판매하려고 하는 거다.


이 과정을 추적하고 진실을 알게된 테사는 그래서, 살해당한다. 그녀는 살해당하고, 그녀와 함께 그 과정을 추적하던 케냐의 흑인 의사는 린치당한다. 그 장면이 얼마나 처참한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저스틴은 취미와 특기가 식물가꾸기인 다정하고 조용한 남자였다. 아내는 혁명전사 같았고 뜨거웠지만, 저스틴은 실내에서 화분에 물을 주는게 가장 큰 기쁨인 사람이었던 거다. 그런 저스틴은 아내를 잃고 힘들어하다가 아내가 살해당했고 거기에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추적한다. 추적하는 과정에서 살해 협박을 당하면서 저스틴은 자신이 진실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제약회사와 정부의 추악한 관계를 폭로할 방법을 찾아낸다.




이 영화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래서 DVD 를 사둔지 꽤 되었지만 보지 않고 얌전히 꽂혀만 있었다. 그런 참에 며칠 전에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다가 이 영화가 생각나는 거다. 책에서는 남자에게 생기는 질병들에 대해 연구하고 그 질병의 대표적 증상들이 교과서에 실리는 걸 언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약의 임상시험도 남성들에게만 행해지는 것까지. 그렇게 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낸 약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증상의 발현부터가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남성들의 것과 달랐는데, 여성의 것은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비전형적인' 증상이라 처음부터 제대로된 진단을 받기도 어려웠다. 어쨌든 약은 남성들 위주로 만들어졌고, 여성들에게 그 약은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러나 임상시험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여성 호르몬 치료법에 대한 것도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에 여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




남성만을 기본값으로 설정한 연구는 모순에 빠지기도 했다. 1960년대 초에 ‘에스트로겐 농도가 낮아지는 폐경기가 오기 전까지는 여성이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관찰한 연구자들이 여성 호르몬 치료법이 심장질환에 효과적인 예방법인지를 연구했는데, 연구에는 남성 8,341명과 여성 0명이 참여했다. (의사들은 폐경 후 여성에게 에스트로겐을 무더기로 처방해서 1970년대 중반에는 여성의 1/3이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도 여성을 대상으로 호르몬 치료의 임상연구를 최초로 실시한 것은 1991년 이후였다.)-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P45




위의 부분을 읽다가 케이스가 다르긴 하지만, 신약 실험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을 '이용'했던 백인들이 생각났던 거다. 그래서 자연스레 오래전부터 보려고 별렀던 영화를 보게된 셈이다.

케냐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어떤 처지인지.

그들은 아프리카는 이미 없는 사람들 취급을 당한다고, 영화 속에서 말한다. 백인들은 흑인들을 무시한다.


마침 오늘 시작한 《흑인 페미니즘 사상》에서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흑인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차별을 당하는지부터 언급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백인들과 함께 살면서 인종분리정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나뉘어있고, 게다가 허락된 직업 자체가 정해져있는데, 그 안에서 분투하는 여성들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백인들과 섞여 사는 사회에서 그토록이나 차별을 당한다면, 그렇다면 백인들과 함께 살지 않는 곳에서는 상황이 더 나아야 하는게 아닐까. 같은 인종만 있다면 더 나아야 하지 않나, 라는 의문을 당연히 가질 수 있는데,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흑인들만 살고 있는 곳에 백인들이 침투하니까. 선진국의 백인들은 그들이 가진 풍부한 물적자본을 가지고 들어온 이방인이면서, 그러나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한다.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는 네이버 굿다운로드 '대여 1,200원'으로 감상할 수 있다. 참고하시길.




자, 그러면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 청결, 에 대한 얘기다.

청결.

청결이란 무엇인가.

깔끔함이란 무엇인가.

깨끗함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저마다 청결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그것은 오직 각자의 몫이라서 타인의 눈으로 보기엔 이상한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자기 손은 비누로 삭삭 닦으면서 컵을 씻을 때는 그냥 물 틀고 휙 한번 휘두르고 끝나는 사람을 직접 눈으로 보았을 때 내가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컵은 그렇게 닦으면 안된다고, 입이 닿는 부분을 수세미로 박박 닦아주라고 얘기했지만, 알았다고 대답만할뿐 전혀 달라지지도, 달라질 생각도 없는 사람을, 나는 보았다. 너무 대충격이었어.

아무튼 청결.


그러니까 영화속에서 저스틴과 테사가 처음 만나고 격렬하게 싸우고 차를 한잔 마시기로 하면서 그들은 테사의 집으로 향한다. 아니, 까페에서 마시면 되지 집으로는 대체 왜 데려가. 영화는 2005년 개봉한 영화인데, 그 당시에는 처음 본 남자를 집으로 데려가는게 괜찮은건가..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이런 식의 행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테사와 저스틴은 그 날 처음 만나서 어쨌든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차를 한 잔 같이 마시기로하고, 그렇게 테사의 집에 가게 되는데, 그러고나서는 섹스로 이어진다.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만나서 서로에게 호감을 품게 되고 만난 바로 그 날 섹스를 하게 된다는 것은, 그들이 아침에 눈을 떠 각자의 일터로 가면서 상상하거나 기대했던 일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일어날 수 있다. 아무렴. 첫 눈에 반할 수도 있고, 또 욕망을 가질 수도 있고, 서로의 욕망이 일치해 섹스를 할 수도 있지. 그런데, 일을 하러 나왔을 때 테사는 가디건에 치마를 입고 있었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 말이다. 그 상태로 일터에서 만난 저스틴과 함께 테사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그 때 그 차림 그대로, 장면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갔으니 손은 씻었겠지? 아무튼 그차림 그대로 섹스를 하게 되는거다. 섹스라는 게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렇게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니까 놀랄 것은 아니지만, 내가 경악했던 것은, 아아, 테사여...저스틴이여... 그러니까, 저스틴이 테사의 부츠를 벗겨주는 거다. 무릎까지 오는 부츠. 지퍼가 있는 부츠. 그 지퍼를 내리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벗겨냈단 말이야.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너무 싫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에 집에서 나서면서 신었던 신발을 저녁에 집에 돌아와 벗는데, 그게 섹스바로 직전이라니. 부츠 안에 갇혀있던 발...을 나는 남자에게 보이고 남자는 그런 내 발을 만지고.... 냄새 어쩌나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냄새가 많이 나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안나지는 않을텐데, 일단 지금 우리 둘이 섹스를 하기에 앞서 바로 직전에 내 신발을 네가 벗겼다 하는 것은, 내가 발을 씻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잖아. 아 세상 불결하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 물론 청결에 대한 각자의 기준이겠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밖에 있다 들어와서 손도 안씻은 사람이 내 맨 살을 만지는 게 진짜 지독하게 싫다. 가서 손씻고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딜 만져 진짜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런데 씻지 않은 발을... 만지잖아. 만지기만 해? 그 발은 남자의 온 몸 곳곳에 닿을텐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싫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씻고 합시다 진짜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현기증난다. 너무 ㅠㅠ

그러니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미래는 예측불허니까 오늘 갑분섹스가 있을 수 있지. 오케이. 아이 가릿. 그렇지만..발은 씻고 와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둘다 참았는지도 모르겠다. 왜, 미셸 파이퍼와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어느 멋진 날]을 보면 둘이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키스를 하고 그래서 섹스로 이어질 때쯤 미셸 파이퍼가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욕실로 가서는 씻을 데는 좀 씻고 매무새를 정돈하고 그런 후에 나와서 남자 앞으로 다시 간단 말이야? 그런데 남자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뭐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긴 부츠를 신은 발을 남자와 여자는 모두에게 허락했는지도 모르겠다.

난...글쎄 ..... 아무튼....좀 그렇다.

이건 각자의 기준 문제일 것이다.

그런 냄새를 참아가며 섹스를 선택할지, 그런 발로는 섹스하기 싫은지. 이건 각자의 몫이겠지. 그렇지만 이것도 둘이 좀 맞아야지, 나는 발냄새 섹스 못견디는데 상대는 분위기 깰까봐 그냥 고고씽 하자고 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암흑이여...미래 오브 다크니스.....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며칠 전에 <나 혼자 산다> 송승헌의 제주살이 편을 잠깐 보게 됐다. 역시 정말 잘생겼지만, 너무 잘생겼지만 매력 없는 놈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는데, 송승헌이 자신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한거다. 그래서 친구들이 오기 전에 자기가 차려낼 음식들을 준비하는데, 그가 하려고한 요리는 '돼지고기김치찌개'였고...나는 보았네, 송승헌이 한 손으로, 그러니까 맨 손으로 고기를 잡고 가위로 슥슥 고기를 잘라 냄비에 넣는 것을. 그 손으로 그대로 또 김치도 잡아서 가위로 슥슥.... 내가 여기서 잠깐 뭐랄까...약간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거든? 그런데 다음은 더 놀랐다. 아니, 그러니까 마트에서 회를 사온거다. 그리고 자기가 잡아서 내놓은 것처럼 하려고 포장된 용기에서 꺼내 접시에 담는데, 아아, 그것을 맨손으로 담는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너무 기절했습니다. 그런데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아무도 그걸 지적을 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손님에게 접대할 회를 맨손으로 옮겼다니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거 보면서 생각했다. 역시 잘생긴 거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아무리 잘생겨도 저렇게 행동하면 나는 매력을 1도 느낄 수가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힘들다....... 싫어......회를...... 맨손으로 옮겼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남자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 나 하나 싫어한다고 그의 인생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킁킁.





나는 손잡는 걸 너무 좋아한다. 손은 내게 아주 중요한 신체 부위다.

이십대 시절 여러명의 여자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남자친구와 하는 스킨쉽중에 가장 좋은게 무언지 각자 묻고 대답했던 적이 있다. 다들 19금 얘기를 하는데 나는 '손잡는 거'라고 얘기했다. 친구들이 모두 놀라며 19금 행동들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그걸 했는데도 손잡는게 가장 좋다고?' 라고 몇번이나 되물었다. 끝까지 믿을 수 없어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손잡는 게 제일 좋다.


손잡는 건 그 관계의 가장 시작임과 동시에 끝 또한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의 경우는 섹스는 사랑 없이도 할 수 있지만, 손 잡는 건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손도 어떤 경우 사랑 없이 잡을 수 있기는 하지만, 잡을 때의 감정이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사귀면서도 손 잡기가 싫었던 남자들이 분명히 있었고, 손 잡은걸 누가 볼까봐 신경쓰였던 적도 마찬가지로, 있다. 섹스한 남자랑 손잡기 싫은 게 뭔지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한편 손잡았던 게 너무 좋았던 적도 있다. 심장이 바깥으로 나오진 않을까 두려울 정도로. 그런 사람들과는 손잡고 있었던 그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되고 또 떠올리게 된다. 그 사람과 손잡고 걷는 나를 좀 누가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옆의 이사람 좀 봐줘,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좀 봐줘.

그래서 나는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들과 손잡았던 기억을 종종 떠올린다. 내가 자주 생각하는 것은 손잡는 행위다.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 중에 많은 비율도 역시 손잡는 게 차지한다. 손잡고 걸었으면 좋겠다, 손잡고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것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하고 가장 하고 싶은 건 손잡는 것이니까. 이렇게 손 잡는 행위를 떠올리고 상상하는 건, 비단 연인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나는 조카에 대해서도 그렇다. 조카들의 그 작은 손을 잡고 걸었던 순간들을 많이 떠올리고 또 앞으로 그럴 것에 대해서도 떠올린다. 아주 많이, 아, 조카 손 잡고 싶다, 같은 걸 정말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주말에 조카들이 왔다!

조카들과 일요일 아침 일찍 동네 허브공원엘 갔다. 아이들이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바깥에 나가 놀지도 못하니, 이번에 야외 공원에서 뛰어 놀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우리 엄마와 나, 그리고 조카1 조카2가 허브공원으로 향했는데, 일찍부터 산책 나온 어른들이 몇 분 계시긴 했지만 가는 길도 사람이 없었고 도착해서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놀았다. 우리가 준비해간 수박과 참외를 먹다가 뛰다가, 그렇게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 나는 손수건으로 아이들의 이마와 목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그렇게 공원에서 허브향 맡으며 뛰던 조카들과 나는 다시 손을 잡고 이번엔 일자산으로 향했다. 그간 관심있게 보지 못했는데 아이들을 위한 공원이 작게 있었고 그곳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카들은 거기에서 또 신나게 뛰어놀았다. 산으로 들어가서는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고 했지만, 야호~ 하고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정상까지 간 건 아니지만 우리는 산을 제법 오래 걸었다. 아이들은 중간에 철봉에 올라타서 나무늘보가 되어보기도 하고 움막집에 들어가보기도 했다. 그렇게 걷는 내내 조카들은 나와 손을 잡았다. 조카1이 잡고 걷다가 조카2가 잡고 걷다가 했는데, 그렇게 손을 잡고 걸으면서 '애네들하고 손잡고 걷고 싶었는데 지금 그러고 있네' 하면서 가슴속 가득 만족감이 차올랐다. 이런 게 바로 충족일 것이었다.



예상외로 우리는 많이 걸었고 그래서 힘들었다. 조카들이 온 토요일 오후에 <나 혼자 산다>재방송에서는 손담비가 자기 어머님과 함께 길동 복조리시장을 찾는 장면이 나왔다. 조카들은 흥분했다. 우리집에 오면 가는 시장이 바로 거기였다. 게다가 손담비 모녀는 그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게 아닌가. 일요일, 조카들과 신나게 산책을 하고 뻐근해진 다리도 쉴겸, 또 배도 채울겸, 우리는 손담비가 갔던 떡볶이집을 찾아 갔다. 떡볶이와 순대, 어묵을 시켜서 차려두고는 조카들과 함께 먹었다. 배고프고 힘들었던 조카들은 떡볶이도 매울텐데 잘 먹었고 순대도 잘 먹었다. 어묵도 잘 먹었어! 엄마와 나는 먹다가 몇 번이나 조카들이 잘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고, 다 먹은 뒤에 조카들은 '정말 잘먹었다'고 했다. 조카들이 제 집으로 돌아갔고, 여동생은 조카2에게 '주말 동안 뭐가 제일 좋았어?' 라고 물으니, '다같이 힘들게 걷고 떡볶이 함께 먹는 순간 행복했어. 그런 거 좋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조카들과 내가 손을 잡고 걸었다. 정말이지 완벽한 순간이었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너무 고단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이 간 다음에 청소를 하고나서 씻고 뻗어버렸다. 주말 내내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시작하고 진도 좀 나가야겠다 생각했지만, 크-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는 않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쁘지는 않다. 책은 또 오늘부터 부지런히 읽으면 되니까. 조카랑 손잡고 걸었던 순간을 아마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조카들을 만나고나면 내가 사랑을 줘서 너무 행복하지만 또 사랑을 받아서 행복하기도 하다. 가슴 가득 뭔가 채워지는 그 느낌이 있어. 여동생은 조카들이 우리집에 왔다가고 나면 '사랑받고 왔다'고 하는데, 나 역시 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내 손을 꼭 잡고 걷는 순간들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워줬다. 정말이지, 더 좋은 이모가 되어야지. 더 사랑을 주는 이모가 되어야지. 히히. 아이들하고 손 잡는 거 진짜 좋아 짱 좋아!! >.<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는 사람,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물론, 나는 이미 그러한 사람이지만.

:)




(매슬로는)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관계를 맺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하게 되고 성적 만족도도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성관계는 예전보다 더 나아졌으며 항상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밝혀지는 매우 평범한 보고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이 되고 스스로에게 진실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고,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더 완벽하게 식별할 수 있고, 자신의 경계를 더 많이 초월하며,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 《여성성의 신화》, 베티 프리단,  P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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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5-1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요히 훈제오리를... 에서 크크 한 사람! 따따 따따따! 🖐🖐 🖐🖐🖐

다락방 2020-05-18 11:22   좋아요 0 | URL
고요히 훈제오리를 먹는 계획은 다음주로 어쩔 수 없이 미뤄야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슬비 2020-05-1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향이 나고, 관심없는 사람에게 냄새가 나는것 같아요.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들도 그래요. 저는 카푸와 은비가 목욕오래동안 안했을때 꼬순내가 너무 좋아서 털에 코를 박고 좋아라하는데... 가족들이 자꾸 목욕시키라고 성화라서 어쩔수 없이 시켜요... 절대 절대 목욕시키는것이 힘들어서가 아니여요.

다락방 2020-05-19 07:32   좋아요 0 | URL
회사 직원이 퇴근하고 애인 만나러 가면 자기 정수리 냄새가 그렇게 신경쓰였대요. 그런데 애인은 ‘열심히 일하다 온 증거 아니냐, 나는 니 정수리 냄새 좋다‘고 했다더라고요. 전... 이런 정서에 공감은 안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사랑하니까 더 확장 범위가 넓어지고 견디는 것도 더 많아지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냄새가 향기가 되진 않더라고요. 냄새는 냄새고 향기는 향기... 저는 남자들 땀냄새도 그게 누구든 싫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향기나는 사람이 좋아요. 여자든 남자든. 정말 향기요. 사랑한다고 냄새가 향기가 되진 않더라고요? 냉정한 인간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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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은 그 자리에 남자들이 더 많기 때문에, 라는 결론이 나온다. 남성 의사들과 연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관심 분야를 연구한다. 그러니 남성들에게 흔한 질병을 연구하고 거기에 따른 약을 만들어내고 또 교과서에 싣는다. 생리적으로 남자와 다른 여자는 그렇게 교과서에 실린 증상과는 다른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질병으로 진료되지 못하고, 설사 병명이 나오더라도 그 약이 여성에게 맞지 않을 확률도 높다. 여성에게 임상시험한 약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들이 호소하는 많은 고통, 통증을 의사들은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라며 환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그렇게 집으로 돌려보내진 여자들은 다른 의사를, 또 다른 의사를, 또 다른 의사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돌려보내진 환자들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이십년까지 자신의 병에 대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드디어 자신이 앓던 고통에 대한 병명이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이에 여성들은 '나처럼 돌려보내지고 병명을 진단받지 못한 채 이 병으로 고생하는 여자들이 또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른 곳에 있는 여성 환자들과 연대하며 단체를 만든다. 그 단체들이 활동하고 연구 기금을 끌어 모으고 그렇게 그 병은 '여성들이 앓는 히스테리'에서 하나의 병명을 갖춘 채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활동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그러나 저자는 끊임없이 재차 강조한다. 그 일은 의료계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러니 여성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여성들의 통증들이 히스테리라고 진단 내려지는 것은 명백히 의사들의 오진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게다가 여성들은 아프지 않으면서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척을 한다는, 말도 안되는 편견을 그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런 생각을 하게되면 자신을 찾아온 이 여성환자 역시도 그런 시선으로 보게 된다. 자신이 아는 증상이 아니기 때문이 이 여자는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이군, 하게 된다는 것. 그렇게 여자들은 고통을 당하다가 제대로된 약을 써보지도 못하고 죽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울증이나 정신과쪽 약을 처방받는 여성환자들 중의 일부는, 아마도 정말 어떤 신체적인 질병을 갖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됐다. 의사들이 그동안 보았던 교과서에 없던 증상이라 단순히 '머릿속 증상'이라고 오해하는 게 아닐까. 이 책에서 가장 처음 언급되는 심장질환도 여성에게 더 많이 일어나지만, 그러나 '비전형적'이기 때문에 심장질환으로 진단받기까지 무척 오래 걸린다는 사례가 나오는거다. 심지어 진단 받지 못하기도 하고. 왜 여성의 증상은 교과서에 나오는 증상과 다를까? 왜 여성의 증상은 의사들에게 익숙하지 않을까. 왜 '비전형적'일까. 그것은 환자의 기준이 남성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든데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이 가짜라고 말한다. 내가 아프다는데 왜 날더러 가짜라고 하는거야. 가짜라고 말하는 의사들 때문에 여자들이 죽었다. 여자들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참 다양한 방식으로 죽는구나.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으로만 죽는게 아니라, 비전형적인 증상을 나타내서 제대로 된 진단도 받지 못한채, 자신이 앓는 병이 어떤 건지도 모르는 채로 죽어가기도 해. 


이 책은 당연히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읽어봐야겠지만, 보통의 여자들도 읽어보기를 바란다. 어쩌면 내가 앓고 있는 병이 의사가 말한 우울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환자의 입장에서 다른 환자들과 연대하며 자신이 앓고 있는 고통을 알리고 이것이 병이라는 걸 인정받는 길은 힘들고 고되다. 의사나 박사라면 어떤 질병에 대해 밝혀내고 연구하기가 환자들보다 수월한것은 너무 당연할 터. 역시 제약회사를 포함한 의료계에도 더 많은 여자들이 자리잡아야 할 것 같다.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의사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여성혐오가 우선 사라져야 하지만, 교과서의 내용도 달라져야 할테니까. 애초에 공부할 때부터 기준은 여성환자도, 남성환자도 모두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하아. 너무 빡쳐서 글을 잘 못쓰겠다. 이만 쓴다 ㅠㅠ




"나는 인터넷을 찾아 헤매면서 스스로 진단을 내렸고,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의사를 만났으며, 인터넷으로 다른 환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자주 댄스 수업 같은 곳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먼저 진단받은 후, 인터넷 환자단체에서 추천받은 의사를 찾은 환자들을 만난다. 인터넷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처음 발견한 이후 이십 년 넘게, 혹은 시작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150년으로도 볼 수 있는 시간 동안 극심한 고통을 일으키는 흔한 질병이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환자가 진단부터 주치의 교육, 질병을 밝혀내고 치료하는 데 필요한 과학연구 지원금 모금까지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했다. 환자는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p.393-394)


지식의 간극과 신뢰의 간극이 상호작용하면서 고치기 어려운 수준까지 고착되었다. 여성에게 더 많이 생기는 질병과 증상, 그리고 여성의 몸에 대해 의사가 단순히 잘 모르기 때문에 여성 환자가 질병을 호소해도 무시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사에게 여성 환자는 신뢰할 수 없다는 무의식적인 선입견이 있어서 여성의 증상을 무시하는 걸까? 지식의 부재일까, 신뢰의 부재일까? 내 생각에는 양쪽 모두다. 지식의 간극과 신뢰의 간극은 이 지점에서 너무나 긴밀하게 얽혀 있어서 동전의 양면이나 다름없다. 의학은 여성의 몸이나 건강 문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여성의 질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성의 질병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의학은 여성의 몸이나 건강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 P28

남성만을 기본값으로 설정한 연구는 모순에 빠지기도 했다. 1960년대 초에 ‘에스트로겐 농도가 낮아지는 폐경기가 오기 전까지는 여성이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관찰한 연구자들이 여성 호르몬 치료법이 심장질환에 효과적인 예방법인지를 연구했는데, 연구에는 남성 8,341명과 여성 0명이 참여했다. (의사들은 폐경 후 여성에게 에스트로겐을 무더기로 처방해서 1970년대 중반에는 여성의 1/3이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도 여성을 대상으로 호르몬 치료의 임상연구를 최초로 실시한 것은 1991년 이후였다.)- P45

여성건강운동 활동가들은 더 나은 신약 규제와 정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사전 동의하는 것을 연구 대상자의 권리로 요구하는 청원을 했다. 여성에게 잠재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한 임상시험에, 여성이 스스로 위험을 가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여성의 ‘행위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정책은 가상의 태아에게 미칠 이론적인 상해를 논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 태도는 환자 개개인을 가르치려 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여성 전체가 안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탈리도마이드와 디에틸스틸베스트롤의 대참사는 1977년 식품의약국이 발표한 금지 조항의 기폭제가 되었고, 가임기 여성 전체를 연구 대상자로 꺼리는 상황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사건 모두 가임기 여성 전체가 아닌 임신부만 금지했더라도 막을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이런 약을 대중에게 판매하기 전에 충분히 연구하지 않았으며, 위험도에 대한 증거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 P52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에게만 임상시험을 하고서 약을 여성에게 판매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논의의 중심이 보호주의 쪽으로 기우는 현상을 신약 임상시험에서는 여성의 과소 대표성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다른 생의학 연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심장질환은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이기도 한데, 심장질환의 위험 요소에 대한 미스터피트(다중위험요소조정실험) 연구에서 여성이 배제된 이유를 보호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다. 또 노인 인구의 2/3에 해당하는 여성이 왜 ‘인간의 정상적인 노화 현상‘연구에서 배제되었는지도 해명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는 이에 대한 해답을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연구자의 해명에 따르면 연구소에 여성 샤워실이 없어서 남성만 연구 대상으로 뽑았다고 한다.)- P52

여성에게 주로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 연구 의제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고치기는 쉽지 않다. 여성 건강운동 활동가들은 역구 계획을 제안하고, 연구 자금을 지원하고, 연구 결과를 출판하는 사람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자연히 남성의 관점과 관심사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립보건원에 있던 소수의 부인과 의사 중에 한 명이었던 플로렌스 하셀틴Florence Haseltine박사는 로런스와 와인하우스에게 "나는 이 현상이 악의적이거나 고의적인 결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사들에게 각자 관심 주제에 대해 연구하라고 하면, 50대이고, 남성인 의사라면 모두 심장질환을 연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의학 연구에서 연구자가 ‘관심 있는 주제‘는 연구자 자신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이기 마련이다. - P54

1990년에 슈뢰더 대변인이 "사람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에 자금을 쓴다. 남성이 대다수인 연구 집단은 유방암보다는 전립선암을 더 걱정하기 마련이다."라고 언급했듯이 말이다.- P55

당시 성·젠더의 차이를 그저 ‘일상적인 관행‘으로 무시하거나 하찮게 여기고 승인받아 시장에 나온 약은 수없이 많다. 여성건강연구 사무국장 클레이턴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사례는 비단 엠비엔Ambien(졸피뎀의 상표명-편집자)뿐만이 아니다.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수많은 약이 성·젠더의 차이를 보이며, 그중에는 잘 알려진 것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다."라고 밝혔다. 수많은 약이 여성을 대상으로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거나, 여성을 대상으로 했더라도 차이점을 드러낸 증거가 무시됐다. 그러니 남성과 비교할 때 여성의 50~70%가 약의 부작용을 더 많이 겪는 것도 당연하다.- P71

19세기 말에는 또 다른 새 전공이 히스테리와 신경장애 치료법에서 부인과와 경쟁했다. 바로 신경과다. 초기 미국 신경과 전문의들은 부인과 치료법을 무시하면서 전기요법, 비소나 아편 등의 약물, 실라스 위어 미첼Silas Wier Mitchell 박사의 악명 높은 ‘휴식 요법‘등을 실험했다. 미첼 박사의 환자로 치료에 불만을 품었던 작가 샬럿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은 자신의 유명한 단편 소설 <누런 벽지(The Yellow Wallpaper)>에서 미첼 박사의 휴식 요법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환자는 몇 주 동안 어두운 조명이 켜진 방 침대에 누워 의사와 간호사만 만날 수 있고, 살찌는 음식을 먹는 일과 편지를 받는 일 외에 독서나 글쓰기 등 다른 활동은 금지당한다. 이 치료법은 너무나 ‘쓰디쓴 약‘이라 미첼 박사가 환자에게 치료가 끝나고 병이 나았다고 말했을 때, 환자는 미첼 박사의 말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 P100

오랫동안 비평가들은 히스테리든, 신체화든, 스트레스로 인한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이든 심인성 질환이라는 개념에 오진의 위험이 크게 내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논쟁은 영국 정신과 의사 엘리엇 슬레이터 Eliot Slater 가 1965년에 쓴 사설에서 한 경고다. 히스테리 진단을 너무 자주 내리는 의사는 자신이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의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경고했다. 슬레이터 본인을 포함한 런던 국립병원에서 1950년대에 히스테리를 진단받은 환자 85명을 추적한 결과, 9년 후 환자의 60%이상이 뇌종양과 뇌전증 같은 기질성 신경계 질환을 진단받은 것이다. 이 중 열두 명은 사망했다. "히스테리 진단은 무지를 위장하려는 것에 불과하며, 풍성한 임상 오류의 원천이다. 사실 착각일 뿐만 아니라 유혹이기도 하다."라고 슬레이터는 결론 내렸다.- P120

이쯤 되면 여성은 자기 충족적 예언의 실현을 위해 붙들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의학이 여성 증상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여성은 실제로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으로 더 많이 진단받는 듯하다. 이런 증상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물 부작용일 수도 있고, 남성만 대상으로 연구한 질병의 비전형적인 증상일 수도 있으며, 여성에게 더 흔하다는 이유로 심인성 질환으로 추정해 의학이 거의 연구하지 않은 기능성 신체화증후군 증상일 수도 있다. 의학계에는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심인성 질환으로 보는 경향이 깊이 파고들어 있다. 이 지식의 간극은 여성이 히스테리나 건강염려증에 걸리기 쉽고 신체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만들었다. 이 고정관념은 다시 여성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설 때,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든 없든 간에 의사가 여성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P136

여성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에 빠지기 쉬운 환자로 분류하는 순간, 의사는 여성의 증상이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빠르게 결론 내리고, 의학적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밀검사를 하는 대신 항우울제를 처방하며 이 끝없는 순환을 악화시킨다.- P136

그러나 불확성실의 시대에 일단 환자를 믿어주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실제라는 가정이 기본이 되며,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믿고, 만약 이것이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증상이라면 이를 설명할 의무는 의학이 맡아야 할 것이다. 여성에게는 이런 기본적인 신뢰가 너무 오랫동안 주어지지 않았다.- P152

실제로 2000년에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은 심장마비 증상으로 미국 응급실 열 곳에 실려 온 수천 명의 환자 기록을 분석해서 오진으로 퇴원당환 환자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 추정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오진받은 심장마비 환자가 최소 1만1천 명이라고 한다. 55세 이하의 여성은 다른 환자들에 비해 집으로 돌려보내질 확률이 7배나 높았다. 오진의 결과는 대단히 심각했다. 집으로 돌아간 환자의 사망률이 두 배나 높았기 때문이다.- P165

이는 심장마비의 증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의 증상은 교과서를 벗어나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 남성 연구를 통해 도출된 대표적인 증상은 극심한 가슴 통증과 왼쪽 팔을 타고 흐르는 통증으로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나이 지긋한 과체중인 백인 남성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의자에 털썩 쓰러지듯 앉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할리우드 심장마비‘로 알려지면서 문화적인 인식 속에 스며들었다. 이 상황은 의학 교과서에도 수십 년 동안 그대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여성, 특히 폐경 전 여성이라면 심장마비가 왔을 때 ‘비전형적인 증상‘을 더 많이 보이며, 증상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목, 목구멍, 어깨, 등 위쪽의 통증이나 체한 증상, 숨이 차는 증상, 메스꺼움이나 구토, 발한, 불안감, 눈앞이 깜깜해지는 증상, 어지럼증, 일상적이지 않은 피로감이나 불면증을 들 수 있다.- P171

1996년 국가 차원의 설문조사에서는 의사의 2/3가 증상에서 성·젠더의 차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2년 미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5 이하만이 메스꺼움이나 피로감 같은 심장마비의 비전형적인 증상을 알고 있었다.
증상의 차이는 여성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동안 치료받을 시기를 더 늦춘다. - P172

심장질환에서 젠더 격차의 근거가 분명하게 드러나는지 더 이해하기 쉬운 이유가 있다. 이것은 결국 자명하게도 여성은 처음부터 심장마비로 진단받을 가능성이 적기에 심장마비로 치료받을 가능성이 적은 것이다. 베리 메르츠는 트로포닌 검사법의 문제점에 대해 "여성이 치료받지 못하는 좋은 이유와 나쁜 이유가 있다. 좋은 이유는 그 원인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기에 좋은 것이다. 여성과 남성은 다르며, 그로 인해 진단에 차이가 생긴다는 중요한 변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여성의 증상이 교과서적인 사례가 아닌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성의 위험 요인을 그저 ‘비전통적인‘ 요인으로 인식하고, 여성의 증상을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의학이 오직 남성만을 표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P173

전형적인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전형적인 자가면역질환 환자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는데, 이는 여성이 이미 다른 방식으로 정형화됐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이나 중년 여성이 피로감이나 다른 모호한 주관적인 증상을 호소한다면? 이 환자는 스트레스를 받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신체화한 것이다. 사실 의사가 스트레스를 줄이라는 권고와 함께 항우울제를 처방해서 집으로 되돌려 보내려는 모든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의심해보기만 해도, 최첨단 신기술 진단센터나 수련의 과정의 개선 없이도 자가면역질환 진단율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자가면역질환이 여성에게 얼마나 흔한 질병인지, 의사들이 이를 얼마나 많이 놓치고 있는지 고려한다면, 이는 상당히 믿을만한 주장일 수 있다.- P213

물론 고통의 심각성을 더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목적이라면, 통증을 가볍게 보이게 하는 전략에는 명백한 위험이 따른다. 만성통증을 앓는 여성은 종종 히스테릭하지 않게 보이려고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를 의료진에게 숨기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만성통증 관리법에서 의사와 환자 간의 의사소통을 연구한 2007년 논문의 저자들은 "여성 환자는 자신의 통증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과 부정적인 젠더 전형성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그들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로런의 충수염 오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의사들은 남성 환자에게나 통증을 축소하는 태도를 예상하지 여성 환자에게는 기대하지 않는다.- P266

의료계, 그리고 문화 전반에는 환자의 90%가량이 여성인 섬유근육통 환자를 특히 치명적으로 업신여긴다. 여성 혐오로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외음부통과 섬유근육통 환자인 작가 에이미 베르코위츠Amy Berkowitz는 저서 [압통점(Tender Points)]에서 온라인에서 수집한 섬유근육통 환자에 대한 댓글을 공개했다. "섬유근육통 환자는 장애인 수당을 챙기려는 끔찍하고 뚱뚱한 여자다. ‘일하는 건 피곤하니까, 돈을 주든지 약을 줘!‘라는 식이다. 다른 사람이 열심히 일할 때, 집에 앉아 리얼리티 쇼나 보는 게으른 자들이다. 이들의 71%는 뚱뚱한 여자로,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본 적이 없다. 인정하기 싫어도 이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기사를 읽을 수 있고 ‘아야!‘라고 11번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 - P286

"직장에서 이런 괴짜들과 일하는데, 그 사람 얼굴에다 대놓고 사기꾼이라고 말해버렸다. 그 뚱뚱한 엉덩이를 움직여서 일해야 한다. 그들은 그저 ‘아프고 싶어서‘ 우는 소리를 하는 것뿐이다."
섬유근육통을 향한 오랜 불신은 의학계가 역사적으로 이런 환자를 어떤 시각으로 봐왔느냐의 맥락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섬유근육통과 관련해서 2012년 기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섬유근육통 환자는 의사가 진료하기 싫어하는 환자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계속 의사를 찾아오는 단골 환자다. 유명한 류며티즘내과 과장인 의대 교수가 우리에게 말했듯, ‘이 환자들은 제정신이 아니‘며 이런 시각이 일반적이다."- P286

여성 체중에 대한 불균형적인 우려는 특히 부당하다. 만약 의사들이 성차별적 편견이 아니라 과학에 근거해서 체중을 우려한다면, 반대 현상이 나타나야 정상일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뚱뚱해도 건강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여러 논문이 계속 입증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의 건강을 체중으로 판단하는 일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2016년 분석에 따르면, 체질량지수를 바탕으로 신진대사 건강을 판단한다면 미국 성인 7,490만명에 대한 그릇된 진단을 초래할 것이다. 특히 여성은 잘못 판단된다. 2008년 연구에서는 과체중인 남성 48.8%와 비교할 때 과체중인 여성의 57%가 대사적으로 더 건강했고, 29.2%의 비만 남성보다 35.4%의 비만 여성이 대사적으로 더 건강했다. - P343

여성의 생식주기와 관련지어 병의 증상을 정상이라고 치부하는 현상은 자국내막증, 외음부통, 그 밖의 만성 골반 통증을 일으키는 환자만 고통스럽게 한 것이 아니다. 어떤 통증이든 ‘아래쪽 그 부분‘이면 얼마나 통증이 심각하든지 간에 월경통으로 치부하고, 성관계 중에 생기는 어떤 통증이든 와인 한 잔으로 완화하라고 한다면, 모든 질병에서 ‘오진 왕국‘이 펼쳐진다. 어쨌드 생식기관은 생명에 ㅈ기결된 다른 기관들과 아주 가까이 있다.- P346

스타일스가 세계자율신경장애협회를 설립한 이유의 가장 큰 부분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들에 대한 생각에 몸서리쳤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스타일스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백인이었고, 뉴욕시 근처에 살았으며,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었고, 연봉이 높고 의료보험이 있는 변호사였으며,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병원‘에 갔다.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내가 가난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라고 스타일스는 물었다. "내가 시골에 살았다면? 의사 한 명만 보장해주는 의료보험이었다면? 온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데, 병원에 데려다줄 가족이 없었다면? 첫 번째 의사에서, 두 번째 의사에서, 세 번째 의사에서 멈춰야 했던 대부분의 다른 여성들을 생각해보세요. 계속 의사를 찾아다닐 돈과 시간이 충분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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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9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20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알라디너 분의 어느 페이퍼를 찜하면서 그간 내가 찜한 목록을 보게 됐다. M 님의 2017년 페이퍼였는데, 책 한 권을 소개하면서 '페미니스트 코맥 매카시'라는 표현을 어느 서평가로부터 들었다고 하신거다. 그 책은 이 책이다.
















너무 읽어보고 싶어져서 검색해보았지만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었다. 이 작가이름으로 검색해도 번역된 책은 한 권도 없었다. 내가 원서를 줄줄 읽을 정도의 실력이 되면 그냥 사서 읽으면 그만이지만, 나는 .. 원서를 읽을 수 없는 사람... 원서 읽으려고 방통대 들어갔다가 한학기 다니고 자퇴한 사람.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어쩐지 이 책의 존재 자체도 아직 그 누구도 모를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래서 나는 오래전에 이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던 어느 출판사 직원분께 이메일을 보내두었다. 이런 책이 있던데 혹시 번역해 내어줄 수 있는지...검토 바란다고...


그렇게 그분에게 메일을 보내기 위해서는 그 분의 메일 주소를 내가 찾아야 했는데, 찾아보니 2012년, 2013년, 2017년에 주고 받았더라. 하하하하하. 2012년에 처음, 내가 그 분으로부터 어떤 메일을 받았었고, 2013년과 2017년에는 내가 외서를 내달라고 부탁하는 메일이었다. 그렇게 그 메일들을 다시 읽어보니 2013년에 내가 보낸 이메일속 책도 '지금 번역되고 있다 곧 나올 예정이다'라는 답을 받아서 나왔고, 2017년의 책은 '다른 출판사에서 작업하고 있다더라'는 답을 받았더랬다.


지금이 2020년이니, 2017년 내가 검토를 요청한 책은 아마 나와있지 않을까. 그때 내가 번역과 출판을 의뢰한 책은 이 책이었다.

















나는 저자의 이름을 넣고 검색해보았다. 우앗. 이것이 뭐여... 아니 글쎄, 2018년에 나온게 아닌가. 그런데 제목이 왜..어째서...

















아이참, 이렇게 나온 걸 알았으니 장바구니에 넣었다. 장바구니..


장바구니란 무엇인가..

장바구니란 무엇이길래 나랑 이토록 친근하게 지내는가..


아무튼지간에 저 페미니스트 코맥 매카시 책도 번역 되었으면 좋겠다. 페미니스트도 좋고 코맥 매카시도 내가 애정하는 작가인데, 맙소사, 무려, 페미니스트 코맥 매카시라잖아? 나이쓰~





책을 자꾸 사대서 큰일이다... 화요일에 이 책들 온 건.. 올렸던가?





하아- 모르겠다.

장바구니란 무엇인가.

책이란 무엇인가.

친구란 무엇인가.

우정이란 무엇인가.



딥 프렌쉽...

나랑 우정을 나누고 싶진 않니?

우정..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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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5-15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란 무엇인가 2...

다락방 2020-05-15 10:41   좋아요 1 | URL
비연님 장바구니 싹 비우셨던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매한 책들의 목록에 반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5-15 10:43   좋아요 0 | URL
그것이 그것이... 장바구니에 안 담은 보관함 책들이 있어서 곧 장바구니 다시 채워질 예정이라..;;;;
그러나 그러나 내일 받게 될 구매할 책 목록, 정말 멋지지 않슴까? 음으홧홧홧!!!!!!!

유부만두 2020-05-1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분들! 역시 직장인들이 책도 더 사고 더 읽고 더 사랑하는 분들이네요. 부러워만 말고 저도 책 사러...(????)

다락방 2020-05-17 14:03   좋아요 0 | URL
직장인 패턴이 몸에 익숙해서 그런건지 주말에는 책을 1도 읽지 않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유부만두님의 책구매를 응원합니다!! ㅋㅋㅋㅋㅋ

하이드 2020-05-1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man who shot out my eye is dead 킨들 있나 찾아보니, 오더블이 무료에요. 무료니깐.. 시도해봅써.

다락방 2020-05-17 14:04   좋아요 0 | URL
오더블이 뭔가 검색해봤네요. ㅎㅎ 아마존 아이디 있으면 가능한가봐요. 제가 전자책으로 원서를 볼 것 같지는 않지만...... 시도..를 생각해보겠습니다. ㅎㅎ

로제트50 2020-05-1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진을 보고 탄성이 나왔어요!!
<유의미한 살인>은 정말 즐겁게 읽었어요^^*
배경 묘사에서... 더 말 않겠지만, 다락방님도 저와 같은 관점에서
좋아하시리라 믿어요*^^*

다락방 2020-05-17 14:05   좋아요 0 | URL
오, 그런가요? 저도 즐겁게 읽을 수 있겠죠? 우하하
지금은 읽고 있는 책들이 있어서 유의미한 살인은 나중으로 미루고 있긴 하지만(그런데 왜 샀을까요? ㅜㅜ 읽을 때 사면 되는것을 ㅜㅜ) 기대기대 하고 있겠습니다. 후훗. 말씀 감사드려요!
 
















권위있는 바이러스 박사인 '에드바르트'는 어느날 우연히 젊고 아름다운 '뤼트'를 보고 반하게 되어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게 되고, 그녀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처음 만났을 때 에드바르트의 나이가 42세였고 뤼트의 나이는 28세였다. 에드바르트는 한 번도 결혼한 적 없었으며 뤼트는 결혼을 했던 적이 있으나 그것은 뭐 별로 꺼내기도 싫은 당시의 실수였다며 어쨌든 지금은 싱글인 여성이다. 이들이 결혼하기 전, 뤼트의 아버지를 방문하는데, 뤼트의 아버지는 사위가 될 에드바르트와 고작 열 살 차이다. 뤼트와 에드바르트의 나이차보다 사위와 장인의 나이차가 덜 나는 것. 뤼트의 아버지는 에드바르트의 나이를 일깨워준다. 에드바르트가 뤼트에 비해 훨씬 나이가 많음을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이봐, 자네는 늙었어.




"걔는 남의 말은 안 듣고 제 생각대로만 하는 애라서." 아버지는 두 번째 잔을 단숨에 비우고 술에 젖은 입술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쪽과 내가 열 살 차이요. 그러니 의사 양반은 뤼트보다는 나하고 더 가까운 세대 사람일 거요. 나는 늘그막에 딸내미가 나를 좀 돌봐줬으면 생각했는데 사정 돌아가는 꼴을 보니 딸내미가 의사 양반 휠체어를 밀어주게 생겼구려. 그런 걸 원하시오? 노년에 나이차 많이 나는 건강한 아내에게 병수발을 받고 싶은 게요?" (p.32)



깔깔깔.

아내에게 병수발 받고 싶은 거냐는 물음은 통쾌하지만, 그러나 딸이란 무엇이고 아내란 무엇인가. 아버지는 딸이 자기를 돌봐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딸이란 무엇이고 아내란 무엇인가. 부모가 늙어갈수록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이 자식이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아버지에겐 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늘그막에 자신을 돌보아줄 것은 으레 딸일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어쨌든, 이 아버지는 늙은 사위에게 노골적으로 묻는다. 너 부양받고 싶냐?


사위(가 될 남자)는 그런건 생각해본 적 없다, 그건 너무 먼 일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아버지, 다시 한 번 팩폭 날려주신다. 흥! 네 나이가 마흔둘인데 멀긴 뭐가 멀어?



"하하! 그리 생각하시오? 자, 그럼 내가 미래를 점쳐드리리다. 오차가 있어봤자 1~2년 안팎일 거요. 10년만 있으면 의사가 전립선 검사를 한답시고 똥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을 거요. 그거, 오지게 아프지요. 조금 있으며 손끝이 저려서 심장 기능 검사를 한다고 자전거 같은 거에 앉아야 할 날이 올 거요. 혈관도 얼마 못 가 여기저기 녹이 슬 거요. 안경 없이는 설명서 같은 건 읽지도 못하는데 그놈의 안경을 어디 뒀나 기억이 안 나서 한 세월을 보낼 거요."

에드바르트는 미소를 지었다. 뤼트의 아버지는 유머를 아는 사내였다. 그는 이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 아버지가 에드바르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에드바르트는 어리둥절했다.

"여기, 이마에!"

에드바르트가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보았다.

"뭐가요?'

"안경! 글자를 읽으려면 안경이 있어야지!"

"저는 안경 없이도 아주 잘 보입니다." 에드바르트는 아버지가 너털웃음을 거두기를 기다려 그렇게 말했다.

"흥, 3년 후에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자고." (p.33)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에게도 언젠가부터 노안이 찾아왔다. 어릴 적에 다들 한번쯤 그런 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나. 어른들이 신문등의 작은 글자를 볼 때 오히려 눈에서 멀어지게 떨어뜨리는 것. 너무나 당연항 상식이 '작은건 가까이에서 큰 건 멀리에서' 보는 거잖아. 그런데 작은 글자를 오히려 눈에서 멀어지게 해서 보는게 신기했다. 그걸 왜그리 멀리 떨어뜨려 보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잘 안보여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나 역시 어김없이 '작은게 안보이면 더 가까이 들여다봐야지'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런데!


내가!

이 내가!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작은 글자를 멀리 떨어뜨리며 보더라. 그걸 처음 깨달았을 때 헉! 내가 지금 뭘한거지? 하고 놀랐더랬다. 이건 어릴 적에 보던, 나이든 어른들이나 하던 건데... 설마 나에게 노안이???



늙어가면서 몸의 이곳저곳이 제 기능을 다했다고 아우성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도,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지고 점점 빠지는 것도 당연한 일일터였다. 다이어트를 마음 먹어도 살이 안빠지는 것도, 소화기능이 예전같지 않은 것도 모두 노화가 가져오는 것일진데, 이런 모든 것에 내가 뭐 크게 반항할 생각은 없었다. 오래오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려면 이런 몸에 서서히 길들여져야 할터였다. 물론, 서운하고 속상하고 안타깝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노안이 온다는 것, 글자를 읽기 힘들어진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 큰 공포였다. 나는 국민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한글을 다 뗐던 아이였고, 한글을 뗀 순간부터 책을 읽었던 사람이다. 동네 어른들이 모여서 '네가 정말 책을 읽는게 맞니?' 하며 저마다 책을 들이밀고 글자를 읽어보라고 했더랬다. 책은 내가 글자를 깨우친 그 순간부터 내 옆에 있던 것들이었다. 친척집이나 친구집 하다못해 피아노선생님 집에 놀러가도, 나는 그 낯선 집의 책장 앞으로 가서 책을 빼들고 읽는, 그런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었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과 멀어진 적도 없었다. 책과 나는 점점 더 가까워지기만 했지. 그리고 책하고 앞으로도 멀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책은 언제나 내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너무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있어서 '자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도, 나는 자연으로 가게 된다면 책을 모두 싸들고 갈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그러면 모두 다 괜찮아지니까. 시간이 갈수록 더 늙어가는 부모님을 부양하느라 독립은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혹여 혼자 살게 된다면 방 하나는 책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리라 생각했다. 이민을 가게 되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데, 그럴 때에도 책만큼은 다 싸들고 가고 싶다. 아니, 가지고 있는 전부는 아닐 것이고 좀 솎아내야 겠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면, 도착할 곳이 낯선 나라라면, 그러면 더더욱이 책을 싸들고 갈것이다. 혹여 누군가와 동거하게 된다면, 그럴 경우에도 나는 내 책을 그대로 싸들고 가서 공간 하나를 따로 내어주고 가끔은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하루중 어느 시간만큼은 그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싶고 또 새로 책을 사서 쌓고 싶다. 읽고 팔고 쌓는 일들이 반복되겠지만, 그러니까 책을 내 삶에서 놓을 생각은 나는 전혀 해본 적이 없었던 거다. 삶에서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것을 늙어감에 따라 하나씩 버려야한다고 했을 때, 내가 가장 나중 버릴 것, 최후까지 가지고 있을 것은 책(과 술)이었다. 나는 아주 늙어서도 책(과 술)만 있다면 다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단 한 순간도,



내가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노안이 찾아왔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서 놀랐다. 두려웠다. 소화 기능이 떨어진것보다 그게 더 두려웠다. 어쩌면 내가 책을 읽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건가 생각하니 너무 무서워서 미치겠는거다.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걸 생각해봐야 하나. 내가 책을 읽을 수 없게 된다면 그 다음을 생각해보아야 했다. 오디오북, 그래 오디오북이 있으니까... 라고 했지만, 내가 오디오북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어떡해야 하나.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책을 좀 읽어 달라고 해야할까. 별의별 생각을 다하다가, 안되겠다, 병원에 가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 하고는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선생님, 제가 노안이 온건지, 요즘 선명하게 보이지도 않고 작은 글자 멀리 떼어내야 보이고... 라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은 검사를 해보시고는 노안이 왔네요,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노안..이 내 일이 될 줄은 몰랐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벌써 2년전의 일인가 ... 일단 눈이 건조한 걸 먼저 치료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나이가 젊으니 벌써 돋보기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눈 건조한 걸 치료하고 지내다가 5년후쯤 돋보기 맞추자고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금 심각한 건 아니니까 5년후에 맞춰도 되겠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선생님께 여쭸다. 선생님, 제가 혹시 루테인이나 이런거 먹으면 노안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선생님은, 그런 거 아무 소용도 없어요, 그냥 돋보기 써야 해요,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루테인 사두었는데 그 뒤로 내팽개치고 있다. 먹는 걸로 노안 치료 아무것도 못해요, 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노안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돋보기 쓰면 책 읽기는 가능해지는거니까... 다행인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작년에 이 일에 대해 네이버에 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때 네이버 이웃이 그랬다. 자신은 벌써 돋보기를 맞췄노라고... 하아. 인생이란 무엇일까? 이렇게 늙어가는건가... 슬픔의 새드니스.........




작은 글자를 멀리 떼어놓고 보는 일은 점점 더 빈번해졌다. 얼마전에는 친구들과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펼쳤다가 나도 모르게 메뉴판을 멀리 떨어뜨렸다. 친구들과 함께 웃었다. 며칠전에는 엄마랑 티비를 보는데, 티비에서 화폐 전문가가 나오고 있었다. 그 전문가는 천원권 지폐 앞면에는 퇴계 이황이 그려져있고 뒷면에는 숲속에 집이 있는데, 그 집안에 퇴계 이황이 있다고 했다. 나는 오오 그래? 확인해보자 싶었고 엄마는 그런 내게 천원짜리 한 장을 꺼내 내미셨다. 그렇게 뒤에 보는데 일단 숲은 보이는데 집이.. 나는 '으미 안보이네' 하면서 좀 떨어뜨렸고 엄마는 옆에서 깔깔 웃으셨다. 그런데 집은 보이는데..그 안에 이황은 보이질 않는거다. 엄마, 사람은 안비는데..하면서 더 멀리, 더 멀리 떨어뜨렸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엄마는 웃음을 멈출 줄 모르셨다. 아아, 나는 엄마랑 같이 늙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ㅠㅠ




토미 비링하의 《나의 아름답고 젊은 아내》를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남자들이 '어리고 아름다운 아내'를 트로피삼아 데리고 다닌다는 걸 생각했다. 이렇게나 어리고 아름답고 쭉빵한 여자가 내 여자지, 하면서 자랑삼아 데리고 다니는 모습들이 매스컴에서도 보여지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그걸 자랑삼는 사람들이 많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옆에 두는 것이 마치 자기의 능력을 대변하는 것처럼. '이런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이렇게 멋진 나'를 드러내고 싶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실제로 또 많은 남자들이 '저새끼 능력좋네' 라면서, 그걸 능력으로 쳐주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들 모두에게는 그러니까, '이런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나'를 세상이 알아줬으면 좋겠고, 그런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더 큰것일테다. 우에노 지즈코는 남자들의 이런 심리를 잘 분석해두었었다.



K군(무차별 살상 사건의 범인)은 말한다.
‘여자 친구가 있으면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차를 도난당하지 않아도, 야반도주하지 않아도, 휴대전화 의존증에 걸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여자 친구‘가 모든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역전 홈런의 히든카드라 생각하는 그의 사고는 완전히 도착하고 있다. 실제 인과관계는 ‘일을 그만두거나, 차를 도난당하거나, 야반도주하거나, 휴대전화 의존증에 걸리는 놈‘한테 여자 친구가 생길 리 없다, 일 테니까.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P74




그런데 남자에게 있어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학력이 없어도, 직장이 없어도, 수입이 없어도, ‘여자 친구만 있으면‘ 왜 역전타를 날릴 수 있는 것일까? 어째서 ‘인기‘가 다른 모든 사회적 요인을 웃도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여자 친구만 있으면 ‘나는 남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성에게 선택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2장에서 논한 세지윅의 호모소셜리티 개념에 의하면 남자는 여자에게 선택되는 것에 의해 ‘남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남자는 남성 집단의 정식 멤버로 인정됨으로써 최초로 남성이 되는 것이며 여자는 그 가입 자격을 위한 조건, 또는 그 멤버십에 사후적으로 딸려 오는 선물 같은 것이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자를 한 명 소유‘, 즉 문자 그대로 ‘자기 것을 하나 가지는‘ 상태를 가리킨다.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P74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하고 바라던 K군의 외침이 진정으로 ‘사람과 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었다면 그가 선택했어야 하는 행동은 아키하바라에서 타인을 칼로 찌르는 행동이어서는 안 됐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행동을 근거로 판단했을 때, K군과 J군이 공통적으로 바랐던 것은 자신을 ‘남성으로 만들어주는‘, 독선적인 ‘여성 소유‘욕망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P84



















물론 모든 남자들이 다른 남자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으로 젊은 여자들과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닐 것이다. 아닌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여자를 트로피 취급하는 남자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 아니잖아?

나 역시 내가 나보다 훨씬 나이 어린 남자와 사랑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너무 노화가 찾아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연애고 섹스고 죄다 갖다버린 상태이긴 하지만, 또 사람은 모르니까, 갑자기 어느날 젊은 남자가 나타났는데, 헐... 이 감정..뭐지? 이러면서 사랑에 빠지게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와 연애를 하고 삶을 함께 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매우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조만간 돋보기도 껴야 하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은데, 젊은 연인은 하고 싶은게 얼마나 많을까. 내가 바라는 건 그게 누가 됐든, 나를 좀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인데, 그러니까 방에 처박혀서 책을 읽든 글을 쓰든, 그것에 태클 걸지 않는 것인데, 젊은 연인은 자꾸 인라인 스케이트 타러 가자고 하면 어떡하지... 하루에도 열두번씩 섹스하자고 덤비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면 아찔해지는 것이다. 섹스는 한 달에 한 번만 하자... 내가.....좀 힘들다? 다 귀찮다..우리 섹스대신 명상 어때?



요즘 자기 전에 '요가소년'의 15분 '요가 니드라' 하는데, 이거 좋더라. 우리... 섹스 대신 요가 니드라 한 판, 어때?


아아, 어쩌면 나는 '젊은 남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건지도 모르겠다. 젊은 남자라고 하루에 열두번씩 섹스하란 법 있나. 어쩌면 나보다 섹스를 더 싫어할 수도 있고 섹스를 아주 못할 수도 있고 발기 자체가 안될 수도 있는 것임에... 내가 헛상상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젊은 남자가 섹스를 많이 할거라는 편견, 버리자. 이미... 젊은 시절에 다 이것저것 겪어봤잖아?




나는 그냥 혼자 명상하는 걸로... 아무튼 토미 비링하 때문에 잠깐 젊은 연인에 대한 망상을 해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윤여정도 자기 머릿속에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별까지 다 했더랬지. 후훗. 직접적 고통과 고생이 없으니 머릿속 연애가 제일 좋은 것이여. 완벽하다.....





자, 그러면 우리의 에드바르트, 그는 이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너 어떻게 저런 아내를 얻었냐'며 부러움 한껏 받으며 잘 살고 있을까? 함 보자.




뤼트와 그는 함께 늙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늙어버렸고, 일반적인 인구 법칙을 적용해보건대 결코 뤼트의 노년을 볼 때까지 살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뭐든 못 내놓을까! 그때만 해도 나이 문제로 이렇게까지 괴로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를 차지하고서 느꼈던 그 승리감! 하지만 그는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것이 결코 거머쥐어서는 안 될 승리였음을 알았다. 출발은 의기양양한 승리였으나 이제 남은 것은 불리한 싸움뿐이었다. (p.90)




젊고 아름다운 아내랑 결혼했지만, 바람을 피는 것은 늙은 남편을 둔 젊은 아내가 아니라, 젊은 아내를 둔 늙은 남편이다. 그는, 다른 부부들이 그런것처럼 이 결혼에 지친다. 섹스가 의무가 된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라고 해서 사랑이 영원히 찬란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가 처음부터 반한 것이 그녀의 엉덩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그는 아내보다 더 젊은 여자와 바람을 핀다. 늙어서 이제 발기도 잘 안되고 발기가 되어도 유지가 좀 힘든데, 그래도 바람피는 여자와는 그게 좀 된다. 그래서 짜릿한 바람피는 생활을 유지하며 살고 있냐고? 아니. 그는 오십세에 몰락한다.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몰락한다. 몰락은 한꺼번에, 한순간에 찾아온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로 의기양양...은 그렇게 생각대로 되는게 아니었다. 그는 남편으로도, 아빠로도, 박사로도, 한 인간으로도... 이제 사실 딱히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아, 그게 그가 늙었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나를 자랑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것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짓이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가져야할 욕망은 다른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기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우에노 지즈코도 지적한것처럼, 이 관계를 어떻게 시작하고 또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앞으로 나의 삶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줄것이다.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면, 사랑한다면, 함께하고 싶다면, 나는 그것이 당신이라는 사람이 좋기 때문이어야 하는거지, 당신이 젊거나, 혹은 잘생겨서나 여서는 안된다. 젊음은 늙음으로 찾아올 것이고 잘생겼다는 것은 금세 빛이 바랜다. 우리는 수많은 '잘생겼던' 연예인들이 한순간에 꼴도 보기 싫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걸 너무 많이 보아오지 않았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 위해 젊고 잘생긴 애인을 두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자아실현이다. 그건, 베티 프리단이 이미 말해준 바 있다.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관계를 맺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하게 되고 성적 만족도도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성관계는 에전보다 더 나아졌으며 항상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밝혀지는 매우 평범한 보고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이 되고 스스로에게 진실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고,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더 완벽하게 식별할 수 있고, 자신의 경계를 더 많이 초월하며,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p.557)
















내가 나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더 좋은 관계, 더 만족할 만한 관계 역시 따라오게 된다. 더 깊고 심오한 관계, 더 포용하는 더 큰 사랑. 이건 그저 바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니까? 


아무튼 오늘 밤에는 여러분 모두 요가 니드라. 내 조카도 어제 요가 아저씨 목소리 들으며 꿀잠잤다고 오늘 소감을 밝혀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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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5-1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안에 대해 격하게 공감해요~~
노안에 더해 비문증 증세까지 오면 책읽기에 대한 공포는 더 다가오거든요^^
루테인 잘 챙겨드세요~~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락방 2020-05-14 13:56   좋아요 1 | URL
저는 저한테 노안이 찾아올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랬겠죠.. 남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던 것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 바로 노화의 증거가 아닐까요... 하아-
안과 의사는 루테인 소용 없다고 하더라고요. 노안이 찾아왔으면 그런거 다 소용 없고 돋보기를 맞춰야 한대요. 저도 이제 몇 년후면 돋보기를 가지고 다니게 되겠죠. 돋보기 없이 책을 읽지 못하는 때가 오겠죠... ㅠㅠ

잠자냥 2020-05-1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노화가 격하게 찾아왔다면서 젊은이랑 하루 열두번 섹스 걱정은 뭐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제목이 ‘대신 명상하는 거 어때?‘ 였군요. ㅋㅋㅋㅋㅋㅋ
돋보기 쓰고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거 잠시 상상해봅니다.ㅋㅋㅋㅋㅋ

저도 책 때문에 눈 나빠지는 게 젤 무서워요. 근데 루테인 소용 없군요;;

다락방 2020-05-14 14:52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러니까 하루에 열두번 못하는데 어쩌냐...하는거 아닙니까! 못한다고요, 노화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사실 걱정도 팔자인 부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그래서 젊은 남자 안사귀려고요(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이 나이에 섹스하면 다크써클 내려앉아서 곤란해요... 휴우..... 역시 가장 좋은 벗은 책과 술인가 하노라.

책을 못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눈 나빠지는게 진짜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노안인가..‘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부랴부랴 병원에 갔던 거였어요. 휴.. 아니, 노안이라니 ㅠㅠ
노안은 그냥 돋보기래요... -0-

아무튼 저는 인라인도 타기 싫고 열두번 섹스도 싫으니까 그냥 혼자서 책 읽는 걸로.... 잘 먹어서 계속 건강해야지. 우리 건강합시다, 잠자냥 님! 계속 읽고 써야지요.

비연 2020-05-1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선생님께 여쭸다. 선생님, 제가 혹시 루테인이나 이런거 먹으면 노안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선생님은, 그런 거 아무 소용도 없어요, 그냥 돋보기 써야 해요, 하셨다...

.... 노안을 하루라도 미루려고 열심히 루테인 먹고 있는 난, 무엇인가, 누구인가. 아 흑..

다락방 2020-05-15 09:50   좋아요 0 | URL
비연님, 늙어가는 것과는 그 무엇도 싸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막을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루테인 좋다는 얘기에 저도 사서 먹고 있었습니다만, 결과는 노안... 저는 이제 루테인 안먹습니다. 하하.

돋보기 착용하고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받아들여야겠지요. 다만, 제 생각보다 저에게 노안이 좀 이르게 찾아온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서러워요. 엉엉 ㅠㅠ

건강하게 지냅시다, 비연님. ㅠㅠㅠ

감은빛 2020-05-2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작년에 벌써 노안이 찾아왔군요.
저는 최근에 글을 읽으면 자꾸 촛점이 안 맞다 느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노안이더라구요.
저는 멀리 두는 것이 아니라 안경을 벗어요.
안경을 벗고 보면 잘 보이더라구요.

막상 노안이라고 느끼고 나니, 저도 막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점점 늙어가는구나 하구요.

최근 술자리에서 후배들에게 이 이야길 했더니,
다촛점렌즈 맞춰야 한다고 다들 깔깔 웃더라구요.
제가 속으로 생각했죠. 너네도 몇 년 안 남았다.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와서 몇 가지 이야기와 함께 노안 이야기도 쓰려고 했는데,
다락방님 글에서 노안 이야기를 먼저 접하네요.

다락방 2020-05-20 16: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노안 이야기 쓰려고 했다가 노안 이야기를 만났다니. 감은빛 님과 다른 곳에서 같이 늙어가고 있네요. 늙어가는 동지..쯤 되겠네요? 하하하하하
저는 몇 년 후에 돋보기 를 맞추게 될 것 같은데요. 돋보기 맞추는 날 같이 술이나 마십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돋보기 쓰고 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0-05-21 12:03   좋아요 0 | URL
저는 돋보기는 안 맞출거예요. 말씀드렸듯이 안경을 벗으면 오히려 잘 보이는데, 원래 근시가 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처럼 근시가 심한 사람은 안경을 맞추려면 다촛점렌즈를 맞춰야 하는데, 그건 경험자들의 의견으로 많이 불편하고 적응이 쉽지 않아서 결국 안 쓰게 된다고 해요. 여러 사람들에게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돋보기 안 맞출거예요. 우리 그냥 술 마셔요. 어차피 술 마실 때 각자 책 읽을 거 아니니 돋보기 필요 없잖아요. ㅎㅎ

다락방 2020-05-22 13:52   좋아요 0 | URL
저는 감은빛 님이 돋보기 맞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요, 제가 맞춘다는 말이었습니다. 맞추기 전에는 맞추기 전이라 마시고 맞춘 다음에는 맞춰서 마시고, 뭐 그러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하.
 
















재현은 아내와 함께 아들 영재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그들은 지난 삼 년 동안 서로를 보지 못했다. 영재는 호주 남서부 끝에 있는 퍼스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인천에서 그곳까지 가는 직항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싱가포르를 거쳐가기로 했다. 그는 조금 더 편안한 자세를 찾기 위해 몸을 뒤척였다. -우리[畜舍]의 환대, 장희원, p.301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가장 나중 실린 단편, 장희원의 <우리[畜舍]의 환대>는 위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재현과 아내가 호주 퍼스에서 워킹홀리데이로 가있는 아들 영재를 만나러 가는 장면. 시작은 이토록이나 평범했다. 그러니까, 워킹홀리데이를 가있는 사람도 또 가고자 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고 대한민국에서만 공부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주변에만 해도 공부며 어학연수로 미국에, 캐나다에, 호주에, 스페인에 다녀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가족들과 가끔 연락하며 안부를 주고받고 어쩌다가 시간을 내어 가족들을 만나기도 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이야기도 아니다.


재현과 아내가 아들 영재를 만나러 가는 것도 그러니까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아들 영재가 호주에 가기전 고등학생때 포르노를 본 것도, 재현은 웃어넘겼다. 뭐, 아들은 그럴 때도 있지. 그러나 재현이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을 때, 그런데 아들 영재가 헤드폰을 끼고 남성들간의 포르노를 보고 있었을 때, 그 때 재현은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넘기지 못하고 아들을 흠씬 두들겨팼다. 그것은 안될일이어서 팼다. 포르노를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남자와 남자가 발가벗고 뒤엉켜 안는 포르노는 안되는 거라서 팼다. 이것이 재현이었고 이것이 영재의 아버지였다.


한 가족 안에서 이런 일들은 칼로 물베기 같은 것이었을까. 그들 부자와 그들 가족은 그 뒤로도 별 일 없이 아들이 대학에 진학을 하고 또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고 하는 걸 보내주면서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아들이 호주, 퍼스에 간지 2년째 되던해, 재현 부부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예의 아내는 아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바지런히 챙겼고 그렇게 먼 길을 날아 아들이 머무는 곳에 도착했다. 아들은 자신이 머무는 집의 집주인인 흑인 노인과 마중을 나와 있었다. 숙박은 호텔로 정햇지만 그전에 잠시 아들이 사는 곳에 들러 한끼 식사를 함께 하는데, 흑인 노인이 집주인인 곳에서 셰어하우스를 하는 자신들의 아들 말고도 스무살 한국 여자애가 있었다. 다리에 문신을 한 발랄한 여자아이.


이들 부부는 불편하고 불쾌하다. 재현은 재현대로 아들과 흑인 노인을 바라보기가 불편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아들과 스무살 소녀를 바라보기가 불편하다. 정작 흑인노인과, 아들과, 소녀 사이는 친근하고 다정하기만 한데, 이 부부가 보기에는 아들이 자기들로부터 떠난 것 같고, 그리고 저 낯선 사람들에게 안착한 것 같다. 그들은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같이 살았던것처럼 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고, 그리고 아들이 자신들에겐 털어놓지 않았던 자신이 간직한 상처-아버지로부터 연유한-도 이들에겐 털어놓았다는 것도 역시 알게 된다. 아들은 이곳에서 오히려 편안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데, 그러나 이들 부부는 자신이 이제 아들과는 더 멀어졌다는 걸 느낀다.



호주 퍼스에 있는 아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집을 셰어해서 살고 있다고 얘기했었다. 그리고 전화로 종종 안부를 전했었다. 또한 이들은 가족이다. 한국에 있는 영재의 부모는 아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고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자주 통화했다. 물리적 거리가 멀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사랑하는 아들을 둔 부부였고 그리운 마음을 가득 안고 그곳으로 출발하지만 도착하고 나서는 거리감을 느껴야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만화 《베가본드》에서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는 동네에서 함께 자란 '오츠'를 좋아하는데, 오래 못보고 지내면서 그런 말을 한다. 안보면 잊혀진다고들 하지만, 안보니까 오히려 더 가슴에 새기게 된다고. 나는 이 말이 사실이며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한편,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오랜 격언도 있다. 나는 이 말 역시 사실이며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안보이니 오히려 가슴에 더 새긴다.

위 두 문장은 상반되지만 같이갈 수 있는 것.

우리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의 거리두기를 만들고야 만다.

영재와 재현이 아버지와 아들로서 자주 통화하며 안부를 묻고 또 그곳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모두다 파악할 수는 없다. 재현이 그랬던것처럼, 아들이 룸메와 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주인이 흑인 노인인걸 몰랐고 또 같이 셰어해 사는 또 한명이 스무살 여자인 것도 몰랐다. 아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집을 그렇게나 지저분하게 해놓고 살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들과 수시로 연락하였지만 한 집에 사는 타인들과 그토록이나 친근한 사이인 것은 몰랐다.


그렇다.


멀리 떨어져있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맞다. 정말 그렇다.

멀리 떨어져있고 그리워하는만큼 자주 연락하면서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만, 그러나 서로의 생활을 낱낱이 고할 수도 없을 뿐더러 매 순간 느끼는 모든 감정을 다 알릴 수도 없고 또한, 순간순간 선택하는 것들까지 모두 말할 수는 없다. 함께 겪을 수도 없고 옆에 있을 수도 없는 많은 시간들이 한국에 있는 재현과 호주에 있는 영재와의 사이에 일어난다. 그러니 자주 연락했어도 도착했을 때 보게 되는 것들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어쨌든 현재 영재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갔다가 혹은 쇼핑을 했다가 혹은 산책을 했다가 돌아왔을 바로 그 때 옆에 있는 사람, 식사를 할 때 옆에 있는 사람, 친구랑 싸우고 왔을 때 옆에 있는 사람, 코메디 프로를 보며 웃고 있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은 재현이 아니다. 영재의 엄마도 아니다. 흑인 노인이고 스무살 민영이다. 힘들때 다독여주고 같이 수영하고 같이 해를 쬐는 사람은 흑인 노인이고 민영이다.

내 아들을 만나러간다, 고 바리바리 짐을 챙겨 그 먼 곳으로 갔건만 아들과 더 친근한 타인들을 봐야했을 때의 그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멀리 있다는 건 이런 거다. 서로의 말만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하는 것. 그곳에 있는 당신과 이곳에 있는 내가 아무리 자주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일상을 공유하려고 노력해도, 그것은 '노력해야만'하는 것에서부터 서로에게 닿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옆에 있다면, 우리가 공유하려고 '노력할' 필요조차 없었을 테니까. 우리가 이렇게나 멀리에 있고 서로를 그리워하고 그러다 마음을 먹고 서로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을 때, 그 때 보게 될 것은 내가 생각하고 기대한 것과 아주 다를 수 있다. 집을 나누어 쓰는 사람과 내 생각보다 더 친근한 게 보였을 때, 나보다 그 사람과 더 가족같았을 때, 그 때 내가 느낄 마음의 거리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안부를 전하고 오늘 서로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오늘 서로가 어떤 감정들을 오고갔는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얘기해도, 전화를 끊고 나면 문을 열고 나가 하늘을 바라볼 때 옆에 있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 옆집의 레몬나무에서 레몬을 따왔을 때, 거기에 내가 없다. 옆집 아저씨가 쓰러져 응급차를 불러야했을 때, 그 옆에서 같이 놀라주는 건 내가 아니다. 나는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뻑뻑했다고 당신에게 말할 순 있겠지만, 내 옆에서 스콘같은 케이크를 먹고 우유가 필요하다고 우유를 꺼내오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 사소하고 작은 것들까지 당신에게 말할 수 있음으로 미나리삼겹살을 먹었다고 당신에게 말할 순 있겠지만, 내 옆에서 미나리 삼겹살을 같이 먹으면서 미나리 향 정말 좋다, 고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 이런 우리가 서로 만났을 때, 그리고 서로의 옆에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때 느껴야 할 허전함과 괴리감과 그리고 마음의 거리는, 우리가 무시하기에 힘들수 있다.



내가 당신을 찾아가 요즘 서핑을 즐긴다며, 라고 아는척 할 순 있지만, 물에 잔뜩 젖은 생쥐꼴로 집에 왔지 뭐예요, 라고 말하는 건 다른 사람일 것이다.

당신이 찾아와 요즘 알라딘에서 커피 사마신다며, 라고 아는척 할 순 있지만, 말도 마요 하루에 두잔씩 내려서 향 맡아보라고 설레발이라니까요, 라고 말하는 건 다른 사람일 것이다.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지만, 그러나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물리적으로 먼 거리, 그곳과 이곳은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마음의 거리도 만들어낸다.

그러나 마음의 거리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마음에서 사라져버리는 건 아니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그런것처럼, 가슴에 새길 수 있다.

그러나 가슴에 새기는게 무슨 소용이람.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한국에 사는 고현정은 슬로베니아에 사는 조인성과 매일 영상통화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티켓을 끊고 슬로베니아로 날아간다. 먼 길이다. 그러나 닿지 못할 길은 아니다. 고현정은 그 후에 조인성에게 말한다. 열네시간만 날아오면 돼. 열네시간이면 만날 수 있어. 열네시간만 들이면 만날 수 있다고.


그렇다. 아무리 멀다고 해봤자, 열네시간 이면 되잖아. 그러면 만나지 못할 것도 없잖아. 백사십일도 아니고 일년사개월도 아니야. 고작 열네시간 이라고. 열네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열네시간이면 괜찮잖아.



당신이 거기에 있고 내가 여기에 있어도 내가 당신을 가슴에 새기는 일은 가능하지만,

당신이 고개를 돌렸을 때의 그 작은 바람과 당신의 체취를 맡는 일을 가까이에서 느끼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의 실체가 나이고 내가 당신의 실체라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다시 읽을 때가 된 것 같다.
















당신은 감히 자기 피아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묘사하지 않아요. 피아노가 내 세계와는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미아는 저랑 50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작은 탁자 위로 몸을 숙이고 숟가락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고 있어요. 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져요.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아는 실체예요.
-218-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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