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콜라보에디션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그녀는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 대신 싸워달라고 남자 형제에게 부탁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우리 나라는 온 역사를 통틀어 나를 노예로 취급해 왔다. 우리 나라는 나를 교육시켜 주지 않았고, 그 자산의 조그마한 몫도 허용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는 내가 외국인과 결혼하면 더 이상 '우리' 나라가 아니다. '우리' 나라는 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을 나에게 허용하지 않으며, 나를 보호하도록 매년 막대한 금액을 다른 사람에게 지급하도록 강요하고, 그러면서도 나를 보호할 능력이 없어서 벽 위에 공습경보를 써놓는다. 그러므로 당신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고 주장한다면, 이성적으로 진지하게 이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당신은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성적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내가 공유하지 못했고 아마도 공유하지 못할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지, 나의 본능을 충족시키거나 나 자신 또는 나의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아웃사이더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사실, 여성으로서 나에게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나는 어떤 나라도 원하지 않는다. 여성으로서 나의 나라는 전 세계이다." -<3기니> P.348




20여년 전쯤에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오랜시간에 걸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의 내용은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하게 동성애 코드에 대한 느낌이 남아있다. 그리고 매우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 그 기억 때문에 <자기만의 방>으로 너무나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를 여태 읽지 않고 미뤄두었다.


그렇게 뒤늦게 만난 버지니아 울프는, 익히 듣고 보아 알고 있는 유명한 문장,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를 <자기만의 방>에서 피력하는데, 자신이 아버지나 남편에게 혹은 다른 누구에게도 돈을 구걸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자기에게 꼬박꼬박 정기적인 수입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힌다. 숙모님의 유산으로 고정된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아부하거나 아양을 떨며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다고 하는 거다.


이 명징하고 놀라운 통찰은, 이 책의 바로 뒤에 실린 <3기니>에서 더 날카로워지고, 더 분석적이 되고, 더 뚜렷해지며, 더 강해진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고,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썼다. '교육받은 남성의 딸'이 가질 수 없었던 것,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충분한 자료를 조사해 근거를 댄다. 그녀들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박탈되어 있었다는 것, 이제야 비로소 '조금' 열렸다는 것, 그러나 그것조차도 학위로 인정해주는 건 모두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고, 그래서 전문직을 가질 수 없다는 것까지. 교육받은 남성의 아들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해서 돈을 쌓아갈 때 여자들은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일절 임금이 주어지질 않는다. 결혼해서 남편이 버는 돈은 어차피 아내랑 같이 쓰는 돈이다, 남편의 돈이 아내의 돈이다, 라는 허울좋은 명목은 그 현금의 실체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무가치한 것이 된다. 만약 그 절반이 정말 아내의 돈이라면,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아내의 손에 쥐어줘야 할 것이다.



남자들이 신문기자가 될 때, 법관이 될 때, 종교인이 될 때, 증권거래인이 될 때, 그래서 계속해서 돈을 벌어들이고 쌓고 죽을 때까지 돈을 남길 때, 여자들은 가난하다가 가난하다가 가난하다가, 돈 한푼 없이 죽음을 맞는다. 이에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똑같이 주어야 하고, 직업의 기회 역시 똑같이 주어야 하며, 그 임금 역시 똑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금없는 노동인 아내와 엄마 그리고 딸에 머물러 있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죽을 때 돈을 남기는 것이 이미 죽은 자신에게 무슨 소용이겠느냐마는, 내가 돈을 남길 수 있다는 것과 남길 돈이 없다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다.



자, 여자들의 교육을 얼마나 반대해왔는지, 여자들에게 허락한 교육비는 남자들에게 허락된 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내가 보여줄게 잘 봐봐. 종교가 여자를 얼마나 박해했는지, 여자가 들어오기를 얼마나 막고 있는지, 그러면서 자기들은 얼마나 많을 가져가고 있는지 잘 봐. 여자들이 직업을 좀 가지려고 하면 남자들이 어떻게 반대했는지 잘 봐, 내가 알려줄게. 니네가 여자들을 얼마나 억압했는지 자 봐, 내가 알려줄게. 버지니아 울프는 전기문을 비롯한 숱한 책들과 신문기사들을 가져오면서 자신의 주장에 근거를 댄다. 도대체 이 책들을 언제 다 읽은걸까, 그리고 얼마나 읽은 걸까. 그녀가 <3기니>를 쓰기 위해 벼르고 찾은 것일까, 아니면 책을 읽을 때마다 밑줄 긋고 메모했던 것일까. 이 논리적인 글을 읽노라니 당연히 갖게 되는 의문인데, 책 말미의 <작품해설>을 보면 3기니를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준비한 시간이 10년이라고 되어 있었다.



『3기니』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텍스트이고 이 에세이에서 표명된 급진적인 정치적 입장 때문에 페미니스트 비평가들도 불편함을 드러내곤 했지만, 울프에게는 진지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여성의 사회적 ·문화적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 십여 년간 울프는 역사, 회상록, 전기, 이론서, 보고서, 일간신문 등을 광범위하게 읽으며 부단히 탐구했고, 그 연구의 결과가 바로 이 에세이로 집약된 것이다. -이미애, <작품해설> 中




버지니아 울프, 하면 <자기만의 방>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이 책 한권에 실린 <자기만의 방>과 <3기니>를 연달아 읽으니, <3기니>가 훨씬 좋았다. 왜 다들 자기만의 방 얘기를 하지, 여기 이렇게 놀라운 3기니가 있는데? 게다가 위에 인용한 문장에 있는, '여성으로서 나에게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를 읽을 때는 정말이지 소름이 쫙 돋았다.


아, 정말 놀랍지 않은가. 1882년에 태어난 여성이, 여성에게 교육이 허락된지 20년도 안된 즈음에 이런 글을 써냈다는 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고, 고전이 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앞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책장도 따로 한 칸 마련해야겠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들도 하나씩 하나씩 다 읽어보겠어. <3기니>를 읽는 건 매우 짜릿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3기니>는 정말이지, 강력하게 추천한다.



마침 <자기만의 방>으로 센스있는 사진을 찍어보았기에 거침없이 올려본다.


(자기만의 방 &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 & 쓰리 에이스)






덧. 아래 인용문은 모두 <3기니>에서.



삼 년의 세월이란 편지에 답장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기에는 긴 시간입니다.- P175

우선,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누구나 본능적으로 그리듯이, 편지를 받을 사람의 스케치를 그려보도록 합시다. 편지의 저편에서 숨 쉬고 있는 따뜻한 사람이 없다면 편지란 무가치한 것이니까요.- P176

언제부터 교육받은 남성이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여성의 견해를 물어보았습니까?- P176

양성은 여러 가지 본능들을 다소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쟁은 언제나 여성이 아닌 남성의 습관이었다는 것입니다. 타고난 습성이든 우연히 습득된 것이든 이러한 차이는 법과 관행으로 더욱 발전되어 왔습니다. 역사상 인간이 여성의 소총에 맞아 쓰러진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새와 짐승을 살해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들이었지요. 우리가 공유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P181

이제 교육받은 남성의 딸은 이전에 지녔던 영향력과는 다른 영향력을 수중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것으 ㄴ위대한 레이데 세이렌의 영향력이 아닙니다.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이 투표권이 없었을 때 발휘했던 영향력도 아니지요. 또한 투표권은 있었지만 생계비를 벌 수 있는 권리가 없었을 때 발휘했던 영향력도 아닙니다. 그것은 다릅니다. 매력이라는 요소가 배제된 영향력이기 때문입니다. 돈이라는 요소가 배제된 영향력이기 때문이지요. 여성은 더 이상 아버지나 남자 형제에게서 돈을 얻기 위해 애교를 부릴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이 그녀에게 재정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견해를 표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종종 무의식적으로 상황에 따라 경탄과 혐오감을 표현했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순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판할 수 있지요. 마침내 그녀는 공평무사한 영향력을 소유하게 된 것입니다.- P198

여성에게 의복의 용도는 비교적 단순한 것이지요. 몸을 감싸주는 기본적인 기능 이외에 의복은 다른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당신의 성에게서 찬사를 이끌어내는 것이지요. 1919년-채 이십 년도 지나지 않은-까지 여성에게 개방된 유일한 직업이 결혼이었기에, 여성에게 의상의 중요성이란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의상과 여성의 관계는 소송 의뢰인과 당신의 관계와 같습니다. - P203

그러나 고도로 정교한 당신의 의상은 분명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벌거숭이를 감싸고 허영심을 충족시켜 주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그 의상을 입는 사람의 사회적, 직업적, 지적 지위를 선전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초라한 비유를 너그러이 봐주신다면, 당신의 의상은 식료품 가게의 꼬리표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건 마가린이다, 이건 순수한 버터다, 이건 시장에서 제일 좋은 최고 품질의 버터다.˝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다-그는 석사다. 이 사람은 대단히 똑똑한 사람이다-그는 박사다. 이 사람은 가장 똑똑한 사람이다-그는 메리트 훈장을 받은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기묘하게 여겨지는 것은 당신 의상의 이러한 기능, 즉 선전 기능입니다. 성 바울로의 견해에 따르면, 그러한 선전 행위는 적어도 우리 성에게는 어울리지 않고 정숙하지 않은 행위입니다. - P204

법 또는 사업, 종교 또는 정치와 관련하여 어떻게 우리가 진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아직도 많은 문들이 닫혀 있고 아니면 기껐해야 조금 열려 있으며, 우리의 배경에는 자본도 세력도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의 영향력이란 표면에서 그치고 말 듯합니다.- P209

버닛 주교는 교육받은 남성의 누이들이 교육을 받으면 그릇된 기독교 종파 즉 로마 가톨릭이 부흥할 거라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그 돈은 다른 곳으로 흘러갔고, 그 대학은 결코 설립되지 않았지요.
그러나 사실들이 종종 그러하듯이, 이러한 사실들은 양면성을 입증합니다. 즉 교육의 가치를 입증하지만 또한 교육이 결코 절대적인 가치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교육은 모든 상황에서 좋은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것도 아니지요. 그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만, 그리고 어떤 목적을 위해서만 좋은 것입니다. 그것이 영국 국교에 대한 믿음을 낳는다면 좋은 것이고, 로마 교회에 대한 믿음을 낳는다면 나쁜 것이지요. 그것은 한 성에 그리고 어떤 직업에는 좋은 것이고, 다른 성에 그리고 다른 직업에는 나쁜 것이지요.- P215

시험에 통과한 여성이 스스로를 B.A.(학사)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은 ˝더없이 확고한 반대에 맞닥뜨렸다. ……투표 당일에 학내에 거주하지 않는 학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1,707대 661의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었다. 투표 참여자 수가 이에 버금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 평의원회는 투표가 끝난 후 일부 학부생들의 행동이 유례없이 유감스럽고 불명예스러웠다고 발표했다. 많은 학생들이 평의원 회관을 나와 뉴넘으로 가서 초대 학장인 클러프양을 기념하여 세워진 청동 문을 부서뜨렸다. - P221

한 세계에서 교육받은 남성의 아들들은 공무원, 판사, 군인으로 일하고 그 일에 대한 보수를 받습니다. 다른 세계에서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은 아내, 어머니, 딸로 일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일에 대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머니, 아내, 딸의 노동은 화폐로 환산해 볼때 국가에 아무런 가치도 없는 걸까요? 이 사실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너무 놀라운 것이라서 우리는 그 완벽한 휘터커에게 다시 한 번 문의하여 확인해야 합니다. 그의 책을 다시 찾아보기로 합시다. 그 책장들을 모두 넘기고 다시 넘겨봅니다. 믿을 수 없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합니다. 이 모든 직업들 가운데 어머니의 직위 같은 것은 없습니다. 이 모든 급료들 가운데 어머니의 급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주교의 업무는 국가에 연간 만 5000파운드의 가치가 있습니다. 판사의 업무는 연간 5,000파운드의 가치가 있지요. 사무차관의 업무는 연간 3,000파운드의 가치가 있습니다.- P261

육군 대위, 해군 대위, 기병, 하사관, 경찰, 우편집배원- 이 모든 직무는 세금에서 나오는 급료를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종일 일하는 아내, 어머니, 딸 들의 노동은 전혀 보수를 받지 못합니다. 그들의 노동이 없다면 국가는 붕괴하여 해체되고, 그 노동이 없다면 당신의 아들도 존재 하지 않을 텐데요.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P261

대의명분과 유흥과 자선 행위에 그녀가 지출하는 비용은 매년 수백만 파운드에 이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금액의 대부분은 그녀가 누리지 못하는 즐거움에 지출 되었지요. 그녀는 자신의 성이 출입 금지된 클럽에, 자신이 말을 타지 않는 경마장에, 자신의 성이 배제된 대학에, 수천 파운드에 수천 파운드를 내놓습니다. 그녀는 자기가 마시지 않은 포도주와 자기가 피우지 않은 시가의 청구서에 매년 막대한 돈을 지불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교육받은 남성의 아내에 대하여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오직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그녀가 더없이 이타적인 존재라서 공동 자금의 자기 몫을 남편의 오락과 명분에 쓰기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감탄스럽지 못하지만 더욱 가능성이 높은 두 번째 결론은 그녀가 더없이 이타적인 존재가 아니라, 남편 수입의 절반의 몫에 대한 그녀의 정신적 권리가 점차적으로 소멸하여 실제로는 식사, 잠자리 및 용돈과 옷을 사기 위해 매년 받는 푼돈으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P264

첫 번째 사실은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이 그들의 공적 봉사에 대해 공공 기금에서 받는 보수가 대단히 적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들이 사적인 봉사에 대해서는 공공기금에서 전혀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그리고 세번재는 남편의 수입에서 그들의 몫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혹은 명목상의 몫이며, 아내와 남편 둘 다 옷을 차려입고 음식을 먹은 다음 명분과 유흥과 자선 행위에 쓸 수 있는 잉여 자금은 기이하게도 남편이 즐기고 인정하는 명분과 유흥과 자선 행위 쪽으로 명백히 이끌려 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급료를 받는 사람이 그 급료를 쓸 용도를 결정할 실제적 권리를 가진 듯합니다.- P266

우선, 우리의 잠재적 원조자 범주에서 결혼이 직업인 대규모의 집단을 배제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집니다. 그것은 보수를 받지 못하는 직업이고, 남편 급료의 절반에 대한 정신적 몫은 실제적 몫이 아님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독자적 수입에 입각한 공평무사한 영향력은 제로입니다.- P266

어느 신문의 어느 호에 교육받는 남성 셋이 죽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한 사람은 119만 3251파운드를 남겼고, 다른 사람은 101만 288파운드를 남겼으며, 다른 사람은 140만 4132파운드를 남겼습니다. 당신도 인정 하시겠지만 이것은 민간인이 모으기에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세월이 흐른 뒤 우리도 그들처럼 그 금액을 모아서는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P281

공직이 우리에게 개방되었으므로, 우리도 연간 1,000파운드에서 3,000파운드를 버는 것은 무리가 아닙니다. 법조계가 우리에게 개방되었으므로, 우리도 판사로서 연간 5,000파운드를 벌 수 있으며 법정 변호사로서 연간 4만 또는 5만 파운드를 버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교회가 우리에게 개방되면, 우리는 매년 만 5000, 5,000, 3,000파운드의 급료를 받고 그와 더불어 관저와 지방 부감독 관구를 받을 것입니다. 증권거래서가 우리에게 개방될 때 우리는 피어폰트 모건이나 록펠러처럼 수백만 파운드를 소유한 백만장자로 죽을 것입니다.- P282

우리가 전문직에 종사하기만 하면 이 모든 부는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길로 모여들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연간 30파운드 내지 40파운드를 현금으로 받고 덤으로 식사와 잠자리를 현물로 제공받는 가부장제의 희생자에서 연간 수천 파운드의 소득을 올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챔피언으로 우리의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현명하게 투자하면 우리가 죽을 때쯤 수백만 파운드라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금액을 소유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이것은 가히 매혹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생각입니다.- P282

만약 남성이 외국의 지배로부터 영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녀는 자신에게 ‘외국인‘이란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녀가 외국인과 결혼하면 법적으로 그녀는 외국인이 되니까요. 그러면 그녀는 강요된 우애가 아니라 인간적 공감에 의해서 명실공히 외국인이 되려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모든 사실들은 그녀의 이성에 다음을 확인시켜 줄 것입니다. 아주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그녀의 성과 계급은 과거 영국에 대해 고마워할 것이 거의 없었고, 현재에도 고마워할 것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지요. 또 한편으로는 미래의 그녀 일신의 안전 또한 상당히 의심스럽지요.- P347

그렇다면 유아 집착증은 어디에서 이 놀라운 힘을 얻은 것일까요? 이 사례들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부분적으로는 이 유아 집착증이 사회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자연, 법, 자산 모두가 그것을 변호하고 숨겨줄 준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렛 씨, 젝스블레이크 씨와 패트릭 브론테 목사는 그들 감정의 본질을 스스로에게 쉽게 숨길 수 있었습니다. 만약 딸이 집에 머물러 있기를 그들이 바랐다면, 사회는 그들이 옳다고 동조했습니다. 만약 딸이 항의하면, 자연이 그들을 도와주었지요. 아버지를 버린 딸은 자연법칙에 반하는 딸이고 여성성이 의심스러운 존재니까요. 혹시라도 그녀가 더 고집을 부린다면, 그때는 법이 그를 도와주었습니다. 아버지를 버린 딸은 스스로를 부양할 수단이 없었지요. 합법적인 전문직은 그녀에게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P389

마지막으로, 만약 그녀가 여성에게 개방된 유일한 전문직, 무엇보다도 오랜 역사를 지닌 전문직에서 돈을 번다면, 그녀는 여성성이 박탈된 것이지요. 의심할 바 없이 그 유아 집착증은 어머니가 감염될 때에도 강력한 영향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감염되면 그것은 세 배나 강력해집니다. 그에게는 그를 보호할 자연, 그를 보호할 법, 그를 보호할 자산이 있으니까요. 그러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패트릭 브론테 목사는 그의 딸 샬럿에게 여러 달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게 하고 그녀의 짧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몇 달 훔쳐도, 그가 목사로서 성직을 수행하는 영국 국교회로부터 어떤 책망도 듣지 않는 일이 전적으로 가능합니다. 그가 개 한 마리를 고문했다든가 시계를 훔쳤다면, 그 동일한 사회는 그에게서 성직을 박탈하고 그를 쫓아냈겠지요. 사회는 아버지이고, 역시 유아 집착증을 앓고 있는 듯합니다.-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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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3-1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기니>가 더 좋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다른 글에 비해 너무 안 알려져서 안타깝지요.

다락방 2020-03-18 08:03   좋아요 0 | URL
<자기만의 방>에 대해서라면 이미 유명하고 얘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막 뭔가 강타하는 건 없었거든요. 그런데 <3기니>는 내용을 전혀 모른채로 읽기 시작했다가 정말 강타당한 느낌이었어요. 너무 좋아요, 너무!!

Jeanne_Hebuterne 2020-03-18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1학년 때 제게 몇 권의 버지니아 울프 책을 권해준 남자는 ‘버지니아 울프는 혁명이야‘라고 덧붙였어요.

다락방 2020-03-18 08:04   좋아요 1 | URL
세상에, 대학1학년 때 버지니아 울프를 권해주는 남자가 주변에 있었단 말입니까? 도대체 어떤 아름다운 인생을 사신겁니까, 쟌님. 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저에게 울프를 권해주는 남자는 하나도 없었는데요.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고요. 진정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콜롬비아 산타 로사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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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는 커피메이커가 있고, 매일 보쓰는 이 커피메이커를 통해 내린 블루마운틴을 마신다. 보쓰가 마시는 특별한 브렌드, 꼭 그 커피만 마시는데, 그 커피를 내리노라면 사무실에 향이 가득 퍼지고 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아주 오래, 그리고 아주 많이 그 커피를 마시곤 했다.


드립백은 내 성격에 안맞으니, 그렇다면 원두를 핸드드립분쇄로 사서 저 커피메이커에 내려마시자, 하고는 <콜롬비아 산타 로사>를 주문했다. 처음에 내리면서는 향에서 산미가 확 느껴져서 동료 직원과 함께, '역시 커피향은 보쓰가 마시는 게 최고야' 했더랬다. 그리고 마셔보니, 맛도 그랬다. 보쓰가 마시는 커피, 그러니까 내가 십년이상을 마셔온 그 커피는 산미가 전혀 없는데, 콜롬비아 산타 로사는 산미, 산미가 강하다... 커피맛을 잘 모르는 나는 그 커피가 쓴지 아닌지, 진한지 아닌지, 신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단 말야? 마침 막 배송되어 왔던 지난 주 금요일에 타부서의 동료에게 이 원두 사진을 보내주며, '이거 왔는데 한 잔 내려줄까' 했더니 좋다면서 자신의 머그컵을 가지고 올라왔다. 사무실에는 콜로비아 산타 로사 향이, 내가 두 번이나 연달아 내리는 바람에 매우 강했다.



오늘 출근해서 보쓰의 커피를 먼저 내리고 그 후에 내 커피를 내렸다. 당연히 새로운 종이 필터에다 했지. 그런데 와, 이 산미가 느껴지는 향이, 어느게 더 향이 좋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다수가 '블루마운틴'을 선택할 것 같은데, 그런데 이 콜롬비아 산타 로사 향이 너무 좋은 거다. '시다' 라는 향이 확 느껴지는데 더 따뜻한 느낌이랄까. 이 커피가 내려지고 사무실에 향이 퍼지면서, 아 나는 어쩌면 이 신맛에 그리고 신향에 이제 익숙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원두를 좀전에 또 주문했다. 나의 3개월간 알라딘 순수총구매액은 39만원에 육박하고 있고, 오늘 주문하여 아마 더 커지겠지만, 뭐 어떠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신맛이 느껴지는 커피향(향에는 산미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산향?)이 익숙해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기분도 좋아졌다. 히히히히. 커피는 맛보다 향인가보다, 했다. 커피는 정말이지 향이 다 하는 것 같아. 아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좋다! 게다가 커피 메이커가 내려주니 세상 편한것이야. 나는 그저 물과 간원두만 넣어주면 끝.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좋아.

이렇게 가다간 나는 커피 전문가가 될지도 모르겠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진은 커피 내린 오늘 아침. 사진엔 없지만 에이스랑 같이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 아마도 그건..에이스가 맛있어서?


이 리뷰를 오전 08:15에 작성완료했는데 지금 알았다. 비공개로 써놨다는 걸 ㅠㅠ

밥통.. 바부팅..



(feat. 정원 있는 나의 사무실, 알라딘 커피, 알라딘 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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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3-1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립 내리다 성질 나빠질 거 같아서 (맛도 오락가락 시간은 오래 걸리고) 커피메이커 하나 질러 말아 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0-03-16 11:4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처럼 핸드 드립 내리면서 차분해지는 대신 성질 나빠질 것 같다면, 커피메이커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3-16 11:52   좋아요 0 | URL
커피메이커 커피 맛을 한 번 보고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ㅎㅎㅎ

2020-03-22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3-22 15:11   좋아요 0 | URL
제가 저걸 언제 무얼 사고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나님, 구하실 수는 있습니다. 아래 링크 들어가보세요~

https://www.aladin.co.kr/shop/wbrowse.aspx?CID=144461&BrowseTarget=List&ViewType=Detail&SortOrder=2

2020-03-22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3-22 19:07   좋아요 0 | URL
앗 저도 제가 보낸 링크에서는 저거 똑같은 걸 보지는 못했어요. ㅜㅜ
제 생각에도 알라딘에 연락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요.. 알라딘에 연락한다고 구해질지도 잘 모르겠지만요. ㅠㅠ

2020-03-22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2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2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3-22 19:30   좋아요 0 | URL
네 비댓으로 돌리셔도 됩니다~~

bona 2020-03-2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그럼 남은 저녁도 편안하게 지내세요^^

다락방 2020-03-22 19:36   좋아요 0 | URL
주말이 가는 건 언제나 너무 아쉬워요 ㅠㅠ 보나님도 남은 주말 밤, 잘 보내세요!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조윤커뮤니케이션 / 201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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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들을 가져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란 말인가 혼란스러워 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도 뱀파이어는.. 없는거 맞죠?)
그렇지만 너무 길었다. 나중엔 언제 끝나나 했네.
영화로 만들어져 2012년 개봉했다던데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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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뱀파이어 헌터 후속작은 언제나..
    from 퀸의 정원 2020-03-16 14:25 
    다락방님이 뱀파이어 헌터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는 글을 남기셨더군요.저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리뷰를 쓴 기억이 나서 마이리뷰를 뒤져보니 2010년에 간행된 책이더군요. 2010년에 나온 책이라 절판(웬만한 장르 소설의 경우 평균 5년안에 늦어도 10년이면 완전 절판)이기에 뱀파이어 헌터 역시 절판되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아직까지 팔리고 있습니다.솔직히 뱀파이어 헌터란 작품이 나온지 10년이 되었고 영화 역시 오래전에 나왔기에 현재 잘 팔릴것 같
 
 
카스피 2020-03-16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리뷰 쓴 기억이 나는데 재미었더군요.후속편도 나온것 같은데 국내에 번역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소설은 긴 편인데 영화는 2시간 남짓이라 영화만 봐도 책 줄거리는 단박에 알수 있지요.전 영화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네요^3^

다락방 2020-03-16 09:08   좋아요 0 | URL
영화 넷플릭스엔 없는데 네이버엔 있네요. 네이버에서 다운 받아 봐야겠어요.
소설은 재미있긴한데 지나치게 긴 느낌이에요. 좀 쳐냈어도 좋았을듯요.

카스피 2020-03-16 13:30   좋아요 0 | URL
오래전 영화롸 가끔씩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나네요^3^

비연 2020-03-1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게 영화로도 나와 있군요!

다락방 2020-03-16 13:39   좋아요 0 | URL
저 네이버에서 다운받아 30분정도 봤어요. ㅎㅎ
저도 도끼 잘 휘두르면서 살고 싶어요..
 















이 책을 읽는 일은 곀코 쉬운 일이 아니다. 3월의 도서인 이 책에 대해 3월 중순이 다 된 지금까지 올라온 글이 거의 없다는 것이, 아마도 이 책 읽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그간 여성주의 책 함께읽기를 하면서 가부장제,자본주의,노동에 대한 책들을 읽어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은 서문을 읽다가 던져버렸을 것 같다. 그렇다. 서문. 이 책의 서문은 단지 서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문 뒤에 서문 뒤에 서문...

서문이었다가 서문이었다가 서문일 것이었다가...



한국어판 서문 5

개정판 서문 16

초판 서문37



이렇다니까? 

서문이었다가 서문이었다가 서문일 것이었다가...


그래서일까. 서문을 다 읽고나면 그 다음부터는 좀 진도가 나가기는 한다. 왜냐하면 이제 서문이 없으니까... (아무말)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무지개색연필로 밑줄 그으면서 북마크를 붙여가면서 읽고 있었다. 이따가 <하이에나> 볼 때까지 읽어야지, 하고 독서대에 책 똭- 두고 읽고 있었는데, 아, 암소 때문에..암소 때문에 나는 나의 맥북을 열었다.


'마리아 미즈'는 이 책을 통해 사냥을 해서 남자들이 중요한 식량을 공급했기 때문에 인류가 유지되어 올 수 있었고 그가 힘을 가지게 되었다, 는건 말짱 거짓말이라고 얘기한다. 실질적으로 식량 공급은 대체적으로 여자가 해왔고, 그걸 먹고 날을 잡아서 사냥을 가 고기를 잡는 것이 남자들이 한 일이라는 것. 그러나 그런 그들이 여자들을 종속적으로 부릴 수 있고 권위를 가질 수 있게 된 건, 그들이 사냥을 위해 만들어냈던 '도구', 다름아닌 '무기'에 잇었다. 동물을 죽일 수 있었던 그 도구들-활과 화살-은 인간을 향한 것일 수도 있었다는 것. 그동안 여성들이 채집을 위해 만들었던 도구, 식량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었던 도구-바구니- 같은 것들이 아닌, '파괴'만을 위한 도구. 그것은 인간으로도 향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힘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그에 관련된 연구나 글을 인용하면서 얘기해주고 있는데, 나는 '목축민들'에 대한 부분을 읽게 된다.




목축민은 황소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소를 임신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는 약한 동물들을 거세하고 없애는 것으로 귀결되기도 했다. 그리고 유력한 황소 한 마리가 남아, 목축유목민이 생각하기에 암소를 임신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기간에 이용되었다. 암컷들은 성적 강제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야생의 자유로운 섹슈얼리티가 강제적으로 경제의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강제적 경제는 무리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경제이다. 암컷의 무리를 만들고, 여성을 납치 강간하고, 부계를 따라 후손과 상속이 이어지도록 가부장제를 수립한 것은 이런 새로운 생산양식의 일부라고 할 만하다. 여성 또한 같은 경제적 논리의 대상이 되었고, 움직이는 재산의 일부가 되었다. 여성은 가축이 되었다. (p.156)

매 문장이 슬프다. 모든 문장이 슬퍼. 모든 문장이 아프고 슬프다. 여성이 가축이 되어버린 게 슬프고, 그 슬픔 유래를 꺼내기 위해 가져온 동물이 하필 암소라니, 나는 어제 본 영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영화의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베넷'과 '다아시'로 '제인 오스틴'의 원작 [오만과 편견]을 그대로 가져왔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를 만나 처음 오해하던 것 나중에 사랑하는 것등 기본적인 스토리는 그대로 가져왔는데, 배경에 좀비가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엘리자베스네 다섯 자매들이 이 좀비를 없애는 전사로 자랐다는 거다.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이 자매를 중국으로 보내 무술을 배우게 했고,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중국어로 손자병법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은 예쁘게 차려 입은 드레스 안에 무기를 숨기고 있고, 그 작은 무기들이 아니라 큰 칼도 그리고 도끼도(!) 다룰 수 있다. 맨몸으로 싸우는 건 기본중의 기본이고!


이런 엘리자베스네 가족은 자매들뿐, 남자 형제가 없다.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그 시대적 풍습에 따라,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든 남자에게 물려주어야 해서 먼 친척 남자를 불러들이고, 딸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질 않는다. 이 얼마나 빡치는 일인가. 그래서 딸들중의 한 명은, 이 재산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그 친척 남자와 결혼해야 해..정말이지 대환장할 일이다. 친척남자는 여기에 자주 찾아왔던 것도 아닌데, 남자라는 이유로 재산을 물려받는 것... 환장 환장 대환장..


이런 엘리자베스의 어머니는 딸들을 모두 부잣집으로 시집보내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어머니를 돈만 아는 사람이라고 욕할 수가 없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게 있는 거다. 딸들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그 집 남자의 재산에 기대야 하는데, 엘리자베스가 '사랑 없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게, 그래서 어머니가 보기에는 속상한거다. 그러면 너 어쩌려고 그러냐, 너가 아버지랑 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러면 그 다음은? 정말이지 답이 없는 것이다.



아직 자매들이 모두 신랑감을 찾지 못했는데 마을에서 파티가 열리고, 거기에 돈많은 귀족 집안의 자제가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게된 엘리자베스의 어머니는 딸들을 준비시킨다. 너희들중 누군가라도 그 사람 눈에 띄어야 해, 그래서 시집 가야해, 부잣집, 부잣집으로 시집가야 해! 

이때 엘리자베스가 자신은 그런 파티에 가고 싶지 않다며, 이렇게 얘기한다.




<싫어요, 경매장 어린 암소처럼 행진하기 싫어요.>



그렇다. 엘리자베스는 무도회에 참가하여 남자의 눈에 띄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축이나 다를 바 없는 것임을 알고 잇었다. 그리고 그걸 거부한다. 아니, 나는 암소처럼 행진하기 싫어. 아, 암소란 무엇인가.



영화는 무척 재미있다. 좀비가 나온다고 해서 너무 쫄았는데, 사실 좀비가 무섭게 등장하는 일은 별로 없고, 좀비를 없애는 엘리자베스와 자매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마지막에 다아시를 구해주면서 엘리자베스가 좀비의 머리에 도끼를 찍는 건 정말 좋았다. 여자들이여, 도끼를 휘두르자!!


엘리자베스는 책을 읽고 검투 훈련을 하는 사람. 처음 그녀가 청혼을 받았던 남자를 거부한 건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남자가 '나랑 결혼하는 조건으로 검투 훈련은 하지 말아줘' 라고 했기 때문이다. 웃기고 있네 진짜.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게,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검투 훈련을 비롯한 모든 스포츠를 해야 한다는 거다. 호신술을 물론이고 겨루기를 위한 운동까지도. 내 신체가 단단하고 내가 싸움의 기술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두려움이 없어지니까. 영화속에서 엘라자베스도 '위협을 당할수록 더 용감해진다'고 스스로를 밝히는데, 내가 싸움의 기술을 알고 강해지는 건 그만큼 세상을 살아가는 데 더 유리한 지점이 되는 것 같은 거다. 내가 힘이 세고, 내가 공격하는 방법 그리고 방어하는 방법을 안다면, 남자들의 그 숱한 폭력으로부터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뿐더러 반격할 수도 있을테니까. 그런 반격과 방어앞에 폭력은 더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얌전했던 어린 시절이, 얌전을 강요받던 어린 시절이 너무 원통하다.... 여자들이여, 싸움의 기술을 익히자!

영화속에서 엘리자베스(릴리 제임스)가 훈련을 하고 또 다아시랑 결투를 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아주 재미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계속 암소, 암소로 돌아가자. 나는 어쨌든 잘못 없는 암소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으니까. 암소.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소스타인 베블런, p,340)






베블런... 암소, 하면 나는 이제 베블런이 생각나버려. 죄송합니다..


아무튼 저때, 남자는 황소와 암소를 보고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 때, 그 자리에 같이 있으면서 같은 광경을 목격했던 여자아이는 암소가 되기를 거부한다.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너가 하고 싶으면 소랑 해(암소야, 미안. 암소에게 잘못은 없단다), 나를 소처럼 취급하지 말고. 이때도 이 여자아이는 암소 되기를 거부했다. 가축이 되기를 거부하기는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여자들이 해오고 있었던 거다. 여자들은 알고 있었던 거다. 남자들이 여자를 가축 취급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가축화 하려 한다는 것을. 그래서 얘기한다. 아니, 암소처럼 되진 않을 거야. 나는 가축이 되기를 거부한다. 여자들은 가축이 되기를 거부한다.



가내경제에서 사냥은 남성에게 경제활동이라기보다는 스포츠이자 정치활동 이었다. 이런 원정들에서 남성은 고립되어 채집활동을 하던 다른 부족민의 여성이나 어린이를 납치하기도 했다. (p.158)



가축이 되기를 거부했던 여성들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책 읽으러 간다. 

주말 진짜 너무 좋아. 

좀이따 와인 마시면서 티비봐야지. 흐흣.



무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대상-관계는 기본적으로 약탈적이며 착취적이다. 사냥꾼은 생명을 전유하지만, 생명을 생산하지는 못한다. 이는 적대적이며, 상호작용이 안 되는 관계이다.- P154

첫 번째 형태의 사유재산은 가축이나 식량이 아니라 납치된 여성 노예라고 추정할 수 있다.- P155

도구가 없다면, 남자man는 사람MAN이 아니다.- P144

새로운 생명의 생산자로서 여성은 첫 번째 자급적 생산자가 되고, 첫 번째 생산 경제의 창안자가 된다. 이는 처음부터 사회적 생산과 사회적 관계임을, 즉 처음부터 사회와 역사가 창조된 것임을 의미한다.- P143

여성은 아이를 젖소처럼 그저 키운 것이 아니다.-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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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3-14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번 만난 암소 이야기를,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리즈의 대사로, 베블런의 대사로 듣게 되네요.
시원한 통찰에 재미도 놓치지 않은 심히 유익한 페이퍼입니다.
이제 좀 쉬어도 되겠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0-03-16 07:45   좋아요 0 | URL
아이참, 단발머리님이 쉬어도 된다 하셔서 이거 쓰고나서 이 책 읽기를 계속 쉬었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제는 쉬고 하루종일 뱀파이어 책 읽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가의 언어 - 걱정과 고민을 툭, 오늘도 나마스떼
김경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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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써의 '아사나'가 궁금했는데 마침 이 책을 알게 됐다. 목차에서 드러나듯이 모든 아사나를 아사나 이름 그대로 제목으로 달아두었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아도무카 스바나 아사나, 하고 발음하는 게 좋아서, 가만 내뱉는 게 좋았는데 마침 맞춤한 책. 아사나를 그림으로 그려둔 것도 알아보기 쉬웠고 설명도 잘 해두었지만, 요가를 전혀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사실 책을 보고 자세를 잡는 건 불가할 것 같다. 일단 요가를 한 달이라도 선생님으로부터 배워보고 그 후에 책이라든가 영상을 보고 따라하는 게 좋을 듯. 


'코브라 자세'가 '부장가 아사나' 라는 걸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달 자세'가 '아르다 찬드라 아사나' 라는 걸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책.


아사나의 이름을 내뱉는 것처럼 가만가만한 책이다. 

병원 여러 군데를 거쳐 MRI 촬영을 했고 경추와 요추에 약간의 디스크 이상이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진료를 받는 도중에 이런 조언을 들었습니다. ˝허리는 수술해도 재발할 확률이 높고 수술해도 완전히 좋아지는 건 아니니 척주기립근(척주의 양옆을 따라 길게 뻗은 강한 근육)을 길러서 뼈를 보호할 수 있도록 매일 운동하세요.˝- P6

울적할 때 마츠야 아사나를 하면서 감정을 받아들입니다. 대부분의 후굴 동작이 우울감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물고기 자세를 추천합니다. 숨을 쉬기가 편안하고 정수리를 바닥에 대고 있으면 머리가 시원하거든요.- P96

부장가에서 양손을 다 떼는 게 처음부터 된 것은 아닙니다. 요가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부터 코브라 자세가 숙면에 좋다는 말을 듣고 습관처럼 잠들기 전에 매일(약 16년 동안)했거든요. 그 결과 지금은 손을 짚지 않고 하는 게 더 편해졌습니다. 힘을 적절히 쓰기 때문에 아무리 뒤로 젖혀도 허리에 통증 없이 편안합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언가 갑갑할 때에도 이 자세를 하면 좀 살 만해졌습니다. 그래서 부장가는 제 영혼의 단짝이자 ‘최애‘ 아사나라고 할 수 있어요.- P101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옛말로 다시 돌아가봅니다. 하지만 그 원숭이는 죽지 않았다면 다시 나무에 올라갈 겁니다. 삶은 계속되니까요.- P155

보트 자세를 하면 균형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몸은 많이 움직이면 피로가 쌓여서 아프고,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굳어서 아픕니다. 그래서 움직임과 멈춤 사이에도 적당한 균형이 필요해요.-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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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3-1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 갑니다. 읽어봐야겠어요.감사합니다^^

다락방 2020-03-16 07:46   좋아요 0 | URL
코브라 자세가 부장가 아사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실 다른 대부분의 자세에 대해서는 아사나 이름을 모르고 있었거든요. 이 책은 아사나 이름 다 알려주고 그림으로 그려줘서 그런 쪽으로는 확실히 도움이 됐어요! 다 외우진 못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