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요가 영상을 보았다. 화면속 요기니는 서서 후굴 자세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점점 뒤로 접다가 양 팔을 들어 뒤의 벽에 양손을 댔다. 그렇게 천천히 벽을 타고 내려가면서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를 완성하더라. 보통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는 누운 상태에서 팔을 머리 옆에 대고 하체를 이어서 상체와 머리를 들어올려 완성하기도 하는데, 내가 화면속에서 보는 요기니는 서서 완성하고 있었다. 요기니가 서있는 앞과 뒤가 모두 벽이었고 그 사이가 좁아서 아마도 안정적으로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긴한데,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를 내가 못하는 아사나인만큼, 저렇게 서서 뒤로 넘어가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었다. 참고로, 우르드바다누라아사는 바로 이 자세.





2월부터 요가센터를 가지 못하고 있고 이번 해에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를 성공시켜보자는 내 작은 목표는 실현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집에서 틈날 때마다 누워서 내 머리를 들어올리려고 하는데 절대, 네버 들어올려지질 않는거다. 지난 주말에는 여동생네 가족이 왔었고 그래서 또 시도하면서 이거봐, 머리가 절대 안들려, 절대, 했더니 여동생은 복부에 더 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맞아, 내가 배에 살만 많지 힘은 없어...하고 시무룩하는데, 열한살과 여덟살의 조카들이 응? 그거 안돼? 하면서 갑자기 누워서는 번쩍번쩍 자기들 머리를 드는 게 아닌가! 야, 니네 뭐야, 니네 왜 연습도 없이 그게 돼? 했더니 여동생은 아이들은 유연해서 더 하기 쉽다는 거다. 조카들은 이게 이모 왜 안되냐고 내게 자꾸 물어서 나는 대답했다.


"이모가 머리에 되게 든게 많아서 그래. 똑똑해서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안들려."


조카들은 내 말을 무시하고......



각설하고,

내가 요가를 2년간 하면서도 사실 할 수 있는 아사나가 거의 없다. 그나마 되는게 나무자세랑 낙타자세인데, 낙타자세에서 잘하면 우르드바다누라 아사나를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지난번에는 낙타자세를 취하고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를 시도하려는데 영 팔이 뒤로 뻗어지지도 않고 어떤 두려움이 나를 가로막아..이내 포기했는데, 그때 아, 이럴 때의 나를 봐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후굴로 접근해 자세를 완성한다거나 낙타자세에서 완성할 때, 그렇게 하고자 할 때 누군가 옆에서 봐주면서 어 팔에 힘을 더 줘, 배에 힘 줘, 팔 더 내려와, 괜찮아 더 내려갈 수 있어, 같은걸 코치해준다면 나는 성공에 더 가깝게 가지 않을까. 내가 얼마만큼을 하는건지 어디가 어떻게 부족한건지, 혼자서 시도하면 언젠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 문제점 파악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파악 자체가 느리고 굼뜰것 같은거다. 이런 점에서 스승은 필요한거구나,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면 더 잘 나아갈 수 있을텐데 싶은 거다.




여성학에 대해서도 그렇다. 지금까지 80권 이상의 여성학 책을 읽어왔고 또 여러차례 강연도 들었더랬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대학원 생각도 해보게 됐었는데,


1. 등록금

2. 체력


이 두 가지가 너무 앞을 가로막는다. 사실 세번째 이유도 있는데, 그건 '내가 아무리 대학원 가서 공부한다고 해도 정희진쌤처럼 되겠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해지고 있다. 최근에 정희진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학 선생님들의 글을 읽다가도 삐끗하게 되는 부분들을 맞닥뜨리는 바, 정희진처럼 되는건 불가해도 나는 그냥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거다. 놓지 않고 계속해서 여성학에 대해 알려들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나는 그저 내가 되었다. 그렇지만 대학원에 간다면, 그래서 선생님을 만난다면, 뭐랄까, 봇물이 터지지 않을까 싶어지는 거다. 나를 막고 있는 어떤 얇은 경계선 같은 것들을 스승이 끊어주지 않을까 하는 것. 그게 툭, 끊기면서 내 공부와 관심은 더 넓어지고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다. 더 많이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역시 이 점에 있어서도 스승은 필요하지 않은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꾸준히 읽고 꾸준히 쓰는 것은 분명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 나는 알라딘을 통해 읽고 쓰기를 계속하면서 스스로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또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나를 오래전부터 지켜봐온 사람들도 내가 더 나아지고 있다고 어느 지점을 통과한 것 같다고 듣기 좋은 말들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가르침을 받는다면 뭔가 더 쭉쭉 뻗어나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거다. 그래서 문예창작과나 국문과를 갔어야 했던게 아닌가, 싶어지고 글을 잘 쓰는 누군가를 알게 되었는데 만약 그 사람이 국문과나 문창과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면, 아아, 역시 가르침을 받았어야 해, 내가 더 나아가지 못하는 건 가르침을 받지 못해서이다...라는 생각을 해버리게 되는거다. 어제 읽은 책에서는 이런 문장을 보았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 주인공이 변하지 않은 소설은 재미가 없다." -'오사와 아리마사, 『소설 강좌 잘 나가는 작가의 모든 기술』, '엔조 도', '다나베 세이아' ,『책 읽다가 이혼할 뻔』에서 재인용
















남편이 아내의 제안으로 읽게된 책, 『소설 강좌 잘 나가는 작가의 모든 기술』에서 저자인 '오사와 아리마사'가 한 말인데, 오, 저 문장이 너무 좋은거다. 그러니까 뒤통수를 치는 깨달음 같은게 확 왔달까.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 주인공이 변한다는 것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성장'을 의미한다. 이랬던 주인공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렇게 되었다, 라고 하는 것은 자기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듣고 생각하면서 성장한다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야기에 성장은 필요하지 않은가 싶었던 거다. 작가가 소설에 대한 강좌에서 역시나 쓸만한 가르침을 주었구나, 싶으면서, 아아, 그래 이런 가르침을 받으려면 역시 스승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이걸 내게 알려줘야 하는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물론 이렇게 책으로 어쨌든 알게 되긴 했지만, 이렇게 혼자 스스로 파고들어가 깨닫기 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 결국은 만나지 못할 가르침이 될지도 모르잖아. 내가 잘하고 싶은 것,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물론 내 노력이 중요하지만, 스승이 필요하다. 스승이 필요한거야... 스승이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모든 지점에서 다 스승이 필요한데, 그러다 문득 오늘 아침 출근길에, '그런데 나는 왜 지금 직장일에는 스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은 이내 나왔다. 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생각 같은 게 없는 것이야..일은, 그저 나에게 밥벌이 수단이고, 밥벌이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것이지, 이것에 있어서 더 나아가고 싶다거나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방통대 국문과 편입할까..그렇지만... 또 자퇴하겠지, 나는....걍 책이나 열심히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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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6-1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 얘기인줄 알았어요.
훨씬 더 깊은 얘기가 담겨있네요.

다락방 2020-06-12 12:01   좋아요 0 | URL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는 존재인 것 같아요. 저는 또 어떤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테고요.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가 봅니다. 혼자 하는것보다는 누군가 도와주는 편이 안전하고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인것 같아요.

2020-06-11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2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0-06-1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난 주에 스쿼트 하다가 목을 잘못 썼는지 일주일 내내 목디스크인가 고민했다니까요. 섣불리 그냥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자세 고집하다 잘못하면 큰일나겠구나 싶으면서 정말 옆에 코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흑, 코로나가 끝나서 다시 배움의 장으로 나아가야 할텐데 고민입니다. 그리고 글쓰기, 저는 문장부호, 맞춤법도 한없이 어려워요. 그래서 국문과에서 기본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 잠시 지나간적 있어요. 흑, 구구절절 다 공감하고 갑니다.

다락방 2020-06-12 12:08   좋아요 0 | URL
제가 예전에 술마시고 들어와서 스쿼트 하다가 이틀간 허리가 아파 고생한 적이 있어요. 왜 하필이면 술마시고 스쿼트를 했을까요. 술 마시면 왜그렇게 엄한 객기를 부리는건지 원 ㅠㅠ

운동도 공부도 다 옆에서 누군가가 코치해주면 원하는길로 좀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지금 아쉬움이 되게 커지고요. 국문과에서 기본을 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블랑카님도 하시는군요. 저는 대학진학할 때 국문과 가라는 말을 되게 많이 들었는데, 그 때는 ‘거기가서 뭐해먹고살아?‘ 이러면서 무시했더랬어요. 그렇게 다른 과를 갔지만 다른 과 갔다고 마땅히 뭐 특별히 더 잘 사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럴 거면 국문과 가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기본이라도 익혔으면 좋았을것을요 ㅠㅠ

잘 지내봅시다, 블랑카님.

꼬마요정 2020-06-1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일을 더 잘 하고 싶지 않은거에요!!!

저도 전공과는 다르게 역사 공부를 너무 하고 싶어서 31살에 일반대학원엘 갔더랬죠. (교수님들은 왜 저를 합격시켜줬는지 모르겠어요ㅠㅠ) 후아, 일 하면서 일반대학원 다니는 건 거의 미친 짓이었어요ㅠㅠㅠㅠ 그것도 일과는 전혀 상관 없으니까요. 학교에는 다들 박사 목표로 공부하지, 교수님들이 원하는 수준은 장난 아니지, 전 영어 못하지 (또 왜 전 서양사로 갔을까요ㅠㅠ) 진짜 밤 새고, 또 밤 새고, 스트레스 받고.... 결국 논문은 못 쓰고(그리스어를 하래요ㅠㅠ) 수료만 하고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홀가분한 마음을 안고 학교를 떠났습니다. 다시는 대학원 안 갈 거에요. ㅎㅎㅎ

저,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 자세.. 완벽하지는 않아도 할 수 있어요. 물구나무 서기도 할 수 있어요 ㅎㅎㅎㅎ 원래 후굴자세는 곧잘 했는데 물구나무서기는 진짜 못했거든요. 주짓수 2년 하고 드디어 성공했어요!! 아직 못하는 자세 많지만 이것 저것 도전하는 중이에요. 전 여전히 다운독 자세가 어려워요. 맨날 벽에 목만 기대고 누워서 티비를 봤더니 등이 굽었어요ㅠㅠ 열심히 교정 중입니다. 하아.. 인체의 신비란... 정말... 그거 조금 했다고 등이 굽다니요. 그래도 점점 등이 펴지고 있어요. ㅎㅎㅎ

다락방 2020-06-12 12:12   좋아요 0 | URL
일은 이만큼만 하면 될 것 같아요. 먹고살만큼 돈을 벌고 있는 지금만큼만요. 돈을 더 벌고 싶다면 일의 능력치도 키워야 하는데, 일의 능력치를 키우기 위한 애씀을 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시간과 노력을 저는 다른 것들에 투자하고 싶어요. 요가라든가(못하지만) 책을 읽는다든가, 먹고 마신다든가, 글을 쓴다든가 하는 것들요.

아니 근데 정말 역사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원을 가시다니, 대단하세요! 저는 살면서 한 번도 빡세게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대학원이 두려운 것도 있어요. 꼬마요정님의 댓글도 그렇고 대학원 다녀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정말 빡세게 공부해야 하더라고요. 나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런 사람이 못될 것 같고 그러면 중도에 포기하게 될텐데, 그러니 시작도 하지말자..이렇게 되어버리는...

우르드바다누라 아사나를 하시는군요, 꼬마요정님! 저는 머리가 안들려요. 머리서기도 안돼요 ㅠㅠ 머리를 땅에 대는 순간 머리가 아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걍 나무 자세만 하면서 살아야 하나봐요. 우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꼬마요정 2020-06-14 23:50   좋아요 0 | URL
아, 전 그냥 하고 싶으면 가능한 한 해버려요. 힘들면 그만두지 뭐 이런 생각이거든요. 시작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시작하고, 시작하면 신기하게 제법 다 해내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다락방님두 그냥 시작해보세요. 힘들면 그만두면 되죠. 세상 뭐 별 건가요^^ 꼭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법도 없잖아요 ㅎㅎ

다락방 2020-06-15 09:03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말씀이 맞네요. 꼭 다 할 필요 있나요. 하다 힘들면 그만두면 되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생각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면 안되겠지만 시도하는 게 어떨까, 자꾸 생각해봐야 겠어요. 흣.

감은빛 2020-06-1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리에겐 언제나 이끌어줄 스승과 함께 나아갈 동무가 필요하죠.
그런데 내가 필요로 하는 어떤 분야, 더 구체적으로 어떤 스킬을
내가 원하는대로 알려줄 스승은 의외로 찾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운동으로 예를 들면 PT(개인 트레이닝)를 돈주고 받아본 적은 없지만,
몇몇 트레이너들에게 비슷하게 받아봤는데,
생각해보면 그 분들은 머신 운동은 잘 알았어도,
프리웨이트는 오히려 잘 몰랐던 거였어요.
오히려 아주 어릴때 약수터에서 돌역기로 인상과 용상을 가르쳐준 동네 아저씨의 가르침이 훨씬 나았죠.

국문과 복수 전공을 하면서 여러 수업을 듣고 글쓰기 공부를 병행했었는데,
그때도 제가 딱 원하는 내용을 가르쳐주는 스승을 만나지는 못했어요.

스승과 동무가 필요하고, 그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인연을 만나기가 쉽지 않겠다 싶어요.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나봐요.

아, 저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 자세를 얼추 비슷하게 할 수 있어요.
바닥에서 올라가면서도 가능하고, 벽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가능하긴 한데,
저 그림처럼 완벽한 모양이 나오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스트레칭과 유연성 기르는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유연성 쪽을 너무 게을리 했네요.
반성하고 다시 노력해봐야겠어요.

다락방 2020-06-12 12:15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은 운동이든 공부든 본인이 원하는 방향이 있었고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켰던 게 아닌가 싶어요. 어, 나는 이걸 원하는데 이사람은 다른 얘길하네, 하고 돌아설 수 있었던거겠죠. 그렇지만 그 분야에 대해 아예 모른다면 어떤 가르침이든 흡수할 수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 제가 먄약 우르드바다누라 아사나를 이미 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그 자세에 대해 말해줄 때 ‘어 나는 그렇게 안하는데? 이게 더 쉬워‘ 할 수 있겠지만, 제가 아예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봐, 하면서 옆에서 코치를 하면 저는 ‘못하던 사람‘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이럴때는 정말이지 스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워낙 운동을 하셨던 분이셔서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를 아시는군요! 이게 코어 힘이 좋아야 하는것 같아요. 몸에 어느정도 근육도 있어야 하고요. 저는 제 몸에 근육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부족한 것 같아요. 코어 힘을 더 키워야겠어요. ㅠㅠ
 
책 읽다가 이혼할 뻔
엔조 도.다나베 세이아 지음, 박제이.구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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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취향이 너무 다른 부부가 서로 추천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기획을 해 연재를 시작한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와 너무 재미없어서 중간에 그만 읽을까 고민하다 겨우겨우 다 읽었다.


책에 대한 책이라면 보통,


1. 내가 읽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던가

2. 내가 모르는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던가


해야 재미있을텐데, 이 책은 위의 1,2 번중에 해당사항이 아무것도 없는 거다. 모르는 책들 투성이에 아는 작가는 두어명쯤 나오고(한 명은 스티븐 킹!), 죄다 모르는 책인데 아무것도 읽고 싶은게 없는거다. 종이접기 같은 책은 뭐 어쩌라는건지... 책에 대한 책중 가장 재미없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내와 남편의 성격도 달라도 너무 다른데, 나는 내가 아내와 비슷한 성격인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의 성격이나 취향쪽이 더 잘맞았다.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건지 나랑 비슷한 사람은 싫어서인지 아내에게 묘하게 내가 싫어하는 성격적인 면이 있었던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 자체는 여러가지로 매력 없는 책이다. 걍 이 부부의 자아찾기... 정도의 책으로 마감한 듯.



마지막 부부작가의 대화도, 그리고 번역자 부부의 대화도 좀... 이게 뭐여..싶고...;;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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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20-06-1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믹~~^^ 배려...
 
데이지 밀러 펭귄클래식 27
헨리 제임스 지음, 최인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명성에 비해 재미는 그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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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0-06-1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어릴때 들마로 봄..데이지..란 미드로 k방송국인가?m방송국인가? 여튼..재미 있었는데..ㅎㅎ

다락방 2020-06-10 14:42   좋아요 0 | URL
오오, 이게 드라마도 있었어요?! 저는 책이 딱히 재미가 없었어요. ㅎㅎ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이지 밀러》는 '헨리 제임스'의 1878년 소설이다. 유럽 여성이 어떻게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만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지 수만개의 규칙이 있던 시절이었다. 데이지 밀러는 미국의 젊은 여성이고 스위스로 여행을 간다. 그녀는 여기저기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다.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해지고 싶다. 그러나 그녀가 샤프롱도 없이 남자와 단둘이 말을 하고 산책하거나 혹은 남자 여럿과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사람들에게 뒷담화 거리가 된다. 그녀는 천박하고, 상종 못할 인간이 되어있다. 배우지 못하고 욕먹을 여자. 그런 평판은 그러나 데이지에게는 뭐 크게 상관이 없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을 간다. '너 그러면 안돼, 남자랑 돌아다니지 말고 얼른 이 마차에 타고 나랑 함께가' 라고 오지랖을 부리는 귀부인에게 '싫다'고 말하는 여자다. 싫은데? 나 지금 이 남자랑 산책할건데?


이 평판이 데이지에게는 중요하지 않아서 크게 상관없었고 또 이 평판으로 인해 데이지가 우울했다거나 슬프다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평판은 데이지에게 첫 눈에 반한 '윈스턴'에게는 중요했다. 윈스턴은 데이지가 너무 좋고 마음에 들고 데이지랑 함께 있고 싶고 둘이 있고 싶은데, 자신의 '아주머니'(뭐 이모쯤 되는 것 같다)를 비롯해 친하게 지내는 귀부인들이 모두 그녀의 천박함을 욕한다. 게다가 이탈리아에서 재회한 데이지는 이탈리아 남자랑 허구한 날 돌아다녀. 윈스턴은 자신이 아닌 이탈리아 남자랑 돌아다니는 데이지를 보고는 어쩌면 저 여자는 사람들이 말한 그런 천박한 여자일런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여우의 신포도...


놀랍게도 데이지는 말라리아로 죽는다. 그녀는 사실 윈스턴에게 마음이 있었는데 딱히 윈스턴과 뭘 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열병에 걸려 죽어버려. 굳이 데이지가 윈스턴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를 바란건 아니지만 열병 걸려 죽게 만들다니, 헨리 제임스 너무해... 그리고 이 소설은 딱히 재미는 없다.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의 저자 '아자르 나피시'가 바깥에는 폭발이 일어나는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데이지 밀러를 읽길래 으앗, 뭘까뭘까 하고 읽었는데, 별로 재미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러고보면 책을 만나는 시기도 정해져있는 것 같다. 헨리 제임스의 《데이지 밀러》를 사둔건 한참 전이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 주연의 영화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에서 이 책을 보고 그 때 읽어보고자 사두었다. 아델라인은 책 읽는 걸 무척 좋아하는 여자인데, 그녀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반했던 남자가 그녀에게 만나서 꽃다발 대신 꽃 이름이 들어간 책들을 여러권 선물해주는데 그 중 하나가 데이지 밀러였던 거다.







나는 이렇게 오래전의 양반, 예의, 교양, 신분... 이런 것들로 가득찼던 배경의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내가 과거에 태어났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데이지 밀러가 살았던 시대의 나였다면, 나 역시 데이지 밀러 같았을 것 같다. 데이지 밀러는 신사들과 노는게 너무 좋다고 말한다. 아아, 젊은 시절의 나는 남자들과 노는 걸 얼마나 좋아했던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도 그 시대에 살았다면 나 역시 교양있는 부인들로부터 욕을 디지게 먹었을 것 같다. 천박하다고. 그러나 항상 함께 놀 수 있는 신사들과(응?) 친구들은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동성의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신사들하고 하도 놀아제껴서 욕먹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지만 그렇다해도 니가 범죄자인것도 아니고 나름 괜찮은 인간이니까, 하면서 나랑 항상 어울리고 수다 떠는 여자친구들은 있었을 것 같다. 나는 아마 사교계에 데뷔해도 월플라워 였을 것 같고 ㅋㅋㅋ 아마 아무도 춤 춰주지 않는 여자가 되어있었을 것 같긴한데, 뭐 그게 내 삶에 크게 우울함으로 작용했을 것 같진 않다. 춤은 누구랑 함께 춰서 맛이 아니라 내가 술마시고 둠칫 두둠칫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임에...(응?)



뭐 이것도 내가 귀족이나 돈있는 집에서 태어났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는거지 사실 나는 내가 딱히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양반이었을 것 같진 않다. 뭐랄까, 딱히 양반이 나한테 어울릴 것 같진 않다. 돈이라도 있는 집안이었으면 양반을 돈으로 샀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빠라면 굳이 돈주고 양반 안사고 '우리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잖아' 햇을것 같아... 아무튼 양반은....난 아니었을것 같다. 뭐, 그렇다는 거다.



데이지 밀러는 아주 얇은 책인데, 이 책이 시작하기에 앞서 <판본에 대하여>가 나온다. 잠깐 헨리 제임스가 데이지 밀러를 출간한 이후에 쓴 「바베리나 아가씨」(1884)가 언급되는데, 인용해보겠다.



헨리 제임스가 『데이지 밀러』를 출간하고 몇 년 후에 쓴 「바베리나 아가씨」(1884) 에서는, 어느 부유하고 젊은 미국인 의사가 영국 귀족 가문의 아름다운 딸에게 반하는데, 정식으로 청혼을 하기 전까지는 (심지어 청혼을 한 후에도)그녀를 제대로 알 기회가 없다는 사실에 몹시 당황한다. 마침내 한 파티에서 간신히 그녀 옆자리에 앉게 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영국에서는 결혼 전에 어떻게 서로를 알게 돼서 결혼을 하나요? 도대체 그럴 기회가 없는데."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전 한 번도 결혼을 해본 적이 없는걸요."

바베리나 양이 대답했다. (p.1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뿜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베리나 양 유머감각 넘나 좋네요. 읽어보고 싶은데 국내에 바베리나 아가씨는 번역된 게 없는가보다. 슬픔...



"교양이 전혀 없긴 하더군요."

윈터본이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그 아가씨는 깜짝 놀랄 정도로 예뻐요. 게다가 간단히 말해서 아주 좋은 여자예요. 제가 그 사실을 믿고 있다는 증거로 저는 그 아가씨를 시옹 성에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단둘이서 거기를 가겠다는 말이냐? 그건 오히려 네 생각이 그 반대라는 걸 증명해 주는구나. 하나만 물어보자. 도대체 네가 그 여자를 알게 된 지 얼마 만에 그 흥미로운 계획을 세운 거냐? 네가 이곳에 온 지 아직 스물네 시간도 안 지났는데."

"그녀를 안 지 반 시간 만이죠!" (p.81)




윈터본이여...

아니, 만난지 반시간 만에 '아주 좋은 여자'라고 파악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건 단지 처음부터 그녀가 무지하게 아름다웠다는 것에서 온 것이 아닌가. 예쁜 여자=좋은 여자, 이 공식을 온몸으로 체화한 사람 아닌가. 윈터본도 그냥 별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남자1중에 하나였다. 다른 남자들보다 좀 더 신사답고 좀 더 잘생겼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아닌 것은 아님에..

일전에도 한 번 썼던 것 같은데, 오래전에 봤던 미니시리즈에서 여자가 직장 선배 남자한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가 이미 다른 직장동료와 사귄다는 말에 실망하는 장면이 있다. 그가 사귄다는 직장동료 여성은 너무 예쁘기로 회사에 소문이 자자한 여자지만 그러나 싸가지 없기로도 마찬가지로 소문나 있었기 때문이다(실제로 싸가지가 없었는지는 초반을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다). 그러나 직장 선배는 평소에 이상형이 '착한 여자'였기 때문에 우리의 주인공은 용기 내어 고백했던 것. 다른 남자들은 다 그 예쁜 여자를 좋아해도 이 남자는 아닐 것이다, 착한 여자를 좋아하니까, 라고 생각했는데(평소 그는 여자에게 착하다고 말했더랬다)거절 당했고, 시간이 흐른 뒤에 여자는 그에게 묻는다. 네가 사귄다는 그 여자 어디가 좋은 거냐고. 그러자 그가 답한다.


"착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윈스턴이 데이지 밀러 겁나 아름답다고 미친듯이 얘기하는데 그러면서 좋은 여자라고 반시간만에 '믿고', 관광지에 '단둘이'가고자 하는 것은, 정말 그 여자가 '좋은' 여자이기 때문인가. 나는 오래전에 본 미니시리즈의 저 장면이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착해서 좋아, 그 예쁜 여자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쁜 여자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지만-우리는 누구나 다 저마다의 이상형을 품을 수 있지 않은가!- 예쁜 여자 좋아하면서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거(반시간 만나고 파악가능한 부분? 나는 이날까지 살아도 내가 나를 잘 모르겠는데?), 예쁜 여자 사귀면서 착해서 사귄다고 하는 거 너무... 참 너무다. 뭐 이쯤하자.




읽다가 내가 오래 반성한 장면도 있다. 스위스에서 만나 잠깐동안 알고 지냈을 뿐인데 윈스턴은 다른 도시인 제네바로 이동한다는 거다. 다음에 이탈리아에서 만나기를 기약하긴 하지만, 데이지는 그가 가는게 못내 서운하다. 그에게 무시무시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벌써 제네바로 돌아가다니. 아아, 데이지... 당신도 윈스턴과 헤어지기 싫은거구려.... 헤어지기 싫으면 어째야 한다? 헤어지기 싫다고 말해야 한다.



"마지막 순간이라니요!"

젊은 처녀는 소리쳤다.

"전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예 당신을 여기 남겨 두고 혼자서 곧바로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군요."

그러곤 10분 동안이나 그녀는 그를 끔직스러운 사람이라고 투덜거리기만 했다. 가엾은 윈터본은 완전히 어리둥절했다. 지금까지 어떤 젊은 아가씨도 그가 떠난다는 말에 이토록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영광을 그에게 베풀어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후로 그의 동반자는 시옹 성의 진기한 구경거리나 호수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신 제네바에 있는 그 수수께끼의 미인에 대해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가 서둘러 제내바로 돌아가려는 건 당연히 그 여자 때문이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p.105)



아아, 데이지...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내게 없는 면이에요. 헤어지기 싫다고, 가지 말라고 투덜대고 화내고 애원하는 거, 나도 그렇게 살았어야 했었던걸까.... 바짓가랑이 붙들고 갈테면 나도 데려가라고 했어야 했던 것인가...

아라리..

나는 가다가 발병나라고 했지.....

아라리....









책의 마지막에는 데이지 밀러를 읽은 부인과 헨리 제임스가 주고받은 편지가 실려있다. 카데나비아에 있다는 그 부인에게 편지를 쓰면서 말미에 헨리 제임스는 이렇게 쓴다.



카데나비아에 있는 당신이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럽습니다. 당신이 곧 이곳으로 돌아오시든지, 아니면 겨울이 끝날 때까지 이탈리아에 머무르시면 좋겠습니다. 새해가 지난 후에 저도 그곳으로 가서 장기 체류를 할까 생각 중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어디 있든, 당신의 진실한 친구의 선한 의도를 믿어주십시오. H.제임스 Jr. (p.184)



아 이 편지의 마무리가 너무 좋다. 나도 저런 편지 써보고 싶다. 당신이 곧 이곳으로 오든지, 아니면 거기 좀 더 머물러 내가 가도록 할게, 나도 거기서 장기체류할게, 라고 편지 쓰고 싶다. 그 편지에 상대로부터 응답을 받고 그렇게 우리가 여기나 거기에서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편지가 너무 낭만적이다. 낭만적인 편지야. 편지는 자고로 낭만적인 것인가... 나도 저런 편지 쓰고 싶어 ㅠㅠ 그리고 가고 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면 니가 오란 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저런 편지 쓰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자기 전에는 에코페미니즘을 조금 읽었고 이제 47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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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6-1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파티에서 월플라워로 있다가 혼자 술마시고 둠칫 둠칫 벽보고 춤추는 다락방님 생각하며 아침부터 웃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6-10 10:15   좋아요 0 | URL
혼자서도 잘 노는 다락방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은 즐겁게 삽시다!!

비연 2020-06-1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제임스의 <데이지 밀러>는 고등학교 때 영어공부한다고 읽었던 기억이.. 그러므로 제대로 읽었을리 없다는 생각이... 락방님 페이퍼 보니 다시금 절렬히 느껴지네요 ㅠㅠㅠ 철푸닥.. 다시 읽어야겠어요 쩝

다락방 2020-06-10 10:37   좋아요 0 | URL
엄청 짧은 분량이라 금세 읽으실거에요. 찾아보니 헨리 제임스 단편집 있던데, 그 단편집에도 이 단편이 실려있더라고요. 그정도로 짧은 작품입니다.
비연님, 화이팅!
그러니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도 화이팅 둠칫 두둠칫도 화이팅... ( ˝)

hnine 2020-06-1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윈터본이여...아니, 만난지 반시간 만에 ‘아주 좋은 여자‘라고 파악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 반시간도 길어요 ㅋㅋ

저도 데이지 밀러 읽은 기억이 나서 예전 리뷰 쓴 것 다시 읽어보니 다른 분들의 리뷰가 궁금해진다고 썼더군요.

다락방 2020-06-10 13:25   좋아요 0 | URL
반시간도 긴가요? 최소 삼십오분은 필요한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

저 나인님 리뷰 읽고 왔는데 나인님도 별 셋 주셨네요. 저도 별 셋 구매자평 쓰려고 했었거든요. ㅋㅋㅋㅋㅋ 다른 분들 별점보니 별 셋이 많아요. ㅋㅋㅋㅋㅋ
 
나는 너를 본다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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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스토킹, 데이트앱, SNS, 강간, 살인, 그리고 남자-아들, 남편, 애인, 직장동료-와 함께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자들이 미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게 더 안타깝다. 실질적인 위험이 닥쳐와도 '내가 예민한건가' 스스로 검열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가 미친년 취급 당할까봐 걱정해야 하고. 게다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오래 반복해야 하는걸까. 왜 위험에 노출되는 것도, 공포에 휩싸이는 것도, 죄책감에 가슴을 치는 것도, 네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하는 것도 여자들의 몫일까.


저자 '클레어 맥킨토시'는 12년간 경찰로 근무한 뒤 작가가 되어 이 소설을 썼다는데, 경찰로 근무하면서 얼마나 많이 억울하게 죽어간 여자들을 목격했을까. 여자가 자기 앞에 닥친 위험을 신고했는데 그냥 돌려보내는 경찰들이 영국에도 있다.


'조'는 퇴근길에 신문을 보다가 데이트앱 광고에 자신의 얼굴이 실린걸 보게된다. 자신은 애인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고 데이트앱은 사용해본 적도 없는데. 애인은 그저 사진이 도용당한 거라며 예민하게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조는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그 뒤에 일어나는 여성을 향한 소매치기, 살인, 강간 사건들의 피해자가 그 광고속의 여성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그래서 경찰에 이 일을 알린다. 담당형사는 그 제보를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녀의 말을 믿어준 여성경찰이 연관성에 대해 주장하며 사건 해결에 합류한다. 피해자들이 실렸던 데이트앱의 사이트는 암호를 넣고 들어가면, 여성들의 외모부터 하루 일과까지 다 공개되어있다. 그녀가 타는 지하철, 자주 앉는 자리,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 그리고 사진까지. 남자들은 돈을 내고 그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원하는 여성들의 자료를 다운받고, 그녀들의 동선 그 어디쯤에 느닷없이 나타나 그녀에게 마치 우연인듯 자연스레 다가간다. 그렇게 소매치기를 하고, 강간을 하고, 살인을 한다.


조에게 접근했던 남자는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버느라 데이트할 시간이 없었고, 이제 데이트를 좀 해보자 하니 여자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할지 몰라 이 사이트를 이용한다. 게다가 여자로부터 호감을 얻기 위해 백기사 역할을 자초한다. 백기사 신드롬이란 말을 이 책에서 처음 보았는데, 이 남자가 백기사 신드롬에 빠져있는 장면에서 나는 어릴적에 내가 보았던 숱한 한국영화들을 떠올렸다. 왜, 우리도 그런 장면 다들 한 번 이상씩 보지 않았나. 한 여자에게 호감을 가진 남자가 그 여자로부터 호감을 얻기 위해 자기 친구나 지인들에게 부탁해 그녀를 둘러싸고 범죄를 저지르도록 시키는 장면, 그리고 그 때 남자가 그 자리에 딱- 나타나서 여자를 구해주는거지. 멋지게 구하면 멋져서 그 남자는 여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얻어 터지면 얻어터져서 동정심에 사랑을 획득하는 그런 장면, 우리 봤잖아. 책 속의 조가 위험에 노출됐다가 구해지는 연출된 장면으로부터 나는 한국영화의 그런 장면들을 떠올렸고, 어릴 적에 별 생각 없이 봤던 그 장면들이 얼마나 큰 여성에 대한 위협인지를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남자랑 사귀게 되는 로맨스의 한 부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막상 낯선 남자들이 내 주위를 둘러쌌을 때 내가 느낄 공포는 무엇일까. 영화에서는 언제나 남자와의 로맨스로 끝맺었지만, 그 여자는 남은 인생에 수시로 악몽에 시달리고 그 두려움이 떠오를텐데. 남자들은 '여자를 얻기 위해'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아주 사소한 일로부터도 여성들은 공포를 느낀다. 내 허락 없이 내 얼굴을 촬영하는 것(심지어 어디다 전송까지 했단다), 뒤에서 나를 따라오는 발소리 같은 것들. 그게 이 책안에서 여성들의 출퇴근길에, 일을 하려는 데에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들이다.



사람은 다 달라서 하나의 사건에 대해 느끼는 바도 그리고 영향을 받는 바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책 속에서 언니는 동생이 당한 강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동생이 그 일로 아플까봐, 트라우마에 시달릴까봐, 자신이 더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동생이 강간범에 대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걸 알고 혼란스러워한다. 왜, 그 놈을 잡아야지, 그 놈을 잡아 족쳐야지, 어째서 너는 그 일이 있는데도 마치 없는것처럼 살아가려는거야. 이 일로 사이좋은 자매는 수시로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 비로소 언니는 우리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어떤 사람은 끝까지 범죄자를 쫓으려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인생에 더 기쁜 일들을 떠올리며 그 일을 잊고 싶어한다는 것을. 서로에게 상처인 이 일에 대해 받아들이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울면서 눈물을 닦았다. 강간을 저지른 건 강간범인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생각한 언니여야 한다는 건,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거 아닌가.




등장인물인 조의 성격이 좀 짜증나서 초반에 읽기가 힘들었지만, 다 읽으면서는 경찰로 일했던 여성이 쓴 책이라는 게 너무 좋았다. 여성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 그리고 의심과 피해의식까지,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 썼으니까.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 강간피해자인 여성이 강간범을 만나면 묻고 싶다고 했다. '왜 나였냐'고, 자신의 어떤 점이 강간범을 자극한거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 다시 살 거라고. 자신의 하루 일과중에 그 부분을 바꾸겠다고.

피해자들은 모두 자기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특별히 어떤 행동을 한 게 아니라 아침이면 일어나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저 자기 삶을 사는 사람들. 그것들 중에 어떤 것이 범죄자를 자극한 게 아니라, 범죄자는 그저 범죄를 저지르고자 하는 욕망이 있던 거였다. 조의 동생도 조에게 말한다. 언니가 나를 지켜주지 못한 게 아니라,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고자 작정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클레어 맥킨토시는 지금을 사는 작가이고 그래서 현재를 말한다. 데이트앱, 인터넷, 페이스북, 페이팔.. '여자를 찾고 싶어' 컴퓨터 앞에 앉거나 태블릿을 손에 쥔 남자들은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당신의 아들이거나, 남편이거나, 남자친구이거나, 회사 동료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정말 그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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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9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9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9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9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0-06-1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12년간 경찰이었다는 점과 현재 사회를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저도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0-06-12 12:15   좋아요 0 | URL
고전은 고전의 의미가 충분히 있지만 현재를 말하는 작가는 또 그대로의 의미가 있는것 같아요. 경찰 생활 했던 사람이라 경찰의 부족한 면이나 집착에 대해서도 잘 써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