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야일기 - 북극 마을에서 보낸 65일간의 밤
김민향 지음 / 캣패밀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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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향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반려묘 '찌부'를 데리고 북극으로 간다. 그녀가 북극으로 갔을 때에 그곳은 극야였다. 백야가 하루종일 낮을 의미한다면, 극야는 하루종일 밤을 의미했다. 빛이 드는 시간이라고는 하루에 고작 한두시간 뿐이고 온통 어둠으로 채워진 날들 속에서, 그녀는 찌부를 예뻐하고 찌부를 염려하고 일을 하고 동상에 걸리고,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이 책에 대해 얘기할 때는 '애도'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애도라는 것은 각자에게 다른 모습으로 찾아든다는 걸 고려했을 때, 그녀의 애도는 늘 어둠인 곳에서 그리고 늘 추운 곳에서 홀로 해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혼자라는 걸 알고, 그러나 찌부랑 함께 있고,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꿈을 꾼다. 


그리고 그녀는 대부분 혼자였다. 집 밖으로 나가면 어둠과 눈과 얼음 뿐이어서 고요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랑 이야기를 나누고, 홀로 걷노라면 집까지 태워줄까, 하는 친절한 주민들을 만나지만, 춥고 어두운 곳이니만큼 어딜가나 북적거리는 다른 도시와는 다른 곳에, 그녀가 살고 있다. 오로라를 열 몇차례나 볼 수 있는 장소에서, 그녀는 물탱크의 물을 다 쓰면 전화를 걸어 물을 배달시키면서, 언 손을 녹여가면서, 고장난 변기가 고쳐지기를 기다리면서, 악취를 참아가면서, 그곳에서 혼자 지낸다. 무언가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는 있지만, 집 앞까지는 배달해주지 않는 곳에서, 그래서 우체국으로 직접 가 찾아와야만 하는 곳에서, 그리고 배송 시간도 아주 오래 걸리는 곳에서, 그녀는 고양이 찌부와 먹고 마시고 자고 애도한다.


그 일상들 속에 그녀가 찍어 올린 사진이란 얼마나 근사한 것인지. 그곳의 추위와 고독이 손에 닿을듯 생생하다. 대부분 환한 빛과 초록의 싱그러움에 대한 사진들만 보다가 흑빛의 혹은 남색이나 보랏빛의 사진을 본다는 것,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진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신비로운지, 그리고 얼마나 추운지. 어떤 사람들은 일본을 어떤 사람들은 하와이를 어떤 사람들을 베트남을, 수시로 찾는다고 하지만, 이토록이나 춥고 고독한 마을을 한 번 찾고 두 번 찾고, 머무르는 기간을 좀 더 늘리고, 또다시 찾는다는 건 얼마나 다른지! 그렇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글과 그림에 감탄하면서, 그리고 함께 애도하면서, 나는 그녀가 나와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했다. 어쩌면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를까. 


나는 언제나 여름을 찾아다니고, 낮에 돌아다니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녀는 겨울을 찾아갔고, 늘상 밤인 곳을 살고, 그리고 늘 혼자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지만, 나는 이렇게 춥고 어두운 곳에서 오래 혼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늘 찌부가 있었으니 혼자라고 볼 순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반려묘와 둘인 삶에 대해 알지 못하니까.



엄마는 외할머니를 해양장으로 모셨다. 가끔 그곳으로 찾아가 할머니에게 인사하신다. 그리고 강이나 바다라도 볼라치면, 저기 어딘가에 우리 엄마가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하셨다. 엄마는 바다를 좋아하시고, 할머니도 바다를 좋아하셨다고 한다. 

나는 외할머니와 엄마와는 다르게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한다. 엄마는 바다를 보면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 너무 좋다며 하염없이 바라보는 걸 좋아하시는데, 나는 산에 가서 흙을 밟고 나무를 보고 냄새 맡는 것이 위안이 된다. 그렇다해도, 엄마가 바다를 좋아하시는 걸 알아서, 좋은 바다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우리 엄마, 여기 오면 되게 좋아하시겠네.


포르투갈의 코스타 노바에 갔을 때, 엄마 생각이 한참 났다. 코스타 노바의 바다는 북대서양이다. 그동안 내가 보아온 바다 중에 최고의 바다였다. 내가 대서양을 바라보며 서있다니. 이 바다가 너무 좋아서 꼭 엄마랑 같이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 여기 보면 되게 좋아하셨을텐데. 가만있자, 여길 어떻게 엄마를 모시고 오지. 직항으로 일단 리스본까지 열다섯시간 반에, 포르투까지 기차로 세시간 반, 그리고 다시 기차로 한시간 걸려 아베이로까지, 그리고 거기서 택시 타고 이십분 걸려 코스타 노바로 와야 하는데. 하루 만에는 무리겠구나, 일단 환승으로 어딘가에서 이삼일 머무른 뒤에 포르투갈에 도착해야 겠다. 그리고 또 하루이틀 쉰 다음에 여기 와야겠구나. 여정이 너무 길어, 엄마 힘드시겠네. 그런데 우리 엄마, 이 바다를 얼마나 좋아하실까. 나는 머릿속으로 엄마를 여기 모시고 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방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애도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바다를 보면 우리 엄마가 참 좋아하겠다, 생각하지만, 먼훗날의 나는 바다를 보며 엄마를 그리워해야겠지. 그 때가 되면 엄마랑 어떻게 와야하나 계획을 세울 수도 없겠지. 바다를 보며 머무르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지겠지. 우리 엄마, 바다 좋아했는데, 라고 과거형으로 떠올리게 될 때가 있겠지. 언젠가 반드시 그런 날이 오고야 말겠지만, 그게 인간의 숙명이지만, 그러나 그 시간이 아주아주 오랜 후에야 찾아오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 우리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곳이 많다. 맛있는 것도 더 사드리고 싶다. 바다 좋아하는 엄마, 바다 더 보여드려야 한다.








춥고 어두운 곳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책을 읽고, 나는 밝은 곳에서 살아계신 부모님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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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3-2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찌부가 반려견인 줄 알았어요. 고양이를 데리고 그렇게 먼 곳까지 갈 수 있군요?! 울집 고양이들 상상해보니 일단 가방에 담으려면 푸코&한나 빼고 다 사라짐!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님 어머니는 동해만 보시더라도 다락방 님 하고 함께이면 거기가 코스타 노바일걸요?!

다락방 2026-03-22 21:3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저 고양이를 어떻게 데려갔을까 싶더라고요. 고양이 나이도 많았어요.
엄마 모시고 서울 바깥으로 한 번 다녀와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울엄마 맛있는 것도 사드려야죠. 나는 비록 백수지만... 하하하하하.

망고 2026-03-20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북극으로 갈 생각을 했을까요? 정말 용감한 선택인 것 같아요 혼자서 북극이라니....
바다 사진 깨끗하고 맑고 참 좋네요 엄마 한테 저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는 다락방님 마음도 참 아름답습니다😭

다락방 2026-03-22 21:34   좋아요 0 | URL
예전에 미국 생활할 때 북극에 갔던 적이 있었대요. 그런데 저자에겐 참 좋았는가봐요. 이번에 이 책에 써진 것처럼 두달 이상을 머무르다 와서, 1년 후에 또 갔더라고요. 와 정말 대단하다 싶었어요. 저는.. 극야에는 못갈 것 같아요. 저는 빛과 따뜻함을 찾아 다닙니다.

망고 님, 저 오늘 바질, 고수, 로즈마리 씨앗 심었어요!! >.<

단발머리 2026-03-2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정말 좋네요. 대서양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저는.... 코스타 노바에 엄마를 모시기 위해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다락방님 마음이 참 좋네요. 다락방님 어머님이 부러워요.
다락방님 어머님이 다락방님에게 좋은 엄마시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 좋은 엄마의 딸이 엄마를 좋아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깐요. 다락방님 엄마는 정말 좋으시겠어요. 딸이 다락방님이라서요~~

다락방 2026-03-22 21:36   좋아요 1 | URL
세상에, 대서양이라니요. 기분이 정말 끝내줬어요! ㅋㅋ

엄마 오면 좋아할텐데, 라는 마음에서 그치는 건 제 타입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모시고 올것인가, 라고 생각해보고, 답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해야지요. 아무래도 이래저래 시간은 걸리겠지만, 어떻게든 한 번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는 가끔 제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그러나 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만큼이라도 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단편은 <The Piano Player 피아노 연주자> 이다. 


'앤절라 오미라'는 칵테일 라운지에서 피아노를 친다. 아주 오래 그곳에서 피아노를 쳐와서, 그녀는 마치 풍경처럼 익숙하다. 현재 오십대 초반인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마을 최초의 행정의원 '맬컴 무디'와 연인이었다. 


앤절라 오미라는 정식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은 적이 없지만,  분명 재능이 있었고, 그래서 그녀에게 교육이 정말 절실히 필요하다고, 장학금과 기숙사가 제공될거라고 음악교사가 앤절라의 엄마를 설득했지만, 그러나 엄마는 '쟤는 나 없이 못살아요' 라면서 끝내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앤절라의 엄마는 앤절라가 젊은 시절 데이트 하는 데에도 따라나갔고, 앤절라의 남자친구, 앤절라, 그리고 앤절라의 엄마가 함께 입을 똑같은 파란 스웨터를 세 벌 뜨기도 했다. 그 당시의 남자친구도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었는데 앤절라의 재능을 질투했고, 그리고 그녀에게 '너랑 데이트 할 때면 네 엄마랑도 데이트 하는 것 같아서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지금은 그 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고, 앤절라의 엄마도 요양원에 계시고, 그녀는 지금 혼자다.

여느때처럼 피아노를 치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다른 사람을 한심하다 욕했던 연인 맬콤을 떠올린다. 연주하는 동안 한 번도 쉬는 시간을 가져본 적 없던 그녀는,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쉬는 시간을 갖고,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동전을 빌려, 오랜 연인 맬콤에게 전화한다. 



Malcom answered the phone. And here was a curious thing-she didn't like the sound of his voice. "Malcom," she said softly. "I can't see you anymore. I'm so terribly sorry, but I can't do this anymore." 

Silence. His wife was probably right there. "Bye, now," she said. -p.54


맬컴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맬컴," 그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난 더이상 당신을 만날 수 없어요. 정말 미안하지만 더는 못하겠어요." 침묵. 아내가 바로 곁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안녕." 그녀가 말했다. -전자책 중에서



그렇다. 맬컴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맬컴에게는 아내가 있었는데도, 앤절라는 그의 연인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걸 그만두겠다고 그의 집에 전화를 한것이다. 그녀는, 드러나지 않는 연인이었다. 그녀는, 그와 이십이년간 연인이었지만, 한 번도 그의 집에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전화번호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십이년간 한 번도,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다.


캐서린 맥피가 노래했었다. 넌 밤에 전화하지, 난 수화기를 들어. 네가 나에게 말하고 있어도, 나는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


You call me at night,

And I pick up the phone.

And though you be telling me,

I know your not alone.


이십이년간 그가 거는 전화를 받고, 그를 만나고,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만, 그러나 나는 한 번도 그에게 전화를 하지 못하는 삶이란 어떤걸까. 생각해보니, 언젠가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던 것 같다. 이십이년 만에 처음 전화했는데, 어?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네?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그를 사랑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의 목소리는 별로야, 라고 말하게 되는 상대를 내가 좋아할 순 없다는 거다. 현실에서 '난 그 사람 목소리도 듣기 싫어' 라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나와 합이 맞지 않는 거라고 한다. 그 경우엔 그 사람과 내가 합이 맞지 않음은 당연하고. 내 경우에는 그동안 살아온 경험으로 '네 목소리가 좋다'고 말하게 됐다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못생긴 사람을 좋아할 순 있지만, 내가 듣기에 목소리가 싫은 사람과 좋아할 순 없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앤절라와 완전히 반대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를 더이상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고, 그리고 그에게 그렇게 말했더랬다. 우리 이제 그만하는게 좋겠다고, 그에게 말했더랬다. 그 말을 해놓고 엉엉 울었었는데, 일주일 후에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액정에 뜬 그의 이름을 보고, 어엇, 하다가 전화를 받아서는 여보세요, 했는데, 전화기 너머 상대가 "여보세요" 라고 한 순간, 그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아 목소리 왜이렇게 좋아, 아 미치겠네, 나는 모르겠다, 그냥 마음이 찢어져도 계속 만나보자, 라는 마음을 먹어버렸던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궁금하네. 지금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여전히 목소리를 좋다고 느낄까? 아니면, 앤절라가 그랬듯이, 흥미롭게도,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



그녀는 이렇게 맬콤에게 전화를 해 이별을 말했다. 이거, 이제 그만하자고 말했다. 나 이제 이거 못하겠다고.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연주를 마치고, 낙심한 인생이란 것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의 비참함을 보아야만 비로소 나아지는 인생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낙심한 인생이 아닌가. 기어코 나를 찾아와서 내가 혼자인 걸 확인하고, 과거에 내 엄마가 자신에게 했던 짓을 비난하고 돌아간다는 건,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것이야말로 낙심한 인생이 아닌가. 맬컴은 어떠한가. 다른 사람을 호모라고 부르면서 욕하면, 그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인가. 


그녀의 연주가 끝났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그녀에게 다정한 인사를 해주는 사람들. 그녀는 집까지 걷기로 한다. 그렇게 바를 나와서 걸었는데, 당혹스러워진다.


"Cunt."

She had not seen him standing beside the house, in the dark shadow from the overhang.

"You cunt, Angie." He stepped toward her.

"Malcom," she said softly. "Now, please."

"Calling my house. Who the fuck do you think you are?"

"Well," she said. "Let's see" It was not her style to call his house, but even less so to remind him that she, in twenty-two years, had never done so before.

"You're fucking nut," he said. "And you're a drunk, too." He walked away. She saw his truck parked on the next block. "You call me at work when you sober up," he said over his shoulder. And then, more quietly, "And don't go pulling this shit again." -p.59


"쌍년."

그녀는 집 옆에, 처마 밑 그늘에 서 있던 그를 미처 보지 못했다.

"개 같은 년." 그가 앤지를 향해 걸어나왔다.

"맬컴," 그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만해요."

"집에 전화를 걸다니. 네 년이 대체 뭔데?"

"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입술을 꼭 다물고 한 손가락을 입에 댔다. "글쎄요, 한번 생각해보죠." 그의 집에 전화하는 것도 앤지의 방식이 아니었지만 그녀가 이십이 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걸 그에게 환기시키는 것은 더더욱 그녀의 방식이 아니었다.

"넌 완전 미친년이야." 맬컴이 말했다. "게다가 술주정뱅이고." 그가 가버렸다. 다음 블록에 그의 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술 깨면 사무실로 전화해!" 그가 어깨 너머로 말했다. 그다음엔 좀더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이 따위 개수작 다시는 하지 마." -전자책 중에서



그러니까, 그녀가 '쌍년'이 된건, 이십이년간 연인이던 남자에게 전화했기 때문이다. 그너가 쌍년이 된건, 이십이년된 연인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먼저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전화하면 안됐었으니까. 이십이년간 연인으로 지내면서 처음 전화를 했는데, 그 전화 한통으로 그녀는 갑자기 쌍년이 되었다. 그는, 이십이년간 그녀를 연인으로 대했던 그는, 그 전화 한통으로 불같이 화를 내며 그녀의 집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가 쌍년이라고 욕을 했다. 도대체 무슨 짓이냐고 화를 냈다. 그리고 이 따위 개수작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했다. 연인에게 전화를 한 일이 이따위 개수작으로 불린다는게, 말이 되나? 세상에 어느 연인이 전화 한통 했다고 쌍년이 되고 개수작이 되나. 하.. 이런 남자랑 이십이년이나 데이트를 해왔다니. 결혼도 하지 않은 채로 이런 남자의 연인인 채로 지냈다니. 전화 한 통에 쌍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남자를... 내 자신이 싫어질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감히 어떻게, 이십이년간 연인이었던 여자에게 쌍년이라고 화를 낼 수가 있나. 어떻게. 나도 전연인으로부터 헤어진 후에 쌍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나는 쌍년이었나? 나의 어떤 짓이 그로하여금 쌍년이라는 말을 나오게 했을까? 앤절라가 뭘 어떻게 했길래 쌍년이 된걸까? 집에 전화 한통 한게, 그게 그렇게 쌍년될 짓이야? 전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인을 만든게 더 개수작인거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을 숨긴게 더 빡칠 짓 아니야? 됐다, 아무리 말해봤자 뭐하냐.


앤절라의 과거 연인 사이먼은, 굳이 여기까지 먼 길 찾아와서 너 결혼했냐 묻고 난 아이 셋이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네엄마가 날 찾아와서 옷을 벗었었지, 라고도 말한다. 그걸 굳이 몇십년 지난 후에 와서 찾아오고 상태 확인하고 가는 그 심리 무엇... 집에 전화 한통했다고 굳이 찾아와서 쌍년이라고 말하는, 그 심리는 또 무엇. 아니 그리고 내일 술 깨면 전화하래. 나한테 지금 쌍년이라고 말해놓고, 개수작 하지 말라고 말해놓고, 그런데 내일 전화하라고? 왜? 어처구니.


Even drunk, she knew she would not call him when she sobered up. -p.60


취하긴 했어도 그녀는 술이 깬 다음에 자기가 그에게 전화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전자책 중에서



앤절라는 전화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 끝났으니까.


캐서린 맥피의 노래처럼.


다 끝났으니까.

It's over.

이제는 그녀의 시간이니까.

Moving on, It's my time.

넌 결코 내 친구였던 적이 없으니까.

You never were a friend of mine

이제는 끝났으니까.

Now I'm so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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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19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락방님 이 리뷰 읽고 확신하는 건, 이 책을 읽지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 읽었다면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네요. 앤절라의 삶이란 뭘까요. 엄마도 전남친도 현남친도 ㅠㅠㅠ

분명 어제도 다른 졸리(예전 졸리)였는데 이제 새로운 졸리네요^^ 변신을 축하드립니당! 😉

다락방 2026-03-20 14:04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이야기가 전혀 생각나지 않아서 당황했어요. 어쩜 이렇게 새롭지? 피아노 연주자가 바에서 오래 연주하는 건 가물가물 기억이 날듯한데 맬컴과 사이먼의 이야기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그녀가 마침내 끝내는 것도 좋았지만, 낙심한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깨닫는 것도 무척 좋았어요. 영어로 다시 읽으면서 저는 이 단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졸리의 모습을 바꿔보았습니다. 하핫

바람돌이 2026-03-1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맬콤 개새끼... 아침에 간만에 느긋하게 서재글 보다가 막 열폭요. 근데 저런 사람이 실제로도 있다는게 문제예요. 에이 나쁜 놈들....

다락방 2026-03-20 14: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바람돌이 님. 저런 놈이 현실에 있죠, 아주 많죠. 대부분의 유부남은 집에 전화를 못하게 하겠지만, 그런데 이제는 핸드폰이 있으니 연락이 더 자유로워지겠죠. 그러고보면 요즘엔 집에 전화해서 걸리는게 아니라 남편 폰 보다가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 하여간 징글징글 합니다. 저렇게 살면서 그런데 상대를 욕하는 삶이라니...

잠자냥 2026-03-1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프사 누군가했다가 서재 와서 크게 눌러보고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3-20 14: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오랜만에 좀 분위기 바꿔보았습니다. 제 추구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길려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하는 순간 바로 지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3-1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이십 년 동안 숨겨놓고 관계를 이어온 사람한데 저런 욕을 하다니.
백남이나 한남이나....
에휴.


다락방 2026-03-20 14:07   좋아요 0 | URL
저 여자가 무슨 범죄를 저지른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사귀던 사람에게 전화 한 통 한 것 뿐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쌍년 될 일입니까! 하.. 너무 싫어요 진짜. 양귀자의 말대로 진짜 남자는 모두 한 종이에요.. 다른 놈은 없는 것.....

책읽는나무 2026-03-1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 이 책 읽었었는데 이 단편은 너무나 생소한 소설이네요? 와…내용도 충격! 나의 기억력도 충격!!
22년간의 시간이 그저 한스럽군요.
넘 심한 거 아닌가?ㅜ.ㅜ

프사! 다락방 님 맞군요?
저는 누가 다락방 님 닉넴 똑같이 쓰는 사람이 생긴 줄 알고…동명이인이 생겨 우째? 좀 놀랐었는데.ㅋㅋㅋㅋ
다른 사람들 닉넴이 바뀌거나 프사 사진이 바뀌면 그런가보다. 그냥 잘 넘어갔었는데 다락방 님 프사 사진 한 장 바뀌었는데 저는 진짜 깜짝 놀랐네요. 왜 그랬지?ㅋㅋㅋㅋ

다락방 2026-03-20 14:08   좋아요 1 | URL
저도 이 단편이 너무나 생소했습니다. 그래서 놀랐어요. 아니, 이런 이야기를 왜 기억 못하고있지? 하고요. 게다가 이번에 읽는데 이 단편이 진짜 좋더라고요. 낙심한 인생이란 것에 대한 이야기가 진짜 너무 좋았어요. 올리브 키터리지, 아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만세만세 만만세 입니다!!

저는 졸리의 사진을 다른 걸로 바꿀 수는 있으나, 졸리의 사진을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ㅋㅋㅋ 제가 너무 오래 한 가지 사진으로 있었는가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원서는 그나마 어렵지 않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올리브 키터리지는 너무 어렵다. 내용을 이미 알고 읽는건데도 영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서, 아예 전자책으로 번역본 펼쳐놓고 한줄씩 한줄씩 번갈아 가며 읽고 있다. 이거 왜이렇게 어려운거야.


첫번째 단편 <Pharmacy 약국> 를 다 읽고 두번째 단편 <Incoming Tide 밀물> 을 읽었다.


밀물은 오래전에 번역본으로 읽을 때도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고 마음 깊이 남았던 단편이었다.


뉴욕에서 살던 '케빈'이 자신이 어린 시절 살던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의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그전에 살던 마을에 들러서 해변가에 차를 대고는 가만히 바다를, 그리고 만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저 까페에서 일하는 어린 시절 친구 '패티'가 일하던 모습도 보인다. 그의 어머니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그는 어머니를 따라 소아과 의사가 되려다가 정신과 의사로 방향을 바꿨다. 그와 교제하던 여성은 극심한 정신이상자였고, 한순간 다정하다가 한순간 분노하는 그런 여성이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삶과 자신의 그 후의 일들에 대해 가만 생각하다가, 그러니까 자살하기 전 마지막으로 둘러보다가, 그런데 갑자기 그가 모르는 사이, 올리브 키터리지가 그의 차 앞문을 열고 조수석에 탄다. 그는 깜짝 놀란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의 어린 시절 수학선생님이었다. 무서운 선생님이었고 그녀를 좋아하는 학생은 별로 없었지만, 그러나 그는 그녀가 좋았다. 그녀는 차 안에 타서는 케빈에게 오랜만이라며 말을 건다. 그녀는 그의 어머니에 대해 얘기하고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아버지도 자살했다. 그리고 올리브 키터리지의 아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케빈은 자신이 이곳에서 자살한다면, 혹여라도 아이들이 발견해서 그걸 보게 된다면 그건 너무 아이들에게 못할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중 한 명이 자살했다는 것이 케빈과 올리브의 공통점이다. 비록 그들의 나이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도 말이다. 올리브의 아들은, 반은 아버지인 헨리를 닮았겟지만, 그러나 반은 어머니인 올리브를 닮았을 것이다. 대화중, 올리브는 이렇게 말한다.


"I wish I hadn't passed those genes on to him" -p.41


"내가 그런 유전자를 아이한테 물려주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전자책 중에서



올리브는 케빈이 이곳에 자살하러 온 것을 알고 있는걸까? 알고서 한 얘기일까, 모르고서 한 얘기일까? 케빈의 어머니도, 물론 지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그러나 꼭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그런 유전자를 아이한테 물려주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케빈에게 아이가 있다면, 아마 자살을 앞둔 이 시점에서, 케빈 역시 생각하지 않았을까.


I wish I hadn't passed those genes on to him(her).



내가 주지 않았기를 바라는 그 어떤 성질이, 그러나 내가 받은 것이라면,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



그러나 이 어두운 대화들 속에서도, 그리고 어두운 기억들 속에서도, 낭떠러지에도 꽃이 피는것처럼, 삶에 대한 희망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그것은 죽을 것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낭떠러지 근처의 꽃을 따던 패티가 물 속에 빠진 것이다. 케빈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고, 그리고 그녀를 잡았다. 그는 바깥에서 올리브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러나 그것이 자신들을 구하러 사람들이 오고 있다는 것임을 이해한다. 그는 패티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He would not let her go. -p.47


널 놓지 않을게. -전자책 중에서



자신은 죽으려고 했으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이 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세상은 미친, 우스운, 알 수 없는 것이다.


Oh, insane, ludicrous, unknowable world! Look how she wanted to live, look how she wanted to hold on. -p.47


오, 미친, 이 우스운, 알 수 없는 세상이여! 보라. 그녀가 얼마나 살고 싶어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붙잡고 싶어하는지! -전자책 중에서



슬픔과 아름다움의 거리는, 어둠과 환함의 거리는, 이토록이나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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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17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은 것 같은데 단편들이 다 새롭게 느껴지네요. 슬픔과 아름다움의 거리는 짧아서... 그래서 더 애달픈거 같아요.
부지런히 따라갈게요~~

다락방 2026-03-18 23:02   좋아요 1 | URL
저는 특히 ‘작은 기쁨‘이라는 표현을 좋아했으면서도, <작은 기쁨> 읽을 때 완전히 새로워서 너무 놀랐어요. 올리브의 아들 크리스가 결혼한 건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했었네요? 저는 올리브 키터리지 좋아했으면서도 세상에나 너무나 새롭게 읽고 있습니다. <피아노 연주자>를 예전에는 인상깊게 읽지 않았는데, 이번엔 너무 좋아요! 확실히 천천히 읽고 또 영어로 읽으면 받아들이는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hnine 2026-03-18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슬픈 음악이 좋아요.˝
-˝왜요?˝
˝슬픈 음악이 대개 아름답고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얼마전에 제 피아노 선생님과 나눈 대화랍니다.
슬픔과 아름다움의 거리를 말씀하셔서요.

다락방 2026-03-18 23:00   좋아요 0 | URL
슬픈 음악이 왜 아름다울까요, 나인 님? 왜일까요? 슬픈 음악이 왜 마음을 더 움직일까요? 저는 슬픈 음악을 좋아하면서, 그러나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클래식을 전혀 모르지만, 비탈리의 <샤콘느>가 세상에서 제일 슬프고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 같아요!

다락방 2026-03-18 23:00   좋아요 0 | URL
https://youtu.be/Qh3fi66_fHo?si=EivFZ1AxlakL5xAs

blanca 2026-03-1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글 쉽게 쓰는데 저도 이건 영문으로 안 읽히더라고요. <약국>은 진짜... 언제 읽어도 너무 좋아요.

다락방 2026-03-18 22:57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같이읽기 아니었으면 포기햇을 것 같아요. 영어 너무 어려워요. 왜죠 ㅠㅠ
약국 정말 좋죠! 저는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피아노 연주자도 너무 좋았어요!!

독서괭 2026-03-18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pharmacy 끝내고 incoming tide 시작했어요! 번역본 예전에 읽었어도 쉽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다 이해 못해도 좋은 건 확실 ㅠㅠ
ludicrous 이 단어 pharmacy 에도 마지막에 나왔던 것 같은데 우스운이라고 번역되었군요! 킨들 좋은데 영영사전만 나오고 번역기능은 수준이 낮아서 단어 찾아보기가 쉽지 않군요 ㅠ

다락방 2026-03-18 22:57   좋아요 0 | URL
저는 작은 기쁨 끝냈고요, 이제 굶주림 들어갈 차례입니다. 3월도 벌써 중순이 다 지나가서 마음이 아주 급해요. 과연 기한 안에 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화이팅!
아, 킨들은 또 그런 문제가 있겠군요? 사전 찾아가며서 읽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너무 걸리고, 특히나 올리브 키터리지는 모르는 단어 너무 많아서... 안찾으며 읽으려고 하면 또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요. 전에 다 읽은 건데도 그래요. 저는 하는수없이 한줄 한줄 읽습니다. 에휴.. 영어 실력 언제 좋아지는 거냐며...

독서괭 님, 미국에서 영어 실력 확 늘어서 오세요!!

2026-03-18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19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20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속삭이는 벽
프레드리크 빈테르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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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과해지면 선을 넘기가 쉽고, 이미 선을 넘은 뒤엔 후회해도 늦다.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지나치게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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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브리저튼 시리즈 4편을 보았다. 

사실 1,2편을 재미있게 보았지만, 3편은 보다가 재미없어서 중단했었고, 번외편인가 그것도 보다 말았다. 4편에 대한 기대도 없었는데, 한국배우가 나온다는게 아닌가. 내가 알지 못하는 배우였는데 오디션으로 합격한 한국배우라니, 게다가 손숙의 외손녀라니!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볼 생각은 없었는데, 드라마를 보기도 전부터 여주인공 소피와 남주인공 베네딕트 역의 배우가 함께 인터뷰 하는 장면들이 자꾸 노출되어서 보게되었고, 그 인터뷰가 너무 다정해서 드라마를 보고 싶어졌다. 인터뷰에서 베네딕트 역의 '루크 톰슨'은 소피 역의 '하예린' 배우에게 완전히 몸이 틀어져있고 시종일관 꿀 떨어지는 눈빛을 보냈다. 다정하고 스윗한 말과 태도에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은 배우가 멋있게 느껴졌고, 우앙 드라마 보자, 하게 된거다. 드라마는 사실, 인터뷰에 비하면 재미는 없었다. 그래도 잠깐 얘기를 해보자면,


모두가 알다시피, 브리저튼 시리즈의 시대적 배경은 1830년 대이다. 귀족들이 귀족과 결혼해야 하고, 무도회가 열리고, 여자들은 사교게에 데뷔해야 하고, 재산은 남자에게만 물려줄 수 있다. 그것도 장남에게만. 차남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브리저튼 가의 차남 '베네딕트'는 엄마의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듣기 싫고 여자들과 또 남자들과 방탕하게 어울려 지내다가,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했던 가면무도회에서 소피를 만나게 된다. 가면으로 가려져있으니 누구인지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또 이름도 모르는 상황. 그러나 한 번 본 그녀를 잊지 못해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소피의 엄마는 하녀였고 귀족 남자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귀족은 소피를 자식과 똑같이 사랑해주겠다고 했지만, 그 귀족인 아버지가 죽자 새어머니는 소피를 하녀로 부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다른 자식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았던 소피다. 그런 소피가 무도회가 너무 가고싶어서 드레스와 가면을 차려입고 부랴부랴 무도회에 참석해보았다가 베네딕트를 똭! 만나게 된거다. 


굳이 이 얘기를 왜 해야 했냐면, 계급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서, 귀족은 하녀와 결혼할 수 없다. 귀족이 하녀와 섹스를 해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사람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귀족은 자유로운 연애를 할 수 없었다. 아, 물론 남자들은 정부도 둘 수 있었다. 그렇게 귀족과 하녀가 철저하게 분리된 시대였다는 거다. 그런데, 


소피가 가면을 쓰고 나타나자, 그 무도회의 사람들에게 소피는 귀족이었다. 아무도 소피를 하녀 취급하지 않았고, 누구도 소피를 하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면 한 장으로도 순식간에 그 계급은 무용지물이 된것이다. 가면만 써도 귀족인지 하녀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도대체 그놈의 계급이 왜그렇게 중요했던걸까? 얼굴만 가리면 그 사람이 귀족인지 왕인지 하녀인지도 모르면서, 뭐가 그렇게 계급이 대단햇다는걸까?


드라마에서 여차저차 소피는 베네딕트가의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베네딕트와 소피는 만나기만 하면 욕망의 불꽃이 타올라 파이어~ 서로에게 다가감을 주체하지 못해 키스하고 부비부비하는데, 그래봤자 소피에게 남는건 상처일 뿐이고 그래봤자 베네딕트가 결정할 수 있는 건 결혼이 아닌 정부로 삼는것 뿐인데, 그래서 소피는 이 상황들이 괴롭다. 끌리지만 괴로워. 그리고 소피는 베네딕트에게 말한다.


너 왜 나한테 키스한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어.

너 내가 귀족이었어도 그렇게 키스했을거야?


그러니까 그거다. 내 '정부'가 되어달라고 말하게 되는건, 하녀랑 이루어질 수 없는 시대적 배경에 조건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귀족 여자에게 마음대로 키스를 하겠는가. 그것이 소문이라도 나면 그 귀족 여자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는데. 어떻게 귀족 여자에게 정부를 제안할 수 있겠는가. 그녀가 귀족인데. 그러니까 베네딕트와 소피의 육체적 끌림은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인것도 사실이겠으나, 베네딕트가 소피에게 키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쩔 수 없이 그녀가 '하녀'라는 것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다. 물론, 귀족 사이먼과 귀족 다프네도 사귀기도 전에 키스를 하기는 했지만, 그런 끌림이 온다면 상대 여자가 귀족이든 하녀든 그렇게 되는 일이 있기는 한 것이겟지만(우리 누구나 다 그런 경험 있잖아요? 주체할 수 없는 욕망..같은거요...), 그러나 소피가 하녀였다는 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그래서 베네딕트가 소피와 섹스하고 소피를 제 옆에 두고 소피에게 많은 걸 누릴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는 정부라는 포지션이 최선이었다. 그래서 베네딕트는 소피에게 정부를 제안한다. 그러나 소피는 싫다. 자신의 엄마와 같은 처지가 되는게 싫고, 자신이 낳게될 아이가 사생아가 될 것이 싫고, 사생아가 되었다가 결국 아버지로부터 버려지게 될 것이 싫다. 그런 이유로 소피는 정부가 되어달라는 베네딕트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것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마땅히 옳은 선택이라고 하겠다. 드라마에서 베네딕트의 친구는 '어떤 여자도 그리고 어떤 남자도 숨겨진 존재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명명백백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나도 동의한다. 숨겨진 존재는 모두가 바라지 않는 포지션이다. 숨겨짐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서 나오고 싶어진다. 나도 찬란할 때에, 밝을 때에 너를 만나고 싶어, 세상에 너랑 내가 만난다는 걸 드러내고 싶어. 그러니까 숨겨진 존재가 되기 싫고 정부mistress 를 거절하는건 마땅히 옳은 처사이다. 이성적인 처사이다. 그런데, 그건 지금을 사는 내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이고, 만약 그 시대에 그런 제안을 내가 받았다면, 나는 거절했을까?



내가 귀족이엇다면, 일단 정부가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베네딕트로부터 정부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면, 그런데 사실 그런 제안을 받기 전까지 나 역시 베네딕트에게 끌림을 느껴서 너만 보면 내 마음은 두근두근 너를 만지고 싶다.. 막 이렇게 되었다면, 그랬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니'를 말할 수 있었을까? 귀족과 하녀의 결혼은 아예 허락되어지지 않던 시대에, 감히 내가 '나랑 결혼하는 거 아니면 숨겨진 존재가 되기 싫어'라고 할 수 있었을까?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의 정부가 되는 것' 이 아니었을까? 정부가 된다면, 그로부터 집을 제공받을 것이고 여유롭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길을 걸을 때마다 '저여자는 베네딕트의 정부야'라는 말을 들었겠지만, 그건 그 선택을 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일테고, 사실 그 당시에 그 손가락질의 '하녀의 고단함'보다 컸을지 작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더이상 하녀로 살지 않고 내가 육체적 끌림을 갖는 남자의 정부가 되는 일을, 내가 거부했을까? 지금의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아니'를 외치고, 그 상황의 다른 여자들에게도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지지만, 그러나, 그 때의 내가 그 세상을 살면서 아니라고 할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오늘 친구를 만나서 브리저튼 이야기를 하다가, 루크 톰슨과 하예린의 인터뷰를 재미있게 보았노라고 얘기했다. 나는 그걸로 영어공부를 할까, 하는 얘기도 했는데,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더니 샐리 루니 소설의 사이먼의 존재 유무로 도달했다. 친구는 사이먼 같은 남자는 환상에만 존재하는, 현실에는 존재불가한 캐릭터라 했고, 나는 충분히 현실에 있으며 드물지 않은 캐릭터라고 했다. 그 사이먼이 오래 연애하게 되면 혹은 결혼하게 되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그 다정한 말과 태도는 없지 않은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친구는 돌이켜보면 국제결혼한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을 때 그런 남자들의 태도를 보았노라고 말했다. 그러네, 있기도 하겠네, 라고. 그렇다. 그런 태도와 말과 눈빛은 존재한다. 루크 톰슨이 하예린에게 했던 것처럼, 그것이 꾸민 것이든 진짜이든, 그러니까 나올 수 있는 태도와 말인 것이다. 없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하기 좋은 혹은 결혼하기 좋은 상대인것이냐에 대해서라면 대답할 수 없지만, 그러나 그런 캐릭터가 있는건 맞다. 그에게 다른 어떤 단점이나 흠 혹은 치명적인 악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런 스윗한 캐릭터는 존재한다. '남자는 한 종(種)이다 ' 라는 양귀자의 말에 동의하고, 그 말에 고개 끄덕이지만, 그러나 그런 태도와 눈빛과 말투가 존재하는 것도 역시 사실이다. 그들이 결국 흘러흘러 같은 종으로 귀결된다고 해도 말이다. 샐리 루니가 그린 사이먼은 판타지가 아니다,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사이먼이 완벽한 캐릭터인 것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여자의 보호자를 자처하고자 했던 것은, 또한 지나치게 종교적이었던 것도, 사실 판타지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은가. 어떤 단점들을 가진, 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 몰랐던 극한의 다정함으로 무장한 캐릭터. 없지 않다.



책을 샀다.

한국에 왔으니 책을 지르는 것이 당연지사.



















[극야 일기]는, 남극과 북극에 조금의 관심이 생겨서 샀다. 학교 수업시간에 남극과 북극에 대한 언급이 나왔었고, 기후 위기로 기후 난민이 생길 가능성에 대한 얘기들을 하면서 갑자기 극지방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거다. 그래서 뭐가 됐든 읽어봐야지, 하면서 김금희의 [나의 폴라 일지]를 처음 읽었고, 이제 [극야 일기]를 읽어보려고 한다.


[속삭이는 자]는 스릴러인데, 읽고 남동생 주려고 샀다. 지금 절반쯤 읽었는데, 사람이 욕심이 너무 강하면, 욕망이 너무 강하면, 가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된다,그 선을 자체적으로 지워버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잭 리처'의 신간은 안사고 넘어갈 수 없지. [방문자]는 이번에 알라딘 지름에서 빠뜨렸는데, 오늘 친구랑 교보 갔다가 얼른 구매했다.


줄리아 퀸의 [신사와 유리구두]를 브리저튼 시리즈 소설들 중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아주 오래전이라, 그렇게 티키타카가 잘 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서로 읽는다면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해서 원서로 구매했다. 언제 읽죠?


[The Cafe on the Edge of the World] .. 원서를 그냥 사제끼는 나를 말려주세요...



책탑 페이퍼 쓰려고 책 쌓아두고 사진을 찍은 다음에, 책장에 갖다두자, 하면서 브리저튼 책을 가지고 원서 책장으로 갔다. 브리저튼 몇 권 꽂혀있는 옆에 나란히 꽂아두어야지, 했는데!! 꽂꼬보니 읭?????????????????




보이는가!!



저 책...있는데 또 산거였어. 하- 

이게 무슨 일이야..

하-

오늘 산 거 다시 팔아야겠다.

이게 읽지 않으니까 벌어지는 일이다. 읽었으면 집에 있는지 아닌지 알았을거 아녀... 도대체 언제 사놓은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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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12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그 제도가 동서양이 참 똑같네요. 그래야 양반(귀족)의 숫자를 유지할 수 있으니 그럴테지만...
소피에게 빙의한 다락방님의 추론에 저도 설득당했습니다. 경제적인 이득도 있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그 제안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조건이었을거 같아요. 브리저튼 4에서는 소피가 유산도 찾고 사랑도 찾고(알고 보니 소공녀ㅋㅋㅋㅋㅋ다시 보니 제인에어) 그랬지만, 실제는 그렇게 되지 못했을 확률이 훨씬 많았겠지요. 요는 눈이 안 맞는 게 최고인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싶습니다.
<사이먼, 유니콘 아니고 실제인 것으로 밝혀져...> 는 앞으로도 매의 눈을 가지고 추적해보겠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책탑이에요. 표지는 새로 사신게 훨씬 이쁘네요^^

다락방 2026-03-13 13:00   좋아요 1 | URL
사실 저 시대에 태어났으면 정부가 되자는 제안을 받았을 만큼의 그런 매력적인(?) 여성이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그 제안을 뿌리칠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어요. 그건 안되지 라는 생각은 현재에 사는 제가 하는 것이니까요. 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소피는 하녀이지만 그러나 귀족의 사생아여서 교육을 잘 받았고, 베네딕트보다 더 프랑스어를 잘했죠. 사실 좀 현실불가한 캐릭터인 것 같기는 합니다. 여하튼 로맨스 소설인 것입니다.

표지는 새로 산 게 훨씬 예쁘긴 한데요, 새로 산 걸 팔아야 돈을 더 줄 것 같아서 ㅋㅋㅋ 새로 산 걸 팔기로 했습니다. ㅋㅋ 아직 팔기등록 안해서 가격은 모르지만 말이지요. 하.. 오자마자 이런 일이.. 쩝.....

건수하 2026-03-13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극야일기는 남극과 북극에 관한 내용은 별로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저도 궁금한 책입니다. 다락방님의 후기 기다릴게요😊

웰컴 투 코리아!! 다락방님 오시면 뵙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제 독서괭님이 다른 나라로 가셨네요 ^^

잠자냥 2026-03-13 09:30   좋아요 4 | URL
괭이 오면 이제 건수하가 남극 가고... 그들은 영원히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건수하 2026-03-13 09:3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전 갔다가 금방(?) 오지 말입니다?

다락방 2026-03-13 13:00   좋아요 2 | URL
남극과 북극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건 제가 잘 읽어낼 자신이 없어서 일단 빙 돌아가는 것들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아무튼 어딜 가시든 금방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3-13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면무도회이고 가면을 썼을 텐데 어떻게 한 번 보고 또 보고 싶다고 생각을 해요? 그 가면에 반한 거? ㅋㅋㅋㅋㅋ

아니 뭘 고민해! 하녀 다락방은 그냥..... 바로 섹스할 거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욕망덩이!

그나저나 요즘 다락방 님 전완근보다 다정함에 끌리는가 봅니다? ㅋㅋㅋㅋ

책탑 오랜만입니다. 조만간 그 뷰도 나올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3-13 13:06   좋아요 2 | URL
가면무도회의 가면이 눈만 가린 거라서 입술도 보이고 눈빛도 보이고 하여간 그렇습니다만, 하여간 그 날 반한것입니다... 몇 마디 나눠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반했을까요? 그것은 미스테리... 그러나 그들이 그렇다니까 뭐 그런가보다 합니다. 사진 한 장만 보고도 반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 반하는 타입은 아닙니다.(안물어보셨지만..)

책탑 기다리셨죠? 저 너무 올리고 싶었어요! 제가 이제 다시 부지런히 글을 써서 알라딘에 활기를 불어넣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알라딘 너무 썰렁해요! 알라딘아, 오래 기다렸다. 내가 돌아왔다. 컴백!! 네,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그 뷰도 곧 나올 예정입니다. 안그래도 어제 회사 다녀왔어요. 복직 얘기하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다정함에 끌립니다. 제가 세상에 존재하는 줄 몰랐던 극강의 다정함을 마주하고나니 이 다정함이 저에게 치명적 매력을 가졌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 세상에 이런 다정함이 있구나 에 더해서 아 이런 다정함은 나에게 치명적이구나, 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제가 전완근 ‘보다‘ 다정함에 끌리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제 전완근에 ‘더해‘ 다정함에 끌리는 것입니다. 제가 다정하다고 반하게 되는 남자들이 전완근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잖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 베네딕트 역의 루크 톰슨도 훌륭한 근육의 소유자인 것입니다!! 근육은 다정함의 필수요소 입니다. 근육이 있어야 다정함이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여간 저는 요즘 다정함에 홀딱 넘어가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다정해서도 많이 다정해서도 안됩니다. 미친 다정함이어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3-13 13:23   좋아요 2 | URL
얘들아~~ 캐나다뷰 다시 볼 수 있대~~~ 👏👏👏🥳

책읽는나무 2026-03-13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캐나다뷰가 아녀서 쫌 아쉽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요? 캐나다뷰 다시 볼 수 있게 된 거에요? 축하할 일인 거 맞나요?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6-03-15 15:21   좋아요 1 | URL
저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어쩐지 울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흑흑. 하여간 조만간 다시 캐나다뷰 보여드리겠습니다!!

달자 2026-03-1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저 시대에 제가 소피였다면…저는 정부로 살길 선택했을 거 같아요 현실과 타협했을 거 같은… 뭔가 자존감이랄까 명예랄까 그것도 그걸 우선으로 챙길 수 있는 혜택받은 자들이 따로 있다는 생각…. 을 하며 댓글들을 쭉 읽는데 이제 질문이 섹스 vs 다정함으로 바뀌어있군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3-17 11:26   좋아요 1 | URL
저 시대의 소피였다면, 저도 정부로 살기를 선택했을 것 같아요.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볼 수 있고요. 그러나, 정부로 살았다면.. 언젠가는 그가 다른 귀족여자와 결혼하는 걸 봤어야 했을테고 그 때는 또 마음이 어떨지... 윽......제가 먼저 사랑했어도 나설 수가 없잖아요? 하녀출신이기 때문에... 계급이 문제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