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날씨가 좋아서 오랜만에 일자산에 다녀왔다. 진달래는 벌써 활짝 피어 있었다. 요가센터도 한달 이상 휴관이고 한없이 게을러지는 내 자신에게 무브, 움직임을 줘야했다. 저쪽으로 집어던졌던, 그래서 잊힌지 오래였던 핏빗을 충전시키고 나갔다왔다. 날씨가 좋으면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다.



다녀와서 씻고 3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를 꺼냈다. 북플에 보니 벌써 다 읽었다고 체크한 멤버가 있었다. 오, 분발해야지!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호두파운드 케익을 꺼내두고, 네스프레소 커피도 한 잔 내려서는 자리 잡고 앉는다. 



책과 독서대뒤로 조금 보이는, 저 고구마튀김 같아 보이는 것은, 고구마튀김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자, 독서하자. 이번 주말에는 너무 책을 안읽었으니 이제 읽자! 

으으. 이렇게 일요일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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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데 가장 집중이 잘되는 장소는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이지만, 가장 편한 장소는 내 서재방 내 책상앞이다. 내 다이어리를 펼쳐 놓고 맥북에 전원을 켜두고 독서대에 책을 올려두고 읽으면 모든게 다 준비된 셈이다. 책을 읽다 혹여 모르는 게 나와 찾아보고 싶으면 다다닥- 네이버를 열어 검색하면 되니까. 게다가 뭔가 메모해야 할 게 있으면 다이어리를 펼쳐서 거침없이 메모한다.


이렇게 메모를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 1-2년 정도?

그전에는 책 읽으며 굳이 메모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 이건 페이퍼로 써야겠다, 리뷰로 써야겠다, 하고 중요 내용을 기억하고자 하면 기억이 났던 까닭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안돼. 바로 쓰지 않으면 다 까먹어버려서 글쓰기 창을 열어두고 아, 뭐 쓰려고 했지? 막 이렇게 되어버려가지고... 이젠 키워드를 메모해두어야 한다. 아, 이 책 얘기할 때는 저 책 같이 끌고 와야겠다, 아, 이걸 얘기해야겠다, 아, 그 영화 생각나네, 하고 키워드를 써둬야 하는거다. 그래서 종이 다이어리는 책을 읽으면서 엉망인 글씨로 단어들이 채워진다. 예전엔 일기가 빼곡했는데(아, 사랑이여! 이별이여!) 이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어리 펼치면 시몬 베유 나오고 한나 아렌트 나오고 트라우마 나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낸시 폴브레, 버지니아 울프에 포드주의 찾아본 거 나오고 분리주의까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은 진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니깐?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영화 《링컨:뱀파이어 헌터》는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원작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과 큰 줄기는 같되, 내용 부분에서 많이 다르다.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라는 소재 자체는 매우 흥미롭지만 책에선 좀 늘어진 경향이 있었다. 조금 더 짧게 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영화에서는 두시간 분량으로 담아내다보니 많은 것들을 쳐냈고 책에서 뱀파이어 헌터인 '링컨'에 집중했다면, 영화에서는 뱀파이어 헌터인 링컨의 결투 장면에 집중했다. 시각적 매체이다보니 당연한 선택이었을텐데, 그래서 영화도 재미있다. 나쁘지 않아. 책과 영화의 다른 점은 이렇게 어디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두었느냐에 있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링컨의 아내인 '메리 토드'의 역할도 크게 달랐다. 책에서는 메리 토드가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인 것을 알지 못하지만, 영화에서는 결국 알게 되고 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 것. 책은 책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링컨이 궁금해졌다. 아니, 메리 토드가 궁금해졌다.

책에서는 대부분의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그렇다고 하면 링컨과 메리 토드 사이에는 네 명의 아들이 있었고 아들중 두 명이 링컨이 죽기 전에 죽었다. 링컨 부부는 아들 둘을 어릴 때 잃었던 것. 게다가 링컨이 암살당하고 나서 또 아들이 죽고 결국 메리 토드는 아들 넷중 아들 셋을 자신보다 먼저 보내야 했던 거다. 아이들의 때이른 죽음과 남편이 암살당하는 걸 본 메리는 어떻게 삶을 견뎌냈을까에 마음이 쓰이는 거다.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는 책에서 메리 토드가 우울증을 앓았다고 밝히고 있다. 정신병원에 나중에 입원도 한모양인데, 메리 토드를 검색해보니 그녀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남편의 암살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이뤄졌기 때문인듯도 하다. 오래전부터 편두통을 앓았다고 하는데 이것도 다 연결이 되어있는걸까.


링컨에 대해서라면 책을 좋아했고 수염이 있고 노예 해방에 앞장선 대통령 이라는 정도밖에 모르지만 메리 토드에 대해서라면 아예 모르고 있던 터라 너무 궁금해진 거다. 메리 토드는 자신이 사랑하고 결혼한 남자가 결국 미국의 대통령이 될 거란 사실을 알았을까? 알면서도 그걸 선택한걸까? 책을 읽고난 뒤부터 영화를 보고나서까지도 나는 그게 궁금했다. 나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삶이라서.


일전에도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를 읽으면서 나는 '왕의 아내'는 될 수 없겠다는,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건 야망이 쪼꼬만 탓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 막중한 책임 같은 것을 갖고 싶지 않은 걸 수도 있겠다. 메리 토드가 링컨을 만나 약혼을 결심하기 전에 이미 링컨은 하원의원을 했던 적이 있어서, 아마도 메리 토드는 링컨이 정치에 뜻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둘의 연애와 결혼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쩌면 연애하던 도중에 링컨은 메리에게 '나는 장차 대통령이 되고 싶어' 라고 말했을런지도 모른다. 그 때 메리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오, 그렇다면 나는 영부인이 되겠군!' 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아, 나는 대통령의 아내같은 건 하고 싶지 않은데..' 했을까?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라 메리 토드가 그 자리에 알고 간건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건지가 너무 궁금해지는 거다. 게다가 남북전쟁, 노예해방이란 굵직한 일들의 중심에 남편이 있다는 것, 거기에서 또 자기의 역할을 고민해야 하지 않았을까.


인터넷 검색의 결과만으로 보자면, 메리는 남편이 정치에 너무 몰두하는 바람에 질투하고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는데 무엇이 그녀를 우울증을 앓게 한건지는 이 검색만으로는 알 수 없겠다. 나는 그녀의 삶이 궁금해졌다. 당시에 링컨이 아니라 링컨의 라이벌인 의원과도 알고 지냈는데, 그녀가 굳이 링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그리고 링컨의 아내였다가 영부인이 된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 어떤 마음이었을지가 궁금한 거다. 메리 토드에 대한 책을 읽어 보고 싶어 알라딘에 '메리 토드'를 넣고 검색해보았지만 결과가 없었다. 하는수없이 링컨의 전기를 읽어볼까 싶어 링컨을 넣고 검색했더니 엄청난 책들이 쏟아져나왔는데 내가 읽고 싶은 건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내 삶에 정치하겠다고 한 사람이 옆에 있었던 적도 없지만, 아마 앞으로도 그 삶은 딱히 달라질 것 같질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나는 계속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나랑 연애를 하고 있는 남자가 혹은 결혼한 남자가 갑자기 '나 정치인이 되겠어'라고 한다면, 나는 어떡할 것인가. '정치인의 아내'라는 타이틀은 살면서 내가 갖고 싶었던 적이 없었기에 일단 전혀 욕심나진 않는다. 그리고 사실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 만약 내가 사전에 알았더라면, 그러니까 '나는 언젠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싶어' 라고 밝히는 남자였다면 나는 그 사람과 굳이 앞날을 기약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아닌가. 나랑 결혼해서 살고 있다가 갑자기 '나 대통령을 해볼까 해' 라고 한다면.... 나는 어떡해야 하는가. 너무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통령의 아내 하기 싫다. 차라리 내가 대통령을 하지. 아니 이게 그러니까 내 행동이 즉각적으로 나에게 돌아오는 거라면 그건 어차피 나의 몫이지만, 내가 대통령의 아내라면 내 행동이 내가 아닌 남편에게로 리액션이 되어 갈 게 아닌가. 내 과거가 나 때문에 털리는 거라면 내가 감당하면 되는데, 내 과거가 내 남편 때문에 털리는 거라면 이래저래 너무 싫은 거다. 두 유 노 왓 아이 민?

사실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것, 의견을 내는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 매력이 있기는 하다. 누군가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그리고 그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 때, 내 의견을 하나 보태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인 것이다. 음, 그렇지만 그게 정말 최선일까? 이런 식의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며 또 귀기울여야 할 일이니까. 그렇지만..

아..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또 심란해하고 있다. 망상..



메리 토드가 너무 궁금하다. 그러나 메리 토드에 대해 말해줄 사람이 없다. 본인이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을 남겼고 또 그게 지금까지 전달된다면 너무 좋을텐데.. 특히나 역사의 큰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더더욱이 기록을 남겨줬다면 그게 의미있었을 것 같다. 지금의 내가 그 때의 당신 삶을, 당신의 생각을, 당신의 마음가짐을 이렇게나 궁금해 하는데...

링컨에 대한 책은 수없이 많지만 메리 토드에 대해서는 쓴 사람이 없는 걸까.



여자들아, 글을 쓰자. 기록을 남기자. 지금 내가 남기는 사소한듯한 기록들 마저도, 먼훗날 누군가가 되게 궁금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니까? 기록은 중요하고 기록은 의미있다.


















오늘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읽었던 책은 '카트리나 멘지스 파이크'의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이다. 이 책에서도 카트리나는 기록에 대해 얘기한다. 여자들이 마라톤에 참가할 수 없었고 달리는 여자들에 대해서라면 너 임신·출산에 안좋으니까 달리지말라는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일들, 그래서 정식으로 참가하지 못해 숨어 있다가 같이 달리거나 남장을 하고 달렸던 것들. 그 때 달렸던 여자들에 대해 기록이나 그들의 생각을 찾으려해도 딱히 많이 남아있지 않은 것에 대해 카트리나가 서운해 하는 거다. 우승을 했어도 여자에 대한 것이라면 짧게 소개되고, 결혼하지 않고 자녀가 없는 여자였음에도 아이가 둘인 걸로 소개되기도 하는 거다. 이럴 때 여자가 직접적으로 자기의 기록을 남겨두고 그게 전해진다면 많은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1964년 여자 마라톤 세계 초고 기록은 두 번이나 깨졌다. 그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에 실린 두 번째 세계 기록 경신 기사는 이렇다.

"지난 8월 어느 토요일,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오클랜드 교외 마누레와에 거주하는 밀리 샘슨Millie Sampson, 31은 새벽 1시까지 춤을 췄다. 다음 날에는 11인분의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중간에 마라톤 경기에 참가해서 3시간 19분 33초에 완주했다."

실제 밀리 샘슨은 결혼하지도 않았고 자녀도 없었다. 그리그의 기록을 8분이나 단축했다는 사실은 언급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기사의 대부분은 뉴질랜드 중거리 육상선수 피터 스넬Peter Snell(1960년 로마 올림픽과 1964년 도쿄 올림픽 중장거리 금메달리스트-옮긴이)이 다가오는 세계 선수권대회 준비 과정을 소개하는 데 할애되었다. (p.102-103)




기록하고 기록하고 또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 기록해야 잊지 않는다. 기록해야 기억한다. 기록해야 뒤에도, 뒤에도 또 그 뒤에도 전해진다.

내가 내 기록을 해야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엉뚱한 말을 하는 것에 맞설 수 있는 것이야.

메리 토드가 악처라는 얘기도 검색해보면 나오고 나름 행복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런데 그것은 누가 판단한 것인가. 메리 토드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아쉽다. 아쉽고 또 아쉬워.

기록하자. 기록하는 삶을 살자.





오늘 사무실에 06:58에 도착했는데 이미 해가 환하게 떠있었고, 그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걸로 기분이 좋을 수 있다니, 너무 좋은걸. 퇴근 후에는 술과 안주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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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20-03-2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 도착이 6: 58 이라니요.. 항상 출퇴근에 독서에 매진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그리서 여성주의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작성하는 글도 너무 좋아요~~ㅎㅎ

다락방 2020-03-20 12:41   좋아요 0 | URL
아아, 좋다고 말씀해주시니 제가 좋습니다. 으하하핫. 이맛에 글 쓰는가 봅니다. 으하하핫.
제가 출근시간이 빨라요 ㅠㅠ 나쁜 회사 ㅠㅠ 어서 빨리 퇴사하고 늦잠자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으엉 ㅠㅠ
그래도 오늘 금요일이라 너무 씐나요! >.<

비연 2020-03-2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때문에 요즘 자차를 이용하는데,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없어져 슬픕니다. 얼른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퇴사하고 늦잠자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에 백퍼 이백퍼 동감하며.

다락방 2020-03-22 15:11   좋아요 1 | URL
비연님, 우리가 퇴사하고 늦잠자는 삶을 살게 된다면, 비연님도 저도 그런 삶을 살게 된다면, 아침에 늦잠자고 일어나서 만나 늦은 아침식사를 함께 합시다.. 게으르게...아주 게으르게 말예요... 모닝 와인을 살짝 해도 좋고요.... 그 날을 기다립시다...

공쟝쟝 2020-03-22 21:40   좋아요 1 | URL
아아 그날, 저도 거기에서.... 뵙겠습니다.....

비연 2020-03-23 09:23   좋아요 1 | URL
다들 그날 거기에서 보아요. 모닝 와인잔 하나 들고. 책도 한 권 들면 더 좋고.

다락방 2020-03-23 09:36   좋아요 2 | URL
모닝 와인으로 대동단결....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 내가 기대한 건 내 마음의 고요, 내 마음의 평화였다. 내가 생각한 요가, 내가 기대한 요가는 명상에 집중하는 것이었고 마음 수련이었다. 요가 시작 첫날부터 빈야사로 나를 굴리는 바람에 그 날 냄새나는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집에 돌아가 그 늦은 밤에 양푼에 밥을 비벼 먹고서는 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괜히 시작했구나, 했다.


요가를 한 후 마지막 자세는 '사바아사나' , 송장자세 였다.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 호흡을 가다듬고 쉬는 자세인건데, 이 자세를 할 때면 슬며시 잠이들 것 같고 참 좋았다. 어떤날은, 고백하자면, 살짝 운 적도 있다. 온갖것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람에. 그러니까, 온갖것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안되는 게 바로 요가인건데, 나는 그걸 2년이 지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고 선생님은 늘 이르시지만, 나는 사람이 어떻게 아무 생각도 안할 수가 있나...하게 되어 버리는 것. 요가를 하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힘든 동작 하면 동작 때문에 아무 생각도 안나지 않아?' 라고 내게 묻지만, 나는 '이 힘든 동작이 내가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이 많아서일까, 다리가 짧아서일까, 고기를 많이 먹어서일까' 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다. '그렇다면 좀 더 하면 잘되는걸까, 시간을 들이면 되는걸까, 그렇다면 그 시간은 얼마여야 하는가...'


요가에서는 호흡과 명상으로 처음에 수업을 시작하고 또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호흡할 때도 내 마음의 평안은 찾아오질 않는다. 모든 아사나에서 선생님은 집중되는 신체 부위를 들여다보라 하는데, 들여다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가만 바라보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눈을 감고 가만 바라보는 게 가능한가..이것은 도대체 얼마나 되어야 가능해지는 것인가, 하면서 머릿속은 전쟁터...


쉽게 말해, 마음의 고요 따위는 찾아 오지 않는다는 거다, 내게.






















마음의 고요를 찾기 위해, 각기 다르다는 커피 맛을 느껴보기 위해, 나도 알라딘 커피를 주문했다. 회사에서 주로 마실거라 드립백으로 했다. 사무실에 커피메이커가 있으니 원두를 갈아 주문할까, 생각했다가, 걍 간편하게 드립백으로 하자, 하고 주문한 것. 그리고 매일 다른 커피를 마시는거야! 알라딘에서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한 게 최근의 일도 아닌데 굳이 지금에 와서야 내 스스로 먹을 커피를 주문하게 된 건, 최근에 나온 <산수유> 커피가 포장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알라딘에 커피가 새로 나올 때마다 여동생에게 보내줬는데 커피의 맛을 좋아하고 향을 좋아하는 여동생은 그 때마다 감상을 내게 들려줬더랬다. 이건 가벼워, 산미가 강해 등등... 여동생은 커피의 맛을 음미하는 걸 좋아해서 핸드 드리퍼도 구매해놓고 천천히 내려 마시길 즐긴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커피를 내리고 첫 한모금을 마시는 순간은 너무나 행복하다고 한다. 여동생이 그렇게나 좋아하니 커피를 선물해주는 내 마음도 흡족해, 그렇다면 이 기쁨을 나도 한 번 느껴볼까, 하고 주문한건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은 다 다르다니까? 나는 핸드 드립이 내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번 정말이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드립백을 내가 처음 마셔본 것도 아닌데, 뜨거운 물을 붓고 쫄쫄쫄 내려지기를 기다리는 게 너무 싫은 거다. 막 초조해지는 거야. 으앗 초조하다 초조해, 빨리 내려져라.

여동생에게 얘기하니 처음에 물을 부어 뜸을 들여야 한단다. 2,30초쯤. 내가 그걸 안했기 때문에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다음날에는 뜸까지 들였어. 그리고 먹었는데도 나는 여동생이 말하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여동생은 물을 한꺼번에 많이 붓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드립백으로 내릴 수 있는 양은 200미리 정도인데 많이 내리지도 말라고, 종이필터가 커피 기름을 걸러주는데 물을 많이 부으면 나중에 기름까지 나온다는 거다. 으앗, 나는 텀블러에 한가득 내리는데, 그래서 내 커피에 기름이 둥둥 떴구나!! 그리고 아까워서 나는 텀블러 한가득 내리는데...


언니, 조금만 내려서 맛을 봐봐, 많이 내리지 말고.


라는 말을 듣고도 나는 아니, 아까워 죽겠는데, 이게 하나에 천오백원인데, 어떻게 조금만 내려서 맛을 보라는거야, 텀블러 한가득 내려야지... 하고 적게 내리는게 잘 안된다. 그래도 오늘은 <산수유>내리면서 스맛폰의 시간 켜놓고 30초를 맞춰 뜸을 들이고, 물도 가득 붓지 않고, 그리고 텀블러 가득 내리기 전에 150미리 정도 됐을 때 한모금을 맛봤다. 내가 커피맛을 잘 구분 못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간 내린 것과는 좀 달랐다. 산미가 더 강했달까.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 맛 봤으니까 됐어, 하고는 뜨거운 물을 또 부으면서 텀블러를 채운다.


쫄   쫄    쫄   쫄



하아- 나는 다시는 드립백을 사지 않겠어. 이거 진짜 승질 나빠지게 하네. 아, 나는 역시 핸드드립 타입이 아니야 ㅠㅠ 여동생은 홀빈을 사서 자기가 갈아서 핸드드립으로 먹는데, 아니, 여동생도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정도로 성격이 급한데 얘는 어떻게 그게 되지? 나는 왜 그게 안되지? 아아... 커피를 핸드드립 하면서 향을 음미하고 또 맛을 음미하는 것은 얼마나 고요한 일인가. 그러나 내게 그 고요는 허락되지 않는 것 같다. 요즘 며칠간 드립백으로 커피 내려 마시면서 나는 내 성격이 점점 더 포악해질 것 같다. 이거 내려지기 어떻게 기다리지? 커피메이커에 원두를 넣고 물을 넣어 버튼을 누르면 어쨌든 지 혼자 내려진다. 다 내려지면 나는 가서 커피를 따라오면 돼.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도 마찬가지. 캡슐 넣고 물 넣고 컵 대기시키고 버튼 누르면 어쨌든 지이이잉 하면서 지 혼자 내려지고 나는 다 내려지면 가져오면 돼. 그런데 핸드드립은 내리는 동안 내가 다른 걸 일절 할 수 없게 하는 거다. 다 내려지면 물 또 부어야 하고 다 내려지면 물 또 부어야 하고...근데 내려지는 속도가 느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성질 나빠진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몇차례나 자꾸 살폈다. 뭐야, 아직 이것밖에 안내려졌어? 뭐야, 아직도 이정도야? 아아... 내 마음에 고요는 이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는 것이구나. 난.. 핸드드립 체질이 아니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적성에 안맞아 이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드립백도 이런데, 홀빈 사서 직접 갈아서 핸드드립으로 내려마시는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할까. 그렇게 하면서 초조하지 않은가요. 나는 세상 돌아버리겠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나의 개취에 대해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게 되겠다.


프랜차이즈 아메리카노>네스프레소 캡슐커피>커피메이커>핸드드립


핸드드립은 꼴찌야!!



난.... 고요할 수 없니?



몇몇 친구들에게 우울한 요즘 기쁨을 주겠다며 알라딘 드립백 선물했는데... 그들의 성질도 나빠지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휴...






















코로나19 때문에 요가를 안간지 한달 째 되어가는 것 같다. 덕분에 시간이 갑자기 예전보다 많아져버려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최근에는 <열정의 무대>와 <빌리 엘리어트>를 다시 보면서 좋아했다. 역시 발레가 짱이야! 빌리 엘리어트는 수작이다. 대단한 명작이야. 이거 안본사람 없게 해주세요, 이러면서 감탄하다가, 타고타고 가다보니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라는 영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 이건 책으로 있는 건데? 하고 검색해보니, 맞았다.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거였다. 책으로 나올 당시에도 나는 '좀비' 때문에 읽을 생각을 1도 안했는데, 이게 영화로도 나왔구나... 하고 영화 줄거리를 보니, 오만과 편견 줄거리를 그대로 가져오고 대신, 엘리자베스 자매들을 좀비에 맞서 싸우는 전사로 그려낸 모양이었다. 우앗. 흥미로워. '맞서 싸우는' 이런 거, 너무 좋잖아? 그래서 영화를 볼까... 했는데, 좀비가 걸린다.


난,

난,

난,

난,

좀비 무서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좀비가 너무 무서워서 영화를 보고 싶은데 못보겠다. 좀비 보고 잠 못자면 어떡하지 ㅠㅠ 못보겠어 ㅠㅠ 그런데 보고싶다 ㅠㅠ 낮에 점심 먹으면서 볼까 ㅠㅠ 밤에 보면 꿈꾸고 잠자리 사납고 잠꼬대하고 가위눌릴텐데 ㅠㅠㅠ 아니, 왜 하필 좀비야 ㅠㅠ 드라큘라는 안무서운데 ㅠㅠ 좀비 무서워 ㅠㅠ 보고싶다 ㅠㅠ 그런데 좀비 무섭다 ㅠㅠ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그렇다면 책으로 읽을까, 하다가, 아아 안돼 책 읽을 시간 없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읽어야 된단 말이야, 그러면 영화를 보자, 궁금하다, 엘리자베스가 전사래, 좀비 때려잡는다니 얼마나 좋으니, 그렇지만 좀비 무서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래가지고 내가 시도를 못하고 있다 ㅠㅠ

누가 여기 나오는 좀비 안무섭다고 귀엽다고 좀 해줬으면 좋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덕분에 책의 소개도 읽어보게 됐는데, 저자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가 매우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오만과 편견에 좀비를 가져오더니, 얼라리여~ 저 링컨 책 좀 보라지.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의 책 소개를 보자면 이렇다.



미국 제 16대 대통령으로서 노예해방을 이끈 영웅 에이브러햄 링컨. 그가 사실은 뱀파이어 헌터였다면? 그가 말한 '노예'가 흑인뿐만 아니라 미국인 모두를 지칭한 것이었다면? 사악한 뱀파이어의 노예가 되어 피를 빨릴 미국인들을 위해 그가 총대를 멘 것이라면?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은 링컨의 전기와 뱀파이어 장르를 교묘히 혼합한 소설이다.

이야기는 작가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가 에이브러햄 링컨의 비밀 일기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비밀 일기는 링컨이 열두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해 암살되던 그날까지 기록했던 것인데, 여기에는 링컨이 처음으로 뱀파이어의 두개골을 박살냈던 일화는 물론, 뱀파이어들이 단체로 흑인 노예들의 목을 물어뜯으며 피의 향연을 벌이던 날까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뱀파이어를 처단하기 위해 코트 안에 무시무시한 도끼를 숨기고 다녔던 '착한 에이브' 링컨.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은 신화적인 영웅 링컨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역사적인 사실, 뱀파이어와의 전쟁 픽션 등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알라딘 책소개 中




으앗. 너무 특이하잖아. 재밌겠다. 이 책은 읽어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좀비 무서워 ㅠㅠ 아 좀비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누가 내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좀 주었으면... 피쓰........






















어제는 로쟈님의 페이퍼를 통해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란 책이 나왔음을 알게됐다. 강남순 저자의 신작이라는데, 그전부터 종교와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써왔던 작가라고 했다.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이 땅에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 '결혼하며' 산다는 것에 대해서 갈등과 고통을 느끼게 되는데, 종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나는 현재 어떤 종교도 갖고 있진 않지만, 한 종교의 절실한 신자이면서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도 갈등과 고민의 연속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종교와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참에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며칠전에 사둔 책도 여러권이고 또 종교와 페미니즘에 대해 사둔 책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게 많아... 그리고 그것들을 아직 다 읽지도 않았지.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또 읽고 싶은, 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까. 정말이지 책을 사고싶고 읽고 싶은 욕심은 똥구멍까지 찬 것 같다. 어제는 내 안의 이 욕심이 너무 괴로웠다. 왜, 왜, 가지고 있는 책들을 쌓아두고서, 읽지도 않고서, 그러면서 어째서 또 새로운 책을 넘보는거야? 왜? 도대체 왜? 그래도... 그래도.... <젠더와 종교> 한권만..살까? 흑흑 ㅠㅠ



난 뭘해도 어떻게해도 마음에 고요따위 찾아오지 않는 것 같아 ㅠㅠ

고요는 내 적성이 아니야 ㅠㅠ










점심엔 쭈꾸미 비빔밥이나 먹어야겠다. 아 빨리 점심시간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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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3-1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순 교수는 페북 통해서 글을 많이 접했어서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라는 책이 읽고 싶어지긴 해요.
어제 장바구니에 그득 담았는데.. 이 책은 없..;;; 추가...? 아멘...

다락방 2020-03-12 09:38   좋아요 0 | URL
오오, 비연님은 강남순 교수 글을 보셨었군요. 저는 처음이라서 한 권정도 읽어보고 싶어요. 종교와 페미니즘은 궁금하거든요.
저는 방금전에 장바구니 비워냈습니다. 비연님도 이왕 비우실 거, 한 권 더 채우고 비우시죠?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0-03-1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주말에 커피 내리는 시간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그 여유로운 순간을 만끽할 때 와, 이게 정말 주말이지 싶어지거든요. 부엌 창 밖을 보면서 천천히 내려마시는 커피, 일상의 행복입니다. 자기가 직접 잘 내린 커피는 네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아낸 커피하고는 맛이 또 완전 다르고요... ㅎㅎ

암튼 강남순 교수의 글은 추천합니다! 정희진 님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제가 좋아하는 저자입니다. 최근 나온 저 책은 저도 읽어 보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만 뒀어요. ㅎㅎㅎ

다락방 2020-03-12 11:05   좋아요 1 | URL
맛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제가 뭐랄까 좀 느끼고 그러면 일상의 여유를 갖게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너무 여유랑 안친하네요? 여동생이 좋아하는 커피 내려 마시는 순간도 잠자냥 님이 느끼시는 것과 닮아있는 것 같은데 저는 버튼 눌러놓고 다른 거 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자꾸 물 붓고 이러는 걸 내가 하려니 막 답답하고 초조하고.. 아, 저는 이쪽으로는(?) 영 아닌것 같습니다...

오, 강남순 교수의 글을 추천하신다니, 읽어볼게요. 아이참, 잠자냥님도.. 댓글 좀 조금만 일찍 달아주시지. 제가 강강남순 교수 책은 포함하지 않은채로 이미 주문을 마친거 아니겠어요? 이번에도 역시나 잠자냥 님은 저 때문에 부자되실 겁니다. 땡투하고 질렀거든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얼음장수 2020-03-12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웃겨요 ㅋㅋ 저는 커피맛은 사실 잘 모르는데, 괜히 혼자서 핸드드립하고 있으면 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그 ‘느낌‘이 그냥 좋아요. 쓸데없는 시간에 투자할 수 있는 사치를 부리는 것 같고 ㅋㅋ. 그러나 역시 바빠지면 다시 네스프레쇼 머신이죠!

다락방 2020-03-12 12:41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특별히 바쁜 것도 없거든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핸드드립할 시간은 충분하고도 남아요. 그런데 살펴보고 물붓고 살펴보고 물붓고 그러고 있으면, ‘아이고 이거 어느 세월에 다 내려지나‘ 하면서 막 초조하고 화딱지가 나요. 그 여유로운 행위가 저에게는 초조한 행위가 되어버립니다. 아오 이놈의 성격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제 성격인데도 마음에 안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쁜것도 없으면서 왜그러는건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성격 안바뀌겠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걍 사먹는 아메리카노가 제일 좋고 그 다음은 역시 네스프레소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3-1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바아사나 하고 싶다... 저도 4월에는 요가 다시 등록 할려구여!!!
고요하지 않은 다락방님의 고요한 수면을 응원하며~~ 굿나잇! (아, 페이퍼보니 핸드드립 커피 내려마시고 싶어졌어요... 이 시각에...)

다락방 2020-03-13 08:19   좋아요 0 | URL
저는 어차피 1년등록이라 등록은 되어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요가센터가 휴관이에요. 요가 안가서 너무 운동안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요가 안가서 또 좋기도 하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 이 시간에 핸드드립 내리고 싶어질 때를 대비해서 디카페인 커피를 사두면 어때요? 저는 집에 네스프레소 디카페인 캡슐도 사놔가지고 ㅋㅋㅋ 밤에 커피 마시고 싶거나 커피향 맡고 싶으면 디카페인 내려서 마셔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3-13 11:15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요가 좋아해서 4월부턴 등록하려고 하는데... 좀 잠잠해지겠죠? 4월에는?

다락방 2020-03-13 11:18   좋아요 0 | URL
잠잠해지길 바라는데 어떨지요. 정말 4월부터라도 일상이 회복됐으면 좋겠어요. ㅠㅠ
저 너무 여행가고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연 2020-03-13 11:26   좋아요 0 | URL
저도 여행 여행 흑흑

han22598 2020-03-13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잘 모르는 저도 요즘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래요˝ 만화보면서 커피의 세계가 그렇게나 깊다는 것을 알고 새삼 놀랐지만...그냥 누가 맹글어주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으로만 남기로 했어요 ㅎㅎ

크리스챤이고 어쩌다 보니 강남순 교수님 책을 거의 다 읽은 것 같아요....저야 기독교인 그럴 수 있는데 ㅋㅋ 다락방님은 참...대단한것 같아요..아무리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도 비신앙인으로서 종교적인 색깔이 있을 것 같은 책을 선택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제가 그래요 ㅋㅋ) . 열린 마음,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흘러넘치시는 것 같아요. ^^ 한수 배우고 갑니다!!

다락방 2020-03-13 08:22   좋아요 0 | URL
한님, 저도 누가 만들어주는 커피, 돈 주고 사먹는 커피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제일 편하고 제 취향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강남순 교수 책을 다 읽으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저는 아직 한 권도 읽은 게 없는데 말예요.
페미니즘을 알면 알수록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 지점들이 매우 많잖아요. 게다가 모든 종교가 오래전부터 여성을 압박해왔고요. 그걸 알면서도 그 종교, 그 신앙속에 있다는 것은 어떤 신념으로 가능한걸까, 그런 거 되게 궁금해요. 제가 종교를 모르니까 오히려 한면만 볼 수도 있잖아요. 종교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제가 모르는 걸 얘기해줄 수 있을거고, 그런걸 계속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열린 마음이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본문에도 썼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욕심이 똥구멍까지 찬 것 같아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0-03-1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도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정성껏 내려서 마시는 커피가 너무 맛있다고. 집 앞 커피숍의 커피보다 몇 배 더 맛있다고요.
전 아직은 사 먹는 커피가 맛있는 사람인데, 먹고 싶을 때마다 나갈 수도 없고 해서 이렇게 커피가 땡기는 글을 읽고 나서는
카누를 한 잔 하고는 합니다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03-16 07:49   좋아요 0 | URL
저는 커피를 정성껏 내려마셔야 한다는 생각을 아예 안하는 것 같아요. 저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알라딘에서 원두를 갈아 주문했어요. 사무실에 커피메이커 있으니까 저절로 내려두게 하고 마시려고요. 사무실에 회장님이 마시는 거 있으니까 그거 마시면 돈도 안드는데 왜 부러 제 돈들여 알라딘에서 커피 사마시는지 저는 정말 1도 모르겠어요. 쯧쯧... ㅋㅋㅋㅋㅋ

noomy 2020-03-1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코로나땜에 우리 요가학원도 근 한달째 문닫았어요. 몸이 굳다 못해 로보트가 된거 같네요. 사바아사나 너무 하고 싶어요 ㅠㅠ 십중팔구 졸긴 하지만 고때 잠깐(2~3분?) 잠들때 너무 좋더라구요. 무릉도원같은ㅋㅋㅋ 오늘도 좋은 음악 잘 들었습니다~

다락방 2020-03-17 11:03   좋아요 0 | URL
저희 요가센터 이번에 2주 또 휴관한다고 해서 저희는 최종적으로 한달 이상 휴관중인것 같아요. 하하.
너무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축축 쳐지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요즘 퇴근 후에 케이블채널에서 방송하는 <요가소년>이라는 프로그램 보면서 20분 요가 따라하고 있어요. 매일은 아니고 어쩌다 한번씩요. 축 쳐지니까 움직이기 싫고 움직이지 않으니까 더 축 쳐지고..의 악순환이라서 말예요. 20분 프로그램에서도 사바아사나는 참 좋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엊그제는 피곤했는데도 술을 마셨더니 어제의 피로도는 정말이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저녁을 늦게 먹은 터라 소화시키고 자야한다고 거실 텔레비젼 앞에 앉았지만 수차례 하품만 해대니 엄마가 얼른 들어가 자라고 하셨다. 그 때 시간이 밤 아홉시. 나는 잘게, 하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앉았다. 아홉시 반까지 책을 읽다 자야지, 하고 출근길에 읽던 책을 펴들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인데, 나는 이 책을 이렇게 뒤늦게 읽기 시작한 것. 몇장 읽지 못했기 때문에 거의 앞부분인데, 나는 읽다가 49페이지의 이런 구절을 만나게 된다.





이미 앞서 버지니아 울프는 남자를 M 이라고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니 여자를 W 이라 일컫는다고 하는 게 이상할 건 없다. 오히려 매우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저 괄호안의 문장 때문에 나는 몇 번이나 저 분홍 형광펜 그은 문장을 여러차례 읽었다. 여성을 W 라 부른건 알겠다, 그런데 그게 왜 '간(肝) 결함' 때문일까... 이게 이해가 안되는거다. 도대체 저기에 숨은 뜻은 뭘까? 왜 여성들은 간에 결함이 있다는걸까. 그 당시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간이 약했나? 왜 남자는 M 이라고 부른다고 했으면서 여자는 간 결함 때문에 W 라고 부른다는걸까... 아 글 왜이렇게 어려워 ㅠㅠ 이렇게 됐던거다. 그러다 또 꾸벅 졸고, 다시 저 문장 읽고, 왜 간 결함 때문에 W 라 부를까... 간 결함에 대한 약자인가..그냥 우먼 약자 아닌거야? 간하고 결함이 대체 영어 단어로 뭐길래 w 야.. 간 리버 아니야? 결함은? 결함이 내가 모르는 단어가 w 로 시작되나... 꾸벅 졸다가 다시 저 문장 읽고..를 몇차례 반복했을까. 그냥 집어던지고 잠을 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

나는 지하철에서 다시 이 책을 꺼내든다. 그리고 다시 저 문장을 읽으면서, 아이참, 왜 여자들 간에 결함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또 이랬다가 갑자기, 퍼뜩, 앗!!


간결함!!

간결함 이구나, 간결함!!

네이버 어학사전에 의하면 '간단하고 깔끔한' 의 뜻을 가진 그 간결함. 영어로는 concise의 그 간결함. 아, 간결함이었어!! 윗줄에 '간' 있고 밑에줄에 '결함' 있어가지고 내가 '결함 오브 간' 이라고 생각했어. 아아 나여........... 내가 진짜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ㅠㅠ 출근길에 결함 오브 간을 concise 로 비로소 이해하고 나서 아아, 출근길의 독서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된다. 잠자리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을 출근길에 이해한다... 독서여.......


흑흑 ㅠㅠ

어제치 나의 멍청함을 반성합니다 ㅠㅠㅠ

피곤해서 그랬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 몇 페이지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은 진짜 짜릿하다. 그러니까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픽션'에 대한 강연을 요청 받는다. 여성과 픽션에 대해 좀 자료를 찾아보려고 대학의 도서관에 들렀는데 여성은 입장할 수 없다는 얘기에 돌아서고야 만다. 씁쓸한 마음으로 다음날 런던으로 가 대영박물관으로 간다. 거기에서 그녀는 '남성에 의해 쓰여진' '여성에 관한 책'이 매우 많다는 데 경악한다. '여성에 의해 쓰여진' '남성에 관한' 책은 한 권도 없는데 말이다. '여성과 픽션'이란 주제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건데 그녀는 왜 남자들은 포도주를 마시고 여자들은 물을 마시는지, 왜 여자들은 가난한지, 왜 여자들은 자기만의 방이 없는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걸 이렇게 글로 풀어낸 거다. 이렇게 많은 남자들이 글을 써댈때 여자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얼했던걸까. 그녀에게 여성과 픽션이란 주제를 던져준 것은, 픽션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을 고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많은 남성들이 대체 왜 여성들에 대해 얘기하는가. 그리고 그들 모두가 주장한 여성에 대한 특성이 왜 이렇게도 극과 극인가. 여성은 가르쳐봤자 열등하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없다고 하는 남자들이 있고 여성들이 월등해서 남자들을 이길거라 교육 받게 해서는 안된다고 하고. 대체 여성들은 뭐기에 남성들은 여성의 특성에 대해 이다지도 말들이 많아? 그녀는 이에 대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X 교수'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하나의 얼굴, 하나의 형체를 그리고 있었지요. 그것은 '여성의 정신적, 도덕적, 신체적 열등성'이라는 제목의 기념비적 연구서를 집필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X교수의 얼굴이자 형상이었습니다. 내 그림에서 그는 여자들에게 매력적인 남성이 아니었지요. 그는 육중한 몸에 턱살이 매우 늘어졌으며 거기 균형이라도 맞추는 듯 눈은 아주 작았습니다. 그는 얼굴이 아주 붉게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그의 표정은 어떤 불쾌한 벌레를 죽이듯이 펜으로 종이를 찌르게 하는 감정에 휘둘려 일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는 그 벌레를 죽였을 때조차도 만족한 듯 보이지 않습니다. (p.49-50)




당시에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더 교육을 받고 더 돈이 많으면서도 대체 '왜!' 여성들에 대해 글을 쓰는걸까.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객관적인 사실 자료들을 가져와 보여주는 걸까? 그런 글을 쓰는 걸까?



그것들은 진실의 흰빛이 아니라 감정의 붉은빛으로 쓰였으니까요. (p.52)



연구 가치도 없는 것을, 읽을 가치도 없는 것을, 그러니까 여성에 대한 험담 그 자체를, 여성이 얼마나 열등한지를 빡쳐서 쓰는 그 글들을 도대체 왜 이놈이나 저놈이나 써대는가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거기에  X교수를 소환함으로써, 그것이 바로 '본인의 열등함을 감추기 위한 방법'임을 드러낸다. 내세울 게 없고 자랑할 게 없고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 그런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야를 드러내기 위해서 할 수 있었던, 스스로가 생각한 유일한 방법. 그건, 다른 사람을 내 밑으로 깔아뭉개기.


이미 다른 사람들이 익히 해왔던, 하고 있던 '여성 깔아뭉개기'에 동참함으로써, X교수는 그들과 동지가 된 느낌을 가질 것이고, 그들과 한편인 느낌을 가질 것이고, 아무리 자기의 외모와 능력이 어떻든간에, 그래도 어쨌든, '열등한 여자들보다는' 나은 남자니까, 스스로의 자부심을 북돋기 위해 저런 짓거리를 해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도 그러했으니, 그런 그를 부둥부둥 해주며 그것이 글이 되고 책이 되는데 힘을 보탤 것이고, 또 그것을 모여앉아 가운데 두고서 여자들은 역시 열등해, 하고 낄낄댈 수 있었겠지만, 그러나 명민한 사람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명민한 여성들은 이미 '안다'. 이렇게 버지니아 울프처럼, 그것이 본인의 열등함을 감추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매의 눈으로 캐치하는 것이다. 으으- 정말이지 너무 싫고 소름 돋는 방법이다.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기.



이건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1900년 대에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지금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내가 갑인걸 드러내기 위해 을을 뭉개는 것도 그렇고,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이 발현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나는 잘났어. 왜냐하면 너가 못났기 때문이야."



스스로의 자랑스러운 점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상대를 아래로 아래로 짓밟으면서 비로소 자신이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 멍청함, 미련함. 자신의 그 미련함과 열등감을 인지하지 못하는채로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히죽히죽거리기... 정말이지, 이런 못난이 습성은 어쩌면 이렇게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일까.



버지니아 울프는 남자들이 여자들에 대해 이렇게 아무말이나 아무때나 막 하는 이유, 그런 책을 쓰는 이유, 사회가 전체적으로 그렇게 돌아가는 것, 이 모두에 대해 현상을 보고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왜' 그런건지도. 그리고 '여성과 픽션'에 대해 말하기 위한 이 글에서, 그 모든걸 지적한다.




권력과 돈과 영향력은 그의 것입니다. 그는 외무대신이며 재판관이고 크리켓 선수입니다. 그는 경주마와 요트를 소유하고 있고 주주들에게 200퍼센트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회사의 중역입니다. 그는 자기가 운영하는 대학과 자선단체에 수백만 파운드를 남겼습니다. 그는 여배우를 공중에 달아맸습니다. 그는 고기 자르는 도끼에 붙은 털이 인간의 것인지 아닌지 결정할 것입니다.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해 석방하거나 아니면 유죄를 선고해 목매다는 것도 그 사람입니다. 안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듯합니다. (p.54)



아아, 여러분, 너무 재미있지 않습니까. 세상 똑똑하지 않습니까. 버지니아 울프, 제가 다 읽겠습니다. 듣자하니 《등대로》도 그렇게나 좋다던데, 제가 차근차근 다 읽어볼게요. 일단 자기만의 방과 3기니 먼저 읽고요.




여성은 지금까지 수 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확대반사하는 유쾌한 마력을 지닌 거울 노릇을 해왔습니다. 그 마력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마 지금도 늪과 정글뿐일지도 모르지요. (p.56)



여성이 남성들이 쓴 픽션에서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녀를 최고로 중요한 인물이라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매우 다양하며, 영웅적이거나 비열하고, 빛나거나 천박하며, 무한히 아름답거나 극단적으로 가증스럽고, 남성만큼 위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 생각엔 남성보다 더욱 위대한 이물이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픽션에 나타난 여성입니다. 실제로는 트리벨리언 교수가 지적하듯이 방에 갇혀 구타당하고 내동댕이쳐졌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주 기묘하고 복합적인 존재가 생겨납니다. 상상에 있어서 여성은 더없이 중요한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전적으로 하찮은 존재입니다. 시에서는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여성의 존재가 고루 퍼져 있지만, 역사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픽션에서 그녀는 왕과 정복자들의 삶을 지배하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손가락에 강제로 반지를 끼워준 어느 부모의 아들에 딸린 노예였습니다. 문학에서는 영감이 풍부한 말들, 심오한 생각들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녀는 거의 읽을 줄 모르고 철자법도 모르며 남편의 재산에 불과했습니다. (p.67-68)




여자를 교육시키지 않으려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던 것 같다. 현실을 직시할까봐, 사실을 알게될까봐, 잘못된 걸 바로 잡으려고 할까봐, 세상에 대해 소리지를까봐 그리고 자기들이 사실은 지지리 못난 열등감 투성이 인간이라는 게 들킬까봐. 크- 버지니아 울프 진짜 만만세입니다.



우엇. 이런 게 있는데... 살까? (  ")








음.. 20만원에 육박하는데... 한꺼번에 사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사서 다 채울까? 생일되면 생일선물로 내가 나에게 선물할까? 음..하나씩 사서 모으는 게 낫겠지? 아 혼란스럽다...



자기만의 방 내가 너무 늦게 읽는 것 같긴 하지만, 바로 지금 읽어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우히히...









고정된 수입이 사람의 기질을 엄청나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요. 이 세상의 어떤 무력도 나에게서 500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음식과 집, 의복은 이제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심과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또 누구에게도 아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에게 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하여 나는 스스로 인류의 다른 절반에 대해 아주 미세하나마 새로운 태도를 취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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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3-1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이 걱정되니 간결함이 간 결함했군요... ㅋㅋ다락방님 페이퍼를 보니 저도 아직 안 만나본 버지니아울프를 만나고 싶습니다. 집에 댈러웨이부인도 굴러다니고 전자책 보관함엔 자기만의 방도 나를 기다리는데 난 왜 안 읽고 있는지...저만의 방이 없어 그런지...

다락방 2020-03-11 11:17   좋아요 1 | URL
제가 한 이십년전에 댈러웨이 부인을 아주 힘겹게 읽었거든요. 그래서 그 뒤로는 버지니아 울프를 애써 잊고 살았어요. 이 [자기만의 방]도 몇해전에 사두었다가 또 멀찌감치 밀어뒀었구요. 그런데 읽어보니, 와, 세상 재밌네요. 너무 명민한 여성인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를 나는 너무 늦게 읽는 것 아닌가, 했는데 저같은 사람이 또 있었군요. 반유행열반인님, 이제 읽으십시오. 때가 되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3-11 11:30   좋아요 0 | URL
말씀 들으니 정말 때가 된 느낌이네요! 오늘 전자책 한 쪽이라도 펼쳐봐야겠어요.

다락방 2020-03-11 13:16   좋아요 1 | URL
읽으신 후에 감상 남겨주세요! >.<

비연 2020-03-1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샀는데.. 예전에.. 왠지 손이 안 가는.
버지니아 울프는, 좋은데.. 이상하게 문장으로 읽으면 거리감이... 근데 좋다니까 읽어봐야겠네 싶네요!

다락방 2020-03-11 13:22   좋아요 0 | URL
저도 좋다는 말을 그렇게나 들었으면서도 손이 안갔거든요. 방치 몇년째.... 그런데 읽어보니, 아,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건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비연님, 비연님에게도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으하하하하

공쟝쟝 2020-03-1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살아ㅋㅋㅋ 버지니아 울프 전집 세트 ㅋㅋㅋㅋㅋ 저거 진짜 이쁘기까지해서 저도 살려다가 퍼뜩 정신차렷어요. 영화 디아워스 보셧어여? 니콜키드먼이 버지니아 울프로 나와여! 겁나 연기 잘하는데...!!!

다락방 2020-03-13 08:23   좋아요 0 | URL
저는 한꺼번에 못지르겠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등대로] 만 우선 주문했습니다. 오늘 올거예요. 그렇게 차근차근 한권씩 한권씩 결국은 다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으하하하.

니콜키드먼이 버지니아 울프로 나오는 건 알지만 디 아워스 보지는 않았어요. 저는 일단 울프 책 좀 더 읽어야겠어요. 지금은 <3기니> 읽고 있는데, 이것도 재밌어요!! >.<

공쟝쟝 2020-03-13 21:14   좋아요 0 | URL
저랑 같이 댈러웨이 부인 읽어요 ㅋㅋㅋ 읽구나서 디아워스도 읽어요 ㅋㅋㅋ (두권다 있는데 안읽은자)

다락방 2020-03-14 14:35   좋아요 0 | URL
저 댈러웨이 부인은 20년전에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청 지루하게 오만년 걸려 읽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열심히 돈벌어서 알라딘을 더 큰 부자 회사 만들고 싶은걸까.


책을 샀고..




또 샀고,




커피도 샀고




인생..뭘까?



토요일엔 마트에 가서 와인을 샀는데, 엄마가 '너는 와인 사는돈 안아깝냐?' 물으셨다.

응 엄마, 와인 살라고 회사 가서 돈 버는건데...

그렇게 와인냉장고를 빈자리 없이 가득 채웠다.

뿌듯..



그렇지만 토요일밤 두 병 꺼내서 비워버림... 나의 음주 라이프...


괜찮아, 다시 채우면 되니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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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3-0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와인셀러에 세 병 비어서.. 늘 초조합니다. 얼렁 채워야 하는데 ㅎㅎㅎㅎ;;;;

다락방 2020-03-09 17:18   좋아요 0 | URL
저도 빈자리가 나면 참 초조해지는 것입니다. ㅎㅎ 채우고 싶어서 몸이 꼬인다지요 ㅋㅋ
오늘 월요일이라 술생각 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냥 집에 가면 간단하게 한 잔 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20-03-09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온 사진을 보니 제가 다 뿌듯하네ㅇㅛ...
(응? 왜 내가?) ㅋㅋㅋ

다락방 2020-03-10 07:37   좋아요 0 | URL
내 마음이 겟타님 마음, 겟타님 마음이 내 마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3-10 09:06   좋아요 1 | URL
겟타님. ㅎㅎㅎㅎ 느무 귀여운 .. (죄송 ㅎㅎ)

다락방 2020-03-10 10:04   좋아요 1 | URL
우리의 귀요미 겟타님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0-03-1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사진들이에요! 덩달아 저도 막 신나고 (???) 책을 샀습니다.

다락방 2020-03-10 10:25   좋아요 0 | URL
안돼요, 안돼. 이런 사진을 아름다워하면 안됩니다. 그것은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