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과 ㅇㅈ

'캐서린 맥키넌'의 [포르노에 도전한다] 를 읽고서도 생각한 거지만, 왜 같은 영상을 보고 여성과 남성이 느끼는 게 다른걸까. 아니 그보다는, 손발을 묶고 재갈을 물리고 구타의 흔적이 보이고, 성기를 입안 가득 쑤셔넣는 영상이, 이토록 언급하기에도 괴로운 영상이, 왜 나와 다른 성별에게는 발기의 자극제가 되는걸까. 포르노에 있어서라면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옹호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낀다. 캐서린 맥키넌이 그랬고 안드레아 드워킨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서, 수맣은 포르노 영상들과 포르노, 매춘, 강간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아, 세상에는 너무 많은 남자들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고 너무 많은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정말 너무도 많이 남자들이 말과 글을 차지하고 있었다. 도화지도 카메라도 마찬가지. 오래전부터 여성을 학대하고 고문하고 강간하고 괴롭히면서 그러나 많은 남자들은 그것이 여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고, 자기들이 원하는데 자기들도 잘 몰랐고, 그렇게 태어난 것이 여자의 본성이라고들 말해왔다. 심지어 미성년자 여성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그것을 원한것처럼 말해왔다. 무엇을. 성적 학대를. 여성을 고문하는 영상을 찍으면서 그 안에 쾌락이 있는 것처럼 표현해, 많은 남자들이 그것을 실제와 다르지 않게 생각한다. 현실에서도 저런 일들이 자신앞에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런 영상을 보면 나는 괴로워서 두 눈을 질끈 감는데, 그런데 남자들은 너도 포르노에서처럼, 이라면서 그런 행위를 강요하거나 '부탁'한다. 실제 이 책에서도 그런 사례가 나온다. 섹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 여자애를 성인 남자들이 붙잡고 포르노 잡지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해보라고 안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던 일들이. 실제상황이다.



남자들이 쓸데없이 너무 많은 말들을 했다. 남자들이 사실이 아닌 것을 너무 사실처럼 써냈다. 사드가 그랬고 바타유가 그랬다. 바타유라면 일전에 내가 그의 책을 읽어보려다가 40페이지도 못읽고 별 하나를 준 구매자평을 쓴 적이 있다. 연달아 페이퍼도 써냈는데, 그가 초반부터 섹스와 오줌싸기를 연결시키는 바람에 읽기 힘들었던 거였다. 안드레아 드워킨은 자신의 책 [포르노그래피]에서 바타유의 <안구담>이란 책을 언급한다. 이 책에서도 고추를 빨고 또 빨고 오줌을 싸고 발기되는 걸 보기 위해 목졸라 죽이고 안구를 빼내서 항문에 넣는 기이한 행각을 벌인다. 그리고 많은 저명한 저술가들이나 사상가들이 그런 바타유의 문학을 심오하다고 옹호한다. 그중에 한 명이 수전 손택이었고. 손택이시여... 오줌싸고 안구를 적출해 항문에 넣는 것에 무슨 심오함이 있나요? 사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성병을 옮기고 고문을 하고 미성년자를 납치 감금한 사드의 문학에 반해 그를 옹호하는 장문의 글을 보부아르가 썼다. 심지어 사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천재적이라 인정받기도 했다. 미성년자 납치 감금과 학대 고문... 에서 무슨 천재적인걸 본것인가. 남들은 하지 못하는데 실제로 행하는 데에서 그 큰 용기를 본 것인가. 인간들이여....



잠깐 바타유가 한 말을 들을 필요가 없지만 들어보자. 손택이 그의 글을 심오하다고 하면 안됐던 이유가 되는 글이다.




매춘은, 여자의 태도의 논리적인 귀결이다. 여자가 매력적인 한 남자의 욕망의 먹이가 된다. 여자가 순결을 지키겠다고 결심을 단단히 햇으므로, 완전히 남자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는 어느 정도의 금액에, 어떠한 상황에서 여자가 굴할 것이냐이다. 만약 조건이 이루어진다면, 여자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성의 대상으로 내놓는다. 매춘은 다만 경제적 요소를 강하게 지니고 있을 뿐이다. (바타유의 단언, p.237)





이 책은 드워킨이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집필한 책이다. 그리고 1981년에 출간되었다. 그 때로부터 사십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포르노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퍼지고 있다. 심지어 불법촬영한 영상물들이 포르노라는 이름을 달고 유포되고 있다. 


어제 토요일에는 혜화역에서 <페미사이드 철폐 시위>가 있었다. 나는 드레스코드인 블랙에 맞춰 아빠의 롱패딩을 입고 검정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쓴 뒤에 시위에 참여했다. 아마 내가 그러한 것처럼 그 자리에 모여든 여자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더이상 여자들의 죽음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 여성을 살해하는 이 세상에 대해 그만두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그 자리에서 때리지말라고 죽이지말라고 목청껏 소리쳤다. 작년 여름에는 땡볕에 우리의 몸은 우리의 것이니 불법 촬영하지 말라고 소리쳤는데, 이제는 추위속에서 죽이지말라고 소리쳐야 했다. 우리는 그렇게 소리를 치고 남자들은 불법촬영을 한다. 시위 중에도 유튜브로 불법촬영하는 남자가 있어 경찰이 제지하는 일이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왜 한쪽 성은 불법촬영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왜 한쪾 성은 불법촬영을 할까. 왜 한쪽은 죽이고 한쪽은 죽이지 말라고 소리질러야 할까.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왜 한쪽 성이 괴로워하는 일을,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는 일을, 한쪽 성은 보고 즐기고 유포를 할까. 몰래 신체를 촬영하는 일이, 침범하는 일이, 고통을 주는 일이, 왜 남자들에게는 즐기는 일이 되어있을까. 왜일까.



나는 그것이 남자가 너무 많이 말하여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남자들이 너무 여기저기에서 너무 많이 말하고 너무 많이 쓰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은 그런 쓰레기 같은 말과 글들로 가득해지고 그리고 그것은 당영한 듯이 다음 세대의 남자들에게 전해진다. 남자들은 너무 많이 말하여진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말과 글을 통해 강간을 여자들도 원한다고 말한다. 여자인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말하는데도, 아니야 사실은 여자들도 강간을 원한다니까, 라고 말하고 있다. 여자를 김치녀로, 된장녀로, 맘충으로 명명하는 것도 남자들의 몫이었고, 그들이 명명하는 순간 그 이름들은 힘을 가지고 또 전파된다. 남자들은 진짜 입을 다물줄을 모르고 손을 가만둘 줄을 모른다. 너무 많이 자신들이 알지도 못하는 일들에 대해 짐작하고 말하고 쓴다. 그리고 그것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고 전해져서 아직까지도 유효하게 작용한다. 시상식만 봐도 후보들이 죄다 남자들이잖아. 남자들은 너무 많이 사회 곳곳에서 웃기려고 하고 예술을 하려고 하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진상짓들을 한다. 강간을 사실은 원한다고, 여자들의 노는 사실은 예스라고, 자기들이 여자인 당사자도 아니면서 멋대로 말들을 해대고 그것을 사실화 한다. 남자들은 너무 많이 말한다. 남자들은 사실은 강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자들도 좋아서 해놓고는 수틀리면 그것을 강간으로 신고한다고 말한다. 그 말들을 거침없이 해대는 통에 또 사실화 된다. 남자들은 쓸데없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부끄러움도 모르는채로 너무 나선다. 너무 나대고 설치는 게 지금의 남자들이 하는 일이다. 남자들이 너무 많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남자들이 너무 많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남자들이 너무 입을 많이 가지고 있고 남자들이 너무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것처럼 그렇게 전달하는 입과 손을 더이상 작동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그들에게 지면을 더이상 주어서는 안되고 그들에게 마이크를 주어서는 안된다. 여자들을 때리고 묶고 정액을 뿌려가면서 그것이 마치 여자들에게도 쾌락인냥 포장해 보이는 일을 더이상 하게 해서는 안된다. 여자들을 몰래 촬영하면서 그것을 올리는 일을 하게 두어서는 안된다. 



남자들은 그동안 너무 많이 말해왔다. 오줌싸고 안구를 적출해서 항문에 넣는 것이 왜 문학이란 이름으로 나와야 하는가. 게다가 그것이 어째서 심오한 글이 되는가. 미성년자를 납치하고 감금하고 고문하는 사람의 글이 어째서 천재적이란 칭찬까지 들어야 하는 것인가. 남자들이 너무 많이 말했고 너무 많이 썼다. 그리고 아주 많은 남자들이 그것들에 환호했다. 이제 그래서는 안된다. 



남자들은 그만 말하고 그만 써야 된다. 남자들은 그만 그리고 그만 찍어야 한다. 남자들은 그만 만들어야 한다.






그의 말을 빌린다면 <갓난아이의 질을 강간>해 보고 싶다며 그녀의 음모를 깎아냈다.- P21

우리들은 프레더릭 더글러스나 소자나 투르스(흑인해방운동의 지도자)의 일인칭 언어, 프리모 레비나 에리 위즐(유대인 강제수용소에 관해 증언한 사람들)의 일인칭 언어, 나데즈나 만델스탐이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일인칭 언어를 신뢰한다. 방금 말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고민이나 공포의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도 증언하려고 과감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녀들이 한 증언을 사람들은 도저히 이애할 수가 없었다. 그녀들은 용기 있는 증언을 한 탓에 영예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모욕을 당했다. 우리들은 그녀들의 이야기에 수치와 타락의 악취가 배어 있다고 단정하여 얼굴을 돌려 보렸다. 동시에 그녀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두렵고 이해의 차원을 넘어 불쾌한 것으로 여겨졌다. 왜냐하면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방관하였던 사람들-모든 시점에서 우리들 대부분의 인간-까지도 고발했기 때문이다.- P26

포르노그래피는 여성의 몸과 정신에 대한 조직화된 파괴행위이며, 강간·구타·근친상간·매춘은 포르노그래피와 서로 활발히 연계되어 있다. 포르노그래피의 특질은 비인간화와 새디즘이다. 그것은 여성에게 선포하는 전쟁이며, 인간의 존엄이나 자아 그리고 인간적 가치에 대한 끝없는 공격이다. 살아남은 여성들은 각자 자기 자신의 인생경험을 통해서, 포르노그래피가 여성을 구속하고 있다는 사실-여성들은 포르노 필름 속에 붙잡혀 있으며, 그 필름이 또 다른 여성에게 사용되고 있으며, 남성이 그 필름을 갖고 있는 동안 여성은 계속해서 감금된 것이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P27

포르노그래피란 사진으로 여성을 명백하게 성적 종속물로 표현하는 것이며, 성의 대상·물체·도구로 인격을 박탈 제시하는 문장이다. 즉 여성을 고통이나 굴욕을 즐겨 받아들이는 성적인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 강간당하는 가운데 성의 쾌락을 경험하는 성적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 묶거나 자르거나 불구로 만들거나 구타하거나 육체적으로 손상시키는 성적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 성적 복종이나 노예상태, 더구나 성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자세나 위치로 여성을 표현하는 것, 여성의 몸의 부분-질이나 유방이나 엉덩이를 포함하는데, 반드시 이것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을, 즉 여성을 그 부분 자체로 깍아내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드러내게 하는 것, 여성을 타고난 매춘부로 표현하는 것, 여성의 질에 물건이나 동물의 페니스를 넣는 장면, 모욕과 상처와 가학의 시나리오에 따라 여성을 부정하거나 열등시하는 것, - P34

피를 흘리고 구타당하거나 상처입어야 할 것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이러한 조건을 섹시하다고 여겨 경연대회에서 표현케 하는 것이다. - P34

현 재판소는 포르노그래피를 옹호하고 있다. 재판소의 사법 판단으로는, 여성에게 미치는 포르노의 해악은 인정하지만-혹은 그 해악을 인정한다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그래도 여전히 여성에게 헌법은 그 해악이 행해지는 것을 옹호하고 있다고 말한다. 재판소에서 이러한 견해를 유지함으로써 생기는 결과는 곧 현실이다. 말하자면 재판소는 여성이나 아이들은 이 나라의 빈민으로 머물러 있게 해 놓고, 포르노업자들이 계속해서 부를 누리는 상황을 보증하는 셈이다. - P34

포르노그래피란 우리들 여성에게는 그런 남성이 없었으면 좋겠다 싶은 상태이며, 남성에게는 여성이란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케 하며, 또한 우리들을 그렇게 만들려고 하는 상태이며, 더욱이 남성이 우리들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 P42

사회 시스템에서 여자의 신분이 높으면 육체적인 강함은 잠식되고 저해되며, 여자는 (남자에 의해 정의된 바에 의하면) 자신의 경제적 계급이 높을수록 육체적으로 약하다. 여자는 권력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약하다. 육체적으로 강한 여자는 심지어 육체적으로 약한 척하여서 자신의 여자다움뿐만 아니라, 자기의 상승 지향의 미적‘심미적 희구를 강조한다. 육체적인 면의 무능력은 여자의 아름다움의 한 형태이고, 남자의 부의 상징이다. 부유한 남자가 여자를 노동면에서 능력이 업고 쓸모없이 만들고, 장식적인 존재로 남도록 한다. 또한 여자는 종종 유행이나 관습에 따라 실제로 육체를 절단한다.- P53

남자는 적의와 폭력을 다양하게 섞어 <섹스>라고 명명한다.- P57

남자는 여자를 집에 있는 것만 어울리는 아내housewife로 명명하고, 여자를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완전히 의존적인 상황에 가두고, 결국에 가서 만일 여자가 집을 나가면 여자를 돈으로 사고, 그리고 창녀라고 부른다. 남자는 어떤 이름이든 자기 뜻에 부합하는 대로 여자를 부른다.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그 행위를 자신에게 부합하는 대로 부른다. 남자는 힘을 통해서 이름 붙이기의 권력을 적극적으로 보유하고, 그리고 명명의 권력을 통해서 힘을 정당화 한다. 남자는 여자를 포함하여 세계 안에 있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세계는 그의 것이다. 여자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이 언어를 사용하고, 그것은 그 이외의 다른 언어사용은 없기 때문이다. 남성지상주의 이데올로기의 네번째 교의는, 남자들은 지적이고 창조적으로 존재하므로 권위를 가지고 명명할 권리를 지닌다는 것이다. 남자의 명명에 역행하고 전복하려는 것은 무엇이든지 오명을 씌워 존재를 말소하고자 한다. - P58

남자의 시스템 안에서 명명의 권리는 그 자체로 힘의 형태이다.- P58

남자는 취하고, 그 상태를 지속하고, 일단 소유하면 그것은 그의 것이다. 취하는 자인 자기와 소유권과의 관계는 예를 들어, 강간과 결혼의 관계에 정확히 반영되고 있다. 제도로서의 결혼은 관례로서의 강간으로부터 발전하였다. 당초 유괴행위로서 규정된 강간은 포획으로서 결혼이 되었다. 결혼은 강탈이 시간적으로 확대되고, 여자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뿐만 아니라, 일생에 걸쳐 소유권을 보유하려는 것이다.- P59

남자의 견해에 따르면, 남자가 정의한 여성상에 부합되게 행동하지 않는 여자는 여자가 아니다. 남자가 내리는 정의가 시종일관할 필요는 없다. 논리나 일관성을 지닌 관점인가, 심지어는 최소한의 상식에 합치하는 관점인가 정도도 음미 검토되지 않는다.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여자에 대한 정의를 공상적으로 만들고 이론화하여, 그것을 과학이나 예술이라고 부른다. 남자가 여자에 대해 하는 말은 무슨 말이든지 남자가 말했다는 이유로 진실이라고 본다. - P122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특히 글을 쓰는 것은 여자의 미의 정반대, 여자의 미에 청산가리처럼 치명적인 해악으로 간주됐다. 육체적 활동은, 그것이 금지되던 시기에도 글쓰기보다는 덜 미움을 샀다.- P192

‘치모를 왜 그렇게 수치스럽게 잘랐느냐는 질문을 받자, 카타리나는 완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고 답하였다‘ 여자가 내밀하게 원하는 것이 그 사진에서는 아주 우연히도 남자가 여자들에게 바라는 것과 일치하였다. 이것은 포르노그래피의 가장 비열한 주제이다. 남자들이 주장하는 것을 해명해 보면, 여자, 자유스러운 여자들의 비밀스럽고 은밀하고 생생한 육욕이라는 것이다. - P219

(여성 영화가 몰리 해스컬의 말)

남자들은 강간이 여자에게 어떠한 의미-완전한 침해의 의미를 지니고, 혹은 강간의 협박만을 받아도, 그 여자의 행동의 자유에 일생 동안 그림자가 드리운다-를 지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불일치점은, 여자가 보고, 알고, 경험하는 강간은 적의와 공격의 의미를 지닌 것에 비해, 남자가 경험하는 강간은 환타지 안에 있는 관능적인 행위로서의 강간이라는 점에 있다.- P255

이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는 데 따른 어려움은 컸다. 내가 숙명적으로 연구하게 된 포르노그래피는 나의 삶의 중심이 되었고, 큰 고뇌에 싸이게 했다. 이 책을 집필할 때, 일시적으로는 대부분의 잡지와 신문이 나의 연구를 게재하는 것을 거부한 관계로 먹고 사는 일조차 어려웠다. 서적 출판인들은 이 책을 출간하는 것을 기피하였다. 이 책의 완성은 나에게는 작가로서의 생존 축하의 의미를 지닌다. 많은 분들이 나를 도와 주셨고,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굴복하지 않았다고 감히 말한다. (저자후기)-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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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etar 2020-01-01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세상의 슬픈 현실,
그 현실이 더 슬퍼지는 것은
진실이 서로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여진다는 것 아닐까
 

갑자기 이거 너무 듣고 보고싶어서.






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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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9-12-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 히힛
베토벤 9번 플래쉬몹 4:07 저 클라이맥스 부분 따라부를줄 안답니다.
괜히 오랜만에 와서 자랑하게 되는데 그게 그러니까 근데 또 부를줄 안다고 하면 다락방님은 알아주실거같기도 하고 해서요...(구질구질)

다락방 2019-12-30 00:05   좋아요 0 | URL
아니 저걸 따라부를 수 있다고요?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쟌님은 대체 뭐하는 분이십니까!!!!!!!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쥰에게는 부치지 못한 편지가 있다. 이십년 전에 헤어진 사랑하던 윤희에게 보낸 편지. 그녀는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지만, 그녀가 우체통에 넣지도 않은 편지는 그러나 윤희에게 전해진다. 이십년이란 시간이 그들 사이에 있었지만, 윤희에게, 보낸 편지는 윤희에게 가 닿는다. 헤어지고 이십년이 지나서야 굳이 왜 이렇게 편지를 보낼까, 그 편지 안에는, 더이상 참을 수 없어져서, 라고 써있었다. 쥰이 윤희에게 안부를 묻지 않고 살 수 있었던 시간, 참을 수 있었던 시간은, 아마도 그 한계가 20년이었는가 보았다.


편지 안에서 쥰은 윤희의 꿈을 자주 꾼다고 했다. 요즘 들어 특별히 더 나온다고.



20년간 죽은듯이 살았다. 20년전에 쥰을 사랑했던 자신이 혹시 병에 걸린 건 아닐지, 잘못된 건 아닐지, 그녀는 쥰과 헤어지고 오빠가 소개해준 남자랑 그냥 결혼해서 딸을 하나 낳았다. 그 딸은 이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고, 엄마 앞으로 온 편지를 먼저 발견해서는 엄마와 그 오랜 친구를 만나게 할 계획을 세운다. 엄마, 우리 둘이 여행해본 적 한 번도 없잖아, 우리 둘이 여행가보자.


일은 고되고, 헤어진 남편은 자꾸 술 마시고 집앞에 찾아오고.. 삶에 재미라고는 통 없던 윤희는 일을 그만두고 딸과 함께 쥰이 사는 동네로 여행을 간다. 눈이 내리고 내리고 계속 내리는 곳. 딸이 잠든 틈을 타 택시를 타고 편지 봉투에 써있던 주소지로 찾아가본다. 마침 출근하려던 쥰이 나오는 것 같아 윤희는 잽싸게 몸을 피하고, 그리고 벽에 기대어서, 자신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운다. 이십년간의 그리움이 그 눈물 안에 있었다.



영화는 놀랍게도 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득 보여주면서도 이 둘을 한 씬에 넣는 걸 계속 미룬다. 장면장면, 대사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그리움이 꾹꾹 눌러담겨 있는데, 그간의 삶 역시도 그러했다는 걸 이렇게나 은은하게 잘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이 둘을 한장면에 같이 넣질 않아. 그런데 화면 밖으로 애틋함과 그리움이 터진다. 그들의 이십년 세월에, 부재하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계속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 존재를 드러내는 가장 강한 방식이 부재가 아닐까. 부재함으로써 그 존재를 인지한다는 것.



함께이지 못하기 때문에, 헤어졌기 때문에 그리워하면서 각자가 감당해야하는 몫은 다르다. 윤희는 그 시간을, 그러니까, '주어진 여분의 삶을 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이십년이나 꾹 참았다가 더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 적었던 편지는, 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윤희에게 가 닿았고, 윤희 역시 꼭꼭 눌러 답장을 섰다. 윤희의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나도 네 꿈을 꿔."



영화는 시작부터 너무 좋다. 영화음악 까지도 찰떡이라 한겨울에 이 영화음악의 시디를 걸어둔다면 반드시 혼자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꿈에 대해 생각했다. 너무나 그리워 당신의 꿈을 꾼다는 것. 나 역시 그리움에 누군가를 꿈에서 만나면, 바로 그 꿈을 상대 역시 똑같이 꾸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오늘만큼은, 꿈에 나왔으니 당신도 내 생각을 하도록. 쥰은 윤희의 꿈을 꾸었고 윤희는 쥰의 꿈을 꾸었다.


기다림의 시간이란 것도 생각했다. 일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이십대 중반 내가 헤어짐을 말한 남자는 내게 '3년이고 30년이고 네가 나를 남자로 봐줄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울며 말했었다. 그러나 그는 3주도 안되어 다른 여자를 여자친구로 사귀었다. 어떤 기다림은 그렇게, 자기의 입밖으로 꺼낸 말과는 상관없이 어그러진다. 그러나 어떤 기다림은, 참고 참았다가 사실은 네 생각을 해, 하고 말하여지는 기다림은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서 20년이 되기도 한다.


그 기다림이 그저 20년간의 부름 없는 기다림이었다면 아마 30년이 되기도 하고 40년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평생을 기다림이란 화두만으로 삶을 유지해야 했겠지. 그러나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쥰은 20년만에 부름을 택하고, 윤희는, 20년만에 응답을 택한다. 20년간 내내 각자의 삶을 살며 어제가 오늘이 되고 오늘이 내일이 되었던 윤희와 준은, 참을 만큼 참고난 후에야, 2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들 사이에 그만큼이나 시간을 쌓은 후에야, 서로의 앞에 선다. 그들은 조우한다. 우연인듯 그러나 우연이 아닌.



아, 너무 좋아, 대체 얼마나 보고 나는 좋아하는 거야. 영화 시작한지 18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결국 곳곳에 스며든 그리움이 생생해 울고 말았을 때는 영화 시작한 지 35분이 지나있었다. DVD로 나왔나 검색해봤더니 시나리오가 있더라.
















올해 본 한국영화 중에 최고였다. 너무 좋았다. 기다림을 생각하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쥰과 윤희를 생각하고, 각자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그들을 생각했다. 그리움을 생각하고 추억을 생각했다. 참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20년이 필요한거구나, 라고도 생각했다. 2년은 아직 짧은 거구나, 나도 20년이 지난 후에야 부름을 선택해야 했어. 20년이 지난 후에 부른다면 그 때는 윤희가 쥰에게 답장을 보낸 것처럼 나도 답장을 받을 수 있는걸까. 우리는 결국 서로를 마주보고 서게 될까. 그리고 나도 네 꿈을 꿨어, 라고 말하게 될까. 20년을 기다리자, 라고 입밖으로 내면 나 역시 어그러질지도 몰라. 하루를 또 하루를 그 위에 차곡차곡 쌓아야겠다.




쥰의 편지는 부치지 못한 편지였다. 윤희에게 썼으나 윤희에게 부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쥰은 윤희에게 부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편지를 발견한 고모는, 망설이다가 우체통에 밀어넣는다. 그렇게 윤희앞으로 쓴 편지는 윤희에게 가 닿는다.



윤희는 쥰이 사는 마을까지 가서 몰래 쥰을 보고오기까지 했지만, 그러나 쥰 앞에 나타나지도 못했고 만나자고 말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윤희의 딸은 그들의 만남을 계획한다. 그렇게 쥰과 윤희의 만남이 있기까지 다른 사람들의 의도와 의지가 섞여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만남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 때문에 이루어진것일까?



나는 쥰의 고모가, 윤희의 딸이, 쥰과 윤희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나 강하게 원하면 삶은 그쪽을 보고 걸어가게 되어있다. 그 쪽을 보고 걷는 틈틈이, 그 강한 바람은 다른 것들을 불러들인다. 고모의 편지 발견이 그랬고, 우편함에 꽂힌 편지를 먼저 발견한 윤희의 딸이 그랬다. 윤희와 쥰이 간절히 간절히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였으므로 그 마음은 온 우주에 전해져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줌파 라히리'의 단편 <길들지 않은 땅>이 생각났다. 영화를 보고 울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얼른 책장으로 가 줌파 라히리의 책을 꺼내왔다. 《그저 좋은 사람》의 가장 처음 실린 단편인데, 그 단편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나는 <지옥천국>을 좋아했지. 그러나 부치지 못한 편지를 대신 부쳐주었던 장면이 떠올라 얼른 그 단편을 읽고 싶었다.



















루마는 엽서를 손으로 눌러 펴고, 우편번호 위에 묻은 흙을 손톱으로 긁어냈다. 엽서를 뒤집어보니 아버지가 여기 온 기념으로 고른, 별 특징 없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루마는 집 안으로 들어가 탁자가 있는 복도로 갔다. 서랍에서 두루마리 우표를 꺼낸 다음 그중 하나를 떼어 엽서에 붙였다. 그날 오후 우편배달부가 오면 엽서를 가져갈 수 있도록. -줌파 라히리, <길들지 않은 땅>, P.75




루마의 아버지는 아내와 사별한 뒤 이제 여행을 다니며 살고 있다. 그곳에서 동향의 사람인 박치부인을 만나 좋은 사이가 되었다. 시간을 내어 딸의 집에 놀러왔다가 노는 땅을 보고는 거기에 꽃이며 나무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세 살 손자와 놀아주었고. 그러나 딸의 집은 편하지 않았다. 어서 빨리 혼자가 되고 싶었다. 다음 여행에서는 박치 부인을 만나서 함께 잠들기로 했다. 그 날이 기다려졌다. 그는 외출했을 때 엽서를 사서 그녀를 생각하며 적어내려갔다. 혹여라도 딸에게 들킬까봐 관광책자에 넣어서 서랍에 넣어두었는데, 딸의 집을 떠나는 날에 그 책에 꽂힌 엽서가 없어진 걸 발견했다.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비행기 시간이 와서 그 엽서를 찾지도 부치지도 못한 채로 딸의 집을 떠나왔다.

그 엽서는, 뒷뜰에 땅을 파고 세 살 손자가 심었다. 싹이 나라고. 장난감을 심으며서 그 엽서도 심었다. 땅에 꽂혀있던 엽서는 딸인 루마에게 아버지가 떠난 뒤에야 발견됐다. 아버지가 나랑 같이 살지 않으려는 이유, 아버지가 즐거워 보이는 이유, 그게 바로 이것이었구나. 루마는 그냥 버릴까, 하다가 그 엽서를 보내기로 한다. 부치지 못한 엽서는, 그렇게 아마도 받아야 할 사람의 손에 닿게될 것이다.




박치 부인은 답장을 쓸 수 없을 것이다. 루마의 아버지가 딸의 집에 방문한 그 잠깐 동안 보낸 엽서이니까. 그러나 박치 부인은 2주후면 루마의 아버지와 다른 나라에서 재회할 수 있다.

쥰은 윤희를 만났다.

부치지 못한 편지가 부쳐지면, 상대의 손에 닿으면 그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그게 부치지 못한 편지의 마법일까.




영화를 다 본 후에 여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 영화를 보라고 말하면서 나는 덧붙였다. 꼭 혼자 보라고.

이 영화는 혼자 보아야 한다.









20년을 기다리면 된단 말이지.

20년.

나는 도대체 몇 살인가..너무 늙어가지고 네가 있는 나라에 가지도 못하겠구먼..

플랭크를 좀 더 열심히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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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be00 2019-12-2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감독이나 작가는 다락방님같은 관객이나 독자를 그리면서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겠지요. 다락방님 책도 그렇고 포스팅도, 읽을 때마다 아, 이런 이상적인 독자라니! 하며 감탄합니다~
좋은 연말 되셔요~^^

다락방 2019-12-27 15:10   좋아요 0 | URL
아이참 무슨 그런 말씀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하며 덩실덩실 춤춘다 ㅋㅋ)

슬로베님 이 영화 보셨어요? 너무너무 좋아요, 너무너무. 눈 쌓인 일본의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데, 예술을 사랑하는 슬로베 님이라면 이 영화도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

프레이야 2019-12-2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야지 하면서 아직인 영화에요. 마음에 쏘옥 담아가요. 어서 봐야지. 락방님 영화 이야기 반가워요

다락방 2019-12-30 00:0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은 이 영화 보시면 정말 아름다운 글을 쑤욱 내놓으실 수 있을겁니다. 꼭 보세요, 잊지마시고!

slobe00 2019-12-27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적어두었습니다~ 같은 영화를 봐도 다락방님만큼 몰입해 볼 수 있을런지..요즘 감성이 메말라서..;;아름다운 설경도 좋겠지만 빨리 봄이 오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9-12-30 00:06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매일 하루에 한 번 이상씩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ㅜㅜ
 

솔직히 말하면, 요즘 나는 자신에게 놀라고 있다. 폭력에 의한 죽음을 매일같이 목격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살해되어 강에, 숲에, 쓰레기장에 버려진다. 아이의 부러진 뼈가 상자 속에서, 배수구에서, 비닐봉지에서 발견된다. 날마다 나는 그것을 깨끗이 세정하고 검사하고 감정한다. 보고서를 작성한다. 법정에서 증언한다. 때로는 아무런 느낌도 없다. 프로의 초연함. 부검 현장에서의 무관심. 죽음을 가까이에서 너무 자주 보고 있기 때문에 죽음이 갖는 의미를 놓쳐 버릴까 두렵다. 부검용 사체 하나하나가 전에는 인간이었음에도 그 인간을 위해 슬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감정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 분명했다. 이 일을 해나가려면 프로로서의 냉정함도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감정을 모두 잃어버리는 단계까지 이르러서는 안 된다.

이번 여자들의 죽음이 내 안의 뭔가를 흔들어놓았다. 그녀들의 공포, 고통, 광기에 직면했을 때의 무력함에 가슴이 아팠다. 분노와 증오심을 느꼈고, 학살을 저지른 짐승 같은 놈들을 말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피해자들의 죽음에 대한 그런 반응은 내 감정에게, 인간성에게, 인생에게 생명줄 같았다. 내 가슴에 인간다운 감정이 싹트면 그 감정에 감사했다. 

개인적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그래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도원 부지, 숲, 메인의 술집과 뒷골목을 헤맸던 것이다. 라이언을 설득해 추적 조사를 하도록 하자. 줄리의 손님의 정체를 밝혀내야지. 가비를 찾아내자. 관련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상관없다. 어느 쪽이 맞든, 여자의 피를 노리는 이 극악무도한 놈을 쫓아 파멸시킬 거야. 영원히. (p.441-442)

















이 책의 주인공인 '브레넌'은 법인류학자이며 법의관이다. 발굴물과 뼈에 관련된 사건을 담당한다. 최근에 발견된 뼈가 고고학으로 가야할 것인지 법의학으로 와야할 것인지 현장에 나갔다가 그녀는 그것이 살인사건임을 알게 된다. 그 뼈를 맡아 부검하면서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형사들에게 얘기해보지만 형사들은 그녀의 의견을 무시한다. 그녀는 홀로 수사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형사들로부터 좋지 못한 대우를 받게 되는데, 막상 또다른 시체를 힘겹게 발견했을 때조차도 자신이 잘못 본건 아닐지, 괜히 경찰들을 부른 건 아닐지 스스로를 의심한다. 능력있고 그 분야에서는 신뢰가 강한 법의학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혹시 이것이 실수는 아닐지 걱정해야 한다.


네가 할 일은 뼈를 들여다보는 일이지 수사가 아니라고 형사들로부터 야유를 받고 또 거친 대우도 받지만 결국 그녀가 제기한 가능성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녀를 유독 거칠게 대하던 형사 조차도 이제는 그녀 앞에서 시선을 내리깐다. 그녀는 이 연쇄살인범을 잡고 싶다. 강하게 잡고 싶다. 꼭 잡아야 한다. 휴일에도 나가서 일을 하면서, 밤에 잠을 못자고 일을 하면서 그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다. 그 과정에서 힘들어서 술을 마시고 싶기도 하지만, 알콜중독에서 빠져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스스로를 자꾸 타일러야 한다.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 정도의 브레넌은 알콜중독자였고, 남편과 별거중이며, 열아홉에 결혼해 딸을 하나 두고 있고, 그 딸의 나이가 지금 열아홉이다.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부검한 뼈와 그 뼈의 특징들을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공통점은 무엇인지,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자신의 친구들에게 의견을 듣기도 하면서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는 자신이 유독 이 일에 왜그리도 열심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인간다움, 인간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위의 인용된 페이지를 읽으면서 이것은 연대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피해자들에게 연대하고 있었다. 피해 앞에서 무력했을 피해자들의 마음을 공감하며 그래서 이 일을 해결하고 싶어했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로 끌어모아 애쓰면서 그녀는 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렇게나 열심히 일하면서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자신이 선을 넘은건 아닌지,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한다. 이런 과정들을 지켜보며 나는 얼마전에 본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강간 피해자에게 '네가 한 행동에 대해 변명할 필요 없다'고 말했던 장면과 어떻게든 그 놈들을 잡고 싶어하던 여자 형사들의 모습. 여자가 죽어나가는 사건 앞에서 여자 형사들도 그렇고 여자 법의학자도 그것을 그저 사건으로만 대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 바로 그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연쇄 살인범을 잡아내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는 연쇄강간범을 잡아낸다. 그 놈들을 반드시 잡아내야 한다, 그런 피해를 더이상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는 것이 그녀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이었다. 그것은 연대였다.



이 책은 시리즈이며 현재 절판이다. 2007년에 나온 책인데, 이 책이 그 당시에 얼마나 인기 있었던 책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지만, 지금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여성들이 죽는 범죄에 대해 연대의 감정을 보인 주인공 브레넌 박사에 대해 읽는 것이 좋았지만, 이런 문장들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머리를 낮추고 평소의 예의는 내팽개친 채 인파를 밀어 헤치며 생 자크가 사라진 쪽으로 힘차게 나아갔다. 내 거친 행동을 변명해줄 경찰 배지가 없었기 때문에, 주위와 시선을 맞추는 것을 피하고 오직 인파를 헤쳐나가는 것에 전념했다. 밀다시피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기분 좋게 지나가도록 해주었지만, 멈춰서서 내 등에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다. 욕설의 대다수는 여자라는 성을 매도하는 것이었다. (p.145)



캐나다라면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에게는 성을 매도하는 욕을 쓰고 있다니, 세상은 대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2007년에 나온 책이고 이 책의 배경은 그보다도 좀 더 전이지만, 그렇다고 뭔들 달라졌을까. 왜 부유한 나라도 땅덩이가 넓은 나라도 그렇게나 여셩혐오가 만연할까. 주인공 브레넌이 그런 것처럼 왜 여자들은 자꾸 자기를 의심하고 검열해야 할까. 왜 부유한 나라도 땅덩이가 넓은 나라도 그렇게 연쇄살인범이 판을 칠까. 세상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지는걸까. 이런 일에 대해 분석한 책이 있다면 읽고 싶다. 가난한 나라도 부유한 나라도 어디서나 여성혐오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연쇄 살인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미성년자 성매매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그런 걸 다룬 책은 없을까.




법의학자 브레넌은 형사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 수사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또 연쇄살인범의 목표물이 되기도 했으므로 형사들과 자주 함께 마주치고 대화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라이언 형사가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한다. 라이언 형사는 매력적인 남성이지만, 그녀는 너무나 그걸 원하지만, 이 식사 제안을 거절한다. 혹여라도 자기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는 다른 형사에게 행실 나쁜 여자로 비춰질까봐, 아직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고 범인도 잡히지 않았는데 내가 그래도 될까. 그러나 그는 재차 '당신도 밥은 먹어야죠' 라며 제안하고 결국 '이번 건에 대해 얘기하자'는 말에 브레넌은 응한다. 이것은 비즈니스 미팅이네요, 라면서.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은 내가 내겠소. 다음번에 사요."

그는 손을 뻗어 내 윗입술에 대는 것으로 내 항의를 막았다. 천천히 집게손가락을 입가까지 미끄러뜨린 다음, 내게 보이도록 그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염소 치즈가 묻었어요."

불개미에게 물렸다고 해도 내 얼굴은 이렇게까지 빨개지지 않았을 것이다. (p.399)



아 삶은 계속되는구나. 삶은 계속되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는 거야. 그래,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라고 이 장면을 보면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고 범인을 잡고 싶고 그래서 끈질기게 일,일에 대해 생각하고 또 두려워하면서도 이렇게 누군가에 대한 호감이 싹트고 그 호감으로 인해 다른 감정들을 불러들이면서 우리는 살아가는구나. 이렇게 삶이 계속되는거야.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고 말하는 것 같은 이 장면이 참 좋았다.

때아닌 하오체는 어색하지만 ㅋㅋㅋ 뭐랄까, 오늘 내가 사니까 다음에 네가 사, 하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거 너무 좋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썸타는 남녀는 귀엽기 마련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친구들을 만나기까지 이 책을 읽다가 뒤에 몇장을 남겨두고 약속장소로 나가야 했다. 으윽, 너무 읽고싶다, 이제 곧 범인을 잡을텐데 어쩌지, 다 읽고 늦게갈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런 나를 다독이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친구들과 즐겁에 이야기를 나누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술에 취한 채로 책을 읽으면 다음날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텐데... 하면서도 너무 궁금해 이 책을 펼쳐 읽었다. 범인을 잡는 걸 꼭 보고 싶었던 까닭이다. 술을 마신 탓일까, 나는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 울고말았다. ㅠㅠ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야 했어. ㅠㅠ  주인공이 범인을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혼자여서 울었다. 얼마나 무서울까. 또한 그녀가 그 와중에도 딸에 대해 걱정을 하기 때문에 울었다.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그러면서도 부지런히 이놈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고. 나는 이런 외로움이 너무 힘들다. 결국 내 앞의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그런식으로 말하기에 지나치게 크고 무서운 거니까. 그런 상황에서 혼자라니 그녀가 느꼈을 그 숱한 감정들이 손에 잡힐듯 해 울었다. 누군가 그녀를 도와주면 좋을텐데, 그러나 그녀는 지금 혼자이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피해자가 되지말고 도망치자고 하지만, 그러나 그런 일이 마음 먹은대로 되는 것이던가. 공포와 절망이 그녀를 가로채서 울었다. 공포와 절망 그리고 외로움. 공포와 절망 속에서도 그녀는 피해자들에 대한 복수도 생각한다. 살아야 하고 그리고 이놈을 응징해야 한다. 그리고 딸을 걱정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책을 다 읽고 참 좋아서 이 다음 시리즈를 보려는데 시리즈 역시도 절판이었다. 대체 왜 절판입니까. 개정판 내주십쇼. 다행스럽게도 알라딘중고로 있더라. 나는 오늘 잽싸게 주문을 넣었다.
















상태는 <최상>이라고 되어있던데 최상의 상품이 올까? 얼마전에 최상의 중고를 샀는데도 표지가 엉망인 게 왔었는데... 그래도 하는수없지, 절판인걸 어떡해. 중고 하나만 주문할 순 없으니까 읽고 싶은 신간도 얼른 장바구니에 넣었다. 게다가 시사인 올해의 책꽂이도 읽어야 했다.
















남동생이랑 같이 읽으려고 가끔 추리,미스테리 소설을 사는데 이번에도 역시 한 권 넣었고, 그러다보니 5만원 구매시 2천점 마일리지를 조금만 더하면 얻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에밀 졸라의 책도 샀다. (네?) 결국 52,900 원어처의 책을 사버렸어..



















갑자기 이렇게 책을 사버려도 되는걸까, 망설였지만, 뭐, 크리스마스니까... 괜찮지 않나. 아하ㅏ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갑분책지름.....

원래 1월달에 월급 타면 한바탕 질러줄라고 했는데, 그건 그 때 되면 계획대로 지르고 이건 그냥 충동구매로 하자. 인생은 원래 충동구매... 킁킁.




몬트리올에 여름이 찾아오면 거리는 마치 룸파 댄서처럼 들뜬다. 어디를 보아도 프릴 달린 호사한 코튼과 윤기 나는 허벅지와 땀에 젖은 피부뿐, 그것은 6월에 시작되어 9월까지 계속되는 난잡한 축제이다.
사람들은 이 계절을 껴안고 애지중지한다. 삶은 집 밖으로 옮겨진다.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옥외 카페가 영업을 재개하고, 자전거와 롤러블레이드 타는 사람들이 자전거 도로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며, 거리에서는 잇달아 축제가 열려 보도를 인파가 가득 메운다.-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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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를 슬프게 한다. 시간은 왜이렇게 빨리 가는걸까. 시간은 왜, 어째서, 플랭크 할때만 느리게 흐르는가. 어째서 그런가, 어째서..

기다리던 달콤한 주말도 또 다 지나가고 있고, 어쨌든 남은 열흘 정도의 시간동안 내가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해도 올해 인상깊었던 책이나 작가에 변동이 생길 것 같진 않다. 그러므로 정리해보는 2019년의 책과 작가들. 그동안 잘 안했었는데 올해는 꼭 하고 싶었다. 꼭 이름을 알리고 싶은 작가들이 있어서. 올해의 책이라고 해서 올해 나온 책이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올해 2019년' 에 읽은 책을 기준으로 한다.



2019년 올해의 작가: 샤론 볼턴

















샤론 볼턴의 소설들은 소설이 갖추어야 모든 것을 갖춘 그 이상이다.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결국 샤론 볼턴은 어떻게든 해야 할 이야기를 아주 세련되게 한다는 것. 나는 읽었던 세 편중에 [뱀이 깨어나는 마을]이 가장 좋고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에 읽었던 [피의 수확]도 여러가지 이유로 좋았고, 한 작가를 좋아하게 되고 그 작가의 책을 전부 다 읽어 보고 싶어진다는 것은, 그 작가가 말하는 방식이나 그 작가가 바라보는 방향, 그 작가가 보여주는 가치관에 동의함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샤론 볼턴은 신비한 이야기들, 도무지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일단 툭, 던져놓고는, 이것봐 이런 일이 없을 것 같지? 있다니까? 해서 독자로 하여금 영문도 모르고 계속 따라가게끔 한 뒤에, '그게 사실은 이런거야' 라면서 현실을 드러내준다. 그 과정에서 항상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개인적 서사가 더해지고. 그 주인공들은 완벽함과는 어느모로든 거리가 멀지만, 그러나 내게는 너무나 완전한 인간형이다. 각자의 부족함을 끌어 안고 각자의 고집을 끌어 안고 그들은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간다. 미스테리 소설로도, 성장 서사로도 손색이 없고, 게다가 그녀가 던지는 메세지는 언제나, 언제나 나를 움직인다. 이 모두를 조화롭게 녹여낼 수 있는 작가가 샤론 볼턴 말고 또 있을까? 게다가 독자와의 궁합이 있다면 나는 샤론 볼턴이란 작가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독자가 아닌가 싶다. 내가 소설을 얼마나 잘 읽어내는가와는 별개로, 샤론 볼턴의 소설을 읽을 때는 전체적으로도 부분적으로도 얼마나 짜임새있는지 완벽한지 다 알겠다니까? 다 보인다니까? 최고야 최고. 최고다 샤론 볼턴.




2019 올해의 책: 페이드 포

















올해의 책은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 이다. 사실 페이드 포를 읽기 전까지는 [여자는 인질이다]가 될 뻔했는데, 페이드 포를 읽은 지금은 페이드 포가 다 눌러버렸다. 레이첼 모랜은, 와, 정말 똑똑한 작가인데,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거리감을 두고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스스로가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며 또 생각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은 이런 책을 써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그저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슬퍼하거나 절망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생각하고 찾아내는 것. 이것만해도 대단한데, 그렇게 찾아내고난 후에 그걸 책으로 써내기까지 했다. 그 안에 꾹꾹 눌러담긴 그 통찰과 깊은 생각들이 당연히 독자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 레이첼 모랜이 앞으로도 다른 분야의 책을 계속 더 써주였으면 좋겠다. 그녀가 쓰는 책이라면 그게 뭐든, 허투루 쓰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신뢰가 생긴다. 사유할 줄 아는 사람의 진정성이 담긴 책이다. 진정성이란 단어가 어쩐지 요즘엔 그 빛을 바랜것 같아 사용하기 저어되는 단어이지만, 그러나 이 책에 진정성 말고 무슨 단어를 넣어 표현할 수 있을까. 읽기 힘든만큼 책의 모든 부분에 밑줄 긋고 싶은 책. 고민없이 올해의 책이다.




2019년 올해이 발견: 문목하, [돌이킬 수 있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올해의 발견이라고 김초엽을 극찬하길래 읽어봤는데, 그 책을 읽고 내가 생각한 건, '사람들이 아직 문목하를 모르는구나' 였다. 나는 올해 문목하의 [돌이킬 수 있는]을 읽고 SF 장르에 살짝 발을 담가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 '국내 여성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니' 하면서 뒤늦게 발견한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한국의 한남문학은 스러져가지만, 여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어. 문목하의 이 책이 내게 그걸 얘기하고 있었다. 어느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사랑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가장 로맨틱한 소설'이라고 쓴 평을 봤는데, 정말 그렇다. 사랑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지만 사랑이 가장 절절하게 담겨 있는 책.





2019 올해의 빅엿: 악인, 풍선인간, 실종


















올해의 빅엿, 똥밟았다, 를 생각하자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달의 영휴] 였다. 아동성애를 변명하고 포장해둔 거지같은 책이라서 그거 올해의 빅엿이다, 쓰려고 찾아봤더니 크, 아쉽게도 2018년 12월에 읽은거더라. 운 좋은 줄 알아라, 그 당시에도 리뷰로 까줬지만 이번에 다시 한 번 가열차게 까주려고 했었어. 그런데 2018년 12월에 읽은 거라 그냥 넘어간다. 얌전히... 다시는 그런 소설 쓰지마라. 그리고 일본 문단이여, 그딴 소설에 상주는 거면 니네도 좀 남자문학 죽여야 된다. 한국처럼...



위의 세 권에 대해서는 긴 말은 않고, 내가 썼던 백자평을 다시 한번 가져오는 걸로 대신하겠다.


악인: 딱 기다리고 있어라. 다 읽고나면 대차게 까줄테니까. (이러고 다 읽고 리뷰로 겁나 까버림)

풍선인간: 싫어... 세번째 단편은 쓰레기.

실종: 정의감 가득 차서 저 혼자 잘난 줄 알고 설쳐대는 민폐쟁이 멍청한 남주



[악인] 과 [풍선인간]이 여성혐오 가득한 쓰레기 소설이었다면 [실종]의 경우에는 뭐랄까, 캐릭터가 완전 엿같았다. 남자 작가들이 종종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본인이 정의롭다는 뽕에 가득차서 민폐 가득 끼치고 다니는 타입인 것이다. 제발 닥치고 가만 있는 게 도와주는거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런 성격의 남자들이랄까. 악인과 풍선인간과 나란히 놓기에는 초큼 미안하지만 그래도 민폐쟁이 남자는 너무 시러..........




몇 번이나 말했지만, 소설이라는 것은 허구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로 작가가 하려는 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의 세상은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기도 하고 충분히 살아보았던 세상이기도 하다. 또한 그 안의 인물들도 각종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여성혐오도 마찬가지.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서 혐오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소수자를 혐오하고 여성을 혐오하고 약자를 혐오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그 모든 소설들이 싫다거나 욕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어떤 얘기를 하는가가 중요한 거니까. 세상에 여자가 죽는 소설도 한두 권이 아니고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가 나오는 소설은 뭐 거의 대부분이 아니던가. 그러나 내가 유독 악인과 풍선인간을 싫어하는 이유는, 여성혐오를 하는 인물들을 드러내서 어떤 메세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여성혐오가 그 작가들에게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작가의 여성혐오가 드러나는 게 너무 싫다. [달의 영휴]를 다시 가져오자면, 작가는 이래저래 잘 꾸며서 자신이 상상한 세상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다시 태어나는 영원한 사랑이야기가 가능하다, 는 걸 보여주려 하고 그걸로 인해서 상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건 성인 남자 어른과 일곱살 여자 아이의 사랑이다. 참으로 좆같지 아니한가. 그러니까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보여주고 세상을 어떤 식으로 만드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사실 작가의 숨은 의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악인]은 '강간했다고 사람들에게 거짓말할거야' 라고 말하는 여자를 죽이는 남자가 나온다. [풍선인간]은 킬러가 배우출신 여성의뢰인에게 자신을 고용한 값을 '네 몸으로 지불해라' 라고 말한다. 그간 성접대로 살아온 몸이니 사실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면서. 그리고는 그 배우의 딸도 몸으로 감사를 표현하려고 한다고 나온다. 풍선인간에서는 성접대를 해서 성공하는 여성이 살아가는 이 사회에 대한 비난이 있는 게 아니라, 성접대로 성공하는 여성만 보여준다. 그러니까 어떤 값을 몸으로 치를 수 있는 여성에 대해서. 


아 길게 쓰지 말아야지. 흥분해서 또 길어졌네. 나 빨리 페이퍼 다 쓰고 책도 읽고 그래야 되는데...





2019년 올해의 장소: 뉴욕 휘트니 뮤지엄


나는 올해 여름 휘트니 뮤지엄에 갔던 일을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얼마전에 [모리스] 읽고 '나의 펜지의 보트하우스는 사무실이다'는 얘길 한 적이 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가능하다면 나의 펜지의 보트하우스는 휘트니 뮤지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나의 로망이랄까. 어디 가면 다락방을 볼 수 있을까, 지금 다락방 연락이 안되는데 어디있을까 하고 생각한 뒤에 그래 거기야, 하고 달려오면 바로 내가 있는 그 곳, 휘트니 뮤지엄... 이었으면 좋겠는데. 슬프게도 휘트니 뮤지엄에 그렇게 가려면 일단 비행기도 할부로 끊어야 해서, 정작 내가 가기가 힘들다는 것... 나여.........슬픔의 새드니스.


휘트니 뮤지엄은 그 장소 자체로도 완벽했지만, 그 장소에 이르기까지의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핸드폰 구글맵에 의지히 혼자 찾아갔던 길. 완전히 낯선 곳에서 온전히 혼자 걸었던 그 길과 시간. 그렇게 뮤지엄 앞에 다다를 무렵 비가 내렸고, 이를 어쩌나 우산도 없는데, 하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아흑 너무 좋은 거다. 특히나 뮤지엄에는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테라스가 있었고, 그 테라스에서 비가 오는 바깥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이지 눈물나게 행복했던 것이다. 우산이 없어서 이따 어떻게 다시 돌아가나, 라는 걱정을 잠깐 하다가 층츰별로 가 그림들을 천천히 보고 다시 테라스가 있는 까페로 와서 커피를 주문해 마셨다. 정말이지 완벽한 시간이었고, 그 순간의 마법일까, 뮤지엄을 나왔을 때는 비가 멎어있었다. 크- 

사람이 소설을 좋아하면 삶을 소설처럼 살게되는 것 같아. 소설같은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마침 내가 올해를 정리하는 페이퍼를 쓰려고 내가 작성했던 백자평들을 둘러보다가,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에 작성한 이런 글을 보았다.


"뉴욕에 살며 미술관을 자주 찾는 공룡 볼리바르 덕에 뉴욕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천천히 다시 미술관을 향해 걷고싶고 미술관에서 걷고 싶다." 


이런 글을 2019년 4월 14일에 작성하고 나는 8월에 정말 뉴욕으로 떠나 휘트니 뮤지엄에 갔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만세!















2019년 올해의 도전: 비릿















비릿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들도 있지만 꼭같은 크기로 감추고 싶은 말들도 있다. 그렇지만 올해 비릿은 내게 특별했고 계속하자는 의지를 불사르게 해주었다. 어떤 점에서는 분명 내가 잘 살아오고 있다는 걸 알게 해주었고 또 어떤 점에서는 내가 아직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내 능력과 내 한계를 동시에 알게해준 문학잡지.





2019년 올해의 잘한 일: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한달 플랭크


2019년 올해의 인물: 더덕단 (더덕단 뽀에벌~)


2019년 올해의 반함, 올해의 사랑: 맥켄지 데이비스


2019년 올해의 영화: 5 to 7


2019년 올해의 화두: 공부. 아마도 공부는 앞으로도 내내 나의 인생 주제가 될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게 야속하다. 벌써 일요일 저녁 18:37이다. 이 시간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한다? 플랭크를 해야 한다. 이제 놋북을 접고 플랭크를 해야겠다. 1분만 해야지 그 1분은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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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2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3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9-12-22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더덕단 뽀에벌~
저도 이 해가 가기 전에 한번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다락방 2019-12-23 09:12   좋아요 0 | URL
정리해주세요, 비연님!
비연님의 올해 정리에는 어쩐지 [제2의 성]이 꼭 들어갈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12-23 09: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이미 그런 생각이 ㅎㅎㅎㅎㅎㅎ

hnine 2019-12-23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트니 뮤지엄 같은 경험을 앞으로도 많이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낯선 곳, 나 혼자, 오로시 나 혼자.

다락방 2019-12-23 09:13   좋아요 0 | URL
경험치가 쌓일수록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하노이에 갔을 때도 여성박물관에 그 더위에 혼자 찾아간 게 좋았거든요. 휘트니 미술관에 간것도 정말 좋았어요. 낯선 나라 낯선 도시의 미술관을 꼭 한 번씩 넣어야겠어요. 너무 좋아요!

낯선곳, 나혼자, 오롯이. 너무 좋지요!
우리 좋아하는 거 잔뜩 경험하면서 살아요, 나인님!

syo 2019-12-23 0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DDD뱃지 제작을 위한 디자인 공모전을 제안합니다!!

다락방 2019-12-23 09:1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날 때도 뱃지 하고 만나지 않을 때도 뱃지 하고 다니고 그러는거에요? 그리고 뱃지 만들면 어쩐지 회원모집을 해야할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뱃지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방에 달고 다녀야 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텀블벅 해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12-23 09:36   좋아요 0 | URL
쇼님의 이 제안에, 이 아침,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
DDD 뱃지..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2-2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올해의 책 <페이프 포>에 흐뭇하려는 찰나, 문목하라니요. 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저도 읽어볼래요.
진심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플랭크 하면 진짜 시간 천천히 가나요?
정말 그렇다면 말이지요. 저 오늘부터 플랭크 해볼려구요. 첨에 30초부터 도전하는 건가요? ㅎㅎ

다락방 2019-12-23 09:1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제 말 믿고 플랭크 해보세요. 시간이 천천히 가다 못해 안갑니다. 시간을 붙잡을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
음, 저는 한달플랭크 진행할 때 첫날 15초로 시작했어요. 숙련자들은 1분부터 시작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단발머리님 일단 30초 도전!! 저는 지금은 1분씩만 하고 있어요. 어떻게 2분까지 완성했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마법이 플랭크 안에서 펼쳐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2-23 09:17   좋아요 0 | URL
으흠.... 오늘밤부터 도전!! 저도 15초로 시작할께요.
하하하!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거죠? 이야호!!! 하루에 한 100분씩 하고 싶어요. 100분 동안 시간 안 가게 말이지요!!!

다락방 2019-12-23 09:21   좋아요 0 | URL
가능하다면 저도 하루에 100분씩 하고 싶지만, 100분을 했다가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게 아니라 그 누구보다 빨리 지옥에 도착해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비연 2019-12-23 09:37   좋아요 0 | URL
어떻게 플랭크를 하는 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
전 해보다가 며칠 지나 근육이 끊어지는 느낌에 포기...
근력강화를 위해 해야 할까요...ㅜㅜㅜㅜㅜ
근데 플랭크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떤 자세?

다락방 2019-12-23 09:40   좋아요 2 | URL
https://blog.naver.com/tplc/221507056156

저는 위 링크의 첫번째 사진, 전신플랭크를 하고 있습니다. 팔꿈치 땅에 대지 않고 쭉 펴서 하는 거요. 팔꿈치를 땅에 대는 자세(포암 플랭크)는 저에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아마 등과 어깨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요가에서 주로 하는 동작인 전신플랭크로 하고 있어요!

단발머리 2019-12-23 09:43   좋아요 0 | URL
엎드려뻗쳐!로 보이는 거... 저 뿐인가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앗! 엉덩이랑 다리가 일자군요.

비연 2019-12-23 09:43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저도 한번 15초씩 시작해볼까요.
아예 전신플랭크 부터 시작하기엔 근력이... 근력이....
준비동작으로 무릎만 드는 걸 시작해봐야겠어요.
... 내년은 비연 운동 원년의 해로 정했기에. (이제 와서야 운동이라니. 끙)

다락방 2019-12-23 09:55   좋아요 0 | URL
여러분의 성원에 제가 더덕단 단톡방에 플랭크 앱과 자세 올려두었습니다. 여러분 플랭크 화이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갑자기 웬 플랭크 바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분플랭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12-23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DD라니 너뮤 이름 쌔끈한걸요~ㅋ
저 에게도 올해의 반함은 단연 맥켄지네요!
마지막으로 플랭크 =세상에서 제일긴 2분ㅋㅋㅋ 플랭크로라도 올해가 가는 것을 늦추고 싶도다!

다락방 2019-12-24 09:45   좋아요 0 | URL
올해가 가는 게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면 우리모두 플랭크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켄지는 굉장히 고마운 인물이기도 해요. 너무 빡치는 일이 가득할 때 맥켄지 사진 검색해 보고 그랬어요. 웃는 모습보고 그러면 너무 좋아가지고. 아 이사람은 뭘까, 존재자체로 이렇게나 희망이다.. 했어요. 올해의 반함은 맥켄지입니다!

더덕단 뽀에벌~

slobe00 2019-12-2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소설을 좋아하면 삶을 소설처럼 살게 되는 것 같다니, 추리 스릴러 즐겨 읽는데 급 오싹해집니다 ^^; 다락방님과 같은 소설적 순간을 2020년에는 저도 맛보고 싶네요~ 플랭크도 ㅎㅎ 내년에는 시작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9-12-24 12:17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연쇄살인범 나오는 소설 읽고 있어서 무서워요 ㅠㅠ 밤에 잠도 잘 못자겠어요. 빨리 읽어버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어제 늦은밤까지 읽었더니 오늘 피곤하고..그래도 다 못읽었고.. 우앙 ㅠㅠㅠ

플랭크를 내년부터 시작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화이팅!!

프레이야 2019-12-2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락방님 단발머리 님과 약속하고 플랭크 하신 거에요? 저는 10개월 정도에 꾸준히 살이 붙어 7.5킬로 정도 몸이 불었어요. 엄청 먹어댔거든요. 옷을 한 치수 크게 입어야 하는 지경이 되었어요. 임신 중 외에 이 체중은 제 생애 처음이랍니다. 그런데 플랭크는커녕 걷기도 잘 안 하고 먹은 것 그대로 소화 시키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나잇살이란 게 있는지 이 체중이 저한테 어울리는 거 같아요. 유지할래요. 시간을 붙잡고 싶으면 플랭크를 ㅎㅎ 그렇군요. 공부는 평생 화두! 동감요. 늘 해피크리스마스 같은 날 보내시길~

앗참 그리고 뉴욕 휘트니뮤지엄까지 찾아간 그 길에서의 시간과 비 오는 뮤지엄에서의 커피 한잔을 상상하며 넘흐 좋았겠다 싶어요. 혼자 구글맵이 일러주는대로 따라가는 길 위에서 두 다리가 가는대로의 길이 참 좋더라구요. 뉴욕이라 더 멋지잖아욧. 소설 같은 시간을 딱 그 장소에서 보내신 락방님의 올해의 장소에 야호!

다락방 2019-12-26 11:10   좋아요 1 | URL
아뇨, 프레이야님. 플랭크는 제가 혼자서 한달챌린지로 도전한 거였어요. 어깨가 굽어서 너무 아팠거든요. 요가쌤이 플랭크를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해보자, 하고는 한달챌린지 앱 깔아서 했던 거에요. 그걸 페이퍼로 인증했더니 단발머리님과 비연님 모두 본인도 해보겠다고 하신거고요. 그래서 아마도 내년부터 단발머리님도 플랭크에 도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플랭크 너무 힘들어요 ㅠㅠ
저도 웬만하면 플랭크 안하고 살고 싶었는데 ㅠㅠ 어깨가 굽은 게 너무 불편해요. 어깨가 굽어서(라운드 숄더) 툭하면 어깨가 아파요 ㅠㅠ 이게 등에 힘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열심히 플랭크 하면서 어깨 좀 펼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재작년이었나, 하노이에서도 혼자 그 더위에 걸어서 여성박물관 찾아갔었거든요. 그런 시간들이 이상하게 짜릿해요. 그게 뭐라고. 낯선 도시에서 혼자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그 과정이 그렇게나 좋더라고요. 이제 낯선도시에서의 미술관 방문은 저에게 필수코스가 된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이번에 뉴욕에서 구겐하임도 갔었고 노이에 갤러리도 갔었는데 휘트니가 되게 강하게 남았어요.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인생에서 놓지 말아야겠어요!!

블랙겟타 2019-12-2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드 포> 만큼은 조만간 읽어볼 예정입니다.
올 한해의 정리 페이퍼 잘 읽었어요. ^^
저도 올 해가 가기전에 비슷하게나마 정리글을 올려야겠어요.

다락방 2019-12-27 09:15   좋아요 1 | URL
페이드 포는 블랙겟타님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에요. 다 읽고난 후에 겟타님의 감상도 궁금합니다.
얼른 올해 정리글 올려주세요. 읽고싶어요!! >.<

블랙겟타 2019-12-27 10:06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은 학교도서관에 아직 없어서 사서 읽으려구요.
다른 건 몰라도 정리는 올해가 가기전 올리겠습니다. ( •ᴗ•)

그렇게혜윰 2020-01-07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의 책을 읽는 데에 게으르지 않은 다락방님의 목록을 보며 문득 난 화석같은 삶을 사는 기분이 드네요^^;;

다락방 2020-01-08 08:25   좋아요 0 | URL
그렇게혜윰님의 댓글을 읽으니 역시나 전 게으르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현재의 책을 제가 읽고 있네요.
음 그렇지만 사실 제가 현재의 책이라 읽는다기 보다는, 지금의 제 관심사를 반영한 책읽기이겠지요. 그게 현재와 맞아 떨어졌을테고요. 저마다 다 관심분야의 책을 읽는거겠죠.
새해에도 독서 화이팅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