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하면서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에 들러 피자 한 판을 포장했다. 오전에 이미 예약 주문을 걸어뒀었다. 엊그제 치킨 먹으면서 백종원이 뉴욕간 걸 봤는데, 피자를 세상 맛있게 먹는거다. 그거 보면서 엄마랑 '내일은 피자먹자!' 했던 터다. 엄마 내가 퇴근하면서 사올게, 해서 약속대로 사가지고 갔다. 커다란 피자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자 엄마는 피자는 정말 오랜만이라며 설레어하셨다. ㅋㅋ 뉴욕의 백종원이 피자를 먹을 때 핫소스 대신 (간)페페론치노를 뿌려 먹어보라며, 피자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매콤한 게 맛있다고 한 게 기억나, 식탁에 피자를 차려둔 뒤 나는 '기다려 엄마!' 하고는 페페론치노를 꺼내왔다. 아니, 우리집에 이게 왜있니, 엄마가 물으셨고, 이거 내가 일전에 사뒀지, 했다. 감바스 만들 때 쓰려고 페페론치노를 사러 갔는데 갈아둔 것 밖에 없어서 아쉬운대로 갈아둔 걸 사왔던 것. 그런데 이럴 때 써먹네? ㅋㅋㅋ 엄마랑 나는 백종원처럼 먹어보자, 하고는 피자 위에 페페론치노를 뿌렸다. 그렇게 먹어본 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백종원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네. 피자의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맵네."


요란하게 매운 것도 아니라서 뭐랄까..계속 뿌려먹었는데, 피자를 다먹을 즈음엔 입술이 아파서 미치는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피자를 먹고나니 뭔가.. 어떤 써운한(?)마음에, 엄마가 엊그제 담근 김치를 꺼내서 밥을 한 술 먹었다. 그제야 좀 편안해졌어... 그리고는 폼롤러를 가지고 거실로 가 엄마가 티비 보는 앞에서 맛사지를 좀 하기 시작했는데 엄마는 요즘 케이블에서 재방송 해주는 <전원일기>를 즐겨보시더라. 옆에서 나도 같이 봤는데,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기의 클라스가 다르다. 전원일기는 조연들마저도 진짜 완벽한 연기여서, 저건 진짜 연기가 아니다, 삶이다, 계속 감탄하며 봤다. 와, 진짜 연기.. 그리고 옷차림.... 화장까지. 정말 완벽하다, 완벽해!! 아아..사랑의 불시착 현빈 생각납니다. 현빈 잘생겼지만 연기 볼 때마다 안타까움 금할 수 없어라...


각설하고,



엄마가 즐겨 보시는 프로그램중에는 실제 일어난 범죄를 재연해 보여주는 것들이 있다. 프로그램의 정확한 이름은 생각 안나는데 엄마가 볼 때 옆에서 봤다가 너무 자극적이라서 이런걸 왜보냐고 물었었는데, 엄마는 그런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하셔.. 아무튼 어제도 그런 프로그램을 틀어두셔서 아빠랑 엄마랑 나랑 셋이 보게됐다. 나는 중간부터 봐서 처음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결혼하고나서도 그 사랑을 지켜가며 다정하게 잘 지내고 있던 터였다. 그런참에 남자가 사업이 잘 안됐던가..해서 무속인을 찾아간다. 무속인은 굿을 해야 한다 잘 풀린다 했고, 남자는 사채를 써서 굿을 하겠다 하고 아내는 돈을 마련해주고, 뭐 그런거였다.


남편은 이 무속인을 절대신뢰하고 절대의지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모든 것에 선생님, 선생님 해가며 무속인에게 전화해 의견을 물었고, 무속인이 하라는 걸 하고 하지말라는 걸 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내는 그렇게 무속인에게 의지하는 남편이 못마땅했지만, 그러지 말라고 말했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그걸 절대 신뢰한다는데에야 어쩔 수 없이 따라가 같이 굿하는 옆에서 기도도 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은 남편이 아쉬운 표정과 말투로 '당분간 여보랑 동침하지 말래' 라고 하는 거다. 동침하면 큰일난다고. 아내는 그게 말이 되냐, 같이 자자고 하고 남편은 '당신을 사랑하지만 안돼'라고 하는 거다. 이에 아내는, 무슨 큰일이 나겠어, 하고는 남편을 침대로 끌어들여 그들은 동침한다. 무속인이 하지 말라고 한 걸 한 것.




나는 언제나 믿는 것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니까 그것이 종교이든, 나 자신이든, 자연이든,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이든. 사실 나는 나 자신 말고는 딱히 믿는 게 없긴한데, 그건 타인이나 혹은 종교,자연,사랑..이라는 감정 같은 것일 경우 배신할 확률이 나자신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믿는다고 하면, 그건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뭐라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누군가가 무엇을 간절하게 믿는다면, 거기에는 힘이 실리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믿고 싶어하니까. 나는 '절대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믿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지나침'은 누구의 어떤 기준일까.


믿는 것에는 힘이 생긴다. 우리는 자신이 믿는 것에 지나치게 힘을 줘버리는 경향이 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고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믿는 사람'은 그 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종교단체 내에서 폭력과 학대, 착취가 일어나는 경우가 바로 지나치게 힘을 줘버린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내가 믿는 이 사람이, 이 지도자가 나에게 잘못할 리 없지, 내가 잘못했겠지, 이것이 내가 믿는 이 신의 뜻이겠지. 믿지 않는 사람이 '그건 허구다', '너는 지금 휘둘리고 있다'고 말해도, 내부의 사람 귀에는 잘 닿지 않는다. 그것이 믿는 것이 주는 지나치게 강한 힘이다. 종교를 믿는다면 종교가 내게 힘이 있는 거고, 유령을 믿는다면 유령이 내게 힘이 있는 거다. 뱀파이어를 믿는다면 뱀파이어를 실제로 볼 수도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가 믿는대로 보고싶어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본다. 믿지 않는 사람이 '저거 뱀파이어 아니야' 라고 말해도 '내 눈엔 보여'가 될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좋은일이 생기기도 하고 나쁜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강하게 믿는다면, 좋은일과 나쁜일은 모두 내가 믿는 것이 내게 주는 메세지가 된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이게 다 신의 뜻이거나, 자연의 뜻이될 수 있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마찬가지.



남편은 무속인을 믿었고 그래서 무속인이 동침하지 말라는 말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는 무속인을 믿지 않았고 동침하지 말라는 말을 지키지 않는다. 그리고 동침했다. 이 후에 이들 부부에게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이제 남편과 아내는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아내에게는 누가 뭐라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 라는 생각이 찾아오겠지만 남편에게는 '거봐, 동침하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했잖아' 가 될것이다. 남편은 굿을 하는데도 몇천만원을 들일 정도로 정성이었는데,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거봐, 굿을 하고나니까 이렇게 좋아지잖아'가 될 것이고, 나쁜일이 일어난다면, '아이코 정성이 부족했구나 굿을 또 해야겠어'가 될것이다.

남편이 강하게 믿는이상 무속신앙은 아주 큰 힘을 가진다. 누가 뭐라할 수 없을 만큼.




그리고 이제 남편은 이혼서류를 가지고 왔다. '우리가 같이 살면 누군가 한명이 단명한대, 서류상 만이라도 이혼을 해야한대' 라면서. 아내는 이혼하기 싫고 그 말을 믿지도 않지만, 이미 한 쪽이 그걸 믿어버린 다음에야 벌 수 없다. 아내는 이혼하기 싫다고 아무리 말을해도 이미 그걸 믿고 따르려는 자에게 더이상 대응할 수 없다.



"엄마, 엄마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남편이 저렇게 무속신앙을 믿어서 이혼하자고 하면?"

"이혼해야지. 저렇게 정신이 나가버렸는데 같이 살기도 싫다."



그러자 아빠가 옆에서 말했다.



"주님께 기도해서 나를 고쳐달라고 해야지! 고쳐달라 해서 같이 살아야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아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랑 나는 빵터졌다. 엄마는 아빠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하고 이혼하겠다는 게 아니라, 저 상황에서 저런 남편이라면 이혼하겠다는 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서류상 이혼을 마치고 남편과 아내는 그래도 여전히 사랑해하고 꽁냥꽁냥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느날 남편이 사라졌다.


믿는 것은 힘이 있고, 믿는 이상 힘이 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믿는대로 보이는것이다, 는 얘기를 하면서 보다가, 남편이 사라져서, 아아, 이것은 또 무엇인가... 하게 되었는데, 이 무속신앙을 강하게 '믿는' 남자는.. 아아, 예상외의 전개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믿음... 이 문제가 아니었어. 졸라 철학적으로 접근했던 나여... 이렇게 훌륭한 생각 뿜어냈던 나여... 나따위.. 난, 어느 면에서는 결코 남자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남편의 핸드폰으로 수차례 연락해보지만 핸드폰은 꺼져있다. 찾아 헤매기도 하고 또 집에서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3개월이 흘렀고, 그제야 아내는 무속인을 찾아간다. 무속인을 찾아가서 멱살을 쥐고 흔들며 '내 남편 내놔!'라고 말한다. 무속인도 여자였고 아내는 무속인이 아내를 뒤로 빼돌렸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 무속인은 니 남편을 왜 내게서 찾냐고 하는데, 그때 무속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하하하하ㅎ하하하하하하하하. 다음장면은, 무속인과 아내가 동시에 경찰서에 뛰어가는건데, 하하하하하하하하. 거기에는 3개월간 연락도 없고 사라졌던 남편이 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속인은 아내보다 먼저 달려들어 남편의 멱살을 쥐고 '내 돈 내놔!' 라고 하는데 하하하하하. 그렇다. 이 남편은 결혼사기범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벌써 여덟번째 이혼을 한참이었던 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주로 재력있는 여자를 찾아내어 사랑고백을 하고 결혼한 뒤 크게 한 탕 하고 이혼하고 다른 여자를 찾아 또 반복하는 것. 아아, 나는 정말이지 어떤 면에서는 결코 남자를 이길 수가 없어. 이미 재력가였던 아내와 이혼하고 무속인과 결혼을 약속하며 돈을 뜯어냈다. 이 남자는 그 무속인의 신고로 경찰에 잡힌 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삶의 아이러니... 무속 신앙에 빠진 게 아니라 결혼 사기범이었다니.... 하하하하하... 삶의 아이러니. 다른 사람의 나쁜 앞날 점치며 굿을 하지만 결혼사기범앞에 돈뜯기는 무속인이라니. 삶의 아이러니... 결혼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 무엇이길래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그렇게 큰 돈을 주는가...... 여자들이여, 남자들한테 돈 주고 싶다면 푼돈만 주자.....이게 뭐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종교란 무엇인가.... 신앙이란 무엇인가....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우리는 누굴 믿어야 하나. 나를 믿어도 나를 내가 배신할 때가 있는데 우리가 다른 것을 믿는 것은 과연 계속해도 좋을 것인가..... 남편은 무속신앙을 믿었고(물론 믿는 척한거지만), 아내는 남편을 믿었고, 무속인은 사랑을 믿었어.....

몇개월전에 개봉했던 영화 [토이스토리 4] 에서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사랑받고 싶었던 캐릭터가 나온다. 그런데 사랑받을 수 없게 되니 절망하고. 사랑을 간절히 원했으니 그게 오지 않으면 절망하는 거다. 반면, 혼자 자유로운 캐릭터도 있었다. 주인을 찾고 싶다는 욕망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 삶을 살던 캐릭터. 그렇기에 자유로운 캐릭터.

사랑은 사랑을 믿는 사람에게 힘이 세지만, 그러나 결코 사랑이 유일한 답이 될 수는 없다. 사랑 너무 믿지마요...



믿는다는 것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다가 결혼사기범에게 뒷통수 맞은 얘기였다.



마침, 정희진의 신간을 읽다가 종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어 옮겨오겠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에서 발표한 신자 숫자를 합치면 총인구보다 많다. (p.37)



















남편이 새로운 사기대상인 무속인을 찾았고 그렇게 양다리(?)를 걸치다가 아내와 이혼하고, 그 후에 또 새로운 사기대상을 찾는 걸 본 아빠는 말했다.


"한 명 사랑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저렇게 여러명을 사랑하냐."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아빠는 사랑을 하니까 한 명만 해도 힘든거야. 저남자는 사랑을 안하니까 두명이든 세명이든 여러명이든 가능한거고. 사랑을 안하면 쉬워. 사랑을 하니까 어려운거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응 알지."




나는 역시 나를 믿어야겠어... 내가 믿을 건 나뿐.....





언젠가부터 노래를 잘 듣지 않지만 최근엔 테일러 스위프트를 종종 듣는다. 음악을 잘 듣지 않게된 순간부터 그러나, 그 해의 중심 혹은 사인이 되는 노래는 간혹 있어왔다. 어느 해에는 '에피톤프로젝트'의 <회전목마>였고, 어느 해에는 'Frances'의 <Don't worry about me>였다. 요즘은, 그러니까 2020년의 노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Me>다. 내가 어떤 기분에 처해있어도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아아, 갑자기 둠칫 두둠칫 몸이 반응해버려. 리듬을 타고 흥에 나를 맡긴다.. 둠칫 두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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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0-02-1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증 하나, 사랑의 불시착 현빈이 왜 안타까운 것인지..저 그거 너무 몰입해서 보고 있어서..궁금합니다.

다락방 2020-02-14 11:06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연기 못하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현빈 정장 입은 거 보고싶어서 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북한사람 연기 제일 못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북사랑 2020-02-1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미노피자에서 어제의 백선생님 방송에서, 종교인 통계까지 다락방님 글은 넘 재밌다 못해 중독성이 있어요^^

다락방 2020-02-14 17:31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흐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2-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롸..? 무속인이랑 바람낫나..?햇는데.. 결혼사기범전개...ㅋㅋ 믿을 건 다락방님 자신뿐 이라는 결말이 맘에 와닿아요! 오늘 전 피자는 어렵고 피자빵이나 하나 사먹어야겠네요 ㅋㅋ

다락방 2020-02-17 07:52   좋아요 0 | URL
ㅋㅋ 이 프로그램 보면서 울엄마아빠도 무속인이랑 바람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제부한테 얘기해주는데 제부도 무속인이랑 바람났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 어느 추리소설보다 놀라운 반전을 품고 있었습니다. 결혼사기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우리는 자신을 믿고 열심히 살아갑시다!!
 

내가 줌파 라히리의 단편 <지옥 천국>을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 페이퍼에서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ㅋㅋ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진선미 의원님을 만났다. 벌써 이 역에서 마주친 게 내 기억에만도 세 번이야. 진선미 의원님 좋아하므로 만날 때마다 반가워하며 인사했는데, 항상 돌아서고난 후에 후회를 했다. 으윽, 뭐라도 드릴걸, 으, 이 말을 좀 할걸, 으, 사진이라도 찍을걸.

그래서 어제는 일단 인사한 다음에, 아 뭐라도 드리자, 라고 생각하고 가방을 열었지만 드릴만한 게 1도 없었던 슬픔의 새드니스...하다못해 초콜렛이라도 들어있지 그랬니, 가방아... 어째서 읽다만 책 두 권만 들어있어 ㅠㅠ 그래서 잠깐 '이 책을 꺼내서 드릴까?'생각하다가, 관뒀다. 그렇게 인사만 하고 돌아서 가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치킨 주문하려던 걸 잠시 멈추고(네?), 다시 돌아가서 , '제가 항상 뵀어도 사진을 못찍었는데 찍어주실 수 있나요?' 여쭸다. 의원님은 '제가 감사하죠' 하면서 옆으로 오라고 하셨고, 심지어 팔을 이렇게 내밀어 주시며 '팔짱 끼세요' 해주셨어. 힝 ㅠㅠ 그래서 아무튼간에 내가 사진을 찍는데, 아마도 보좌관인건지.. 옆에 계신 직원분이 '제가 찍어드릴게요' 하고는 '저희 걸로 찍을까요?' 하시길래, '아뇨 제 폰으로 찍어주세요' 하고 내 폰을 내밀었단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사진을 찍었는데, 직원분이 '저희걸로도 찍을게요' 하고서는 또 찍으셨어. 여튼 그렇게 나는 사진을 찍은 것이다.





내가 진짜 연예인 봐도 사진에 관심 1도 없는 사람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선미 의원님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이런 사진 찍는 사람이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찍고 너무 흥분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원합니다, 지지합니다 뭐 이렇게 생각나는 흔한 멘트만 쳤는데 ㅠㅠ 돌아서면서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이 막 떠오르는 거다. 후원했다고도 할걸(작년엔 안했지만), N번방 신경 써달라고 할걸... 으윽, 아쉬운 거 투성인거다. 아무튼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았어. 갑자기 천국에 간 기분이 되어서 매우 기분이가 좋구나~ 나는 그렇게 이 사진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송하고 축하(?)를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는 '너가 좋아하는데 잘됐구나'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제는 엄마였다. 그쪽도 그쪽 카메라에 내 사진을 찍어갔다는 걸 안 엄마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다.



"야, 이제 진선미 의원실에서 전화오겠네."

"그치."

"도와달라고 너 스카웃 하겠구나."

"일이 그렇게 되는거지."

"너 직장 때려쳐야겠네."

"응."

"그러다 니가 국회의원 되는걸로 마무리 되겠네."

"엄마 생각도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다시 정신 차리고 치킨 시켜가지고 와인 꺼내와서 축배를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치킨은 예정에 있었음)




어제는 잠자리에 들어서 '매우 좋은 하루였다' 하게 되었는데, '아 다 좋으네' 하면서 그 기분을 오늘까지 유지시키고자 오늘 핸드폰의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아니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들이 진선미 의원님을 몰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니미럴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나는 진선미 의원을 모를 수도 있다는 걸 상상을 못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내가 사진을 보여주자 다들 저 사진속의 코로나 예방에만 신경을 쓰는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들이 호응을 안해. 그래서 내가 '진선미 의원 몰라요?' 물어보니 다들 네.. 한다. 하아. 자랑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지... 하아. 시무룩. 털썩.



내가 일전에 이런 페이퍼를 쓴적이 있다. ☞ https://blog.aladin.co.kr/fallen77/5595062


이 페이퍼 속에는 내가 쓴 이런 구절이 있다.


<영화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밀란 쿤데라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고 으스댈 수 있었던 것은, 밀란 쿤데라가 어떤 사람인지 여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밀란 쿤데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백 번 말한들 무슨 소용일까. 이게 얼마나 으쓱한 일인지 도무지 알아줄 수 없는데.>


이 페이퍼를 2012년에 썼던데, 아아, 나란 얼마나 현명한가. 세상 살아갈 모든 지혜를 살면서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나는.. 정말 대단해. 나는 짱이야!




어젯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좋은 하루였다', '좋은 하루의 마무리였어' 할 수 있었던 건, 진선미 의원님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책친구들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학책을 같이 읽는 친구들과는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제 그 중 한 명이 '요즘 참 좋다'고 하는거다. 책을 읽고 거기에서 오는 것들을 같이 이야기나눌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나는 그 친구가 이 분위기, 이 모임의 성격 자체를 스스로 좋아하는 게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좋다' 같은 걸 느끼는 일은 사실 누구나에게 언제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같은 상황이어도 그걸 깨닫지 못할 수 있고, 같은 상황이어도 그 분위기를 싫어할 수도 있는 건데, 이렇게 책 얘기하는거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좋다, 고 말할 수 있다니.. 정말 좋잖아! 내가 참 잘했다...(다시 셀프칭찬하기)

어제는 정말이지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사실 궁극적으로 바라는 형태의 친구가 아닐까. 어제는 내 삶이 참 다행한 축복들로 이루어졌구나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내게는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있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은 여성학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


여러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가 이렇게나 좋습니다.

내가 이걸 하다니...............





















아, 지옥천국!

지옥천국에 대해서 얘기해야지, 까먹지 말고.
















어제 정희진쌤의 신간 1권을 읽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이 책은 2권까지 나와있는 상태. 으응, 이거 1,2권이구나, 해서 두 권을 다 샀고 뭐 먼저 읽을까 하다가 1권 먼저 시작했는데, 여러분...

이 시리즈 5권까지 나온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앞으로 살 것이 세 권이나 더 나온다는 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기분 뭔쥬알죠. 좋으면서 싫은거.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계속 읽을 수 있다니 너무 좋은데, 그거 다 돈주고 사야하니까 또 막 좋기만한건 아닌 그런 기분. 작가를 응원하며 계속 써주길 바라는데, 그런데 계속 쓰니까 계속 사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지옥천국이구나, 하였다. 우걀걀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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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3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2-14 10:03   좋아요 0 | URL
저도 진선미가 강동구 의원이라 너무 좋아요! ㅎㅎ

테레사 2020-02-1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방에 들어있는 것이라곤, 읽다만 책 두권이라니....ㅎㅎ 역시 다락방님 답네요. 저는 읽다만 책 한권과 바나나, 브로콜리, 시금치와 그것들에 뿌려먹을 참깨드레싱을 가지고 있었는데...아 ..가방아..나의 가방아...

다락방 2020-02-14 10:04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간식도 가방에 막 있고 그러는데 이 날은 없었네요. ㅋㅋㅋㅋㅋ
바나나만 들어 있었어도 꺼내서 드릴 수 있었을텐데.. 으으...

blanca 2020-02-1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다락방님이 정말 부러워요. 저는 벼르고 별렀던 대장내시경의 충격적인 여파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살도 더불어 한 3키로 빠졌다지요. 몸이 안 좋으니 세상만사 다 우울하네요. 다락방님이라도 행복하고 활기찬 하루 보내고 계시니 대리 만족됩니다.

다락방 2020-02-14 10:05   좋아요 0 | URL
아, 그 힘든 대장내시경 말씀이십니까! 대장내시경 할 때보다 하기 위해 약 먹는 게 너무 고통스럽지 않나요? 그 포카리스웨트맛의 약... 먹으면 너무 춥고...
몸 안좋으면 정말 급속하게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어서 빨리 컨디션 회복하실 수 있기를 바랄게요. ㅠㅠ

vango 2020-02-1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가방엔 뭐가 들어 있을까나?

텀블러 독서대 다이어리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쬬꼬렛

다락방 2020-02-14 10:06   좋아요 0 | URL
독서대 까지 들어있다니.. vango님 가방도 제 가방 못지않게 무겁겠어요! >.<

카스피 2020-02-1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좋아하시는 정치인과 사지을 찍으셨다니 넘 좋으셨겠네요^^

다락방 2020-02-17 13:44   좋아요 0 | URL
네 무척 좋았답니다. 흐흐

잠자냥 2020-02-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국회의원 나오시면 제가 이사를 가는 한이 있더라도 락방 님 지역구로 가서 1표 찍어드릴게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2-17 13:45   좋아요 1 | URL
아니, 잠자냥 님! 이런 아름다운 댓글이라니요. 제가 잠자냥 님의 표를 얻고 싶어서라도 국회의원에 나가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트윗에서 저를 블락한 사람이 5백명도 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냥 조용히 책이나 읽는 사람인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감사합니다! >.<

잠자냥 2020-02-17 14:09   좋아요 0 | URL
블락 500명에서 커피 뿜을 뻔했어요. ㅋㅋㅋㅋㅋ 원래 인기 많은 분이 미움과 질시도 많이 받는 법. ㅎㅎㅎ아무튼 아쉽네요. 락방 님이 나가시면 여성 문제 해결에 누구보다 앞장서실 거 같은데... 다음에 진선미 의원님 또 만나면 N번방 사건 신경 꼭 써달라고 말씀드리세욧~!!

다락방 2020-02-18 08:36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안티 많을 타입이라는 건 알지만 오백명 이상이 저를 블락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시대의 미움꾼입니다,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요, 잠자냥 님. 털면 먼지가 엄청나게 나는 사람이라 정치권엔 발을 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럼 이만.....
 

대학 시절 축제기간에 노래자랑 코너가 있었다. 정확히 그 의도는 지금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단순히 즐기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대결이었는지는. 어쨌든 사람들이 모였고, 노래방 기계 같은 걸 가져다두고 지원자들이 순서대로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 한 명(학생1)이 한영애의 <누구없소>를 불렀는데, 진짜 잘 부르는거다. 모인 사람들 모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나 역시 감탄하며 박수를 보냈었고. 그 학생이 끝난 후 다음 학생(학생2)은 하수빈의 노래를 불렀던 것 같은데(이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갑자기 좀전에 한영애의 노래를 잘 불렀던 학생1이 일어나 마이크를 가져오더니, 본래 부르려던 학생2 보다 더 큰 목소리로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내며 그 노래를 함께 부르는거다. 학생2는 자기가 불러야할 시간인데 온전히 주목받지 못했다. 학생1이 끼어들었기 때문이고 더 큰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곡가수의 특징을 잡아내서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모인 사람들중 일부는 학생1이 노래를 부를 때 더 크게 웃고 박수를 쳤다. 나는 불쾌했다. 이건 아닌데, 하는 느낌이었다.


학생1은 충분히 잘불렀고 뛰어나게 잘불렀다. 굳이 학생2의 순간에 끼어들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다 학생1이 잘 불렀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었다. 그런데 한 번 엄청난 환호를 받고나니 멈출 수 없는것이었을까. 왜 학생2의 무대에 자기가 끼어든걸까. 대체 왜. 그 순간의 주인공은 오로지 학생2여야 하지 않았는가. 어째서..


이 일은 내게 너무 강하게 남아있다. 다른 사람의 무대를 빼앗는 일, 다른 사람의 박수갈채를 빼앗는 일, 누군가의 성취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일로써.




이 과거의 일이 생각난 건, 내가 다큐 <미스 아메리카나>를 봤기 때문이었다.




유명한 가수인지라 그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사실 나는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노래를 들으면 한두곡쯤 내가 아는 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노래를 찾아 들어본 적도 없고. 이 다큐를 보고서야 그녀가 노래하는 장르가 컨트리 뮤직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녀가 매우 젊은 가수라는 것도. 또한, 매우 영향력 있는 가수라는 것도.



테일러 스위프트는 열세살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열여섯살에 데뷔를 하고 열일곱살에 '최우수 여성비디오상'을 수상하는데, 많은 사람들앞에서 그 상을 타게 된 기쁨을 발표하고 있던 순간에, 이미 너무나 유명한 '카니예 웨스트'가 무대 위로 올라완다. 그 상을 수상한 건 테일러 스위프트였고, 그러니 그 무대의 주인공은 당연히 테일러 스위프트인데, 카니예 웨스트는 '너는 잠시후에 다시 말하게 해줄게' 라며 그 무대의 시선과 분위기를 모조리 빼앗아 가더니,


"최고 영상은 역시 비욘세가 짱이다!"


라며 비욘세 칭찬을 하고 있는 거다. 맙소사.




테일러 스위프트는 고작 17살 이었다. 게다가 카니예 웨스트는 이미 유명한 가수였고. 거기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뭐라고 해야했을까?

그 자리에 참석한 관중들은 이 황당한 상황에 모두 카니예 웨스트를 향한 야유를 퍼붓는다. 그는 해서는 안될 짓을 했으니까. 어린 여자가수의 무대를 빼앗고 어린 여자가수의 성취를 빼앗았으니까. 그가 받는 야유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이미 이름과 지위가 있는 사람이, 게다가 나이도 테일러 스위프트보다 12살이나 더 많은 남자가수가, 도대체 왜 그 무대에 들어와 그런 짓을 벌이는가. 그러나 그 야유가 카니예 웨스트를 향한 것이었을 지언정, 그 무대위에 서있던 사람은 테일러 스위프트였고, 이 열일곱살의 어린 가수는, 그 무대 위에서, 그 야유가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절망한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사람들이 야유를 했다.



카니예 웨스트 개인으로 테일러 스위프트보다 비욘세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건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다수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나 역시 좋아하리란 법은 없으니까. 그러니 그 날 그 상을 탄 게 비욘세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카니예 웨스트가 서운하고 속상했을 수도 있다. 말도 안돼, 이건 비욘세 꺼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날 상을 탄 건 테일러 스위프트였다. 그가 혹여라도 자신이 역시 계속해서 비욘세를 최고의 가수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가 비욘세를 만나 직접 전했으면 될 일이다. 비욘세, 내 말좀 들어봐, 오늘 네가 상을 타진 못했지만 나는 네가 여전히 최고의 가수라고 생각해, 라고 말했으면 된다. 그 자리에는 비욘세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는 그렇게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성취를 빼앗음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전한다.



사실 그가 정말 비욘세를 지지했기 때문에, 그걸 전하고 싶어서 그 무대에 올라온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런 가능성보다는 '잘 나가는 어린 여자가수'의 성취를 그저 빼앗고 싶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게 그에게 '가능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 자리에 엘비스 프레슬리가 있었다거나, 샘 스미스가 있었다거나 했다면, 그가 감히 올라와서 마이크를 빼앗아 '나는 비욘세가 훌륭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는 '그래도 되니까', '그것이 가능하니까' 어린 여자가수의 마이크를 빼앗았던 것이다. 마땅히 그 가수의 몫이었던 것을 빼앗아간거다. 이 얼마나 괘씸한가.



게다가 그는 그 후에도 '테일러 스위프트랑 섹스할 수 있다고 생각해'같은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 진짜 씨방새.. 이건 테일러가 알고 있었다 모르고 있었다로 말들이 오고간 모양인데, 설사 테일러가 알고 있었다고 해도, 대체 그런 노래를 만든 게 뭐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실제 살아있는 젊은 여자가수를 가사에 넣어 섹스할 수 있다고 생각해 같은 가사를 쓴 게 퍽이나 자랑스럽겠다. 그걸 노래랍시고 만들고 부르는 게, 뭐 그렇게 자랑할만한 일이라고 허락을 했네 안했네.. 허락 안받고 한거면 진짜 쓰레기고 인간 말종이지만, 허락을 받았다고 해도 그 노래 부르는 자신을 좀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나.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양반이...




이 어린 가수가 살아남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녀는 연애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카니예 웨스트의 노래에 들어간 일 때문에도 계속 사람들의 말에 시달려야했다. 남자든 여자든 텔레비젼에 나오는 엠씨들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생활을 욕하고,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욕했다. SNS에는 테일러 스위프트 거짓말쟁이고 너무 싫다고, 카니예 웨스트덕에 유명해진 거라고 쉴 새없이 올라온다. 사람들이 자신을 이렇게나 싫어하는걸 순간순간 목격해야 했던 그 때 그녀는 고작 이십대 중반이었다. 세상은 젊은 여자 연예인에게 이렇게나 잔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라디오DJ 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이 일을 폭로한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오히려 DJ 로부터 고소를 당한다. 법정에 갔을 때 그녀는 가해자의 편을 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란다. 법정에서 그녀는 '왜 소리를 지르지 않았냐, 왜 더빨리 반응하지 않았냐, 왜 그로부터 멀리 있지 않았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그녀에게는 이 성추행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일곱명이나 있었고 사진도 있었는데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에 씁쓸해한다. 이 싸움은 이겨도 성취감이 없는 싸움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목격자가 있는 자신도 이런데, 아무도 못본곳에서 강간당한 여자들은 대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그녀는 생각하게 된다. 아무도 믿지 않을까봐 차마 말하지도 못하고 있는 여자들에 대해 떠올린다.



그녀는 그간 정치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연애 노래만 부를 거예요, 로 자신의 태도를 유지한다. 부시 대통령에 반대한다는 '딕시 칙스'가 멍청하다, 창녀, 불타버려라, 등신, 무식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던 걸 본 까닭이다. 정치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성추행 사건을 겪으면서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이상 참지 않겠어. 참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어.


이에 그녀의 가족이나 팀원들은 너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지 말라고 한다. 투어티켓 판매가 반으로 줄어들거라고. 그러나 그녀는 진작에 그러지 못한 걸 후회한다며, 앞으로도 후회하고 싶지 않기에 1억명의 팔로워를 가진 자신의 SNS 에 선거 독려를 한다.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음을 선언한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원이 테릴러 스위프트의 고향인 테네시주에서 당선될 확률이 높은 까닭이다. 그녀는 말한다. 여성폭력 방지법의 재승인에 반대하는 사람을, 동성애자의 결혼에 반대하며 성평등 임금에 반대하는 사람을 자신은 지지할 수 없다고. 그녀는 이제 말할 수 있어서 체증이 내려간 것 같은 기분이라 말한다. 그녀의 그간 침묵에 공화당원들은 그녀가 자신들의 편일거라고 생각했다가 놀라는데, 침묵은 이런 거다. 침묵은, 결코 약자에게 내 힘을 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녀의 선거 독려로 인해 선거율은 높아졌지만, 그녀가 지지하는 사람은 선거에서 패했다. 그녀가 진것이다. 그녀는 졌지만, 다음 세대들이 그걸 바꿔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그대로 담아 노래를 만든다. 다음세대들이여, 달리라고, 너희들이 바꿀 수 있다고.






그녀는 나이들면서 이제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는지를 알겠다. 그녀는 매순간 노래에 대해 생각하고 만든다. 자신이 직접 곡도 가사도 다 쓴다. 그러다보니 그 순간에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라든가 감정에 대해 노래할 수 있었다. 그간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지 않아 잘 몰랐지만,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가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잘 몰랐던 가수였는데, 이렇게 한 편의 다큐로 한 어린 여가수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는 게 좋았다.



만약 지금, 지금 다시 그녀에게 최고의 비디오상 수상자가 되는 영광의 순간이 온다면, 그런데 누군가 예전처럼 무대로 난입해 그녀의 성취를 가로채려 한다면, 그녀는 바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침묵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것봐, 당장 내려가, 지금 이 순간은 내 순간이야, 지금 이 무대의 주인공은 나야. 실제로 그녀는 최근의 무대에서 그때를 떠올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자란다. 단순히 육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영혼도 함께 성장한다. 육체와 영혼이 함께 성장하면서 더 강해진다. 어릴 적에 뭣도 몰라 내가 이룬 성취를 빼앗겼다면, 빼앗기지 않을만큼 지킬 수 있을만큼 강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건 언제나 짜릿하다.


자신의 성취를 나이 많은 남자에게 빼앗겼던 어린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랐고, 이제 자신의 성취에 대해 온전히 기쁨을 표현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성취를 빼앗기지 말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었다. 너무 짜릿하지 않은가.



요즘에는 오랜만에 음악을 듣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이것저것 들어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점심먹으러 나가는 그 짧은 길에, 이 노래를 자주 듣는다.









가사를 외워서 따라부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예전엔 좋은 팝송 있으면 가사 프린트해서 달달 외웠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젠 그만큼의 열정도 없고, 작은 글자는 보기도 힘들어... 노안이여.....




그래도 들어봐야지, 라고 음악 듣고 싶은 열정에 다시 조금이나마 불을 지펴준 가수가 생긴 게 너무 좋다 ㅋㅋㅋㅋㅋ 요즘 음악없는 삶을 살아왔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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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20-02-07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웃음과 예리한 비평에 겨울 시원한 냉면을 먹는 맛~~^^ 감솨여...

다락방 2020-02-10 14:24   좋아요 0 | URL
으하핫 별말씀을요! 평양냉면 먹고싶네요....

캐모마일 2020-02-0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욘세도 절래절랳하지 않았을까요.

다락방 2020-02-10 14:25   좋아요 0 | URL
관중석에 있던 비욘세도 갑자기 불린 자기 이름에 당황하더라고요. 어휴...

단발머리 2020-02-0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에게는 이 성추행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일곱명이나 있었고 사진도 있었는데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에 씁쓸해한다.˝

아하.... 미국도 우리랑 별 차이 없다,에 절망스럽네요.
그런데도 캡처해주신 거 읽으니까 막 뭉클하면서 완전 감동적이네요. 테일러 스위프트 너무 멋져요!!!

다락방 2020-02-10 14:26   좋아요 1 | URL
이게 다 보고 자막 올라갈 때 테일러 스위프트가 소녀들에게 달리라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작사작곡한 노래가 나오거든요. 그때 진짜 눈물이 왈칵.. ㅠㅠ

이제 자기 입에 붙여졌던 테이프를 떼겠다고 하더라고요. 응원합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여성 아티스트들이 계속 말했으면 좋겠어요!

비연 2020-02-0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런 사람이었군요. 멋지고.. 대단합니다!

다락방 2020-02-10 14:26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랐다가 이 다큐 보고나서 덕분에 그녀의 노래 몇 곡을 알게 되어 듣고 있어요. 후훗.
 

어제 친구랑 와인을 마셨다. 친구는 운전을 해야해서 웰치스 마시고 나는 와인 한 병 시켜놓고 홀짝홀짝 마셨는데, 한잔이상 정도가 남은 상황. 다 마시기는 힘들고 싸가야지, 했는데 병째 들고가자니 너무 거대하게 느껴지는 거다. 마침 내 가방 안에는 텀블러가 있었아. 오호라. 나는 텀블러에 와인을 따라가지고 백팩에 넣었다. 친구는 '음, 흘리진 않을까' 염려했지만, 내 가방에 책이 세 권 들어있었고, 그 옆에 텀블러를 넣은 거라 딱히 위험할 것 같진 않다며 나는 걱정하는 친구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양재역에 도착했는데, 마침 지하철이 도착한 게 아닌가. 그래서 계단을 다다다닥 뛰어내려가서 안전하게 똭- 타버렸고, 타자마자, '앗, 와인!' 하고 헐레벌떡 자리에 앉아 나는 백팩을 열었던 것이야.


그리고

이내

처참한 장면을 목격한다..






이게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 권중 이 한 권만 이렇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이 책 아직 읽지 않은 새 책이고 게다가 선물받은 책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슬픔의 새드니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가방 안에 넣어가지고 다니던 휴지를 꺼내서 열심히 열심히 닦아보려고 하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 되질 않았고 ㅠㅠㅠㅠㅠㅠㅠ그렇게 슬픔을 가득 안고 집으로 갔던 것이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너무 사랑하는 책과 그에 못지않게 내가 사랑하는 와인이 만났는데, 왜 그 결합은 슬픈걸까. 좋은것과 좋은 것이 만나면 더 좋아져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가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모르겠어. 버터 맛있고 청경채 맛있으면 버터에 청경채 볶아 맛있게 나와야 하는데, 그 날 나는 처참하게 실패하고 울면서 버터된장찌개를 끓였었지.. 아아, 앤 타일러 님의 명문이 생각납니다.








정말이지 폴린은 좋은 사람이었다. 그건 마이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둘이 함께 사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앤 타일러, 아마추어 메리지, p.230)







나는 텀블러를 꺼내 들고 가기로 한다. 그러나 어제 날씨가 얼마나 추웠나. 장갑도 안가져왔는데 이걸 들고 바깥에 나갈 생각을 하니 너무 고통... 내가 이럴 필요가 뭐있나 싶어 오금역 화장실에 들러 텀블러의 와인을 다 쏟아 버렸다. 어차피 버릴 거면 그냥 남기고 올 것을, 괜히 싸들고 와서 책까지 슬프게 만들어버렸잖아. 어리석은 선택이여... ㅠㅠ 텀블러에 넣을 때만해도 세상 알뜰하고 천재적이라고 자부했건만.. 나여...

하아-

똥같은 세상..


점심에는 콩나물국밥에 돈까스나 추가해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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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2-0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아 와인아 ㅠㅠ그래도 잘 말려 보면 와인향을 느끼며 독서가 가능하다..해도 위로가 안 되겠지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2020-02-06 11:32   좋아요 1 | URL
하아- 제가 무슨 짓을 한걸까요. 돌아서야 할 때를 알고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다운것을.. 저는 아름답지 못하였습니다. 흑흑. 그래도 점심은 맛있게 먹어야지요. 훗.

잠자냥 2020-02-0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인가 했더니 역시 와인이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와인에 취하듯 저 작품에 흠뻑 취하시길 바랄게요~ ㅎㅎ

다락방 2020-02-06 11:32   좋아요 0 | URL
너무 사랑하면 집착에 이르게 되고 집착을 하면 끝이 이렇게나 안좋습니다. 집착을 버리자, 지나치게 사랑하지 말자...가 어제 제가 얻은 교훈입니다. 그럼 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02-06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06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lobe00 2020-02-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와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도서관책과의 만남보다 낫다고 위로드립니다..(상,하권 중 하권이라면 그야말로 비극 ㅜㅜ)
콩나물국밥 맛있게 드셨는지요~^^

다락방 2020-02-06 16:37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제 책이기에 망정이지 도서관책이었으면 정말 어쩔뻔 했어요 ㅠㅠ 조심 또 조심해야겠네요.
갑자기 마음 바뀌어서 점심에 칼국수 먹었어요. 김밥이랑 ㅋㅋㅋㅋㅋ

비연 2020-02-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점심에 복어지리. 복어탕수육. .. 껍질무침 앤드 튀김... 배터질 듯 먹으니 잠이 쏟아지는.. 그러나 곧 회의.
와인과 저 책의 만남이 이리 된 것에 으흑. 으흑. 그래도 책 재미나게 읽으시길...

다락방 2020-02-06 16:38   좋아요 0 | URL
저는 점심에 마음 바뀌어 칼국수랑 김밥 먹었는데 먹고 나서 배불러서 엄청 졸았네요. 이제 잠이 좀 깼는데 곧 퇴근시간이네요? 으하하하하하하하.
지금은 일단 다른 책 읽고 있습니다. 저 책은 제가 영원히 소장해야겠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0-02-0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너무 안타까워 마세요. 그 와중에 와인 연보락색 이쁘네요. 토닥토닥.
콩나물밥에 돈까스 추가되는 식당 좋으네요. 둘은 잘 어울려요^^

다락방 2020-02-06 16:39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그 어리석은 짓을 왜 벌인걸까 싶어요. 지금 하라고 하면 안할텐데 어째서 어제는 텀블러에 와인을 넣고 그걸 책 세권있는 가방에 넣은건지...어휴..... 바보바보 ㅠㅠ
저 오늘 칼국수에 김밥 먹었는데 ㅋㅋㅋ(순간의 변덕) 내일은 콩나물국밥에 돈까스 먹어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초록별 2020-02-0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와인이 그리웠나봅니다~~ 나중에 <증언들>의 내용은 또렷히 기억하실겁니다. 그리고 텀블러 넘 믿지 마세요~~

다락방 2020-02-06 16:40   좋아요 0 | URL
아, 책도 와인을 마시고 싶었나보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새로운 관점이네요. ㅋㅋ
그리고 텀블러는 너무 믿지 않기로 저 역시 어젯밤 생각했습니다. 히융..

han22598 2020-02-0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텀블러를 쓰지 않기로 했어요. ㅋㅋ 사실 텀플러 보다는 저의 덤벙대는 성격때문일 수도 있지만...저렇게 물들여진 책이면 가방이며....한두개가 아니에요. ㅠㅠ

다락방 2020-02-07 08:28   좋아요 0 | URL
저는 한 번 텀블러에 커피 넣고 가방에 다 쏟아져서 .. 세탁소에 가방 세탁 맡긴 적도 잇었는데.. 또 이랬네요. 아놔... 진짜 저도 텀블러 믿지 말아야겠어요. 마실 거 넣고 가방에 넣는 일은 이제 안해야지요 ㅠㅠ

moonnight 2020-02-0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 마시며 책 읽다가 엎질러서 책 많이 적셔본 일인..(체념-_-) 애트우드 여사님 안타깝네요ㅜㅜ 그나저나, 앜 와인을 버리셨구나 아깝ㅠㅠ 제가 곁에 있었음 원샷으로 해결해드렸을텐데용^^; 얼마전 영화 결혼이야기를 봤는데, 다락방님이 인용하신 글을 보니 다시 뭉클합니다ㅜㅜ

다락방 2020-02-07 14:42   좋아요 0 | URL
제가 안그래도 지하철안에서 ‘이 텀블러의 와인을 마셔버릴까..‘도 생각햇었는데, 그랬다가는 확 취할 것 같더라고요. 다음날이 쉬는 날이면 괜찮은데 또 출근을 해야해서... 으윽 버렸습니다 ㅠㅠ 아까워 ㅠㅠㅠ

저도 결혼이야기 봤어요!! 아내가 받게된 출연료를 극단돈으로 쓰자고 남편이 말할 때 엄청 빡쳤더랬어요. ㅋㅋㅋㅋㅋ

마태우스 2020-02-10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인사에 대해 답변을 오늘사 했어요 죄송해요 ㅠㅠ 글구 책 세권을 가방에 넣고 다니시다니, 두께도 상당한데 대단하세요.... 저는 요즘 책을 정략적으로 읽어요. 그러다보니 읽고픈 책이 있어도 그냥 흘려보냅니다 흑흑. 제 일이라서 그런지 와인 사건보다 그게 더 슬퍼 보여요 흑흑.

다락방 2020-02-12 16:42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백팩을 메고 다녀서 책 세 권이 가능했어요. 그렇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무거워요 ㅠㅠ

읽고싶은 책이 있지만 그냥 흘려보내신다니, 너무 슬프네요 마태우스님 ㅠㅠ
 















소설을 쓴다면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사상을 드러낼 것이다. 사상이 너무 거창하다면 평소 자기가 지향하는 바 혹은 지양한 것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표시가 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릴적에 '버지니아 앤드류스'라는 작가의 삶이 그렇게나 궁금했더랬다. 다락방에 갇힌 남매들과 근친상간을 그려내는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던걸까. 역자후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거기에서는 버지니아 앤드류스가 사고로 어릴 때부터 휠체어 생활을 하며 바깥에 나가지 않았었다고 적혀있었다.


소설에는 나쁜 인물이, 악한 인물이 등장할 수 있다. 당연하다. 그러나 그 악한 인물로 작가가 무얼 말하고자 하는가는 다른 얘기다. 악한 인물을 등장시켜도 우리는 악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고 딱히 악하지 않은 인물을 평범하게 등장시켜도 어떤 소설은 불쾌함을 던져줄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바로 생각나는 작품이 '사토 쇼고'의 [달의 영휴],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 이다.



박완서의 단편 10개가 실린 이 단편집을 다 읽고 책을 덮으면서, 박완서란 작가는 사람들이 재미삼아 뒷말하는 걸 정말 진저리나게 싫어하는구나, 했다. 왜 다른 사람의 삶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들 멋대로 그렇게 숙덕댄담.

특히 여고동창들이 그랬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도 여고동창들이 그렇게나 결혼 세번 한 거에 대해 숙덕대고 캐묻고 싶어 오지랖이더니,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에서는 동네 여자들이 모여 한 노인에 대해 숙덕댄다. 새로 맞은 남편과 잠자리는 가졌을까 어쨌을까, 돈 때문에 들어앉았을까 어쨌을까. <대범한 밥상>에서도 동창들이 모여 이제는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친구에 대해 얘기한다.




비행기 사고로 함께 여행하려했던 부부가 죽는다. 이 부부에게는 자식이 있었는데 여섯살,세살의 남매다. 졸지에 이 어린 남매가 부모 없이 남겨진 것. 이 부부는 각자 외동딸,외동아들이기도 해 이들이 죽고나자 이들의 부모는 역시 자식 없이 남겨져야 한다. 아내쪽도 어머니만 살아계시고 남편쪽도 아버지만 살아계셔 결국 살아남은 건 어린 남매와 이남매의 친할아버지,외할머니였다. 부부의 장례식장에서 아이들은 제 외할머니와 친할아버지 손을 꼭 붙잡고 있는데, 그 후로 이 넷이 함께 시골에 내려가 살게 되는 거다. 이 일에 대해서 동창들은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고, 끊임없이 이들에 대한 새로운 소문을 가지고 와 이야기들을 한다.그들이 살림을 합쳤다더라, 사망 보험금 나왔을텐데 돈에 환장을 했다 등등.



나는 이들이 함께 사는 게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고작 여섯살 세살인데, 그러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물론 한 명이 키우는 것이 세상에선 평범하게 받아들여지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면 체력에도 경제력에도 한계가 있을 터. 둘이 한다면 오히려 더 낫지 않겠는가. 어떤 연유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이들이 함께 산다는 걸 혹여라도 듣거나 보아서 알게 된다면, '응, 그래 그럴 수 있지, 오히려 그게 낫겠네, 혼자 보다는 둘이 함께인 게 낫지 않겠는가' 라고 나는 생각할 것 같은데, 이 동창들에게 그건 꽤나 해괴망측한 일인가 보았다. 누구도 친구에게 어찌된 영문이냐, 어떻게 살고있냐 그 사정을 물어보지는 않고 자기들 추측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낸다. 그건 아주 그들에게 재미진 이야깃거리다.




소문을 물어들이는 건 여전히 혜자였다. 사고 당시 경실이 사돈 영감은 지방도시 C시에 인접한 C군 군청 주사였다. 나는 주사라는 직위가 어느 정도의 높이인지 가늠할 수 없는데 혜자가 만년 6급이라고 얕잡아 말하는 투로 봐서는 그다지 높은 자리는 아닌 듯했다. 경실이가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사돈집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 홀아비 사돈영감하고 살림을 합쳤다는 것이다. 그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우리끼리니까 말이지 하도 해괴망측해서 입에 담기도 뭣하다. 그러면서 주위를 살피는 시늉까지 하면 세상에서 제일 고독하고 불쌍해 보이던 과부와 홀아비 사이에 느닷없이 썩어가는 과일 냄새 같은 부도덕의 낌새가 감돌기 마련이었다. (대단한 밥상, p.373-374)




손자손녀가 이제 고작 여섯살, 세살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제자식 잃은 설움을 삼켜가며 일단 눈앞에 놓인 아이들 키우는데 애를 써야한다. 놓인 상황 자체가 가슴이 턱 막힐 노릇인데, 그들이 함께 살기로 한 게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소설 속의 화자는 암선고를 받고 친구 경실이를 찾아 시골로 내려간다. 그리고 한껏 자기의 천박한 호기심을 채우고자 한다. 경실은 친구가 처음부터 그것이 궁금했을 거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게 척척 대답을 해준다. 그 안에는 어떤 천박함도 없다. 자식을 잃고 애끓는 부모가 있고, 어린 손주들을 돌보아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뿐이다. 




"직접적으로는 아무 얘기도 한 것 같지 않네. 오늘 저녁에 뭐 해먹을까도 아이들을 통해 물어보고, 영감님도 오늘 점심땐 하니한테 수제비 해달랄까, 이런 식으로 말했으니까. 깊은 속내는 말이 필요 없는 거 아니니? 같이 자는 것보다 더 깊은 속내 말야. 영감님은 먼 산이나 마당가에 핀 일년초를 바라보거나 아이들이 재잘대고 노는 양을 바라보다가도 느닷없이 아, 소리를 삼키며 가슴을 움켜쥘 적이 있었지. 뭐가 생각나서 그러는지 나도 알지. 나도 그럴 적이 있으니까. 무슨 생각이 가슴을 저미기에 그렇게 비명을 질러야 하는지. 그 통증이 영감님이나 나나 유일한 존재감이었어. 그밖의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더라. 남이 뭐라고 하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내가 아닌데. 소문뿐 아냐." (p.391)




아, 소리를 삼키며 가슴을 움켜쥐는 영감님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덩달아 나도 울컥해졌다. 혼자라면, 차라리 혼자라면 소리내어 울 수라도 있을텐데,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들이 함께 있으니 그저 가슴을 움켜쥘 밖에.


이런 사정을 모르면서 그렇게나 타인들은 쑥덕쑥덕, 그러면서 재미있어 하는 거다. 아이고 징그러워라, 아이고 끔찍해라. 들여다보면 징그럽고 끔찍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자기들의 재미는 좋기만 하다.







<대범한 밥상>을 읽다가 며칠 전 본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가 생각났다. 소문과 천박한 호기심 혹은 더 천박한 재미.



재훈(김래원)은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고 그래서 함께할 살림집도 전세로 구해놓았지만, 어느날 말없이 일찍 퇴근했다가 약혼녀가 다른 남자랑 함께 집에 있는 걸 보고 파혼을 하게 된다. 그 뒤로 그는 매일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신다. 술을 마시면 전여친에게 자니? 문자를 보내기 일쑤. 그렇게 사랑해 결혼까지 생각했으니 쉬이 용서도 되지 않고 잊혀지지도 않는거지만, 답도 없는 메세지를 보내고 또 보낸다.


선영(공효진)은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워 자신도 맞바람을 피웠고 그리고 남친에게 헤어지자고 했지만 남친은 헤어질 생각이 없다. 싫다는 그녀의 회식자리에 찾아오고, 출근길에 억지로 데려다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으.. 정말 싫은 남자의 전형이다.


그런 재훈과 선영이 같은 직장의 선후배로 만나 같이 일하게 되면서 서로의 속사정을 알게 된다. 재훈은 술취하면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버릇이 있고, 게다가 술을 마시면 진짜 하염없이 마셔서 넘어지고 다치고 아무튼 정말 싫은 남자의 전형인데 선영은 왜 점차로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지 나는 정말 모를일이다. 나였으면 정말이지 1도 좋아할 수 없는 남자인데 으으.. 그렇지만 뭐, 다른 사람이 나같으란 법은 없으니까.. 아무튼,


재훈과 선영이 사이가 좋아질 무렵, 회사내의 사람들은 선영이 함께 있는 단톡방인줄도 모르고 선영에 대한 험담을 한다. 그녀는 전직장에서 유부남 꼬셔서 짤렸다더라, 이번에도 우리 팀장 꼬시는데 잘 안되는 것 같더라, 그녀가 꽃뱀이라는 게시글도 있더라, 하며 링크까지 주고 받는 것. 그 단톡방에 있던 선영은 그 모든 것들을 다 보게 되는 거다. 그리고 당연한듯 퇴사한다.


그 소문은 전혀 사실과 달랐다. 그녀는 억울한 피해자였다. 그러나 그녀가 피해자란 사실을 그녀가 아무리 말하고 다녀봤자 이미 자신이 꽃뱀이 되어있었던 게 돌이켜지질 않았다. 사람을 사서 게시물을 지우고 지우고 해봤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재훈은 그녀에게 '너가 그게 아니라는 걸 사람들에게 말해' 라고 하지만, 그녀는 이미 전직장에서 해볼만큼 해본 터였다. 이미 바깥으로 내뱉어지고 굳어진 그녀에 대한 이미지, 그 소문에서 사람들은 '사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거다.




그녀는 퇴사 후에 그 회사의 회식자리에 술을 마시고 찾아온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그들 각자에 대해 떠도는 얘기들을 폭로한다. 사장을 짝사랑하다 차여서 결혼도 못하고 있다더라, 남자들만 꼬시는 게이라더라, 고자라더라, 띠동갑 만나는 남자 전자발찌라고 부르는 거 알고 있니. 나만 그런 이야기가 도는 게 아니었어, 너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 하나하나 다 얘기하는 거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묻는다.



"진심으로 이게 재밌어요?"



소문의 당사자가 된 다음에야 그것이 재미있을 리 있겠는가. '그렇지않다'고 해명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고, 포기하고 체념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더 오랜 시간들이 있을 뿐.


폭로에 앞서 선영은 그런 얘기를 한다. 초등학교시절 자신을 때린 남자애가 있었는데 선생님이 '그렇다고 너도 때리면 너도 똑같은 애가 된다'고 했다는 것. 그런데 선영은 똑같은 사람 되기 싫어서 정신승리 하느니, 그냥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대범한 밥상>에서 그리고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나는 나 역시 재미 위주로 흥미 위주로 누군가에 대해 어떤 말들을 듣고 전하지 않았는가 떠올려보았다. 거침없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 지금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해도, 내가 그런 순간들을 때로는 즐긴 적이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다른 사람들이 재미삼아 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적도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천박한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질낮은 험담의 대상이 되어 이리저리 튕겨다녔을 것이다.


모든건 아주 단순하다.

내가 소문속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다른 사람 역시 소문 속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으면 된다.

누군가 나를 농담의 소재로 삼는게 싫다면 나 역시 다른 사람을 농담의 소재로 삼지 않으면 된다.

누군가가 괴로워하는데 나는 웃는다면, 그건 더이상 농담도 유머도 아니다. 그건 그저 괴롭힘일 뿐이다.



국민학교시절 열심히 교회를 다녔었는데, 그때 어쩐일인지 성경책을 펴본 일이 있다. 평소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그 때는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6학년 때였던 것 같다. 내가 무작위로 그냥 성경책을 확 펼쳤을 때 나온 부분은 마태복음  7장 1절이었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 마태복음 7장 1절(인터넷 검색으로 찾음)




어릴 적에 스스로 찾아본 때문인지 잊히지 않는 구절이다.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겠다.


아침 해가 며칠전보다 빨리 뜨고있다. 저녁 해는 그전보다 좀 늦게 지고. 이런 변화가 나는 반갑다. 내가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어둠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환할 때 움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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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5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2-06 08: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비소가 뭘까... 궁금해하면서 결국 독약으로 이해한 것 같아요. 쥐약, 독약.
저는 다락방의 꽃들 읽으면서 섹스가 어떻게 하는건지 알게되었어요. 엄청 충격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으..
그 책 읽은 게 저한테는 너무 강한 인상을 줘서 버지니아 앤드류스 책은 다 찾아 읽었더랬어요. 그리고 지금의 제가 되었지요.......... (응?) ㅋㅋㅋㅋㅋ

han22598 2020-02-0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박한 관심과 소문을 즐기는 사람일 수록 자신을 드러내길 두려워하지요 ㅎㅎ..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그럴까봐..ㅋㅋ

다락방 2020-02-06 09:00   좋아요 0 | URL
남얘기 하기는 너무 쉬운 것 같아요. 그냥 하면 되는거니까요. 그렇게 소문이 만들어지고 그 소문은 당연히 부풀려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당사자는 괴로워해야 하지요. 어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