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피곤했는데도 술을 마셨더니 어제의 피로도는 정말이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저녁을 늦게 먹은 터라 소화시키고 자야한다고 거실 텔레비젼 앞에 앉았지만 수차례 하품만 해대니 엄마가 얼른 들어가 자라고 하셨다. 그 때 시간이 밤 아홉시. 나는 잘게, 하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앉았다. 아홉시 반까지 책을 읽다 자야지, 하고 출근길에 읽던 책을 펴들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인데, 나는 이 책을 이렇게 뒤늦게 읽기 시작한 것. 몇장 읽지 못했기 때문에 거의 앞부분인데, 나는 읽다가 49페이지의 이런 구절을 만나게 된다.





이미 앞서 버지니아 울프는 남자를 M 이라고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니 여자를 W 이라 일컫는다고 하는 게 이상할 건 없다. 오히려 매우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저 괄호안의 문장 때문에 나는 몇 번이나 저 분홍 형광펜 그은 문장을 여러차례 읽었다. 여성을 W 라 부른건 알겠다, 그런데 그게 왜 '간(肝) 결함' 때문일까... 이게 이해가 안되는거다. 도대체 저기에 숨은 뜻은 뭘까? 왜 여성들은 간에 결함이 있다는걸까. 그 당시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간이 약했나? 왜 남자는 M 이라고 부른다고 했으면서 여자는 간 결함 때문에 W 라고 부른다는걸까... 아 글 왜이렇게 어려워 ㅠㅠ 이렇게 됐던거다. 그러다 또 꾸벅 졸고, 다시 저 문장 읽고, 왜 간 결함 때문에 W 라 부를까... 간 결함에 대한 약자인가..그냥 우먼 약자 아닌거야? 간하고 결함이 대체 영어 단어로 뭐길래 w 야.. 간 리버 아니야? 결함은? 결함이 내가 모르는 단어가 w 로 시작되나... 꾸벅 졸다가 다시 저 문장 읽고..를 몇차례 반복했을까. 그냥 집어던지고 잠을 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

나는 지하철에서 다시 이 책을 꺼내든다. 그리고 다시 저 문장을 읽으면서, 아이참, 왜 여자들 간에 결함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또 이랬다가 갑자기, 퍼뜩, 앗!!


간결함!!

간결함 이구나, 간결함!!

네이버 어학사전에 의하면 '간단하고 깔끔한' 의 뜻을 가진 그 간결함. 영어로는 concise의 그 간결함. 아, 간결함이었어!! 윗줄에 '간' 있고 밑에줄에 '결함' 있어가지고 내가 '결함 오브 간' 이라고 생각했어. 아아 나여........... 내가 진짜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ㅠㅠ 출근길에 결함 오브 간을 concise 로 비로소 이해하고 나서 아아, 출근길의 독서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된다. 잠자리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을 출근길에 이해한다... 독서여.......


흑흑 ㅠㅠ

어제치 나의 멍청함을 반성합니다 ㅠㅠㅠ

피곤해서 그랬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 몇 페이지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은 진짜 짜릿하다. 그러니까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픽션'에 대한 강연을 요청 받는다. 여성과 픽션에 대해 좀 자료를 찾아보려고 대학의 도서관에 들렀는데 여성은 입장할 수 없다는 얘기에 돌아서고야 만다. 씁쓸한 마음으로 다음날 런던으로 가 대영박물관으로 간다. 거기에서 그녀는 '남성에 의해 쓰여진' '여성에 관한 책'이 매우 많다는 데 경악한다. '여성에 의해 쓰여진' '남성에 관한' 책은 한 권도 없는데 말이다. '여성과 픽션'이란 주제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건데 그녀는 왜 남자들은 포도주를 마시고 여자들은 물을 마시는지, 왜 여자들은 가난한지, 왜 여자들은 자기만의 방이 없는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걸 이렇게 글로 풀어낸 거다. 이렇게 많은 남자들이 글을 써댈때 여자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얼했던걸까. 그녀에게 여성과 픽션이란 주제를 던져준 것은, 픽션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을 고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많은 남성들이 대체 왜 여성들에 대해 얘기하는가. 그리고 그들 모두가 주장한 여성에 대한 특성이 왜 이렇게도 극과 극인가. 여성은 가르쳐봤자 열등하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없다고 하는 남자들이 있고 여성들이 월등해서 남자들을 이길거라 교육 받게 해서는 안된다고 하고. 대체 여성들은 뭐기에 남성들은 여성의 특성에 대해 이다지도 말들이 많아? 그녀는 이에 대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X 교수'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하나의 얼굴, 하나의 형체를 그리고 있었지요. 그것은 '여성의 정신적, 도덕적, 신체적 열등성'이라는 제목의 기념비적 연구서를 집필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X교수의 얼굴이자 형상이었습니다. 내 그림에서 그는 여자들에게 매력적인 남성이 아니었지요. 그는 육중한 몸에 턱살이 매우 늘어졌으며 거기 균형이라도 맞추는 듯 눈은 아주 작았습니다. 그는 얼굴이 아주 붉게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그의 표정은 어떤 불쾌한 벌레를 죽이듯이 펜으로 종이를 찌르게 하는 감정에 휘둘려 일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는 그 벌레를 죽였을 때조차도 만족한 듯 보이지 않습니다. (p.49-50)




당시에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더 교육을 받고 더 돈이 많으면서도 대체 '왜!' 여성들에 대해 글을 쓰는걸까.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객관적인 사실 자료들을 가져와 보여주는 걸까? 그런 글을 쓰는 걸까?



그것들은 진실의 흰빛이 아니라 감정의 붉은빛으로 쓰였으니까요. (p.52)



연구 가치도 없는 것을, 읽을 가치도 없는 것을, 그러니까 여성에 대한 험담 그 자체를, 여성이 얼마나 열등한지를 빡쳐서 쓰는 그 글들을 도대체 왜 이놈이나 저놈이나 써대는가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거기에  X교수를 소환함으로써, 그것이 바로 '본인의 열등함을 감추기 위한 방법'임을 드러낸다. 내세울 게 없고 자랑할 게 없고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 그런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야를 드러내기 위해서 할 수 있었던, 스스로가 생각한 유일한 방법. 그건, 다른 사람을 내 밑으로 깔아뭉개기.


이미 다른 사람들이 익히 해왔던, 하고 있던 '여성 깔아뭉개기'에 동참함으로써, X교수는 그들과 동지가 된 느낌을 가질 것이고, 그들과 한편인 느낌을 가질 것이고, 아무리 자기의 외모와 능력이 어떻든간에, 그래도 어쨌든, '열등한 여자들보다는' 나은 남자니까, 스스로의 자부심을 북돋기 위해 저런 짓거리를 해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도 그러했으니, 그런 그를 부둥부둥 해주며 그것이 글이 되고 책이 되는데 힘을 보탤 것이고, 또 그것을 모여앉아 가운데 두고서 여자들은 역시 열등해, 하고 낄낄댈 수 있었겠지만, 그러나 명민한 사람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명민한 여성들은 이미 '안다'. 이렇게 버지니아 울프처럼, 그것이 본인의 열등함을 감추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매의 눈으로 캐치하는 것이다. 으으- 정말이지 너무 싫고 소름 돋는 방법이다.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기.



이건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1900년 대에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지금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내가 갑인걸 드러내기 위해 을을 뭉개는 것도 그렇고,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이 발현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나는 잘났어. 왜냐하면 너가 못났기 때문이야."



스스로의 자랑스러운 점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상대를 아래로 아래로 짓밟으면서 비로소 자신이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 멍청함, 미련함. 자신의 그 미련함과 열등감을 인지하지 못하는채로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히죽히죽거리기... 정말이지, 이런 못난이 습성은 어쩌면 이렇게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일까.



버지니아 울프는 남자들이 여자들에 대해 이렇게 아무말이나 아무때나 막 하는 이유, 그런 책을 쓰는 이유, 사회가 전체적으로 그렇게 돌아가는 것, 이 모두에 대해 현상을 보고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왜' 그런건지도. 그리고 '여성과 픽션'에 대해 말하기 위한 이 글에서, 그 모든걸 지적한다.




권력과 돈과 영향력은 그의 것입니다. 그는 외무대신이며 재판관이고 크리켓 선수입니다. 그는 경주마와 요트를 소유하고 있고 주주들에게 200퍼센트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회사의 중역입니다. 그는 자기가 운영하는 대학과 자선단체에 수백만 파운드를 남겼습니다. 그는 여배우를 공중에 달아맸습니다. 그는 고기 자르는 도끼에 붙은 털이 인간의 것인지 아닌지 결정할 것입니다.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해 석방하거나 아니면 유죄를 선고해 목매다는 것도 그 사람입니다. 안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듯합니다. (p.54)



아아, 여러분, 너무 재미있지 않습니까. 세상 똑똑하지 않습니까. 버지니아 울프, 제가 다 읽겠습니다. 듣자하니 《등대로》도 그렇게나 좋다던데, 제가 차근차근 다 읽어볼게요. 일단 자기만의 방과 3기니 먼저 읽고요.




여성은 지금까지 수 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확대반사하는 유쾌한 마력을 지닌 거울 노릇을 해왔습니다. 그 마력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마 지금도 늪과 정글뿐일지도 모르지요. (p.56)



여성이 남성들이 쓴 픽션에서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녀를 최고로 중요한 인물이라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매우 다양하며, 영웅적이거나 비열하고, 빛나거나 천박하며, 무한히 아름답거나 극단적으로 가증스럽고, 남성만큼 위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 생각엔 남성보다 더욱 위대한 이물이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픽션에 나타난 여성입니다. 실제로는 트리벨리언 교수가 지적하듯이 방에 갇혀 구타당하고 내동댕이쳐졌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주 기묘하고 복합적인 존재가 생겨납니다. 상상에 있어서 여성은 더없이 중요한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전적으로 하찮은 존재입니다. 시에서는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여성의 존재가 고루 퍼져 있지만, 역사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픽션에서 그녀는 왕과 정복자들의 삶을 지배하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손가락에 강제로 반지를 끼워준 어느 부모의 아들에 딸린 노예였습니다. 문학에서는 영감이 풍부한 말들, 심오한 생각들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녀는 거의 읽을 줄 모르고 철자법도 모르며 남편의 재산에 불과했습니다. (p.67-68)




여자를 교육시키지 않으려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던 것 같다. 현실을 직시할까봐, 사실을 알게될까봐, 잘못된 걸 바로 잡으려고 할까봐, 세상에 대해 소리지를까봐 그리고 자기들이 사실은 지지리 못난 열등감 투성이 인간이라는 게 들킬까봐. 크- 버지니아 울프 진짜 만만세입니다.



우엇. 이런 게 있는데... 살까? (  ")








음.. 20만원에 육박하는데... 한꺼번에 사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사서 다 채울까? 생일되면 생일선물로 내가 나에게 선물할까? 음..하나씩 사서 모으는 게 낫겠지? 아 혼란스럽다...



자기만의 방 내가 너무 늦게 읽는 것 같긴 하지만, 바로 지금 읽어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우히히...









고정된 수입이 사람의 기질을 엄청나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요. 이 세상의 어떤 무력도 나에게서 500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음식과 집, 의복은 이제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심과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또 누구에게도 아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에게 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하여 나는 스스로 인류의 다른 절반에 대해 아주 미세하나마 새로운 태도를 취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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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3-1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이 걱정되니 간결함이 간 결함했군요... ㅋㅋ다락방님 페이퍼를 보니 저도 아직 안 만나본 버지니아울프를 만나고 싶습니다. 집에 댈러웨이부인도 굴러다니고 전자책 보관함엔 자기만의 방도 나를 기다리는데 난 왜 안 읽고 있는지...저만의 방이 없어 그런지...

다락방 2020-03-11 11:17   좋아요 1 | URL
제가 한 이십년전에 댈러웨이 부인을 아주 힘겹게 읽었거든요. 그래서 그 뒤로는 버지니아 울프를 애써 잊고 살았어요. 이 [자기만의 방]도 몇해전에 사두었다가 또 멀찌감치 밀어뒀었구요. 그런데 읽어보니, 와, 세상 재밌네요. 너무 명민한 여성인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를 나는 너무 늦게 읽는 것 아닌가, 했는데 저같은 사람이 또 있었군요. 반유행열반인님, 이제 읽으십시오. 때가 되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3-11 11:30   좋아요 0 | URL
말씀 들으니 정말 때가 된 느낌이네요! 오늘 전자책 한 쪽이라도 펼쳐봐야겠어요.

다락방 2020-03-11 13:16   좋아요 1 | URL
읽으신 후에 감상 남겨주세요! >.<

비연 2020-03-1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샀는데.. 예전에.. 왠지 손이 안 가는.
버지니아 울프는, 좋은데.. 이상하게 문장으로 읽으면 거리감이... 근데 좋다니까 읽어봐야겠네 싶네요!

다락방 2020-03-11 13:22   좋아요 0 | URL
저도 좋다는 말을 그렇게나 들었으면서도 손이 안갔거든요. 방치 몇년째.... 그런데 읽어보니, 아,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건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비연님, 비연님에게도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으하하하하

공쟝쟝 2020-03-1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살아ㅋㅋㅋ 버지니아 울프 전집 세트 ㅋㅋㅋㅋㅋ 저거 진짜 이쁘기까지해서 저도 살려다가 퍼뜩 정신차렷어요. 영화 디아워스 보셧어여? 니콜키드먼이 버지니아 울프로 나와여! 겁나 연기 잘하는데...!!!

다락방 2020-03-13 08:23   좋아요 0 | URL
저는 한꺼번에 못지르겠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등대로] 만 우선 주문했습니다. 오늘 올거예요. 그렇게 차근차근 한권씩 한권씩 결국은 다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으하하하.

니콜키드먼이 버지니아 울프로 나오는 건 알지만 디 아워스 보지는 않았어요. 저는 일단 울프 책 좀 더 읽어야겠어요. 지금은 <3기니> 읽고 있는데, 이것도 재밌어요!! >.<

공쟝쟝 2020-03-13 21:14   좋아요 0 | URL
저랑 같이 댈러웨이 부인 읽어요 ㅋㅋㅋ 읽구나서 디아워스도 읽어요 ㅋㅋㅋ (두권다 있는데 안읽은자)

다락방 2020-03-14 14:35   좋아요 0 | URL
저 댈러웨이 부인은 20년전에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청 지루하게 오만년 걸려 읽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열심히 돈벌어서 알라딘을 더 큰 부자 회사 만들고 싶은걸까.


책을 샀고..




또 샀고,




커피도 샀고




인생..뭘까?



토요일엔 마트에 가서 와인을 샀는데, 엄마가 '너는 와인 사는돈 안아깝냐?' 물으셨다.

응 엄마, 와인 살라고 회사 가서 돈 버는건데...

그렇게 와인냉장고를 빈자리 없이 가득 채웠다.

뿌듯..



그렇지만 토요일밤 두 병 꺼내서 비워버림... 나의 음주 라이프...


괜찮아, 다시 채우면 되니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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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3-0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와인셀러에 세 병 비어서.. 늘 초조합니다. 얼렁 채워야 하는데 ㅎㅎㅎㅎ;;;;

다락방 2020-03-09 17:18   좋아요 0 | URL
저도 빈자리가 나면 참 초조해지는 것입니다. ㅎㅎ 채우고 싶어서 몸이 꼬인다지요 ㅋㅋ
오늘 월요일이라 술생각 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냥 집에 가면 간단하게 한 잔 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20-03-09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온 사진을 보니 제가 다 뿌듯하네ㅇㅛ...
(응? 왜 내가?) ㅋㅋㅋ

다락방 2020-03-10 07:37   좋아요 0 | URL
내 마음이 겟타님 마음, 겟타님 마음이 내 마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3-10 09:06   좋아요 1 | URL
겟타님. ㅎㅎㅎㅎ 느무 귀여운 .. (죄송 ㅎㅎ)

다락방 2020-03-10 10:04   좋아요 1 | URL
우리의 귀요미 겟타님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0-03-1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사진들이에요! 덩달아 저도 막 신나고 (???) 책을 샀습니다.

다락방 2020-03-10 10:25   좋아요 0 | URL
안돼요, 안돼. 이런 사진을 아름다워하면 안됩니다. 그것은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



청원 당시 숫자가 빨리 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여기, 알라딘에도 청원독려 글을 올렸었는데 흑흑 ㅠㅠ 청원 10만명 동의 얻었고 국회까지 가서 새로운 법안에 반영이 되었다고 한다. 흑흑 ㅠㅠ 정말이지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야. 세상은 느리지만 조금씩 천천히 변하고 있구나. ㅠㅠ 계속 소리지르면 어떻게든 변하긴 하는 것 같다. 지치지 말아야지. 지치지 말고 계속 소리질러야겠다. 청원에 동의해준 분들, 감사해요 ㅠㅠ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onGoing/9C11598F598C39B3E054A0369F40E8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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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와 토드는 이십년간 부부로 함께 살고 있다. 토드는 수시로 바람을 피우는데 조디는 이를 알고 있지만 그냥 넘긴다. 조디가 토드의 바람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토드도 안다. 토드가 바람을 피우긴 하지만 이들의 부부생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조디는 조디 나름대로 토드에게 소심하게 복수를 하면서 이 시간들을 잘 버텨왔다. 이를테면 그의 사무실 열쇠를 빼내어 사무실에 오전 내내 들어갈 수 없게 한다든가 하는 식.


그러나 이십년이 지난 지금, 토드는 조디에게 헤어짐을 말한다. 이번에야 말로 중독적인 사랑에 빠진 까닭이다. 선정적이고 성적매력이 가득찬 21세의 여성 나타샤, 친한 친구인 '딘'의 딸. 토드는 친구의 딸과 사랑에 빠졌고 심지어 그녀가 임신까지 했다. 토드는 항상 자식을 갖고 싶어했지만 조디와의 관계에선 그것이 불가했다. 그들 부부는 자녀 대신 '프로이트'란 이름의 개를 한마리 키우고 있었다. 



나이 많은 여자라고 해서 반드시 성숙함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젊고 어린 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육감적인 것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소설속에서는 어쨌든 어린 여성 나타샤는 몹시 흥분하고, 선정적인 여성을 상징하고 있고 조디는 언제나 차분하고 안정적임을 상징하고 있다. 토드는 조디와 불만 없이 살아왔으면서도 그러나 나타샤에게 하루에도 여러차례 전화하면서 지금 뭘 입고 있는지 묻고 그녀를 상상한다. 그녀를 만나고 싶고 안고 싶고 그녀가 임신을 했다니 또 좋은 아빠도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조디와 관계가 나빴던 게 아니라서 차근차근 이혼 얘기를 하고 싶지만, 나타샤는 기다려주려 하질 않는다. 빨리 빨리. 아내에게 말했어? 어서 말하란 말야. 우리 살 집을 구해야지, 결혼식도 해야해. 


결혼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토드가 나타샤에게 매달렸는데, 결혼이 진행되어가고 같이 살 집을 마련하고 그렇게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토드는 나타샤로부터 엄청난 구속을 느낀다. 조디랑은 이십년간 살면서 크게 소리질러본 적도 없는데 나타샤와 보내면서는 분노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나타샤랑 함께 살면서부터는 조디와의 관계에서 가졌던 그 안정감이 자꾸 그립다. 조디라면 이럴 때 차분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을텐데.한마디로 빌어먹을 한심한 놈이다.



인간이란 이렇게 한없이 어리석어서 꼭 경험해야만 깨닫게 되기도 한다. 조디가 자신에게 주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잃고 나서야 안다. 이십년간 고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던 것, 안정적인 생활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이었는지, 선정적인 젊은 여성과 함께 하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거다. 분명 사랑에 빠져 익사할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나타샤의 옆으로 온건데, 그는 스트레스에 익사할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다른 여자에게 접근한다. 바람을 피워서 그 결과 이렇게 스트레스의 늪에 빠져버렸으면서 그는 또다시 바람피울 생각을 하는 거다.


바람피우는 이들은 잘만 산다. 그들 다수가 그렇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왜인가 하면, 대체로 사람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강한 동기나 지속적 노력 없이는 변하지 않는다. 개인의 기본 특질은 인생 초기에 발달하고 시간이 흐르면 침범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자리를 잡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경험으로부터 별로 배우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려 들지 않으며, 문제는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나 발생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쁘든 좋든 간에 하던 일을 계속한다. 낙천주의자들이 끝까지 낙천주의자이듯이, 바람을 피우는 이들도 계속 바람을 피운다. 낙천주의자들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서 두 다리가 부서지고 병원비를 대느라 집을 저당잡힌 후에도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다. "운이 좋았어. 죽을 수도 있었잖아." 낙천주의자들에게 이런 유의 진술은 합리적이다. 바람을 피우는 이들에겐 이중생활을 하면서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p.36)



바람피운 남편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는 아내의 이야기인데, 이 책은 되게 독특하다. 책 뒷표지에는 '아들러 심리학으로 샅샅이 파헤쳐 쓴 가정 스릴러'라고 되어있는데, 심리학으로 샅샅이 파헤쳤기 때문에 독특하다기 보다는 그 문체가 굉장히 가만가만한거다. 조용한 아내 라더니 정말 조용하네... 하고 책을 몇 장 읽지도 않고 생각하게 됐다니까? 스릴러가 가져오는 흥분이라든가 초조함이 느껴지기보다는 계속된 차분함이 있다. 또한 '바람피운 남편을 죽이려는 아내' 라는 큰 타이틀 속에는 그 아내의 개인적 삶이 있다. 어린 시절과 대학시절 그리고 자신 안의 상처를 들여다보려는 노력, 비로소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되는 때까지. 

인간이란 매우 복잡한 존재이고 어느 한 순간으로 그 사람을 파악할 수도 없으며 이십년간 옆에 있었다 해도 마찬가지. 토드는 자신의 전아내가 자신을 죽일 계획을 세웠다는 걸 짐작이나 했을까? 조디는 남편이 헤어지고 나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못했다. 우리 좋았는데, 다정햇는데, 안정적이었는데, 그런데 나한테 이럴 수가 있을까? 그들 사이에 이십년간 함께 해 쌓아왔던 신뢰라는 것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신뢰라는 건, 어쩌면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이것은 아내가 바람핀 남편을 죽이고자 하는 이야기이지만, 그 전에 분명 사랑했던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토드가 조디에게 반했던 것, 조디와 있으면서 안정적인 기분을 느꼈던 것, 그리고 나타샤가 결코 줄 수 없는 것들을 조디로부터 받았던 것-사랑과 격려와 칭찬-을 나타샤의 옆에 가서야 깨닫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는 데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었는데. 



그즈음 조디는 그의 인생에 확고히 자리를 잡았으나 여전히 신비의 기운이 감돌았고, 그로서는 확실히 가늠할 수 없는 원천에서 광휘를 내뿜고 있었다.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이제까지 그녀처럼 좋은 인상을 주고 싶었던 여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갖는 기대에 맞추어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녀가 필요로 하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빛을 발하는 어스름 속, 지나는 차도 하나 없는 작은 시골 동네의 다른 세계 같은 고요 속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향긋한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고, 마음을 달래는 이 목욕물 같은 공기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이 마침내 시작되었다고, 그녀야말로 자신이 숭배할 신이며 좋은 결과를 불러울 부적이라고 느꼈다.(p.175)

다른 사람의 규칙에 따라 나의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디는 그를 높이 평가한다. 그의 성공, 그리고 약속을 실천하고 꿈의 영역을 걸어가는 그의 능력을 찬탄한다. 그는 조디에게 칭찬받는 게 좋다. 그녀의 칭찬은 몇 년간이나 그를 두둥실 떠오르게 하고 용기를 주었다. 또한 칭찬에는 그 자신을 약간 조절하고 궤도를 유지하게 해주는 엄격한 훈육 같은 것이 따라왔다. 그녀가 없었어도 그는 자기 길을 갈 수 있었을 테지만 그녀의 존재는 일종의 윤활유가 되어주었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사랑받지는 않는다. (p.284)


조디 역시 마찬가지. 조디도 토드를 사랑했다. 토드에게 만큼은 자꾸만 더 기회를 주고 싶었다. 한 번 잘못하면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었고, 백 번 잘못하면 백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에게 맞섰을 때, 그가 사과했을 때, 두 사람이 눈물을 흘렸을 때, 그들의 사랑을 재확인했을 때, 몇 번이고 이를 반복하면서도 그녀는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단념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그는 토드였고, 그가 그녀에게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의 난동, 자기 본능에 충실하겠다는 방식까지도 소중했다. 그는 잔인하지도, 불친절하게 굴지도 않았다. 토드가 비열하거나 심술궂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도리어 그 반대였다. 토드는 자기를 언짢게 해도 또 한 번의 기회를 줄 사람이었고 백 번을 언짢게 하면 백 번의 기회를 줄 사람이었다. 그러나 토드는 반드시 자기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그러기로 결심했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p.201)


이랬던 그들이었는데, 왜 토드는 나타샤에게 '사랑에 빠져 익사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됐을까. 이랬던 그들이었는데 왜 조디는 결국 남편을 죽이고 싶어지게 된걸까. 이 감정들 모두 흔히 찾아드는 감정도 아니고 그 자체로 소중한건데, 이 소중함과 사랑이 어떻게 이렇게 변질되어 버린걸까. 사람은 뭐고 사랑은 뭘까. 너무 바보같잖아. 토드가 바람을 피우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조디 옆에서 조디의 남편으로 살았다면, 이들은 서로가 처음에 가졌던 그 감정들을 소중한 감정으로 간직한채 계속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었을텐데. 어쩌면 사람은 지금 자신이 가진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더 큰 걸 갖고 싶어하다가 추락해버리는 게 아닐까.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가진 게 뭔지 자꾸만 제대로 들여다보려고 해야 하는 것인가. 사랑이 뭔지 제대로 느꼈으면서, 그리고 그렇게 느끼게 해준 사람과 함께 살기까지 했으면서, 그러면서 추락하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니 인생 너무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긴데..... 조디.....좀 더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남편이 올 때, 친구가 찾아올 때 상차림 그렇게 좋아하면서 그걸 자신을 위해 좀 차리고 자기 혼자만을 위해서 보드카만 깡으로 마시지 말고 안주 좀 푸짐하게 해서 잘 좀 먹고 살 좀 쪘으면..... 그것이 나의 바람이다........ 



아기 돼지 아가씨는 남편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지만, 조디는 남편 역시 의심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녀가 익히 아는바, 거기엔 늘 낌새가 있으니까. 가령 바람피우는 이들은 종종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바람피우는 이들은 질문을 받으면 싫어한다. 그들의 머리카락과 옷엔 설명할 수 없는 냄새가 달라붙어 있다. 냄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향, 곰팡이, 풀, 구강청정제. 하루의 끝, 집에 와서 잠들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구강청정제를 쓰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샤워는 증거가 될 만한 신체의 냄새를 없애주지만, 바람피우는 이들이 쓰는 호텔 욕실의 비누는 집에서 쓰는 브랜드와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보편적인 단서가 있다. 바닥에 떨어진 붉은색이나 금색 머리카락, 립스틱 자국, 구겨진 옷, 은밀한 전화 통화, 설명 없는 외출, 몸에 난 수상한 자국.... 뜬금없이 나타난 정체모를 물건들, 화려한 열쇠고리라거나 화장수 병, 특히 밸런타인데이 같은 날 생긴 것들- P33

조디가 학교에서 뭔가 배운 게 있다면, 그것은 앨버트 엘리스 덕분이다. 그는 정신 분석 치료에 인지 행동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킨 선구자였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욕구나 기대를 충족시켜주려 여기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그들이 항상 우리를 친절히 대하라는 법도 없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분노와 분개의 감정만이 남는다. 마음의 평화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면을 강조할 때 온다.- P35

바람피우는 이들은 잘만 산다. 그들 다수가 그렇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왜인가 하면, 대체로 사람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강한 동기나 지속적 노력 없이는 변하지 않는다. 개인의 기본 특질은 인생 초기에 발달하고 시간이 흐르면 침범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자리를 잡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경험으로부터 별로 배우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려 들지 않으며, 문제는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나 발생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쁘든 좋든 간에 하던 일을 계속한다. 낙천주의자들이 끝까지 낙천주의자이듯이, 바람을 피우는 이들도 계속 바람을 피운다. 낙천주의자들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서 두 다리가 부서지고 병원비를 대느라 집을 저당잡힌 후에도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다. ˝운이 좋았어. 죽을 수도 있었잖아.˝ 낙천주의자들에게 이런 유의 진술은 합리적이다. 바람을 피우는 이들에겐 이중생활을 하면서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P36

˝부모님 사이의 문제가 정확히 뭐였나요?˝
˝아, 알잖아요. 그렇고 그런 것. 아버지는 일부일처제에 충실하지 못했죠.˝
˝일부일처는 남자들에 맞게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죠. 혹은 남자들이 일부일처제에 맞게 만들어진 게 아니던가. 어느 쪽이든 말하고 싶은 대로예요. 둘 다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는 것을 알죠.˝- P77

이 대화를 회상하며 조디는 생각한다. 그때 정신을 차리고 멈춰 생각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머릿속에서 응당 울렸어야 할 알람 소리가 그때는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P78

그즈음 조디는 그의 인생에 확고히 자리를 잡았으나 여전히 신비의 기운이 감돌았고, 그로서는 확실히 가늠할 수 없는 원천에서 광휘를 내뿜고 있었다.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이제까지 그녀처럼 좋은 인상을 주고 싶었던 여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갖는 기대에 맞추어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녀가 필요로 하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빛을 발하는 어스름 속, 지나는 차도 하나 없는 작은 시골 동네의 다른 세계 같은 고요 속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향긋한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고, 마음을 달래는 이 목욕물 같은 공기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이 마침내 시작되었다고, 그녀야말로 자신이 숭배할 신이며 좋은 결과를 불러울 부적이라고 느꼈다.- P175

그에게 맞섰을 때, 그가 사과했을 때, 두 사람이 눈물을 흘렸을 때, 그들의 사랑을 재확인했을 때, 몇 번이고 이를 반복하면서도 그녀는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단념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그는 토드였고, 그가 그녀에게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의 난동, 자기 본능에 충실하겠다는 방식까지도 소중했다. 그는 잔인하지도, 불친절하게 굴지도 않았다. 토드가 비열하거나 심술궂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도리어 그 반대였다. 토드는 자기를 언짢게 해도 또 한 번의 기회를 줄 사람이었고 백 번을 언짢게 하면 백 번의 기회를 줄 사람이었다. 그러나 토드는 반드시 자기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그러기로 결심했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 P201

다른 사람의 규칙에 따라 나의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디는 그를 높이 평가한다. 그의 성공, 그리고 약속을 실천하고 꿈의 영역을 걸어가는 그의 능력을 찬탄한다. 그는 조디에게 칭찬받는 게 좋다. 그녀의 칭찬은 몇 년간이나 그를 두둥실 떠오르게 하고 용기를 주었다. 또한 칭찬에는 그 자신을 약간 조절하고 궤도를 유지하게 해주는 엄격한 훈육 같은 것이 따라왔다. 그녀가 없었어도 그는 자기 길을 갈 수 있엇을 테지만 그녀의 존재는 일종의 윤활유가 되어주었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사랑받지는 않는다. - P284

사랑은 결국 나눌 수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을 더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덜 사랑한다는 뜻이다. 신의는 눈에 보이는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다.- P285

라이언이 자기 나름의 삶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살고 있으며, 그애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그 애 자신이 할 일이라는 사실을 조디가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제러드 덕분이었다. 조디가 동생을 위해 바랐던 경제적 안정이나 개인적 발전 같은 건 가치있는 야심이긴 해도 그 애의 야심이 아니며, 그 애에 관한 조디의 의혹이 여러 판단에 기초를 둔 것이라 해도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의식적으로 그들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차이를 존중하는 일이란 단순히 허락이라는 행위를 넘어 좁은 시야의 관점을 포기한다는 것임을 그녀는 이해했다. 나는 반드시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며, 모두가 나처럼만 생각한다면 세계는 더 나은 장소가 되리라는 전제를 버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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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3-0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사랑이 사랑이 아니게 되는 슬픈 이야기가 세상엔 너무 많네요.

다락방 2020-03-08 21:27   좋아요 1 | URL
사랑이 사랑이 아니게 되는 게, 너무 슬퍼요.. 슬픈 밤...... 일요일 밤이라서 슬픈밤인거겠죠.... 그런거겠죠.....

비연 2020-03-08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떨 땐, 사랑했던 과거의 그들과 지금 사랑하지 않는 그들이 같은 사람이지 않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니까 인터스텔라에서나 나옴직한 생각이지만... 일요일밤은 슬프고.. 월요일아침은 짜증스럽고.. 인생 무얼까요.

다락방 2020-03-09 08:22   좋아요 1 | URL
이미 가졌을 때는 그것이 얼만큼 소중한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것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관계이든 뭐든 말예요. 더 가지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그러나 내가 가진 게 뭔지 일단 파악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사랑이 사랑이 아니게 되면 비연님 말씀대로,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한 그사람일까... 라는 의심도 드는것 같고요. 그 때의 사람과 지금의 사람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월요일 아침이고 이번 한주는 또 어떻게 가려나요. 잘 보냅시다, 비연님!

비연 2020-03-09 10:23   좋아요 0 | URL
월요일에 출근해서, 왜 아직 월요일일까 푸념하며 커피를 들이붓고 있는 비연입니다..
잘 지내보아요.. 잘 지냅시다... 잘 지낼 거에요!
 

빙고는 개이름? 아니아니죠. 프로이트는 개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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